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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절감 기법의 진화와 미래

환경보호+정보기술, 미래원가절감의 글로벌 키워드

최종민 | 204호 (2016년 7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1980년대 일본의 자동차 기업들은 자동화 첨단 생산설비를 도입한 후 승승장구했다. 그러자 GM의 경영진이 도요타자동차를 방문해 공장설비와 경영기법을 살펴봤다. 자사와 다른 방식을 발견하고 이를 GM에 적용했다. 그러나 효과는커녕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도요타자동차에서 효과가 있었다고 해서 GM에서도 유용한 것은 아니었다. 국가 문화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여러 국가에 걸친 일반화현상이 일어나면서 세계 기업들의 경영기법들이 유사해지고 있다. 앞으로 진행될 원가절감 기법들의 진화에서 국가 문화적 차원들은 큰 역할을 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미래 원가절감 기법의 핵심 키워드는 환경보호와 정보기술이 될 것이다. 두 가지 분야에서 자사에 맞춘 원가절감 기법을 최적화하는 기업이 승자가 될 것이다.

 

 

제조기업의 원가절감 기법

 

원가절감은 협의로 보면 생산과정에서의 제조원가 절감을 의미한다. 그러나 보통 원가절감은 그보다 넓게 해석된다. 원가절감은 제품 개발, 설계, 시제품 생산 및 대량 생산과 제품 판매에 이르기까지 기업 내부 가치사슬 전 과정에 걸친 원가 관리, 통제와 절감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나아가 기업 외부 가치사슬인 유통, 소비자 구매와 사용, 그리고 제품 폐기에서 발생되는 원가도 관리 및 절감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현재 원가절감의 범위이다.

 

많은 기업들은조직 간 원가관리수명주기 원가를 내부 및 외부 가치사슬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본다. 원가절감은 제조기업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획기적인 원가절감은 하나의 혁신이며,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므로 기술혁신 못지않은 기업의 핵심 경영과제이다.

 

지난 세기 동안 수많은 원가절감 기법들이 고안, 개발돼 산업 현장에서 적용돼 왔다. 표준원가, 변동원가, 원가기획, 목표원가, 활동기준원가, 조직 간 원가관리와 가상 조직군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법들이 사용돼 왔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을 제시할 수 있다. 왜 이처럼 많은 기법들이 개발, 사용돼 온 것인가? 왜 절대적인 최고의 원가절감 기법은 존재하지 않으며 시간의 경과에 따라 매번 바뀌어 왔는가? 최상의 절대적인 원가절감 기법을 개발할 수 없는 것인지, 아니면 개발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인지, 관리회계학자나 경영자라면 한 번쯤 생각해봤을 의문이다.

 

많은 원가절감 기법들은 그 근본을 들여다보면 지극히 동일한 점이 있다. 그것은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미쳐서 원가를 줄인다는 것이다. 이런 공통된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관점에서 보면 지금까지 사용돼온 모든 원가절감 기법들은 거의 동일한 것들이다. 다시 말해 바뀐 것이 없는 것이다. 원가절감 대상 주요 원가 및 범위와 적용 방식 정도가 바뀌었을 것이다.

 

원래 원가관리회계의 목표나 기능은 조직이 바라는 목표 달성에 매진하도록 사람(종업원)의 행동에 적극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행동을 결정짓는 근본적인 요인은 그 사람의 사고방식이다. 사람이 갖는 사고방식을 전문용어로 그 사람의 지적 모형(mental model)이라고 한다. 지적 모형은 다양한 상황들을 이해하기 위해 개개인이 지니고 의존하는 상황에 대한 인식 또는 해석 모형이다. 결국 원가절감 기법은 개인의 사고방식 변화와 함께 발맞춰 변화한 것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본 글에서는 원가절감 기법의 변화와 추세, 그리고 이런 진화가 갖는 시사점들을 제시할 것이다.

 

 

 

 

국가 문화의 역할

 

국가 문화는 해당 국가의 국민들이 주위 사물에 의미를 부여할 때 공통적으로 활용하는 해석의 틀이다. 전혀 다른 국가 문화에서는 각각 다른 해석의 틀이 개발돼 적용된다. 따라서 문화가 다르면 동일한 제도나 시스템에 대해서도 완전히 다른 의미가 부여될 수 있다. 극단적인 경우 동일한 제도에 대해 어떤 국가 문화에서는 유용하며 선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다른 문화에서는 쓸모없으며 기피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해당 국가의 국가 문화와 잘 부합되면 긍정적인 해석이 주어지며 문화에 역행하는 경우에는 부정적인 의미나 해석이 부여될 수 있다. 즉 해당 국가의 구성원들은 국가 문화에 적합한 제도나 시스템을 더욱 선호하고 활용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 문화적 차이에 따라 동일한 제도에 대한 구성원들의 선호 및 활용 차이가 나타나게 된다.

 

1980년대 일본의 자동차 기업들이 자동화 첨단 생산설비를 도입한 후 승승장구했다. 미국의 GM도 첨단 자동화 설비를 도입했지만 일본 기업들만큼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자 GM의 경영진이 도요타자동차를 방문해 공장설비와 경영기법들을 살펴봤다. GM 경영진은 도요타자동차 공장을 방문해 자사와는 다른 특이한 경영 방식을 발견했다.

 

도요타자동차에서는 매일 아침 생산직 근로자들이 회사 유니폼을 입고 회사 사가를 제창하고, ‘열심히 일하자는 구호를 외치며 결의를 다진 다음 생산현장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GM의 경영진은 이것이 도요다의 경쟁력 원천이라 생각하고 귀국 후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근로자들에게 유니폼을 입히고 생산 현장에 투입되기 전 결의를 다지도록 했다. 그러나 반응은 완전히 달랐다. 얼마 가지 않아 근로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여기가 군대냐?” “왜 유니폼을 입히나?” “강압적인 분위기로 왜 결의를 다지게 하나?” 등이었다. 근로자들의 저항이 아주 세 이 방식은 GM에서 곧바로 폐지됐다. 도요타자동차에서 효과가 있었다고 GM에서도 유효한 것은 아니었다. 국가 문화적 차이 때문이다.

 

국가 문화적 범주에 따른 원가절감 기법의 진화

 

표준원가는 처음에 근로자 개인의 노무비를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시간 및 동작 연구를 통해 표준 동작이 개발되면 근로자의 생산 활동에 필요한 동작이 표준 동작을 따르도록 해 실제 발생한 노무비를 표준 노무비 내로 억제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표준원가는 원가관리와 절감의 대상이 작게는 근로자 개인이거나 어느 한 공정 또는 부문이 될 수도 있다.

 

변동비만을 원가관리 대상으로 보는 변동원가계산과 예산원가 역시 해당 부문과 공정, 나아가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 기법들의 기본 철학은 개인의 최대 노력이 전체 조직의 최고 성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즉 개개인 성과의 합이 어느 한 부문의 성과가 되며, 개별 부문들의 성과가 합쳐져서 전체의 성과가 된다는 관점이다. 결국 이런 원가절감 기법들은 개인의 성취, 단기적인 시각, 개인주의와 부정적인 부서 이기주의 등이 지배적인 성향에서 활용될 수 있다.

 

 

활동기준원가계산은 제품 생산이 생산에 필요한 다양한 활동들을 소비하는 것이며, 따라서 활동별로 원가를 집계하고 관리해 제품 제조원가를 절감하려는 기법이다. 원가를 발생시키는 활동들에 초점을 맞추고 개별 활동들에 대한 통제와 관리를 강화해 제조원가를 줄인다는 것이다. 결국 활동기준원가계산도 부문, 공정과 제품 원가가 관리 대상이었던 것을 활동으로 변경시켰다는 것 이외에 기본적인 철학이나 관점은 개인주의에서 시작됐다. 표준원가, 변동원가계산, 예산원가와 활동기준원가계산은 서구의 제조기업들에서 개발, 사용돼 왔다. 따라서 개인주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동양에서는 산업화에 가장 먼저 성공한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의 제조기업들도 처음에는 서구에서 개발된 원가절감 기법들을 그대로 받아들여 사용했다. 그러나 1980년대에 이르러 일본 제조기업들이 융성기를 맞이하면서 그들의 문화에 적합한 원가절감 기법들을 개발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원가기획, 목표원가, 조직 간 원가관리와 무재고 시스템 등이 그것들이다. 즉 일본이라는 동양 문화권에 적합한 원가절감 기법들로 분화, 진화한 것이다. 이들 기법들의 공통된 특징은집단주의’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집단주의라는 일본 특유의 문화적 장점을 최대한 살린 원가절감 기법들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 삼성, LG 등의 대기업들이 일본식 경영 방식과 원가절감, 관리 기법들을 많이 벤치마킹했는데 그것은 국가 문화적으로 적합한 것들이었다.

 

● 서구 문화 지향 원가절감 기법

표준원가, 예산원가, 변동원가, 활동기준원가계산

● 동양 문화 지향 원가절감 기법

원가기획, 목표원가, 조직 간 원가관리, 무재고 시스템

 

원가기획은 연구개발, 설계, 생산, 판매와 회계 등 여러 부서들의 협력으로 제품의 전 수명주기에 걸쳐서 원가를 관리, 절감하는 기법이다. 원가기획의 핵심은 부서들, 구성원들과 부품 공급자들과의 협력, 상호교류와 공동의 노력 등으로서 개인이 아닌 구성원들 전체, 즉 집단의 단합된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에 있다. 원가기획 과정에서 설정되는 목표원가 또한 구성원들 전체의 결집된 노력과 지식 공유로 달성할 수 있다.

 

조직 간 원가관리는 구매 기업과 공급 기업이 서로 협력해 공동으로 원가 절감을 도모하는 것이다. 조직 간 원가관리가 심화되면 공급 기업은 구매 기업의 제품 개발 및 설계 단계에서부터 참여하게 되며, 독립된 개별 기업들이지만 하나의 기업인 것처럼 단합된 행동을 보이게 된다. 무재고 시스템은 구매 기업이 완충제(buffer)인 부품 재고를 보유하지 않음으로써 재고 관련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식이다. 무재고 시스템의 실행을 위해서는 구매 및 공급 기업들 간의 긴밀한 협력과 신속한 정보교류가 필수적이다.

 

생산 환경의 변화

 

20세기에서 21세기에 걸친 생산 환경의 변화는 소품종 대량 생산에서 다품종 대량 생산, 높은 자동화와 외부 조달의 증가 등으로 특징 지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원천은 기업들 간의 치열한 경쟁이다. 경쟁 정도는 창업기업의 생존율로 간접적으로 판단해볼 수 있다. 국내의 경우, 3년 내 생존율이 40% 정도다. 이것은 OECD 평균인 54%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제조기업이 격심한 경쟁 속에서 생존하려면 기본적으로 4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해야 한다. 낮은 원가, 높은 품질, 높은 생산의 유연성 확보와 엄격한 납기 준수가 그것들이다. 고객들의 다양한 기호를 만족시키려면 다품종 생산이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높은 제조 유연성이 확보돼야 한다. 이와 함께 제조원가를 낮추기 위해 대량 생산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이런 4가지 목표들 간에는 이율배반적인(trade-off) 관계가 있다. 원가를 지나치게 낮추다보면 품질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높은 생산 유연성 확보가 원가와 품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등이다. 제조기업이 자동화 첨단 생산설비를 도입하게 된 것은 이율배반적인 관계에 있는 4가지 목표들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다. 자동화 설비는 노무비 감소와 불량률 감소 등을 통해 원가절감에 기여하며 동시에 균질한 고품질 제품의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자동화 생산설비의 다기능 제공에 의해 다양한 종류의 제품 생산이 가능해지고 생산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아짐으로써 납기 준수 또한 쉬워진다. 현재 국내 제조기업들의 공장 자동화 비율은 산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70∼80% 정도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기업에 따라 무인화 공장 또는 스마트 공장을 실현한 곳도 있다.

 

외부 조달의 기본적인 가정은 해당 기업이 제품 제조에 필요한 모든 부품들을 원가는 최저이면서 고품질로 생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해당 기업은 자신이 최고인 분야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부품들은 그 분야에서 최고인 외부 기업들에 제조를 의뢰, 납품받은 후 이들을 모두 조립하게 되면 최상의 품질의 제품을 가장 저렴하게 생산,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외부 조달이 대세인 시대이다. 일본의 경우 이미 2000년 초에 제조기업들의 외부 조달 비율이 70%에 이르렀다. 극단적으로 제품 상표만 소유하면서 제품 개발, 설계, 생산, 유통과 사후 관리까지 모두를 외부 조달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 코치(coach)는 제품 디자인과 판매 이외에는 외부 조달하고 있다. 외부 조달은 기업이 부담하는 위험을 회피하고, 불확실하며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수단으로써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생산 환경변화에 따른 원가절감 기법의 진화

 

자동화 첨단 생산설비가 도입되면서 나타난 변화들 중의 하나가 제조원가에서 제조간접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노무비의 비중은 현저히 감소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우 제조원가에서 노무비가 차지하는 평균 비중은 11∼12% 정도다. 따라서 노무비를 대상으로 한 원가절감 기법인 표준원가는 유용성이 낮아지게 됐으며, 제조간접비 배부와 절감을 위해 새로운 기법이 필요하게 됐다. 제조간접비를 어떻게 정확하게 배부하며 적절히 관리, 절감하느냐가 원가관리의 주요 과제가 된 것이다.

 

이런 요구에 부응해 개발된 것이 활동기준원가계산이다. 활동기준원가계산은 제조간접비를 발생시키는 여러 활동들을 세분화하고 활동별로 배부 기준을 설정해 간접비 배분을 세밀화, 정밀화시켰다. 즉 제품별 간접비 배분의 정확성을 높인 것이다. 다품종 생산은 고객들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다. 고객 만족은 모든 기업들의 최고, 최상의 목표이다. 원가기획에서의 목표원가는 이러한 고객 만족을 우선한 원가절감 기법이다. 종래의 제조원가 계산이 사후적 원가계산이라면 목표원가는 사전적 원가계산이다. 목표원가에서는 개발될 제품이 출시돼 유통될 경우 고객이 지불할 합리적인 가격부터 시장조사를 통해 먼저 결정한다. 그리고 결정된 가격에서 기업이 확보해야 할 이윤을 공제하면 제품 제조원가가 사전적으로 결정되며 그것이 목표원가인 것이다.

 

제조기업의 외부 조달이 증가하면서 공급망 관리는 기업 경영의 핵심 요소가 됐다. 일반적으로 공급망 관리는 공급 기업들과의 관계를 적절히 통제, 관리해 이들과의 협력을 공고히 함으로써 기업이 지향하는 목표들(: 원가절감, 빠른 신제품 출시와 시장 대응 등)을 달성하는 것이다. 조직 간 원가관리는 해당 제조기업이 공급 기업들과 원가정보를 공유하면서 이들과 함께 제조원가를 관리, 절감하는 것이다.

 

그리고 조직 간 원가관리는 실행 과정에서 공급 기업들의 협력을 제고시키는 효과를 낸다. 조직 간 원가관리는 공급 기업들로 하여금 의도된 목적 달성(: 원가절감, 품질개선과 조달시간 감소 등)에 협력하도록 이들을 통제하고 동기부여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조직 간 원가관리는 공급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원가절감뿐만 아니라 조달업무 조정, 신속한 제품개발과 시장대응 등에도 기여하게 된다. 가치사슬은 원자재 공급, 제품 생산과 완제품의 최종 소비자 전달까지에 이르는 일련의 연결된 부가가치 활동들의 집합이다. 전통적인 회계에서는 기업 자신의 활동과 원가만 통제 대상이지만 가치사슬 분석에서는 가치사슬상에 있는 다른 기업들의 활동과 원가를 고려해 조정과 통제가 달성된다. 가치사슬 분석을 통해 가치사슬상의 활동들이 조정, 최적화되면 기업은 자신이 부담하는 원가나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차별화를 도모할 수 있다.

 

● 다품종/고객만족/자동화/외부조달

활동기준원가, 목표원가, 조직 간 원가관리, 가치사슬 분석 

 

다품종 생산, 자동화와 외부 조달의 증가라는 생산 환경변화로 인해 제조기업이 중점을 두어야 할 원가절감의 대상은 종래의 제품, 부문과 공정 등에서 고객, 제조간접비와 공급 기업, 나아가 전체 공급망을 포함하는 형태로 다양화했다. 이런 변화에 적응하여 전통적인 원가절감 기법에서 활동기준원가, 목표원가, 조직 간 원가관리와 가치사슬 분석 같은 새로운 원가절감 기법으로 진화하게 된 것이다. 진화하지 않고서는 새로이 나타난 다양한 원가절감 대상들을 기업은 도저히 통제, 관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국가 문화 영향력의 약화

 

국가 문화의 차이와 원가절감 기법들의 진화는 국민 소득이 증가하면서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세계화(globalization)가 이뤄지면서 동서양이 수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Hofstede 교수가 1991∼2004년 국가 문화 차원들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일본, 대만과 우리나라처럼 소득 수준이 증가한 국가일수록 서구 문화의 특징들이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동양권 문화에서 나타나는 특징들이 완화되면서 개인주의, 낮은 권위주의, 높은 진취성과 낮은 불확실성 회피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화의 영향으로 동양은 서구 사회를, 반대로 서양은 동양 사회를 서로 닮아가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뛰어난 경영 방식이나 기법들이 개발, 소개되면 완화된 문화적 장벽을 뛰어넘어 어느 국가의 기업들이든 이를 수용,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여러 국가들에 걸친 일반화(cross-national generalization)’라고 지칭한다. 따라서 전 세계 대부분의 기업들이 사용하는 일반적인 경영 기법들에 있어서 서로 유사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결국 앞으로 진행될 원가절감 기법들의 진화에서 국가 문화적 차원들은 큰 역할을 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앞으로의 진화 방향: 환경보호와 정보기술

 

앞으로 진행될 원가절감 기법의 진화에서 핵심 키워드는 환경보호와 정보기술이다. 제조기업에 있어서 녹색 경영은 다양한 경영관리 기법들을 통해 환경 친화적인 제품을 생산하고 환경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경영 노력들을 의미한다. 따라서 녹색 경영의 목표인 환경보호를 달성하기 위해 기업들은 많은 비용(원가)을 지출하게 되고 동시에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려는 유인 또한 갖게 된다. 환경보호에 따른 발생 원가를 적절히 관리, 절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원가절감 기법이 진화할 것이다.

 

인터넷, 빅데이터와 가상현실 같은 정보기술로 인해 제품, 부문, 공정, 간접비와 공급망이라는 구체적인 원가절감 대상은 대체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원가절감 대상이 있어서 적합한 원가절감 기법이 개발되는 것이 아니라 무한한 활용 가능성을 지닌 정보기술에 기반을 둔 원가절감 기법이 다양하게 등장할 것으로 본다. , 환경보호와 함께 또 다른 진화의 축으로써 정보기술을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원가절감 기법의 진화(변화)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환경원가계산은 제조기업이 환경보호를 위해 투입한 원가를 집계, 산정하는 기법이다. 정확한 원가계산이 이루어져야 원가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절감할 것인지 방안이 도출될 수 있다. 환경원가계산은 환경 관련 비용을 줄이기 위한 기초 단계인 것이다. 수명주기 분석 기법은 제품 개발, 부품 구매, 소비자 교육, 유통 등의 다양한 경영 활동들에서 환경 문제들을 고려하며, 그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방안들을 모색하는 수단이다. 제품의 전 수명주기에 걸친 환경 문제들은 주로, 자원의 오류 사용, 적절치 못한 사용과 과도한 사용 등에서 발생하며, 절제된 올바른 자원 사용은 원가(비용) 절감과 함께 환경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감소시키게 된다. 제품 수명주기 원가계산은 전 수명주기(: 설계, 구매, 생산, 판매, 고객의 사용과 처분)에 걸쳐서 발생하는 원가를 산정, 분석 및 절감하는 기법이다. 결국, 제품 수명주기 원가계산은 수명주기 분석 기법의 목적을 구현하는 한 방안이다.

 

2000년대 도요타자동차는 주요 공급 기업들을 인터넷 망으로 연결했다. 그리고 인터넷 망을 통해 업무 관련 정보들(자료들)을 실시간 교환, 처리함으로써 도요타 차와 공급 기업들이 마치 하나의 기업인 것처럼 일사분란하게 업무처리가 이루어지게 됐다. 그 결과 구매, 조달 관련 비용과 업무처리 비용이 현저히 감소했는데 이런 도요타 자동차와 공급 기업들 간의 관계 형태를가상 조직군으로 명명했다. 가상 조직군에서는 구매 기업과 공급 기업 간의 실질적 기업 경계가 없어진 것이다. 구매 기업의 업무처리 시스템이 망을 통해 공급 기업의 시스템과 연결된 상태이므로 구매 기업의 업무처리는 곧바로 공급 기업의 업무처리가 되며, 대부분의 정보를 공유하게 된다. 결국 공급 기업은 구매 기업의 요구에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도요타 자동차는 원가절감 이외에 빠른 정보교류와 협력에 의해 시장대응 능력이 획기적으로 제고됐다.

 

최근 ㈜포스코는 포항 제철소 열연공장 내의 설비관리에 시범적으로 가상-현실 시스템을 도입했다. 가상-현실 시스템은 사물인터넷(IoT)에 기초한 것이다. 전산 단말기를 통해 모은 기계 정보를 실시간으로 시각화해 가상현실을 만들어낸 다음 엔지니어가 이를 물리적 세계와 비교해 효율화된 공정을 바로 재설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이다. 공정의 효율화는 생산성 증대와 원가절감으로 직결된다. 가상-현실 시스템은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연결하는 통합 시스템으로서 공정이나 설비의 조정, 교체를 물리적으로 바로 실행하면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으므로 가상공간에서 먼저 변화를 시뮬레이션한 후 최적의 방안을 선택할 수 있게 한다. 가상-현실 시스템은 스마트 공장의 일환으로 구축된 것이다. 스마트 공장은 공장 내 설비와 기계장치에 감지기(센서)를 설치해 가동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 현 상태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정보의 분석을 통해 스스로 제어함으로써 공장 가동을 최대한 효율화시키는 체제이다.

 

이외에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공장에서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 불량품 샘플검사를 전수검사로 전환한 뒤 웨이퍼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생산 단가를 낮췄다. LS산전도 사물인터넷을 이용해 기계 설비와 제품 생산 간에 상호 소통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설비 상태와 생산 현황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공정 최적화에 활용함으로써 품질개선과 원가절감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상의 사례들에서 제시된 것처럼정보기술에 기반을 둔 원가절감 기법은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미쳐 원가절감을 꾀한다는 종래의 기법과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문제는 기계적 원가절감 가능성을 정보기술의 지원으로 어떻게 구현하느냐이다. 사람이 아닌 하드웨어에 내재된 원가절감 기법으로써 정보기술의 활용도에 따라 다양한 방식들이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들이 회계적인 원가절감 기법으로 체계화될 수 있을지 여부는 좀 더 깊이 있는 연구를 필요로 한다.

 

원가절감 기법 진화의 시사점

 

본 글에서는 다양한 원가절감 기법들이 어떤 문화적 및 환경적 배경에서 진화해 왔는지를 설명했다. 각각의 원가절감 기법들이 나름대로의 문화적 및 환경적 배경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본 글의 기본 취지이다. 이것은 결국 제조기업이 처해 있는 문화적, 환경적 요소들을 고려해 원가절감 기법을 선택하는 것이 최적의 기법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을 대상으로 한 원가절감이라면 표준원가가 유용할 수 있다. (그림 1)

 

 

 

 

예를 들어 고가 제품의 포장을 근로자가 수작업으로 수행하고 있다면 포장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이에 대해서만 표준원가를 적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사용되는 표준원가를부분 표준원가라고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표준원가도 유용성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제조기업의 외부 조달 비율이 낮다면 굳이 원가관리를 위해 조직 간 원가관리를 도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도입에 따른 비용에 비해 실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이 처해 있는 문화적 및 환경적 여건들에 맞는 원가절감 기법 선택이 중요한 것이다. 무조건 최신 기법을 사용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원가 절감과 관련해 앞으로는 환경보호와 정보기술 사용을 최적화하는 기업이 승자가 될 것이다.

 

 

참고자료

Choe, J.M. 2004. The consideration of cultural differences in the design of information systems. Information and Management 41: 669-684.

Chow, C., Shields, M., and A. Wu. 1999. The importance of national culture in the design of and preference for management controls for multi-national operations. Accounting, Organizations and Society 24: 441-461.

Cooper, R., and S. Slagmulder. 2004. Inter-organizational cost management and relational context. Accounting, Organizations and Society 29: 1-26.

Hofstede, G. 1991. Cultures and organizations: Software of the mind. McGraw-Hill co., New York.

Hofstede, G., and R. McCrae. 2004. Personality and culture revisited: linking traits and dimensions of culture. Corss-Cultural Research 38: 52-88.

 

 

Tips for Practitioners

● 세계 대부분의 기업들이 사용하는 경영 기업이 서로 유사해지는여러 국가들에 걸친 일반화(cross-national generalization)’가 일어나고 있다. 앞으로 진행될 원가절감 기법들의 진화에서 국가 문화적 차원들은 큰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다.

● 인터넷, 빅데이터, 가상현실과 같은 정보기술로 인해 제품, 부문, 공정, 간접비와 공급망이라는 구체적인 원가절감 대상은 대체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 앞으로 진행될 원가절감의 핵심 키워드는 환경보호와 정보기술이다. 제조기업에 있어서 녹색경영은 다양한 경영관리 기법들을 통해 환경 친화적인 제품을 생산하고 환경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경영 노력들을 의미한다. 환경보호에 따른 발생 원가를 적절히 관리하는 방향으로 원가절감 기법이 진화할 것이다.

 

 

최종민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 choejj@knu.ac.kr

 

필자는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공인회계사로 세화회계법인에 근무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과학과에서 경영공학 석사와 경영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북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략적 관리회계, 조직 간 관리회계, 관리회계정보시스템의 구축 등이 주요 관심사다. 관리회계 및 회계정보와 관련해 여러 논문을 국제 학술지와 국내 학술지에 발표,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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