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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플랜트 사업

불황 속 수주경쟁이 부른 위기. 국내 조선업계, 또다시 겨울의 시작!

김용환 | 191호 (2015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현재 한국의 조선 3사가 겪고 있는 위기는 조선산업과 해양플랜트 산업이 그 성격상 차이가 많은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고려와 기술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은 채 성급하게 해양플랜트 사업에 진출한 데서 기인했다. 한국 조선사들의 경우 시공(C·Construction) 능력은 우수하지만 설계(E·Engineering), 구매(P·Procurement), 설치(I·Installation) 능력은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해양플랜트의 전 과정인 EPCI를 한꺼번에 하겠다고 성급히 뛰어든 게 화근이었다. 해양플랜트의 경우 EPI의 각 분야마다 최소 반세기에서 한 세기 동안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해 온 회사들이 있는데, 그 축적된 시간과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무리하게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는 결국 국내 업체끼리 출혈에 가까운 제 살 깎아 먹기식 경쟁으로 이어지며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편집자주

본 기고문은 2015 9월 서울대 공대 교수 26명이 공동으로 펴낸 <축적의 시간>에 게재된 글 중 김용환 교수의 인터뷰 형태 기고문 일부를 발췌, 편집한 글입니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 조선해양산업의메카는 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만큼 한국의 조선소는 쉼 없이 성공의 궤도를 돌았고, 해마다 더 높은 수주목표를 제시하고 있었다. 2011∼2013년 주요 언론에 소개된 국내 조선해양산업의 기사 제목 중 몇 가지만 꼽아보자.

 

● 원천기술의 힘해양플랜트·드릴십 등 싹쓸이수주 풍년’ (2011. 7. 13)

 

● 지경부-조선협, 작년 국내 조선사 수주액세계 1’ (2013.1.13)

 

● 전 세계 해양플랜트 발주액 251억 달러한국 조선3사가 100% 수주 (2013.11.25)

 

● 한국 빅3가 세계 빅3… 거품 잠재운코리아 프리미엄’ (2013. 2.15)

 

● 삼성중공업 FLNG 수주하며 목표 초과달성, 신조선가지수 상승 (2013.9.8)

 

하지만 2014년에 접어들며 이러한 기조는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제시되고 있다. 지난 2년간의 기사 제목들을 보면 한국의 조선소는 마치 사업에 큰 실패를 한루저(looser)’처럼 묘사되고 있다.

 

STX조선해양 상장폐지 위기자본 잠식 상태 (2014.2.6)

 

올 게 왔나”… 국내 造船社 헐값 수주 후폭풍 (2014.2.10)

 

● 현대 등 조선 빅3 ‘해양플랜트 잔혹’ (2014.4.16)

 

● 흔들리는 한국 造船 기업들 (2015.4.22)

 

造船3, 동시에 단위 적자? (2015.10.12)

 

우리나라의 조선산업은 한국의 경제발전에 있어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혀왔다. 1970년대에서 1980년대 초에 이르기까지 울산과 거제도의 작은 어촌마을들은 세계 최고의 조선소 야드들로 변했고, 한국은 세계 최강의 조선산업을 가진 국가로 성장했다. 이러한 성과는 일차적으로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한 중공업 육성책에 기인한 결과지만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 조선인들의 열정과 노력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이 새겨진 500원짜리 지폐를 들고 완공되지도 않은 조선소에서 지어질 대형 선박을 수주한 고() 정주영 회장의 이야기는 신화에 가깝다. 거의 전량을 수출해야 하는 대형 조선산업의 영업담당자들, 수주된 선박을 세계 최고의 선박으로 만들어 해외 선주를 만족시켜 온 한국의 조선기술자들과 근로자들의 노력은 한국 경제성장에 있어 잊혀질 수도, 잊어져서도 안 되는 이야기들이다. 이렇게 눈부신 업적을 이룬 한국의 조선소들이 과거에 겪어보지 못한 큰 어려움에 지금 처해 있다.

 

 

한국 조선소의 해양산업 진입은 너무나 급격했다

 

2007년 세계 경제를 급속히 경색국면으로 몰고갔던 리먼브러더스 사태는 전 세계 조선시장에도 그대로 영향을 끼쳤다. 2008년부터 세계 조선시장은 침제기에 진입하게 됐고, 이후 대형 상선 위주의 조선시장은 전체적으로 대단히 느리게 회복되고 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나 LNG 운반선같이 비교적 지속적으로 건조된 선종도 있지만 전체적인 조선시황이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끊임없이 부피를 늘려 온 한국의 조선소는 이러한 상선 건조시장의 위축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신사업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자 했고, 조선소들의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대형 해양플랫폼에 대한 턴키방식의 프로젝트였을 것이다. 당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의 기업들은 드릴십이나 일부 종류의 해양구조물 건조 프로젝트를 통해 좋은 수익률을 경험하고 있었지만 해양 프로젝트의 일부에만 해당하는 구조물 건조사업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다.

 

조선시황의 침체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기존의 해양구조물 건조 프로젝트에서 경험한 달콤한 수익률, 그리고 조선의 10배 이상이 되는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의 규모 등은 조선소의 경영자들이 주력 제품군을 선박에서 해양플랜트로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을 주저하지 않게 만들었을 것이다. 조선에서 해양사업으로 변화하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2012년과 2013년 국내 대형 조선소 3사의 매출액은 50∼70%가 해양구조물 프로젝트에서 창출됐다. 이 비중은 예전엔 조선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것이었다. 불과 2∼3년 사이에 조선과 해양의 매출비중이 뒤바뀌어 버린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경영자 입장에서는 사업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이윤 창출을 계속하고자 하는 사업가적 기질과 도전의식도 작용했을 것이다. 경쟁기업들이 해양플랜트로 진출하는 상황을 맞아우리도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을 하며 모두가 해양사업에 뛰어들었다. 그것도 아주대대적으로’. 그러다 보니 최근 발주된 대형 해양플랫폼 프로젝트에서 한국의 조선 3사는 글자 그대로 수주를 위해 피나게 경쟁하는 구도가 됐다. 15∼20년 전 조선산업에서도 제 살 깎아 먹기식 경쟁이 심했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는 해양플랜트에서 비슷한 양상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입찰 과정에서 한국의 조선소들은경쟁회사보다 무조건 5∼10% 깎아준다는 식으로 영업을 할 정도였다.

 

 

 

해양산업으로의 급격한 진입은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 대표적 사례가 리스크 관리가 되지 못한 계약이다. 이미 언론 등을 통해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해양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경험이 부족한 조선소들이 독소조항(: 과도한 현지 조달 비율이나 지체상금 요구, 물가변동에 따른 가격변동 조항, 제조물 책임과 관련한 손해 배상 등)을 분별하지 못한 채 계약서에 사인하는 일들이 계속됐다. 건조(Construction)만 담당하던 조선소들이 ‘EPCI(Engineering-Procurement-Construction-Installation, 설계-구매-시공-설치)’를 총괄하는 종합 해양산업체로 거듭나겠다며 야심 차게 사인을 했던 프로젝트 계약서에는 갖가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지만 출혈경쟁에 눈이 먼 한국 조선소들은 이를 간파하지 못했다. 그러한 위험성을 판단할 능력도, 경험도, 인재도 갖추지 못한 상황이었다는 것에 반론을 제기할 전문가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엑슨모빌(ExxonMobil)은 자체 보유한 변호사의 수만 약 350명에 달한다. 하나의 프로젝트가 계획되면 10∼15명의 전문 변호사가 집중적으로 해당 프로젝트 계약 및 진행에 대한 여러 법적인 문제점을 검토하고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려는 노력을 한다. 반면 한국의 조선소들은 불리한 조건이라도 일단 계약을 먼저 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일부 문제 소지가 있다 하더라도체인지 오더(change order, 설계 변경)’와 같은 방법을 통해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고 안일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해양플랜트 시장의 경우 E(Engineering), P(Procurement), I(Installation)의 각 분야마다 특화된 세계적 전문회사들은 오랫동안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경험을 축척해 왔다. 이 회사들은 어느 곳 할 것 없이 오랜 시간 동안 도면을 그리고, 구매를 하고, 설치를 해왔던 전통이 있다. 예를 들어 설계 엔지니어링만 가지고도 연간 수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들이 있다. 이 회사들의 축적된 노하우는 한국 조선산업체들이 금방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유명 기업들은 반세기 이상을 전문적 분야에서 경험적 데이터베이스로 무장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한국 회사들은 이렇게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EPCI 중 그동안 ‘C’ 영역에만 집중해 왔던 한국 회사들이 E-P-I까지 아울러 보겠다고 나선 의욕은 좋았지만 경험과 노하우의 중요성을 너무 가볍게 봤다.

 

인력 측면에서도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앞서 언급했듯이 2012∼2013년 조선 3사의 매출 비중은 조선에서 해양구조물 위주로 완전히 바뀌었다. 그런데도 실제 인력은 약 75%가 기존 조선업 인력이었다. 성급하게 사업 구조를 해양사업 위주로 재편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조선인력을 짧은 시간에 급거 해양사업으로 전환해 투입하게 됐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인력의 전문성을 훼손시키는 것은 물론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겪게 하는 직접적 이유로 작용했다.

 

조선소들이 대형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에 급격히 진입하며 잘못 판단한 것은 바로 경험이 있는 인력의 중요성, 그리고 인력이 가진 경험의 중요성이다. 기업의 근본 목적이 이윤 창출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조선 3사가 대형 해양 프로젝트를 조선시황의 의존도를 극복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 판단한 것에 대해 무조건적인 비난을 쏟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인력의 배치와 대형 프로젝트 수주 노력에서경험이라는 요인에 대해 경영자들이 과연 심각하게 고민을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구심을 떨쳐낼 수 없다. 최근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필요한 인력들은 체계적인 교육과 단계적 순환배치 등과 같은 준비과정 없이 순식간에 부서가 바뀌고 업무가 바뀌는 일들을 다반사로 겪였다. 이런 관행은 설령 아인슈타인이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에 참여했더라도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기 힘든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세계 1위를 목표로 달렸을 때는 열심히 1등을 따라가려는 노력만 하면 됐지만 1위로 계속해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을 바탕으로 한 기술 개발이 절대적이다. 그리고 그러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우수한 인력이다. 어떤 일을 하든, 어떤 기술 개발을 하든, 그 일을 하고 기술을 활용하는 건 결국인간이다. 조선소가 세계 1등으로 남으려면 세계 1등의 인력을 지속적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비록 2013년을 지나며 이러한 인력양성에 대한 필요성에 큰 공감대가 일어나 산업체와 정부기관이 여러 인력양성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국가적으로 필요한 우수한 전문인력의 양성은 1∼2년 안에 이뤄지지 않는다. 현재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수많은 인력양성 사업들이 대학, 국책 연구소 등을 통해 진행되고 있으나 많은 예산을 사용한다고 전문 인력이 당장 양성되는 것이 아님을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는 듯하다.

 

경쟁의 철학을 바꾸자

 

현재의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조선해양은 한국에서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산업이다. 관건은 현재의 어려움을 미래의 도약을 위한 경험과 준비단계로 삼을 수 있느냐다. 화려한 부활을 위해 값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있는지, 아니면 예전 세계 최고의 위상에서 아래로 떨어져 주저앉을지는 현재의 시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초기 개념설계(FEED, Front-End Engineering Design) 검증능력을 강화하자‘독소조항이 있는 계약을 하지말자’ ‘수익성이 있는 사업만 하자같은 여러 대책들이 언급되고 있다. 이런 처방들은 잘못된 이야기들이 아니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한국 조선해양산업이 이러한 지경에 이르게 된 근본 원인 중 하나는 지나친 경쟁이다. 사실 한국에서 지어지는 대형 해양플랜트를 건조할 수 있는 곳은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중국, 싱가포르, 일본과 같은 몇 개 나라들이 언급될 수도 있지만 한국이 가진 건조 능력은 이들과 비길 수 없을 정도의 생산시설과 신뢰성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 3사의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이 현재와 같은 상황을 초래했다. 경쟁은 현재와 같은 산업환경에서는 피할 수 없고, 경쟁을 통해 기업이나 개인이 더욱 발전하고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만들어지지만, 이는공존의 경쟁’ ‘상생의 경쟁’ ‘선의의 경쟁일 때에만 의미가 있다. 지금과 같은 제 살 깎아 먹기식 출혈경쟁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존의 경쟁철학을 가질 때 더 큰 수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걸 기업들이 명심해야 한다.

 

한국의 조선해양은 망하지 않는다

 

현재의 위기를 잘 극복하면 한국의 조선해양산업은 경쟁력 있고 내실 있는 산업군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물론 여러 측면에서 현재의 산업적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유가도 당분간 반등의 가능성이 높지 않아 대형 해양플랜트의 발주가 불분명하다. 또한 중국의 경제성장이 점차 느려지며 세계 물동량의 증가도 기대하기 힘들다. 해운상황을 잘 대변해 주는 벌크선 운임지수도 뚜렷한 상승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러 악재들이 주위에 지뢰처럼 깔려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는 기업들이 성장의 파도를 타게 될 가능성 역시 크다.

 

현 시점에서 중국 조선소들의 미래는 많이 불투명하다. 중국 정부가 나서서 이미 두어 차례의 통폐합과 선별적 집중전략을 진행하고 있지만 한국 조선소에 비해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고 선주들의 신뢰도가 낮다. 중고선 시장에서도 한국과 일본에서 건조된 선박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중국 조선소들이 선주들에게 크게 매력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격과 우수한 성능을 요구하는 선주들에게 있어 중국 선박이 가지는 최대 장점인 싼 가격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아 보일 때, 중국의 조선산업은 한국보다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일본은 산업 전반에서 엔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조선 수주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데 옛 강국으로서의 복귀를 내심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이유로 조금 더 산업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들을 근래 들어 하고 있으나 한국과 중국을 따돌릴 정도는 아직 아니라는 것이 여러 자료에서 드러난다.

 

기술에는 학문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기술이 있고,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술이 있다. 조선공학 같은 경우 나름대로 체계적인 학문이 있어 학교에서 가르칠 수 있지만 해양플랜트의 구매나 설계를 학교에서 체계화해 가르치기란 사실상 어렵다. 학문적으로 접근해야 할 영역이 아니라 경험적으로 습득해야 할 기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E-P-I 부문에서 한국 회사들이 기술을 습득하려면 최소 반세기 이상 축적된 노하우를 가진 외국 기업들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하는 과정을 통해 그들이 가진 경험과 노하우를 우리 것으로 내재화해야 한다. 축적된 노하우를 가진 기업과 협력하면서 장기적으로 경험을 쌓아가는 데 힘쓰고, 원천 기술 개발을 통해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는 해양플랜트를 건조할 수 있다면 한국 조선 3사는 다른 나라 조선소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을 것이다.

 

 

DBR Mini Box

 

 

 

 

대우조선해양 사례 분석

 

대우조선해양은 1999년 대우그룹 해체와 함께 워크아웃에 들어갔지만 부동산 매각, 생산성 향상, 원가절감 노력으로 2001년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2002년까지 조선업 불황은 이어졌지만 기술력 향상과 원가개선을 통해 수주경쟁력을 키워갔으며, 2005년부터 중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시작된 조선업 호황의 파도를 타고 세계 일류 조선사로 성장했다. 2013년 세계 최초로 18000TEU 컨테이너 선박 제작에 성공했고, LNG선 부문에서도 현재 세계 최대의 건조 능력과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2015년 대우조선해양에 혹독한 시련이 찾아왔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생산능력 과잉에 따른 조선산업의 구조적인 불황이었지만 대우조선에 유독 크게 다가온 경영실적 악화였다. 2014년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이 대규모 공사손실충당금을 반영한 가운데 대우조선은 4000억 원대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2분기에만 3조 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3분기에도 14468억 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차입금은 2014년 말 77331억 원에서 2015 3분기 말 현재 89036억 원에 이른다. 회사채 신용등급은 BBB+까지 하락한 상황이고 재무구조는 악화돼 독자 생존의 길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막다른 골목에 부딪힌 대우조선해양에 4조 원에 달하는 금융권의 대규모 지원자금 투입이 결정되면서 생존의 문턱은 겨우 넘어섰다지만 대체 대우조선해양은 어쩌다 이런 지경에 이른 것일까?

 

 

비전문인 경영체제와 무리한 성과주의

 

 

대우조선해양은 대우그룹에서 분리된 이후 2000년부터 산업은행의 관리 체제하에 놓이게 됐다. 2000년대 초 산업은행의 금융지원이 대우조선해양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됐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2008년까지 후퇴를 모르고 성장하며 호황을 누릴 때는 경영진의 전문성이 문제되지 않았다. 하지만 성장의 한계에 직면했을 때 위기관리 능력의 차이는 회사의 존속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된다. 주인이 없는 공기업 성격의 경영이 지속된 가운데 2008년 글로벌 조선업계와 대우조선해양은리먼 사태라는 암초를 만났다. 이후 경기는 급격한 속도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2010년까지는 과거에 확보해 놓은 수주 잔량으로 이익을 창출하며 외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글로벌 유동성 확대로 상선 부문의 수요가 반등하는 모습도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글로벌 저성장 기조가 수년간 지속되면서 수요 정체가 계속되고 중국의 조선산업이 성장하면서 국내 조선사들의 수익 저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2011년 글로벌 발주량은 8100 DWT(Deadweight Tonnage·재화중량톤수)를 기록했지만 이듬해인 2012년에는 4900 DWT 40%나 급감했다. 2011 1 142p였던 신조선가(새로 발주되는 배의 가격) 지수는 2012 12 126p까지 떨어졌다. 결국 일감 확보를 위해 수익이 낮은 선박 수주를 지속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리한 수주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저가 수주를 독려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산업은행은 경영진의 경영성과를 평가함에 있어 외형에 대한 부분을 빼놓지 않았다. 다행히 글로벌 고유가가 지속되며 해상 자원개발 수요가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다. 결국,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경영진은 무리한 해양플랜트 수주를 감행했다. 이후에 닥쳐올 부실 위험은 간과되거나 폄하됐다. 경영성과에 대한 평가를 높이기 위해 수주한 프로젝트들은 임기가 끝난 후에나 생산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 건조 경험이 부족했던 고()사양 해양 설비 수주를 무리하게 이어갔고 이는 2015년에 들어서며 수면위로 떠올랐다. 2010년 올시(Allseas Group SA)로부터 수주한 초대형 해양플랜트설치선(Platform Installation/Removal & Pipe-lay Vessel)을 비롯해 2011년 송가(Songa Offshore)로부터 수주한 반잠수식 원유시추설비 대부분의 해양플랜트 수주가 대규모 적자의 근원이 됐다.

 

 

 

누구도 비켜갈 수 없는 저성장과 저유가

 

 

조선산업의 핵심 변수는 글로벌 경제의 성장이다. 글로벌 경제의 성장은 해상 물동량 및 운임 증가로 이어져 선박발주 수요를 창출해낸다. 최근 수년 동안 지속된 글로벌 저성장은 조선사들 간의 수주경쟁으로 이어졌다. 외형 성장을 포기할 수 없었던 국내 대형 조선사들 간의 수주경쟁은 결국 사상 초유의 적자 행진을 만들어냈다.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해양플랜트 수주경쟁을 하면서 학습효과에 대한 기대를 했을 것이다. 과거 상선 부문에서 반복 건조를 통해 저가 수주 공사의 마무리 단계에서 이익을 창출해 낸 경험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저유가가 지속되는 상황은 미래를 암담하게 만든다. 초기 단계의 저수익을 감내해서라도 미래 성장의 발판을 만들고자 대규모 저가수주를 감행했던 조선사들은 향후 이익 창출은커녕 먹거리에 대한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해상자원개발 수요가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2013 16척이 발주됐던 드릴십(시추선) 2014 4척이 발주된 이후 자취를 감춰 버렸다. 드릴십 수요 부진은 2016년 하반기까지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글로벌 오일 메이저들의 설비투자금액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금융권의 대규모 자금지원이 예정돼 있다. 글로벌 톱 클래스의 기술력을 가진 조선사를 일순간의 경영실패로 문닫게 할 수 없다는 정부의 의지로 판단된다. 살아남은 자가 강하다는 말은 이제 대우조선해양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대우조선해양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원가개선 노력을 지속해야만 한다. 전방 산업인 해운과 해양자원개발 부문에서 수요 개선이 불투명하지만 조선업은 경기순환을 가지게 마련이고, 글로벌 조선업의 구조조정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미 확보한 기술경쟁력에 더해 원가경쟁력만 확보한다면 머지않아 다시 강한 기업이었기에 살아남았음을 증명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 john.yu@nhwm.com

 

 

필자는 호주 멜버른의 라트로브(La Trobe)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멜버른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대중공업, KB투자증권을 거쳐 현재 NH투자증권에서 5년째 조선 부문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yhwankim@snu.ac.kr

 

필자는 서울대 조선공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 학위를, 미국 MIT대에서 공학박사 학위(해양공학)를 받았다. 영국 왕립조선학회(RINA)의 석학회원으로 선정될 정도로 선박해양유체역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현재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학과장으로 세계수조협회(ITTC) 내항성 위원장을 맡고 있다.

  • 김용환 김용환 | -(현)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학과장
    -(현) 세계수조협회(ITTC) 내항성 위원장
    -(전) 영국 왕립조선학회(RINA)의 석학회원
    -(전) 선박해양유체역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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