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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과 CX

‘좋은 제품’ 아닌 ‘좋은 경험’ 제공하는 회사가 성공한다

정성재 | 190호 (2015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1999년 조셉 파인과 제임스 길모어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경험경제에 관한 글을 실은 이후로 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후 애플의 아이폰을 필두로 한 스마트폰 발달/보급과 더불어 UI/UX디자인에 대한 강조에서 전체적인 소비자 경험인 CX 개념으로의 확산, 그리고 IoT와 빅데이터 시대를 맞이하면서 제품이나 서비스 전반의 모든 경험을 디자인하는경험디자인 전략으로 진화해왔다. 이제 좋은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지 못하는 기업이 망하는 게 아니라 좋은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는 기업이 망하는 상황까지 온 셈이다.

 

커피 한 잔의 원가가 얼마일까? 일반적으로 커피 원두와 가공된 커피가 합쳐진 커피 한 잔의 원가는 미화로 약 13센트라고 한다. 상점이나 카페에서 판매되는 커피 한 잔의 가격은 2.5 달러 정도인데 여기에스타벅스라는 브랜드 및 고객 경험이 추가되면 최종 가격은 5달러 정도가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스타벅스 커피를 별로 비싸다고 여기지 않는다. 해당 가격에는 스타벅스에서 제공하는 여러 가지 경험요소들(로고, 실내 분위기 등)에 지불하는 비용까지 포함됐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 경쟁의 무게중심이 상품 중심에서 브랜드 체험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걸 기업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체감하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가 뉴욕 맨해튼을 여행할 때 초록색 로고가 새겨져 있는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거리를 활보하면 외국인이라 할지라도 자신을 뉴요커(New Yorker)로 생각하게 하는 힘이 스타벅스에 있다. 즉 그 같은경험가치의 힘이 내재돼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도대체경험경험가치란 무엇인가.

 

 

1. 전략으로써의 경험, 좋은 소비자경험(CX)이 기업을 살린다

 

1999년 조셉 파인(B. Joseph Pine)과 제임스 길모어(James H. Gilmore)는 세계적 경영전문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경험경제로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Welcome to the experience economy)’라는 논문을 실었다. 당시 저자들은 경제/경영계에 사용자경험에 대한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는데 농업경제에서 산업경제로 각 단계의 발전을 이루는 동안 상대적으로 우수한 조건의 제품으로 차별화시키기 위해 선도 기업들은 자신들의 제품, 서비스의 독특한 경험을 만들어 냈다는 게 핵심 주장이었다. , 소비자에게경험을 둘러싼 환경을 판매할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경험이 경제적 가치를 획득한다는 설명이었다. 이러한 내용은 이미 1970 <미래쇼크(Future Shock)>에서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에 의해 언급된 경험산업(Experience Industry)과도 일맥상통한다. 토플러는디자인, 영화, 레크리에이션, 컴퓨터, 예술, 미술 등의 전문가들이 그들의 경험설계 역량을 기업행위 전반에 사용하게 될 것이라 예견한 바 있다.

 

이 같은 논의들을 종합해보면 오늘날의경험경제고객이 상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상품에 담긴 스토리와 경험을 사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경험경제’에서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이미지보다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이러한 경험(또는 체험)은 누구의 관점이냐에 따라 UX(사용자 경험) CX(소비자 경험)로 구분할 수 있다. 사용자의 관점에서 보는 UX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구매시점 이후에 벌어지는 사용 경험에 초점을 맞췄다면 CX는 보다 포괄적인 범위를 다룬다고 봐야 한다. 크리스토퍼 메이어(Christopher Mayer)와 안드레 슈와거(Andre Schwager) “‘소비자 경험’이란 소비자가 기업과의 직간접적 접촉에서 얻게 되는 내적이면서 주관적인 반응이라고 정의했다(HBR, 2007). 여기서 말하는 직접적인 접촉이란 소비자에 의한 구매, 사용, 서비스 등을 말하고, 간접적인 접촉은 주로 소비자가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우연히 겪게 되는 기업이나 상품을 상징하는 것들에 대한 경험, 이를테면 뉴스나 주변 사람들의 평가,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리뷰, 걷다가 우연히 본 광고 등을 포함한다.

 

UX뿐 아니라 CX 관점에서 좋은 경험의 제공이 만들어 낸 놀라운 성과를 잘 보여준 사례 하나를 살펴보자.

 

쿠쿠전자에서 생산되고 있는 전기압력밥솥이 수년 전부터 중국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1990년대에 밥솥시장 점유율 1위였던 일본 조지루시(zojirushi) 밥솥(일명 코끼리 밥솥)이 우리나라 주부들에게 많은 인기를 누렸던 상황과 유사하다. 당시 한국인들이 일본 여행을 가면 코끼리 밥솥을 사오곤 했는데, 현재는 중국인들이 한국 여행을 와서 쿠쿠 밥솥을 2∼3개씩 구입하는 풍경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다른 밥솥도 밥은 다 될 텐데 유독 쿠쿠 제품이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확실한 한 가지 경험은 쿠쿠압력솥에 밥을 하면 일명차진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나 동남아 지역에서 생산되는 쌀로 밥을 하면 풀풀 날린다는 것은 그 지방을 여행해 본 분들은 알 것이다. 그들이 기본적으로 먹는 밥에 더해 새로운차진 밥의 경험까지 동시에 선사할 수 있고 이러한 경험이 입소문을 타고 퍼지니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즉 쿠쿠 밥솥 사례는 중국인들에게차진 밥도 먹을 수 있다 CX 가치가 그만큼 컸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러한 내용이 중국인들에게 입소문 등을 통해 (그리고 한류 열풍을 통해) CX 마케팅의 고점을 찍었다는 것을 뜻한다. 쿠쿠는 여러 편리한 인터페이스와 UX에 더해 CX 마케팅을 제대로 활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CX는 앞서도 언급했듯 기업명, 로고, AS 만족도 등 기업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여러 가지 총체적인 경험들로 이뤄진다. 쿠쿠전자는 한국에서 구입한 제품도 중국 현지에서 1년간 무상 AS를 제공하며, 이를 알리기 위해 매장에 중국 현지 서비스센터 안내 명함(중국어)을 비치하고 고객에게 서비스센터도 함께 안내해주고 있다. 제품에 대한 정보를 다양하게 얻을 수 있도록 하고(구매 여행 단계에서의 경험 제공), 구매 후 사용경험, 그리고 사용 중 최선의 AS 경험을 통해쿠쿠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소비자로서 갖는 전체적 경험의 구성을 제대로 해냈다는 뜻이다.

 

기업의 진정성(진실성)은 좋은 CX로 이어진다

 

소비자는 무엇을 기준으로 특정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일까? 조셉 파인은 경험 경제에서 소비의 기준은진정성(Authenticity)’이며, 소비자는 자신의 시간과 돈을 자신이 믿고 있는 진정성을 위해 투자할 때 행복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파인은기업이 소비자에게 진정한 것을 제공한다는 느낌을 전달해 주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기업 스스로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진정성 있다고 믿으며, 기업 자신이 스스로에게 정직하다고 얘기할 때 고객도 진정성을 느낀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진정성에는 두 가지 차원이 존재하는데, 첫 번째는 자기 자신이 스스로에게 정직한가?에 대한 것( 1의 가로축)이고, 두 번째는 기업이 말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어떻게 비춰지는가?에 대한 것( 1의 세로축)이다.

 

 

 

1) ‘진실 전달 실패혹은나쁜 경험의 사례

2010년 즈음, 고객을 외면한 채 기업이진정성을 주장하다 오히려 역효과를 만들어 낸 사례가 있었다. 여러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들이 자사의 특정 모델들을 광고하면서아이폰보다 좋은 여러 가지 기능 등을 제시하고 실제우리 회사 제품이 아이폰보다 낫다고 주장한 것이다. 물론 CPU 속도, 화면 크기, 카메라, 교체형 배터리, DMB, 멀티태스킹 등 여러 기능들이 아이폰에 비해 우세한 제품들이기는 했다. 그러나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을 모두 사용해 본 고객들은 자신들에게 실제로는 좋지 않은 것을 좋은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인식을 했다. 최소한진실 전달 실패였고 일부 소비자들에게 이러한 경험은 실제로 < 1> 4번 경우인나쁜 경험으로 연결돼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2010년은 스마트폰 시장이 형성된 초기였는데 안드로이드폰을 만드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억울했을 수도 있다. 사실 하드웨어 스팩 하나하나를 따지고 들면 여러 회사의 안드로이드폰이 아이폰보다 앞선 기능도 상당히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그러한기능의 합우월한 경험을 선사해주지 못했다. 그게 문제의 핵심이었다. 하나하나의 인터페이스나 성능에만 집착하고전체로서의 UX’,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전체로서의 CX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셈이다. 스마트폰의 보급이 엄청나게 이뤄지고 기술의 퀄리티(quality)가 평준화된 현 시점일수록 고객인식과 관련한 2010년 사례는 기업들에게 큰 교훈이 될 수 있다.

 

 

“기업이 얼마 동안은 시장에서 많은 수익을 거둬들였을지라도

기업 경영상 윤리의식의 마비’가 기업을 존폐의 위험으로 몰아넣었다

 

2) ‘고객 속이기 성공에서나쁜 경험으로

최근에 불거진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례는 < 1>고객 속이기 성공이었다가나쁜 경험으로 바뀐 사례다. 폴크스바겐은 배출가스 기준을 통과하고, 차량 가격도 낮추고, 연비도 올리기 위해 배출가스 측정 시에만 정화장치가 동작하고 일반 주행 중에는 정화장치가 동작하지 않도록 조작된 소프트웨어를 디젤차에 심어 뒀다. 미국 캘리포니아 규제관들이 판매 중인 디젤차량의 배출 성능 확인 및 배출 기준 준수 여부를 판단하는 테스트를 진행하던 중 우연히 이꼼수를 발견해 고발함으로써 진실이 드러났다. ‘윤리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많은 학자들은기업이 얼마 동안은 시장에서 많은 수익을 거둬들였을지라도기업 경영상 윤리의식의 마비가 기업을 존폐의 위험으로 몰아넣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폴크스바겐은 현재 리콜 비용과 각종 소송 비용 등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 본고는윤리경영에 관한 것이 아니니만큼 이를 소비자들의경험관점에서 언급해보자면 필자는속았다는 경험만큼 소비자가 가질 수 있는최악의 경험도 없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진정성을 준거지표로 삼아경험경제와 전략의 성패를 말하는 시점에 실제거짓속임수가 발생하고 이것이 만들어낸 최악의 경험은 단순히 리콜과 소송 비용을 넘어서는 타격이 될 수 있다. 입소문과 해당 브랜드에 대한 지인 간의 대화조차 중요한 경험이 되는경험의 시대에 폴크스바겐과 같은 사례는회복 불가능으로 치닫는 최악의 실패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3) ‘좋은 경험의 모범 사례

고객이 원하는 기업의 진정성을 잘 전달하는 기업은 역시 애플이다. < 1>좋은 경험의 모범사례다. 애플이 진정성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는가를 살펴보자. 우리가 익히 아는 대로 애플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플랫폼/서비스를자원의 효율적 구성과 통제를 통해 총체적인 경험으로 제공한다. 단순함, 일관성, 새로움, 차별화를 통한 경험가치의 창출이 이뤄지고 있다. 애플의 플랫폼이 폐쇄형이라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하지만 애플만의 통합과 통제를 기반으로 기업의 진정성을 잘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애플은 고객에게 일관된 경험을 주기 위해 인터페이스의 통일, 데이터 동기화를 통해 애플의 어느 기기에서도 일관된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쓰다 보면 단순하지만 특유의 편리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기존 제조사들의 제품 개발 프로세스는 수많은 단계로 이뤄져 있어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애플이 정말 잘하는 것 중 하나는 좋지만 왜 좋은지 설명하기 힘들도록 제품과 서비스 전반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팔로어 입장의 기업들이 따라 베끼기도 어렵다. 애플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차이, 인지하기 어려운 수준의 차이점을 통해 경험을 차별화하고 있다. 이러한 류의 우월성이 존재할 때, 사용자들은 그 제품이 왜 좋은지 정확하게 설명하지는 못하면서 선호하게 된다. 애플은 스마트폰 초기 시절부터 탁월한 터치 센싱 기술을 적용해 최고의 터치감을 제공했고, 아이폰 초기에 이것 하나로도 많은 애플 마니아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소위애플빠들은 애플에서의 경험(지니어스바로 이뤄낸 차별적인 AS 경험 포함)으로 애플의 진정성을 느꼈고 이는 높은 고객 충성도 및 재구매로 연결됐다. 일단 진정성을 느낀 고객은 경이로운 수준의 서비스 만족도와 재구매 의도를 갖게 되며 이는 대체할 수 없는 마니아층 형성으로 이어졌다.

 

앞서 제시한 세 가지 사례를 통해 기업들이경험 경제시대에 단순히편리한 UX’를 넘어 서비스 전반에서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CX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파인 등이 말하는 대로 이러한 CX 전략의 구성은진정성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도 짚어냈다.

 

2. CX 가치의 지속적 변화와 대응: 기술 이슈를 중심으로

 

앞선 논의를 정리해보면 현재 기업들은경쟁우위의 원천이자 전략 구성의 중심 요소로 경험경제를 재조명해야 할 시점임이 분명하다. ‘최고 기술의 조합보다는최고의 경험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품 간 성능 차이가 좁혀지고스펙 경쟁의미가 쇠퇴하면서 고객에게는 경험의 가치가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경험경제 시대의 기업에게 경험이란 것이 단순히 제품 사용 시에 고객이 느끼는 어떤 것이 아니라 기획 단계부터 고려돼야 하는 또 다른 가치임을 인식하는 것이 필수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앞서 제시한진정성을 중심으로 전략을 잘 구성하고 나면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될까? 결코 그렇지 않다. 경험이란 그 기본적 속성이 인터랙티브(interactive)하고 가변적이다. IoT 기반의 최첨단 기술 혁신과 인공지능, 그리고 빅데이터에 기반해 변화하는 세상에서는 더 많은 변수에 재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먼저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대한 얘기부터 시작해보자. 그동안 DBR에서 다섯 차례에 걸쳐 집중적으로 다뤘듯1  IoT 혁명이 만들어내는와해적 상황은 모든 비즈니스의 변화를 촉발시키고 있다. 1가구 1인터넷 시대(PC Web)에서 1 1인터넷 시대(스마트폰)로의 전환은 이미 이뤄졌고, 미래 1사물 1인터넷 시대를 향해 많은 기업들이 달려 가고 있다. WiFi 서비스가 시작된 수년 전에 가정 내에 있는 인터넷 연결 공유기(AP·Access Point)에 얼마나 많은 기기들이 붙을지 예측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최근에는 4인 가정의 경우에도 WiFi 서비스로 서로 연결되는 제품의 개수가 5∼10대 정도로 늘어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앞으로 가정 내에 얼마나 많은 IoT 디바이스들이 상호 연결될지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가트너는 2020년경에 IoT 디바이스가 260억 개가 넘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는데 전체 인터넷 가입자 수로 대략 환산해도 4인 가정의 경우 가정당 40개 정도의 디바이스를 갖게 된다는 수치가 나온다.

 

이렇듯이 전체적인 서비스 경험 환경이 IoT 위주로 변화함에 따라 CX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기존에는 큰 이슈가 아니었던 것들이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수 있다. 책상과 회의실에서 ‘CX의 시대에 맞게 전략을 짜고 조직 내에 전파하는 것으로는 이러한와해적 상황과 갑작스럽게 제기되는 다양한 이슈들에 대응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절에서는 지금까지의 기술 발전과 비즈니스 변화 양상 속에서 그나마 예측할 수 있는 이슈 몇 개를 살펴보고자 한다.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디바이스 컨트롤 이슈. 가정 내에 소비자가 컨트롤할 수 있는 디바이스의 개수가 어느 선을 넘어가면 그 많은 기기들을 무엇으로, 어떻게 컨트롤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다. 모든 제품에 기기 조작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스마트 체중계 같은 기기 컨트롤이 필요하지 않은 제품도 있다 (물론 처음에 Bluetooth 같은 통신모듈 세팅 때는 일부 필요할 수는 있다). 여기서 언급하는 디바이스는 스마트 조명, 스마트 가전 등 소비자의 사용 조작이 무조건 필요한 것들을 말한다. 많은 디바이스들은 자체 디스플레이와 조작부를 갖고 있지만 이러한 것들이 없는 디바이스들은 스마트폰의 터치스크린을 이용하는 상황이다. 또 자체 디스플레이와 조작부가 있는 디바이스들도 원격(remote) 조작이라는 명분하에 스마트폰을 이용한 조작 기능을 넣고 있다. 현재의 방식처럼 스마트폰에서 하나하나의 디바이스를 조작할 때, (s/w application)으로 개별 호출해서 컨트롤을 한다는 것은 실제로 이러한 디바이스들을 설치해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실제 상황처럼 사용해 보면 누구나 다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님을 직감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 제시한디바이스 컨트롤 이슈는 그 다음 문제와 연결된다. 유사한 기능을 갖고 있는 각기 다른 제조사의 디바이스들이 한 공간에 모였을 때 각각의 컨트롤 방식이 다르면 소비자가 느끼는 CX의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유사한 디바이스들을 묶어서 모니터링하거나 컨트롤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집안 내 제조사가 각기 다른 이종 스마트 조명들을 군집화해 한 번에 컨트롤(Sleep Mode, 외출 모드 등)이 가능하도록 할 수도 있고, 집안 내 움직임을 탐지하는 센서류들을 한꺼번에 모아놓고(물리적으로 모으는 것이 아니라 UI만 따로 모은다는 뜻) 편리하게 한 화면에서 모니터링 및 컨트롤하게 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어서, SmartThings Motion Sensor2 , Sen.se Mother Mother & 4 Motion Cookies3 등이 묶이면 집안 내 움직임에 대한 모든 정보를 하나의 템플릿 화면에서 보여주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IoT 시대에는 이러한묶음 인터랙션개념이 중요해질 것이며 기업들은 자신들의 상품이나 서비스는 불론 연결된 다양한 분야에서 UX/CX 연구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는 주요 이슈는스마트한 IFTT(IF This, Then That) 기능의 부상이다. IFTT란 예를 들어, 사용자가 휴가모드로 집을 장시간 비우게 되면 사전에 만들어진 조건에 따라 저녁시간대에는 거실 조명을 켜 두고 집안에 이상한 움직임이 감지되면 휴가지에 있는 사용자에게 알려주는 것 등의 서비스를 의미한다. 슬리핑 모드, 외출 모드, 영화 관람 모드 등 사용자의 사용맥락(context)을 감지해서 사전에 정의된 기능들이 실행되는 UX/CX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도 유사한 기능들이 시장에 나와는 있으나사용맥락 인식(contextual awareness)’ 기술의 어려움으로 인해 진정한 IFTT 기능이 구현되는 것은 좀 더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IFTT 기능이 주는 UX/CX 가치에 비해 기능 세팅에 필요한 단계가 복잡하고 유지/보수에 손이 많이 가서 하드 유저(hard user), 또는 얼리어댑터(early adapter) 정도만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만큼 기업에는풀어야 할 숙제이자 여전히 기회가 열려 있는 시장이기도 한 셈이다.

 

위와 같은 이슈들을 인식하고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기업 경영진부터 실무진까지의사고 체계 변화가 필요하다. CX 가치를 의식하면서 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다룬 이슈들을 사전에 감지하고 CX 가치를 훼손하지 않을 정도의 솔루션을 준비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닐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거듭 강조하지만사고(thinking)의 전환이 분명 필요하다. 최근 필자는 수십 종에 달하는 여러 IoT 기기들을 각각 설치해서 사용해봤다. 그전까지는 업무 차 여러 선행 과제를 진행하면서도 사용자 중심, 소비자 중심의 UX/CX 디자인을 한다고 자부했지만 실제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관련 제품들을 사용해 보니그게 생각처럼 쉽게 되는 것은 아니구나하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이러한 것들을 개발자나 디자이너들이 잘 준비하기 위해서는생각하기 위해서 만들어 본다(Build to think)’라는 그동안의 디자인 슬로건을 뛰어넘어 생각하기 위해서 실제 설치해 보고 사용해 본다(Setup & Use to Think)’는 디자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디자이너나 개발자가 실제 제품이나 서비스를 설치해 보고 충분한 시간 동안 사용을 하다 보면 초기에 기획했던 UX/CX 측면의 내용과는 다른 내용의 튜닝(조율) 포인트들을 많이 얻을 수 있다.이러한 UX/CX 튜닝을 통해 해당 기기의 사용 시나리오에 대한 높은 경험가치 수준을 확보할 수 있으며, 기업의 이러한 디테일한 활동들이 모여서 소비자는 해당 기업의 포괄적인 진정성(진실성)을 체감할 수 있는 것이다.

 

참고자료

Welcome to the experience economy, B. Joseph Pine, James H. Gilmore, 1999, HBR

Understanding Customer Experience, Christopher Mayer, Andre Schwager, 2007, HBR

진정성의 힘(Authenticity : what consumers really want), James H. Gilmore, B. Joseph Pine, 2010

Clayton M. Christensen, The Innovator’s Dilemma: When New Technologies Cause Great Firms to Fail, 1997, Harvard Business Press.

가치창출, 고객 경험에서 찾아라, LG경제연구소, 2009.8

경험경제에 바탕을 둔 애플의 혁신과 성공, KT경제경영연구소 2010.8

, 최근 경쟁력을 급격히 상실한 10대 기업 및 특징, KOTRA, 2010

벤처신화를 위한문샷 씽킹강조, 한국경제, 2014.3

 

정성재 LG전자 LSR/UX 연구소 선임연구원(팀장) sungjae.chung@gmail.com

 

정성재 팀장은 한양대 산업공학과에서 인간공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가전사업부 디자인그룹, 디자인경영센터 UX전략그룹, 프린팅사업부 디자인그룹 등에서 UX 실무경험을 쌓았으며, 하나은행에서 비대면 채널(모바일 뱅킹, 인터넷 뱅킹, 전자지갑 등)에 대한 UX디자인을 경험했다. 관심 분야는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스마트 로봇, 미래 운송수단, 기계학습 등을 이용한 인텔리전스 UX/CX 부문이다.

  • 정성재 | - (현) LG전자 LSR/UX 연구소 선임연구원(팀장)
    - (전) 삼성전자 가전사업부 디자인그룹
    - 디자인경영센터 UX전략그룹, 프린팅사업부 디자인그룹 실무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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