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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O 판게아’와 칭기즈칸의 제국

안경훈 | 184호 (2015년 9월 Issue 1)

지구 위 대륙은 오랜 시간 변화를 거듭했는데, 각각의 대륙이 하나로 뭉쳐초대륙이 됐다가 여러 개로 분리되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판게아(Pangaea)지구 전체라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말로 앞서 말한 초대륙, 그 중에서 지금의 대륙 형태로 갈라지기 전 가장 최근에 존재했던 초대륙을 의미한다. 현재의 7대륙은 이 판게아에서 분리된 것이다. 판게아의 탄생은 각기 다른 곳에서 진화하던 생명체들에게 생존 경쟁 상황을 선사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경쟁에 적응하지 못한 생물들은 도태됐다.

 

비콘(차세대 근거리 무선통신 중 하나) 기반 O2O(Online to Offline) 커머스 사업을 하는 필자가 느닷없이 지구과학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현재의 모바일 생태계가 판게아 형성기와 매우 닮아 있다는 생각에서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까지의닷컴 버블을 지나면서 인터넷은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혁신시켜왔다. 이 시기에 태동해 성장을 거듭해 온 사업 모델인 온라인 검색은 사용자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데 초점을 뒀다. 더불어 형성된 검색광고 시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이미 2조 원대 규모다. 지금까지 이뤄진 인터넷 기반의 혁신과 국가별, 대륙별로 강자가 존재하는 검색광고 시장은 판게아를 맞기 전 대륙별 생물 종의 다양성 정도로 비유할 수 있겠다.

 

O2O, 즉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해 주는 비즈니스가 성장하면 판도는 달라진다. ‘2의 산업혁명이라 일컬을 정도로 막대한 잠재력을 지닌 O2O사업은 사용자의 능동적 검색 행위가 전제되지 않아도 적재적소에 최적화된 정보를 제공하고 구매행위까지 유도하는 데 근원적 힘이 있다. 최근 각광받는 모바일 택시 호출 서비스라든지 배달앱, 핀테크 등은 O2O의 일부분일 뿐이다. 진짜 승부는 아직 오프라인에만 머물러 있는 상행위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모바일 환경 속으로 융합하느냐에 좌우될 것이다. 각계에서는 내년 국내 O2O 시장을 300조 원 규모로 예측하고 있다. 전 지구적 규모를 상상해보면판게아라는 표현만큼 적절한 비유를 찾기도 어렵다.

 

미래학자이자 엑스프라이즈재단 회장인 피터 디아만디스(Peter Henry Diamandis)는 인터넷 인구가 70억 명으로 늘어나는 2016년에서 2020년 사이에 세계 경제에 가장 극적인 변화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롭게 인터넷 세상에 합류하는 40억 명은 메가톤급 폭발력을 이끌고 초연결사회는 국경을 넘나드는 거래를 창출한다. 창조경제연구회를 이끄는 KAIST 이민화 교수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O2O 융합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최신 기술 트렌드들은 단순한 기술발전의 수준을 넘어 산업구조의 개편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필자는 이 과정에서 비콘 기반의 O2O 플랫폼 리더십을 갖는 자가 글로벌 경제의 핵심 플레이어로 우뚝 설 것이라 예상한다.

 

그러기 위해서 전제돼야 할 필수 요소는 합종연횡(合從連橫)을 통한 온·오프라인 콘텐츠 구축이다. “성을 쌓고 사는 자 반드시 망할 것이요,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 살아남을 것이다라는 칭기즈칸의 말은 큰 시사점을 준다. 그가 끊임없이 이동하며 대제국을 건설했듯 O2O 시장의 성공은 업종을 불문한 연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에 머무르던 자사의 울타리를 과감히 걷어차고 파괴적 혁신을 각오하는 자만이 판게아에서 살아남아 전혀 새로운 종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안타까운 부분들이 눈에 띈다. 핀테크의 일부인 간편결제만 봐도 사용자 편의를 위해 연대하고 개방하기보다 자사의 논리를 앞세운 사업자들이 난립하고 있을 뿐이다. 숙박이나 배달앱 등좀 된다하는 지엽적인 시장에서도 불필요한 경쟁으로 인한 소모전은 다반사로 벌어진다.

 

현장에서 느끼는 글로벌 O2O 시장의 변화 속도는 상상 그 이상이다. 국내 경쟁에 에너지를 소모하기엔 너무 아까운 타이밍이다. 합종연횡을 통해 새로운 글로벌 질서를 이끄는 하이브리드종의 탄생을 준비해야 한다.

 

 

 

안경훈 (YAP)컴퍼니 창립자

안경훈(YAP)글로벌 공동대표 겸 얍(YAP)컴퍼니 창립자는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자동차, 중앙일보 등을 거쳐 KDC(Korea Database & Consulting: 한국 데이터베이스 컨설팅) 대표 등을 역임했다. 현재 서울시립대 겸임교수, 한국 CRM협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그가 최근 창업한 얍컴퍼니는 비콘 기반의 플랫폼 제공 업체로, 앱을 실행하지 않고도 다양한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며 시장을 선도 하고 있다. 최근 중화권 자금 등을 포함해 국내외 투자기관에서 420억여 원을 투자금으로 유치하기도 했다.

  • 안경훈 | - (현) 서울시립대 겸임교수, 한국 CRM협회 부회장
    - 얍(YAP) 글로벌 공동대표 겸 얍(YAP) 컴퍼니 창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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