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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cking the Hidden Market

개와 대화, 수중 호텔, 공기 없는 타이어…고정관념 버리면 시장이 생긴다

김종현 | 197호 (2016년 3월 lssue 2)

Article at a Glance

 기업들은 대상 고객, 사용 상황, 제품 효용에 변화를 줌으로써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대상 고객의 혁신:기존 고객의 정의와 분류체계를 새롭게 하는 것. 일본의 다카라토미라는 회사가 만든 완구바우링궐은 개 짖는 소리를 분석해 인간의 언어로 번역해줌.

사용 상황의 혁신:제품이나 서비스가 적용 가능한 시공간을 확장하는 것. 우주공간이나 심해와 같은 미개척 공간, 수중 호텔, 지하 공장, 사막 태양열발전소 등 고정관념을 벗어난 사용상황을 가정함으로써 새로운 사업영역을 찾아낼 수 있음.

제품효용의 혁신:상품의 기능이나 특성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경쟁자들이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효용을 창출하는 것. 미셰린은 공기 주입 타이어가 대세인 상황에서 공기를 넣지 않아 터질 위험이 전혀 없는 타이어를 개발.

 

편집자주

김종현 성균관대 초빙교수가 숨은 신사업을 발굴하는 전략을 소개합니다. 생각을 1%만 바꾸면 죽은 시장은 물론 사양산업에서도 숨은 기회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폐교를 와이너리로 바꿔 50배 성장한 와인코리아, 맥카페로 1년 만에 뛰어난 성장을 보인 맥도날드, 생활맞춤전략으로 12억 명 무슬림의 마음을 뒤흔든 LG전자의 메카폰 등 풍부한 국내외 비즈니스 성공 사례를 다룹니다. 성장의 돌파구가 될 신사업을 찾는 분들께 유용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다국적 소비재 회사인 P&G는 자사의 브랜드를 세탁실, 싱크대, 부엌, 의약품 상자, 욕실, 아이 방, 화장대 등 사용 장소와 상황에 따라 다르게 포지셔닝함으로써 경쟁사가 간과하기 쉬운 잠재시장을 찾아내고 있다. 이처럼 회사가 고객들의 잠재 니즈 또는 미충족 니즈를 파악하는 것도 비즈니스 창출의 좋은 방법이 된다. 하지만 기업이 새로운 고객 니즈를 선제적으로 창조해 고객을 새로운 곳으로 이끄는 것 역시 신사업 창출을 위한 좋은 대안이다.

 

이렇게 거꾸로 생각하는 역발상의 로직은 먼저 역발상 대상을 선정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일단 역발상의 대상을 선정했다면 3W 방법론을 활용해 기존 사업을 다양한 각도에서 재조명해보는 작업을 해야 한다. 대상고객(who·whom)’의 범위를 확대해 제품이 사용되는사용 상황(when·where)’을 바꿔보거나, 고객에게 제공하는 제품·서비스의효용(what)’에 변화를 줌으로써 사업의 개념을 재정의하는 3W 방법론이다.

 

대상 고객, 사용 상황, 제품 효용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나오면 이를 단편적으로 바라보지 말고 다각도로 결합시켜본다. 그렇게 하다보면 기존 사업의 고정 영역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업영역을 탐색할 수 있다. 지금부터 3W 방법론에 대한 자세한 개념과 이를 적용한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대상 고객의 혁신은 기존 고객의 정의와 분류체계를 새롭게 하는 것을 말한다. 제품의 사용주체 또는 대상물을 바꿔봄으로써 새로운 사업영역을 찾는 것이다. 동식물, 무생물, 심지어 가상의 존재까지 잠재 고객으로 간주하면 우리는 고객의 개념을 무한대로 확대할 수 있다. 패션디자이너가 사람이 아닌 인형의 옷을 만든다든지, 사람과 동물이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해주는 통역기 시장을 창출하는 것 등이 좋은 예다.

 

실제로 일본의 다카라토미(Dakara Tomy)라는 회사는 개 짖는 소리를 분석해 인간의 언어로 번역해주는 바우링궐(Bowlingual)이라는 완구를 개발해 인기를 끌었다. 다카라토미는 개 번역기를 만들기 위해 세계 50여 종의 개 음성을 분석하고 데이터베이스화했다. 이 제품은 한화로 26만 원 정도 되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발매 3개월 만에 일본에서만 9만 개가 판매됐다. 2002년에는 <타임(Time)>이 선정한 올해의 발명품으로도 꼽혔다.

 

휴대전화 중에는 중동국가에서 많이 팔리는 제품으로메카폰이라는 것이 있다. 이슬람교도들에게 이슬람 성지인 메카(Mecca)를 향해 절을 하는 의식은 절대 빠뜨려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일과 중 하나다. 국내 한 휴대전화 제조사의 연구팀은 중동 지역의 주요 고객인 이슬람인들에게 세계 어디에서나 메카의 방향을 표시해주고, 하루에 5번 기도시간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편리한 메카폰을 개발해 성공을 거뒀다. 이는 누구에게나 동일한 효용을 주는 제품에 대해서도 특정 고객층의 니즈를 반영하면 새로운 사업을 개발할 수 있음을 보여준 좋은 사례다.

 

 

사용 상황의 혁신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적용 가능한 시공간을 확장하는 것을 말한다. 우주공간이나 심해와 같은 미개척 공간, 수중 호텔, 지하 공장, 사막 태양열발전소 등 고정관념을 벗어난 사용 상황을 가정함으로써 새로운 사업영역을 찾아내는 것이다. 일례로 미국의 우주 기술자들은 정지위성과 지구를 연결하는 우주 엘리베이터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빌딩 속 엘리베이터의 개념이 우주공간으로 확장된 것이다. 소설 속 이야기에 불과했던 이 아이디어가 논의되고 있는 이유는 무려 130기가 파스칼(pascal·압력의 단위)의 인장력1)을 가진 탄소나노튜브라는 신소재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재료의 길이, 동력원의 문제 등 여러 난관이 있다. 하지만 우주 엘리베이터가 완성되면 우주 정거장 건설이나 우주 관광 등 천문학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소뿐만 아니라시간적 조작을 통해서도 사용 상황의 변화가 가능하다. 고객의 활동시간과 선택시간을 바꾸거나 줄여줌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 시간을 새로 만들어 내는 창시(創時), 시간을 줄여주는 절시(節時), 시간의 쓰임새를 바꿔보는 확시(擴時)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창시는 출퇴근 때와 같은 이동시간, 서비스를 받기 위한 대기시간처럼 고객 입장에서 사장되는 시간을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을 말한다. 이동 중에 독서를 할 수 있는 전자책, 휴대용 전자신문, 게임기나 게임앱 등이 창시 상품의 사례다.

 

절시는 소비자의 활동시간을 단축시켜 절감되는 시간 동안 다른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을 말한다. 즉석 사진인화, 10분 이발소, 이동시간을 줄여주는 고속철도, 초고속 선박, 선택시간을 줄여주는 각종 정보 서비스, 가정용 로봇청소기, 컨테이너 주택, 고속철도 등이 절시상품에 해당한다.

 

확시는 고객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발생하는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해소시켜주는 것을 말한다. 24시간 식당이나 병원, 4계절 스키장, 24시간 운영되는 스마트 지점, 세계 어디서든지 온라인으로 쇼핑해 집으로 주문한 물건을 배송해주는 구매대행, 해외 특송 서비스 등이 확시상품의 사례다.

 

이 밖에 이동이나 다른 활동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죽은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으로 교통수단 내부 방송 서비스, 휴대용 오락기 및 학습기, 이동차량 광고판 등이 있다.

 

단순히 영업시간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업태를 창출하는 데 성공한 사례도 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세븐일레븐(7-Eleven) 1927년 미국 댈러스의 한 제빙공장에서 시작됐다. 세븐일레븐은 당시로는 파격적인 연중무휴, 24시간 영업 등 영업시간의 변화를 통해 편의점이라는 새로운 유통업태를 창출했고 현재 세계 22개국에 체인점을 갖고 있는 세계적인 유통회사로 변모했다.

 

마지막으로 제품 효용의 혁신은 상품의 기능이나 특성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경쟁자들이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효용을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 제품 및 서비스가 갖고 있는 기능과 정반대되는 개념의 기능을 제공하거나, 아니면 기존에는 없었던 획기적이고 전혀 새로운 방법으로 동일한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안 터지는 타이어, 상하지 않는 샌드위치, 연주하기 쉬운 피아노, 무거운 운동화 등 기존의 통념에서 벗어나 제품의 특성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발상의 폭에 따라 제품 효용의 개념을 무한대로 확대할 수 있다.

 

 

 

 

1890년대 세계 최초로 공기 주입 타이어를 개발한 미셰린(Michelin)은 역발상으로 공기를 넣지 않아 터질 위험이 전혀 없는 타이어를 개발했다. 기존 타이어는 진동을 흡수하기 위해 공기를 주입하지만 새로운 타이어는 유연한 폴리우레탄으로 만든 바퀴살과 이를 감싸는 고무층이 공기의 역할을 대신해 못이나 칼로 찔러도 훼손되지 않으며 공기 타이어에 비해 수명이 3배 이상 길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한 연주하기 어려운 악기 중 하나인 피아노를 더욱 연주하기 쉬운 악기로 만든 회사도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악기 제조업체인 야마하(Yamaha) 1980년대 중반 세계 피아노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더 이상 판매량이 늘어나지 않자 새로운 관점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소비자 조사를 실시한 결과 야마하 피아노를 구입한 고객들이 구매 초기에만 잠깐 연주를 할 뿐 그 이후에는 거의 피아노 연주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고객은 왜 비싼 피아노를 구입해서 연주를 하지 않는 것일까?

 

이유는 피아노라는 악기가 배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금방 능숙하게 연주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야마하는 세계 최초로 피아노에 전자칩을 부착해 리듬과 멜로디, 다양한 음원을 내장한 디지털 피아노를 개발했다. 디지털 피아노는 기존의 클래식 피아노에 비해 가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리듬, 멜로디, 음원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어 일반인이 연주하기에 훨씬 편리하다. 그 결과 피아노 시장은 클래식 피아노와 디지털 피아노 시장으로 양분됐다. 야마하는 클래식 피아노 시장에서의 지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디지털 피아노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소비자들이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가벼운 운동화가 아니라 무거운 운동화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의 한 중소기업은 최근에 건강 중시 풍조가 하나의 사회적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무거운 운동화를 제작해 시장에 선보였다. 운동선수들이 모래주머니를 종아리에 차고 다니는 모습에 착안해 운동화를 만든 것이다. 운동화 한 짝의 무게가 1.1∼1.4㎏ 정도 나가도록 만든 이 신발을 신고 30분간 걸으면 40분간 등산이나 축구를 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이어트와 건강에 관심이 높은 직장인과 여성들이 이 제품을 즐겨 찾으면서 이 운동화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결론적으로 앞서 기술한 3W 방법론에 의거한 사례들을 살펴보면 대상 고객, 사용 상황, 제품 효용을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롭게 정의함으로써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이런 단서들을 기반으로 신사업 개발자들이 업의 개념을 다시 쓴다면 전대미문의 신사업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김종현 성균관대 경영학과 초빙교수 synclare@skku.ac.kr

 

필자는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KAIST 테크노 경영대학원에서 경영정보학(MIS) 석사학위를, 성균관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경제연구소를 거쳐 현재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서 연구위원으로 재직하면서 산업융합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성균관대 경영학과 초빙 교수로 학교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새로운 업의 발견> <히든마켓>을 저술했다.

  • 김종현 김종현 | - (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
    -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와 행정자치위원회 전문위원
    - 이화여대.홍익대.동국대 강사
    - 미국 캔자스대와 캘리포니아 주립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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