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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리스크 관리’ 4大 포인트

김홍기 | 13호 (2008년 7월 Issue 2)
1980년대 후반에 모토로라는 66개의 인공위성을 통해 지구상 어디에서나 사용이 가능한 휴대전화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리듐 네트워크’라 불린 이 프로젝트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기막힌 아이디어였다. 그러나 서비스 개시(1998년 11월)까지 무려 12년의 시간이 걸렸고, 이에 따라 투자 규모도 5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액수로 증가했다. 설상가상으로 서비스 개시 초기에 기대했던 가입자 수를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모토로라는 서비스 시작 1년도 안된 1999년 8월 법원에 Chapter 11(한국의 법정관리와 비슷한 제도)을 신청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이 프로젝트를 수행한 법인은 2500만 달러에 팔려나갔다.
 
이리듐 단말기의 실패는 타깃 고객 설정, 가격 정책, 서비스 품질 등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지만 문제의 핵심은 아이디어 생성에서 서비스 개시까지의 시간과 비용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전략 자체의 오류는 물론 프로젝트 관리가 잘못돼 실패한 것이다.
 
기업이나 비즈니스 부문 전략의 경우 성공 확률이 3분의 1을 밑돈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대체적인 결론이다. 대다수 기업들은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인력·시간·비용을 다양한 프로젝트에 투입하고 있지만 성공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시간·비용·품질 등이 당초 계획한 범위(또는 기준치) 안에서 달성됐는지 여부로 평가할 수 있다. 프로젝트 성패를 좌우하는 시간·비용·품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바로 기획(planning)과 적극적 참여(engagement),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이다. 따라서 프로젝트 매니저나 경영진은 바로 이 세 가지 요소에 초점을 맞춰 프로젝트의 위험을 잘 관리해야 한다.
 
기획(Planning) 단계의 리스크 관리
기획 단계에서는 제한된 시간 내에 프로젝트를 완수하고, 초과 비용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기획 과정에서 범하는 가장 일반적인 실수는 하위(세부) 과제의 내용 및 중요성에 따라 우선순위를 제대로 정하지 않고 하위 과제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여러 과제를 동시에 추진하면 예기치 않은 혼란이 발생하고, 당초 목표도 헷갈리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 하위 과제를 투여 시간 자원 중요도에 따라 ‘핵심과제’와 ‘일반과제’로 분류해야 한다. 또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연결과제’로 정해 놓아야 한다.
 
핵심과제와 일반과제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해보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한마디로 ‘what if(만약에)’ 분석을 말한다. 특정 상황이 변했을 경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미리 파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A라는 과제가 일정보다 10%, 20%, 30% 이상 지체됐을 때 각각 시나리오별로 비용 증가나 여타 과제들의 수행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핵심과제와 일반과제를 구분한 뒤에는 연결과제가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 예를 들어 1단계의 A1이라는 과제가 완료돼야만 2단계의 A2 과제에 들어갈 수 있으며 이때 A1이 연결과제가 된다. 여기에서 명심해야 할 것은 핵심과제와 일반과제 모두 연결과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연결과제가 중요한 것은 이를 완수하지 못할 경우 전체적인 프로젝트 일정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대개는 시간뿐 아니라 추가 비용도 발생하게 된다. 또 막바지에 이르러 데드라인에 맞추기 위해 무리하면 최종 품질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프로젝트 매니저는 연결과제 수행을 방해하는 리스크 요인이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를 사전에 깊이 고민해야 한다.
   
다음 과제와 연결된 과제의 선정 연결과제의 중요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기초적이지만 가장 효과적인 ‘지도 그리기(mapping)’를 해볼 필요가 있다. 지도 그리기를 위해서는 우선 각 단계의 핵심과제를 선정해야 한다. 그리고 핵심과제에 착수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사전과제를 파악하면 된다. 예를 들어 ‘빵 만들기’가 핵심과제라면 ‘밀가루와 달걀의 혼합’을 사전과제로 꼽을 수 있다. 또 이보다 앞서 필요한 사전과제로는 ‘식재료 구입’을 꼽을 수 있다. 이처럼 ‘C 과제의 착수에는 B가 필요하다. B 과제의 착수를 위해서는 A가 필요조건이다’는 식으로 역으로 생각하면 연결과제가 무엇인지를 쉽게 뽑아낼 수 있다.
  

 
적극적 참여’ 관점에서의 리스크 관리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가장 일반적인 요인 중 하나는 최고경영진의 적극적 지원이나 관심 부족으로 해당 부서들이 적극 참여하지 않는 것이다. 또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했을 때 구성원의 신분을 명확히 하지 않아 이들이 본업과 TFT 업무 사이에서 중심을 못 잡는 것도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동력을 잃게 하는 이유다.
 
참여 부족에 따른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진이 해당 프로젝트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전 임직원에게 공개적으로 표현해야만 한다. 공식적인 선언(official announcement)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최고경영진의 선언이 구체적이거나 자세할 필요는 없다. 프로젝트의 추진 및 성공을 위해 필요한 자금·인력·시설 등에 대한 협조를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관련 본부나 부서, 팀의 적극적인 참여 또는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다.
 
또 프로젝트 매니저는 시작 단계에 최고경영진으로부터 공식적인 ‘프로젝트 개시 선언’을 이끌어내는 것이 좋다. 착수 단계부터 확실한 지지를 받지 못하면 초기부터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경영진은 프로젝트 참가자의 신분(status)을 명확히 해 줘야 한다. TFT를 구성하는 경우 참가자가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기존 업무와의 관계, 다시 말해서 두 가지 업무의 동시 수행과 우선순위에서 생기는 혼란이다.
 
따라서 경영진은 ‘기존 업무에서 열외’나 ‘기존 업무 중 XXX만 취급’ 등의 방식으로 명확하게 선을 그어줘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방안은 프로젝트가 끝난 이후의 ‘역할과 책임(R&R, Role & Responsibility)’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점이 프로젝트가 끝난 뒤 자신의 위치이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의 리스크 관리
실제 기업 현장을 살펴보면 참가자나 내부 조직원이 프로젝트의 목적이나 방향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 프로젝트가 비틀거리거나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커뮤니케이션 부족은 때로 프로젝트 전체의 실패를 유발한다. 따라서 프로젝트 매니저와 참가자들은 착수부터 완료까지의 전 과정에서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해야 시간과 비용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은 프로젝트에 대한 조직의 이해도를 높여 다양한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다. 그렇다고 프로젝트 매니저가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책임지려고 해서는 안 된다. 기업 내 명령체계 특성상 회사의 최고경영자나(CEO) 고위 임원이 주체가 되는 커뮤니케이션이 더 효과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로젝트와 관련해 사내 조직의 협조가 필요한 경우 해당 본부·부서·팀에 프로젝트의 의미를 이해하고 협조할 수 있는 임직원을 ‘커뮤니케이터’로 선택, 커뮤니케이션의 일부를 담당토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CEO가 커뮤니케이터로 나서 너무 사소한 문제까지 직접 언급하는 것 역시 경계 해야 한다. 이 경우 프로젝트가 힘을 받기는커녕 혼란이 생긴다. CEO가 세세한 부분을 챙기면 해당 부서가 프로젝트 매니저를 제쳐두고 CEO에게 직접 보고하거나 승인을 받으려 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매니저에 대한 평가
마지막으로 경영진은 프로젝트 매니저의 평가를 어떻게 할 것이며, 평가와 관련한 리스크는 무엇인지 짚어봐야 한다. 프로젝트 매니저는 담당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로 평가 받는 것이 당연하다. 문제가 되는 플랜트 건설처럼 시간·비용·품질 등 평가 기준이 명확한 것이 아니라 지식경영처럼 장기간에 걸쳐 프로젝트 효과가 판가름 나는 경우다. 이에 대해 회사 경영진은 프로젝트 매니저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사전에 당사자와 충분히 협의해 정해 놓아야 한다.
 
특히 한 프로젝트만이 아니라 기존 업무도 함께 처리해야 하는 경우 기존 업무와 새로운 업무(프로젝트)에 대한 평가 기준, 평가 비중, 투입 시간 등을 사전에 정해야만 프로젝트 매니저의 도덕적 해이나 책임 회피를 막고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 김홍기 | - (현) 크롤(Kroll) 한국사무소 상무
    - 조선일보 기자
    - 이데일리 기획조정실장
    - 알리안츠생명 커뮤니케이션 실장
    - 한국투자공사의 투자개발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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