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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티볼리

2030의 취향대로 만든 가솔린 SUV, ‘쌍용車스럽지 않은 車’로 홈런 쳤다

이방실 | 191호 (2015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티볼리 성공 요인

자동차 중심에서소비자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변화

: 과거 엔지니어가 주도하는 신차 개발 방식에서 탈피, 소비자 중심의 신차 개발을 위해 시장 분석 기능 강화. 신차 개발과 관련한 소비자 좌담회에 부서와 직급을 막론한 50∼60명의 임직원이 참석. 젊은 층이 선호하는 신차를 개발한다는 명확한 목표하에 신차 평가단도 20∼30대 사원들 위주로 재편. 그 결과 심플하고 세련된 외관에 젊은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인테리어라는 신차 개발의 방향 조기 설정.

‘SUV 명가(名家)’라는 브랜드 자산 위에 가장 쌍용차스럽지않은신차 개발

: 안전하고 튼튼한 차를 만든다는 쌍용차의 전통을 이어가면서 기존 쌍용차가 가지고 있던 남성적이고 강인한 이미지를 벗어던짐. 그 결과 ‘SUV의 명가라는 브랜드 자산 위에 가장 쌍용차스럽지 않은 신차 개발에 성공.

③ 후발자 우위(latecomer advantage) 적극 활용

: 한국GM ‘트랙스’, 르노삼성 ‘QM3’ 등 선발주자의 시행착오에 대해 분석, ‘생애 첫 SUV’라는 티볼리만의 콘셉트를 도출. SUV에 대한 지식을 갖춘 고객군이 아니라 생애 처음으로 자동차를 구매하는 20∼30대를 공략함으로써가솔린 SUV는 성공할 수 없다는 징크스마저 깨뜨리는 데 성공. 그 결과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소형 SUV 시장을 선도하는 카테고리 리더로 자리매김.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주희(숙명여대 경영학부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쌍용자동차에 대해 갖는 이미지가 있다. 바로 ‘SUV(Sports Utility Vehicle)의 명가(名家)’라는 인식이다. 쌍용차는 국내 자동차업체로선 드물게 SUV를 주축으로 성장해 온 기업이다. 우리나라 최장수 자동차 브랜드인코란도(Korando)’나 지금은 단종된무쏘(Musso)’가 쌍용차의 대표적 SUV 브랜드다. 2000년대 초반 쌍용차가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코란도와 무쏘 덕택이었다.

 

SUV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소비자들이 쌍용차에 대해 갖는 이미지도 뿌리가 깊다. ‘강력한 파워’ ‘탁월한 내구성’ ‘튼튼한 차라는 인식과 함께딱딱하고 각진 디자인’ ‘마초(macho)적이고 거친 이미지라는 고정관념이 함께 존재한다. 물론 쌍용차는 SUV 차종 내에선 나름대로 유려한 디자인을 선도적으로 도입하려 애썼다. 4륜 구동에 벤츠 엔진을 탑재하며 국내에럭셔리 SUV’ 붐을 일으켰던 무쏘는 1993년 출시 당시 부드러운 곡선과 직선의 조화를 추구해 눈길을 끌었다. 1996년 선보인 뉴코란도 역시각진디자인 일변도였던 SUV에 둥글둥글한 볼륨감을 입혀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코란도든, 무쏘든 기본적으로 SUV. 세단에 비하면 제아무리 유려한 디자인을 적용했다 한들 투박하고 남성적일 수밖에 없다. 기존 TV 광고만 놓고 보더라도 쌍용차는 한결같이 강인하고 단단한남성적이미지를 강화시키는 쪽으로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 구성해 왔다. SUV 차량이 황량한 사막이나 거친 산길을 거침없이 질주하는 식의 광고가 주를 이뤘다.

 

티볼리(Tivoli)는 이런 면에서 SUV의 명가라는 쌍용차의 전통을 계승했으면서도 전혀 쌍용차스럽지 않은 디자인의 SUV. 각지고 무겁고 단단한 이미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20∼30대 젊은 층들이 공감할 만큼 세련된 외관에 여성들도 선호할 만한 감각적인 디자인 요소가 많다. 단적인 예로 총 7가지 외부 컬러 중 5가지 색상을투톤(two-tone, 차체와 지붕 색상을 서로 다른 컬러로 구성)’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고, 차량 뒷면은 ‘Tivoli’라는 브랜드 명을 제외하고는 어떤 트림(trim, TX, VX, LX 등의 등급 표시) 표시도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2015 1월 출시 후 티볼리는 지난 11월까지 국내에서 총 39809대가 팔렸다. 수출 물량까지 포함할 경우 누적 판매 대수는 5만 대가 넘는다. 현재 티볼리와 경쟁하는 동급(배기량 1400∼1600) 차량은 2013 2월 출시된 한국GM ‘트랙스(Trax)’와 그해 12월 시장에 선보인 르노삼성 ‘QM3’. 모두 티볼리보다 1∼2년 먼저 출시된 차량들이다. 하지만 현재 소형 SUV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건 가장 늦게 시장에 뛰어든 티볼리다. 신영식 쌍용차 마케팅본부장은트랙스, QM3, 티볼리 3개 차종 판매량만 놓고 봤을 때 현재 티볼리가 전체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소형 SUV 시장의 카테고리 리더로 등극한 티볼리의 성공 요인을 DBR이 분석했다.

 

마힌드라 인수 후 첫 신차 개발 프로젝트 ‘X-100’

 

티볼리는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2011 3월 쌍용차를 인수한 후 처음으로 독자 개발해 내놓은 신차다. 외환위기 당시 쌍용그룹이 붕괴하면서 쌍용차는 그동안 대우자동차(현 한국GM), 중국 상하이자동차 등 경영권이 여기저기 넘어가며 시련을 겪었으나 마힌드라에 인수된 후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지기 시작했고, 4년여 만에 내놓은 결과물이 바로 티볼리다

 

 

쌍용차 역사상 최초로 내놓는 소형 SUV인 티볼리는 1843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문을 연 도심 속 테마파크인티볼리 공원(Tivoli Gardens)’1 의 이름을 딴 차량이다. 티볼리 개발은 마힌드라의 인수가 결정되기 전인 2010년 초부터 ‘X-100’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당시 국내 SUV 시장은 현대자동차투싼(Tucson)’, 기아자동차스포티지(Sportage)’ 같은 준중형 SUV나 현대차싼타페(Santafe)’, 기아차쏘렌토(Sorento)’ 같은 중형 SUV가 대세였다. 원래 SUV가 스포츠나 각종 레저 활동에 적합하게끔 설계된 차량이고, 비포장 도로 같은 거칠고 험한 길도 거침없이 달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사이즈가 있어야 한다는 게 대부분 사람들의 통념이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 역시 SUV 시장에서 경쟁하려면최소한 준중형급 이상은 돼야 명함을 내밀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쌍용차 경영진은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트렌드를 봤을 때 국내 SUV 시장에 머지않아 소형 SUV 붐이 일 것을 예견했다. 당시 자동차 선진국인 유럽에서 일고 있던 다운사이징(downsizing, 소형화) 트렌드가 SUV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다운사이징은 말 그대로 차량을 작고 가볍게 만드는 걸 뜻한다. 이때 사이즈는 줄이지만 성능은 그대로 유지하는 게 핵심이다. 특히엔진 다운사이징은 엔진을 작게 만드는 동시에 배기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낮추는 기술을 말한다. 신영식 본부장은전통적으로 소형차에 대한 수요가 크고 환경 규제 수위가 높은 유럽 시장을 분석한 결과 다운사이징이 향후 자동차 시장을 주도할 핵심 트렌드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티볼리는 이 같은 다운사이징 트렌드를 앞서 내다보고 개발한 쌍용차의 야심작이라고 설명했다.더욱이 쌍용차는 SUV 전문 회사인 만큼 사이즈 및 용도별로 제품의 풀 라인업(full line-up)을 갖춘다는 측면에서도 소형 차종 개발이 필요하다는 게 경영진의 판단이었다. 이에 따라 2011 7, 신차 개발을 위한 투자금이 처음으로 집행되며 프로젝트가 본격화됐다. 향후 총 3500억 원이 투입될 티볼리 개발의 시작이었다.

 

 

20대 신입사원, 여직원 등 젊은 층 의견 적극 반영

 

쌍용차 경영진은 소형 SUV의 성패는 ‘20∼30대 젊은 고객층 흡수여성 고객 저변의 확대에 달려 있다고 봤다. ‘소형차가 성공하려면 20∼30대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고, ‘SUV’로서 대중적 모델이 되려면 남성 고객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코란도’렉스턴(Rexton)’ 등 기존 쌍용차 SUV의 핵심 고객층은 40대를 주축으로 30대에서 50대까지 퍼져 있다. 20대 고객 기반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편이다. 가장 큰 원인은 SUV의 가격대가 세단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동급 기준으로 적게는 500∼600만 원, 많게는 1000만 원 이상 차이가 난다. 그러다 보니 20대 대학생이나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는 30대 사회 초년병들이 선택하기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주 고객 연령층이 다소 높다 보니 디자인 역시 20대 취향이라기보다는 대개 중후한 멋을 풍기는 40대 위주로 설계돼 있어 젊은 층 구미에는 맞지 않았다.

 

쌍용차 경영진은 우선 20대 신규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선 소형 차량을 만들되 디자인 측면에서 대대적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X-100 프로젝트의 경우 다른 신차 개발 때와는 달리 20∼30대 젊은 직원들로 이뤄진 사내 평가단을 조직했다. 40명 정도로 구성된 사내 평가단원들은 디자인센터에서 X-100 신차 개발 프로젝트를 담당한 디자이너가 그린 아이디어 스케치 및 렌더링(rendering, 실제 제품화하기 이전에 차량 외관을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린 완성차 예상도) 결과물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조영욱 쌍용차 마케팅팀장은디자인센터에 있는 직원들 외에 마케팅, 영업, 상품기획 부서에서 일하는 평사원과 대리급 사원들이 디자인에 대해 평가하면 경영진이 이를 참고해 최종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또한 쌍용차 경영진은 소형 SUV가 성공하기 위해선 구매 고객 중 최소 30% 이상이 여성 고객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간파했다. 양석훈 쌍용차 시장분석팀장은 “SUV 시장에 대해 분석해 본 결과 차종을 막론하고 연 10만 대 이상 팔리는 SUV는 구매 고객 중 30% 이상이 여성으로 드러났다이는 남자들에게만 팔아서는 메이저(major) 모델로 자리매김하기 힘들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쌍용차는 기존 30∼40대 위주로 구성돼 있던 상품기획팀을 20∼30대 주축으로 재편하면서 상품기획팀원 중 유일한 여직원이었던 20대 신입사원에게 X-100 프로젝트 담당 실무를 맡겼다. 모험이나 다름없는 시도이긴 했지만 젊은 시각에서 신차 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내린 결단이었다. 초기 유럽시장 분석을 위해 출장을 갈 때에도 디자인팀, 상품기획팀, 상품전략팀 등에서 근무하는 20대 여직원들이 주축이 됐다. 젊은 층을 공략하고 여성 고객들의 니즈를 적극 반영하기 위해선 고루하고 나이든 40∼50대 중년이 아니라 젊고 세련된 20∼30대가 주축이 돼 프로젝트를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클레이 모델(공업용 점토로 만든 모형 자동차)을 가지고 실시한 내부 품평회에서도 기존과 전혀 다른 접근법을 취했다. 임원들보다는 갓 입사한 신입사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과거엔 임원들과 관련 부서 팀장 및 담당자밖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티볼리의 경우 부서를 막론하고 20∼30대 신입사원들을 대거 불러 이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했다. 대표적인 예가 티볼리 운전석에 적용된세미버킷 시트(등받이 부위별로 단단한 정도가 다른 패드를 적용하는 등 신체부위별 특성을 고려한 인체공학적 설계의 시트)’. “소형차에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일부 임원들의 의견도 있었지만 주행 시 운전자의 편안함과 안락함을 증대해 감성 품질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20대 직원들의 목소리가 받아들여져 채택된 사양이다.실제 세미버킷 시트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 4월 대한인간공학회가 주관하는 인간공학디자인상(EDA) 최고 영예인그랑프리상을 받기도 했다.

 

품평회 방식까지 완전히 바꿔가면서 젊은 직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한 결과, 신차의 콘셉트는 외관은심플하게 하되 내부는 다소오버스럽게 꾸미는 쪽으로 결정됐다. , 차량 외부는멋지고 확신에 찬(cool and confident)’ 디자인을 모토로 삼아 독일 명차처럼 심플하고 세련된 느낌을 추구하되 내부 공간은 고급 사양을 최대한 많이 제공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그 결과 몸에 착 감기는 듯한 착좌감(着座感)을 선사하는 세미버킷 시트 외에 운전석 통풍 시트, 2열 좌석 열선 시트, 열선 스티어링휠, 전후방 센서, 크루즈컨트롤 등을 탑재했다. 계기판 색깔을 6가지 컬러 중 운전자 기분에 따라 임의로 바꿀 수 있게 하는 등 운전자의 감성을 고려한 요소도 곳곳에 배치했다. 심지어 운전대도 스포츠카에나 주로 쓰이는 ‘D-컷 스티어링 휠을 도입했고, 내부 인테리어에까지 투톤 컬러를 적용했다. 신영식 본부장은티볼리가 타깃으로 하는 20대는 기본적으로 부모로부터의독립을 원하고, 그 결과나만의 공간을 갈망하는 특성이 있다나만의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만족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은 혜택을 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단순히제품(자동차)’의 성능을 내세우는 대신

티볼리가고객에게 제공해 줄 수 있는 가치를 부각시키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쌍용차는 소비자들이 경제적 이유로소형차구매를 고려하지만

안전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점에 주목했다.

 

평사원부터 부사장까지 소비자 좌담회 참여해 고객 의견 청취

 

티볼리는 쌍용차 역사상 가장 소비자 지향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개발된 신차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소비자 좌담회 활용 방식을 통해 소비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했기 때문이다.

 

과거 쌍용차는 신차가 출시되기 대략 6∼7개월 정도 전에 레진(플라스틱) 소재의 확정 모델을 제작한 후 한 번에 소비자 150여 명 정도를 초청해 품평회(정량 조사)를 실시하고, 이들 중 20∼30여 명을 따로 모아 좌담회(정성 조사)를 실시하곤 했다. 이 소비자 좌담회에 들어가는 쌍용차 직원들은 기껏해야 실무 팀장급 직원 4∼5명이 전부였다.

 

티볼리는 달랐다. 일단 신차 출시 16개월 전인 2013 8월경 레진 확정 모델을 제작하고 이후 약 1년여 동안 수차례에 걸쳐 소비자 품평회 및 좌담회를 실시했다. 이때마다 50∼60명에 달하는 쌍용차 임직원들이 좌담회에 참석했다. 연령과 직급은 20대 평사원부터 50대 부사장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참가자들이 속한 부서도 상품전략, 시장분석, 마케팅, 광고, 디자인 등 분야를 막론하고 퍼져 있었다. 한마디로 전사적인 참여였다. 대규모 인원이 한꺼번에 몰려가다 보니, 미러룸(mirror room, 거울 형태의 유리를 통해 한쪽에서만 다른 쪽을 볼 수 있는 방) 형태의 참관실로는 부족해 아예 옆 방에 CCTV 카메라를 연결해 별도의 모니터링 공간을 만들었을 정도였다. 신영식 본부장은아무리 일목요연하게 보고서로 정리한다고 한들 현장에서 생생한 소비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에 비견할 수 없다핵심 의사결정을 내리는 중역들이 현장에서 고객들의 의견을 직접 듣다 보니 소비자 중심의 제품 개발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쌍용차는 또한 티볼리 출시에 앞서 소비자 인식 조사 등 다각도의 마켓 리서치 작업을 통해 최적의 포지셔닝 전략을 세우기 위해 노력했다. 이를 위해 2012년엔 시장분석팀을 별도로 만들기까지 했다. 과거엔 마케팅 부서의 직원 혼자서 담당했던 시장 조사 업무를 좀 더 체계적이며 적극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였다. 시장분석팀은 소비자들이 소형 SUV에 진정으로 원하는 본질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힘썼다. 단순히제품(자동차)’의 성능을 내세우는 대신 티볼리가고객에게 제공해 줄 수 있는 가치를 부각시키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쌍용차는 소비자들이 경제적 이유로소형차구매를 고려하지만안전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점에 주목했다. 조사 결과, 경차를 타는 사람들이 가장 자존심 상해 하는 게돈이 없어 싸구려 차를 탄다고 보는 주변의 시선이고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그 차 안전하기는 하냐?”는 질문으로 드러났다. , 자동차에서 작다는 건 안전하지 못하다는 말과 동의어로 쓰이고 있었다.

 

 

쌍용차는 이에 따라 티볼리에 고장력 강판을 전체의 70% 이상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소형차는 사고 시 위험이 클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특히 차체의 H-격자 부위 등 주요 부위 10곳에는 핫 프레스 포밍(hot press forming, 뜨겁게 달군 철을 급냉 처리하는 금형 공법. 기존 강판 대비 가벼운 철강재로도 강성을 높일 수 있음)을 적용한 초고장력 강판을 사용해 탑승자 상해 위험을 최소화했다. 심지어 에어백도 7개나 장착했다. 조영욱 팀장은동급 최고 수준의 고강성 차체와 동급 유일의 ‘7 에어백장착을 통해 충돌 안전성을 극대화하려 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쌍용차는 티볼리의 핵심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생애 첫 SUV’로 잡았다. 그리고소형’ ‘미니’ ‘콤팩트등 크기를 연상시키는 메시지 사용을 지양하는 대신합리적인 가격대에(affordable) 크기도 너무 크지 않아 부담도 안 되면서(approachable) 디자인까지 매력적인(attractive)’ SUV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동안 SUV에 대한 니즈는 있으나 만만치 않은 가격대나 부담스런 크기, 혹은 투박한 디자인 때문에 구매를 포기한 소비자들에게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해 줌으로써 생애 처음으로 SUV를 즐길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 준다는 취지였다. 크기는 작아도 감각적인 외관과 트렌디한 스타일로 자부심을 갖고 당당히 탈 수 있는 차라는 점을 부각시킨다는 전략이었다. 이에 따라 티볼리를 소개할 TV 및 지면 광고에서도 외관 스타일을 최대한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 ‘첫차부터 엣지 있게라는 광고 카피와 함께 세련된 남녀를 등장시키고 도심을 배경으로 달리는 티볼리를 보여줌으로써 감각적인 이미지를 연출했다. 뛰어난 파워와 탁월한 성능을 보이기 위해 험한 산길을 거침없이 질주하는 식의 기존 쌍용차 광고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로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 구성한 것. 신영식 본부장은생전 처음으로 차를 사는 고객이든, 세단을 타다 SUV로 갈아타는 고객이든, 혹은세컨드 카개념으로 SUV를 구매하려는 고객이든, 그 누구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매력적인 SUV로 포지셔닝하기 위해 모든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 가다듬었다소비자 관점에서 고객들이 중시하는 가치를 적극 내세우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가솔린 SUV는 성공할 수 없다는 징크스를 깨다

 

원래 쌍용차는 티볼리를 출시할 때 가솔린과 디젤 모델을 2015 7월에 동시에 내놓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2014년 여름 전략을 바꿔 가솔린 차량을 먼저 내놓고 디젤 차량을 이후에 출시하는 단계적 접근을 취하기로 했다.

 

당시 쌍용차는 2013년 미니 밴 차종인로디우스(Rodius)’를 페이스 리프트(face lift, 자동차의 얼굴에 해당하는 헤드라이트, 범퍼, 라디에이터 그릴 등을 변경해 새롭게 보이도록 하는 것) 작업을 통해코란도 투리스모(Korando Turismo)’로 리포지셔닝(repositioning)한 이후 이렇다 할 신차를 내놓지 못한 상황이었다. 신영식 본부장은 “2015년 초에 신차를 내놓지 않으면 공백기간이 너무 길어져 원활한 마케팅을 펼치기엔 제약이 클 것이라고 봤다먼저 개발이 완료된 가솔린 모델 출시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신차 출시 시기를 하루라도 앞당겨야 한다는 데에는 경영진 모두 동의했지만 가솔린 모델을 먼저 내놓자는 안에 대해선 이견이 많았다. 운전자들 대부분이 ‘SUV는 힘이 좋은 디젤 엔진을 써야 한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솔린 모델이 팔리겠느냐는 게 이유였다. 신영식 본부장은국내 시장에서 디젤과 가솔린 모델을 모두 가지고 있는 주요 준중형 SUV를 분석해 보면 대부분 가솔린 판매량이 전체의 1%에도 미치지 않는다그만큼 국내 시장에선디젤 SUV’가 금과옥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심지어 자동차 업계에선한국은 가솔린 SUV의 무덤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라고 덧붙였다. 2013년 출시된 트랙스와 QM3의 경쟁 구도를 보더라도 이 같은 우려는 더욱 타당해 보였다. 공교롭게도 당시 트랙스는 가솔린 모델, QM3는 디젤 모델만 존재하는 상태였는데 트랙스는 소형 SUV의 최초 선발주자였음에도 불구하고 QM3에 비해 상당히 저조한 판매 실적을 보였다. 이 때문에 쌍용차 경영진 중 일부는왜 실패가 뻔히 보이는 길을 가려고 하느냐며 가솔린 모델 선()출시 전략에 의구심을 표했다. 가솔린 모델을 먼저 출시하려면 신차를 SUV가 아닌 CUV(Crossover Utility Vehicle)로 포지셔닝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렇듯 임원들 사이에도 의견이 갈렸지만 쌍용차 최고경영진은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반해 최종 의사결정을 내렸다. 트랙스와 QM3 각각에 대해 전체 구매 고객 중 생전 처음 차량을 구매한 고객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를 분석한 결과, 트랙스는 30% 이상이 이전 보유차가 없던 고객이었지만 QM3는 이 비율이 불과 5%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에 주목한 것. 쌍용차 경영진은 이 데이터를 통해 생전 처음 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에겐 ‘SUV=디젤이라는 선입견이 크지 않다는 통찰을 얻었다. 신영식 본부장은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가솔린 SUV가 성공하지 않은 이유는 가솔린 차량을 구매할 의향이 있는 잠재 고객군이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애초에 ‘SUV는 무조건 디젤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머릿속 깊이 뿌리 박혀 있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영업하니 차가 팔리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난생 처음 신차를 구입하려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면 가솔린 SUV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데 경영진이 뜻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2015 1, 드디어 가솔린 파워트레인의 티볼리가 출시됐다. 자동변속기 엔트리 모델 기준으로 1700만 원대에서 시작해 최고가 모델이 2300만 원대에 달하도록 설정했다. 최고 사양 모델의 가격은 트랙스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도록 구성했지만 엔트리 모델 가격은 3사 제품 중 가장 낮게 책정(QM3 2200만 원대, 트랙스는 1900만 원대)했다. 일단 고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로 엔트리 모델을 만든 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옵션을 대거 제시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고객들이 높은 사양의 차량을 구매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티볼리는 출시 첫달 국내에서 2312대가 판매된 데 이어 2 2898, 3 2827, 4 3420대 등이 팔려나가며 큰 호평을 받았다. 지난 7월 디젤 모델이 나오기 전 6개월 동안 팔린 가솔린 티볼리 물량만 무려 18524대에 달한다. ‘가솔린 SUV는 분명히 망한다는 고정관념을 보란 듯이 깨트린 것. 선발자인 트랙스의 올해 누적 판매량(1∼11)을 다 합쳐도 티볼리의 올 상반기 판매량에 훨씬 못 미치는 1 913대라는 사실에 비춰보면 괄목할 실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신영식 본부장은티볼리 구매자 중 70%가 최고가의 풀옵션 장착 모델을 산다라며가성비에 대한 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고 강조했다. 현재 티볼리의 구매층은 20대가 20%, 30대가 32%로 젊은 층이 과반수를 넘는다. 또한 여성 구매 비중도 전체의 39%에 달할 정도로 높은 편이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서 투싼, 스포티지 같은 준중형 SUV의 연간 판매 대수는 약 14만 대로 추정된다. 반면 소형 SUV 시장은 현재 트랙스, QM3, 티볼리 3개 차종 판매 실적을 합산해 봤을 때 약 8만 대 정도로 추산된다. 소형 SUV라는 카테고리가 생겨난 게 불과 2년여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빠른 성장세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시장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티볼리의 공로가 크다.

 

 

티볼리는 현재 쌍용차의 부활을 이끈다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티볼리와 코란도C를 생산하는 쌍용차 평택 1공장은 올해 연초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티볼리 덕에 쌍용차의 올 상반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6.6%가 증가했다. 심지어 지난 7월엔 디젤 모델이 추가되면서 티볼리의 인기 몰이가 지속되고 있다. 현재 대기 물량이 4000대 정도 돼 지금 주문을 해도 한 달 정도는 기다려야 인도받을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2015 1월부터 11월까지 판매 실적 기준으로 티볼리의 월 평균 판매량은 3619대다. 이는 트랙스(월 평균 992)에 비해선 3.6, QM3(월 평균 1958)보다는 1.8배 각각 많은 수치다. 앞으로 쌍용차는 내년 상반기 중 티볼리롱바디모델을 내놓으며 국내 시장에서의 티볼리 돌풍을 이어가고, 해외 판매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티볼리의 인기를 글로벌 시장으로도 확대한다는 목표다.

 

티볼리 성공 요인

 

자동차 중심에서소비자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변화

티볼리 출시 전 쌍용차는 시장 조사와 소비자에 대한 연구에 무게중심을 두기보다는 엔지니어들의 창의성에 의존해 자동차를 설계하는 전통이 강했다. 자원 배분 측면에서도 개발 부서에 우선수위를 두고 모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설상가상 경영권이 여러 번 바뀌고 경영난에 부딪히면서 시장 조사 등의 기본적 마케팅 활동은그림의 떡과 같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쌍용차는 티볼리를 개발하면서 별도의 시장분석팀을 신설하는 등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신차 개발을 위한 의사결정 과정에 소비자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 위해 힘썼다. 신차 개발과 관련한 소비자 좌담회 운영 프로세스를 바꾼 게 대표적 예다. 평사원부터 중역에 이르기까지 나이와 직급, 부서를 막론하고 좌담회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고객들의 의견을 직접 청취하게 했다. 디자인 사내 평가단이나 클레이 모델 품평단 역시 20∼30대 사원들 위주로 구성하는 등 과거 쌍용차라면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일들도 시도했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신차를 개발한다는 명확한 목표하에 조직 운영 프로세스를 정렬(alignment)시킨 것이다. 그 결과 쌍용차는 임직원들의 사고 방식을자동차중심에서소비자중심으로 변화시켜 고객들이 원하는 소형 SUV를 성공적으로 출시할 수 있었다.

 

‘SUV 명가라는 브랜드 자산 위에 가장 쌍용차스럽지않은신차 개발

티볼리가 처음 출시됐을 때 시장에선정말 쌍용이 만든 차가 맞느냐는 평가가 많았다. 그만큼 티볼리는 기존 쌍용차가 가지고 있던 남성적이고 강인한 이미지를 벗어던지며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20∼30대 젊은 층을 공략한다는 명확한 목표하에 콘셉트 디자인부터 모델 개발, 사내 품평회 및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 이르기까지 자동차 개발 및 마케팅 프로세스의 전 과정에서 젊은 사원들의 의견을 대폭 수렴한 덕택이다.

 

이처럼 완전히 바뀐 스타일로 소비자들을 놀라게 했지만 튼튼하고 안전한 정통 SUV를 만든다는 쌍용차의 브랜드 자산은 더욱 강화한 점이 티볼리가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은 이유다. 고장력 강판을 동급 최고 수준으로 도입하고 에어백을 7개나 장착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소형차에 대해 소비자들이 갖는 잠재적 불안감을 불식시켰다. 감각적인 스타일과 디자인을 갖춘 외관에 SUV로서의 안전성까지 더해지면서 티볼리는 젊은 층을 신규 고객 기반으로 넓혀가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티볼리는 ‘SUV의 명가라는 쌍용차의 오랜 브랜드 자산 위에 개발된 가장 쌍용차스럽지 않은 차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③ 후발자 우위(latecomer advantage) 적극 활용

쌍용차는 2010년부터 X-100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소형 SUV 개발에 나섰지만 트랙스에 비하면 약 2, QM3에 비하면 약 1년 뒤에야 티볼리를 내놓을 수 있었다. 그러나 티볼리는 3사 차종 가운데 제일 늦게 시장에 뛰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가장 두각을 나타내며 소형 SUV 카테고리를 선도하고 있다. 여기에는 쌍용차가 후발자 우위를 십분 활용한 덕택이 크다.

 

쌍용차는 선발기업의 시행착오에 대해 철저하게 분석했고, 이를 경쟁 차종과의 차별화 기회로 삼음으로써생애 첫 SUV’라는 티볼리만의 콘셉트를 도출해 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SUV에 대한 지식을 갖춘 고객군이 아니라 생애 처음으로 자동차를 구매하는 20∼30대를 공략함으로써가솔린 SUV는 성공할 수 없다는 징크스를 보기 좋게 깨뜨렸다. 특히 티볼리 가격대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엔트리 모델 가격을 3사 차종 가운데 가장 낮게 책정해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극대화하면서 고급스런 편의사양을 대거 제공함으로써 가성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전략을 취했다. 그 결과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소형 SUV 시장을 선도하는 카테고리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이방실기업가정신센터장 smile@donga.com
  • 이방실 이방실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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