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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기업 사례

전 세계 모범이 된 도요타 노사, 고통분담 일본전산, 예산제도 개혁 JAL

이우광 | 204호 (2016년 7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① 도요타: 전 계열사 및 협력회사와 공동 노력을 벌이며 전사적으로 비용절감을 추진. 협력회사의 원가절감을 위해 도요타 본사의 조달 부문과 제조 부문이 함께제조개선추진팀을 결성하고 협력회사에 도요타생산방식을 적극 도입.

② 일본전산: 위기를 공유하기 위해 노사 임금 삭감. 일반사원 최대 5%(관리직 최대 10%, 임원 50%). 직원들로부터 수익개선책이나 비용절감 방법 제안을 모아 실행.

JAL: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한 후 문제점 파악. 예산제도를 개혁하고 업적보고회라는 전사 회의 실시. 업적보고회는 비용절감을 철저하게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수치에 대한 간부들의 의식을 높이기 위한 것.

 

 

1. 일본 기업의 비용절감 의식

 

비용절감은 일본 기업의 주요 경영 특징 중 하나다. 일본은 자원이 부족한 나라이기 때문에 전통적으로낭비는 악이다라는 근검절약 의식이 강하게 형성돼 있다. 일본 기업들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은 세계 어느 나라 기업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낭비를 기업 관리의 적으로 삼고 낭비 제거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가치를 창출하지 않는 행위는 모두 낭비로 간주하며 극한까지 비용절감을 추구하려 한다. 체면이나 허례를 배제하고 오로지 실용만을 추구한다. 이것이 때로는 구두쇠로까지 비쳐지기도 한다. 이러한 근검절약 의식이 배경이 돼 대부분의 일본 기업에서는 ‘5S운동이 보편화됐다. ‘도요타생산방식(TPS)’이라는 세계 최강의 생산방식이 나올 수 있었던 것도 같은 이유다.

 

 

 

 

비용절감 의식이 5S와 도요타생산방식으로 이어져

5S운동이란 정리(Seiri)·정돈(Seiton)·청결(Seiketu)·청소(Seisou)·시쓰케(Situke)의 일본어 발음의 머리글자를 딴 표어다. 일본의 거의 대부분의 공장, 건축현장, 사무실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으로 ‘5S’ 표어가 붙어 있다. 여기서정리는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는 것, ‘정돈은 필요한 물건을 금방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청소란 쓰레기를 정리해 깨끗하게 하는 것, ‘청결은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 ‘시쓰케’는 정해진 것을 올바르게 실행하는 습관을 갖는 것을 각각 의미한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는 용어가훈육이란 뜻의시쓰케()’이다. 일본에서 만들어낸 한자로몸을 올바르게 유지하는 태도나 규율을 뜻한다. 앞의 4S를 유지하기 위한 마음 자세라는 뜻으로 쓰인다.

 

5S는 일본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낭비를 제거하는 관리방식으로 일반화돼 있다. 5S는 제품의 품질을 개선하고, 납기를 앞당겨 생산성을 올릴 뿐만 아니라 안전까지도 확보할 수 있는 툴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돼 있다. 5S 2차 대전 이전부터 일부 기업들이 사용하기 시작했으나 본격적인 관리 툴로 정착되기 시작한 것은 전후부터이다. 일본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낭비제거비용절감생산성 향상이익 증대를 위한 관리 기법으로 5S를 널리 사용해왔다.

 

그러나 5S가 전후 세련된 근대적 관리기법으로 재탄생한 것은 역시 아직까지도 세계 최강의 생산방식이라 할 수 있는 TPS이다. TPS는 제품 제조방법의 합리화와 효율화를 철저하게 추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지만 그 본질은 비용절감이다. TPS는 비용절감을 추구하는 정신이야말로 제조의 본질을 추구하는 것이며, 이익도 원가절감에 의해 결정된다는 발상이다. TPS의 본질은 낭비를 철저하게 배제해 비용을 절감하는 생산방식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은 소비자 가격을 마음대로 설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주어진 값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가능한 절감해야 한다는 것이 TPS의 기본 정신이다. 이를 실천하는 방법론이 바로필요한 것을, 필요할 때에, 필요한 양만큼 생산(공급)한다 ‘Just in Time’이다. 그리고 이를 실천하는 구체적인 방법이 후공정에서 필요한 양만큼의 부품을 미리 전공정에 요구하는 간판방식, 한 사람이 여러 기능의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다능공화(多能工化), 가능한 소규모로 생산하는 소롯트 작업 등이다.

 

비용절감은 물건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불량도 없어야 최종적으로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이 때문에 불량이 없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제조과정에서 이상이 생기면 누구라도 공정을 중단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일종의 위기관리 시스템인 것이다. TPS는 제조업에서 비용절감을 실현하는 유효한 툴이다. 최근에는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에까지 TPS를 활용해 비용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꾀하고 있는 사례도 많다.

 

디플레이션으로 가격파괴 경쟁 돌입

일본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낭비제거비용절감생산성 향상의 관리기법을 바탕으로 매출 확대와 이익 증대를 꾀했다. 특히 1970년대에 두 차례의 석유위기와 급격한 엔고를 경험하면서마른 수건도 다시 짠다는 비용절감 정신이 극도로 고취됐다. 그 결과 1980년대는 일본 제품의 가격경쟁력과 품질경쟁력이 절정에 달한 시기였다. 그러나 이런 자신감으로 인해 1980년대 중반 이후 버블경제를 초래했고, 일본 기업들의 비용구조는 악화되기 시작했다. 버블이 붕괴되자 일본 기업들은 인력, 설비, 채무의 ‘3대 과잉에 시달렸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디플레이션 경제가 도래하자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매출 감소가 시작됐다. 가격 인하로 매출을 올리려는 기업 간의 치열한 가격경쟁까지 더해졌다. ‘가격파괴라는 개념도 이때 생겨난 말이다. 수요 감소로 매출이 감소하는 경영환경에서 이익을 확보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기업들은 이런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비용절감밖에 없다고 인식했다.

 

이후 치열한 가격경쟁이 전개됐다. 그리고 무리한 비용절감 수법이 동원됐다. 인건비 삭감을 위해 인력 구조조정, 비정규직 증가, 임금삭감 등의 방법이 그것이다. 결과적으로 인건비 삭감가계소득 감소수요·매출 감소이익 감소의 악순환이 지속됐다. 1980년대의 석유위기와 엔고 때에는 비용절감 대책과 함께 매력 있는 제품도 동시에 출시됐다. 수치제어, 공작기계 등 경쟁력 있는 에너지 절약(에너지) 제품들도 이때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1990년에는 전자산업 등의 경쟁력 저하로 매력 있는 상품을 출시하는 능력이 부족했다. 인건비 삭감 대책이 직원들의 사기에 악영향을 미쳐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했던 것이다. 중국 등지의 저가격 제품이 물밀 듯 들어오자 가격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졌다. 일본 기업들은 2000년을 전후로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을 경험한 것이다. 가격 경쟁에 휘말려 도산한 기업들이 줄을 이었다. 일본 최대의 슈퍼마켓 체인인다이에도 그중 하나다.

 

 

비용절감 대처가 기업 명암 갈라놓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의 긴장감을 늦추게 하는 환경변화가 다시 도래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엔저였다. 엔저로 인해 수출이 늘어나자 일본 기업들의 매출뿐만 아니라 이익도 늘어났다. 일본 미디어들은일본 제조업의 부활이라며 일본 기업을 극찬했다. 엔저효과로 생긴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인식은 빈약했다.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상황은 다시 역전됐다. 엔저시대는 종료됐다. 매출은 물론 이익도 급감했다. 도요타, 히타치, 도시바 등 명문 기업들도 사상 최대의 적자를 냈다. 일본 제조업의 진정한 위기가 도래한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8년 정도가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비용절감,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처가 지금의 기업 상황의 명암을 가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에 소홀했던 샤프, 도시바 등은 지금도 곤경이 지속되고 있다. 반면 비용절감과 사업구조 전환에 열심이었던 도요타, 히타치 등은 위기가 지나간 지금 승승장구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도산 직전까지 내몰렸던 기업이 철저한 비용절감 대책으로 회생한 기업도 있다. 바로 JAL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경영위기에 직면했던 세 기업, 도요타자동차(이하 도요타), 일본전산, JAL이 어떤 비용절감 대책으로 지금 승승장구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2. 도요타: 비용절감으로 위기 탈출

 

엔저효과로 낭비체질이 만연

도요타는 비용절감을 논할 때 나오는 대표적인 일본 기업이다. 도요타는 매년 약 3000억 엔의 비용절감 효과를 실현해 왔다고 한다. 이렇게 철저하게 낭비를 제거하는 생산방식을 구현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엔저 효과로 매출과 이익이 늘기 시작하자 도요타에도 어느새 낭비가 스며들었다. 도요타는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전인 2008 3월 과거 최고인 22703억 엔의 이익을 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도래로 국면이 전환돼 엔고가 되자 2009 3월에는 4610억 엔의 적자를 냈다. 북미와 유럽 시장의 침체 때문이었다.

 

2010 3월에는 전년보다 더 많은 8500억 엔의 적자로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표면적인 이유는 불황의 영향이라 했지만 실제로는 그동안의 규모 확대로 낭비 체질이 만연된 것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도요타는 1990년 해외 거점이 14개국 20개에 불과했으나 2008년에는 27개국 53거점으로 늘었다. 2004년경부터 판매대수가 매년 40∼60만대씩 늘어났기 때문이다. 미국은 판매대수의 30%, 이익의 70%를 차지했다.

 

이와 같은 급속한 확대 노선이 낭비체제를 불러왔고, 이로 인해 이익이 마이너스로 전락한 것이다. 말하자면 규모 확대로 도요타생산방식의 원점을 상실해 버렸다고 할 수 있다. 낭비가 만연되고 있음에도세계 제일의 자동차 메이커라는 최면에 걸려 아무도 경종을 울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도요타 아키오(豊田章男) 사장의 취임을 전후해 도요타는 대대적인 비용절감 대책에 나섰다.

 

매출과 이익 증대를 동시에 달성하는 체질 만들기

도요타는 비용절감 경영체질로 되돌아가기 위해 사장을 리더로 하는긴급수익개선위원회를 설치했다. 성역 없는 비용 절감 추진이 위원회의 목표였다. 주요 내용은 고정비 10% 축소와 원가절감의 가속화였다. 그런데 도요타는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생산 규모를 줄이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대신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생산 확대와 비용절감으로 인한 이익 증대를 동시에 추구하기로 했다. 700만 대에서도 이익을 낼 수 있는 체질을 만들어 비용절감과 이익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겠다는 계획이었다.

 

자동차 메이커의 손익분기점은 일반적으로 공장 가동률 70%라 한다. 그런데 도요타는 그동안 확대 노선을 취해오다 보니 가동률이 80%로 상승한 상태였다. 설비비, 인건비 등 고정비도 증가했다. 사업규모 확대에 따른우선 생산체질을 강화한 결과 고정비와 변동비가 늘어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조 엔 이상의 이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당시의 엔저효과 때문이었다. 엔저 때문에 표면적으로 수익을 낼 수는 있었지만 내적으로는 손익분기점이 상승하고 있었다. 다만 겉으로 드러나는 이익 규모 때문에 이런 체질이 은폐되고 있었던 것이다. 도요타는 구조개혁의 첫걸음을 철저한 비용 절감에 두고 고정비 10%를 줄이기 위해 뛰기 시작했다.

 

2010 3 4600억 엔의 삭감 목표를 세웠다. 고정비의 축소라면 인력 구조조정을 생각하기 쉽지만 도요타는 인력조정이나 공장 폐쇄는 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까지 지켜온 장기고용 원칙을 이어가기 위해서였다. 일부 비정규직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등의 인력조정이나 미국 공장의 워크셰어링은 있었지만 인력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그 대신 노무비, 일반경비, 판매비, 선전광고비 등을 대대적으로 압축했다.

 

노무비의 경우 과장 이상의 관리직 보너스를 60% 삭감했고, 임원 상여는 제로로 했다. 출장비는 부장급이라도 신칸센 특실이나 비행기 비즈니스석 사용을 금지했다. 본사의 부장급 200명은서밋이라고 불리는 회의를 소집하고 일반경비의 삭감에 대해 사원들의 이해를 호소했다. 그 결과 각종 비용이 1년 만인 2010년 전년 대비 8%p 줄었다. 환경, 에너지, 안전 기술 등에 관한 첨단기술 관련 투자는 지속했지만 연구개발비도 전체적으로 10%p 삭감했다.

 

 

 

 

 

협력회사와 23각으로 비용절감을 추진

사실 도요타 비용절감의 중점은 고정비 삭감보다는 원가절감 노력이었다. 매년 3000억 엔 정도의 원가절감 효과를 냈던 도요타가 2009 3월 결산할 때 보니 2008년에는 원가절감이 거의 없었다. 철강이나 희소금속 가격 상승으로 원가절감 효과가 날아가 버린 것이다. 하지만 도요타는 원재료 가격이 상승한 2008년 이미긴급 VA(Value Analysis)’ 활동을 추진해 연간 1만 건이 넘는 개선 제안을 모았다. 이 덕분에 2010년 평상시의 원가절감 수준으로 되돌릴 수 있었다. 2010년의 원가절감 효과는 3400억 엔이었다.

 

중국, 인도 등과의 경쟁에 대비한 소형차 경쟁력 강화를 위해 원가절감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30% 정도의 원가절감을 추진하기 위해컴팩트구조개혁위원회를 설치했다. 이 위원회에서는 제일 먼저 차종을 넘어선 부품과 재료의 공통화를 추진했다. 에어컨의 컴프레서나 스핀미터, 시트재료 등을 공통화, 경량화해 원가절감을 추진했다. 하이브리드 차의 경우 경쟁이 치열해 질 것에 대비해 50%의 원가절감을 추진했다. 전지나 파워 컨트롤 유닛으로 구성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사이즈나 원가도 50%나 낮췄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계열 협력회사와의 공동 노력이다. 도요타는 217곳이 속한 협풍회 등 수많은 협력회사가 있다. 도요타와 협력회사는 23각이 돼 원가절감 활동을 추진했다. 협력회사의 원가절감을 위해 도요타 본사의 조달 부문과 제조 부문이 함께제조개선추전팀을 결성한 것이다. 부품메이커의 생산현장에 들어가 작업표준, 생산준비단계 조정, 가공시간 등에 대해 도요타생산방식을 협력회사에 적극 도입했다. 협력회사에 대한 인력이나 자금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협력회사는후지산이 아름다운 것은 산기슭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도요타의 산기슭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라며 도요타의 단결력을 과시했다. 도요타가하청회사파트너로 부르기로 하자 협력회사는 계속해서 도요타의 하청회사로 불러달라고 할 정도였다. 사원들이 도요타의 하청회사라는 것에 자부심을 갖는다는 것이다. 철강재의 경우도 철강메이커와 공동으로 강재의 규격 삭감, 구매조건의 평준화 등을 추진해 3년간 5%의 비용절감을 추진했다. 이렇게 도요타는 그룹 총력체제로 비용절감 정책을 추진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도요타는 본래의 모습인 비용절감 체제 구축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런 비용절감 노력이 결실을 맺어 2011년도에는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다. 도요타의 영업이익은 2013 1조 엔, 2015년도는 2조 엔을 넘어섰다.

 

3. 일본전산: 비용절감 전략으로 규모 확대

 

일본전산은 일본 기업의 비용절감을 논할 때 나오는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전산은 교토에서 1973년에 창업한 기업으로, 소형 정밀모터를 제조하는 전자부품회사다. 이 회사의 2015년 매출은 11783억 엔에 달한다. 단기간에 기업규모를 이처럼 늘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적자기업을 인수합병(M&A)한 후 파격적인 비용절감 대책을 구사해 기업을 재생시키는 나가모리 회장의 경영수완이 있었다. “비용절감 활동은 이익을 낳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며 회사를 고수익 체질로 전환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라는 것이 나가모리 회장의 평소 지론이었다.

 

일본전산의 M&A 방식은 미국형 투자펀드 방식과는 다르다. M&A의 대상 기업의 사업이 일본전산의 사업과 관련성이 깊은 기업, 경영자의 긴장감이나 규율 저하로 업적이 좋지 않은 기업을 M&A 대상으로 한다. 예를 들어 2011년 자사 산하에 들어온 산요정밀은 스마트폰용 진동 모터 시장점유율 30%를 점하는 기술적으로 우수한 기업이었다. 그러나 3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었으며, M&A 직전인 2011 2분기에도 6억 엔의 적자를 내고 있었다. 나가모리 회장은 산요정밀을 인수한 후 비용절감 대책을 철저하게 추진해 그 다음 분기인 2011 3분기에 25000만 엔 흑자로 전환시켰다.

 

매출이 감소해도 이익을 내는 체질로 개선

비용절감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일본전산도 2008, 2009년도에는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그러나 이때를 기회로 대대적인 수익구조 개혁에 착수했다. 나가모리 사장은 이때를갑자기 쓰나미가 덮친 상황과 같다고 비유했다. 당시 일본전산은 매출 급감은 물론 매월 100억 엔의 영업적자를 냈다. 이대로 가면 36년간 키워 온 회사가 망할 것이라는 공포심이 자신을 덮쳤다고 했다.

 

회사가 망하면 사원들이 길가에서 미아가 될 것이라는 책임감 때문에 ‘DPR(Double Profit Ratio)’라는 독자적인 긴급대책을 생각해냈다. 이는 생산성을 2배로 해 손익분기점을 대폭 낮춘다는 계획이었다. 손익분기점이 대폭 낮아지면 매출이 반감해도 흑자를 낼 수 있는 체질이 된다는 것이다. DPR는 매출이 피크 때의 75%이면 영업이익률 10% 내기, 매출이 100% 회복하면 영업이익률 20% 내기 등을 체질화하기 위해서 지금보다 2배 더 원가절감을 한다는 긴급대책이었다.

 

 

인원정리가 불가피하다는 내부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도요타와 마찬가지로 하지 않았다. 일본전산 역시 창업 이래 인원정리를 한 적이 없었다. DPR는 인원정리를 하지 않는 것이 목적이었다. 대신 위기를 노사가 공유하기 위해 임금삭감을 공식 발표했다. 일반사원 최대 5%(관리직 최대 10%, 임원 50%)의 임금삭감을 발표하고, 업적이 회복되면 이를 상여로 보상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그 대신 “1엔이라도 효과가 나오는 수익개선책이나 비용절감 방법을 제안하라고 했다.

 

그러자 5만 건 이상의 업무개선 제안이 들어왔다. 이를 일일이 조사해 실효성이 인정되는 제안은 바로 실행에 옮겼다. 부품 중 하나인 DC모터 금형을 100% 내제화했고, 설계에 있어서 표준화를 추진해 전체 설계의 약 70%를 표준화했다. 태국 공장에서는 제조공정을 집약해 전기요금이 비싼 저녁 조업을 중단했다. 2009 3월 결산에서는 매출액이 피크 때의 75%밖에 회복되지 않았으나 영업이익은 역대 최고치인 793억 엔을 기록했다. 2009 12월 상여를 지급할 때는 임금삭감분에 은행이자의 2배를 얹어 보상했다. 회사 사정은 좋지 않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긴급대책은 사원들로 하여금 회사에 대한 강한 애착을 갖게 했다. 이는 사업구조 전환과 수익구조개선에도 도움을 줬다.

 

일본전산은 약 230곳의 자회사를 가진 중소기업연합체와 같은 그룹기업이다. 나가모리 회장은 지금까지 자회사의 독립경영을 존중해주는연방경영을 실천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룹 전체의 최적화를 추구하기 위해그룹일체경영체제로 방향을 전환했다고 한다. 그룹사 간의 중복 부분을 해소해 가능한 낭비를 배제하고 전체 수익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다. 위기 때는 인력재배치도 용이하기 때문이라 한다. 이제 일본전산은 창업 40년을 넘어서면서 매출 10조 엔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나가모리 회장은비용절감에는 끝이 없다. 비용절감은 가치창조의 첫걸음이다라고 늘 강조한다.

 

4. JAL: 비용절감으로 2년 만에 재상장에 성공

 

JAL 2010 1월 회사재생법 적용을 신청해 사실상 도산했다. 주식시장에서 상장도 폐지됐다. 기업재생지원기구로부터 3500억 엔의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금융기관이 5215억 엔의 채권을 포기해 본격적인 기업재생이 시작됐다. 기업재생의 선장은아메바 경영으로 유명한, 당시 80세였던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이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하토야마 당시 수상의 요청으로 일본 경제와 JAL 종업원을 위해 무보수로 JAL 재생을 진두지휘했다.

 

이나모리 회장이 지휘권을 잡은 지 2년 만인 2012, JAL은 최고의 영업이익 2049억 엔을 내고 재상장에도 성공했다. 2년 만에 V자 회복을 한 것이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 이나모리 회장이 JAL 재생을 위해 구사한 경영기법은 평소 그의 경영철학인교세라 필로소피아메바 경영’ 2가지를 JAL에 적용해 성공했다. 단세포 생물체를 의미하는 아메바 경영은 조직을 아주 작은 단위로 나누고 그 단위의 수치를 계산해 흑자와 적자를 구별하는 경영기법이다.

 

먼저 모든 임직원이 경영자의식을 가지고 개혁을 추진하도록 하기 위해 ‘JAL 필로소피를 만들어

6개월 동안 직원에게 경영철학을 설파했다. 또 비용절감으로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제조업 베이스의 아메바경영을 서비스업인 JAL에 적용했다. 결국 JAL은 모든 임직원이 위기의식을 가지고 비용절감을 철저하게 추진한 결과 2년 만에 최고의 이익을 낼 수 있었다. 이나모리 회장이 JAL에 아메바경영를 어떻게 도입해 성공했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자.

 

업적보고 회의로 간부들의 이익의식 고취

이나모리 회장은 우선 면담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철저하게 경청했다. 본사뿐만 아니라 100곳에 달하는 자회사 사장들의 목소리도 들었다. 이야기를 들은 결과 기업경영에 대한 기본적인 사고방식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먼저 경영판단을 할 수 있는 숫자가 금방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회사에는 월간 대차대조표조차 없었다. 이는 매출이나 이익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지는지가 불분명하다는 의미다.

 

JAL은 그동안 예산제도로 운영돼 왔다. 경영기획본부가 수입과 경비예산 전체를 취합해 집행하도록 했는데 이곳에 권력이 집중돼 있었다. 그러나 이익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고 있었다. 매출목표가 달성되지 않아도, 비용을 낭비해도 이를 체크하는 부서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이나모리 회장은 이런 예산제도를 개혁하고 비용절감을 추진하기 위해업적보고회라는 것을 설치했다. 본부장이 업적결과와 예상업적을 보고하는 전사 회의였다. 회의의 목적은 비용절감을 철저하게 추진하는 것과 수치에 대한 간부들의 의식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각 본부장에게 자신의 본부의 회계계정마다 연도계획과 실적과의 차이를 매월 상세하게 설명하도록 했다.

 

초기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자기 부문의 실적을 남의 일처럼 발표하는 본부장에 대해 이나모리는당신은 남의 일처럼 발표하는데 리더는 당신이야라고 하자, 그 본부장은내 책임이 아니다라고 반론했다. 그러자 이나모리는바로 당신이 그런 결과를 만들어낸 당사자야, 당신은 평론가가 아니야와 같은 격론이 상당 기간 지속됐다고 한다. 완벽주의를 지향하는 이나모리 회장으로서는 타협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JAL 경영간부들은 처음으로 경험하는 회의였고, 모욕을 당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회의 준비를 했다. 이후 수치에 대한 간부들의 의식은 상당히 고취돼 비용절감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요약 보고서만 보던 본부장들은 상세한 계정의 수치까지 철저하게 체크하게 됐다. 또 조직 위아래의 소통 증대가 비용절감에 큰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도 인식하게 됐다. 지금까지는어떻게 예산대로 실행할 것인가라는 인식에서어떻게 경비를 절감해 이익을 낼 것인가라는 의식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익 책임은 누가 지나?

다음은 아메바경영을 어떻게 조직에 침투시킬지가 중요했다. JAL과 같은 서비스업에 부문별채산제인 아메바경영을 어떻게 적용시킬지가 관건이었다. 즉 비용절감을 위한 조직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익 책임을 지는 부문을 명확하게 하고 전사원이 협력해 이익을 증대시켜나가는 것이 아메바경영의 본질이다. 부문별 채산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과제는이익 책임을 지는 조직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것과비행기 1편마다의 수입과 지출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라는 것이었다.

 

JAL의 조직은 이익 책임 소재가 불명확한 조직이었다. 처음에는 공항별로 새로운 조직을 만들 것을 생각했으나 JAL의 의견을 수렴해 노선별로 조직을 재편했다. 그러나 비행기 1편마다 원가를 계산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노선합계 원가가 2개월 후에나 나왔다. 1편당 원가는 파일럿 비용, CA(캐빈 어텐던트) 비용, 공항의 서비스비, 정비비용, 기재의 상각비, 연료비 등이 있다. 또 원가는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빠르게 원가분석을 할 필요가 있었다. 원가를 설정하는 방법은 각 본부가 고안하도록 했다. 그 대신 원칙을 정했다. 원가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원가 계산도 빨라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JAL에는 우수한 인재가 많았기 때문에 원가를 산출하는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다. 원가 결정방식이 정해지자 다음으로는 원가를 빠르게 산출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했다. 이런 부문별채산제를 자회사에도 도입했다. 이런 노력들이 결실을 거둬 JAL 2년 만에 사상 최고 이익을 냈고, 재상장에도 성공했다. 이나모리 회장이 JAL 재생에 착수했을 때, 미국의 항공 관련 컨설팅 회사들이 찾아왔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모두 물리치고 자신의 경영철학을 우직하게 설파했다. 그는 이익구조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부문별독립채산제인 아메바경영을 적용했을 뿐인데도 이처럼 획기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비용절감이란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5. 시사점

 

2008년에 도래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일본 기업들의 진정한 실력을 판가름할 수 있게 한 경영환경 변화였다. 모든 기업들이 동시에 경영위기에 처했지만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킨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극명하게 갈라놓았다. 위기 극복에 성공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비용절감에 성공해 이를 경쟁력 강화로 이어간 기업들이었다. 이들 기업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임직원 모두가 경영자 의식을 갖고 비용절감에 매진했다는 것이다. 위기를 모든 임직원이 공유하고 비용절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도요타와 일본전산의 경우는 비용절감 DNA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라 실천이 용이했을지도 모르지만 JAL은 그러한 기업이 전혀 아니었다. 이 때문에 이나모리 회장은 전 임직원에게 필로소피를 6개월에 걸쳐 설파하며 위기의식 공유에 전력을 다했다. 임직원에게 위기의식을 고취시켜 당사자 의식을 가지게 하는 것이야말로 경영자의 주요한 역할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둘째는 무엇을 위한 비용절감인가를 숙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종업원들의 안정적인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비용절감 대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요타나 일본전산은 고정비 삭감을 위해 인력조정이 절박했지만 결국은 일시적인 임금삭감만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비용절감에도좋은 절감나쁜 절감이 있다. 비용절감이 시급한 나머지 나쁜 대책을 쓰게 되면 종업원의 사기 저하는 물론 이후에 경쟁력 있는 제품을 창출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나모리 회장은 아무리 비용절감이 중요하더라도 고객에 대한 서비스의 질을 저하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지시켰다. 샤프의 사례에서 보듯이 최근 실적이 좋지 않은 일본 기업들 중에는 인재나 연구개발에 잘못된 비용절감 대책을 추진해 경기가 회복돼도 경쟁력 있는 제품을 출시하지 못해 위기가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셋째는 비용구조를 임직원이 알기 쉽게 가시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용과 이익구조가 명확해야 책임소재가 분명해져 비용을 절감하려는 아이디어도 솟아나온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나모리 회장이 아메바 경영을 적용한 것은 JAL 회생의 성공비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비용 및 이익 구조와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가시화하는 것은 비용절감 대책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는 본사나 일부 부서만이 아니라 자회사, 나아가서는 협력회사까지도 포함해 비용절감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도요타의 경우처럼 본사의 관련 팀이 직접 나서서 비용절감 대책을 23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본사의 비용절감 운동이 한낮 구매가격 낮추기로 비춰질 가능성도 있다.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비용절감 대책을 함께 추진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향후 한국의 경영환경도 일본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을 때와 같은 정도의 쇼크로 다가올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 우리 기업들에게는 비용절감 대책에 성공한 일본 기업들의 성공요인에서 시사점을 찾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생각해볼 문제

1 임직원 모두가 경영자 의식을 갖고 비용절감에 매진하고 있는가?

2 비용절감의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한가?

3 비용절감에 대해 조직원들의 동의를 얻었는가?

4 전 계열사 및 협력회사와 비용절감을 위한 공동 노력을 펼치고 있는가?

 

 

이우광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연구위원 wklee@kjc.or.kr

 

필자는 중앙대 통계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 경제학연구과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89년 삼성경제연구소에 입사해 주로 일본 경제와 산업·기업 등을 연구했고 일본연구팀장, 해외연구실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일본재발견> <일본시장 진출의 성공비결, 비즈니스 신뢰> <도요타 : 존경받는 국민기업이 되는 길> 등이 있다.

 

  • 이우광 | -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연구위원
    - <일본재발견>, <일본시장 진출의 성공비결,비즈니스 신뢰>, <도요타 : 존경받는 국민기업이 되는 길> 저자
    wklee@kj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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