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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루이민 하이얼 CEO의 도전과 평가

“사람은 수단이 아닌 목적… 소그룹 통해 잠재력 극대화할것”

닐리마 마하잔(Neelima Mahajan) | 201호 (2016년 5월 lssue 2)

 

Article at a Glance

 

 하이얼은 회사 전체를 수천 개의자주경영체단위로 쪼개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이 작업은 CEO 장루이민의 뜻에 따른 것이다. 그는 하이얼을 일종의 플랫폼 회사로 바꾸고 그 위에서 수천 개의 자주경영체들이 자유롭게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또 그는 인터넷의 보급과 경영 환경의 변화 때문에 이런 변화가 불가피한 것이라 말하며, 창업공신이라도구식사고방식에 젖어 있다면 회사를 나가야 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하지만 미국 메릴랜드대 아닐 K. 굽타 교수는 장루이민CEO가 지나치게 모험적인 수를 던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내지 않는 이상 하이얼의 성장세는 정체될 것이며 플랫폼 전략을 도입하는 것은 오히려 규모의 경제를 손상시키는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한다.

 

 

 

편집자주

하이얼은 수년째 글로벌 가전업계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성장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이렇게 대비되는 전망을 보여준 기사 두 개가 중국 장강경영대학원이 발행하는 2015 10월 호에 실렸습니다. CEO 장루이민의 인터뷰와 미국 메릴랜드대 스미스경영대학원의 아닐 K. 굽타 교수가 쓴 분석 기사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평가를 위해 두 기사를 나란히 번역합니다.

 

중국 비즈니스 경영자들에게는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 1985칭다오 냉장고 공장이라는 회사의 젊은 지배인이었던 장루이민은 적자를 내고 있는 회사에 변화를 줘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결함제품 76개를 직원들이 직접 망치로 부수도록 하며 앞으로는 낮은 품질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줬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을 보여준 것이었다. 이 사건은 칭다오 냉장고 공장(현 하이얼)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당시 사용된 망치는 현재 회사 안에 있는 박물관에 보존돼 있다. 그로부터 30년 후 하이얼은 세계 최대 규모의 백색가전 제조사가 됐고, 최첨단 혁신 제품을 자랑하고 있다.

 

이런 성과는 CEO 장루이민의 지도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는 새로운 경영방식을 통해 강력한 브랜딩을 구축하고, 유기적 성장과 인수합병을 통한 성장을 함께 도모했으며, 하이얼을 세계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또한고객과 더 가까이하는 경영모델을 발전시켰다. 특히 이런 개혁이 경쟁이나 기술 등 외부적 문제가 발생하기 전, 스스로 시도한 변화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 장루이민은 회사에 또 다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회사를 세분화하고 경직된 조직구조와 불필요한 업무 프로세스를 없애버리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사실상 기업은 일종의 투자플랫폼이 되고, 각 부서는경영자주체(마이크로기업, micro-enterprises)’라 불리는 개별 팀으로 나뉘게 된다. 기업과 각 부서가 투자자와 투자를 받으려는 기업처럼 상호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실리콘밸리 기업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변화를 통해 회사는 계층구조를 수평화하고, 엄격한 성과 중심의 문화를 도입하며, 고객 중심의 혁신에 초점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 기업 생태계는 개인과 업무 프로세스, 기업문화, 내부 경쟁 등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이얼의 스토리는 세계적인 경영대학원들의 사례연구로 사용되고 있으며 몇몇 책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스스로에게 도전하고 스스로를 극복하라는 장루이민의 경영철학은 현재 비즈니스와 혁신에 관한 다소 과격한 아이디어로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의 경영철학을 이해하고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이얼이 규모가 작고 해외 인지도가 낮았던 시기에도 GE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을 벤치마킹하며 성과와 약점을 분석했습니다. 또한 항상 선진국에 먼저 진출한 후 개도국으로의 진출을 시도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제가 부임했을 당시 하이얼은 세계적인 기업들과 비교해서 아주 뒤처진 회사였습니다. 그들과의 차이를 좁히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들과 동일선상에서 경쟁을 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의 부족한 점이 나타나지요. GE를 예로 봅시다. GE와 경쟁하고 협력하면서 하이얼은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우리는 GE 6시그마경영을 도입했고 그 외에도 수많은 배울 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는 하이얼에게 경쟁이라기보다는 배울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여러 경영학자들 말에 의하면 하이얼만큼 변화에 적극적인 기업은 없으며, 항상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변화를 꾀한다고 합니다. 30년 넘게 회사를 운영해온 사람으로서, 어떻게 기존의 경영모델이 곧 뒤처질 것을 예측할 수 있었습니까?

몇 년 전부터 위협을 느껴왔지만 가장 큰 원인은 기업과 소비자 간의 경계선이 모호해진 것이었습니다. 특히 전자상거래는 큰 충격이었죠.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더 넓은 고객층에게 더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인터넷이 기업과 소비자 사이의 경계를 지워버린 것입니다. 따라서 변화는 우리에게 필수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떠오른 것이 고객 주문을 직원들과 직접 연결시키는 모델이었습니다. 개별 고객의 요구에 맞추려면 고객과 직원이 직접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죠.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 구조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야 합니다. 회사가 커질수록 구조조정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이는 하이얼에게 좋은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계층구조를 수평화하고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데 박차를 가했습니다.

 

오래된 역사를 가진 대기업들은 경직된 구조 때문에 변화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벌써 하이얼을 몇 번씩이나 변화시켰고 이번에 또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회사 전체에 완전히 새로운 업무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습니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진통과 반대의견에는 어떻게 대응하십니까?

이 문제는 아주 중요합니다. 변화는 어쩔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줍니다. 현재 고위직에 있는 임원들은 변화 후 직위가 낮아질 수도 있습니다. 회사 설립 초기 때부터 함께해온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은 소위 말해구식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낙오될지도 모릅니다. 하이얼이 가고자 하는 길은 사람들의 가치관을 먼저 바꾸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변화에 동의할까요?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으면 우리는 결국 교착상태에 빠지고 맙니다. 따라서 가치관을 먼저 바꾸고, 조직구조를 바꿔야 합니다.기업은 정교한 기계와 같습니다. 정보화 시대에서 아주 위험한 것이죠. 이 사회에서 기업은작은 조직들의 모임형태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며, 이런 사실을 사람들에게 설득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이얼의 성장과정에 따라 당신의 리더십 능력은 어떻게 변해왔습니까? 처음 부임했을 당시 부도 직전이었던 회사에서 필요한 능력과 지금처럼 세계적으로 성공한 회사에서 다음 단계로의 발전을 준비하는 시기에 필요한 능력이 다를 거라고 예상됩니다.

회사 초기부터 지켜온 법칙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스스로에게 도전하는 것입니다. 회사를 성공시킨 모델만을 계속 고집하는 다른 기업들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죠. 시간은 언제나 우리보다 앞서 변화를 가져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에 따른 실제 변화가 일어나기 전, 지금이 변화할 타이밍이라는 것을 먼저 깨닫고 움직인다면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되겠죠. 리더십 스타일이나 기업문화를 얘기할 때 이 법칙은 아주 중요한 가이드라인입니다. 덧붙여 하이얼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1980∼1990년대에 우리는 회사의 소규모 팀들에 자율권을 주고 스스로 에너지를 발산하도록 했습니다. 지금과는 달리 당시 직원들은 비교적 개인적이었습니다. 결과물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직원은 한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도 하이얼은 직원들의 잠재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자 합니다. 독일 철학자 칸트가 말했듯이 사람은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는 개인이 기업에 종속돼 있었다면 현대의 기업 문화는 개인을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큰 차이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 자원을 흡수하려는 노력 또한 하고 있습니다.

 

 

 

 

 

그런 계층구조에 대한 관점은 전통적인 중국 기업들과도, 서양 기업들과도 매우 달라 보입니다. 왜 조직에서 중간관리층을 없애려고 하시는 건가요?

하이얼은 점점 진화해왔습니다. 과거의 기업문화는 다른 기업들과 비슷했고, 업무 수행 방식은 심지어 더 엄격했습니다. 그 당시 중간관리층은 새로운 정책이 제정됐을 때 실제로 실행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하이얼에서는 모든 것이 완벽한 상태로 운영돼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자 모든 것을 완벽하게 실행하는 것이 오히려 하이얼의 경쟁력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매년 봄과 가을에 새로운 계획을 수립합니다. 그중 성공한 제품은 많지 않았는데 문제는 인터넷이었습니다. 온라인 고객들은 제품을 비교하고, 후기를 공유하며 소통하고 싶어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예전처럼 모든 것을 완벽하게 적용하고 실행하는 것이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고객들과 소통하며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러한 대규모 변화는 직원들의 불평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업무 프로세스, 보고 체계, 성과평가, 내부 경쟁과 같이 그들이 익숙했던 문화가 하루 아침에 뒤바뀌고 심리적인 안정감도 사라지게 되죠. 어느 정도 수준으로 만연한 안정감을 없애고,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이 과정에서 직원들이 조직의 중요한 요소인 직원몰입도를 잃지 않도록 CEO로서 관여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하이얼이 지금까지 많은 변화를 해왔지만 이번 시도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이전에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일본이나 미국 기업 등 이미 그 변화를 경험했던 세계적 기업들에게서 가르침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하려는 시도는 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한 변화입니다. 참고할 만한 다른 기업이 없기 때문에 하이얼은 처음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직원들에게는 아주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과거에 그들은 그저 시키는 일만 하면 됐지만 이제부터는 본인들의 비즈니스를 운영해야 합니다. 완전히 다른 방식이기 때문에 분명 불편함을 느낄 것입니다. 하지만 하이얼은 한 번에 완전히 바뀌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서서히 변화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직원들의 동기부여는 어떻게 하실 예정입니까? 이전에는 성과가 높으면 보너스를 제공하거나 높은 봉급을 받았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방식으로 성과를 측정하실 건가요?

과거 하이얼은 직원 평가에 있어 엄격한 지침서가 있었으며 그에 따라 직원들의 보너스를 제공했습니다. 매우 복잡했죠. 지금은 고객들이 우리 사업의 핵심입니다. 고객을 유치하는 직원은 결과물에 따라 그 보상을 받는 것이지, 회사가 따로 봉급을 정하지 않습니다. 직원들은 일을 시작하기 전에 본인이 어느 정도의 봉급을 받을 수 있는지 알게 됩니다. 초반에 이런 정책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직원들도 있었지만 현재는 다들 적응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큰 변화과정을 겪다보면 실패를 겪을 수도 있습니다. 자원을 많이 투자했지만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처럼 말입니다. 실패를 보는 하이얼의 시각은 어떻습니까?

아주 중요한 질문입니다. 만약 조직에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실패했다고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실상은 그 조직 전체가 무너진 것인데 말입니다. 반대로 변화를 준다면 실패는 필연적입니다. 기업문화가 거기에 얼마나 관대하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겠지만요. 하지만 저는 실패할 확률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를 생각합니다. ‘경영자주체는 산업을 리드할 수 있어야 하고 또 그런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만약 그 마이크로 기업들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언제든지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하이얼은 현재 그들의 실패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쉬워 보이지만 실제 관리는 무척 어렵습니다.

 

문화와 지역이 다른 글로벌 시장에 진출함에 따라 하이얼이 발전시켜야 할 기업문화는 무엇입니까?

첫째로, 하이얼이 일본이나 동남아시아 기업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각국 지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모두 현지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둘째로, 모든 글로벌 지사들의 현지 직원들은 현지 고객을 위해 가치를 창출합니다. 우리의 시장분석결과에도 나타나겠지만 우리의 근본적인 목표는 직원들이 최종 고객을 겨냥해 가치를 만들어내도록 하는 것입니다. 다른 대기업 해외지사 직원들이 그저 직급에 따라 월급 및 보조금을 받는 차원과 다릅니다. 이런 전략은 아직 진행과정 중에 있지만 직원의 대다수는 이에 적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직원이 있다면 그 직원은 다른 지원자로 교체될 수밖에 없겠지요.

 

이번 변화의 가장 큰 위험요소는 무엇입니까?

현재의 가장 큰 과제는 자율적인 조직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변화 직후 바로 성과를 내는 것은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초기부터 지금까지 회사의 가장 큰 걱정은 운영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바꾸는 데 어려움을 느낍니다. 더 깊이 들어가보면, 그 이유는 바로 그들의 이해관계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일을 끝내기만 하면 보상을 받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을 테니까요.

 

앞으로 하이얼에서 당신의 역할도 변할 거라 생각하십니까?

지금 저는 설계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하이얼을 새로운 조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구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전 하이얼이 한 대의 항공모함이었다면 지금 우리는 여러 척의 배로 이뤄진 함대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이얼이 지금까지 이룬 많은 것들은 당신의 선견지명과 비전 덕분이었습니다. 직원들에게 그런 비전과 선견지명을 심어주기 위해 하는 노력이 있습니까?

이건 굉장히 어려운데요, 이번 변화 같은 경우는 오래 전부터 말해왔던 것입니다. 고위급 임원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직원들은 이런 변화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럼 어떻게 이해시켜야 할까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직원들에게 충분히 아이디어를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 못한다면, 경영관리 차원에서는 그들을 해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전 부사장들의 절반 이상이 그 회사를 떠났습니다. 반대로, 혁신적이고 틀에 얽매이지 않는 생각을 가진 직원들은 매우 높이 평가되고 인정받고 있습니다.

 

닐리마 마하잔(Neelima Mahajan)CKGSB Executive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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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론: 하이얼(Haier)플랫폼전략에 대한 비판적 평가

 

 

 

 

파산 직전의 한 작은 냉장고 제조업체였던 하이얼을 지금과 같은 거대 가전제품 제조사로 일구어낸 CEO 장루이민의 업적은 널리 알려져 있으며 존경받을 만하다. 그는 품질, 물류, 고객 집중과 시장 중심의 혁신 등 모든 차원에서의 완전한 탈바꿈을 설계했다. 이를 토대로 하이얼은 다양한 가전제품을 제조하는 회사로 변화했고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지난 15년 동안 하이얼의 성장은 주춤하고 있다. 물론, 하이얼이 크게 성장해온 것은 맞다. 매출로만 따지면 현재 하이얼은 세계에서 가장 큰 가전제품 제조업체다. 그러나 이 성장의 기반은 중국의 부동산 붐과 이에 따른 가전제품의 수요 증가였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중국 외 다른 나라에 하이얼이 성공적으로 진출했는지는 의문이다. 20년이 지난 지금, 하이얼은 미국과 다른 선진시장에서는 틈새를 공략하는 기업으로 머물러 있다. 더욱 걱정인 점은 선진시장에 초점을 맞추느라 신흥시장 공략을 통한 진짜 기회마저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도와 라틴아메리카에서는 현재 LG전자와 삼성전자 제품들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다른 기업 제품들이 이 장벽을 뚫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재 중국의 부동산 붐은 끝이 났고 하이얼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회사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내지 않는 이상 하이얼의 성장세는 앞으로 수년간 정체될 것이다. 장루이민이 새로운 플랫폼 전략에 착수한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였다. 공식 웹사이트와 장루이민의 발표에 따르면 플랫폼 전략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a) 표준화된 제품에서 고객 맞춤형 제품으로 변화

(b) 6만여 명의 하이얼 직원들을 2000여 개의 자주경영체라 불리는 자체 운영조직으로 재구성

(c) 각 자주경영체를 고객 맞춤형 조직으로 구성

(d) 각 자주경영체에 R&D, 마케팅, 영업 및 재무에 관한 높은 자율성과 통제권을 제공함으로써 계층 구조를 수평화

(e) 각 자주경영체가 고객, 다른 자주경영체, 외부 관계자들과 연결될 수 있도록 인터넷을 플랫폼으로 활용

 

표준화된 제품에서 고객 맞춤형 제품으로의 변화는 시기적절해 보인다. 장루이민의 말대로, 인터넷 시대의 모든 회사는 제작자와 고객 간의 거리를 최소화해야 한다. 이는 델컴퓨터가 1984년부터, 시스코가 1990년대 후반부터, 그리고 BMW 10년 전부터 구사해온 전략이다. 하지만 이 회사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규모의 경제범위의 경제가 중요한 IT산업에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고도로 자동화된 거대 공장과 유연한 제조 시스템이 필요하다. 회사를 여러 개의 자체 운영조직으로 재구성하는 개념과는 정반대라고 볼 수 있다.

 

여러 개의 독립적인 자주경영체 조직이 플랫폼 전략의 핵심인 만큼 이 접근을 위해서는 굉장히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이에 대해 네 가지 주요 의문점을 제시한다.

 

의문 1플랫폼이라는 개념이 적절한가?

‘플랫폼’이라는 개념은 약 15년 전에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구글, 애플과 같은 테크놀로지 회사들과 함께 대두됐다. 기차역의 플랫폼처럼 테크놀로지 플랫폼 또한 외부 회사들의 탑승 및 하차를 가능하게 한다. 애플 아이폰의 운영 시스템을 생각해보자. 1만 개가 넘는 애플리케이션들이 iOS를 플랫폼으로 사용하고 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또한 같은 원리다. 에어비앤비와 우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하이얼을 플랫폼 회사라고 부르기에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인터넷 그 자체는 공기, 전기와 마찬가지로 언제 어디에나 흔히 접할 수 있기 때문에 플랫폼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의문 2자주경영체가 하이얼 같은 회사에 적합한 접근방식인가?

답은 당연히 “NO”. 하이얼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6만여 명의 직원들은 현재 2000여 개의 자체운영조직인 자주경영체로 재구성됐다. 한 자주경영체당 평균 30명이 소속된다고 볼 수 있다(아무도 관둔 사람이 없다고 가정할 경우). 그러나 가전제품 제조사의 R&D, 제조, 공급체계가 그렇게 작은 조직 단위로 분할되면서도 주요 경쟁우위를 유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이얼은 온라인 비디오게임이 아닌 물리적인 제품을 제공하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의문 3하이얼에 있어규모의 경제범위의 경제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비교우위 요소인가?

하이얼의 웹사이트에서는정보통신기술 시대에서 중요한 것은 규모나 범위가 아닌 플랫폼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제품제조사나 IT 서비스 제공회사 둘 다에게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우버, 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와 같은 IT 대기업들을 보면 IT 산업의승자독식개념이 아주 잘 나타난다. 최근 링크트인의 설립자는 자신의 논평에 IT 산업에서는 규모를 빠르게 키우는 회사가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의 8020 법칙은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활용하는 하향식) 활용과 (상향식 개혁이 요구되는) 탐색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둘 중 하나만을 강조하는 회사는 금방 무너지고 말 것이다.

 

의문 4자주경영체식 접근의 위험요소는 무엇인가?

자주경영체가 단순한 슬로건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회사 차원에서의 근본적인 재구성이 필요하다. R&D 기술, 거대 규모의 공장, 광대한 물류 네트워크, 훌륭한 AS는 오늘날의 하이얼이 있게 한 요소들이다. 하지만 평균 30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자주경영체로는 이와 같은 요소들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다. <포천>지가 발표한끊임없이 혁신적인 500대 기업중 한 기업의 CEO쇠사슬을 끊으면 자유의 몸이 될 것이다. 하지만 뿌리를 자르면 죽고 말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이얼이 지속적으로 혁신을 추구해야 하는 사실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쇠사슬뿌리를 구별해내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아닐 K. 굽타(Anil K. Gupta) 매릴랜드대 스미스경영대학원 교수

 

아닐 K. 굽타 교수는 메릴랜드대 스미스경영대학원에서 전략, 세계화, 기업가정신 분야의 Michael Dingman 의장직을 맡고 있으며, 세계경제포럼에서 신흥 다국적기업을 위한 글로벌어젠다위원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실크로드의 재발견(The Silk Road Rediscovered)> <중국과 인도 바로 알기(Getting China and India Right)> <글로벌 지배에 대한 탐구(The Quest for Global Dominance)>의 공동 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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