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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cking the Hidden Market

인공피부, 병원 중개업, 재활용사료…공통점? 정부정책이 불러온 새 마켓

김종현 | 205호 (2016년 7월 lssue 2)

 Article at a Glance

 정부의 정책은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영역에서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기도 한다. 콘텐츠를 불법으로 복제하거나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음원 저작권법개정은 매장에 적합한 배경음악을 선곡해주고 저작권 문제까지 대신 해결해주는 매장음악 서비스업이라는 새로운 사업형태를 만들어냈다. 동물들에 대한 화장품 실험을 금지하는 법안은 업체들이 인공피부 개발에 뛰어들게 했다. 정부 정책방향에 따른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기 위해 정책의 목표, 세부 실천과제들의 내용을 파악하고 정책 방향을 예측해보길 권한다. 선진국의 선례를 바탕으로 정책방향을 추론해볼 수 있고 뉴스나 정보를 퍼즐삼아 큰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편집자주

김종현 박사가 숨은 신사업을 발굴하는 전략을 소개합니다. 생각을 1%만 바꾸면 죽은 시장은 물론 사양산업에서도 숨은 기회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폐교를 와이너리로 바꿔 50배 성장한 와인코리아, 맥카페로 1년 만에 뛰어난 성장을 보인 맥도날드, 생활맞춤전략으로 12억 명의 무슬림의 마음을 뒤흔든 LG전자의 메카폰 등 풍부한 국내외 비즈니스 성공 사례를 다룹니다. 성장의 돌파구가 될 신사업을 찾는 분들께 유용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사업기회의 발견

 

일본 속담에바람이 불면 통 장수가 돈을 번다는 말이 있다. 속담을 뜯어보면 이렇다. 바람이 불면 모래가 날린다. 모래가 사람의 눈에 들어가 장님이 늘어난다. 장님이샤미센(三味線·일본의 악기 이름으로 고양이 뱃가죽으로 만듦)’을 연주해서 돈을 벌어 생활한다. 샤미센에 쓰이는 고양이 가죽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고양이가 줄어든다. 쥐가 자연스레 늘어나고 쥐들이 통을 갉아 먹는다. 결과적으로 통 주문이 증가해 통 장수가 돈을 번다는 것이다.

 

논리의 비약이 심해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속담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그 내용보다는 하나의 사건이 일으킨 현상들이 서로 연결돼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 하는 것이다. 만약 정부의 정책이바람이라면통장수가 돈을 버는 것과 같이 우리가 예상치 못한 부문에 정책이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충분히 발생한다.

 

정부 정책은 산업계의 진입장벽, 수요와 공급 등 다방면에 변화를 초래해 사업의 실현 가능성 및 수익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정책 자체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는 않지만 산업 내 또는 산업 간 자원의 이동을 촉발해 새로운 시장을 열거나 기존 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부가가치를 높여줌으로써 신규 플레이어들의 시장참여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반대로 정부 정책이 규제강화 쪽으로 돌아서면 사업성이 현저히 낮아져 기존 업체들의 자연스런 퇴출이 유도되거나 산업 내 구조조정이 촉발되기도 한다.

 

정부 정책의 변화로 신사업이 창출된 사례는 여러 분야에서 찾을 수 있다. 정부가 시장진입 제한을 완화하는 정책을 내놓음으로써 새로운 사업영역이 창출되는 것의 대표적인 사례로의료기관 중개업을 들 수 있다. 현행 의료법은 환자를 특정 병원에 알선하거나 중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나 정부는 의료기관 중개업을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및 보험업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만약 이처럼 제도가 바뀌게 되면 민영의료보험이 활성화될 뿐만 아니라 중개업체가 해외 교포나 외국인을 국내 의료기관에 소개하는 것이 가능하게 돼 국제수지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국내 여행사와 보험사 등은 의료기관을 외국인에게 소개하는 의료관광 패키지 및 보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여행사는 우리나라의 경쟁력 있는 성형외과나 한의원 등을 소개하는 국내 관광 상품을 내놓고, 보험사는 의료기관과의 네트워크를 맺어 보험 가입 시 저렴한 의료보험료로 의료비를 보장해주는 상품을 판매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해외 교포들을 상대로 국내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사업이 등장할 것이다. 국내 의료사업의 발전을 위해 도입한 정부 정책이 의료 관광이나 보험 등과 같은 파생시장을 창출하는 것이다.

 

 

 

‘매장음악 서비스도 정부 정책으로 인해 등장한 새로운 사업이다. 2005 7월 우리나라의 음원 저작권법이 개정되면서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하는 영업장에서 음악을 틀 경우 방송주체는 반드시 그에 따른 저작권료를 내야만 하도록 바뀌었다. 기존에는 방송 주체가 직접 구매한 음반이나 음원파일을 임의로 매장의 배경음악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했는데 이제는 저작권자와 별도의 합의 없이 매장에서 음악을 방송하는 것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저작권이 있는 음반을 매장 내 손님들에게 임의로 틀어주는 것이 저작자의 음악을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매장에 틀 배경음악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는매장음악 서비스 업체들이 등장하고 있다. 매장음악 서비스란 영업장에 흘러나올 배경음악을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맞춤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서비스가 등장한 이유는 개별 매장 영업자들이 일일이 음악을 사용할 때마다 저작권자와 협의해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매장음악 서비스 업체보다 협상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계약을 맺은 매장은 음악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음악을 사용할 수 있다. 매장음악 서비스 업체들은 개별 매장의 분위기나 고객의 성향, 날씨와 시간대에 맞춰 실시간으로 적합한 매장음악을 선곡해주고, 저작권 문제까지 대신 해결해준다.

 

실제 고급 레스토랑에서 고객에게 느린 속도의 음악을 들려주면 매출이 10%가량 올라가고, 백화점 할인행사 때에 빠른 음악을 들려주면 고객 회전율을 10%가량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을 정도로 매장 배경음악은 매출을 증진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다. 다른 사람이 만든 콘텐츠를 불법으로 복제하거나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실시한 음원 저작권법 개정이 매장음악만을 전문적으로 관리해주는 새로운 사업형태를 만든 것이다.

 

일본 정부는 2007년 국가 차원에서 식품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해식품 리사이클법을 제정했다. 매년 주무장관에게 식품폐기물 발생량이 일정량 이상인 사업자를 보고하도록 하고 있으며, 프랜차이즈체인은 가맹점의 식품폐기물 발생량을 한데 합쳐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식품 리사이클법을 활성화하기 위해 가맹점에서 발생한 식품폐기물을 기반으로 한 비료·사료를 이용해 생산한 농축산물을 자사 점포에서 판매할 경우 지자체로부터 받아야 하는 일반 폐기물 회수와 운반에 필요한 허가 요청 의무를 면제해주고 있다. 폐기식품의 배출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프랜차이즈체인 운영 사업자들이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국민여론에 의해 식품 리사이클링 체계가 이슈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의 편의점들은 폐기식품을 사료화하는 한편 그 사료를 먹고 자란 돼지고기를 도시락 식재료로 사용하는 등의 구체적인 리사이클 체계를 구축했다. 대표적인 편의점세븐일레븐은 일본 최대 식품폐기물 사료화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아그리 가이 아 시스템과 제휴를 맺고 식품폐기물 사료화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하나의 화장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수많은 동물들의 희생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화장품 업체들은 화장품을 피부에 발랐을 때 발생하는 부작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살아 있는 동물을 실험대상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은 실험동물의 생명윤리를 강조해 2009 3월부터 2019년까지 화장품뿐만 아니라 의약품 등 각종 화학제품에 대한 동물실험을 법으로 금지했다. 이러한 동물실험 금지는 전 세계로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사람이 화장품을 먹었을 경우 발생하는 위험을 판별하기 위한 독성시험에 대해서도 실험동물 수를 줄여나갈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일본은 1990년에 실험 대상으로 하등동물을 사용하고, 실험 시 고통을 경감시키는 마취제를 사용하는 등 대체실험 방법을 연구하는대체실험법학회를 설립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EU에서 진행 중인 화장품에 대한 동물실험 금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화장품 업체들은 동물실험이 화장품의 독성 여부를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데다 비용도 저렴한 편이어서 선호했지만 동물실험금지법이 도입됨에 따라 이를 대체할 방법을 찾아 나서야만 했다. 그 대안이 바로 인공피부다. 인공피부는 단백질을 인공배양해서 만든 피부로 사람 피부와 같은 표피와 진피를 가지고 있어서 화장품의 독성 실험이 가능하다. 물론 동물실험을 대체할 이러한 인공피부를 개발하는 데는 많은 투자가 필요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동물실험을 대체할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에 주요 업체들이 인공피부 개발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로레알은 8억 달러를 투자해 인공피부에피스킨(Episkin)’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성형수술 중 수집되는 피부의 박피 세포에 아미노산과 당을 공급해 3일 동안 배양 및 건조시킨 후 자외선을 쏘여 실제 피부와 유사한 인공피부를 개발했다. 로레알은 자체 개발한 에피스킨에 화장품을 바른 후 부종이나 알레르기 등으로 인해 죽은 세포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제품의 부작용을 실험하고 있다. 동물에 대한 비윤리적인 행위를 막기 위해 도입한 정부 정책이 기존에는 없었던 인공피부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든 것이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은 모든 공공시설에 에스컬레이터 등의 편의시설을 의무화하는배리어 프리(Barrier Free)을 제정하고 있다. 배리어 프리는 고령자나 장애인들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 또는 제도적 장벽을 허무는 운동을 말한다. 배리어 프리는 일본, 스웨덴, 미국을 중심으로 휠체어를 탄 고령자나 장애인들도 일반인과 다름없이 편하게 살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주택이나 공공시설을 지을 때 문턱을 없애는 운동으로 시작됐으나 지금은 모든 시설물에 확대 적용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위험방지 및 안전시설과 관련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노인들만을 위한 차별화된 교통 서비스가 그 예로 일본에서는 노약자를 위한 도우미 자격증을 가진 택시기사 및 휠체어에 의지하는 노약자가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택시의 숫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노인의 생활패턴과 신체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노인주택도 등장했다. 일본의 마쓰시타전기는 노인들을 위한 첨단 실버주택을 구상해 내놓았고, 간단하게 조작할 수 있는 노인용 가전제품도 출시하고 있다. 실버주택은 노인들의 신체 특성을 감안해 동선이 설계돼 있으며 센서가 실시간으로 위급상황을 감지해서 자동으로 의료진을 호출해주는 시스템도 갖췄다. 일본 오오츠카제약이 상용화한 노인을 위한 배리어 프리 자판기도 종전의 기계에 비해 60% 이상 높은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리어 프리 자판기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나 허리를 펴기 힘든 고령자들이 낮은 높이에서도 쉽게 버튼을 누르거나 화폐를 투입할 수 있고, 물건을 꺼내기 편리하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신사업을 찾으려면

 

정부 정책 변화에 따른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기 위해서는 먼저 해당 정책의 목표, 전체적인 추진 일정과 세부 실천과제들의 내용을 파악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정책의 내용이 공식적으로 발표되기 전에 정책방향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세상에 이미 다 알려져 버린 뉴스로는 남들보다 먼저 기회를 선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다수 국가에서 주기적으로 국정 어젠다와 브리핑 자료를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정책의 개략적인 내용과 방향성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정책방향의 윤곽이 드러나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사업영역의 분석에 돌입해야 한다. 정부가 정책을 시행할 때 이런 사업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기존 사업에 대한 영향도를 분석할 때는 먼저 정책이 촉발하는 양(+)의 효과와 음(-)의 효과를 키워드화 하고 관련 사업영역을 순서도 형태로 연결해 작성한다. 이렇게 하면 정책의 전체 구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사업영역을 상호 관련성에 따라 연결할 때 가치 창출과 감소 내용을 병기하면 새로운 사업영역을 포착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또한 실제 정책이 그 실현 양상에 따라 관련 시장에 어떠한 변화를 미칠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이때 생각해볼 수 있는 질문들은 정부의 신정책 또는 정책변화가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가?’ ‘기존 수요를 변화시킬 것인가?’ ‘기존 사업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 ‘시장 진입장벽이 과연 낮아질 것인가?’ 등이다. 마지막으로 구체적인 사업기회를 도출해 자사가 실제로 그것을 추진할 수 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사업기회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비즈니스모델은 무엇인가?’ ‘추진하는 데 필요한 자금, 인력,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비로소 정부 정책에 따른 새로운 사업기회를 도출할 수 있게 된다.

 

정책방향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미디어가 제공하는 각종 정보들을 취합해 몇 가지 관점에 따라 정리해보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선진국의 관련 산업정책 또는 정보를 벤치마킹함으로써 상대적으로 해당 산업군에서 뒤져 있는 우리나라가 언제, 어떻게 선진국의 전철을 밟아나가게 될지를 추론해보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공개 자료나 기관의 활동자료들을 종합해 정부 정책의 큰 방향을 유추하는 것이다. 단편적인 뉴스나 정보를 퍼즐처럼 하나하나 맞춰나가다 보면 전체적인 그림이 보이게 된다. 다시 말해 단순히 정보를 찾아 정리하기보다는 사전에 특정 이슈에 대한 시나리오를 만든 후 그 시나리오에 맞는 정보들을 찾아 분류해 각각의 빈도를 측정한다든지 뉴스들 간의 상호 연관관계를 파악한다면 시나리오의 방향성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김종현한국투자파트너스 투자본부 이사 synclare@truefriend.com

필자는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KAIST 테크노 경영대학원에서 경영정보학(MIS) 석사 학위를, 성균관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경제연구소를 거쳐 현재 한국투자파트너스에서 핀테크기업에 대한 투자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성균과대 경영학과 초빙교수로 학교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새로운 업의 발견> <히든마켓> <핀테크 3.0>을 저술했다.

  • 김종현 김종현 | - (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
    -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와 행정자치위원회 전문위원
    - 이화여대.홍익대.동국대 강사
    - 미국 캔자스대와 캘리포니아 주립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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