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공감! 6가지 생각도구로 불확실성 뚫어라

197호 (2016년 3월 l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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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김철수

Article at a Glance

 

현장 고객으로부터 얻은 통찰이 어느 임원의 말보다 강한 권위와 자신감을 줄 수 있다. 디즈니의 동물 테마파크 기획자는 경영진을 설득하기 위해 벵갈 호랑이 한 마리를 회의실 안에 들여오기도 했다. 공감디자인을 위해서는 확산과 수렴적 사고가 필요하며, 다음의 6가지 생각도구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1. 코드: 사용자 문화코드로 채널을 돌려라

2. 관찰: 익숙함 속에 가려진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라

3. 소통: 고객 자신도 모르는 본능과 감성에 교감하라

4. 통찰: 의미를 재해석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라

5. 발상: 호기심과 열정으로 창조적 엉뚱함을 구상하라

6. 콘셉트: 상품을 하나로 꿰뚫어 고객과 연결하라

 

1(3.3m2), 대한민국 직장인이 사용하는 사무공간의 넓이다. 잘 정돈된 책상, 안락한 의자, 그리고 지구 반대편의 숨겨진 정보도 순식간에 훑어내는 컴퓨터. 혁신의 방향과 크기, 속도를 가늠하기 어려운 불확실성 시대에도 이 1평의 작은 공간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는 사람들과 의사결정자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이자 마법의 공간과도 같다. 이곳에서 고객들이 사용할 상품의 전략을 수립하고 구체적인 마케팅 방안을 기획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매일 숫자로 확인한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이 1평은 현실 왜곡의 공간이기도 하다. 해당 상품을 사용할 진짜 고객이 아닌 기획자의 머릿속으로 만들어낸책상 고객을 매일 만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기획-생산-유통-판매에 이르는 상품 생산의 복잡한 여정, 그에 따르는 고객 정보의 계층구조(hierarchy) 때문에 조직의 상층부로 갈수록 점점 진짜 고객과 멀어지고 압축된 데이터, 즉 책상 고객과 가까워지게 된다.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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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기업은 책상 고객은 그만 만나고 시장의 진짜 고객과 소통하는 공감디자인으로 불확실성 시대를 돌파해야 한다. 혁신 실현의 핵심은사용자 공감강한 실행력이다. 특히 사용자 공감은 기획자나 의사결정자가 당연함 속에서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다. 이 글에서는 필자가 <인사이트, 통찰의 힘>에서 다룬 비즈니스 혁신에 있어서의 공감디자인의 필요성과 그것을 실현하는 6가지 생각의 툴킷을 소개한다.

 

15년 만에 고객을 처음 만나요.”

 

필자가 처음 사용자 중심의 혁신 업무를 맡은 후, 상품기획 부서의 담당자와 함께 고객의 가정을 방문한 적이 있다. 3시간에 걸친 인터뷰와 관찰을 마치고 집을 나설 때, 그 담당자가 했던 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15년간 서비스 기획을 해왔는데, 고객을 실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눠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고객이 했던 말과 행동들 하나하나가 새롭고 무척이나 흥분되네요.” 필자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혁신하기 위해 먼저 사람을 보자라는 말은 이제 너무나 식상하고 낡은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비즈니스 현실에서는 여전히 생각처럼 쉽지 않은 명제다. 이코노미 클래스를 한 번도 이용해보지 않고 늘 일등석만 이용하는 항공사의 경영자, 스탠더드 룸에서 묵어본 적이 없는 호텔의 사장이 이코노미 클래스나 스탠더드 룸 상품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른바, ‘일등석 딜레마는 수많은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직면한 현실이다. 의사결정자뿐만 아니라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사람들 역시 고객과의 충분한 소통과 공감의 과정 없이 자신의 경험이나 감, 수치화된 정보에만 의존해 상품을 만들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미국의 이노베이션 컨설팅 업체점프 CEO 데브 팻나이크는 저서 <와이어드>에서 디즈니 동물의 왕국(Disney’s Animal Kingdom) 사업을 진행했던 리드 디자이너 조 로드(Joe Rohde)의 일화를 소개했다. 디즈니 동물의 왕국은 1998년 플로리다에 문을 연 동물 테마파크다. 사업 추진 당시 로드는 투입비용 대비 수익성이 불투명하다는 많은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디즈니 동물원 사업 계획을 이사회에서 통과시켰다.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과연 사람들이 동물을 보는 것만으로 즐거워할 것인가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대해 부정적인 편견들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타당성 분석 보고서를 검토한 경영층의 회의적 질문이 계속 이어지자 그는 사업제안서 발표 도중 회의실 문을 열고 집채만큼 큰 벵갈호랑이 한 마리를 데리고 들어왔다. 난생 처음 울타리 없는 공간에서 호랑이와 마주친 사람들은 우왕좌왕 혼비백산했다. 큰소리로 으르렁 거리며 머리를 자신에게 비비는 호랑이를 바라보며 디즈니 CEO인 마이클 아이즈너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당신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알겠소.”

 

아이즈너는 책상에 앉아 수많은 분석보고서를 검토했지만 고객들이 진짜 맹수를 접하면서 느끼게 될 박진감 넘치는 경험에 대해서는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다. 이사회의 승인 후 동물의 왕국은 매년 수백만 명이 찾는 세계 최고의 놀이공원으로 발전했다. 조 로드가 이렇게 경영층을 설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프리카 오지를 탐험하며 현장에서 터득한 자신만의 경험적 직관이 있었다. 사람들이 야생의 동물과 교감하면서 느끼게 될 새로운 경험과 사업적 기회를 책상이 아니라 현장에서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을 압축된 숫자가 아니라 맹수를 직접 만나게 하는 체험의 압축 방식으로 청중을 공감시킨 것이다.

 

숫자로 압축된 고객과 시장의 정보는 완벽해 보일 때가 많지만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게 될 사용자와의 공감적 통찰을 통해서야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수치화된 시장 정보를 부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심층적이고 본질적인 고객의 욕구를 통찰하고 그것을 미래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공감디자인적 사고가 필요하다.

 

공감디자인의 의미와 3가지 영역

 

공감디자인은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디자인 싱킹의 큰 범주에 포함된다.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사용자 공감의 철학과 방법론을 활용해 기존과 다른 창의적이고 담대한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생각도구라고 정의할 수 있다. 공감디자인 역시 소통과 공감을 통해 사용자 통찰을 발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솔루션을 만들어내기 위해 기획자나 디자이너, 의사결정자들에게 필요한 사용자 중심의 마음가짐과 생각의 툴킷을 의미한다. 이러한 공감디자인은 3가지 영역으로 구분된다. (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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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사용자이해의 공감이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그것을 이용하게 될 고객의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고 고객에게 보다 유익하고 즐거운 사용경험을 제공하는 해결책을 찾는 과정을 말한다. 두 번째, 이해관계자 또는 내부 고객과의설득의 공감이다. 상품의 콘셉트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실제로 제품과 서비스로 시장에 출시되기까지는 수많은 사내·외 이해관계자와 소통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에서는 자칫하면 사용자가 원하는 상품이 아닌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더욱 공고히 유지하기 위한 콘셉트의 변형이 일어나기 쉽다. 사용자 공감은 내부 고객인 관계 부서나 의사결정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기획자나 디자이너에게 강력한 소통의 도구가 된다. 때로는 고객으로부터 얻은 통찰이 어느 임원의 말보다 강한 권위와 자신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알리고 전달하는 과정에서의 고객을 위한구매 공감이다. 이 과정에서는 어떤 상품(What)을 전달할 것인가 만큼 소비자 가치를 어떻게(How) 제대로 전달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오늘날은 특히, 사용자 맥락과 모바일 특수성으로 인해 소비자의 욕구가 변화무쌍하게 변하기 때문이다. 과거 연령이나 성별, 직업과 같은 타깃 세분화(segmentation)로는 소비자 욕구의 빠른 변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산업영역에 관계없이 공급자는 더 세밀하게 소비자의 행동패턴을 살피고 욕구를 간파하는 것이 절실해진 이유다. 이제는 과거와 같이 무겁고 신중한 혁신이 아니라 가볍고 기민한 혁신이 필요한 시대이며, 이러한 비즈니스 환경하에서 기획자는 고객에게 상품의 기획의도와 소비자 가치를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전달해야 한다. 이렇게 공감의 철학과 방법론은 상품을 만들어내는 인풋의 과정과 그것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아웃풋의 과정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다.

 

새로운 기회를 통찰하는 2개의 렌즈와 6가지 생각도구

 

필자는 인간 중심의 디자인적 사고와 관련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공감디자인을 2개의 렌즈와 6개의 생각도구로 담아냈다. 먼저 사고의 확산 단계는 오목렌즈의 특성과 비교할 수 있다. 오목렌즈는 빛(문제의 주제)을 받으면 여러 갈래로 퍼져나가는 속성이 있다. 해결해야 할 주제에 대한 1차적 정의를 한 후 사용자와의문화 코드를 맞추고, ‘관찰이나소통의 과정을 통해 최대한 많은 정보와 기획의 실마리를 얻는 확산의 단계다. 일반적인 솔루션적 사고는 문제의 원인을 파악한 후 곧바로 눈에 보이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애쓴다. 반면, 공감디자인적 사고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마음가짐에서부터 시작한다. 문제의 원인 규명과 사용자 이해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과정을확산적 사고라고 한다. 확산의 단계에서는 기존에 내가 가진 가설을 검증하기보다는 전혀 새로운 혁신의 단초까지도 받아들이려는 사용자 관점의 열린 마음과 열정이 필요하다. 렌즈의 조리개를 활짝 열어 놓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혁신의 증거가 눈 앞에 펼쳐져 있어도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겉으로 보여지는 현상 뒤에 숨어 있는 의미를 발견하려는 고단한 노력과 의도적 몰입이 필요하다. 혁신은 우연한 발견이나 효율의 영역이 아니라 열정의 결과물이다.

 

다음은 수렴적 사고의 단계다. 이는 빛을 한곳으로 집중시키는 돋보기의 원리인 볼록렌즈의 속성과 같다. 확산의 과정에서 얻은 수많은 정보를 기반으로 새로운 통찰과 혁신적인 해결책을 모색한다. , 정보를 분석하고 종합해 이른바사용자 통찰(user insight)’을 발견하고 문제를 재정의한 후 창의적 아이디어를발상하며, 성공 가능성 높은 상품콘셉트로 수렴해가는 과정을 말한다. 영국의 디자인카운슬(the Council of Industrial Design)에서 제안한 더블다이아몬드(Double Diamond) 방법론이 다소 디자인 프로세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공감렌즈는 전체 과정에서 공감의 철학과 마음가짐을 강조하고 있다.

 

확산과 수렴적 사고를 위해서는 다학제적 팀워크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서로 다른 배경의 구성원이 사람, 기술, 비즈니스 관점의 다양한 의견을 충돌시켜 보다 나은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창조적 돌출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창의적인 결과물이 만들어질 뿐만 아니라 사용자 통찰과 솔루션의 객관화가 가능해진다. 혼자 하는 혁신(革新)이 아니라 함께하는 협신(協新)은 세상의 성공한 혁신들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확산과 수렴의 모든 과정에서공감의 마음가짐과 열정은 그 중심의 프리즘 역할을 하게 된다. 이제 사용자 통찰을 발견하고 공감적 비즈니스 콘셉트를 개발하기 위한 6개의 창의적 생각도구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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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코드: 사용자 문화코드로 채널을 돌려라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이나 전혀 경험하지 못한 생소한 지역에서 기회를 찾을 때, 먼저 기획자 자신의 코드를 고객의 문화코드 속으로 완전히 빠져들어야 한다. 필자는 이러한 몰입의 과정을문화 채널의 리모콘 돌리기라고 부른다. 사용자와 공감하려는 노력 없이 자신에게 익숙한 환경과 사람들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면, 이것은 마치 서로 다른 주파수 채널에서 이야기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비즈니스 현실에서는 기획자와 사용자가 제대로 소통하고 공감하지 못해 서로 다른 문화코드를 가지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필자는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헬스케어 솔루션 도출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다. 이때 4명의 프로젝트 팀원들은 당뇨나 고혈압 환자들의 생활 패턴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고민 끝에 우리는 스스로 환자가 돼보기로 했다. 먼저 8평 남짓한 프로젝트 룸을 마치 병원처럼 꾸몄다. 문 앞에는 병원 로고를 붙이고 팀원들의 얼굴 사진에 의사 이름도 붙였다. 그리고 당뇨환자용 혈당 체크기, 혈압 측정계 같은 장비를 장만한 후 하루에 3∼4번씩 침을 맞고 혈당수치를 측정해 환자노트에 기록하기를 반복했다. 언제부턴가 팀의 다른 동료들이 찾아와저희도 혈당수치랑 혈압 좀 재주세요. 불법 아니죠?”라며 줄을 서곤 했다. 회사 근처에서 혈당수치가 적게 나오는 음식을 파는 식당을 일부러 찾아 다니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2개월 동안 진짜 환자처럼 살았던 탓에 프로젝트가 끝났을 무렵 몸무게가 5∼6㎏이나 빠졌을 정도였다.

 

감염을 피하기 위한 당뇨환자의 노력을 따라 하기 위해 필자는 흰색 마스크와 흰색 면장갑을 끼고 열흘 동안 출퇴근 지하철을 타거나 버스를 타고 외근을 다녔다. 당시는 4월 말이었다. 필자를 제외하면 지하철에서 마스크와 흰색 면장갑을 낀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어느 당뇨환자가 이야기했던경계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어떤 환자는 스스로 당뇨환자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몰래 화장실에서 주사를 맞는다고 했다. 우리가 만났던 또 다른 당뇨환자는 “10년 넘게 하루에도 3∼4번씩 침을 맞아왔는데, 아직까지 침만 보면 겁이 나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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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만 보면 겁이 난다’ ‘몰래 화장실에서 주사를 맞는다라는 환자의 말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은 무척 쉽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느낌이며 환자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온몸으로 체감하는 것은 기획자에게 전혀 다른 접근방식과 해결책을 찾도록 돕는다. 단순히 기능의 개선을 넘어 고객의 심리적 영역까지 고민하도록 사고와 솔루션의 범위를 확장시킨다.

 

유니버셜 디자인(Universal Design)의 선구자 패트리샤 무어(Patricia Moore) 1970년대 후반 20대의 나이에 노인들의 삶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직접 노인이 돼보기로 했다. 대충 노인처럼 행동한 것이 아니라 노인과 똑같은 얼굴을 만들기 위해 특수분장을 했다. 귀에 솜을 막고 안경을 뿌옇게 만들어 청력과 시력을 떨어뜨렸다. 다리에는 철제 보조기구를 달아서 일부러 불편하도록 만들었다. 3년 동안 노인의 모습으로 미국과 캐나다 116개 도시를 돌아다녔는데, 이런 의도적 노력을 통해 노인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 것인지 온몸으로 깨달았다고 한다. 오랜 연구 끝에 패트리샤는사람은 누구나 젊을 때 즐겼던 것을 나이가 들어서도 똑같이 즐기고 싶어 한다는 통찰을 얻었다. 그 후 연령, 성별, 인종에 관계없이 누구나 보편적으로 잘 사용할 수 있는 유니버셜 디자인의 선도적 제품들을 만들어냈다. 무어가 디자인한 옥소굿그립(OXO Good Grips) 가정/부엌용품들은 어린이와 노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그립감 좋은 제품으로 유명하다.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해 해당 국가를 방문할 때에도 최단 시간에 문화 채널을 현지의 것으로 돌려야 한다. 필자가 자주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는 해당 지역의 재래시장을 방문해 현지인들의 삶과 상거래 활동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다. 몇 년 전 온라인 쇼핑사업 진출의 방향성을 찾기 위해 터키를 방문했을 때에도 현대식 백화점이나 마트보다 이스탄불 구시가지의 카디코이 화요시장에서 오히려 더 많은 영감을 얻었다. 온라인 쇼핑의 힌트를 인터넷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찾는 이유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몸에 배어 있는 쇼핑 문화의 특성이 오히려 오프라인과 아날로그에서 훨씬 더 꾸밈없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사업 영역에 관계없이 우리가 사무실이 아닌 고객이 있는 현장으로 가야 하는 이유다.

 

상품을 기획할 때 자신이 직접 현지인이 돼보거나 최종 사용자가 돼보는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스스로 고객이 돼보면 겉으로 드러나는 고객의 표현에만 의존하는 실수를 줄이고 오히려 고객의 말과 행동을 균형감 있게 판단할 수 있는 눈과 귀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이 기획한 상품 아이디어에 대한 강한 자신감과 확신을 얻을 수 있어 비즈니스의 실행력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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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관찰: 익숙함 속에 가려진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라

“진정한 발견 행위는 새로운 땅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사물을 보는 것이다라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처럼 대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우리는 새로운 통찰과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수많은 비즈니스 기회가 평범한 일상의 뒷면에 숨어 있어서 기획자나 혁신가의 날카로운 눈과 열정으로 드러내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관찰이란 수많은 자극 속에서 의도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찾아내는 통찰의 발견행위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의도적관찰이다. 하루에도 수천, 수만 개의 자극을 지나치지만 우리의 머릿속에 남는 것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통찰의 발견 과정은 일상 속에서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사람들의 행동과 말, 상호작용, 사물이나 공간의 이용 등을 세밀하게 들여다 보면서 특별한 의미, 즉 인사이트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렇다고 과학적이고 계량화된 방법으로 관찰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관찰에서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익숙해진 불편함이다. 원래는 불편한 것이지만 습관화돼 이제는 익숙해진 생활 속의 불편함을 말한다. 새로 이사온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속도가 느려서 느끼는 답답함도 얼마 지나지 않아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익숙해진 불편함은 출퇴근 지하철이나 쇼파에 앉아 TV 리모콘을 조작할 때처럼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2015 2월에 출시한 삼성전자의액티브워시세탁기는 주부들의 세탁하는 모습을 세밀하게 관찰해 탄생했다고 한다. 많은 주부들이 세탁기를 돌리기 전에 화장실 세면대나 다용도실 바닥에 앉아 직접 손으로 애벌빨레를 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남편과 아이에게 보다 깨끗한 옷을 입히고 싶은 주부의 마음은 이렇게 말이 아닌 행동으로 표현이 된다. 주부들에게 세탁 시 불편함을 질문한다면세탁기 돌아가는 소음이 너무 심해요.” “전기세가 너무 많이 나와요같은 이야기를 듣기 쉽다. 세탁기에 대한 고정관념은 사람들에게 스스로 자주 하는 불편한 행동조차도 잊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고객의 불편함은 기획자나 디자이너가 날카로운 공감의 눈으로 발견해야 하는 영역이다. 액티브워시는 빌트인싱크를 세탁기 상단에 설치해 앉아서 애벌빨레를 해야 하는 불편함을 없앴는데 출시 20주 만에 국내에서만 10만 대가 판매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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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의 불편함이나 욕구를 발견하는 데 유용한 방법 중 하나는익스트림 사용자(extreme user)’의 행태를 유심히 관찰하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쉽게 표현하지 못하는 욕구를 자신만의 자구책(workaround)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너무 특이한 사례야, 일반인들은 안 그래…”라고 무시하기 쉽다. 기획자나 혁신가에게 중요한 것은 겉으로 드러난 행동이 아니라 그것의 원인을 알아채는 것이다. 특이한 행동으로부터 근본적인 원인을 간파하면 일반인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3. 소통: 고객 자신도 모르는 본능과 감성에 교감하라

일반적으로 소통이란 상호 간에 뜻이 잘 전달돼 서로 오해가 없도록 생각을 맞추는 과정이다. 기업과 고객의 관계에서는 기획자나 의사결정자가 공감의 철학과 방법을 통해고객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욕구를 찾아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고객과의 제대로 된 소통을 통해 의미 있는 비즈니스 통찰을 얻기 위해서는 고객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미충족의 잠재니즈(unmet needs)에 집중해야 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고객은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며 설령 알고 있더라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객은 자신이 생각하거나 말한 대로 반드시 행동하지도 않는다.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혁신적인 미래의 경험에 대해서는 새로운 기술의 학습비용으로 인해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헨리 포드가 1903년 자동차를 세상에 내놓기 전까지 사람들에게당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요?”라고 물었다면 빠르고 튼튼한 말이라고 했을 것이다. 자동차를 경험하고 나서야 자신이 원했던 것은 빠른 말이 아니라빠른 교통 수단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사용자와 진정으로 공감하고 소통하게 되면 밖으로 드러나 고객 스스로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표현니즈(explicit needs)가 아니라 마치 깊은 바다의 빙하처럼 사람들이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내면에 숨겨진 잠재니즈(implicit needs)를 발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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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람들의 충족되지 않은 잠재 니즈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논리와 이성보다 본능과 감성의 영역에 주목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획자나 의사결정자 자신에게 익숙한 환경이 아니라 고객에게 익숙한 방식과 환경 속으로 들어가 진정성 있게 소통하고 공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용자로부터 진짜 속마음을 이끌어내기 위한 인터뷰나 좌담회 진행 방법도 상대방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도록 돕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이것은 일반적인 비즈니스 미팅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소통의 기본 스킬이라 할 수 있다. 고객과의 소통과 공감을 통해 미충족 잠재 니즈를 발견하고 그것을 솔루션으로 제공하게 되면 고객은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를 경험하면서 자신의 욕구를 스스로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재구매로 이어지며 고객은 구전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전파하게 된다.

 

2008년 문을 연 오픈마켓 11번가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판매자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으며 빠르게 시장에 정착했다. 당시 HCI프로젝트 팀은 사업 기획자들과 함께 소비자와 판매자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하고 면밀히 관찰해 사용자 중심의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한 위조품 110% 보상제, 온라인 판매에 서툰 셀러들을 위한 사진촬영 강의나 포토스튜디오 제공과 같은 지원 정책들은 당시 큰 호응을 얻었다. 최근 필자는 11번가에서 판매자로 활동해본 경험이 있는 분의 이야기를 들었다. 11번가에는 당시 다른 쇼핑몰에서는 볼 수 없는 편리함이 곳곳에 숨어 있어 놀랐다고 한다. 예를 들어 판매자가 고객으로부터 주문을 받고 쉽게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업무 프로그램을 제공해줬다. 그것이 대부분의 판매자들에게 가려운 부분이었다고 한다. “마치 직접 판매를 해본 사람들이 만든 것 같다라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사용자를 중심에 두고 소통하고 공감하려는 구성원과 의사결정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사용자 중심의 사업 경험은 터키 오픈마켓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됐다. SK플래닛과 터키 도우시그룹의 합작으로 2013년 오픈한 누마라온비르(n11.com)는 서비스 개시 16개월 만에 월 거래액 기준으로 시장 1위를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4. 통찰: 의미를 재해석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라

사용자 통찰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의 잠재 니즈나 기존의 통상적인 고정관념을 뒤집는사용자 중심의 혁신적 관점을 의미한다. 이러한 통찰을 얻기 위해서는 공감적 확산(코드, 관찰, 소통)의 과정에서 쌓인 수많은 정보로부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용자 맥락을 분석하고 종합해야 한다. 분석과 종합의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현상(fact) 뒤에 숨어 있는 의미(insight)를 발견하는 것이다. 이것이 반드시 정량적 데이터에 기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공감디자인적 사고는 오히려 수치화된 데이터보다는 기획자의 직관과 공감적 통찰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다만 다른 동료나 프로젝트 팀원들과의 토론과 충돌을 통해 통찰의 공감적 정제와 객관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

 

디자인적 사고는 기존 통상적인 해결책이 아닌 의미 전환적 혁신(meaning change innovation)을 추구한다. , 새로운 관점으로 대상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담대한 발상의 전환을 통해 사용자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을 말한다. 기업의 혁신은 거의 대부분 점증적인 변화(incremental change)에 의한 것이며 기술 혁신을 통해 경쟁우위를 점유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늘 봐오던 것에서 남들이 보지 못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해 혁신을 리드하는 사례를 수없이 목격하고 있다. 예를 들면, 에어비앤비는 숙박의 관점을 새롭게 정의했다. 호텔 대신 일반인들의 숙소를 서로 연결해줌으로써 공유경제의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설립한 지 7년 만에 29조 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있는데, 이는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1위 힐튼호텔에 근접한 수치다. 감자칩은 짠맛이라는 오랜 고정관념을 뒤집어 단맛 열풍을 몰고 온 해태제과 허니버터칩은 출시 8개월 만에 400억 원의 매출을 창출했다. 이케아는 가구를 값비싼 내구재가 아니라 이사할 때 쉽게 버리고 다시 사는 소비재로 정의함으로써 핵심 타깃층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경기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이케아 광명점 오픈 첫해에 수도권 성인의 40%가 방문했다고 한다. 사용자에게 혁신의 주도권이 넘어온 최근의 비즈니스 현실에서는 생활밀착형의 친사용자 중심의 제품과 서비스들이 기존 시장의 기득권을 재편집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기업의 기획자나 디자이너, 의사결정자들은 학습돼 익숙해진 기존의 정의에 새로운 정의를 부여하는 의도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정 상품에 부여된 의미는 사용자가 아니라 공급자에 의해 학습된 정의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지금까지 제공해온 제품이나 서비스의 핵심 정의는 사용자 입장에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이것은 의미 전환적 혁신을 통해 얼마든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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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발상: 호기심과 열정으로 창조적 엉뚱함을 구상하라

사용자 통찰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결국 차별적이고 가치 있는 창의적 아이디어의 발상(ideation)으로 이어져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창의적이지 않기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없고, 특별한 사람들이 여유로움 속에서 문득 떠올리는 영감이 아이디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창의적 아이디어는 새로운 해결책을 발견하려는 열정과 몰입의 결과물이지 결코 순간의 번뜩이는 섬광처럼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 “어떠한 문제든 그것이 만들어진 프레임 안에서의 사고로는 적합한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고 한 앨버트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창의적 아이디어의 발상에서 중요한 것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전혀 엉뚱하고 무모한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기존의 고정관념과 기득권에 의해 외면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엉뚱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 통찰에 근거해야 하며 아이디어의 개발 과정에서 사내·외 이해관계자의 공감적 설득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좋은 아이디어를 구상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처음부터 좋은 아이디어는 없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업무환경에서는 남들 앞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평가받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가급적 현실성이 있고 칭찬받을 만한 아이디어를 내려는 경향이 크다. 그러나 아이디어 발상의 1차적인 목적은 완성도 높은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기발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의 영감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런 기발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여러 개의 아이디어가 합쳐지거나 덧붙여지면서 탄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처음에는 아이디어의 완성도보다 그것의 숫자를 늘리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완성도는 추후 평가와 수정, 보완의 과정에서 다뤄진다.

 

 

시카고 IIT 디자인 대학원 비제이 쿠마(Vijay Kumma) 교수는 <혁신 모델의 탄생>에서 팀 단위 아이디에이션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참여자들이이 세션에서 나쁜 아이디어는 없으니 떠오르는 모든 생각을 포착하고 무조건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조적 돌출현상은 호기심과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격식 없는 환경에서 자유롭게 발상하는 확산의 과정,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토론하면서 더 나은 아이디어로 발전시키는 협력적 수렴의 과정에서 탄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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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콘셉트: 상품을 하나로 꿰뚫어 고객과 연결하라

공감디자인의 마지막 과정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콘셉트를 개발하는 것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예쁘고 화려한 구슬도 낱개로 흩어져 있을 때보다 하나의 실로 꿰어 목걸이나 팔지로 만들었을 때 값어치가 올라가게 된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콘셉트도 마찬가지다. 콘셉트는 흩어져 있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와 기능을 하나의 명확한 이미지로 엮어내는 것이다. 콘셉트를 통해 소비자는 상품이 가지는 명확한 가치를 인식하고,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구매를 하게 된다. 이렇게 콘셉트는 전략, 마케팅, 세일즈, 고객 커뮤니케이션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상품의 꿰미 역할을 하며 판단의 구심점이 된다는 점에서 많은 고민과 토론의 과정을 필요로 한다.

 

콘셉트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단순성이다.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명확한 메시지를 담아야 사람들의 머릿속에 강하게 각인될 수 있는데 필자는 이것을한 줄 콘셉트의 공식으로 정리했다.

 

 한 줄 콘셉트 = 상품 주어(S)+가치형 동사(V)+이미지보어(C)

 

먼저 한 줄 콘셉트는 해당 상품의 이름을 주어(S)로 시작한다. 이는 기획자에게 상품에 대한 주체성을 높이게 하고 고객에게 콘셉트를 확실히 인식시키기 위한 것이다. 다음은 사용자 가치형 동사(V)이다. 기업이나 조직이 콘셉트를 통해 전달하려는 사용자 가치를 짧은 동사형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미지 보어(C)이다. 콘셉트를 통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최종 이미지를 한두 개의 단어로 표현하면 된다. 명확하고 구체적일수록 좋은데 20음절 내외로 하면 된다. 시럽테이블이라는 서비스를 예로 들어보자. ‘시럽테이블은 내 중심으로 찾아보는 맛집 정보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 일상에서 나의 취향과 현재의 내 상황을 중심으로 쉽게 맛집 정보를 찾도록 돕는 모바일 앱 서비스이다. ‘내 중심으로 찾아본다가 바로 이 앱에서 기대할 수 있는 사용자 가치다. 그리고맛집 정보는 이 앱의 정체성에 해당하는 상품의 이미지인 셈이다.

 

콘셉트는 그것의 구체적인 실행을 위한 사업적, 기술적 가능성까지 고려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아이디어와 구분된다. 실행력 있는 콘셉트를 만들기 위해 이해관계 조직과 함께 콘셉트 대한 평가와 수정, 보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명확한 사용자 가치, 기술 구현 가능성, 사업적 타당성을 콘셉트 평가의 요소로 활용하면 된다. 이러한 콘셉트의 구체화 과정에서도사용자 공감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까지 공감디자인의 필요성과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6가지 툴킷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했다. 공감디자인은 순차적인 프로세스를 따를 필요가 없다. 사용자 문화 코드로 전환하기, 관찰과 소통 등 확산의 과정에서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고, 콘셉트의 개발 과정에서도 고객과 소통할 수 있다. 결국 공감디자인은 프로세스라기보다는 혁신의 과정에서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생각의 툴킷인 셈이다. 혁신은 늘 미래를 향한다. 공감디자인은 미래의 사용자가 즐겁게 경험할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방법론과 툴킷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혁신의 중심에 먼저 사람을 두는 사용자 공감의 자세와 열정은 1평의 책상을 현실 왜곡의 공간이 아닌 고객과 소통하며 자신만의 통찰을 얻는 희망의 공간으로 바꿔줄 것이다. 다음 회에서는 공감디자인의 구체적인 방법과 사례를 주제별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김철수 SK플래닛 매니저 myconceptone@gmail.com

 

필자는 시카고 IIT 디자인대학원(IIT Institute of Design)에서 혁신디자인 방법론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SK텔레콤과 SK플래닛에서 인간 중심의 혁신 방법론(HCI)으로 서비스와 상품을 제안하는 컨설팅 업무를 수행했다. 저서로 <당신의 한 줄은 무엇입니까> <인사이트, 통찰의 힘>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33호 Creating Business Idea 2017년 9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