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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짜왕

불맛+짜장향+식감 +네이밍+편의점… 라면시장 판을 키운 ‘짜장의 왕’

정지영 | 191호 (2015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짜왕’은 출시 초기부터 빠르게 입소문을 타면서 라면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출시 한 달 만에 600만 봉지 이상이 판매됐고 한 대형마트에서는 신라면을 제치기까지 했다. 프리미엄 상품으로 평균 판매단가를 끌어올리며 농심의 수익성에도 크게 도움이 됐다. 제품 차별화, 정확한 타깃 설정과 브랜드 감성화의 성공, 자기잠식 극복 등이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윤창민(단국대 중어중문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2015 1125, 농심이 1∼10월 닐슨코리아 자료를 분석해전국 라면지도를 발표했다. 짜왕의 선전이 눈에 띈다. 짜왕은 서울과 경기에서 2, 부산에서 3, 대구에서 4위를 차지했다. 젊은 층의 인구비율이 높은 대도시 지역에서 유독 강세였다. 짜왕은 출시 다음 달인 올 5 80억 원이 넘는 매출을 거두며 전체 라면시장에서 바로 2위에 올랐다. 전통의 인기 메뉴인 너구리, 안성탕면보다도 앞선 것이었다. 라면 시장의 절대강자인 신라면에는 못 미쳤지만 출시 다음 달에 바로 2위에 오른 것은 괄목할 만한 성과다. 짜왕은 단숨에 라면시장 2위에 오른 후 10월까지 그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출시 후 10월까지 누적 매출액은 700억 원에 달한다. 짜장 라면의 대표인 짜파게티를 단숨에 꺾고 라면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짜왕의 성공비결을 분석했다.

 

 

 

프리미엄 짜장 라면의 시작

 

창사 50주년을 맞은 농심의 핵심 축은 라면과 스낵이다. 신라면, 너구리, 안성탕면 등으로 라면 시장을 지배해왔지만 앞으로의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 등으로 국내 라면 시장의 성장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라면이나 스낵에 머물지 않고 생수 등으로 주요 수입원을 다양화함과 동시에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여 마진을 높이는 것이 농심의 과제로 떠올랐다. 프리미엄 라면의 시초였던 2012년 신라면 블랙도 이런 고민에서 나온 상품이었다. 이런 품목을 계속 확대하는 것이 사업 방향이었다.

 

그때 짜파게티가 눈에 들어왔다. 짜파게티는 기존 짜장 라면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었다. ‘짜장이라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한 상품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다. 농심은 여기에서 가능성을 봤다. 짜파게티를 프리미엄화하기로 결정했다. 좀 더 다양하고 풍미 있는 짜장 라면맛을 선보이기로 했다.

 

올초 최고경영진에게 보고를 하고 본격적으로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기존에 다양한 짜장 라면을 출시했던 경험이 짜왕 개발에 큰 도움이 됐다. 농심은 1970롯데짜장면을 처음으로 출시한 이후 봉지면으로 19, 용기면으로 10개의 제품을 선보였다. 사천요리 짜파게티, 생생짜장면, 소고기짜장면 등을 출시했다. 30여 개의 짜장 라면 가운데 짜파게티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사천짜파게티, 쌀짜장면 등 몇 개만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30여 가지 제품을 만들 때 수집했던 시장 자료와 제조공정 등이 이번에 프리미엄 짜장 라면을 개발하는 데 유용했다.

 

신라면 블랙을 내놓을 때부터 꾸준히 프리미엄 시장을 조사하고 연구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2013년에는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서 먹는짜파구리가 큰 인기를 모았다. 당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여러 가지 라면을 섞어 조리하는 방법이 유행했다. 농심 관계자는이때 새로운 짜장 라면에 대한 수요를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소비자들이 원하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최고경영진에게 보고하고 제품화를 결정한 것은 2015년 초이지만 이미 2년 전부터 프리미엄 짜장 라면 시장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갖고 있었다.

 

프리미엄 제품화를 결정한 이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콘셉트를 정하는 것이었다. 기존 짜장 라면은 프리미엄 제품이라기보다는 단순히 라면의 한 종류로, 쉽고 간편하게 먹는 인스턴트라는 인식이 강했다. 농심은하나의 요리를 즐겼다라는 정도로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고 싶었다. 농심 관계자는집에서도 실제 중식당에서 먹는 것과 같은 수준의 짜장면을 즐길 수 있도록 기존에 없는 제품을 만들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 인스턴트가 아닌 짜장 요리를 선보여라

 

가장 중요한 것은 깊은 맛을 내는 일이었다. 중국집에서는 커다란 중식 전용 조리기구에다 면과 재료를 넣어 요리한다. 그래서 짜장면에서 불맛과 고소한 기름 맛이 느껴진다. 기존 짜장 라면에서는 이런 깊은 맛을 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프리미엄 짜장 라면 개발의 핵심은불맛을 잘 보존할 수 있느냐하는 문제였다. 채소나 춘장을 볶을 때의 불맛을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

 

면도 중요했다. 기존 라면 시장에서 가장 굵은 면은 너구리와 짜파게티였다. 프리미엄 짜장 라면은 그보다 더 굵게 가져가기로 했다. 면이 굵으면 식감이 더 풍부해질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더 풍성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기술로는 면을 굵게 조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굵은 면을 사용하면 면 전체를 제대로 익히기 어렵기 때문이다. 면을 익히기 위해서 긴 시간 조리하면 겉이 물러지고, 짧게 조리하면 면 속이 제대로 익지 않기 때문이다. 기술의 핵심은 겉을 타지 않게 하면서 어떻게 면 속까지 익히는가 하는 것이었다.

 

 

농심은 프리미엄 제품화의 기치를 내걸고 2년 전부터 연구해 온 굵은 면 조리 기술을 쓰기로 했다. 자체 개발한 신기술 HPTET(High Performance of Thermal Energy Transfer Technology)를 적용했다. 이 기술을 쓰면 조리 시간을 단축하고, 면이 퍼지는 것을 방지한다. 이를 통해 면 굵기를 기존보다 1.5배 굵게 할 수 있었다. 식감도 좋았고 조리했을 때 시각적으로도 훌륭했다. 농심 측은경쟁사에서는 투자 여력과 기술의 한계 때문에 망설이거나 포기했던 부분인데 농심에서는 지속적으로 연구한 끝에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물 맛의 풍성함을 위해서는 다시마 분말을 넣었다. 다시마 분말을 넘으면 면의 주요 성분들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준다. 맹물에 끓이면 면이 퍼지고 흐물흐물해지는데 다시마의 성분들이 그런 것들을 잡아준다. 감칠맛도 더해준다.

 

그 다음은 스프였다. 중식당에서 먹는 것과 같은 맛을 내기 위해서는 짜장면의 향을 유지해야 한다. 스프가 액상형태든, 분말가루형태든 고온에서 일정시간 이상 조리하다 보면 향이 다 날아가 버린다. 적당한 시간을 조리해야 채소와 춘장, 돼지고기 등을 볶을 때 나왔던 향이 오래 유지된다. 이를 위해 저온농축 기법을 썼다. 높은 온도에서 스프를 농축시키면 맛과 풍미가 변하기 쉬워 일부러 온도를 낮춰 풍미를 유지시켰다. 이렇게 하면 수분만 제거하고 맛과 향은 오래 보존할 수 있다. 200도 이상 고온에서 단시간에 재료를 볶는 고온쿠커로 짜장의 깊은 맛을 내고, 저온에서 농축하고, 수분만 제거하고 맛과 향은 보존하는 지오드레이션(Z-CVD) 공법으로 분말화를 했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스프의 맛을 기존 스프와 비교해 보니 맛이 훨씬 풍성하고 향도 뛰어났다. 여기에 중식당에서 파는 것처럼 매끄럽고 고소한 맛을 내기 위해 기름도 첨가했다. 기존 짜파게티보다 많은 양의 채소를 넣어 최대한 중국집 짜장면과 비슷하게 만들었다. 이런 공정을 거치면서 태워먹은 프라이팬만 해도 100개가 훨씬 넘는다.

 

식품 개발을 완료하고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내부적으로 맛을 검증했다. 농심 주부 모니터 20∼30명에게 정성적인 맛 평가를 받았다. 대학생, 중고등학생 등에게도 정량조사를 했다. 제품 패키지나 브랜드를 노출시키지 않고 맛만 보여줬다. 7점 만점인데 내부 조사에서 세대별로 각각 5점을 넘었다. ‘대중적으로 판매해도 되겠다라는 게 5점 이상인데 짜왕은 소비자 조사에서 이 기준을 넘겼다. 그 다음 내부적으로 최고경영진에게도 맛을 보였다. 신제품을 개발할 때 맛 평가 단계마다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짜왕은 한 번도 그렇지 않았다. 모든 단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최고경영진 평가에서도 만점을 받았다. 짜왕 개발팀에서는 자신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 다음은 네이밍이었다. ‘짜파게티를 능가할 만한 제품을 만들었다는 자신감이 넘쳤다. 기존 짜파게티에 프리미엄이라는 이름만 더할 건지,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이름의 제품을 내놓을 것인지를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회사에서는프리미엄 짜장 라면이라는 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새로운 브랜드로 가자는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짜장의 왕이란 의미를 담아짜왕으로 이름을 지었다.

 

 

타깃: 유행을 주도하는 젊은 세대를 공략하라

 

제품의 성공은 맛에만 달려 있는 건 아니다. 시장에서 어떻게 포지셔닝을 해야 하는가 역시 중요한 이슈다. 특히 짜왕에게는 형제 브랜드 짜파게티라는 강력한 라이벌이 있었다. 자기시장잠식(Cannibalization, 한 기업의 신제품이 기존 제품 시장을 잠식하는 현상)을 하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짜왕으로 인한 매출 증대를 가져오는가가 큰 문제였다.

 

마케팅팀은 20∼30대 등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정했다. 개성이 있으면서도 유행을 창조하고 따르는 세대를 공략하기로 한 것이다. 가능한 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 하며, 이런 기본적인 욕구를 적극 드러내는 세대이기도 했다. 또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짜장면을 즐겨 먹던 세대이기도 하다. 초반에 이 세대를 잡을 수 있다면 짜왕의 인기가 빠르게 퍼질 것이라 예상했다. 비용 대비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고객층이라 본 것이다. 기존 짜파게티는 10대 혹은 가족 중심으로 간편하게 즐기는 별미 콘셉트로, 짜왕은 식품 트렌드에 예민하며 10대보다 지불 능력이 있는 20∼30대로 정했다.

 

 

420일 제품 출시를 앞두고 어떻게 유통 전략을 짤지 고민했다. 농심에서는 20∼30대 타깃층이 주로 찾는 편의점에 방점을 찍었다. 젊은 세대가 하루에도 여러 번 찾는 편의점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었다. 보통 편의점에 제품을 입점하는 데까지는 1∼2주가 걸린다. 농심같이 규모가 큰 식품기업이라고 해도 입점까지는 최소 1주 이상이 걸린다. 그런데 농심은 지속적인 유통망 관리 덕분에 출시와 동시에 짜왕을 편의점에 입점시킬 수 있었다. 본래 계획하던 대로 딱 맞아떨어진 것이다. 7월 말 비슷한 콘셉트의 제품을 출시한 경쟁사도 편의점 입점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출시가 되자마자 짜왕을 먹어 본 20대 등 젊은 층은 페이스북 인기 사이트인대한민국 방방곡곡에 짜왕을 먹은 후기와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방방곡곡은 전국 맛집에 대한 자료가 올라오는 등 음식 트렌드를 이끄는 곳 중 하나다. 이곳에서 소비자들은라면계의 허니버터칩이라고 표현하며 사람들에게 짜왕을 먹어볼 것을 권했다. 광고에는가족이미지를 부각했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외식 메뉴인 짜장면 자체의 특성과 인스턴트가 아닌 프리미엄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했다.

 

짜왕이 널리 알려지면서 다양한 조리법도 SNS에서 화제를 모았다. 짜왕을 활용한 다양한 조리법이 속속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짜왕의 매출을 더욱 끌어올렸다. 가장 유명한 조리법이 일명짜달(짜왕과 달걀)’이다. 짜왕에 계란을 넣은 것인데 네티즌들 사이에서 짜왕 특유의 굵고 탱탱한 면발이 계란과 어우러져 맛을 더욱 높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5월 초 국내 예능 대표 프로그램인 MBC 무한도전에 간접광고(PPL)를 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섬에 떨어진 출연진이 짜왕을 먹기 위해 유쾌한 경쟁을 하는 콘셉트였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반응이 왔다. 짜왕에 대한 검색어 유입이 크게 늘었다. 한 편의점에 따르면 짜장 라면 내 짜왕의 점유율은 방송 이전 8%대에 불과했지만 방송 이후 점유율이 꾸준히 상승해 20%를 넘어섰다. 무한도전 PPL은 일회성 매출 증가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판매 호조를 이끌었다.

 

 

 

방송이 나간 52일이 토요일이었는데, 3일 일요일, 5일 어린이날 등 연일 쉬는 날이었다. 그 시기에 본격적으로 매장 시식행사를 열었다. 소비자들도 TV에서 봤던 것을 직접 본 후 호기심이 생겨서 바로 제품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이후 주요 방송에서 짜장면, 짜장 라면에 대한 이슈를 지속적으로 다루면서 인기가 계속됐다. 7월 방학기간 라면이 팔리는 시점과도 자연스레 연결되면서 꾸준히 매출 상승 작용을 일으켰다. 마케팅 담당자는 시기적으로 모든 게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했다. 경쟁사에서 비슷한 콘셉트의 짜장 라면을 선보이면서 시장 자체가 더욱 커진 것도 결과적으로 농심에는 도움이 됐다. 짜장 라면 자체가 인기를 모으자 대형 유통 매장 등에서 아예 짜장 라면 코너를 별도로 만드는 등 자체 홍보에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여러 상품이 경쟁했지만 가장 먼저 출시된 짜왕이 대형마트나 주요 유통 채널에서 제일 좋은 자리를 차지했다.

 

가격: 제품의 가치를 반영하라

 

 

프리미엄 제품인만큼가격을 어느 정도로 하느냐도 중요했다. 지나치게 비싼 가격으로 제품을 내놓았다가는 아무리 맛이 좋아도 외면당하기 십상이고, 프리미엄 제품인데 지나치게 싼 가격 혹은 짜파게티와 비슷한 가격에 내놓을 수도 없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라면의 가격을 세세하게 살폈다. 지금 모든 라면 제품은 대형마트나 할인마트 등에서 팔린다. 회사에서 정한 소비자 가격 그대로 팔리는 것이 아니라 유통 매장에서 할인이 적용된다. 마트에서 보통 신라면을 600원대에 살 수 있다. 한 끼 식사를 600원대로 해결하는 셈인데 실제 가격보다 소비자가 느끼는 실제 가치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소비자가 지불할 정도가 되면서 회사가 어느 정도 수익을 내려면 소비자 가격이 1000원을 넘어야 했다. 그러면서도 소비자들이 제품을 사는 데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가격대여야 했다. 우선 농심에서는 철저하게 시장조사를 했다. 여러 카테고리에 있는 면의 가격을 살폈다. 시장에 나와 있는 경쟁사의 생면(生麵) 중에 소비자가격이 1700원인 제품이 있었다. 고민해보니 짜왕이 줄 수 있는 소비자 만족도가 그보다 결코 적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보통 프리미엄 가격이라고 하면 같은 카테고리 안의 기존 제품보다 20∼30% 이상 높은 정도가 적정하다고 한다. 이보다 더 높아지면 소비자들이 수용하기 어렵다고 여긴다.

 

농심에서는 현재 짜장 라면의 가격은 조금 특수하다고 봤다. 짜장 라면이 지나칠 정도로 가격이 낮다고 본 것이다. 1980년대 중식당에서 먹는 짜장면의 가격은 300원이었다. 당시 짜파게티는 200원이었다. 채 두 배 차이가 안 났다. 지금 짜장면의 가격은 4500, 짜파게티는 900원이다. 다섯 배의 차이가 난다. 가치적인 측면에서는 충분히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유통 환경이나 업계 경쟁 때문에 제대로 가격이 매겨지지 못한 것이라 봤다.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선까지 고려했을 때 1500원이면 적당할 것이라 여겼다. 마케팅 담당자는기존 짜파게티 가격과 짜왕의 가격을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고 할 수 있지만 1500원이 절대적으로 지출이 불가능한 가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프리미엄 짜장 라면에 지출할 수 있을 정도라 여겼고,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권은 더 위에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가격이 1500원이라고 해도 소비자들이 크게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 계산했다. 짜왕만큼의 만족도를 줄 수 있는 식품이 없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가격이었다.

 

 

성과 및 과제

 

짜왕은 출시 초기부터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라면 시장 강자로 떠올랐다. 출시 한 달 만에 600만 봉지 이상이 판매됐다. 이를 소비자가격(1500)으로 환산하면 국내 라면 매출 순위 5위권 내에 해당한다. 한 대형마트에서는 51∼21일 라면 매출 집계에서는 신라면을 제치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출시 두 달째에는 매출 200억 원을 돌파했다. 짜왕은 프리미엄 상품인만큼 평균 판매단가를 끌어올리며 농심의 수익성에도 큰 도움이 됐다. 농심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1.9%, 145%.1% 증가했다. 짜왕이 출시된 후 농심 주가도 큰 폭으로 올랐다.

 

성공 요인 분석

 

 

 

올해 라면 시장에서 데뷔한 농심짜왕 2015년 성공한 대표적인 신상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짜왕은 다시마 분말을 첨가해 새로운 식감을 창조했고, 3㎜ 두께의 두꺼운 면발로 중국집에서 간짜장을 먹는 효과를 집에서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2015년 전국 라면지도를 보면 짜왕의 주 고객층은 서울, 경기, 부산 등 대도시 20∼30대에 분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은 소셜미디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행 추종형 소비자다. 이들이 호응하면서 짜왕은 신라면, 안성탕면, 짜파게티, 너구리 등 수십 개의 브랜드가 경합하는 치열한 라면 시장에서 단시간에 Top5 제품이 되는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성공비결을 3가지 키워드로 살펴보자.

 

첫째, ‘제품 차별화에 성공했다. 라면에서 가장 중요한 식감 차별화에서다시다분말을 통해 새로운 맛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또 기존 라면보다 확연히 굵은 면발을 만들어냄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맛과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 이미 짜장 라면을 대표하는 농심의짜파게티제품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간짜장적인 식감이 나는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한 혁신 제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둘째, 정확한 타깃 설정과 브랜드 감성화에 성공한 것도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짜왕의 주요 타깃으로 포지셔닝한 20∼30대 소비자들은 엄마, 아빠와 함께 동네 중국집에서 간짜장을 맛있게 먹어본 과거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세대다. 동시에 유행을 창조하고 입소문을 만들어내는 세대이기도 하다. 제품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정확한 타깃 설정으로 초기의 흐름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었다. 또 프리미엄 짜장 라면은 정규직 취업이 어렵고 경제도 불황인 상황에서 그 자체로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중식당에서 먹던 짜장면을 집에서도 먹을 수 있다는 광고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긍정적인 이미지를 불러일으켰다. 향수 버튼은 불확실성이 너무 커진 위험사회에서 과거의 행복 체험(‘안정감정서적 따뜻함’)을 제공해주는 제품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따뜻한 느낌을 준다. 향수 버튼을 위해 사용되는 재료들은 주로바다’ ‘엄마’ ‘학교’ ‘첫사랑등이다.

 

셋째, 시장 지배적인 기존 브랜드를 잠식하지 않고, 짜장 라면 시장에 성공적으로 포지셔닝한 점이다. 900원의짜파게티와는 소매가격에서 큰 차이가 있는 고가 브랜드 짜왕 출시를 통해 짜장 라면 제품 라인업에 성공한 것이다. 중국집에 가면 짜장면과 프리미엄 제품인 간짜장이 존재하듯이 짜장 라면에서도 프리미엄 제품이 만들어진 것이다. 짜장면에 대한 기존 소비자들의 이중 인식을 그대로 라면시장에 활용한 사례다. 오히려 짜장 라면 카테고리 전체 파이를 키울 수 있었다는 점에서 디자인과 소비자 인식 포지셔닝 차별화를 확실히 하면 자기 브랜드 잠식을 최소화할 수 있음을 시사해주고 있다.

 

마지막으로세렌디피티가 작용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우연에 의한 행운의 발견을 만드는 능력이라고 해석되는 세렌디피티는 한마디로기대 이상의 행운을 말한다. 5월 초 방송된 MBC 무한도전이 모멘텀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었고, 이후 짜달과 같은 각종 조리법이 소개되면서 선호도가 급증했다. 이처럼 최근 히트 상품은 절묘한 출시 타이밍, PPL, 그리고 소셜미디어를 통한 구전 효과로 인한 폭발적인 유행이라는 공통 요인들을 가지고 있다. 짜왕의 사례도 제품 차별화와 감성화, 그리고 세렌디피티적인 혁신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조했다고 정리할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치밀한 가격 전략과 타깃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이제 문제는 짜왕이 장수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한때 라면 업계에 광풍을 불러일으켰던하얀 국물유행은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라면 시장의 톱10 제품은 잘 바뀌지 않는다는 특징을 지닌다. 올해 출시한 짜왕이 시장에서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지만 이 인기를 계속해서 가져갈 방법에 대해 추가적인 고민이 있어야 한다. 스테디셀러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중년 고객층과 중소도시로의 상권 확산이 필요할 것이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ygs9964@sookmyung.ac.kr

 

서용구 교수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한국인 최초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산업연구원(KIET) 수석연구원을 거쳐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연구 분야는 브랜드(기업과 도시 브랜드)와 유통산업이다. 현대차 등 국내외 다수 기업의 마케팅 자문을 수행하고 한국유통학회와 한국상품학회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보이지 않는 성장엔진: 디자인, 브랜드, 명성> <브랜드 스타를 만드는 상상엔진: 이데아> <브랜드 마케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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