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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네이선 퍼 인시아드 교수

더 빠르고 값싼 실험으로 혁신 달성 이노베이터 메소드로 1년 걸릴 일 2,3일에 뚝딱!

김현진 | 193호 (2016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2009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두 여성이 설립한 고급 드레스 대여 사이트렌트더런웨이(Rent the Runway)’는 방대한 사업계획서를 만드는 대신 몇 차례실험을 통해 사업 기회를 검증했고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성공하는 혁신가들은 소비자가 원하지도 않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느라 시간을 쏟고 경쟁자들에게 기회를 추월당하는 대신 먼저 고안한 것들을 실험하고 검증한다. 네이선 퍼 교수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최대한 빠르게, 적은 비용으로 사업 기회를 탐색할 수 있는 방법론으로이노베이터 메소드를 제안한다. 그리고 불확실성이라는 조건하에서는 지도자들의 역할도 최고결정권자(Chief decision maker)에서 최고실험가(Chief experimenter)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권세은(성신여대 경영학과 4학년) 씨와 김나경(고려대 심리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미국의 유명 재무관리 소프트웨어 업체인 인튜이트 창업자 겸 회장 스콧 쿡은규모 확장에 성공한 기업이라도 더 이상 과거 방식으로 배를 몰아갈 수는 없다. 밀려드는 스타트업에 압도되고 말 것이다라고 말했다. 불확실성의 시대, 기존의 성공 공식이나 질서만으로안전하게 회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이제 신화에 불과하다. 린스타트업, 디자인 사고, 애자일(agile)소프트웨어 개발 등은 모두 각 기업이 신속한 실험을 통해 불확실성과 위험을 낮추게 하기 위해 제시된 방법들이다.

 

프랑스 경영대학원인 인시아드의 네이선 퍼 교수는 최근 저서 및 기고 등을 통해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혁신을 시도하는 기업을 위한 새로운 길잡이를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국내에 발간된 저서, <이노베이터 메소드(세종서적)>를 통해 최근 고안된 각종 혁신 이론들을 집대성하고 새로운 인사이트를 부여해 각 기업 및 개인이 바로 실행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했다. 제프 다이어 브리검영대 경영대 교수와 함께 쓴 이 책에서 퍼 교수는 특히 과거 린스타트업과 이를 보완한 전략으로 성공적인 결과를 얻은 기업들의 사례를 보여주면서 혁신 프로세스를 구현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DBR은 그와의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이노베이터 메소드 적용 방법 등을 물었다.

 

‘이노베이터 메소드는 무엇인가. 어떻게 새로운 툴에 대해 연구하게 됐나.

지금까지 각 기업이 적용해 온 전통적인 경영전략은 산업혁명시대에 주로 고안돼 혁신 산업군 또는 미래지향적 신규 사업에 적용하기엔 수명을 다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우리는 과거보다 훨씬 더 불확실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이노베이터 메소드는 이러한 시대에 불확실성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지 제시하기 위한 툴이다.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면서 혁신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나온 아이디어다. 이 아이디어가 나온 원천은 크게 두 곳이었다. 먼저 지난 몇 년간 경영현장에서 느끼는 불확실성이 점점 증폭됨에 따라 경영자들을 돕기 위해 몇 가지 프레임워크가 개발된 바 있다. 린스타트업, 디자인싱킹, 에자일, 비즈니스모델 혁신 등이 그것으로 각각 혁신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전체적인 혁신 과정을 모두 커버하지는 못한다는 단점이 제기됐다.이에 좀 더 총체적인 혁신 툴인 이노베이터 메소드를 통해 각각의 혁신 툴 중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결합하고 좀 더 통합적인 프레임워크를 제시하려 했다. 두 번째는 세계적으로 가장 혁신적이라고 평가 받는 기업들과 경영자들이 어떻게 이런 툴을 적용해 혁신 능력을 고양시키고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이를 위해 1) 항상 성공적으로 혁신을 주도해온 기존 기업 2) 혁신성을 잃었다가 다시 재정립하는 데 성공한 기존 기업 3)혁신적인 스타트업 기업 4) 혁신에 실패한 기업 등을 고루 연구했다.

 

네이선 퍼(Nathan Furr) 교수는 2009년 미 스탠퍼드대에서 전략 및 기업가정신, 혁신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프랑스 경영대학원인 인시아드의 전략담당 조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주요 서적으로는 2015년 말 국내에 번역 소개된 <이노베이터 메소드(The Innovator’s Method(공저)> 2011년 펴낸이 있다. 브리검영대 경영대학원 교수인 제프 다이어(Jeff Dyer)와 함께 집필한는 린스타트업을 기존 조직에 혁신을 가져오는 방법론으로 소개함으로써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2014 11월 호에 기업이 파괴적 혁신을 극복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데 하이브리드 기술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다룬 <프리우드식 혁신(The Prius Approach)>을 기고해 주목을 받았다. 헬스케어, 클린 테크놀로지, 인터넷 관련 업종에서 직접 스타트업을 창업한 바 있고 전략 컨설팅업체인 모니터그룹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근무한 바 있다.

 

이노베이터 메소드를 실행하기 위해 통찰-문제-솔루션-비즈니스모델 등 네 가지 단계를 방법론으로 제시했다. 각 단계의 역할은 무엇인가.

첫 번째 통찰 단계는 협소한 범위의 아이디어에만 집중하기보단 폭넓게 모색하라는 것이다. 질문하기, 관찰하기, 네트워킹, 실험하기 등을 활용해 해결할 가치가 있는 문제에 대해 폭넓게 모색해야 한다. 두 번째 단계는 문제를 심도 있게 파악하는 것이다. 통상 기업들은 솔루션에 집중하다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잘되게 하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그에 앞서 문제가 무엇인지 깊이 파악해야 한다. 그 다음 단계가 일련의 시제품(프로토타입)을 사용해 문제에 솔루션을 반복적으로 대입해보는 것이다. 전면적으로 제품 개발에 착수하는 대신 이론적이고 가상적인 시제품을 구상한다. 그 다음 최소 기능을 갖춘 시제품을 제조하기 위해 각 솔루션을 반복적으로 개발하고 검토해야 한다. ‘최소한의 경탄할 제품을 만드는 것이 이 단계에서 해야 할 일이다. 이는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출중한 제품 또는 서비스를 뜻한다. 마지막 단계인 비즈니스 모델 단계는 시장 진입 전략을 검증한다. 일단 솔루션을 명확히 규정하면 비즈니스 모델의 기타 요소들을 검증할 준비가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가격 책정 전략, 신규 고객 유치 전략 및 비용 구조 전략이 포함된다.

 

 

 

이노베이터 메소드에 관심을 갖는 기업인이 취해야 할 첫 단계는 무엇일까.

전통적인 경영 툴은 어느 정도 확실성이 확보된 조건에서 잘 작동한다. 지금도 적지 않은 경영인들이 어느 정도 확신성이 있는 사업에 대해 기존 툴을 적용해 성공 공식을 답습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기존 가치를 유지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자한다면 기존 툴을 버리고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장착할 각오를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기업인들이 취해야 할 첫 관문인데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할 것이다.

 

‘린스타트인 워크숍(Lean Start-in workshop)’ 방식을 통해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가 책에 종종 등장하는 것 같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린스타트인은 린스타트업을 좀 더 일반적인 방식으로 적용한 것이다. 스탠퍼드 대학원에서 연구할 때 나 역시 린스타트업 방식을 고안하는 일에 참여한 적이 있다. 동료들과 기업인이 되기 위한 다양한 방법에 대해 토론하면서 사실상 추정에 불과한(full of guesses) 방대한 비즈니스 플랜을 쓰는 데 시간을 보내느니 가설 하나에 집중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즉 가설 하나를 세운 뒤 이 가설을 되도록 신속하게 증명하기로 한 것이다. 비즈니스 플랜을 꼼꼼하게 짜는 데 1년 정도가 소요된다면 가설 한 개를 수립해 바로 증명하는 데는 채 며칠이 걸리지 않았다. 린스타트인 워크숍이란 이러한 방식을 기업 상황에 적용하기 위한 교육이다. 예컨대 2, 3명으로 구성된 작은 팀 하나를 대상으로 어떻게 하면 가설을 세우고 증명할 수 있는지 교육하는 작은 워크숍이다. 교육 기간은 금요일과 토요일 단 이틀이다. 린스타트인 워크숍의 첫날 오전, 팀원들은 어떻게 하면 가장 중요한 가설 하나를 수립하고 어떻게 고객들과 대화할 것인지에 대해 트레이닝을 받은 뒤 오후에 바로 필드에 나가 실제 고객들에게 그들이 만든 시제품을 보여주도록 교육받는다. 고객들을 통해 받은 피드백을 통해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있는지 바로 동료들과 상의한다. 이렇게 하면 통상 6개월에서 1년가량이 걸리는 비즈니스 수립 과정이 주말 2∼3일 정도로 압축될 수 있다. 재무관리 소프트웨어 업체인 인튜이트도 린스타트인 워크숍을 통해 문제 발생 시 솔루션을 찾는 방법을 도출할 수 있었다.이틀 동안 관련 팀이 고객의 문제를 확인해 솔루션의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이를 고객에게 실험하는 과정을 진행했다. 또 이를 통해 문제의 해결책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었다. 구글이 웨어러블 기기인 구글 글라스를 만들 때 시제품을 개발하는 데 든 시간도 불과 하루에 불과했다. 개발팀은 영화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톰 크루즈가 허공에서 손을 움직여 컴퓨터를 조작했던 장면을 떠올리며 빌린 머리끈을 팽팽한 낚싯줄에 끼워 연필, 바인더 클립, 젓가락, 마우스 등으로 만든 클릭기기에 부착함으로써 사람이 움직이면 낚싯줄이 팽팽해져 기기를 클릭하게 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이들이 이 시제품을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45분이었다.

 

린스타트업이나 이노베이터 메소드는 모두 유연한 조직 문화가 바탕이 돼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대기업들도 최근 수년간 유연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애써왔으나 아직 한계가 있다. 이런 기업에서 이노베이터 메소드를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까.

불확실성에 직면했을 때, 이런 불확실성을 얼마나 빨리 학습하는지가 기업의 경쟁을 좌우할 것이다. 대기업들에 뿌리내린 위계질서는 혁신의 속도를 늦춘다는 점에서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수십 년 혹은 수백 년에 걸친 이 질서를 단숨에 깨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럴 때 대기업들이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조직 내에 위계질서가 없는(hierarchy free) 지대를 설정해 놓은 뒤 승인과 결정 과정을 거쳐야만 일이 진행되는 기존의을 걷어내는 것이다. 혁신 그룹 등 기존의 결재 과정을 거치지 않고 혁신적인 사업을 도모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이를 통해 유연한 결정을 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대기업들의 사례는 이미 적지 않고 제한적인 방식으로라도 일정 부분 성과를 내고 있다.

 

 

린스타트업이나 이노베이터 메소드가 지향하는 프로세스의 핵심은 당신이 직면하는 불확실성을 최대한 빨리 파악하고 익히게 하는 데 있다. 더 빨리 배울수록, 실패 가능성과 관련된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실제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하기 위한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혁신을 시도하고자 하는 기존 기업들에 혁신 온실(greenhouse)을 만들 것을 제안하고 싶다. 이는 혁신을 주도하는 조직 내 개인 또는 팀이 유연성을 확보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를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온실이 작동되는 동안 나머지 구성원들은 기존 질서에 맞춰 기능할 수 있다. , 전체 조직에 급작스럽게 유연한 툴을 적용하기보다 일종의 실험 공간을 먼저 확보하라는 의미다.

 

이노베이터 메소드를 적용하는 데 있어 경영자들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불확실성이라는 조건하에서는 지도자들의 역할도 최고결정권자(Chief decision maker)에서 최고실험가(Chief experimenter)로 전환돼야 한다.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각각의 팀의 성과를 분석하고 앞으로 가야 할 방식에 대해 결정하는 일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불확실성 상황에서는 옳은 결정을 내리는 것 자체가 큰 도전과제가 된다. 왜냐면 성공적인 경영을 위한 주요 변수들이 모두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안갯속에 있는 듯한 상황에서 지도자는 연구실의 수석 과학자처럼 새로운 실험을 주도하는 역할을 자신의 업무로 받아들여야 한다. 즉 불확실성 시대의 지도자는 자신의 팀원들이 얼마나 빨리 중요 가설을 수립해 가장 효과적으로 이를 테스트하는지 체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 가설 테스트 결과를 통해 획득한 정보를 기반으로 사업 결정과 관련된 결론을 내려야 한다.

 

이노베이터 메소드를 잘 적용한 사례를 하나 소개하자면.

‘렌트더런웨이(Rent the Runway)’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젠 하이먼이 세운 고급 드레스 대여 업체다. 하이먼은 뉴욕의 집에서 추수감사절을 보내던 중 언니가 다가올 결혼식에 어떤 옷을 입고 갈지 고심하는 모습을 보면서 고급 디자이너 드레스를 입고는 싶지만 매번 구입하기엔 부담스러운 주변 여성들의 고민을 떠올렸다. 그는 급우인 제니 플레이스와 함께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이 세운 가설은 1. 소매가의 10분의 1에 대여할 수 있다면 중산층이나 상류층의 젊은 여성들이 디자이너 드레스를 빌릴 것인가. 2. 드레스를 대여하는 여성들이 옷을 양호한 상태로 돌려줄 것인가였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이들은 유명 디자이너 옷 130벌을 빌리거나 구입해 하버드대 학부생에게 대여하는 실험에 들어갔다. 캠퍼스 주변에서 광고를 진행하고 대여 장소를 빌려 젊은 여성들을 초청한 결과 드레스를 보러 온 140명 중 35%가 대여를 했고 53명 중 51명이 옷을 양호한 상태로 우편을 통해 반납했다. 불확실했던 장애물이 제거될 수 있음을 눈으로 확인한 실험이었다.

 

“아마존에서 실행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실험 비용을 절감한 것이다. 하지만 만약 실험을 100차례 진행하다 1000차례로 늘린다면 산출되는 혁신의 수도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다.” 실험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이들이 두 번째로 세운 가설은 고객들이미리 입어볼 수 없는 드레스도 대여할 것인가였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 하이먼과 플레이스는 또 한번 실험을 고안해 예일대 캠퍼스에서 진행했다. 이번에는 여성들이 대여 전에 드레스를 보기는 하되 입어보지는 못하게 했다. 대신 첫 번째 실험에서 드레스가 다양하게 갖춰지지 않아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찾지 못했던 사례가 많았던 점을 감안해 이번에는 드레스를 더 많이 준비했다. 이 모의 실험 결과, 고객들은 직접 입어보지 않아도 드레스를 대여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고 드레스 선택의 폭이 늘어남에 따라 대여자 수도 55% 이상 증가했다. 이들은 드레스 대여를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점치기 위해 좀 더 큰 실험을 진행했다. 1000명의 여성에게 PDF 파일 사진을 보고 드레스를 대여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한 것이다. 최종 실험에선 특별 행사용 드레스를 찾는 여성의 5%가 이 서비스를 이용할 의사가 있음이 확인됐다. 고급 패션의 온라인 대여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다.

 

그들은 여러 면에서 기존의 창업 기업의을 따르지 않았다. 먼저 이들은 공문서화한 사업 계획서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베인캐피털이 초반 사업자금을 대기로 한 것도 사업 계획서 때문이 아니라 이들이 가진 비전과 가설 테스트 결과를 신임했기 때문이다. ‘배우면서 실행하는이들의 사업 방식을 투자사 측은 존중했다. 기존 성공 공식에 따르면 팀을 조직한 뒤에는 신중하게 웹사이트와 서비스를 개발해 고객을 폭넓게 끌어들여야 했지만 이들은 이런 룰마저 거부했다.

 

2009 112 5000명의 초청 회원을 위한 베타 버전서비스를 신속히 출시하면서 그저 드레스 대여 능력만을 테스트하려 한 것이다. 이들의 색다른 시도는 <뉴욕타임스>고급 여성복 넷플릭스 모델이라는 기사로 소개되면서 엄청난 속도로 초기 수요를 확보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추가 투자가 이뤄졌다. 론칭 첫해 말부터 이들의 사업 모델이 성공했음이 입증됐고 오바마 대통령 제2기 취임식 참석 여성의 85%가 이들의 드레스를 입었다.1

  

 

렌트더런웨이의 성공담은 이노베이터 메소드의 진가를 느끼게 할창문역할을 한다. 즉 성공하는 혁신가들은 소비자가 원하지도 않는 상품을 개발하며 자원을 낭비하기 전에 고안한 것을 먼저 실험하고 검증한다.

 

인튜이트는 린스타트업과 디자인싱킹 툴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2013,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무려 2500차례 진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상품들을 개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실험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 것 같은데 자본이 약한 기업이라면 어떻게 다양한 실험을 수행할 수 있을까.

정말 중요한 질문이다. 왜냐하면 사실 이노베이터 메소드의 핵심 요소 중 하나가 실험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원이 부족할 경우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더 빠르고 더 싼 실험방법을 찾는 것이다. 아마존닷컴의 설립자인 제프 베저스는 내게 이런 설명을 해준 적이 있다. “아마존에서 실행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실험 비용을 절감한 것이다. 하지만 만약 실험을 100차례 진행하다 1000차례로 늘린다면 산출되는 혁신의 수도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다.” 실험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실험의 횟수를 희생시키지 않으면서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아마존이 택한 성공 공식은 저비용 시제품을 활용한 것이었다. 나는 경영자나 학생들에게만약 당신의 고객에게 당장 내일 제품 또는 서비스를 팔아야 한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라고 물어보곤 한다. 가장 빠르게, 그리고 싸게 준비할 수 있는 자료는 고품질 사진으로 시제품을 보여주는 방법, 큰 도화지를 접어 만든 샘플 등을 생각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 정도로도 실험을 시작하고 고객들로부터 피드백을 얻기에 충분하다는 뜻이다. 당신이 직면한 불확실성을 해결하기 위해 이러한 최소 단위 시제품을 만드는 방법도 생각해

보라.

 

스타트업 기업들이 성공을 거두게 되면 회사의 규모가 커지고 결국은 대기업처럼 작동하게 되면서 유연성과 같은 스타트업 조직의 미덕이 희석되는 것 같다. 이런 경우, 스타트업 정신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지적한 대로 스타트업 기업이 대기업화될 때 직면하는 가장 어려운 도전 과제 중 하나가 혁신을 위한 공간을 유지하는 것이다. 나는 스타트업 기업이 대기업화될 때 전통적인 기업의 성격을 어느 정도 띠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조직의 일부분 중에서는 여전히 스타트업처럼 작동할 공간이 남아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노베이터 메소드에 따르면 세 가지 단계를 기억해야 한다. 먼저 모든 조직원들이 전통적 기업을 운영할 때와 혁신적 기업을 운영할 때 각기 다른 툴이 적용돼야 하며 혁신을 위해 경영의 툴을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주지시키는 일이다. 두 번째 단계는 이노베이터 메소드와 같은 혁신적 툴에 대해 좀 더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개인을 배치해 아이디어를 가진 각 조직원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주는 것이다. 이른바혁신 촉진자(innovation catalysts)’ 역할을 하는 이들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낸 다음 단계에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단계는 혁신을 담당하는 팀을 따로 구성해 이들이 혁신 촉진자와 함께 유연한 아이디어 수집 및 테스트 등을 담당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세 가지 단계가 작동한다면 기업의 규모가 커지더라도 린스타트업 또는 이노베이터 메소드가 잘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창업 단계에서 대단한 사업계획서 없이 아이디어만으로 승부를 하는 것이 실제로 가능한 일인가. 투자자들이 가설만으로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는 스타트업에 기꺼이 투자를 하려 할까.

투자자들에게는 고객들이 해당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최근 많은 투자자들은 잘 짜인 듯 보이는 비즈니스 플랜이 실제로는 엄청나게 불확실성에 가득 찬 수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오히려 비즈니스 플랜과 직결되는 주요 가설을 실제 고객을 통해 증명한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들이 최근에는 더 큰 환영을 받고 있는 추세다.

 

이노베이터 메소드의 첫 번째 단계로통찰: 놀라움을 맛보기’가 있다. 책을 보면 조직 내 냉소적인 반응이나 직원들의 저항을 뚫고 직원과 고객을 직접 만나게 하면서 혁신을 시도하는 데 성공한 ‘힌두스탄 유니레버사례가 등장하는데 이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교훈은 무엇인가.

모든 인간은 불확실성을 마주할 때인지적인 덫(cognitive trap)’에 걸리기 쉽다. 실제로는 잘 알지 못하면서 무언가를 잘 알고 있다고 믿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기업 상황에서라면 직원들이 고객들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스스로 과신한 나머지 더 이상 고객들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들으려 애쓰지 않는 단계가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실제로 고객들과 소통을 시도해본다면 깜짝 놀랄 만큼 다른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일단 원래 알고 있다고 믿던 것과 실제 고객들의 생각의 차이를 인식한다면 깜짝 놀랄 것이라는 뜻이다. 이때 느낀 놀라움이 혁신적 기회를 위한 원재료가 될 것이다.

 

특히 스타트업이 아닌 기존 기업에서 이노베이터 메소드를 적용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직원들에게 새로운 툴을 가르치거나 강요하려 한다면 저항이 적지 않게 따를 것 같다. 어떻게 해야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조직 내 일부 사람들이 혁신에 참여하지 않으려 한다면 굳이 애써 설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하지만 동시에 뭔가 다른 일을 통해 더 나은 결과를 내는 긍정적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믿는다. 조직으로선 이런 이들에게 먼저 혁신 툴과 관련된 교육을 시키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이들을 통해 자연스레 조직 내 관련 정보가 공유되고 전파될 수 있을 것이다.

 

 

 

 [DBR Mini Box]

 

 

린스타트업과 철학을 공유하는 유사 접근법

아이디어를 빨리 상품화해 시장에 진입시키고 고객에게 해당 상품 및 비즈니스 모델의 고안자(originator)로 각인되기 위해서는 시간과 사투를 벌여야 한다. 그러나 고객과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상품이나 사업 기획 단계에서 보다 세심하게 고객의 의견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린스타트업은 아직 상품이나 서비스가 완결되기 전부터 시제품 상태로 고객의 반응을 살핀다. 따라서 피드백 제공에 참여한 고객을 신사업의 주요 충성고객으로 확보할 수도 있다. 린스타트업이 고객의 마음을 읽는 경영방식이라 불리는 이유다. 린스타업과 유사한 접근법으로 이노베이션랩, 디자인싱킹, 애자일경영 등이 있다. 모두 린스타트업과 유사한 철학적 토대를 가진 조직적·방법론적·문화적 접근법으로 똑같이 고객의 마음을 읽고, 이를 빠르게 적용하면서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기법들이 린스타트업과 각각 어떤 점에서 같고 다른지 살펴보고 기업 내 적용법에 대해서도 짚어본다.

 

1. Design Thinking

린스타트업이 학습에 의한 발전을 통해 시장과 고객을 창출하는 프로세스로 정의, 발전돼 왔다면 디자인싱킹은 제품 디자인에서 출발해 발전된 디자이너들의 사고 방식을 경영에 접목시키기 위한 방법론으로 업그레이드시킨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초기 제품 설계에 집중되던 디자인이 고객 경험 전반을 설계하는 영역으로 확장, 발전을 거듭해오면서 이를 상품, 서비스의 설계는 물론 기업 운영 전반의 혁신 솔루션 설계로 적용 대상을 넓힌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최근에 삼성전자의 디자인싱킹 기법이 소개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는데 디자인싱킹은 이처럼 초기 IDEO와 같은 디자인 전문 기업부터 시작해 삼성전자, IBM, SAP 등과 같이 제품이나 상품 설계를 고민한 기업 모두가 도입 적용하고 있는 일반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디자인싱킹은 린스타트업 적용을 위한 방법론으로 활용할 수도 있는데 이는 빠른 시험, 학습을 통한 발전 추구 등의 측면에서 매우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싱킹은 개인 경제시대에 맞춰 경쟁력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자 경험(Customer Experiences)을 설계하고 제공, 관리하는 것으로 디자인의 개념이 옮겨가면서 더욱 각광받고 있다. 사실 본래 디자이너의 시각이라고 하는 것은 고객에게 제공하기로 목표하는 특정 상품을 어떤 모양새와 어떤 색상으로 만들것인가 하는 부분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 상품을 고객이 어떤 곳에서 찾아 무엇을 위해 어떤 점들을 고려해서 구매하는지, 또 사용하면서 어떤 느낌을 갖게 할 것인지 등 전 과정에 대해 미적 관점뿐만 아니라 구매의 용이성, 사용의 편의성, 재미나 기억될 만한 독창적 요소까지 모든 면을 고려한다. 그동안 모든 기업의 혁신 솔루션은 품질의 완전성, 생산 경제성을 고려한 표준화, 대량 생산과 대량 공급을 겨냥한 보편성 추구, 다양한 기능 및 선택 옵션의 구비 등 철저하게 공급자 입장에서 제작됐다. 또 궁극적으로 원가 절감과 매출 확대를 추구했다. 하지만 디자이너적 사고에 기반한 솔루션은 철저히 고객 입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상품/서비스를 찾고 확인할 수 있기를 원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구매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해 주기를 원하는지, 어떻게 구매하고 어떤 느낌으로 기억하길 원하는지, 고민하면서 가다듬어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디자이너적 사고에 기반한 솔루션의 완성은 다양한 시제품을 통해 아이디어들이 실제 유용하고 효과적인 것인지를 확인하면서 완성해 나가는 것이다.

 

IBM은 사내 혁신을 위해 디자인싱킹 프로세스를 자체적인 방법론으로 정립해 모든 임직원들에게 혁신 추구를 위한 하나의 접근법으로 교육시킨 바 있다. 또 많은 디자이너들을 채용해 기업 내에 포진시킴으로써 다양한 각 비즈니스 단계별로 디자이너적 사고가 반영될 수 있게 했다. 이렇게 내부 직원 교육에서 시작된 디자인싱킹을 디자인 캠프(Design camp)라는 이름의 대고객 서비스로도 제공하고 있다. 이 캠프는 고객사 내 프로젝트팀을 대상으로 통상 일주일간 진행된다. 다양한 기업에서 제공하거나 적용하는 디자인싱킹 프로세스는 각 단계별 프로세스에 대한 STEP 정의와 접근법에 있어 다소 간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인 단계는 모두 유사하다. IBM의 디자인 캠프 적용 관점에서 디자인싱킹 과정을 소개한다.

 

1. 참여자들 모두에게 디자이너적 사고의 접근법이 필요함을 교육시키고 고객이나 고려하고자 하는 이해당사자의 입장에서 무엇이 주요 관심사이고 의사결정 요소인지를 정의한다.

 

2. 정의된 각 이해당사자의 관점에서 우리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 사용하는 과정에서 어떤 불편함들을 느끼고 있는지 공감하는 과정을 거친다. 즉 해결해야 할 고민점(pain points)을 명확히 한다.

 

3. 공감이 끝난 이후 시간적 배열에 따라 각 이해당사자들이 우리 기업과 상호작용하는 전체 시나리오를 연결해 구성하고 이 시나리오에 위의 고민점을 각각 위치시킨다. 이렇게 구성된 시나리오 맵에서 수요와 고민점 해결을 위한 디자인의 목표점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힐스(Hills)라 부른다. Hills who, what, wow 요소를 정의하는 것으로 이를 목표로 Hills를 구현하기 위한 ‘To-be’의 스토리와 ‘wow service’를 설계하는 출발점이 된다.

 

4. 정의된 시나리오 위에 고객이 어떻게 우리 상품/서비스/브랜드에 접근하고, 구매하고, 사용하고, 느끼게 할 것인지를 각 이해관계자 입장에서 설계한다. 이때 고객의 상품/서비스 구매/사용 시나리오에 어떤 서비스의 변화나 생성이 필요한지를 Hills를 기준으로 설계한다.

 

 

 

5. 이렇게 고객 입장에서 스토리 구성이 끝나면 각 스토리를 실현하기 위한 고객 접점 (상품/제품/서비스)의 인터페이스 wireframei 을 설계한다. 모든 경영환경이 자동화된 현대 기업에서의 서비스 설계는 결국 대부분의 경우 IT 시스템 형태로 고객 또는 영업사원에게 제공된다. Wireframe은 그냥 단순히 화이트보드나 포스트잇에 그림을 그리면서 어떤 내용을, 어떻게 제공하자는 것을 워크숍 참여자들이 함께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진행한다.

 

 

 

 

6. wireframe이 완성되고 나면 실제 고객이나 영업사원의 피드백을 받기 위해 상품이나 IT 시스템의 프로토타이핑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IT 시스템을 별도의 인프라 마련과 설계/개발 등 기나긴 과정을 기다리지 않고 간단히 접목하기 위해 IBM의 플랫폼 클라우드를 이용해 속도를 내게 할 수도 있다. 또는 고객사 내에 개발/테스트를 지원하는 데브옵스(DevOps)ii 환경이 있다면 이를 활용한다.

 

7. 프로토타이핑을 통해 만들어진 시제품/시험서비스를 가지고 실제 고객 입장에서 설계된 내용이 어떠한지를 평가해 보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미 노드스트롬백화점(Nordstrome)의 이노베이션랩에서 디자인싱킹을 적용하는 과정이 유튜브에 공유돼 있는데 이를 보면 실제 매장에서 직접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한 뒤 고객을 대상으로 시험해보고 반응을 청취하는 현장 워크숍 형태로 진행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8. 솔루션에 대한 피드백이 수집되고 나면 이를 반영하고, 다시 솔루션을 소과제로 나눈 뒤 우선순위화하는 과정을 통해 스크럼 설계로 진행된다. 위의 프로토타이핑과 피드백 접수 및 반영, 이를 반영한 스크럼 재조정 등은 곧 설명할 애자일 기법에 따라 반복된다.

 

디자인싱킹이 기존 혁신 솔루션 설계 방법론과 다른 점은 컨설턴트가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고객이 리뷰하는 형태가 아니라는 점이다. 참가하는 다양한 부서의 참여자들이 방법론에 대해 교육받고 난 뒤 이 방법론 프로세스에 따라 함께 브레인스토밍하고 그 내용을 포스트잇에 적어 칠판에 붙이고 조정하면서 발전시켜 나간다. 디자인 캠프의 또다른 특징은 바로 이 포스트잇 사용에 있다. 즉 대화를 통한 조정을 시도하기보다는 각자의 생각을 적거나 또는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보다 편한 분위기에서 고객을 감탄시키는 와우(wow)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오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피드백 과정에서는 실제 고객이나 대고객 영업사원들의 참여를 통해 프로토타이핑된 솔루션이 효과적인지를 확인하고 이 피드백을 수용해 나감으로써 그동안 일방적으로 진행되던 혁신 프로젝트의 단점을 보완하게 된다. 과거에 시도되던 혁신 방법론에서는 이러한 피드백이 혁신팀이나 컨설팅 프로젝트 팀 내에서의 리뷰를 통해 짐작하는 것에 그쳤다면 디자인 캠프에서는 실제 고객이나 영업사원을 참여시켜 추측이 아닌 실제 사용자 경험을 반영하게 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2. 애자일 경영

린스타트업이 프로세스 최적화 기법으로부터 발전돼 왔다면 애자일(Agile) 경영은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으로부터 발전됐다. 애자일 경영은 지속적으로 적용해보고 발전해 나가는 방식이나 철학 측면에서 린스타트업과 매우 유사하다. 그런 점에서 린스타트업을 기업에 적용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활용할 수도 있다.

 

애자일은 과거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에서 기존의 워터폴(Waterfall) 방식의 분석-설계-개발-테스트-배포 방법론에서 오는 리스크를 피하고 학습에 의한 개선을 추구해 나가기 위해 고안됐다. 즉 소프트웨어 개발을 짧은 주기로 나누어 설계-개발-테스트 루프를 반복하면서 이전 개발 과정에서의 교훈(lessons learned)을 반영해 나가는 방법론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과거 개발 프로세스는 문서 기반으로 만들어질 시스템을 예측하고 상상하면서 진행됐다. 그에 반해 코드 기반으로 일정한 주기로 지속적으로 만들어진 프로토타입을 기반으로 우선순위를 정하고 변경하며 테스트를 통해 상황에 민첩하게 적응해 나가는 방식이 애자일이다.

 

                

 

 

최근 기업 경영 환경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넘어 기업 경영에 애자일 프로세스를 반영하는 노력이 나타나고 있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완벽한 장기 비즈니스 플랜을 세워두고 달려나가는 것보다는 지속적으로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에 대응하면서 우수사례를 공유한 뒤 실패로부터의 교훈을 반영해 기업 운영의 성공적인 모델을 지속적으로 진화 완성시켜 나가는 것이 보다 안전하고 전략적인 경영 접근법으로 각광받게 된 것이다.

 

애자일 경영의 핵심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어떠한 노력이건 시도해 보는 조직원 또는 팀을 격려하고, 조직원들의 다양한 실패 경험담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데 있다. 애자일 경영을 적용해 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1) 해야 할 업무를 잘게 쪼개고 2) 전사적으로 추구해야 할 핵심 가치를 기준으로 쪼개 나눈 단위 과제들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3) 매일 단위 과제들의 진행상황을 공유하면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 나가는 것이다.

 

과거 많은 기업들이 모토로라에서 출발한식스시그마를 경쟁적으로 도입해 전 직원을 교육시키며 품질관리와 효율화의 정형 프로세스에 몰입시켰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식스시그마 방법론은 품질 효율화 추구라는 샌드박스(sand box)iii 에 갇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시장과 고객의 요구에 민첩하고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경직성을 띠게 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애자일 경영을 성공적으로 도입 운영해 나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애자일 프로세스를 교육받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체 전 임직원에 대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수평적 문화를 유지하면서 매일 진행상황을 공유하고 진행 방향을 협의 조정하는 것에 익숙해지도록 기업 문화를 바꿔나가야 한다.

 

과거 데이터흐름도(Data Flow Diagram)iv 와 구조도(Structure Chart)라는 문서로 시스템 개발 범위를 관리하던 매니저들은 실제 사례(Use Case)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요건 정의가 나타나면서 큰 혼란과 거부감을 경험했다. 현재 기업에서 조직을 이끄는 고위관리자들은 상당수가 장기적인 로드맵을 기반으로 전략적인 기획부터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일사천리로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업무 방식을 입사 이래 지속적으로 훈련받아 왔다. 애자일 경영은 이러한 업무 스타일과는 상반된 철학을 가지고 있다.

 

애자일 경영을 성공적으로 운영해 나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애자일 프로세스를 교육받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체 전 임직원에 대해 수평적 문화를 유지하면서 매일 진행 방향을 협의 조정하는 것에 익숙해지도록 기업 문화를 바꿔나가야 한다.

 

애자일 경영에서 누구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는 각 단위 스크럼(scrum/애자일 개발프로세스)v


을 리드하는 스크럼 마스터다. 스크럼 마스터는 소규모 개발팀이 각자 진행하는 단위 업무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잘해낼 수 있도록 매일 스크럼 회의라는 협의를 통해 실제 진행상황을 조망하고 상황에 따른 이슈를 해결하고 조율해야 한다. 또 스크럼 멤버들이 전체 스프린트의 목표와 방향성에 맞춰 업무 방향을 진행해 나가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맡는다. 또한 잘게 쪼갠 스프린트 주기(2∼8)에 전체 멤버들이 모여 스프린트의 목표와 방향성을 명확히 공유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최근 소셜커머스업체 쿠팡은 전체 서비스에 애자일 프로세스를 도입해 개발 운영해 나가는 것으로 많은 매체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애자일 경영이 최근 들어 크게 주목받는 것은 지독한 불확실성으로 3, 4차 산업까지도 한계 상황을 경험하게 된 경영환경 때문이다. 스프린트의 진행상황을 지속적으로 공유하면서 상황에 대응하고 꾸준히 학습하며 발전해 나가는 조직은 매뉴얼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에 비해 현 시대 상황에서 훨씬 더 큰 역량을 발휘할 것이다.

 

 

 

 

3. 이노베이션랩

린스타트업이 소규모의 팀으로 지속적으로 솔루션을 고안해 만들고 이를 시험해보면서 학습하고 발전시키면서 시장과 고객을 창출해 나가는 프로세스라면 이노베이션랩(Innovation Lab)은 일반 기업에서 기존 캐시카우 사업을 혁신해나가기 위해 보다 전문화된 조직을 구성, 운영하는 것을 가리킨다. 기존 혁신팀과 다른 부분은 혁신의 전략을 수립하거나 설계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프로토타이핑 및 시험을 통해 그 효과를 시험하면서 지속적인 발전을 추구하는 기법을 적극 도입하는 부분을 들 수 있겠다. 과거 일부 제조업에서 신상품과 신제품 개발 목적으로 운영되던 랩이 최근에는 뱅킹, 유통, 병원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에 걸쳐 도입되고 있다.

 

현재 메인 비즈니스로 운영되는 조직과 별개로 지속적인 혁신 사례들을 직접 테스트하기 위해 이러한 이노베이션랩을 상시 조직으로 운영하는 조직들이 늘고 있다. 이 혁신센터는 철학적으로나 방법론적으로 고객 경험을 고객 입장에서 설계하고 상시 피드백을 통해 반영하는 접근법을 취한다. 또 단일 부서가 아닌 다양한 부서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운영돼야 한다.

 

예산 산정을 담당하는 재무부서, 신상품이나 신사업을 기획하는 기획부서, 기술을 통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설계 개발하는 연구개발 부서, 이를 고객에게 전달해야 하는 마케팅 부서 담당자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는 프로세스를 거치다 보면 빠른 시장 진입이 불가능해진다. 또 서로 다른 부서 담당자들의 다양한 시각이 반영되면서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런 이노베이션랩 또는 혁신 디자인 팀에 의해 빠르게 테스트되는 새로운 서비스 혹은 신상품들은 유튜브 등을 통해 공유된다. 즉 오픈 기반의 혁신들이 쉽게 참고하고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는 것이다. 또 기업 스스로 만드는 이노베이션랩뿐만 아니라 글로벌 우수 기업들과의 협업에 기반해 조인트 이노베이션 센터를 만드는 기업도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의 도이체방크는 2014 IBM과 마이크로소프트(MS) 2개의 글로벌 IT기업과 함께 조인트 이노베이션 랩을 조직했으며 중국의 China Electronics Corporation과 호주의 ANZ뱅크는 2015 IBM IT인프라와 방법론을 도입해 이노베이션 랩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소개한 디자인싱킹, 애자일 경영, 이노베이션 랩 등은 과거 2, 3차 산업이 활발하던 시기의 패러다임으로는 성공적으로 도입 효과를 내며 운영될 수 없다. 대중 경제에서 개인 경제 시대로, 공급자 주도에서 소비자 주도로, 체질화된 최적의 프로세스 추구에서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기로 완전히 바뀐 기업 경영 환경에 맞춰 운영돼야 한다. 예전의 사고 프레임에서 벗어나 기업을 지속적인 학습조직으로 변모시키는 것이 결국린스타트업의 핵심이다.

 

이정미한국IBM 전무 leejm@kr.ibm.com

 

이정미 전무는 연세대 물리학과를 졸업했다. IBM GBS Distribution Sector 리더로 재직 중이며 한국IBM CTO를 겸임하고 있다. LG전자, 삼성전자, 삼성SDI, 하이닉스반도체, SKTelecom,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등을 대상으로 EA(Enterprise Architecture), MDM(Master Data Management), 구매혁신, SP(Service Platform), Global 표준시스템 분야 다수의 컨설팅 및 SI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한국IBM GBS에서 SI(System Integration) IT 컨설팅 분야를 담당하는 AIS(Application Innovation Service) 리더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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