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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gotiation Letter

경청은 까다로운 상대의 마음 녹인다

최두리 | 191호 (2015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지난해 말 있었던 미국과 쿠바의 외교 관계 회복을 위한 협상은 양측의 강경한 입장 고수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처럼 협상에서 상대가 타협의 여지를 주지 않고 강경하게 나올 때 협상은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이때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협상 상대방을 좀 더 협조적으로 바꿀 수 있는 팁으로는경청하라여러 가지 안건을 동시에 논하라협상을 섣불리 공개하지 마라 등이 있다.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대 로스쿨의 협상 프로그램 연구소가 발간하는 뉴스레터 <네고시에이션>에 소개된 ‘The Highest-Stakes Negotiation of All’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NYT 신디케이션 제공)

 

2014 12, 오바마 정부는 쿠바와의 외교 관계 회복을 위한 협상에 착수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언했다. 비밀스럽게 진행되기 마련인 협상이 공식화하면서 많은 이들이 쿠바와의 냉랭했던 관계가 누그러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다. 동시에 많은 이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1월 쿠바에서 이틀간 진행된 양국 대표단의 협상은 서로에 대한 불신과 문화 차이, 양측의 강경한 입장 등으로 당초 예상됐던 것보다 큰 난항을 겪어야 했다.

 

협상이 시작되기 전 양측이 언론에 보인 태도가 이런 어려움을 한층 가중시켰다. 오바마 정부는 쿠바가 몇 가지 주요 영역에서 미국의 입장을 반드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면 양국 관계가 완전히 정상화되기 이전이라도 미국 외교관들에게 가해진 쿠바 내 이동제한 조치를 해제해야 한다는 것 등이었다.

 

쿠바 대표단 역시 미국과의 대화 초기 단계부터 찬물을 끼얹으려는 것처럼 보였다. AP(Associated Press)에 따르면 쿠바의 한 고위 당국자는쿠바는 미국과의 관계를정상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외교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쪽에 가깝다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이 쿠바 이민자들의 미국 이주를 법적으로 허용한다면 이는 협상을 결렬시키는 사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입장은 이틀간의 대화가 막바지로 향하면서 더욱 강경해지는 것 같았다.

 

쿠바의 대미 최고 외교 담당자 조세피나 비달(Josefina Vidal) AP와의 인터뷰에서쿠바의 변화는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미국이 쿠바를 계속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는 이상두 나라의 관계를 재정립한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말했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국 대통령은 한때 쿠바를 테러지원국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당시까지만 해도 계속 유지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달은 또 미국 의회가 쿠바에 적용하고 있는 통상 금지 조치의 많은 부분을 해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미국 국민의 쿠바 여행 금지 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양국 관계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었다. 공화당이 이끌고 있는 미국 의회가 이런 법안에 동의할 가능성은 낮았다.

 

쿠바 측은 그러면서도 쿠바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내용들에서는 타협하지 않으려는 자세를 취했다.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 보도에 따르면 비달은 쿠바 내 미국 망명자들을 본국으로 보낼 수 없으며 미국이 쿠바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지원을 줄이지 않는 한 미국 외교관들이 쿠바 내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을 허용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틀에 걸친 회담이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쿠바의 강경한 입장이 단지 초반에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전략이었는지, 아니면 정말 포기할 수 없는 조건들인지 분명하지 않았다. 게다가 회담이 끝나고 며칠 후 라울 카스트로(Raul Castro) 쿠바 대통령은 미국이 쿠바와의 관계 회복을 원한다면 세 가지 사항에 동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기지가 있는 관타나모(Guantanamo) 지역을 쿠바에 반환하고쿠바에 가해진 통상 금지 조치를 해제하며그 조치로 인해 쿠바 국민들이 겪은인간적, 경제적 피해를 보상하라는 것이었다.

 

외교 협상이나 비즈니스 협상에서 상대방이 초기부터 선택의 여지가 없는 강경한 요구를 앞세울 때처럼 괴로운 상황은 없다. 문화가 다르거나 협상 방식이 다른 데서 비롯되는 이런 어려움이 당신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협상 상대방을 좀 더 협조적으로 바꿀 수 있는 팁을 소개한다.

 

 

 

1) 경청하라

 

만약 협상 상대가 융통의 여지가 전혀 없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면 그들은 당신이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거나 당신의 이익만 취할 것을 우려할 수 있다. 확실하게 선을 그어 당신의 입장을 표명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의견과 우려사항을 들어주고 그들이 얻고자 하는 것을 파악하는 데 힘쓰라.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고 당신이 상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양쪽 모두 느낄 때까지 당신의 입장을 납득시키려고 하지 말라.

 

2) 여러 가지 안건을 동시에 논하라

 

하바나에서 벌어진 이틀간의 회담 구조를 살펴보면 이 회담에 왜 어려움이 많았는지 추측해볼 수 있다. 양측은 미리 만들어 둔 목록을 따라 한 번에 한 가지 이슈에 집중했다. 첫날에는 이민자 문제와 위조 여권 문제, 합동 수색구조에 대해 논의했고 둘째 날은 재외공관 문제를 다뤘다.

 

한 번에 한 가지 이슈를 논하는 방식은 양측 모두 각자의 입장에만 초점을 맞추게 하고 이슈 전반에 걸쳐 한 가지를 양보하는 대신 다른 한 가지를 얻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게 만든다. 무엇이 시급한 이슈인지 양측이 동일한 인식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교협상이나 비즈니스 협상에서는 미리 정해진 의제가 역효과를 낼 때도 있다.

 

3) 협상을 섣불리 공개하지 말라

 

대중의 요구와 반대는 협상을 더욱 치열하게 하며 타협의 여지를 축소시킨다. 특히 협상의 전제 조건이 공개될 때 그렇다. 비공개 협상의 중요성에 대해 상대와 미리 논의하라. 만약 상대방이 선동적인 언론 활동에 나선다면 이를 무시하거나 비공개적으로 처리하라.

 

무엇보다도 상대방의 언론 플레이에 똑같이 맞대응하고 싶은 욕구를 억눌러 협상이 시작하기도 전에 망치는 일을 주의하라.

 

번역 |최두리deardu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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