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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경영 리더십

21세기형 진짜 리더십은 ‘자율경영’ 구글과 홀푸드마켓의 과감함을 배워라

정동일 | 195호 (2016년 2월 lssue 2)

Article at a Glance

 자율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7가지 원칙

1) 천천히 시간을 두고 실행하라

2) 각자가 선호하는 자율의 틀을 바탕으로 차별화해서 실행하라

3) 자율경영이 가능한 업무와 직원들에게만 선별적으로 실행하라

4) 업무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실시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라

5) 평가 기준과 책임소재(accountability)를 명확히 하라

6) 자율경영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직원들을 선별적으로 보상하라

7) 임원들의 평가 항목에 권한 위임과 자율경영을 포함시켜라

 

현존하는 최고의 경영사상가 중 한 명인 게리 하멜(Gary Hamel)은 지난 2007년 발간한 <경영의 미래(The Future of Management)>에서 다소 급진적인 주장을 한다. 기술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시게 진화하는데 기업에서 조직 구성원을 대하는 방식은 여전히 20세기 중반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많은 리더들이 직원들은 지시와 통제의 대상일 뿐이고 채찍과 당근을 적절하게 섞어 이들을 동기부여하는 것이 성과를 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마치 동물원에서 재주 넘는 코끼리와 원숭이를 훈련시킬 때처럼 말이다.

 

경영관리(management)의 어원에는 직원 존중의 정신이 없다!

 

게리 하멜의 이런 주장이 사실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는 건 우리가 기업에서 직원과 업무를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는 뜻으로 사용하는 용어인 관리 혹은 경영관리를 뜻하는 단어인 ‘management’의 어원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Management기업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가용한 자원을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조직 구성원의 활동을 조율하는 것(Management in businesses and organizations is the function that coordinates the efforts of people to accomplish goals and objectives by using available resources efficiently and effectively)”을 의미한다.1

 

그런데 management란 단어의 어원이 흥미롭다. 이는 이탈리아어 ‘maneggiare’에서 나왔는데 이 단어는도구를 다루다란 뜻, 특히전쟁에 나설 때 필요한 도구를 다루다란 뜻으로 자주 쓰였다. 동시에 이 단어는을 의미하는 라틴어인 ‘manus’무엇을 실행하다란 뜻의 라틴어인 ‘agere’란 단어에서 비롯됐다. 정리해보면 우리가 경영관리 혹은 관리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management란 단어는 전쟁에 나서기 위해 필요한 도구(, 마차, , 무기)들을 다루는 행위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따라서사람을 관리하다(manage people)’라는 표현에는사람은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이자 수단이란 의미가 간접적으로 내포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사람은 효율적인 관리의 대상이지 주체성을 가지고 의미 있는 일들을 스스로 찾아서 이를 달성하기 위해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주체는 아니라는 가정이 담겨 있다.

 

사람의 도구화와 헨리 포드의 몰락

 

사람 관리에 대한 이런 철학은 20세기 과학적 경영관리의 아버지라 불린 프레드릭 테일러(Frederick Taylor)에 의해 체계화됐고 자동차 왕이라 불린 헨리 포드(Henry Ford)에 의해 생산 현장에서 활용됐다. 이들에게 사람은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하나의 도구이자 자원의 하나일 뿐이고,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적당한 당근과 채찍이었다. 따라서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하루 최저임금 5달러(당시 근로자들의 하루 평균 임금이 2달러 정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1 8시간 근무와 같은 조치는 직원들에 대한 존중과 그들의 공헌에 대한 보답이라기보다는어떻게 하면 이들에게 좀 더 높은 생산성을 짜낼 수 있을까라는 지극히 계산적인 사고의 결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결국 포드는 편협한 사고와 괴팍한 성격, 노조와의 갈등으로 인해 경영 파국을 맞게 되고 1920년대 말에 GM에게 1위 기업을 내어주며 미국 자동차 업계의 영원한 2위로 추락하고 만다.2

 

권한 위임을 통한 자율경영이야말로 직원들을 성장시키고 성과도 높이는 최고의 방법이다. 자율경영은 이제 소수의 특이한 기업들만이 실천하는, ‘좋지만 딱히 우리 조직에 적용하기에는 좀 그런생각이 드는 특별한 경영방식이 아니다.

 

직원은 신뢰와 존중의 대상이지 관리와 통제의 대상이 아니다!

 

프레드릭 테일러와 헨리 포드로 대표되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영 관리는 헨리 포드의 몰락과 상관없이 미국형 경영방식의 근간이 되며 20세기를 지배했다. 하지만 이는 규모의 경제와 효율성이 가장 중요한 경쟁우위가 됐던 구시대의 성공방정식이지 창의와 혁신이 가장 중요한 경쟁우위가 된 지금의 경영환경에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는 없다. 지금 우리가 처한 경영환경은 소수의 리더만이 생각과 의사결정을 독점하기보다는 조직 구성원과 이를 공유하며 이들의 집단적인 역량과 창의성(collective intelligence & creativity)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수평적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3   수평적 리더십이란 리더가 가지고 있는 권한을 조직 구성원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그들의 역량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아직도 직원들을 지시와 통제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수직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지시와 명령으로 직원들을 통제하려 한다면 21세기 창조경제에 적합한 리더로 볼 수 없다.

 

다시 게리 하멜의 <경영의 미래>란 책으로 잠시 돌아가보자. 그는 책에서 미래 조직 구성원을 대하는 가장 이상적인 기업의 예로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 고어(Gore & Associates), 구글(Google)을 들며 이들 기업이 어떻게 조직 구성원을 대하는지에 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해 설명했다. 미래 사람경영은 이래야 한다며 그가 극찬한 이 세 기업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직원들의 역량을 존중하고, 스스로 판단하며, 일하게 하는자율경영(autonomy)’이다. 구글의 직원 존중과 수평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자율적인 문화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으므로 이번에는 홀푸드마켓의 자율경영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4

 

 

성과와 좋은 직장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홀푸드 마켓의 마법

 

1978년 미국 텍사스에서 시작된 홀푸드마켓은 친환경적인 농산물을 팔기 시작하면서 성장해 지금은 한 해 매출이 약 18조 원, 직원 수는 9만 명이 넘는 거대기업이 됐다. 미국 경제의 극심한 불황에도 2012 117억 달러에서 2015 154억 달러로 매출이 무려 32%나 증가하는 좋은 경영성과를 기록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얼마나 직원들을 쥐어짜면 이런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면 큰 오산이다. 홀푸드마켓은 <포천>이 미국에서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100 Best Companies to Work for)’ 순위를 발표하기 시작한 1998년도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일하기 좋은 직장에 선정되고 있으며 2015년에는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World’s Most Admired Companies)’ 순위에서도 18위를 차지할 만큼 기업성과와 좋은 직장이란 두 마리의 토끼를 잘 잡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게리 하멜이 책에서 언급한 나머지 두 기업인 구글과 고어도 <포천>의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2015년 순위에서 각각 1위와 17위를 차지했다.)

 

홀푸드마켓이 이렇게 지속적인 성과를 유지하면서 일하기 좋은 직장에 무려 20년 가까이 선정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권한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먼저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매장은 제품의 종류에 따라 보통 6∼8개의 팀으로 운영된다. 팀원들은 자신들이 맡은 섹션에서 운영에 대한 절대적인 책임과 권한을 갖고 있다. 예를 들면 팀원을 새로 선발해야 하면 인사부서나 채용팀에서 팀원을 뽑아 보내주는 것이 아니라 팀원들이 면접과 최종 결정을 한다. 그리고 4주 정도 수습기간을 설정해 같이 일하며 지켜보다가 계속 같이 일하고 싶은지를 투표해 최종 선발을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인사부서의 의견보다 기존 팀원들의 의견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팀원의 선발이 중요한 이유는 어떤 팀원이 합류하느냐에 따라 팀 성과가 달라지게 되고 이는 다음 달 팀원들이 받을 보너스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는 다른 기업들처럼 팀원들에 대한 선택권이 없는 상태에서 팀원들의 인센티브가 팀 성과에 연동돼 있어 팀원들이 보상 시스템 자체에 대한 불만을 갖게 되는 상황을 홀푸드마켓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홀푸드마켓에서 팀은 멤버 선발에 대한 자율적인 선택을 넘어서 자신이 관리하는 제품들의 판매방식과 성과에 대한 폭넓은 책임을 지는 수준으로까지 이어진다. 예를 들어, 어떤 품목을 언제, 어떻게 조달해, 어떤 방식의 판촉을 통해 판매를 할 것인지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이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본사의 마케팅이나 세일즈 부서에 있지 않고 그 지역의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로컬 슈퍼마켓의 팀원들에게 부여된다. 동시에 각 팀의 성과는 성과 목표치와 함께 회사의 인터넷에 투명하게 공개되며 매월 말 팀의 성과가 이 목표치를 초과하면 다음 달 급여에 이에 대한 보너스도 같이 지급될 정도로 팀원들의 자발적인 활동과 긍정적인 결과에 대한 보상이 즉각적으로 집행된다. 이 정도면 홀푸드마켓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거의 자영업자라고 불러도 될 만큼 철저한 자율과 이에 상응하는 책임이 강조되는 환경에서 근무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장 직원들에 대한 철저한 자율경영이 홀푸드마켓을 불황임에도 성장하는 강한 기업으로 만든 것이다.

 

자율경영의 시대가 왔다

 

권한 위임을 통한 자율경영이야말로 직원들을 성장시키고 성과도 높이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자율경영은 이제 몇몇 앞서가는 소수의 특이한 기업들만이 실천하는, ‘좋지만 딱히 우리 조직에 적용하기에는 좀 그런생각이 드는 특이한 경영방식이 아니다. 코넬대 디바로(DeVaro) 교수가 진행한 연구에 의하면 320개 중소기업 중 직원들에게 자율을 최대한 보장한 기업들이 그렇지 않고 전형적인 명령과 통제를 바탕으로 직원들을 관리한 기업들에 비해 4배 이상 빨리 성장했고 이직률도 3분의 1수준에 머물렀다.5

 

보수적이고 상명하달의 문화가 강한 금융업계에도 자율경영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델스뱅크는 스웨덴에서 두 번째로 큰 은행으로 전 세계 750개 지점에 1만 명이 넘는 직원이 근무하는 초대형 금융조직이다. 규모만 큰 은행이 아니라 <블룸버그 (Bloomberg)> 선정세계에서 가장 튼튼한 은행’ 2(유럽에서 1)에 선정될 정도로 재무적인 측면에서도 탄탄한 우량 은행이다. 하지만 이 은행의 운영방식은 조금 독특하다. 부사장과 이사 직급이 없이 지역 본부장이 CEO에게 직접 보고를 하며 본사 차원의 매출 목표나 예산을 잡지도 않는다. 전사적 마케팅 활동도 거의 전무하다. 대신 지점이 영업전략과 목표를 설정해 자유롭게 영업활동을 하며 대출의 96%가 지점에서 즉각적으로 결정이 된다. 은행에서 운영하는 콜센터도 없고 고객 불만은 지점에서 직접 처리를 한다. 하지만 불량 대출 비율이 경쟁업체에 비해 월등히 낮고 고객만족도는 최상이다.6

 

왜 자율경영이 이뤄지지 않을까?

 

시대가 변하고 기업의 성공방정식이 바뀌게 되면 변화된 상황에 적합한 문화와 리더십을 실천하는 기업이 경쟁에서 승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왜 좀 더 많은 한국 기업들이 자율경영을 실천하고 있지 않을까? 가장 큰 이유는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들이 통제에 대한 강박증을 여전히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많은 리더들이 직원들에겐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역량과 책임감이 결여돼 있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은 여전히 리더만이 가진, 그래서 양보할 수 없는 자신들의 고유한 역할이라 생각한다.그리고 업무의 모든 과정이 계획된 대로 진행되고 자신의 통제하에 놓여야 성과가 나올 수 있다는 시대착오적인 신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계획되지 않았던 상황이나 직원들의 행동은 성과를 저해하는 방해물이지 좀 더 낳은 결과를 위한 창의적인 일탈이나 다양성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자율경영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는 두 번째 이유는 리더들이 부하직원들의 역량에 대해 신뢰를 하지 않으려는 경향 때문이다.리더십 강의를 하면서 수평적 리더십과 권한 위임을 통한 자율경영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를 하다보면 필자가 자주 받는 질문 내지는 넋두리가 바로우리가 뭐 악마들도 아니고 권한 위임을 안하고 싶어서 안 합니까? 직원들의 역량이 부족하고 믿음이 안 가니 못하는 것 아닙니까?”라는 반응이다. 아닌 게 아니라 상사 입장에서 보면 직원들에게 권한 위임을 한다는 게 좀 위험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결국 책임은 상사인 내가 져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과연 주위를 둘러보면 안심하고 권한 위임을 할 정도로 역량이 뛰어난 직원을 찾기가 그렇게 어려울까?

 

 

나는 이런 현상을 리더가 가지고 있는 오류이자 착각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리더로서 지금의 나와 내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바탕으로 직원들을 평가하면 리더에게 충분한 신뢰를 줄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지닌 직원이 실제로 많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직원들 입장에선 공정한 게임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왜냐하면 리더로서 당신은 그들보다 적어도 몇 년 더 많은 경험과 지혜를 쌓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내 기준으로 직원들을 평가하려 하지 말고 내가 김 과장 나이 혹은 그 위치였을 때와 현재의 김 과장을 비교해야 한다. 아마도 많은 독자들이 고개를 끄떡이며그래, 내가 김 과장 나이였을 때를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보다는 지금의 김 과장이 훨씬 똑똑하지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직원들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자율경영으로 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출발이란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혹시 직원들이 역량에 차이가 있어 권한 위임과 자율경영이 힘들어 진다면 DBR 122호와 124호에 게재한 필자의 칼럼 중부하를 키우는 리더와 부하를 죽이는 리더편에 소개한 부하 육성 5가지 원칙을 참조하기 바란다. (DBR 122 ‘A급 직원에게 내 시간의 80%를 투입하라’, DBR 124스티브 잡스는 왜 팀쿡을 키웠나?’ 참조.)

 

자율경영이 이뤄지지 않는 세 번째 이유는 자율경영을 일종의 경영기법 중 하나로 생각하는 잘못되고 편협한 시각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지난 수년간 많은 기업들이 실시하기 시작한 직급 파괴 열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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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포스코, CJ, SK, 한화, 롯데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수평적인 관계를 확립하고 자율경영을 실천한다며 임원 직급만 남기고 중간관리자들을 모두매니저라고 부르거나 직급에 상관없이 ‘∼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름만 바꿔 서로 매니저라고 부른다고 해서 자율경영이 실천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직급을 파괴하고 있는 기업들에 가서 관찰해본 결과 이들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직급 파괴 운동을 하지 않는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에 비해 더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환경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다른 직원들을 더 존중하고 있다는 증거를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나이도 나보다 한참 어린 게 자꾸 ‘OO, OO해서 나도 모르게 울화가 치민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라며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을 여러 번 들었다.8
실제로 직원들조차도 직급 파괴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예를 들면 업무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혼란스럽고 외부인과 소통할 때 불편하다 등)이 긍정적인 생각(의사소통이 원활해지고 유대관계가 좋아진다 등)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9 그래서 직급파괴를 했던 기업들이 최근 다시 직급 체계를 부활시키고 있다는 기사도 심심치 않게 눈에 들어온다.

 

권한 위임을 통한 자율경영은 창의와 혁신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경영기법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리더가 조직 구성원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태도와 철학이자 조직문화라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를 떠들썩 하게 만들었던 상사들의 횡포를 기억하는가? 최근 불거진몽고간장 회장님 사건도 생각해보면 직원과의 관계를 수직적으로 설정하고나는 너에게 월급을 주는 오너이니 넌 내가 시키는 대로 뭐든지 해야 해라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직원은 이제 내 명령과 지시의 대상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나와 함께 성과를 만들어나가는 파트너다라는 신념을 갖지 않는다면 조직 내에서 당신의 입지는 점점 좁아질 것이다. 자율경영은 직원들의 역량과 인격에 대한 믿음과 존중에서 시작되고 이를 뒷받침하는 시스템과 문화로 완성된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자율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7가지 원칙

 

자율경영을 효과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 기억해야 할 7가지 원칙을 살펴보자.

 

1)천천히 시간을 두고 실행하라

권한 위임을 통한 자율경영은 단기간에 정착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조직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역량과 태도를 신뢰하고, 이를 바탕으로 업무를 자율적으로 할 수 있게 하는 문화로 이해하는 편이 더 바람직하다. 따라서 자율경영을 실행하기 전에 내가 가진 기대치부터 점검하자. 혹시 자율경영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이번 달이나 다음 분기에 나타나리라고 기대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보자. 당신의 상사가 이런 기대를 하고 있다면 자율경영을 실행하기 전에 상사의 기대치부터 바꾸려 노력하라. 자율경영이 처음 실시되면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시행착오가 발생할 수 있으니 초기에 이런 시도가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일종의허니문 기간(honeymoon period)’을 설정해서 가급적이면 과정에 대한 비판과 비난을 자제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2)각자가 선호하는 자율의 틀을 바탕으로 차별화해서 실행하라

많은 리더들이 자율경영을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단편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넓은 의미에서 자율경영은 일하는 방식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자율경영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의 부여에 대해 <그림 1>처럼 좀 더 구체적으로 세분화해 직원의 역량과 태도, 커리어 단계에 맞게 실천할 때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요약하면, 자율경영은 평면이 아니라 입체적이며, 그래서 자율경영을 실행하는 방법 역시 단면이 아니라 다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

 

 

 

 

 

 

3)자율경영이 가능한 업무와 직원들에게만 선별적으로 실행하라

자율경영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율경영이 모든 업무와 직원들에게 하루아침에 적용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자율경영은 업무와 직원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전략의 수립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자율경영의 출발은 권한 위임이 가능한 업무를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직원들이 해야 할 업무를얼마나 시간적 여유가 있는가? ②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라는 두 가지 기준을 가지고 총 4가지 유형으로 나눠보자. 권한 위임이 가능한 업무는 어떤 유형일까? 중요하고 시급한 업무일까? 이런 업무를 어설프게 권한 위임하다가는 크게 사고칠 가능성이 높다. 중요하고 시급한 업무는 리더인 당신이 직접 챙겨야 한다. 권한 위임을 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업무는 시급하지만 중요도 측면에서는 조금 떨어지는 업무다. 성과가 조금 덜 나와도 전체 성과에 큰 지장이 없는 업무들 위주로 권한 위임을 시작하는 게 이상적이다. 그래야 권한 위임을 하는 상사나 직원들 입장에서도 훨씬 덜 불안해서 서로를 신뢰하게 된다.

 

권한 위임에 적합한 업무 유형이 무엇인지를 파악한 후에는 권한 위임이 가능한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을 구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업무를 분석했던 것처럼 직원들 역시 역량과 태도를 기준으로 총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해보자. (DBR 122 ‘A급 직원에게 내 시간의 80%를 투입하라참조.) 그리고 역량과 태도가 모두 훌륭한 직원들을 중심으로 권한 위임을 시작하자. 권한 위임을 바탕으로 한 자율경영은 직원들의 태도 변화와 역량 향상이 전제가 돼야 한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하자.

 

 

4)업무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실시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라

자율경영이 시작되면 실행하기 전보다 정보 공유에 대한 직원들의 니즈가 훨씬 더 커진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직원들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고 자율적으로 일하게 되면 좀 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더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 업무가 왜 필요한지, 이 업무를 통해 회사와 상사는 어떤 목표를 달성하려 하는지 등의 큰 그림을 이해하고 싶어 한다. 자율경영이 어느 곳보다도 잘 정착된 기업이라 할 수 있는 구글은 그래서 ‘직원들과 모든 정보를 실시간 공유한다를 회사 운영의 가장 중요한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자율경영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과거보다 훨씬 더 소통의 횟수를 늘리고,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 직원들이 회사 안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며, 나의, 혹은 우리 팀의 성과는 어떤지 등에 대한 정보 접근성을 높여 스스로 알아서 일하는 과정에 수반되는 불확실성을 최대한 제거할 필요가 있다.

 

5)평가 기준과 책임소재(accountability)를 명확히 하라

지시를 바탕으로 일하던 방식에서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게 되면 명확한 평가 기준과 업무에 대한 역할과 책임(Roles & Responsibilities)이 훨씬 더 중요해진다. 따라서 자율경영을 실행하기 전에 과거에 사용했던 성과 평가 방식과 책임 소재를 다시 들여다보고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절차공정성(procedural justice)을 높일 필요가 있다. 업무 지시도 상사로서 자신이 기대하는 결과물에 대한 이미지를 가급적이면 ‘6하 원칙에 따라 좀 더 명확하게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다. 업무 관련 미팅을 하게 되면 마지막 5분 정도는 각자가 맡은 역할과 책임을 다시 한번 명확하게 반복해서 확인하고, 다음 미팅 전까지 실행해야 할 항목(action items)을 써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자율경영으로 유명한 또 하나의 기업인 애플에서는 모든 미팅의 안건에 DRI(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의 약자)라는 문구와 함께 직원의 이름이 적혀 있어 어떤 업무와 안건이 누구 책임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기대치를 정해주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평가 기준과 책임 소재에 대한 명확한 정의 없이 실행되는 자율경영은 대참사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하자.

 

 

6)자율경영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직원들을 선별적으로 보상하라

자율경영은 상사에게도 부담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직원들에게도 큰 부담이 된다. 따라서 많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자율경영에 동참하고 기꺼이 새로운 역할과 책임을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따라서 자율경영이 잘 정착되려면 초기에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이를 통해 성장하려는 직원들에 대한 유무형의 보상을 충분히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성장에 필요한 학습과 교육을 상시 제공해 자율경영에 요구되는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7)임원들의 평가 항목에 권한 위임과 자율경영을 포함시켜라

아무리 뛰어난 리더라도 변화를 사랑하지는 않는다. 사람은 익숙한 것에 대해 애착을 갖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율경영에 대한 강의를 하다보면 임원들이직원들에게 권한 위임하기 싫어서 안 합니까? 그렇게 해봐야 결국 연말에 성과 좋은 사람 순으로 줄 세워서 누굴 집에 보낼까 결정하는데 어느 세월에 직원들 성장시켜서 성과를 냅니까?”와 같은 볼멘소리가 많이 들린다. 임원들의 힘든 일과를 누구보다 잘 아는 필자의 입장에서 고개가 끄떡여지는 소리이기도 하다. 따라서 자율경영이 잘 정착되려면 근본적으로 이들을 평가하는 기준도 조금은 변화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직에서 떠들어 대는 것과 자신들이 평가받는 것 사이에 큰 괴리가 생기고, 이들은 결국 평가받는 대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

 

필자가 가장 존경하는 한국을 대표하는 IT 기업의 CEO 한 분은 작년부터자율경영은 내 임기 마지막 프로젝트입니다라고 이야기하며 퇴임 전에 자율경영의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저녁식사를 같이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올해부터 임원들의 성과 평가 중 무려 15%직원들을 얼마나 성장시키고 스스로 일하게 만들며 긍정적인 문화를 정착시키느냐를 바탕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성과가 아무리 잘 나와도 이 15%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않으면 연봉은 올려줘도 승진시키지는 않을 작정입니다라고 이야기하는 데 큰 감명을 받았다. 많은 리더들이 권한 위임을 외치지만 이분처럼 임원들에 대한 성과평가에 무려 15%를 자율경영과 직원들의 성장에 할애하는 CEO는 그리 많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리더의 우선순위는 말이 아니라 행동과 자원의 분배에서 드러나는 법이다. 자율경영의 실천이 2016년 중요한 경영방침이라면 말로만 떠들지 말고 이렇게 실천하는 용기와 지혜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자율경영은 올해도 여전히 CEO립 서비스로 끝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직원들은 관리와 명령의 대상이 아니라 격려와 지원의 대상이다.

 

많은 상사들이 여전히 직원들을 관리의 대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사고는 수직적 관계를 바탕으로 한 구시대의 리더십이다. 직원들은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격려와 지원의 대상이다. 그들이 가진 역량을 존중하고 수평적인 리더십을 실천한다면 직원들은 당신에 대한 더 큰 신뢰와 성과로 보답할 것이다.

 

혹시 자율경영을 실천해서 직원들이 스스로 일하게 되면 리더로서 내 역할이 축소되거나 설 자리가 없어질까 불안해진다면 당신은 자율경영의 본질을 아직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자율경영은 리더의 역할을 축소하거나 부정하는 과정이 아니라 오히려 당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의 범위를 확장하고 더 큰 성공을 하게 해주는 마법과 같은 과정이기 때문이다. 나의 리더십으로 인해 직원들이 성장하고 더 많은 것을 하게 되는데 어떻게 당신의 존재가치가 줄어들 수 있겠는가?

 

자율경영을 통해 직원들에게 스스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고 이를 바탕으로 주인처럼 일하게 만든다면 리더로서 당신은 조직에 더욱더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자율경영은 조직에서 리더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이자 내가 가진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생각의 틀을 바꿔보자. 자율경영을 통해 21세기 최고의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는 구글의 CEO였던 에릭 슈밋이 그의 저서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에서 소개한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2016년 자율경영을 실천하려는 독자들에게 격려를 보낸다. “전문성과 창의력을 가진 직원에게는 스스로 통제할 권한을 줘라. 그러면 그들은 대개 어떻게 하면 생활의 균형을 찾을 것인지 알아서 최선의 결정을 내릴 것이다.”

 

정동일연세대 경영대 교수 djung@yonsei.ac.kr

 

필자는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빙엄턴 뉴욕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교수를 거쳐 2008년부터 연세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04년 미국경영학회 서부지부로부터올해의 유명한 학자상을 받았다. 2010년 리더십 분야의 최고 학술지인의올해의 최고 논문상을 수상했으며 매일경제 선정 한국의 경영대가 30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2015년 정진기언론문화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사람을 남겨라>가 있다. 주 연구 분야는 리더십과 조직행동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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