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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gotiation Letter

야구의 헛스윙, 협상에도 있다

최두리 | 193호 (2016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보스턴 레드삭스(Boston Red Sox) 2014년 팀의 스타 플레이어인 투수 존 레스터(John Lester)와의 협상에서 실패해 그를 떠나 보내야 했다. 표면적으론 연봉 격차 때문에 협상에 실패한 듯 보이지만 협상을 진행할 때 알아야 할 다섯 가지를 간과했기 때문이다. 협상을 진행할 때 알고 있어야 할 다섯 가지 팁은 아래와 같다.

 

1. 과거에서 배워라

2. 상황을 자주 확인하고 빨리 적응하라

3. 당신이 잘 알려져 있다면 특히 주의를 기울여라

4. 단순한 입장이 아닌 이해관계를 이해하라

5. 단 한 명의 리더를 세워라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대 로스쿨의 협상 프로그램 연구소가 발간하는 뉴스레터 <네고시에이션>에 소개된 ‘A Swing and a Miss: Leadership Lessons from the Boston Red Sox’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NYT 신디케이션 제공)

 

보스턴 레드삭스(Boston Red Sox)가 춘계전지훈련을 마무리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팀의 스타 플레이어인 투수 존 레스터(John Lester)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2014 시즌을 끝으로 시카고 컵스(Chicago Cubs)로 이적한 그의 빈자리는 컸다. 2007년 월드 시리즈 우승을 비롯해 그가 레드삭스와 함께한 시간이 매우 길었기 때문이다.

 

보스턴 레드삭스와 시카고 컵스가 레스터에게 최종 제시한 연봉은 각각 6년간 총 13500만 달러와 15500만 달러였다. 언뜻 봐서는 레스터가 단순히 연봉 때문에 이적한 것 같았다.

 

하지만 많은 사례들이 그런 것처럼 이 협상에는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레드삭스 경영진은 레스터와의 협상 과정에서 몇 가지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 이 월드 시리즈 우승팀이 저지른 실수들을 살펴보면 여러 이해관계와 유명 인사들이 얽힌 협상을 진행할 때 알고 있어야 할 다섯 가지 팁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과거에서 배워야 한다. 1996년 레드삭스는 당대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을 보유하고 있었다. 바로 로저 클레멘스(Roger Clemens). 당시 33세였던 로저 클레멘스는 팀에 잔류하기를 원했고 장기 계약(multiyear contract)을 맺고 싶어 했지만 팀에서는 클레멘스의 나이를 언급하며 1년 계약을 제안했다. 결국 클레멘스는 레드삭스를 떠나 토론토와 4000만 달러에 장기 계약을 맺었다.

 

18년이 흐른 뒤, 레드삭스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했다. 레스터에게 7000만 달러의 연봉을 처음 제안하기 전, 나이 어린 선수들과 거액의 계약을 맺은 것이다. 물론 협상에서 명확한 금액을 제시하고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입장을 정하기에 앞서 과거의 실수를 되돌아봐야 한다. 만약 2002년에 레드삭스의 구단주에 오른 존 헨리(John Henry)가 팀을 사기 전에 클레멘스와의 협상을 다시 살펴봤다면 레스터를 팀에 잔류시킬 확률은 훨씬 높았을 것이다.

 

둘째, 상황을 자주 확인하고 빨리 적응하라. 적응하는 리더십(adaptive leadership)은 까다로운 협상에서 유용한 기질 중 하나다. 누구나 나쁜 제안을 던질 수 있다. 하지만 현명한 리더는 진행 상황을 협상 초기부터 자주 보고받고 잘되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확인해 전략을 수정한다. 레스터에게 제시한 첫 제안이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레드삭스는 재빨리 이를 알아차리고 방향을 수정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협상에 실패한 뒤에도 자신들이 합리적이었으며 그렇지 않은 쪽은 레스터였다고 믿는 것 같다.

 

 

협상학자 케이스 알레드(Keith Allred)와 하버드대 협상 전문가 브라이언 멘델(Brian Mandell)은 협상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는 이들에게 자신이 잘하고 있다고 안심하는 대신 만반의 준비와 유연한 자세를 갖추라고 조언한다.

 

 

셋째, 당신이 잘 알려져 있다면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시카고 컵스의 구단주이자 레드삭스의 전 단장이었던 테오 엡스타인(Theo Epstein)이 자신의 옛 팀과 경영진에 관심을 두고 있던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엡스타인은 레드삭스가 일하는 방식을 알고 있었고 레드삭스와 레스터의 협상이 순조롭지 않다는 것을 감지하고는 협상에 뛰어들어 원하는 바를 향해 돌진했다.

 

현명한 리더십은 협상의 잠재적 경쟁자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를 명확히 파악하는 데서 시작된다. 엡스타인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레드삭스가 알았다면 협상을 매듭짓기 위해 무엇을 얻고, 무엇을 양보해야 할지 파악했을 것이다. 엡스타인은 실제로 그들의 협상을 지켜보고 있었고 결국 원하는 것을 얻어냈다.

 

넷째, 단순한 입장이 아닌 이해관계를 이해하라. 야구팬들은 숫자에 민감하다. 하지만 이 협상에서의 실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그보다 심오한 부분에 대한 것이다.

 

2006년 레스터는 암 선고를 받았다. 그리고 이듬해 그는 병을 극복했을 뿐만 아니라 팀을 월드 시리즈 챔피언 자리에 올렸다. 레드삭스는 이번 협상이 그에게 단순한 연봉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간과했다. 엡스타인이 제시한 금액이 더 컸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레스터가 힘든 시절을 보낼 때 그 옆을 지켰던 사람 중 한 명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단 한 명의 리더를 세워라. 레드삭스 구단에 협상의 기술을 가진 인물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팀으로 이를 완성해 나갈 만한 리더십이 없었다. 존 헨리 구단주와 래리 루치노(Larry Lucchino) 레드삭스 회장, 벤 체링턴(Ben Cherington) 레드삭스 단장이 한꺼번에 목소리를 내는 바람에 사람들의 비난을 샀다.

 

리더십과 팀워크는 불가분의 관계다. 이 세 리더들은 협상에서 자신들이 잘하고 있노라고 자평하는 데는 능했을지 모르나 효율적인 팀워크가 더해졌다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협상에서는 여러 명이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하고 이를 토대로 스스로의 입장을 정하는 것이 가치를 창출하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보다 확실한 방법이다.

 

번역 |최두리 deardu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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