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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SM Review

파이 키우며 내 몫 챙기는 '적과의 통침' 제휴의 예술: 팀 승리 이끌며 주전 꿰차기

윤석준 | 196호 (2016년 3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제휴에 내재하는 두 가지 목적

① 가치창출(value creation): 공동의 이익을 위해 파이의 크기를 키우는 일

② 가치전유(value appropriation): 개인의 이익을 위해 파이의 몫을 챙기는 일

 

성공적인 제휴를 위한 통합적 접근방법

① 개별 제휴 측면: 가치창출 관점에서 협력의 시너지에 집중. 파트너 선정 시 제휴 파이를 키우는 데 우선순위. 거래비용을 낮추기 위한 상호특화 자산(co-specialized asset) 개발

② 제휴 네트워크 측면: 가치전유 관점에서 경쟁우위 확보에 주력. 경쟁자에게는 차별화로

대응

③ 내부 역량 측면: 제휴기업 간 벌어지는 학습경주에 대비. 학습을 위한 조직 역량 구축. 핵심 역량을 잃어버리는 제휴 중독 경계

  

최근 국내 첫 인터넷 전문 은행 사업자가 선정됐다. 다음카카오, 국민은행, 한국투자금융지주 등이 참여한 ‘카카오뱅크’ 컨소시엄과 KT, 우리은행, GS리테일, 한화생명, 다날 등이 참여한 ‘K뱅크’ 컨소시엄이 최종 선정돼 정부의 예비 인가를 받았다. 이들은 즉시 임시 법인 설립에 착수하며 인프라 구축 및 향후 사업 구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한국 최초의 인터넷 전문 은행’ 타이틀을 거머쥘 승자가 누가 될지, 두 컨소시엄 간 싸움도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컨소시엄 내부의 속내는 또 다르다. 다음카카오는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 플랫폼을 기반으로 결제, 송금뿐 아니라 여수신 은행 업무까지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기존 은행권과 직접적인 경쟁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기존 은행고객을 빼앗기거나 사업영역이 중복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대신 그동안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중금리 대출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기를 원할 것이다. 이러한 속사정으로 인해 향후 컨소시엄 내에서 누가 주도권을 잡을지에도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제휴는 여러 기업이 공동의 이익(mutual benefit)을 위해 협력하면서도, 동시에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개별 이익(individual benefit)을 추구하는 활동이기도 하다. 전자는 파이를 키우는 가치창출(value creation), 후자는 파이의 몫을 챙기는 가치전유(value appropriation)에 해당된다. 축구에 비유하자면 팀의 승리를 위해 기여해야 하지만 팀 내에서 자리매김해 몸값도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두 가지 모두 제휴의 성패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팀이 아무리 승승장구해도 주전경쟁에서 밀려나면 선수는 몸값을 올리지 못할 것이며 반대로 팀에서 주전자리를 확보했어도 팀 성적이 나쁘면 방출 위기를 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동전의 양면, 가치창출과 가치전유

 

제휴는 흔히 ‘적과의 동침’ ‘동상이몽’ ‘코피티션(co-opetition)’처럼 모순적인 활동으로 표현된다. 이는 제휴가 가치창출과 전유를 동시에 추구하는 복합적 활동이기 때문이다. 파이를 키우는 일과 파이의 몫을 챙기는 일을 동시에 추구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제휴에서 가치창출은 파트너들 간 협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공동의 목표를 향해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이뤄진다. 전체 이익을 우선하다보면 당장 눈에 보이는 작은 이익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더 큰 목표를 위해 양보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상대의 눈치를 보면서 각자의 잇속을 따지는 행위는 가치창출 관점에서 보면 성공적인 제휴를 저해하는 행위이다. 반면 가치전유는 상대에 대한 견제를 바탕으로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는 다소 계산적인 행위를 통해 성립된다. 제휴 기업들 사이에서 알뜰하게 제 몫을 챙기는 행위는 기회주의적 태도로 비칠 수도 있지만 가치전유 관점에서 보면 당연히 추구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처럼 가치창출과 전유는 동전의 양면처럼 상충되는 면을 가지고 있으며 한 쪽을 추구하다보면 다른 한 쪽을 소홀히 할 수 있는 선택의 문제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두 마리 토끼를 쫓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까? 본 글에서는 가치창출과 전유가 추구하는 지점이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고 시점과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접근하는 방식을 제안하고자 한다. , 제휴 활동을 ‘개별 제휴를 맺는 측면(1:1)’과 ‘제휴 기업들이 모인 전체 네트워크(1:n)’ 측면으로 구분한 다음, 개별 제휴를 맺을 때에는 가치창출 관점에서 파트너와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데 주력하고, 전체 제휴 네트워크 측면에서는 가치전유 관점에서 파트너 대비 경쟁우위 확보에 집중하는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여기에 더해 이러한 제휴전략의 성과를 극대화하고 제휴기간 내내 벌어지는 학습경주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기업 내부에도 역량을 축적하는 조직 관점의 전략을 함께 제안하고자 한다. 궁극적으로는 개별 제휴 측면, 제휴 네트워크 측면, 그리고 내부 역량 측면이 성공적인 제휴를 위해 조화롭게 연결될 수 있는 통합적인 관점을 그려보고자 한다. (그림 1)

 

 

1. 개별 제휴 측면: 가치창출 관점에서 협력의 시너지에 집중

 

먼저 개별 제휴 측면부터 생각해보자. 모든 제휴는 혼자서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기업과 협력을 통해 쉽고 빠르게 달성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따라서 개별 제휴를 맺을 때에는 가치창출의 관점에서 주어진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파이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

 

시너지는 서로 보완적인 위치에 있는 기업이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울 때 나타난다. U.C.버클리의 티스(Teece) 교수는 이를 보완적 자산(complementary asset) 개념으로 설명하면서 제휴 기업들이 각자의 자원과 역량을 결합함으로써 기존 제품, 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리거나 새로운 시장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제품 개발에 강점을 지닌 기업이 제조, 유통, 마케팅에 강점을 지닌 기업과 만나 손을 잡거나 전문 의학지식을 가진 생명공학 기업이 전국적인 유통망과 마케팅 능력을 보유한 제약회사와 신약 개발에 협력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제휴 파이의 크기는 핵심 파트너에 달렸다

가치창출 관점에서는 파트너가 가진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에 따라 제휴파이의 크기가 결정된다. 따라서 초기에는 자사와 전략적 목적이 일치하는 핵심적인 파트너를 찾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다면 좋은 파트너의 조건은 무엇일까? 첫째, 자사와 전문 분야가 명확히 구분되는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첫 단추를 채울 때에는 협력을 저해하는 요소부터 제거하는 게 좋다. 만약 두 기업의 전문 분야가 유사하거나 중복된다면 직간접적인 경쟁관계에 놓일 수 있으므로 서로에 대한 견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둘째, 자사의 핵심 역량이 누수될 위험이 적은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상대방을 통해 노하우나 기업 비밀이 유출될 위험이 높다면 핵심 역량의 공유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핵심 역량의 누수는 두 기업의 전문 분야가 유사한 경우는 물론 상대 기업이 경쟁사와 파트너 관계인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제휴 파트너를 선정할 때에는 상대 기업이 어떤 기업들과 협력해 왔는지 과거의 경험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상대의 핵심 역량이 해당 영역에서 월등한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전략적 제휴의 근본적인 목적은 부족한 자원과 역량을 외부 거래를 통해 보완하고자 하는 것인데 해당 영역에서 단순히 자사 대비 우월한 경쟁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톱티어(Top-tier)의 핵심 역량을 갖춘 기업과 만나야 제휴파이를 키울 수 있다. 전략적으로 필요하지만 단기간에 역량을 확보하기 어려운 영역이 있다면 해당 영역의 선도기업들을 제휴 파트너로서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조건들을 만족하는 예는 최근 ICT산업의 신제품 개발 과정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통적인 스위스 시계 회사인 태그호이어(Tag Heuer)가 안드로이드 OS기술을 가진 구글과 저전력/고성능 CPU에 강점을 가진 인텔과 합작해 단기간에 스마트워치를 출시한 것도 각자 고유한 영역에서 쌓아온 강점을 결합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각자의 전문성에 기반한 역할 분담으로 실행력을 극대화했으며, 그 결과 2015 3월 제휴 발표시점부터 같은 해 11월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까지 10개월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과거 시도하지 않았던 영역에서의 신제품 개발이라는 소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상호특화자산(co-specialized asset) 개발로 기업 간 거래 비용을 줄여라

좋은 파트너를 찾았다면 다음은 협력의 결속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상적인 협력관계는 두 기업이 대등한 위치에 있을 때 가능하다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우수한 파트너를 찾았더라도 자사의 능력과 규모가 상대에 비해 뒤처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에는 자사가 상대에게 의존하는 만큼 상대도 자사에 의존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한데 구체적으로 상대의 역량을 자사의 역량과 결합해 상호특화자산(co-specialized asset)으로 발전시키는 전략이 유효하다. 상호특화자산이란 협력의 결과물이 양쪽 기업에 특화돼 추가적인 변형 없이 활용하기에 최적화된 형태를 갖추는 것을 말한다. 상호특화자산을 구축하려면 각자의 핵심 역량을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도록 상대에 맞춰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두 기업은 협력에 수반되는 거래비용을 낮추고 동일 조건에서 다른 기업들과 협력하는 것보다 더 큰 제휴파이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또한 상호의존성을 높임으로써 상대방을 자사에 묶어둘 수 있는(lock-in) 효과도 함께 누릴 수 있다.

 

인텔과 MS 30년이 넘는 밀월관계는 오랫동안 구축해온 상호특화자산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인텔과 MS는 차세대 플랫폼이나 아키텍처를 결정하는 일도 양사의 신제품 개발 로드맵 안에서 철저하게 상대에 맞춰 조율했으며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수많은 프로세스와 절차를 상호 동기화했다. 그 결과 인텔과 MS는 서로의 제품 성능을 누구보다 잘 끌어낼 수 있는 전문 지식과 노하우를 체득했고, 다양한 세대를 거쳐오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공동 진화를 이끌었다. 이처럼 두 기업은 상호 의존하는 방식으로 PC 생태계에서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기록해 왔으며 AMD와 같은 후발주자의 진입을 쉽게 허용하지 않았다.

 

 

상호특화자산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조직과 자원 측면으로 구분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 조직 내부적으로는 두 기업의 접점을 정교하게 설계해 일종의 터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두 기업 사이에 커뮤니케이션 채널, 업무수행 및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관련 인력이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안정적인 유지를 위해 담당 조직이 개편되거나 인력 누수가 생기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자원 측면에서는 두 기업이 보다 용이하게 역량을 결합할 수 있도록 공유 자산을 구축해야 한다. 공유 자산은 양쪽의 자원을 연결할 수 있는 일종의 소켓을 말하는데 합작 서비스 개발 시 두 기업이 각자 활용하고 있는 영업 전산을 연결해 고객 정보와 물류 시스템을 연동시키는 일이라든지, 제품 생산 단계에서 두 기업 간 규격을 정하고 부품을 모듈화함으로써 조립의 효율성을 높이는 일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공유자산을 구축하는 것은 두 기업 사이에 다리를 놓는 일이므로 초기에는 투자가 수반되지만 다리가 완성된 이후에는 한층 더 높은 수준의 협력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2. 제휴 네트워크 측면: 가치전유 관점에서 경쟁 우위 확보에 주력

 

개별 제휴들이 하나둘 누적되면 자사와 파트너들 사이의 관계뿐 아니라 파트너들 사이에도 직간접적인 관계가 형성되고, 이는 기업의 네트워크 형태로 나타난다. 제휴 네트워크의 특징은 내부에 보이지 않는 경쟁구도가 형성된다는 점에 있다. 이는 파트너들의 수적 증가와 함께 자원과 능력의 중첩, 제품과 시장의 중복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INSEAD의 자비어 지메노(Javier Gimeno) 교수는 제휴 네트워크를 경쟁을 내포하고 있는 장(competitive domain)이라고 설명했으며, 브랜다이스대 벤저민 고메스-캐서리스(Benjamin Gomes-Casseres) 교수는 가치사슬로 연결된 파트너들로 인해 제휴 네트워크 안에서 교섭력(bargaining power) 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제휴 네트워크 안에서는 자사의 역할과 영역에서 중첩이 발생하지 않는지, 그러한 영향으로 자사의 경쟁력이 감소하지는 않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 제휴 네트워크 측면에서는 가치전유의 관점에서 파이의 몫을 챙기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경쟁자에게는 차별화로 대응하라

팀 내 주전 경쟁은 동일 포지션에서 일어난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제휴 네트워크 내에 포지션이 중복되는 파트너를 처음부터 들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원치 않더라도 역할이나 이해관계가 중복되는 파트너가 생겨 직접적인 경쟁구도가 형성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주전 경쟁에서 실력을 입증하기 위해 상대방을 따라가며 ‘치킨게임’과 같은 소모전에 돌입할 필요는 없다. 가장 현명한 방법은 경쟁자와 다른 방식으로 움직여 싸우지 않고 자사만의 영역을 구축하는 차별화 전략을 실행하는 것이다. 고유의 영역은 누구도 쉽게 쳐내지 못하는 희소성으로 연결되지만 경쟁사와 차별화하지 못해 제휴 네트워크에서 대체 가능한 위치에 놓인다면 이는 곧 주전 경쟁에서의 탈락 위기로 이어진다.

 

직접적인 경쟁구도에 있는 기업들로 이뤄진 제휴 네트워크 중 극단적인 예로는 항공 동맹을 들 수 있다. 항공 동맹에 소속된 항공사들은 코드셰어(code share)를 통해 다양한 운항 경로를 확보하고 규모의 경제를 활용할 수 있으며 항공 동맹에 소속된 이유만으로도 공신력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항공사들 간 차별화하기가 쉽지 않아 특정 구간의 경우 동일한 항공 동맹 소속 항공사 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기도 한다. 베를린항공은 세계 3위 항공 동맹인 ‘원월드(One World)’에 소속된 항공사로 차별화 전략을 통해 성장한 좋은 예다. 베를린항공은 마일리지나 라운지 서비스 등 원월드의 기본적인 혜택을 제공하면서도 저가 항공사의 전략을 활용, 기내 서비스를 최소화하고 정비 효율화를 추구해 품질과 가격 측면에서 항공 동맹과 저가 항공사의 중간 지점에 포지셔닝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가격에 민감하면서도 항공 동맹의 공신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특정 고객층을 목표로 한 결과 베를린항공은 현재 자국인 독일 내에서 루프트한자에 이어 점유율 2위를, 유럽 내에서는 3위를 기록하고 있다.

 

파트너의 힘 자랑을 견제하라

직접적인 경쟁구도에 놓이지 않은 파트너라도 지나치게 거대해지거나 영향력이 커진다면 해당 파트너에게 주도권을 빼앗겨 원치 않는 방향으로 끌려가는 형국이 될 수 있다. 테크니온(Technion)의 도베브 라비(Dovev Lavie) 교수는 제휴 네트워크 내 직접적인 경쟁이 적으면서 가치사슬의 인접영역에 위치한 파트너들이 많을 경우 병목(bottle neck)에 위치할 수 있어 강력한 교섭력(bargaining power)을 누릴 수 있다고 했다. 가치사슬의 인접영역에 위치한 파트너와는 유사 소비자-공급자(buyer-supplier)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데 파트너들이 많아지면 그들끼리의 경쟁은 심화되지만 자사는 그만큼 많은 대안을 가질 수 있어 상대에 대한 의존성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거꾸로 가치사슬의 인접영역에 위치한 파트너가 제휴 네트워크 안에서 경쟁할 상대가 없어지면 점차 독점적 위치를 굳혀가며 제휴 네트워크 내의 강자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제휴 네트워크 내에서 파이의 몫을 지키기 위해서는 파트너가 지나치게 힘이 세지는 것을 견제해야 한다.

 

 

미국의 영화배급사 와인스타인의 성공은 수직적 제휴 관계를 활용해 소규모 스튜디오들 사이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독점적 이득을 누린 예다. 우리에게 설국열차의 미국 배급사로 알려진 와인스타인컴퍼니는 미국의 6대 메이저 스튜디오와의 계약을 최소화하고 대신 작은 영화제작사 위주로 영화를 수급하면서 수익배분 측면에서 자사의 권한을 강화하는 전략을 활용했다. 2013년 자료에 의하면 와인스타인과 6대 메이저 스튜디오와의 파트너십 비율은 17%에 불과했으며 나머지는 모두 중소 규모 스튜디오와의 계약이었다. 소규모 스튜디오들은 자신들의 영화를 알리기 위해 와인스타인에 마케팅과 배급 권한을 위임했고, 영화 수익이 발생하면 와인스타인에게 막대한 몫을 지불했다. 와인스타인은 이러한 전략을 통해 2015년에는 미국 내 8위의 영화배급사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제휴 네트워크에서 파트너의 강점을 다른 이들이 쉽게 모방하고 따라갈 수 있도록 만드는 전략도 파트너가 독점적 위치에 오르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에 해당된다. 대표적으로 오픈소스나 특허 공개를 통해 파트너의 지적재산(IP)을 무력화시키는 방법이 여기에 해당된다. 전기자동차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있는 테슬라가 2015년 배터리 관련 특허를 시장 확대를 목적으로 무상 공개한 것은 이러한 전략을 설명할 수 있는 사례다. 테슬라는 자사의 전기차에 비용이 많이 드는 전기자동차용 대형 전지를 사용하지 않고 일반 노트북에 사용되는 18650 리튬이온 배터리 수천 개를 병렬로 연결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테슬라는 18650 전지를 수급하면서 전 세계 배터리 공급이 충분하지 않을 것을 예상, 파나소닉과 손잡고 세계 최대 규모의 배터리 공장 ‘기가팩토리’를 구축하기에 이른다. 테슬라의 배터리 특허 공개는 후발주자들이 자사 방식의 배터리를 사용할 것을 권장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파나소닉이 향후 배터리 시장의 독점기업이 되는 것을 견제하는 것으로도 생각해볼 수 있다. 테슬라의 강점이 배터리 기술뿐 아니라 전기차를 구성하는 파워 트레인과 전기전자 부품, 시스템 설계 및 통합에 있다는 점도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한다.

 

3. 내부 역량 측면: 제휴 기업 간 벌어지는 학습경주에 대비

 

마지막으로 기업의 내부 역량 측면을 살펴보도록 하자. 성공적인 제휴는 기업의 외부 활동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제휴 활동에서 내부 역량 측면을 간과한다면 제휴는 필요한 자원을 외부에서 공급받기 위한 일시적인 방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모든 제휴에는 숨겨진 목적이 있다. 그것은 부족한 역량을 상대로부터 빌려오는 동시에 상대의 역량을 배우고 흡수하고자 하는 것이다.

 

모든 제휴에는 숨겨진 목적이 있다. 그것은 부족한 역량을 상대로부터 빌려오는 동시에 상대의 역량을 배우고 흡수하고자 하는 것이다. 제휴는 본래 이해관계에 의해 일시적으로 협력하는 활동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면 종료하는 게 당연하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은 두 기업 사이에 장기적이고 영속적인 협력관계가 지속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보통 제휴의 수명은 23년 정도이며 라이선싱 같은 단순 거래 형태도 5년을 넘기기 어렵다. 따라서 제휴는 제한된 기간 내에 누가 상대로부터 더 많은 지식과 노하우를 배우는가에 달려 있는 ‘학습경주(learning race)’라고 볼 수 있다.

 

하멜(Hamel)은 전략적 제휴를 부족한 자원과 역량을 파트너로부터 획득하고 축적할 수 있는 학습의 장이라고 표현했는데, 동일한 프로젝트에서 협력한 기업들이라도 배우기 위한 의지나 흡수 능력에 따라 학습성과에서 차이가 발생한다고 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제휴의 성패는 주어진 기간 내에 조직 내부에서 상대의 역량을 얼마나 많이 흡수했는지, 자사의 역량을 얼마나 강화했는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학습하기 위한 조직역량을 구축하라

치열한 학습경주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학습할 수 있는 조직역량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에서의 학습은 제휴를 통해 실제 관계를 맺는 각 개인으로부터 시작되며 각 개인이 흡수한 지식이 기업 내 업무와 조직 내 프로세스에 반영되면서 조직 내부에 유기적인 형태로 저장된다. , 조직 내 지식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받아들인 지식을 조직 내부에서 소화하고 반영할 수 있는 조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조직역량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첫째, 최고경영자부터 중간관리자, 실무담당자 및 기술자에 이르기까지 제휴의 목적에 맞도록 각 레벨에서의 역할과 목표를 설정하고, 둘째, 각 레벨에서 상대 기업의 담당자를 명시적으로 파악하고 관계를 맺음으로써 원활한 정보 공유가 일어나도록 해야 하며, 셋째, 자사의 제휴 담당자들 사이에서 업무처리 및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명확하게 구성해 상대로부터 제공된 지식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공유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상대 기업의 조직구조나 업무처리 방식이 자사와 상이해 기존 조직에서 11 대응관계를 지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우선 상대 기업의 계층 구조와 의사결정 라인을 파악한 뒤 상대 기업에 맞춘 별도의 가상 제휴 담당 조직을 만드는 것도 학습경주에서 이기기 위한 하나의 팁이라고 할 수 있다.

 

핵심 역량을 잃어버리는 제휴 중독을 경계하라

한편 학습경주에서는 파트너 역시 자사의 강점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제휴를 통해 공개된 기술, 지식, 노하우 등 기업의 핵심 자원들은 어느 순간 자사만의 것이 아니며 제휴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상대에게 넘어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자사가 특정 분야에서 강한 핵심 역량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비교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사의 강점에도 지속 투자해 상대방과의 거리를 계속 벌려나가야 한다.

 

 

제휴에서 흔히 하기 쉬운 실수는 지나치게 외부에 의존해 내부에서 역량 개발 노력을 하지 않는 데 있다. 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제휴중독 패러독스’라고 할 수 있다. 제휴중독 패러독스는 기업이 내부 역량 강화에 집중하지 않고 오로지 외부에 의존할 경우 자사가 본래 지니고 있던 경쟁력마저 잃어갈 수 있는 상황을 말한다. 이는 내부 R&D 투자에 소홀하면 기업의 흡수역량(absorptive capacity)이 감소하고, 가치 있는 지식을 학습하지 못하면서 결국 기업의 역량이 점차 진부화되는 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 기업의 핵심 역량은 기업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축적하고 경신해나가야 하는 것으로, 그렇지 못할 경우 파트너에게 자사의 핵심 역량만 빼앗기고 약점은 그대로 드러낸 채 제휴 종료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비즈니스의 세계에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다는 말은 기업의 제휴 활동을 설명하는 데 꼭 들어맞는 말이다. 제휴 활동 중에는 시점과 상황에 따라 협력이 우선되는 경우와 경쟁이 우선되는 경우가 복합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각각의 지향점을 정확히 이해한 전략수립이 필요하다. 가치창출과 가치전유 두 마리 토끼를 쫓기 위해서는 기업이 처한 상황에 맞춰 다각도에서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이 유용할 것이다.

 

 

참고문헌

Gomes-Casseres, B. (1994). Group vs. group: how alliance networks compete. Harvard business review, 72(4), 62-67.

Gimeno, J. (2004). Competition within and between networks: The contingent effect of competitive embeddedness on alliance formation.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47(6), 820-842.

Hamel, G. (1991). Competition for competence and inter-partner learning within international strategic alliances.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12(4), 83-103.

Hoffmann, W. H. (2007). Strategies for managing a portfolio of alliances.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28(8), 827-856.

Lavie, D. (2007). Alliance portfolios and firm performance: A study of value creation and appropriation in the US software industry.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28(12), 1187-1212.

Teece, D. J. (1986). Profiting from technological innovation: Implications for integration, collaboration, licensing and public policy. Research policy, 15(6), 285-305.

 

윤석준 kt 전략기획실 과장 hiai@kt.com 강진아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 교수 profkang@snu.ac.kr

 

윤석준 과장은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고 동 대학원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현재 KT에서 사내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강진아 교수가 주도하는 PRiSM(Practice & Research in Strategic Management) 연구회 연구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주 연구 분야는 기업 간 협력과 기업의 혁신전략이다. 강진아 교수는 KAIST 경영과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Wharton School)에서 MBA 과정을 마친 후 UCLA 앤더슨스쿨(Anderson School)에서 경영학 Ph.D를 받았다. 현재 한국전략경영학회 및 한국마케팅과학회 상임이사, HBR Advisory Council Adivsor 등을 맡고 있다. 주 연구 분야는 경영전략과 기술경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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