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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커먼그라운드

컨테이너 200개로 쌓은 ‘팝업스토어’, 20대의 심장을 건드려 공감을 얻었다

김현진 | 191호 (2015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코오롱의 첫 유통업 모델인커먼그라운드는 여러 면에서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유통 플랫폼이다. 컨테이너를 활용한 건축 모델, 도시재생을 필두로 한 CSV 정신 등이 그 혁신성을 규정한다. 커먼그라운드의 성공요인은 다음과 같이 분석될 수 있다.

① 기존 상식을 버리는 과감한 역발상

팝업을 소비자 생활의 플랫폼으로 활용해 해당 지역과 입점 상공인, 소비자와 함께 가치를 만들고 향유.

② 타깃고객의 마음을 터치하는 진정성 전략

진정성에 목마른 20대에자연스러운 독특함(natural uniqueness)’으로 어필.

③ 입점 원칙 고수를 통한 브랜드 일관성 유지

장기적 관점에서빅 브랜드(big brand)’로 육성하려는 전략하에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맞지 않는 요소는 철저히 배제.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권세은(성신여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시작은 4년 전이었다. 임시 매장을 가리키는팝업(pop-up) 스토어를 필두로 팝업 경제 자체가 국내외 유통계의 화두로 떠오르자 이를 이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최고경영진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팝업스토어는찾아가는 매장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했다. 고객이 찾아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고객을 찾아 깊숙이 파고드는 고객지향적 유통 모델이기 때문이다.

 

실무진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팝업 형태를 호텔, 유통 등에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팝업 호텔 사업을 먼저 추진하려 타당성을 검토하다 방향을 급선회, 2년 전 호텔이 아닌 유통을 첫 팝업 모델에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유통으로 영역을 확정하고 나서도 고민은 이어졌다. 투입 비용 대비 효율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이벤트나 홍보성으로 주로 사용됐던 팝업스토어를 상설 유통 매장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의구심을 거두기 어려웠다. 지금까지 백화점을 필두로 한 대규모 사업공간이 판매 수익보다는 임대료를 받기 위한 부동산 개발업을 실제적인 업의 본질로 삼았던 경우가 많았기에 굴지의 컨설턴트는 물론 내로라하는 유통 전문가들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룹 최초의 유통 진출작치고는 지나치게 실험적이라는 평가가 잇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우려를 딛고세상에 없던 콘셉트로 업의 영역을 재정의 하자고 모토를 세웠다. 이런 비전으로 시작된 이른바() 유통업프로젝트는 2015 4, 처음으로 그 베일을 벗었다. 국내 유통업계에 간만에 등장한 이 참신한 플랫폼은 2015 4,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 첫선을 보인 국내 최초의 컨테이터 복합 쇼핑몰커먼그라운드(COMMON GROUND)’. 유통업계의 신참이자이단아이면서 혁신성에서는 위협적인 플레이어로 등장한 커먼그라운드의 초기 성공 비결을 DBR이 분석했다.

 

 

문화행사 및 이벤트가 열리는 커먼그라운드의 광장

 

컨테이너로 쌓아올린 기적

 

서울 광진구 건국대 근처, 택시 차고지 부지에 세워진 커먼그라운드는 일단 외관부터가 참신하다. 건축 소재로 철재 컨테이너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40피트(ft)짜리 컨테이너 200개를 쌓아올린 이 건물은 해당 부지의 계약 기간인 8년간만 운영되는 국내 최초의 초대형 팝업스토어다.

 

컨테이너 건물은 일반 콘크리트 건축물과 달리 사전에 제작된 컨테이너를 현장에 옮겨 조립하는 모듈러 공법으로 시공할 수 있다. 컨테이너를 활용하면 6개월 만에 공사를 마칠 수 있고 건축 비용도 20% 가까이 절감된다.

 

 

컨테이너를 활용한 이유는 팝업스토어의 특성인이동성(mobility)’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것이었다. 임시 매장이란 콘셉트에 맞춰 추후 다른 지역으로 철거 또는 이동할 때 컨테이너를 건축 자재로 재활용할 수도 있다. 이 사업을 총괄한 오원선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경영전략본부 전무는팝업스토어의 핵심인 모빌리티 정신에 충실하면서 건축비 등 초기 투자비를 낮춰 입점 수수료 유통 비용 전체를 끌어내리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커먼그라운드는 이미 각 컨테이너를 연결하는 콘크리트 작업까지 마감한 상태에서 현장에 옮겨졌다. 생소한 건축 자재이고 마침 세월호 발생 직후라 안전 의식이 고조되면서 감독 및 허가기관인 해당 지자체의 안전 보완 지시가 거듭됐다. 보통 컨테이너는 네 모서리에 기둥이 있고 그 사이의 주름진 면이 힘을 지탱하는 구조로 설계된다. 하지만 커먼그라운드의 컨테이너는 내부에 6∼8개의 기둥을 더해 특수 제작했다. 이 밖에 소방법 등 건축 및 안전 관련 하부 규정에 맞춰 수십 차례 설계 변경이 이뤄지면서 허가 시간이 예상보다 크게 지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감안하고도 6개월 만에 쇼핑몰 하나가뚝딱완성된 것은 기존 건축 방식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혁명같은 일이었다

 

 

패션브랜드들이 입점한 스트리트 마켓 입구

 

매장이 컨테이너를 기반으로 지어졌다는 점은 입소문 등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도 화제가 됐다. 사람들은 파랗게 칠한 컨테이너박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파랑파랑해같은 감성적인 해시태그를 달아댔다. 유통업의후발주자인만큼 뭔가 새롭고 특별한 것이 아니면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어렵겠다고 판단했던 전략이 주효했던 셈이다.

 

이 과정에서 예상보다 비용이 더 늘어나기는 했다. 오 전무는당초 생각했던 투자비보다 40% 더 늘어났지만 콘크리트 건물을 짓는 비용과 비교해선 70∼80% 수준에 완공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코오롱이 팝업스토어와 관련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기 시작할 무렵 미국과 유럽 등지에도 컨테이너박스로 지은 복합 상업시설이 속속 문을 열었다. 영국 런던의박스파크’,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스타트(re:START)’, 미국 라스베이거스의컨테이너파크가 그 예다. 이들은 모두 그저 그런 기존 유통 채널의 성공공식을 답습하는 대신 특별한철학을 담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픈시점 기준으로는 세계 최초의 팝업몰로 알려진 런던 브릭레인의 박스파크는 선적용 컨테이너를 재활용해 만든 쇼핑몰이다. 2011년부터 5년간 운영될 임시 매장으로 총 2개 층에 걸쳐 패션 매장과 레스토랑이 빼곡히 입점돼 있다.1

 

한편 박스파크와 비슷한 시기인 2011 10월 문을 연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컨테이너형몰:스타트에는 도시재생 모델이 덧입혀졌다. 그해 2월 발생한 지진으로 침체된 지역과 상권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만든 몰이기 때문이다. 재해 복구를 위해서는 도시계획을 다시 해야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상점이 모두 문을 닫게 되면 상권 자체가 완전히 침체될 우려가 있었다. 이에 빠른 시일 내에 상가를 복원하기 위해팝업형 매장을 떠올렸고 해당 지역 기반 기업들과 정부, 주민들이 십시일반 모금을 해 재해를 입은 상인들이 장사를 할 수 있는 상업공간을 만들어준 것이다. 입점 매장이 늘어나면 컨테이너를 추가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연면적을 확대하는 등 유기적으로진화할 수 있게 한 것도 흥미롭다.2

 

이보다 좀 더 늦은 2013 12월 문을 연 미국 라스베이거스의컨테이너 파크는 단순한 유통 센터가 아닌다운타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주 정부와 개인 사업가가 함께 부동산 개발을 통해 예술과 패션, 비즈니스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세워진 것이다. 특히 브랜드 입점 기준에독창성등을 내세워 중소상인들 또는 신규 창업자들이 대거 유입할 수 있게 배려한 점이 돋보인다. 임대료도 저렴하게 책정해스몰비즈니스를 꾸리는 상인들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할 수 있게 했다.3

  

 

200개의 컨테이너로 조성한 커먼그라운드는 60∼160개 규모의 컨테이너를 사용한 이들 컨테이너몰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 또 대개 2층 규모인 해외 컨테이너몰에 비해 층(최고 4)이 높아 고난도의 시공 기술이 요구됐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국내에 전례가 없다보니 인허가 과정에 생각보다 큰 힘을 쏟아야했다는 사실이다. 콘셉트는 이들 컨테이너몰과 유사할지라도 좀 더 도전적이고 어려운 환경에서 진행됐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들이 공유하는 이른바컨테이너 스피릿은 커먼그라운드에도 똑같이 전수됐다. 일단 외면적으로는 도심 속에서 잠시라도 일상을 탈출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한 이국적 요소를 가미했다. 컨테이너라는 소재가 주는인더스트리얼 빈티지4 느낌을 바탕으로 유럽의 시장 같은 느낌의 내부 동선을 연출한 것이다.

 

코오롱글로벌 LSI실의 채한민 차장과 김주환 과장은 커먼그라운드에 유럽형 스트리트 마켓 느낌을 구현하기 위해 약 1년 전, 영국 런던 출장길에 올랐다. 코벤트가든을 비롯해 전통 시장(market)을 벤치마킹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잦은 비를 피하기 위해 지붕을 필수적으로 배치한 건축 구조부터 바닥의 맨홀 뚜껑까지, 다양한 세부 요소들을 열심히 사진기에 담았다.

 

이 벤치마킹 결과를 바탕으로 커먼그라운드의 전체적인 동선은 스트리트형을 따랐다. 기존의 스트리트형 쇼핑몰들이 각 매장을 길을 따라 물리적으로 나열만 했던 것과 달리감성도 스트리트 지향으로 설정했다.

 

 

 

유럽의 전통 시장처럼 아기자기한 느낌의 스트리트 마켓 내부

 

950평 남짓한 영업 면적에 비하면 많은 편인 72개 브랜드를 입점시킨 것도 이런 콘셉트의 일환이었다. 채 차장은기존의 백화점, 마트, 심지어 아웃렛조차 간판만 가리면 무슨 매장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모든 유통 채널이 대형화, 고급화되다보니 서로 차별화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이들과 반대로 아기자기하고 북적거리는 시장 느낌에 살짝살짝 남들과 어깨를 부딪히기도 하고 눈빛도 나누게 되는 골목길 느낌의 감성을 연출하는 것이 포멀하고 정형화된 것을 꺼리고 개성을 중시하는 현재 20대 취향에는 더 맞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모든 요소를 구성하는 데는 물론 새로운경험을 제공한다는 콘셉트가 전제됐다.

 

건물 두 동으로 나뉜 전체 건물 중 하나는마켓 홀로 불린다. 이 공간의 전체적인 구조는 코벤트가든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긴 지붕의 양쪽 끝을 두 채의 건물이 각각 들어 올려 지붕 아래에 판매 공간이 형성되는 전형적인 유럽형 시장 구조에서 건축적 모티브를 따왔다. 또 커먼그라운드의 가운데 부분에 광장형 공간을 두고 각종 문화행사나 이벤트를 여는 것도 유럽에서 과거부터소통의 창으로 통했던 광장 문화를 이식한 결과다.

 

20대에 의한, 20대를 위한

 

코오롱이 커먼그라운드 1호점 위치를 건국대 앞으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매장 성격에 딱 맞는 부지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스타시티 옆에 건대역 사거리에서 이어지는 로데오 거리가 형성돼 있고 그 길의 마지막 기점이 택시회사인 대한상운 차고지로 쓰였던 유휴부지였다.

 

5000㎡에 달하는 택시 차고지 탓에 성수동으로 이어지는 상권이 연결고리를 찾지 못했다. 오 전무는이곳에 차고지 대신 유통 매장이 있으면 건대 상권과 함께 최근한 곳으로 떠오르는 성수동을 자연스레 이어주며 상권을 확장시킬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결정에 따라 코오롱은 8년간 부지 임대 계약을 맺고 8년 수명의 팝업스토어형 매장을 열기로 했다.

 

부지 선정에 맞춰 이 상권의 주요 유동고객인 20대를 타깃으로 머천다이징 구성이 시작됐다. 사실 대형 유통몰이 특정 나이대의 고객만 타깃으로 한다는 점은 위험성이 없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인근에 전 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대형 백화점이 있는데다 유통 후발주자로서 차별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철저히 핵심 고객의 취향에 맞춘취향 저격수가 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입점 브랜드 선정도 특별한 기준을 바탕으로 진행했다. 기존 건대 앞 로데오거리에는 대형 브랜드의 프랜차이즈 매장 등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인기 브랜드 매장이 대세였다. 이에 반대로 커먼그라운드는 홍대 앞, 삼청동 등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it) 플레이스로 여겨지는 스트리트 내 매장과 인기 온라인 패션몰 브랜드들을 입점시키기로 결정했다. 흔하지 않고, 개성이 뚜렷한 브랜드를 엄선하기로 한 것이다.

 

콘셉트를 차별화하기엔 적격이었지만 이 또한 어려움은 적지 않았다. 이들 브랜드 중 상당수가 처음으로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몰에 입점하는 사례다보니 계약 관계 등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다. 기업 간 거래(B2B)에 익숙한 기존 백화점 입점 브랜드나 프랜차이즈가 아닌 아마추어들과 진행하는 계약 과정은 더욱 힘들었다. 입점을 확정해 놓고도 막판에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매장 운영이 어렵겠다며 갑자기 발을 빼는 등 너무나 가뿐히 계약을 깨는 사례가 속출했다.

 

담당 직원들의 입술이 바싹 타들어 가는 상황이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창의적인 스트리트형 브랜드를 입점시키겠다는 계획은 수정되지 않았다. 심지어 코오롱이 전개하는 대표 패션 브랜드들조차 상권에 비해 단가가 높고 스트리트적 감성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입점이 이뤄지지 않았을 정도로 머천다이징 원칙에 충실했다.

 

이렇게 입점된 브랜드 가운데는 방송인 김준희 씨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패션 브랜드에바주니의 첫 오프라인 매장, 건국대 공예과와 시각디자인과 출신 학생들의 동아리에서 출범한 액세서리 브랜드주빌레등이 큰 사랑을 받았다. 20대가 원하는 취향과 방식으로 판매한 브랜드들이 역시 빛을 발한 것이다.

 

또 백화점이나 기존의 쇼핑몰에서는 보기 힘든 귀한 오프라인 매장들이다보니 이 브랜드의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뚜렷한 목적을 갖고 찾아오는데스티네이션(destination)형 쇼핑이 이뤄지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었다.

 

식음료 매장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됐다. 어느 거리, 어느 백화점에서나 만날 수 있는 프랜차이즈 대신 요즘 뜨는 거리에서 각광받는 맛집이나 맛의 고수들을 삼고초려해모셔왔다.

 

두 청년이 의기투합해 전 세계를 누비며 한국의 음식문화를 알리는 푸드트럭김치버스’, ‘한국 맥주는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는 칼럼을 써 화제가 됐던 <이코노미스트> 기자 다니엘 튜더와 한국인 2명이 함께 만든 수제 맥주 매장더 부스(The Booth)’ 등이 그 예다. 호텔신라더 파크뷰중식 섹션의 총괄 셰프 출신으로 처음 자신의 이름을 딴 매장을 낸 요리사 최유강 씨의 ‘1 2 3 최유강 중국집도 커먼그라운드에 첫 둥지를 틀었다.

 

고객 서비스나 인테리어에서도 기존 백화점 등 유사 유통 채널에서 검증된 성공 공식을 버렸다. 매뉴얼화된 과도한 친절 서비스로 물건에까지 존칭어를 붙이는촌극을 빚지 않기로 한 것이다. 40대 이상 기성 세대보6다 평등한 관계를 지향하는5  20대의 눈높이에 맞춰, 각 매장 사장들에게 거리에서 매장을 운영할 때처럼 친근하고 자연스러운 정도로 고객을 응대해달라고 요청했다. 자연스러움이 콘셉트가 되게 해달라는 주문이었다. 서비스 실패 상황이 발생할 때만 코오롱 측이 직접 나서 매뉴얼에 맞춰 성난 고객을 응대했다.

 

또 매장 인테리어도 으레 백화점 콘셉트나 전체 인테리어에 맞춰 변형할 것을 지시하는 기존 백화점들과 달리최대한 스트리트 매장 콘셉트를 재현하라고 요청했다. 비즈니스 모델 개발 및 기획을 담당하는 이충헌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커먼그라운드팀 과장은 “20대의 감성이나 의식구조에 대한 연구 끝에 자연스럽고, 소통지향적인 공간이 좋겠다고 판단했다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접점마다 ‘20대 고객 지향으로 수렴되는 정신을 녹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의 컨테이너형 매장 사례처럼 도시재생의 플랫폼으로 활용될 여지도 높다.

실제로 커먼그라운드는 기존에 이미 뜬 상권보다

뜰 가능성이 높지만 저평가돼 있거나 대형 자본의 손이 미치지 못해

확산이 어려웠던 상권에 주목하고 있다.

 

유통의 미래를 보다, CSV 모델

 

커먼그라운드를 관통하는 또 다른 콘셉트는 CSV. CSV를 향후 추진할 신사업 전반에 적용하려는 코오롱 그룹의 비전이 적용된 첫 사업인만큼 도시재생, 청년창업지원 등 시대의 니즈에 맞춘 CSV 철학들을 곳곳에 녹였다.

 

유통의 후발주자로서 현실적인 고민도 반영됐다. 이충헌 과장은기존 백화점식의 전형적인 비즈니스모델로는 차별화나 대중적인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상품 자체만의 가치로 모든 평가를 받는 대신 평가 지표를 스스로 확장할 방법을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실제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성장 지표 속에 통합시키는 것이 유통의 미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비제도권 브랜드를 집중적으로 유입하고, 이들을 위한 유통 관리 관련 교육인상생 클리닉6 을 무료로 지원하는 것도 이런 일환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오 전무는입점 업체에 철저히이 되자라며이를 바탕으로 한커먼그라운드 웨이(Common Ground way)’를 만들어 직원들이 늘 상기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실천한 첫 사례는 백화점 대비 수수료를 낮게 책정한 것이다. 10㎡ 남짓한 소형 매장의 경우 보증금은 받지 않고 수수료는 백화점보다 10∼15% 적은 20% 초반대로 책정했다. 또 정산을 월 1회에서 월 2회로 늘려 자금 순환을 도왔다.

 

이미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기존 브랜드 대신 처음 오프라인 매장에 진출한 신규 브랜드 위주로 입점 브랜드를 선정한 데도 젊은 창업인들을 유통 플랫폼에 진출시킨다는 의미가 있었다. 실제 커먼그라운드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연쥬빌레는 입점 이후 이곳을 방문한 백화점 및 대형 서점 관계자들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등 성공적으로데뷔할 수 있었다. 문화 공간에서는 대학 동아리 등 아마추어 음악가들을 주로 초청해 대중에게 재능을 선보일 기회를 마련해주고 있다.

 

해외의 컨테이너형 매장 사례처럼 도시재생의 플랫폼으로 활용될 여지도 높다. 실제로 커먼그라운드는 기존에 이미 뜬 상권보다 뜰 가능성이 높지만 저평가돼 있거나 대형 자본의 손이 미치지 못해 확산이 어려웠던 상권에 주목하고 있다. 건대점의 경우에도 커먼그라운드 입점 이후 인근 건대입구 로데오거리의 임대료가 2배 가까이로 뛰어오르는 등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사회와의 상생 차원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시작됐다. 건대 학생들 일부가 이미 학교 근처에서 꽃을 활용해 학교 근처 지역 사회를 아름답게 가꾸는게릴라 가드닝봉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이들과 함께 손잡고 환경 개선에 나선 것이 대표적 사례다. 커먼그라운드 측은 원예 활동에만 그치지 않고 학생들과 아트 컬래버레이션 등을 함께하는 아트프로젝트로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최근에는일자리 대장정에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과 소상공인을 위한 컨테이너 쇼핑몰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유휴 부지 및 행정 지원에, 코오롱은 컨테이너 시설 및 유통, 마케팅 기술 지원에 나서는 것으로 컨테이너 유통 생태계를 통한 도시재생 사업에 주요 지자체들도 큰 관심을 갖고 있음을 증명한 사례다.

 

지자체가 소유한 공공 유휴지를 이용할 경우 임대료가 80% 가까이 줄어들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임대료 등 추가 투자 비용을 줄여 입점하는 소상공인 또는 젊은 창업인들에게 또다시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 커먼그라운드가 지향하는 CSV 모델이다.7

  

 

코오롱은 내년께 서울에 1, 부산에 1곳 정도 추가 매장을 열 방침이다. 단 타깃 고객과 콘셉트, 매장 크기는 완전히 달라질 예정이다. 매장 규모별로는 스몰, 미들, 라지 버전 등의 포맷을 상권에 맞춰 적용할 방침이다. 지역에 따라마이크로 미니 매장이 들어설 수도 있다. 철저히고객 지향적이라는 포인트에 맞춰커먼그라운드라는 이름만 공유할 뿐 해당 지역 상권 특성에 맞춰 모든 콘셉트를 뜯어고칠 예정이기 때문이다. 매장의 형태 역시 컨테이너박스를 고수하지 않을 것이다.사실 코오롱이 관심 있게 보고 있는팝업의 형태는 스트리트 그 자체다. 특정 길 자체나 특정 구역의 노점상 등을 하나로 묶어커먼그라운드라는 이름으로스트리트형 팝업을 여는 것이다. 이해 관계자가 많아 당장은 실현하지 못할지라도 조금씩 방법을 강구해볼 예정이라고 코오롱 측은 설명했다.

 

커먼그라운드의 성공을 판단하기는 섣부를지 모른다. 아직은 실험적인 모델에 가깝기 때문이다. 코오롱 측의 가장 큰 걱정은 백화점에 비해서는 크게는 10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작은 매장이기 때문에 재방문 시지겹고 뻔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팝업 인 팝업콘셉트로 한 달 이내의 짧은 주기로 제품, 서비스 또는 문화공연을 새롭게 선보이는 참신한 기획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리사이클링 마켓, 플라워 마켓, 버스킹 마켓 등으로 매 주말 테마를 다양화하는 것도 방문 고객들이 언제 방문해도 활기차고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운영기간이 얼마 되진 않았지만 반대로절반의 성공이라고 자축할 만큼의 성과도 없지 않았다. 메르스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당초 세웠던 첫해 실적(250억 원) 대비 3%가량 상회하는 매출이 11월 중순 이미 달성됐고, 크리스마스 등 연말 선물 시즌이 맞물리면 실적이 더욱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TF팀 관계자들은팝업이라는 혁신을 시도할 때 가장 두려웠던 것은과연 잘될 수 있을까라고 의구심을 보이는 조직 내 시선, 그리고유통업은 포화상태라며 고개를 저었던 기존 유통업 관계자들, 그 무엇보다 이들의 말에 조바심을 내는 우리 자신이었다실적이나 파급력 면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이 나오면서 의심의 시선이 호기심의 단계를 지나 벤치마킹 대상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이 가장 흐뭇한 성과라고 말했다.

 

코오롱이 커먼그라운드를 통해 기대하는 핵심은진정성이다. CSV 활동을 필두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일을 함으로써 기업 이미지가 함께 높아지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코오롱이 그리는 유통 혁신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성공요인 및 시사점

 

① 기존 상식을 버리는 과감한 역발상

어떤 일을 하고자 할 때 이미 검증된,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상식에 기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실패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접근으로는 차별화를 만들어낼 수 없다. 남들과 같이 간다면 큰 실패는 면할 수 있겠지만 뒤집어 보면 큰 성공 또한 얻을 수 없다.

 

대기업이 유통업을 함에 있어 가장 안정된 방식, 어쩌면 당연한 상식이라 할 수 있는 임대수수료에 초점을 두지 않고 처음부터 장기적 미래를 보고 브랜드가치 창출형으로 간다는 것은 대단한 시도다.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면서 팝업형 신문화를 창출하고 인근 지역과 함께하는 커먼그라운드의 시도는 여느 기업에서 보기 힘든 역발상적 시도라 할 수 있다.

 

그동안 팝업스토어는 브랜드를 단기적으로 알리고 빠지는 식의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초점이 맞춰졌다. 말 그대로 잠깐 나타나 체험 이벤트를 통해 브랜드 알리기식이었고 비용지향형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한 방법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커먼그라운드가 나타나면서 팝업스토어의 상식이 깨졌다. 단순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치창출형 유통으로 가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한 것이다. 도시재생형 신유통을 보여준 셈인데 일정 기간 상설하면서 판매를 통해 수익을 내고 주변 지역과 상생하며 새로운 지역문화를 창출하는 가치창출형 공간개념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팝업이라는 공간이 상식에서 벗어나 일정 기간 상설되면 전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기업의 일방향적 알리기가 아니라 팝업이 소비자 생활의 플랫폼이 돼 위치하는 지역, 입점하는 상공인, 소비를 위해 찾아오는 시민이 함께 가치를 만들고 누릴 수 있는 것이다.

 

 

② 타깃 고객의 마음을 터치하는 진정성 전략

진정성은 모든 인간이 갈구하는 기본적인 욕구라 할 수 있다. 특히 요즘과 같은 프로모션 과잉 시대에는 기업이 보내는 인위적 제스처에 소비자도 지친다. 그래서 역으로 진정성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특히 20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세대는 ICT 기반에 익숙하고 어릴 때부터 과잉 생산과 과잉 판촉에 노출돼 오다보니 그 어떤 세대보다도 진정성에 목말라 있다.

 

요즘 20대에게 주목을 받는 것의 특징을 보면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움’ ‘다른데서 볼 수 없는 그것만의 독특함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한다면자연스러운 독특함(natural uniqueness)’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커먼그라운드는 외형이나 내부 구조, 운영방식 등에 있어 자연스러움과 독특함을 잘 구현했다. 천편일률적인 모양의 빌딩과 그 속에 입점한 스토어에서 벗어나 주변 지역과 잘 어울리는 자연스러우면서 독특한 컨테이너 방식의 외형 설계가 주목을 끈다. 복작거리는 시장과 탁 트인 광장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양면성을 띤 내부 구조 설계는 자연스러움과 독특함을 함께 구현한다.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아니라서 다른데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브랜드 입점은 커먼그라운드만의 독특한 브랜드 경험, 기운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인위적 공간에, 인위적 브랜드가, 인위적 방식으로 가득 차 있다면 어떻게 될까? 가격 프로모션 등을 통해 잠깐 주목을 끌 수는 있겠지만 소비자 마음속에 브랜드는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특히 진정성에 갈증을 느끼는 2030 젊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다면 잠깐 스치는 프로모션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헤아리고 현재의 경험에 가치를 느끼게 하는 자연스러운 독특함이 묻어나야 한다.

 

 

4월 커먼그라운드 오픈을 기념해 광장에서 열린 이브닝 파티 모습

 

③ 입점 원칙 고수를 통한 브랜드 일관성 유지

사업을 영위하다보면 여러 가지 상황에 놓이면서 하나둘씩 예외를 만들게 된다. 그러다보면 정체성이 무너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예외를 인정하는 탄력성이냐, 원칙을 고수하는 정체성이냐의 기로에 서게 되는 것이다. 물론 둘 다 필요하다. 하지만 단기적 시각이냐, 장기적 시각이냐에 따라 중점을 두는 것은 달라진다. 브랜드를 장기적 관점에서빅 브랜드(big brand)’로 키워가겠다면 원칙 기반의 정체성이 중요해진다. 브랜드를 운용함에 있어 브랜드아이덴티티와의 적합성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철저한 경계가 필요하다. 우선 매출이 보장되고 더 좋은 조건이 제시되더라도 우리 브랜드의 나갈 방향, 즉 정체성과 거리가 멀다면 과감히 포기하는 빅 브랜드 운용전략이 요구된다. 오래 가는 브랜드와 잠깐 보이다 사라지는 브랜드의 구분은 바로 이 정체성 지키기에서 찾을 수 있다.

 

단기적 매출 창출 관점의 대형 프랜차이즈 입점보다 장기적 브랜드 문화형성에 초점을 둔 인디브랜드, 부티크 브랜드 입점 고수라는 측면에서 커먼그라운드는 그들의 브랜드철학을 잘 보여주고 있다. 브랜드를 단기간 운용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운용원칙의 일관성을 견지하겠다는 것이며, 이는 한 유통 브랜드의 아이덴티티 창출에서 더 나아가 그 브랜드만의 고유 문화를 타 비즈니스로 전파, 확장시키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어느 한 기업이 탄생시킨 것이 일관성, 정체성이 없다면 그냥 마크(mark)로 머물다 사라질 것이다.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하되 그 정체성을 잃지 않는 초심을 고수하면 진정한 브랜드(brand)로 계속 살아남을 것이다. 트렌드와 상황 변화에 따라 장소는 바뀌더라도 브랜드 고유성은 계속 유지하게 된다는 측면에서 커먼그라운드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marnia@dgu.edu

 

여준상 교수는 고려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저명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실었다. 저서로 <한국형 마케팅 불변의 법칙33> <역발상 마케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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