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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V Report

CSR의 창조적 진화로 CSV 경영을…

이윤철 | 186호 (2015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본래 기업의 목적인 이윤 창출만큼 중요한 가치로 부각되면서 CSV(공유가치 창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CSV CSR을 구분해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CSR은 기업이 이윤만 추구한 나머지 간과한 사회·환경적 문제에 대해 기업의 책임을 요구하면서 등장했다. 이에 반해 CSV CSR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경영전략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 CSR을 전략적, 창조적으로 접근해 진화시킨 것이 CSV.

 

CSV ‘Creating Shared Value’의 약자로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공동으로 추구해 공유가치를 창출한다는 의미다. CSV라는 용어는 마이클 포터와 마크 크레이머가 2006 12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에 쓴 ‘Strategy and Society: The Link between Competitive Advantage and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개념이다. 이후 2011 ‘Creating Shared Value’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포터와 크레이머에 따르면 CSV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지역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조건을 동시에 향상시키면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운영방식이나 정책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CSV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적 책임을 의미하는 CSR과의 관계를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과거 산업 발전이 경제 발전으로 이어지면서 사람들에게는 기업에 좋은 일은 사회에도 좋다는 믿음이 형성됐다. , 기업의 이익이 결국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에게 배분되기 때문에 기업의 부는 사회 전반의 부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경제적 이익 극대화를 위한 활동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 빈부 격차 심화, 불공정 거래, 저개발 국가 노동자 인권침해 등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유발했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개념이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기업정서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 속에서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합리적인 수익 추구에 의해 기업 가치를 올리는 것이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에 따라 기업은 사회와 지속 가능하기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경영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의 모든 가치사슬상에서 일어나는 활동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그 범위가 매우 넓다. 아치 캐롤 교수는 이를 경제적 책임, 법적 책임, 윤리적 책임, 자선적 책임으로 구분해서 설명하면서 사회적 책임이 자선적 책임으로 좁게 해석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CSR을 연구하는 대표적인 NGO BSR(Business for Social Responsibility)은 또한 “CSR은 윤리적 가치와 사람, 커뮤니티, 자연환경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상업적 성공을 거두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CSR은 기업이 이윤만을 추구한 나머지 간과한 사회, 환경적 문제에 대해 기업의 책임을 요구하면서 등장한 개념이다. , 기업이 경제적 가치를 달성하기 위해 하는 활동은 사회적 가치와 서로 타협해야 하는 관계였고, 기업 활동을 수행하면서 야기되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기업이 보다 적극적인 책임감을 가지고 이를 해결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책임이라는 말 자체가 기업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차원의 접근이다. 그런데 사회적 책임의 가장 일반적인 모습은 자선적 책임으로 구현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경제적, 법적, 윤리적 책임을 다하는 부분은 가치사슬상의 활동에 숨어 있는 반면 자선적 책임은 대외적으로 드러나기 쉽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CSR은 사회적, 환경적 문제를 자선이나 수익금 기부 등을 통해 해결하는 방식으로 좁게 인식돼서 기업이 창출한 이윤을 가지고 사회적 문제를 상쇄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결국 CSR 차원에서 사회적 가치는 일방적인 책임 내지는 경제적 가치에 대한 부담으로 인식되기 쉽다. 이에 따라 CSR도 전략적으로 추구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기업의 경쟁우위가 창출돼야 한다는 논리가 등장하게 된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과 관계를 개선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것은 간접적으로 경제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CSV는 전략적 CSR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경영전략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 할 수 있다. CSR이 기업이 창출한 가치를나누는과정에서 간접적인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면 CSV가치의 풀(Pool)을 확장시켜 경제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CSV는 기업 조직 내의 제반 프로세스를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도록 재정립하는 과정이다.

 

CSR CSV의 차이점은 국내 CSV 추진 기업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해가 쉽다. 대부분 CSV 추진기업은 전통적으로 CSR을 실천해오고 있으며 단일 회사의 지붕 아래에서도 CSR CSV따로 또 같이도입하고 있다. 한 예로 CJ대한통운은 한국의 노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실버택배라는 제도를 2007년 도입했다. 실버세대의 안정적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기 위해 난배송 지역에 조작이 용이한 친환경 물류장비를 투입해 택배배송을 확대하는 사업이다. 지금까지 국내 택배사들은 좁은 골목길이나 기존 택배차량이 진입하기 어려운 난배송 지역의 경우 기존 택배기사의 생산성이 현격히 떨어져 골머리를 썩어왔다. CJ대한통운은 만약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시니어 택배인력을 고용해 별도의 면허 없이 쉽게 운전 가능한 친환경 특수 전동 카트를 투입한다면 서비스 접근성과 생산성 저하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실버택배사업을 착수했다.

 

CSV는 전사적 전략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

성공적인 CSV를 위해서는 사회적 이슈를 발견하고,

핵심역량과 가치사슬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빠르게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조직 구성원 및 부서 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실버택배는 양질의 시니어 일자리 창출, 녹색물류 실천이라는 사회가치를 창출하고 난배송 지역의 서비스 접근성 개선을 통한 시장 확대와 배송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대표적인 CSV사업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본 사업은 2013년 보건복지부 고령자친화기업으로도 선정되는 등 내·외부적으로 긍정적 평가에 힘입어 2016년까지 1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140개 지역에 배송기지를 설립하는 등 확대할 예정이다. 다른 한편, 대한통운은 이해관계자 지원을 통해 CSR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상생펀드(KDB산업은행)를 조성해 우수협력업체의 대출을 지원하고 업계 최초로 택배 협력사원의 자녀 학자금과 건강검진을 지원해 협력사와 상생을 추진하고 있다. 대한통운의 CSV가 본원적으로 경제가치와 사회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면 CSR 활동은 직접적인 사업적 연관성이 제한적이지만 일부 자선적 활동을 통해 사회 전반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모양새다. , 동일한 사회문제에 대해 CSR CSV는 해결하고 접근하는 방식이 차이가 있다.

 

예컨대, CSV는 전사적 전략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 성공적인 CSV를 위해서는 사회적 이슈를 발견하고, 핵심역량과 가치사슬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빠르게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조직 구성원 및 부서 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끊임없이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더 큰 경제적 가치를 포기해야 하는 선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장기적 공존을 위해서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경제적 가치를 포기할 수도 있는 프로세스를 정립해야 한다. 기업의 임원, 주주, 투자자들을 설득해 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결국 CSV 프로세스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전사적 차원의 노력이 요구된다. 첫째, 최고경영진, 그리고 임직원들의 공유가치 전략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CSV 전략이 가지는 중요성과 가치를 설득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임직원들과의 토론을 거쳐 정확한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둘째는, 단일조직으로서의 CSV부서가 아닌, 기업의 핵심역량을 가지고 전사적 차원에서 CSV를 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로서의 CSV 조직이 구축돼야 한다.

 

 

프로세스 정립이 CSV가 전사적인 차원에서 이뤄지도록 지원하는 기반이라면 CSV 프로젝트는 특정 영역에서 실제로 구현된 사업전략이다. CSV 프로젝트를 통해 사회적 가치뿐만 아니라 경제적 가치인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예컨대, 공공의 영역에서 민간자본이 소요되는 물, 에너지 사업영역이나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같이 개발도상국 같은 신흥시장에서 저소득층에 대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다양한 접근방식이 가능하다. 이러한 CSV 프로젝트는 사회적 가치를 충분히 달성했다는 효과성, 이를 창조적인 방식으로 달성했다는 창조성, 한 기업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기업으로 확산될 수 있는 전파성, 그리고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다 함께 추구하는 상생성을 기반으로 갖춰야 할 것이다.

 

이상에서 보듯 CSR을 전략적, 창조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CSV라 할 수 있다. 따라서 CSR을 매우 넓게 해석하면 CSV까지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CSV의 차별성은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방법론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CSV ‘CSR의 진화라는 표현이 가능하다. CSV는 프로세스를 정립하고 프로젝트를 개발해 기업이 하고 있는 모든 경제활동에 사회적 가치를 녹여내는 방법론이다. CSV는 방법론적으로 기업에 녹여낼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국민의 사랑과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사회 기여에 머물지 말고모든 경영 활동이 사회적 가치를 높이고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CSV 경영으로 전환돼야 할 것이다.

 

이윤철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yclee@ips.or.kr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전략경영학회 편집위원장 및 회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경영의 교양> <합병 후 통합전략> 등이 있다. 1 CSV포터상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

  • 이윤철 | - (현)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
    - (전) 일본 히토츠바시대 산업경영연구소 객원연구원
    - 한국전략경영학회 회장
    - 산업정책연구원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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