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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 미디어 산업 전략

인터넷의 직격탄 맞은 미디어산업 O2O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자

이경전 | 184호 (2015년 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연결된 세상(connected world)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지만 모바일 혁명 이후 주변부로 밀려난 통신사업자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들에게 주어진 기회와 위기를 살펴보는 것은 다른 많은 기업들에도 큰 도움이 된다. 저전력광대역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펼쳐질 것이고 그 반대편에서는 P2P 기반의 기술과 서비스로 지금까지 쌓인클라우드클라이언트 서버중심 서비스를 위협할 수 있는 경쟁자가 위기를 만들어낼 것이다. 이 위기와 기회의 줄 위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어떻게 생존할지를 기업가들이 판단해야 한다. 또한 미디어 산업 역시 인터넷에 의해 받은 수많은 영향보다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아니, 아예 미디어의 개념 자체가 변해 심지어 화장품 기업마저도화장품이 미디어가 되는시대를 대비해야 할 것이다. IoT 시대, 기업에 지옥으로 가는 문과 천국으로 가는 문은 나란히 붙어 있다.

 

 

모두가 중요하다 떠들고 있지만 실상 딱히 완벽하게 이해하고 정의를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IoT(Internet of Things), 바로 사물인터넷 얘기다. 사물인터넷이 무엇인지 정의할 때에는사물에 대한 생각에서부터 출발하지 않고인터넷이라는 개념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훨씬 쉽다. 인터넷이 전 세계 컴퓨터를 서로 연결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실현한 것이라면 사물인터넷은 이제 전 세계의 사물들을 (컴퓨터로 만들어) 서로 연결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실현하는 것이다. 컴퓨터는 원래 전원이 있고, 칩이 있는 물건이었고, 이것이 통신 장치와 프로토콜을 가지게 돼 연결이 이뤄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원래 전원이 있었던 전자기기(밥솥)나 기계(자동차)는 그것대로, 전원이 없었던 일반 사물들은 새롭게 센서와 배터리, 통신 모듈이 부착되면서 컴퓨터가 되고, 컴퓨터가 된 사물들이 그들 간 또는 인간의 스마트기기와 네트워크로 연결된다는 의미다.

 

또한 현재의 인터넷과 사물인터넷의 근본적인 차이가 무엇인지 질문하기보다, 즉 기존 인터넷과의 차이점에 주목하기보다는 오히려 공통점을 인식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다. 컴퓨터를 서로 연결하는 것으로 출발한 것이 원래 인터넷이라면 이제는 사물 각각이 컴퓨터가 되고 인간 각각이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 많은 컴퓨터를 지니게 되면서 그 인간을 둘러싼 사물들(간단한 컴퓨터가 된 그 사물들)이 서로 연결된다는 개념을 중심으로 사고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인터넷 또는 사물인터넷은 ICT 산업과 미디어 산업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왔으며, 가져올 것인가? 그리고 기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이 글은 이러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하나의 답변이라 할 수 있다.

 

1. IoT 혁명, 그 전개양상 예측

 

기존 인터넷은 ICT 분야 가운데 먼저 컴퓨터 산업을 발전시켰다. 모든 컴퓨터가 연결되기 시작하면서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컴퓨터에 많은 관심이 쏠렸고 수요가 늘었으며, 산업이 부흥했다. 컴퓨터를 구성하는 부품과 컴퓨터 그 자체를 생산하는 컴퓨터 HW(하드웨어)산업이 발전했고, 이들 컴퓨터를 구동하는 SW(소프트웨어)산업이 같이 발전했다. 이를 사물인터넷에 대입해보면, 사물인터넷 대중화 초기에는 사물을 컴퓨터로 만드는 ICT 산업이 크게 발전할 것이라는 것을 쉽게 예상해볼 수 있다. 즉 아직까지 우리에게 이름조차 생소한 수많은 ICT 기기들(라즈베리 파이, 아두이노, 인텔의 갈릴레오와 에디슨, 삼성전자의 ARTIK, NFC 태그/카드에뮬레이션/P2P 모듈, iBeacon 모듈, BLE 모듈 및 각종 센서 등)이 사물을 컴퓨터로 만드는 부품 산업에 해당하는데, 이 기기들에 기반해 SW가 구현되고 있다. 이미 완성된 수많은 사물인터넷 제품들이 선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은 ICT 분야의 HW/SW산업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기존 제품 산업이었던 HW사업과 SW사업을 서비스화, 클라우드화했다. 기업들은 HW 서버를 구매하는 대신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매하고 그룹웨어 SW 제품을 설치하는 대신 Enterprise Cloud 서비스를 구매한다. 인터넷 대중화 이전에는 설치형 소프트웨어 제품을 제공하는 마이크로소프트, SAP, 한글과컴퓨터, 핸디소프트 같은 회사가 각광받았다면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는 야후, 구글, 페이스북, 엔씨소프트와 같은 소프트웨어에 기반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각광을 받게 됐다. 역시나 이러한 클라우드화를 사물인터넷에 대입해보면 사물인터넷은 기존 사물 제품 산업을 클라우드화할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사물인터넷은 세상의 모든 사물을 컴퓨터 제품으로 만들고, 그것들에 기반한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을 하는 사업이다.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이 단시간에 성장을 하게 되면 플랫폼 사업으로 변신한다. 구글과 네이버의 검색 서비스가 구글과 네이버를 플랫폼으로 만들었고, 카카오톡과 라인의 메신저 서비스가 이들을 플랫폼으로 만들었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소셜미디어 서비스가 이들을 플랫폼으로 만든 것 역시 마찬가지다. (‘플랫폼의 진화와 비즈니스 기회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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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의 진화와 비즈니스 기회

플랫폼의 진화와 비즈니스화는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낸다. 바로누가 비즈니스로부터 이익을 얻는가의 문제다. 예를 들어앵그리버드라는 게임이 4000억 원의 매출을 이뤘다고 하자. 이 게임은 스마트폰에서 돌아가는 게임이다. 스마트폰 회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앵그리버드의 매출 덕분에 얼마를 벌었을까? 정답은 0원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플랫폼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앵그리버드 덕분에 10원도 벌지 못했다. 구글과 애플은 어떠한가? 4000억 원의 30% 1200억 원이 애플과 구글에 돌아간다. 그들의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앵그리버드가 판매되기 때문에 판매당 30%의 수익이 이들 플랫폼 회사에 돌아가는 것이다. 2012년 가을에 한국을 강타한애니팡게임을 예로 들어보자. 애니팡 게임을 하기 위한 하트를 100개 구매하려면 1만 원이다. 내가 구매한 1만 원의 돈은 어디로 흘러가는가? 우선 1만 원의 30% 3000원은 역시 플랫폼 회사인 구글과 애플로 흘러들어간다. 이것이 In-App Purchase 비즈니스 모델이다. 나머지 7000원 중에 다시 30% 2100원은 애니팡이라는 게임을 올려놓는 또 하나의 플랫폼인 카카오가 가져간다. 나머지 4900원만이 이 게임을 개발한 선데이토즈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처럼 인터넷에서 모바일로 중심축이 옮겨가던 시기에도플랫폼의 진화와 비즈니스화과정에서 초기에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이익분할을 고민했느냐에 따라 수익성이 완전히 달라졌다.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이라는 훨씬 더 혁명적인 상황에서는 사물인터넷 플랫폼 선점과 비즈니스 모델 구축, 그리고 이익배분 구조 형성에 어떻게 개입하고 주도하느냐에 따라 여러 기업의 흥망성쇠가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플랫폼화를 사물인터넷에 또 대입해보면 급속하게 성장하는 어떤 사물인터넷 기반 클라우드 서비스가 있다면, 이는 저절로 플랫폼 사업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 부문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회사가 Nest.1 사물인터넷 온도조절기를 갖고 다양한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Nest IoT 제품을 엮어내고 있는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 Nest는 벌써 선풍기 회사 BigAssFans와 연계한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BigAssFans SenseMe 기술이 Nest ‘Works with Nest’와 연동되는 것이다. Nest ‘Works with Nest’의 현황을 보면 어지러움을 느낄 정도다. 선풍기는 BigAssFans, 세탁기는 벌써 Whirlpool과 연동되고 있으며, 잔디에 물을 주는 스프링클러는 Rachio와 연동하고 있다. 스마트 전구는 Hue, 스마트 자물쇠는 Kevo사와 August사의 제품들과 모두 연동되고 있다. 또한 CCTV Dropcam, 전화 자동 응답기는 Ooma Telo사와 연동하고 있다. 자동차 분야는 Mercedes-Benz Automatic과 연동이 시작됐고, 차고 회사 Chamberlain, 스마트 헬스의 Pebble, Jawbone, 그리고 한국 회사 LG전자와 연동하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Nest가 벌써 스마트워치 등 전자기기 업체 Withings 제품과 연동을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Withings의 수면 활동 측정기 Aura Nest의 온도조절계와 연동한다. Aura의 주인이 잠들기 시작하면 이를 온도조절기에 알리는 것이다.

 

 

 

사물인터넷의 표준화와 관련해 다양한 형태의 기구와 조직(organization)들이 만들어졌지만 결국 산업 표준에 의해서가 아닌 시장과 플랫폼을 선점한 회사에 의해 표준화는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우리가서비스 인터넷 분야에서 일찍 진출해 성공한 ‘First Hitter’가 시장을 장악한 수없이 많은 사례를 봤듯이 말이다. (Amazon, eBay, Twitter ) 사물인터넷과 웨어러블(Wearable, 몸에 착용하는) 분야에서 한국의 제조업과 인터넷 기업은 매우 늦은 상태임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사용자 정보 심화에 따른 Lock-In을 노리는 Withings 같은 회사도 있고, 사용자 수 확장에 따른 Lock-In을 노리는 Nest Labs 같은 회사도 있다.

 

현재 각종 스마트 커넥티드 제품과 Handheld (손에 쥐는) 디바이스, 웨어러블 기기, 그리고 센서들이 상호 연동되는 합종연횡 싸움의 초기에 한국 기업은 상당히 느리게 반응하고 있는 상태다. Nest와 같은 ‘Product-Service Systems(PSS)’ 구조에 의한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이 계속 시도되면서 기회를 찾아나가고 있으며 이미 미국 기업들 중엔 큰 구조를 플랫폼 관점에서 접근하는 기업과 성장하는 플랫폼에 기대는 참여 기업으로 구분이 나타나면서 시장형성이 이뤄지고 있는 형국이다.

 

지금 싸움의 핵심은플랫폼의 자리. 그리고 그 플랫폼은 급속히 확산될 어떤 서비스에 있다. 사물은 그 서비스를 위한 수단이 될 것이고, 그 서비스의 핵심은 SW가 될 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라고 묻는다면 역사가 그래왔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과 사물인터넷은 큰 차이가 없으므로 인터넷에서 플랫폼이 발전해 온 역사 그대로를 사물인터넷에서의 플랫폼도 걸어갈 것이라고 예상한다.

 

 

2. 통신사업자, IoT 태풍의 핵인가, 처절한 피해자인가.

 

커넥티드 월드(연결된 세계)를 만드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했으나 모바일 혁명 이후 사실상 주변부로 밀려난 통신 사업자부터 점검해보자. 이들이 지금까지 실패한 지점과 이들 사업가가 여전히 갖고 있는 가능성을 살펴보는 것은 다른 수많은 기업들에도 큰 통찰을 줄 것이다.

 

1) 통신사업자, 그 실패의 역사

 

먼저 인터넷과 통신사업자의 관계는 어떠했고, 사물인터넷은 또한 어떠할 것인지부터 알아보자. 통신사업자는 기본적으로 인터넷과 사물인터넷의 수혜자다. 인터넷과 사물인터넷은 기본적으로 통신이 필요하므로 통신사업자의 역할은 결코 줄지 않는다.

 

다만 통신사업자가 통신 파이프라인 사업(기본 망 사업) 이외에 진출해 성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존재한다. 지난 20년의 사례와 경험을 통해 결론짓자면 전망은 밝지 않다. 미국의 경우도 3대 통신 사업자가 파이프라인 사업 이외에 이렇다 할 인터넷 사업이나 사물인터넷 사업의 성공 사례는 없다.NFC를 통한 결제 사업을 선점하려고 미국 통신 3사가 합작해 설립한 ISIS(이후에 Softcard로 개명) 역시 지지부진하다. 미국에서는 그나마 통신 3사가 합작법인을 만들었지만 시장이 훨씬 더 작은 한국은 통신사가 개별적으로 NFC 결제 사업에 진입해 실패를 맛보고 있다. 20여 년 전 한국의 PC통신 사업은 통신사업자 중심으로 하이텔, 천리안이 초기에 성공했으나 미국의 AOL이나 컴퓨서브와 같이 쇠락의 길을 걸었고, 통신사업자가 만든 전자상거래 사이트, 인터넷 포털 역시 재미를 보지 못했다. KT는 결국 파란닷컴을 접으면서 하이텔, 메가패스, 한미르 등으로 이어져온 파란만장했던 인터넷 포털 사업을 포기했다. 세계 최초로 성공한 소셜미디어인 싸이월드는 통신 사업자의 자회사인 SK컴즈에 인수돼 한때 승승장구하며 미국, 일본, 중국, 독일 등 주요국에 진출했으나 통신사업자의 자회사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Netsgo, 라이코스 코리아, 엠파스까지 인수하면서 키웠던 인터넷 포털 Nate.com도 계속 지지 부진하다. LGU+도 딩동을 접었으며, SK플래닛이 미국의 ShopKick 2000억 원에 인수하고, 시럽(Syrup)이라는 O2O 서비스를 강력 추진하고 있으나 투자 대비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이쯤에서 돌아봐야 할 부분은통신사업자의 인터넷 사업은 왜 대부분 실패하는지. 주력 사업의 수익에 기대고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사업은 주력 사업 수익원의 의사결정자의 입김에 좌우되기 쉽고, 기존 수익 사업을 보조하는 사업으로 취급당하기 십상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사업을 잠식(Cannibalization)할 것으로 예측되는 새로운 사업은 억제돼 크지 못한다. SK컴즈의 네이트온은 처음에는 통신사업자 자회사 서비스의 우위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한 달에 무료 문자 100건을 준다는 혜택은 통신사업자의 자회사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스마트 모바일 환경에 들어오면서 카카오톡 같은 무료 문자 서비스가 나타났을 때 네이트온은 빨리 대응하지 못했다. 네이트온마저 전면적으로 무료 문자 메시지 서비스가 돼버리면 모기업의 문자메시지 사업 수익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더욱 비극적인 것은 스마트 모바일 환경으로 급속하게 전환하는 시점에서 SK컴즈의 싸이월드는 iOS 버전을 만드는 데 신속하지 못했다. 당시 iPhone은 국내 통신사 중에서 KT가 독점보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SK컴즈는 모회사 SK텔레콤의 고객이 아닌 사용자들에게 서비스하는 것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소극성은 결국 소셜미디어 시장을 페이스북에 빼앗기는 여러 이유 중 하나가 되고 말았다.

 

이제 구글과 네이버 같은 회사들은 15년 전

통신사업자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할 때가 됐다. 이 두 회사의 주력 수익원에

기대어 새로운 사업을 벌여오고 있지만

손정의식 지주 회사 중심의 독립적 책임 경영을

하지 않으면 도무지 제대로 된 사업 성과가

나오지 않는 악순환을 겪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K텔레콤은 SK플래닛으로 분리되는데, 그 과정에서 결국 완전 분리되지 못하고 100% 자회사가 됐다. SK플래닛도 현 지배구조 상황에서는 통신사업자라고 볼 수밖에 없으며 이런 상황에서 어떤 사업적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15 8월 구글이 지주회사 알파벳을 설립한다고 발표한 것도 비슷한 고민의 산물이다. 구글의 지주회사 형태의 구조 전환은 구글의 느슨한 신사업 체계를 개혁하려는 몸부림이라고 판단되며,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 체제의 우월성을 증명했다고 할 수 있다. O2O와 사물인터넷으로 확장되고 있는 인터넷 사업 공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선점, 유지하기 위한 소프트뱅크, 구글, 다음카카오, 알리바바 등 인터넷 기업들의 몸부림으로 생각한다.

 

이제 구글과 네이버 같은 회사들은 15년 전 통신사업자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할 때가 됐다. 이 두 회사의 주력 수익원에 기대어 새로운 사업을 벌여오고 있지만 손정의식 지주 회사 중심의 독립적 책임 경영을 하지 않으면 도무지 제대로 된 사업 성과가 나오지 않는 악순환을 겪을 수 있다. 이들 기업의 신사업 담당 팀들은 기존 주요 수익원에 기대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기존의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패러다임에 짓눌리거나 이를 주로 담당하는 의사결정자의 입김에 좌우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봐야 한다. 창업한 지 20년도 되지 않은 두 기업이 모두 벌써 20년 전부터 통신사업자들이 겪었던 것과 유사한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모바일 혁명에 이어 곧바로 등장한 사물인터넷 혁명이 만들어내고 있는 무서운 변화다.

 

2) IoT 시대, 통신사업자의 기회는?

 

그러면, 통신사업자는 사물인터넷에서 어떤 사업을 해야 하는가?

 

‘사물인터넷의 정의에서 늘 등장하는수십억 개의 사물이 서로 연결된다는 단편적인 설명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혹자는 사람이 개입되는 것은 사물인터넷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면서 엄격한 M2M(Machine-to-Machine)의 정의에 근거해 사물인터넷을 정의하기도 하고, 사물인터넷이 실현되려면 사람만큼 사물이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사물의 지능성을 사물인터넷의 중심에 두는 경우도 있는데 필자가 보기에 이 두 가지 모두 잘못된 것이다.

 

세상 사물은 대부분 누군가의 소유물이다. 길에 있는 흙도 함부로 퍼갈 수 없으며, 동네 옆을 흐르는 실개천의 물도 함부로 퍼갈 수 없다. 자신의 집 밖에 나가면 이 모든 것이 타인의 소유물이거나 공공의 소유물이다. 길가의 전봇대, 쓰레기통, 가로등, 우체통, 보도블록, 돌담, 그 어느 것도 누군가의 소유물이거나 공공의 소유물이다. 사물인터넷의 연결대상인 이 사물들이 누군가의 소유물이라는 것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 사물들은 그 스스로의 필요에서가 아니라 그 사물들의 소유주의 필요와 이익에 근거해 점차적으로 인터넷에 연결돼 갈 것이다.

 

길가의 쓰레기통을 예로 들어보자. 이 쓰레기통은 왜 인터넷에 연결돼야 하는가? 이 쓰레기통 각각이 나의 스마트폰, 나의 체중계, 우리집 TV와 연결될 필요가 있는가?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 연결은 쓰레기통의 소유주와 내 체중계의 소유주인 나의 필요와 이익에 따라 결정된다. 쓰레기통은 아마도 구청의 소유일 것이다. 그러면 그 쓰레기통은 해당 구청의 환경 시스템과 연결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연결된 쓰레기통은 자신의 센서가 있어서 현재 담고 있는 쓰레기의 양을 측정하고, 자신이 가진 쓰레기양을 주기적으로 구청의 환경 클라우드에 보고할 수 있을 것이다.쓰레기통은 지능이 있을 필요가 없고, 그 지능이라는 것도 애매모호하다. 자신이 알아서 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쓰레기통은 사물이고, 그 사물은 소유주인 구청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구청은 국세와 지방세 등 세금을 내는 구민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법인일 뿐이다. 결국 쓰레기통은 스스로 존재하는 법적 개체가 아니므로 지능을 가질 필요가 없다. 그래서 사물인터넷에서 사물의 지능성을 핵심에 놓고 논의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여기서 중요한 주체는 구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구청이다. 구청은 구청의 소유물인 쓰레기통을 인터넷으로 연결해 쓰레기통에 쓰레기가 많으면 그것을 치우면 된다. 예전처럼 구청 인력들이 일일이 쓰레기통을 열어보고 쓰레기 양을 확인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그러면 구청이 쓰레기통과 적절히 연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쓰레기통 각각이 쓰레기통끼리 P2P(Peer-to-Peer)로 연결되는 방식(Mesh Network)으로 구성하는 게 좋을까?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고자 하는 여러 움직임 중 하나가 LPWAN(Low Power Wide Area Network·저전력광대역네트워크)이다. 이를 실행하는 대표적인 기업이 프랑스의 시그폭스(Sigfox).

 

시그폭스는 UNB(Ultra Narrow Band)라는 기술을 사용해 별도의 기지국 또는 중계 장비 없이 다양한 사물에 칩셋 기반의 통신 모뎀을 연결,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 꼭 필요한 데이터들만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 별도의 망 구축비용과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박지성, 2015). 도시 지역은 3∼10㎞ 전송이 가능하며, 교외지역은 30∼50㎞로 전송이 가능하다. 장애물이 없을 경우 1000㎞까지도 가능하다고 한다. 주파수 할당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도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남겨놓은비면허 주파수 대역을 활용해 자유롭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일반적인 셀룰러, 와이파이 등 모바일 망은 일반 사용자들이 전화를 하거나 멀티미디어 콘텐츠 소비를 지원하는 것에 최적화돼 있지만 사물인터넷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소형 배터리의 저성능 컴퓨터로 구동되는 사물들을 위한 전용망이 필요하다. 시그폭스는 저전력으로 저렴하게 많은 기기를 수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 시그폭스는 비허가 주파수 대역대를 사용하며 하루에 최대 12바이트짜리 메시지를 140회까지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또 이들은 기기당 연간 1달러에서 12달러 사이의 요금제를 제공한다(신동형, 2015).

 

예를 들어 스마트 주차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차량과 주차 공간 모두에 와이파이 또는 3G 모뎀을 각각 설치할 수도 있으나 시그폭스 방식을 활용하면 동전 크기의 통신센서(배터리 내장형)를 차와 주차공간에 설치하면 그것들이 기존 이동통신 기지국과 직접 연결된다. 이러한 방식은 온도와 습도 제어장치, 가로등, 주차, 교통 센서, 에너지 측정(전기/수도/가스 스마트 미터), 산업/상용/홈 자동화(HVAC 제어, 스마트 가전, 보안 시스템, 조명), 시청률 조사 장비 등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신사가 노려야 할 시장이 보이지 않는가?

 

사물인터넷 구현을 위한 네트워크 센서가 갖춰야 할 조건 중에서 장시간의 배터리 유지와 무선 도달 범위 확장도 중요한 이슈가 돼 왔다. LPWAN 분야에서 시그폭스의 UNB와 경쟁하는 로라(LoRa) LPWAN 10마일(16.093Km) 이상의 범위(교외)에서 10년 이상 지속되는 배터리 수명으로 사물인터넷과 M2M(Machine-to-Machine) 무선 통신을 구현하고 수백만 개의 무선 센서 노드를 게이트웨이에 연결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은 언제 한순간 갑자기 한꺼번에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점증적, 점차적으로 구축되는 것이고 사물의 주인인 개인과 법인의 필요와 이익에 따라 선택적으로 구축되는 것이다. LPWAN이 이렇게 점증적으로 구축돼 갈 사물인터넷 구축방식의 하나의 대안이 되고 있는데, 이는 현재의 통신사업자들에 매우 유리한 상황이 된다. 이미 SK텔레콤은 LPWAN사인 SigFox에 투자했다. 현명한 선택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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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 이순신이 있다?

삼성전자가 Nest Labs ‘Works with Nest’에 대항해 Smart Things를 인수하고, LoopPay를 인수하면서 Apple Pay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면 삼성전자에 - 사물인터넷 세계 전쟁에서 - 이순신 장군 같은 분이 한 분 있는 것 같다. SigFox 투자(인수는 아니지만) LPWAN에도 잘 대응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항하고 있고, 대응하고 있어서 응원은 하고 싶은데 전반전 중반에 스코어가 30 정도로 밀리고 있는 수준이다. 삼성전자에 이순신 장군 같은 분이 한 분 있는 것 같다는 것은 삼성전자 칭찬같지만 사실 아니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주변 상황은 매우 안 좋았다. 다른 장수들이나 임금 선조의 현실 인식은 안이했다. 유성룡이라는 걸출한 동지는 있었지만 이순신 장군은 외로웠다. 12척으로 왜적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은 사실 기적이었다. 지금 사물인터넷 전쟁에서 그나마 고군분투하고 있는 삼성을 포함해도 한국 기업은 사실 이순신 장군의 상황보다도 못하다. 대부분은 안이하다. 사물인터넷 전쟁에서 이순신이 있어도 명량대첩 같은 승리는 만들기 어렵다. 기적을 기대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여러 벤처들이 의병, 승병들처럼 함께 싸워야 한다.

 

 

3) 수많은 위기와 기회

 

물론 사물인터넷이 통신사업자에게 꼭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P2P 음악파일 다운로드 서비스인 냅스터는 소송 과정에서 비즈니스가 금지당했지만 오히려 이를 교훈 삼아 익명성을 강조하고 무정부주의적인 ‘Freenet’의 구조는 계속 발달해왔다. 아직도 그 누구인지도 모호한 사토시 나카모토(그 스스로 익명성을 지키고 있는, 즉 공격당하고 싶지 않은)가 개발한 비트코인(Bitcoin)으로 유명해진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이 대표적이다. 이 블록체인 기술을 금융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사용할 수 있게 일반화하는 가상 머신(Virtual Machine)을 만든다는 것이 Ethereum(금융권에 특화된 컴퓨팅 기술의 명칭)이다. 흥미로운 것은 2015 1 CES에서 IBM과 삼성전자가 공동으로 발표한 ADEPT(Autonomous Decentralized Peer-to-Peer Telemetry)라는 사물인터넷 프로젝트가 위에서 설명한 Ethereum 등의 무료 네트워크 기술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네덜란드에서 출발한 P2P 파일 공유 프로그램 KaZaA가 스카이프로 발전하고, eBay에 인수돼 정착한 역사가 있기에 삼성과 IBM ADEPT도 그러한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비주류적인 철학에 기반한 P2P 기술이 가장 제도권 회사라고 할 수 있는 IBM과 삼성전자에 의해서 활용되고 있는 점은사용료비즈니스가 기본인 기존 통신사업자에는 위협이 될 것이다. 이 기술은 P2P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이는 결국 서버가 존재하는클라우드와 정반대에 있는 기술이다. IBM과 삼성전자는 모두 통신사업자가 아니다. 또한 이들은 인터넷에서 플랫폼 강자가 아니다. 인터넷 플랫폼 사업에서 성공한 역사가 불행히도 두 회사에는 없다. IBM SW 컴포넌트, 통합 SW 시스템, 통합 HW/SW 시스템을 제공하는 회사고, 삼성은 HW 컴포넌트, 통합 HW 시스템을 제공하는 회사다. IBM과 삼성전자는 꽤 닮은 회사인 것이다. 이 두 회사는 본질적으로 클라우드 서비스인 인터넷 플랫폼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도, 또는 새로운 구조에 기반한 플랫폼에 도전하기 위해서라도, 클라우드에 반대되는 기술인 P2P에 기반한 ADEPT를 연구하고 있다.

 

비슷한 패러다임하에 진행되고 있는 변화의 또 하나의 예로, 미 네바다 주 리노 지역에 위치한 Filament라는 회사를 들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회사는 Actility, Sigfox(SKT와 삼성전자가 투자한), Link Labs, Helium, Neul(화웨이에 인수된) 등의 LPWAN 회사와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기술 구조상으로는 이들과 대척점에 있는 회사다. 통신사 기지국과 협조하는 LPWAN 모델과 달리 Filament는 정반대의 철학으로 나온 ‘Ad Hoc Mesh Network’ 모델에 기반하고 있다. 기술적인 용어를 빼고 한마디로 요약하면 P2P 기반 연결을 활용한다는 뜻이다.

 

세상은 기술과 제도의 상호작용으로 발전한다. 기술이 결정하는 것도, 제도가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P2P 기술은 세상의 기존 제도와 타협하면서 발전해왔다. 통신사업과 인터넷 플랫폼 사업, 클라우드 사업이 부족한 삼성전자와 IBM이 연합해 P2P에 기반한 블록체인 기술에 주목하는 것처럼 늘 기존 기득권이 부족한 사업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토대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 원천이 되는 기술들은 P2P 커뮤니티에서 오랫동안 시간을 들여가면서 개발해오던 것이다. P2P 커뮤니티의 선구자들은 빠른 성장과 거대 수익 창출이라는 기존 스타트업의 패러다임과는 정반대로 느린 진화와 수익 창출이 제일 목적이 아닌 Open Source(개방된 소스의) 커뮤니티를 오랜 기간 담당해왔다. 이들의 개방된 원천 기술 인프라를 이용하고자 하는 약삭빠른 IBM이나 삼성전자 같은 기업들은 한편으로는 기존 클라우드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사업자들과 경쟁, 협력하면서 진화할 것이다. 삼성전자가 클라우드 기반 LPWAN 회사인 SigFox에 투자한 동시에 IBM ADEPT를 추구하는 삼성전자의 포트폴리오 전략을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삼성에 이순신이 있다?’ 참고.)

 

지금까지 살펴봤듯 통신사도, 기존 하드웨어 기반 업체들도 모두 기회를 맞이한 한편 위기에 봉착해 있다. 기업들이 각각 자신의 영역에서 자신의 업력과 기술력을 고려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IoT 시대, 기업에 성공의 천국으로 가는 길과 실패의 지옥으로 가는 길은 같은 모양으로 서로 붙어 있다. 어떤 길이 천국행인지 신중하게 잘 선택해야 한다.

 

3. 미디어 산업은 어디로 가는가.

 

지난 20년간 인터넷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산업을 지목하라면 단연 미디어 산업이다. 제조업은 지금 사물인터넷 시대에 와서야 인터넷의 영향을 제대로 받고 있고, 유통업은 그래도 물리적 제품을 다루므로 오프라인 유통이 유통 산업을 지탱해왔다. 그러나 미디어 산업은 그야말로 인터넷 기술의 직격탄을 맞아왔다. 종이 신문 구독자는 계속 감소 추세이고, TV 시청시간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옥외 광고업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고, 음반산업에서 CD가 거의 없어지고 있는 것 역시 인터넷의 영향이다.

 

1) 사물이 미디어가 된다.

 

그러면 사물인터넷은 미디어 산업의 관점에서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실마리는 사물인터넷은 사물이 먼저 컴퓨터가 되고 그 컴퓨터가 인터넷에 연결된다는 설명에서부터 풀어나가야 한다. 전통적인 미디어 산업은 지난 20년간의 인터넷 시대에서 컴퓨터가 인터넷에 연결되면서 그 컴퓨터가 미디어가 되는 현상에 의해 큰 영향을 받아왔다면, 사물인터넷 시대에서는 사물이 컴퓨터가 되고 인터넷에 연결되면서, 그 컴퓨터가 된 사물이 미디어가 되는 현상에 의해 또 한번의 충격이 가해질 것이다. 큰 충격은 몰락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전혀 새로운 탄생을 이끌기도 한다.2

 

그럼, 사물이 미디어가 되는 현상이란 무엇인가? 카카오택시를 예로 들어보자. 우버나 카카오택시가 있기 전에, (me)라는 개인과 주변의 자동차는 서로 연결되고 말하지 못했다. 몇 십미터 앞에 택시를 타고 싶은 내가 있는데, 그 택시기사는 그런 줄도 모르고 그냥 지나치는 경험을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그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수단이란 소리쳐 택시 기사를 부르거나, 아니면 손을 흔들면서 뛰어 그 택시기사가 나라는 존재를 눈치채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 내가 택시기사가 나를 알아봐야 하는데, 그 수단은 나의 목청이나 나의 손, 나의 발, , 나의 몸이다. 택시기사의 입장에서도 택시 탈 손님을 찾아내는 것은 자신의 눈과 감에 의존한다. 택시 정류소에서 기다리거나, 천천히 운행하면서 주변의 어떤 사람이 택시를 기다리는가를 살펴본다. 마치 원시시대에서 사냥할 동물을 찾는 인간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우버의 시대, 그리고 카카오택시의 시대는 택시기사와 손님이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하는 시대다. 미디어는 인간의 확장이라는 마셜 맥루한의 명쾌한 설명을 활용하면 다음과 같다. 나의 목청, , 발은 카카오택시 앱에 의해서 확장돼 택시기사의 눈 앞에, 또는 귀 바로 앞에 놓인다. 택시기사 입장에서 설명하면, 택시기사의 그 눈이 확장돼 근처의 많은 사람들 앞에 동시적으로 놓인다. 그 눈은 누가 택시를 원하는지를 병렬처리 방식으로 찾아내는 확장된 눈이다. 이렇게 미디어는 그 정의상 다른 것에 도달하게 하는 수단(a means reaching others)인데, 우리 인간의 몸이 기술에 의해 확장돼 다른 것에 도달하게 하는 최근의 예가 바로 우버나 카카오택시다.

 

이러한 O2O 서비스 역시 사물인터넷으로 가는 방향하에 있다. , 오프라인의 택시를 온라인의 카카오택시 앱을 이용해 찾아내는 것인데, 이를 택시 관점에서 보면 택시가 미디어가 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이렇듯 스마트 기술과 인터넷 기술, 사물인터넷 기술은 사물을 미디어로 만든다.

 

일기예보 또는 날씨 정보를 예를 들어보자. 30년 전의 날씨 정보는 TV의 뉴스 시간에 김동완 기상 통보관이 알려주는 것이 가장 세련된 방식이었다. 당시 김동완 기상 통보관은 전국적인 미디어 스타였다. 그리고 종이 신문은 내일의 날씨를 예측하는 기사를 낸다. 아마 지금의 종이 신문과 TV도 비슷한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점점 사람들은 인터넷 포털에 들어가 날씨 정보를 얻거나, 날씨 앱을 이용해, 혹은 구글 나우를 통해서, 또는 페이스북 친구의 소식을 통해 수시로 날씨 정보를 얻고 있다. 날씨 정보를 얻는 수단에서 기존 전통 TV나 종이 신문에 의존하는 정도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사물인터넷 시대에는 이러한 날씨 정보도, 그냥 집안의 온도 조절기가 제공할 수 있고, MIT가 개발한 가정용 로봇 Jibo가 출근 길에 알려줄 수도 있고, 아마존이 제안한 Echo가 그런 역할을 대신 할 수도 있다. 날씨 정보의 전달 경로도 이렇게 사물인터넷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요약하면, 사물인터넷은 미디어가 사물이 돼 활동하게 한다. 카카오택시가 전통적인 콜택시 서비스 산업을 단박에 위기에 빠뜨리고 있는 것처럼, 카카오 대리 운전이 전통적인 대리 운전 연결 산업도 위협하고 있는 것처럼, 사물인터넷과 O2O는 기존에 존재하는 전통적인 미디어/중개사업을 계속 위협에 빠뜨릴 것이다. 전통적인 종이 잡지가 소개하던 맛집, 좋은 가게, 좋은 관광지 등은 이제 각 분야의 O2O앱에 큰 위협을 받고 있다. 맛집, 호텔, 배달음식 등의 분야는 이미 O2O가 대세다. 이러한 O2O의 발전은 전통적인 미디어 산업, 유통업이 가지고 있던 시장을 치즈를 훔치듯 조금씩 훔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서 잠깐 미디어 산업과 유통업을 같이 설명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마셜 맥루한에 의하면, Communication이라는 단어는 원래 물류를 뜻하는 말이었다. 그러다가 전신의 발명으로 물류의 이동을 뜻하는 단어가 정보의 이동을 뜻하는 단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결국 물류를 중개하는 유통업이나 정보를 중개하는 미디어 산업은 본질적으로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는 것이다.

 

2) 기존의 미디어 산업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미디어 산업, 기존의 중개업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 유력 일간지의 회장을 면담할 기회가 있었다. 그 회장은 명품 미디어 쪽으로 가는 방향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됐다. 새로운 기술의 홍수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고급화와 명품화 전략을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마존이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하고, 일본 닛케이가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를 인수하고 있는 위중한 상황에서 수긍이 가는 전략이기는 하나 성장이 보이는 전략은 아닌 면도 있다.

 

이렇게 전통적인 미디어가 기존의 전통성을 고수하고 더욱 강화하는 전략도 사용할 수 있겠지만 가장 기본적으로 해야 할 방향은 O2O이다. , Online-to-Offline, Offline-to-Online, Online-to-Online, Offline-to-Offline을 실현하는 것이다. 화장품 유통업을 예로 들어보자. 지금 대부분의 화장품 유통업은 그들의 온라인 매장과 오프라인 매장이 제대로 통합돼 있지 않다. 어떤 화장품 유통 대기업의 오프라인 매장 체인 A에 갔을 때, 고객이 원하는 화장품 재고가 없다고 하자. A매장은 근처의 다른 매장 B의 재고를 검색해 고객으로 하여금 B매장으로 가서 사도록 안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 A매장과 B매장이 경쟁관계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매장 재고 시스템이 서로 연결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설명한 것은 기본적인 Offline-to-Offline이다. 매장 A에서 고객에게 온라인 매장으로 접속하는 것을 도와주고 거기에서 원하는 제품을 구매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역시 현재 그렇게 하지 않는다.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 매장과 한 회사 안에서도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고객을 불편하게 만들고, 그 기업의 주주 관점에서는 올바른 기업 프로세스가 아니지만 현상은 그러하다.이렇게 O2O는 쉬워 보이지만 대부분의 기업에서 제대로 실행되고 있지 않다. 기술과 제도가 같이 발전해나가야 할 수 있는 문제이기에 어렵기도 하다. 이렇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미적거리는 동안 새로운 O2O 기업들이 탄생해 기존의 미디어, 유통 산업을 와해시킬(Disrupt) 것이다. Disruption은 기회를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들에는 그 자체가 Destruction이다.

 

 

사물인터넷 시대는 사물, , 상품 그 자체가 미디어가 되는 시대다. 화장품의 예를 다시 들어보자. 가까운 미래에는 화장품 용기에 NFC 태그가 부착돼 화장품이 컴퓨터가 되고, 이것이 인터넷에 연결되면 화장품이 미디어가 될 수 있다. 사용자가 화장품의 태그를 스마트폰으로 읽어서 그 화장품에 대한 부가 설명과 고객 반응을 확인하고, 그 화장품을 모바일로 구매하게 되면, 원래 그 화장품을 가지고 있던 소유자가 마케팅 대가로 인센티브를 얻게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지금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에서 사람들과 연결돼 있는 것처럼 사람들이 사물, 상품과 직접 연결돼 정보를 전달받고, 바로 구매할 수 있게 되는 새로운 미디어, 중개 환경이 정착되는 것이다.

 

20여 년 전 인터넷이 대중화되고 급속 보급될 때 미디어 산업은 온라인 전략이 중요하다는 논의 속에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그 과정에서 인터넷은 단순히 기존 사업을 온라인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온라인 회사들이 미디어 산업을 파괴하면서 새로운 미디어 산업을 창조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금 현재 스마트 모바일에서 사물인터넷 초입으로 들어가는 시기에서 미디어 산업은 O2O 전략이 중요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미디어가 어떻게 실세계에 존재하는 각종 개체들에 내재돼 사용자들의 반응을 일으키고 가입하게 만드는지, 어떻게 거래 당사자들의 만남을 주선하고, 거래를 성사시키며, 그 과정을 다시 전파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O2O 미디어/유통 전략이 필요하다. 이러한 O2O는 인터넷에서 스마트 모바일로 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인데 사물인터넷 시대는 이제 사물이나 상품 자체가 미디어가 되는 길을 열고 있다. 사물과 실세계를 미디어로 만드는 산업, 상품이 자신 스스로를 말하게 하고 스스로를 판매하게 하는 산업, 사물에 미디어가 파고들어가 미디어 스스로 확장되는 산업이 사물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미디어 산업의 모습이 될 것이다. 마셜 맥루한이 정의한 인간의 확장으로서의 미디어는 이제 사물의 확장으로서의 미디어로 그 개념이 더욱 연결되고 있다. 기존 미디어 기업에도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찾아오고 있지만 예전처럼 산업영역 구분이 중요하지 않은, 아니 어쩌면 그 모든 것이 무너진 지금 상황에서 다른 기업들에도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찾아오고 있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 klee@khu.ac.kr

이경전 교수는 KAIST에서 경영과학으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산업경영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어 서울대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고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미국 카네기멜론대 로보틱스연구소와 사단법인 국제전자상거래연구센터에서 연구활동을 벌이고, 고려대 경영대와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도 강의했다. 현재 LG전자 미래기술포럼 자문교수, 네이버 서비스자문위원회 위원이다. 디지털 네트워크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 이경전 이경전 | -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
    - LG전자 미래기술포럼 자문교수
    - 네이버 서비스자문위원회 위원
    klee@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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