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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PMI

M&A를 완성시키는 PMI 폐쇄·불통·학연 등 한국적 문제 극복이 열쇠

류주한 | 183호 (2015년 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많은 국내 기업들은 다음의 이유로 PMI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비관련 산업 간 통합으로 시너지 창출에 실패한 경우, 기업문화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경우, 세밀한 통합전략 수립에 실패한 경우, 속도조절이나 통합수준 등 실행방식을 잘못 설정한 경우, 통합리더십이 부재한 경우 등이 대표적 원인이었다. 국내 기업들은 향후 PMI를 하는 데 있어 이 다섯 가지를 개선하고 우리가 강점이 있는 리더십 경영을 강화해야 한다. 또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조직 간 장벽을 없애야 한다.

 

서론

 

과거 국내 기업들의 M&A에 대한 인식은기업을 사고파는 일’, 혹은인수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게임이란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긍정적으로만 보고 인수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는 실수도 빈번했다. 그러나 최근 M&A 뒤 통합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PMI(인수 후 통합·Post Merger Integration)에 대한 논의와 실행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혼자 살아남기 버거운 경영환경 속에서 M&A는 기업의 사활을 결정짓는 전략적 선택이며, 성공적인 PMI는 이 전략적 선택을 성공으로 이끄는 핵심이다. 이 글은 북미나 유럽에서 폭넓게 진행되고 있는 PMI 작업에 관한 연구와 실증사례를 우리의 그것과 비교해봄으로써 국내 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통합전략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국내 기업에 필요한 통합전략의 요소가 무엇인지 탐색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기업 M&A는 신규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고 규모의 경제와 범위를 실현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경영전략으로 각광받고 있다. 신사업에 진출할 때 인수 기업의 노하우와 경험을 토대로 시장착오와 진입 비용을 줄이고 신속히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도와준다. 필요한 역량을 단숨에 확보해 기업 성장을 도모하는 데 탁월한 전략이다. 이런 이유로 2000년 이후 국내 기업의 M&A 건수는 연평균 500건에 이르며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인수합병 규모는 최근 10년 이래 최대치로, 578건의 거래 건수와 635억 달러의 인수 금액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32%나 증가했다. 삼성, SK, 한화 등 그동안 M&A에 인색했던 국내 대기업 계열사들의 공격적인 움직임도 두드러졌다. 또 과거 제조업에만 치중했던 거래가 제약, 식품, 서비스, 방위산업, 에너지, 카드, 면세사업, 홈쇼핑에 이르기까지 거래 영역도 크게 확대됐다.

 

오너 체제가 강한 국내 기업들은 실패에 대한 부담, 경험 부족 등으로 그동안 국내외 M&A에 소극적이었다. 최근의 M&A 바람은 신성장 동력을 통해 성장률 둔화를 극복하고자 하는 기업의 바람이 절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거와 달리 M&A 전담부서를 통해 인수 후 경영관리에 많은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도 달라진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M&A 시장의 규모는 중국과 일본에 비해 적다. 아시아 M&A 시장에서 인수 금액을 기준으로 중국과 일본의 점유율은 각각 13.0%, 8.0%. 한국의 점유율은 2.4%에 그치고 있다. 이는 국내 기업의 M&A가 활성화하고 있지만 아직 국제적인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M&A를 위한 커다란 자금시장이 형성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과감하게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M&A 후 통합의 불확실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2006년 대우건설을 사들인 금호아시아나그룹, 홈에버를 인수한 이랜드, 2007년 명지건설과 남광토건을 인수한 대한전선, 2008년 하이마트를 인수한 유진그룹 등이 실패 사례들이다. 무리한 자금조달이 원인이 된 전형적인승자의 저주 M&A 실패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기업을 사고파는 데만 급급해 PMI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M&A에서 가장 쉬운 것은 인수 자체다. PMI가 제대로 이뤄져야 비로소 M&A에 성공한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M&A는 기업의 사업 확장, 신사업 진출 등을 현실화할 수 있는 전략적 수단이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이런 노력 대부분이 PMI의 잘못된 관리로 실패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M&A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PMI 통합전략에 좀 더 깊이 있는 실태 분석과 원인 분석이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수 후 통합전략(PMI)은 무엇인가

 

국내 기업의 PMI 실태와 이들에게 적합한 맞춤형 전략이 무엇인지 탐색하기에 앞서 PMI 자체에 대해 간단히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M&A의 절차를 보면 크게 인수회사를 물색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실사과정(Due diligence process or Pre-deal stage), 인수 대상회사 선정 후 협상을 통한 인수가 및 인수조건을 결정하는 협상과정(Negotiation process or transaction stage), 인수-피인수 기업 간 전략적, 조직적, 문화적 차이를 하나로 통합하는 통합과정(Integration process or post-deal stage)으로 분류된다. (그림 1)

 

 

PMI는 마지막 단계인 통합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유형의 인수-피인수 기업 간 조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과정이다. 인수-피인수 기업 간 서로 다른 기능을 재배치하거나 정보기술 시스템, 생산설비 등 하드웨어는 물론이고 지휘 체계, 일하는 방식, 보상제도 전략, 조직문화 등 경영 전반의 다양한 소프트웨어 영역까지 하나로 융합하는 작업이다.

 

통합이라 함은 무엇을 대상으로 하는 것을 이르는가. 연구자나 실무 전문가들마다 설명이 다양하지만 통합은 크게 인수 후에 발생하는 지식이전, 자원공유, 역량강화를 위한 업무통합(Task integration)과 인수-피인수 기업 간 임직원들의 이질감을 극복하기 위한 인적통합(Human integration)으로 나뉜다. 일부 전문가들은 통합의 종류를 세 가지로 구체화하기도 한다. 이를 테면 통합을 대상에 따라 기업의 상이한 업무처리 방식을 통합하는 절차적 통합(Procedural integration), 기업의 상이한 시스템, 중복 자원을 합리화하는 물질적 통합(Physical integration), 인적자원의 상이한 가치관, 규범, 기업문화 등을 통합하는 사회문화적 관리통합(Managerial and sociocultural integration)으로 분류한다. ( 1)

 

 

인수-피인수 기업 간의 특성과 산업적 연관성, 인수합병의 목표에 따라 무엇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가 결정된다. 크게 보면 인수-피인수 기업 간 기술적, 관리적, 전략적 측면의 하드웨어적인 요소에 대한 통합, 인수-피인수 기업 간 임직원들의 심리적, 행위적, 인간적, 문화적 측면의 소프트웨어적인 요소에 대한 통합이 PMI의 대상이자 추진과제인 셈이다. 물론 언급한 다양한 차원의 통합은 서로 분리돼 별개의 과정으로 진행되기도 하고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호소하는 PMI의 어려움은 주로 어느 부분에서 발생하는가. 선행연구들이 제시하는 난제는 과정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문화적 차이에 따른 사람 관리의 실패다.

 

 

외국 기업 vs. 국내 기업 사례를 통해 본 PMI의 주된 실패 원인

 

북미 지역과 유럽 지역 학자들의 실증연구를 종합해보면 PMI 실패 원인은 크게 어설픈 통합전략 수립, 통합전담팀의 미숙한 운영과 리더십 부재, 소통 실패, 통합 속도나 수준 등 통합 실행의 문제, 평가 기준의 이중성, 문화적 차이를 무시한 인적자원관리 등 크게 6가지로 꼽힌다. 아직 국내 M&A 기업 대부분을 대상으로 한 PMI 전략 실태가 파악되지 않아 일반화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국내 대기업 및 기술벤처의 실증 연구사례를 살펴보면 국내에서 빈번히 관찰되는 PMI의 실패 원인이 해외 연구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해외 사례와 국내 사례를 비교하면서 다섯 가지 원인을 자세히 살펴보자.

 

① 비관련 산업 간 통합으로 시너지 창출에 실패하는 경우

 

먼저 인수-피인수 기업 간 사업적 연관성이 크지 않아 통합작업이 어렵고 시너지가 기대만큼 창출되지 않는 경우다. 지향하는 목표시장, 고객군, 제품군이 다르므로 통합의 범위나 규모를 설정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신성장동력을 주력 사업군이 아닌 분야에서 M&A를 모색할 경우 이 같은 어려움이 자주 발생한다. 2007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는 온라인 광고업체 아콴티브를 무려 60억 달러에 인수했다. 경쟁사인 구글이 온라인 광고업체 더블클릭을 인수한 데 따른 대응책이었다. 그러나 인수 후 아콴티브의 핵심 인재들은 2년이 채 안 돼 모두 회사를 떠났고, 기업통합과 관리에도 실패했다. 2005년 이베이도 26억 달러에 스카이프를 인수하며 사업전환을 모색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두 회사는 사업내용과 비전, 방향성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상거래 플랫폼과 부합하지 않는 특성을 고려해 이베이는 인수한 지 4년이 채 못 돼 스카이프를 19억 달러에 재매각했다. 업의 개념이 전혀 다른 인수업체로부터 역량을 어떻게 흡수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경쟁업체의 전략적 행보를 따라만 가다가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해태와 진로가 이와 비슷한 사레다. 두 회사는 안정적이고 탄탄한 모기업의 사업이 있었음에도 업의 개념이 다르고 관련성이 적은 건설과 유통에 진출하며 무리한 지원을 계속하다 결국 모기업까지 부도를 맞게 된 것이다. 이 사례들은 신사업 진출에 따른 성장가능성에만 무게를 두고 비용과 잠재적 리스크를 간과한 경우다. 신사업 진출은 잠재인수 기업과의 통합이 가능한가에 주위를 기울여 신중하게 점검해야 한다. 실사 과정 중 인수가격과 협상에만 몰입될 경우 피인수 대상 기업의 의사결정 스타일, 문제해결 방식, 집권화 정도 차이점을 면밀히 파악하지 못하면 시너지 창출에 실패하게 된다.

 

② 기업문화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경우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세계 최대 글로벌 자동차 제조회사인 독일 다임러벤츠와 미국 크라이슬러의 M&A. 독일과 미국의 이질적인 회사문화는 두 회사의 성공적 결합을 가로막았고 결국 다임러벤츠는 크라이슬러 인수 가격의 20%도 안 되는 가격으로 재매각했다. 업계 라이벌인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와 시큐리티퍼시픽(Security Pacific) 역시 기업문화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실패한 합병으로 기록됐다. 경쟁적인 금융환경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두 회사는 각각의 임직원을 50%씩 충원해 합병회사를 운영하기로 했다. BOA CEO인 리처드가 먼저 CEO를 맡고 시큐리티의 CEO인 로버트가 나중에 CEO가 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중앙집권적이며 위계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 보수적 집단인 BOA와 수평적 조직구조에다 거액의 대출도 융통적으로 운용하는 등 리스크를 적극 허용하는 분위기를 가진 시큐리티는 서로 기업문화가 맞지 않았다. 지배적 권한을 허용한 BOA의 관리자들로 인해 많은 시큐리티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다.

 

M&A 경험이 많지 않은 국내에서도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례가 적지 않게 보고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기업인 삼성전자도 예외는 아니다. 1995년 세계 6위의 PC업체 미국 AST리서치를 37000만 달러에 인수했지만 수억 달러의 손실만 남기고 4년 뒤 경영권을 포기했다. 삼성전자 본사 인력을 현지에 파견하는 방식의 무리한 조직문화 통합이 불러온 실패였다. 삼성전자는 2011년 의료기기 벤처회사인 메디슨을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기업문화 차이에 따른 불협화음을 불러일으켰다. 두 회사 간 직급 체계, 성과보상 시스템의 간격은 너무 컸고 무엇보다 벤처기업 성향의 메디슨에 삼성전자 특유의 관리 중심 경영이 도입되면서부터 임직원의 이탈이 있었다.

 

기업 간 문화적 차이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매우 어렵다. PMI 연구에서 주로 의미하는 기업 간 문화적 차이의 의미는 주로 직원들이 업무를 대하는 태도, 방식, 자세와 이를 관리하는 회사의 방식이 인수-피인수 기업 간 얼마나 다른가이다. 실무 전문가들이 기업문화 차이를 비교할 때 참고하는 기준은 <그림 2>와 같다.

 

 

두 기업의 문화적 차이는 국적, 지정학적 차이보다 M&A 성과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는 상당히 진행돼 왔으며 주로 통합기업을 중심으로 한 새 기업문화 창조, 소통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③ 인수기업에 대한 깊은 연구가 없어 세밀한 통합전략을 세우지 못한 경우

 

세 번째는 통합전략의 총체적 부실에 기인한 경우다. 실증연구와 사례를 통해 밝혀진 중요한 사실 중 하나는통합전략을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이다. 물론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만병통치약 같은 전략은 존재하지 않으며 이를 사전에 전부 마련한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인수 후 한동안의 어수선함을 최소화하고 부지불식간에 찾아오는 총체적인 방향성 상실의 기간을 단축하려면 타깃기업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이에 부합하는 통합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치밀한 통합계획을 통해 고객과 주주의 기대에 부응하고, 임직원의 충격과 이탈을 막고, 향후 기업이 나아갈 바를 제시하며, 복잡한 통합절차를 단순화해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세밀한 통합전략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그 방법과 실천에는 상당한 괴리감을 보이고 있다. 인수합병이 빈번한 미국의 경우에도 시스코, GE캐피털, 존슨앤존슨 등의 기업을 제외하면 표준화된 통합전략 매뉴얼을 마련한 곳은 많지 않다.

 

 

통합전략의 부재는 인수합병을 추진해 왔던 국내 기업에도 치명적인 약점으로 지적돼왔다. 인수회사의 직원을 파견해 일방적으로 통합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잡음을 일으킨 기업들이 적지않다. 좋은 매물기업을 인수하고도 시너지를 창출하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승자의 저주는 인수 경쟁에 따른 과도한 지불비용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인수 후 시너지 창출의 판단착오에서도 기인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세밀한 인수가격 산정을 넘어선 비계량지표까지 고려한 심도 있는 통합전략은 승자의 저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④ 속도 조절이나 통합 수준 등 실행방식을 잘못 설정한 경우

 

통합전략을 실행하는 방식의 문제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는 주로 통합전략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통합의 수준이나 통합속도가 부적절한 경우와 관련이 깊다. PMI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도 있다. 통합의 수준이란 피인수 기업의 주체(Identity)를 어느 정도 유지·보존, 혹은 흡수·제거하느냐를 결정하는 문제에 해당한다.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은 여러 각도에서 분명히 다른 회사다. 전략적으로 피인수 기업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통합정책을 통해 인수 기업으로 흡수시키는 문화적 변용(Acculturation) 절차를 거친다. 통합되지 않고 두 회사가 인수 후에도 독립적으로 남아 있다면 장기적으로 중복된 자원을 제거하고 가용자원을 활용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통합속도(Integration Speed)란 통합계획을 완수하는 데 소요된 시간의 길고 짧음, 혹은 통합완결을 목표로 설정한 시간을 뜻한다. 흔히 인수 후 6개월, 12개월, 18개월, 24개월 통합을 목표로 내세운다. 일부 연구에서는 첫 100일 내 신속한 통합 여부로 인수 성과를 가늠하기도 한다. 하지만 성급한 통합 추진이 조직 갈등과 직원 불만의 주요 원인으로 통합을 오히려 그르치는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과거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수-피인수 기업이 서로 관련 산업에 있는 경우(목표시장이나 시장에서의 위치가 유사한 경우) 통합속도가 인수합병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기업 간 내부적 연관성(전략적 방향성, 실적 수준, 관리 방식) 등이 약한 경우 통합 속도를 높일수록 역효과가 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통합전략을 적절한 수준과 속도로 안배해 어떻게 실행에 옮기는가는 인수-피인수 기업 간 사업적 연관성, 전략적 목표, 실적, 매출 규모 등에 따라 해당 기업이 잘 판단해야 한다. 훌륭한 통합전략을 수립해 놓고도 그 수준과 속도조절에 실패해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매우 많은데 이는 기술집약적 기업의 성공적 결합에 큰 걸림돌이 된다. 국내에서는 한화, 두산, 과거 STX 등 정확한 속도조절로 성과를 거둔 사례가 있다.

 

 

⑤ 통합리더십이 부재한 경우

 

인수 기업의 리더가 통합작업을 본격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중복 자원의 과감한 정리를 통한 조직 전체 자원의 재배치를 추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피인수 기업 가치의 상실을 최소화해야 한다. 따라서 리더가 어떤 방식으로 통합작업을 진두지휘해 나가느냐 역시 인수합병의 성과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PMI 과정에서 리더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로 모든 것을 스스로 진두지휘하려다 보니 보고 체계가 명확하지 않고 소통창구가 한정된 경우가 많았다. 또 인수 후 일시적인 생산성이나 매출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Transition period를 간과한 최고경영진의 조급증도 주요 실책으로 지목됐다.

 

리더의 협상력 부재도 국내외 사례를 통해 자주 거론되는 문제점이다. M&A 후 겪게 되는 극심한 노사분규나 파업사태는 큰 그림에서의 협상력 부재에 기인한다. 합병조직의 구성원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거나 비전을 공유하지 못하는 것 역시 리더십의 부재와 연관성이 깊다. 피드백과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의사소통이 간과될 경우 피인수 기업의 직원들로부터 마음을 얻을 수 없다.

 

리더십 부재에 따른 통합작업의 어려움은 국내에서도 많이 발생했다. 특히 금융권 인수합병의 경우 노조의 고용 및 처우 관련 의견 충돌, 구조조정을 둘러싼 갈등, 전산 및 인프라 통합 과정에서의 혼란 등 다양한 문제가 나타났는데 이 과정에서 효과적으로 갈등을 조율할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사례가 많다. 금융권의 인수합병은 조직 간 영업 및 사업구조가 비슷해 자원의 중복 정도가 높은 특성이 있다. 그런 반면 회사의 색깔은 너무도 달라 통합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리더십이 다른 인수합병보다 크게 부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리더십 전문가들은 리더십의 부재를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소통 능력의 부재로 보고 있다. 인수 후 새로운 상황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수단은 소통밖에 없으며, 이를 성공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곧 PMI에서의 리더십이다. 인수 후 통상적으로 전개되는 갈등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인수-피인수 기업이 공용으로 쓸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통일된 소통 수단을 가질 필요가 있다. SK그룹이 하이닉스를 성공적으로 인수할 수 있었던 것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기업 통합을 일일이 챙긴 스킨십 경영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그만큼 PMI에 미치는 리더십의 역할이 크다.

 

지금까지 국내 M&A 사례에서 흔히 관찰할 수 있는 PMI의 실패 원인을 살펴봤다. 통합의 일반적인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인수경험을 쌓는 것만큼 훌륭한 처방은 없다. 이는 이미 많은 선행연구에서도 밝혀진 사실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국내 기업에는 이런 인수경험이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경험이 풍부한 외부 전문가들이나 내부 경험자, 협력사들의 전문지식을 충분히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세밀한 통합전략을 준비하거나 합리적인 통합 로드맵 등 기술적인 문제들은 이를 통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기업들에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문화적 융합을 이뤄낼 수 있는 역량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이다. 폐쇄적인 조직문화, 미숙한 소통스킬, 아직도 남아 있는 학연·지연·순혈주의는 PMI의 최대 걸림돌이다. 우리들이 안고 있는 이 같은 경험상의 한계, 구조적인 문제점을 극복하는 것이 바로 한국형 PMI 전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형 PMI 전략의 핵심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살펴본 사례를 토대로 국내 기업이 PMI 전략을 수립하는 데 핵심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은 다음과 같다. 먼저 통합전략을 수행하는 데 주도권을 쥐고 프로젝트를 이끌 수 있는 확고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국내 기업의 성공 사례를 살펴보면 결국 추진 기업의 탁월한 리더십의 결과가 크게 작용했다. 오너 체제인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를 고려하면 실무자들은 M&A와 같은 사운을 건 사안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룹 총수를 중심으로 한 리더십의 역할이 외국 기업보다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M&A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두산그룹과 한화그룹을 봐도 리더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두산그룹이 PMI에서 보여준 리더십은 명확한 비전 설정과 포용의 리더십이었다. 특히 밥캣을 인수할 때는 기계산업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 및 핵심 기술력 확보라는 명확한 비전을 정했다. 그리고 중대형 건설장비에 역량이 있는 두산과 소형 건설기계에 강점이 있는 밥캣의 시너지 효과 달성을 통합의 목표로 세웠다. 이런 야심 찬 비전과 합리적인 목표는 새로운 리더를 맞게 된 밥캣의 저항을 줄이고 불안과 리더십의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을 줬다. 리더의 결단으로 현지인들을 대거 중용하며, 임직원 교류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한 것도 서로 다른 조직문화를 화합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두산그룹 특유의 PMI 리더십은 그룹의 인수 노하우를 만들며 연이은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치는 데 큰 힘이 됐다.

 

한화그룹 역시 M&A와 함께 성장했다. 한화그룹은 1982년 한양화학 인수를 시작으로 국내 대표적인 화학업체로 출발했다. 이후 금융, 호텔, 석유화학, 유통, 태양광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M&A를 하면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M&A를 통해 성장하면서도 인수 후 별다른 잡음 없이 피인수 기업과의 통합을 이뤄내고 적자기업을 정상화시키는 등 상당한 능력을 보여줬다. ‘선택과 집중’ ‘신용과 의리라는 경영진의 철학이 인수 기업 통합 과정에서 잘 적용된 덕분이다. 한화는 시장성이 있거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산업을 꾸준히 발굴했고, 일단 산업이 선택되면 경쟁력이 있는 기업을 면밀히 검토하며 시장에 진출했다. 이는 주도면밀한 리더십의 결과다. 인수 후에는 필요한 경우 독립 경영, 고용 승계, 기존 인력 유임 등 과감한 결단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는 리더가 아니면 내릴 수 없는 과감한 결정들이다. 리더십의 역할은 한화의 큐셀 인수 건에서도 잘 드러난다. 2012년 독일의 태양광 업체인 큐셀을 인수한 후에 업황부진으로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서두르거나 초조해하지 않았다. 포용과 화합으로 직원들을 독려하고 강한 신뢰감을 주면서 한국-독일 직원 간의 화학적 결합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현재 큐셀은 세계 1위의 태양광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성공적 통합은 결국 한화 경영진과 리더의 믿음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며 리더십이 통합의 중심임을 잘 보여준 사례다.

 

국내 M&A 리더십 성공 사례는 해외의 연구결과가 주는 시사점과도 일치한다. M&A를 연구한 학자들은 통합에 관한 리더십의 핵심으로 소통 역량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리더들이 PMI에서 필요한 소통능력을 함양하기 위해 지켜야 할 6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각종 현안과 이슈는 시의 적절하게 공개해 모든 직원들이 정보로부터 소외되지 않게 해야 한다. 둘째, 정보는 지엽적이 아닌 광범위하게 공개해야 하며, 반드시 사실에 근거한 내용이어야 한다. 셋째, 공개된 정보는 사내 뉴스레터나 메모를 통해 반복적으로 게재되도록 조치해야 한다. 넷째, 정보공개를 통해 직원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조직의 변화, 구조조정의 근거와 필요성 등을 직원들과 소통하면서 정당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여섯째, 사내 공식적인 소통 프로그램을 만들어 직원들과 리더가 직접 소통해야 한다. 통합 역량의 근본은 경쟁해서 이기는 것이나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공유하고 화합하는 소통의 리더십임을 인지해야 한다.

 

소통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PMI 전략 수립과 실행에 더 공을 들이는 것이다. M&A의 목적이 통합 후 가치 창출에 있는 만큼 인수 후 급하게 PMI 전략을 구체화하기보다는 실사 단계부터 PMI의 방향을 명확히 잡아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PMI를 인수 후 통합이 아닌 인수 전 통합(Pre-merger integration)이라고 명명하기도 한다. 실행력 있는 계획을 미리 세울 경우 직원들을 안정시키고 조직을 정상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사전에 PMI 전담팀을 구성해 실사작업과 함께 인수-피인수 간 문화적 차이, 조직운영 체계, 전략적 방향성 등에 대해 세밀하게 분석하고 적합한 실행 로드맵을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 2)

 

 

이를 통해 단순히 경영진에 의해 주어진 통합전략을 기계적으로 따르기보다 실행 가능한 방향으로 전략을 구체화시킬 수 있다. 피인수 기업의 역량과 시스템이 우수하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피인수 기업을 통합의 중심으로 삼을 수도 있어야 한다.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는 M&A 추진 초기부터 통합전략을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잠재 인수회사의 시장가치 등 실사단계에서 문화적 실사도 빼놓지 않는다. 기업 내 보상제도, 보고체계, 인사방식 등이 얼마나 다른지 등을 감안해 일찌감치 통합계획을 짠다. 이 회사의 경영진은인수 시작 전에 이미 모든 통합계획을 완료하라. 실제 통합과정이 시작되면 새로 의사결정을 내릴 어떤 사안도 없다라고 할 만큼 사전 통합계획 수립에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인수 후 최고의 경영진을 구성하고 시너지를 창출하는 기간이 다른 기업에 비해 월등히 빨리 속도감 있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에도 통합계획 수립에 귀감이 될 만한 기업이 많다. LG생활건강은 최근 10년 동안 코카콜라음료, 더페이스샵, 한국음료, 긴자스테파니 등 12건의 M&A를 체계적으로 단행해 20배가 넘는 주가 상승을 이뤄냈고 글로벌 브랜드파워를 획득했다. LG생활건강에는 PMI의 몇 가지 원칙이 있다. 먼저 자사의 역량과 상호보완이 가능한 기업을 대상으로 인수 후 5년 이내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만 적극적으로 매수했다. 이런 조건에 부합하지 않으면 주저 없이 인수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런 원칙은 인수 후보군을 선별적으로 압축하는 데 도움을 줬다. 또 피인수 회사들의 내부적 문제점, 문화적 실사를 포함한 사전 PMI 전략이 수립을 용이하게 했다. 이를 통해 통합을 빨리 진행하고 인적자원의 화합을 이뤄 사업을 조기에 정상화시킬 수 있었다. 통합 핵심 과제의 대부분이 인수 후 석 달 이내에 완결하는 원동력이 됐다.

 

 

두산주류를 인수한 롯데주류 역시 PMI 전략수립의 교과서적인 사례다. 250억여 원의 적자기업인 두산주류가 인수된 지 3년 만에 650억 원의 흑자영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것도 체계적인 통합전략의 결과였다. 사실 표준화된 소주시장에서 차별화를 꾀하기란 쉽지 않았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두산주류 임직원 역시 새로운 조직으로 편입되는 것에 큰 기대감이 없었으며 변화를 모색하려는 의욕이나 활기보다는 사기 저하와 저항감이 팽배했다. 그래서 롯데주류는 물리적, 외향적 변화보다는 분위기 쇄신을 통한 인적 결합에 초점을 두고 3단계에 걸친 통합전략을 수립했다. 인수 후 첫 6개월간은관망기였다. 롯데주류와 두산주류 간 이질적인 기업문화를 이해하고 비전을 공유하는 시간으로 삼았다. 이후 6개월은피동적 수용기였다. 공식적이고 정기적인 토론과 인재양성 프로그램, 인사제도 변경을 통해 구성원들의 비전과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마지막적극적 수용기에는 직원 개개인의 목표와 비전을 회사와 부합시킬 수 있도록 적극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이처럼 롯데주류는 인적자원의 통합이라는 커다란 목표 아래 양사 간 차이점을 분석하고 이에 맞춰 순차적인 단계별 전략을 실행함으로써 PMI에 성공했다. 각 단계별 통합전략에서는 이해, 애정, 화합에 주안점을 두고 맞춤형 교육과 멘토링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따라오게 하는 통합이 아닌 참여하는 통합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앞서 언급한 성공적인 국내 통합 전략들의 모델들을 보면 실증연구에서 제안하고 있는 방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관련 연구들에 따르면 이상적인 전략은 통합단계에 진입할 때부터 부서별, 기능별 통합안을 따로 만들고 나름의 순서와 절차를 정하도록 하고 있다. 대개 업무통합과 인적통합의 큰 축으로 분류해 진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업무통합은 회사의 일상적 운영과 직결되므로 재무회계 규정, 재고관리, 조달계획, 판매계획, 주문처리 등 기능 중심의 통합은 12∼18개월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속도감 있게 진행하도록 추천하고 있다. 인적통합은 국내 사례에서 언급된 것처럼 비전 공유, 전략적 목표설정 등이 선행된 후에야 이뤄질 수 있으므로 단기간에 추진되기 어려운 사안이다. 따라서 업무통합처럼 물리적으로 통합이 가능한 부분과 전략통합처럼 시일을 두고 추진해야 할 부분으로 나눠 추진하기를 권한다. 이를 위해선 피인수 기업의 역량과 특성을 사전에 학습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업무통합전략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경우 탄생 기업의 운영적 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으나 직원들의 만족도는 떨어질 수 있다. 인적통합전략에만 치중할 경우 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통합의 성격에 따라 업무통합과 인적통합의 균형을 어디에 맞출 것인지 고려해 전략을 구성해야 한다. (그림 3)

 

 

M&A는 목적(예를 들면 운영적 효율 vs. 성장동력 확보), 종류(흡수합병 vs. 신설합병 또는 주식인수), 성격(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추구 vs. 기존 모델의 개선), 통합범위(모든 사업부 vs. 일부사업부) 등 처한 상황을 고려해 속도와 수준을 달리해야 효과도 크다. 흡수합병일 경우 빠르고 광범위한 통합을, 성장을 모색하기 위한 M&A일 경우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상대 회사의 역량과 아이디어를 흡수하고 수렴하는 과정이 바람직하다. 실행방식을 결정하기에 앞서 인수-피인수 기업 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은 먼저 양사 임원진으로 구성된 경영관리팀을 구성하고 각 회사의 기능 부서와 소통프로그램을 만든 후 인수-피인수 기업의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가 무엇인지를 규명해야 한다.

 

국내 기업들은 인수합병을 성공적으로 관리하고 피인수 기업으로부터 지식을 습득하는 노하우, 이른바 통합역량을 기업 핵심 역량의 하나로 인식한다. M&A 후 관리 역량을 다른 기업이 모방하기 힘든 암묵적 지식자원으로 승화시켜 경쟁력 제고에 기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PMI 전략을 상시 전사 차원에서 준비하고 학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중관관리자들을 대상으로 M&A PMI 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이 같은 인식의 변화로 볼 수 있다. 그러나 M&A라는 거대한 화학적 결합을 기능적으로 접근하려는 것 못지않게 관련 경험과 노하우를 직접 체험하는 것도 중요하다. 통합과정을 통해 인수 기업의 지식과 경험을 습득해 내재화해야 다른 기업보다 앞서갈 수 있다. 따라서 전 직원이 다른 기업으로부터 지식을 배우고, 경험을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전사 차원의 학습역량을 키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관해 북유럽 강소기업들의 국제 M&A 활동을 대상으로 한 최근 연구가 흥미롭다. 이들 기업은 성공적인 통합과정을 통해 지식, 경험, 기술을 흡수하는 것을 인수합병의 성패요소로 삼았고 실제로 이는 이 나라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성공적 통합에 대해 그동안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통념들이 많이 바뀌고 있다. 인수 기업의 규모가 작은 경우, 비관련 산업보다 관련 산업군 내의 기업을 인수했을 때 통합작업이 훨씬 수월하게 진행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연구결과다. 그러나 최근 인수-피인수 기업 간 국적, 문화적 차이가 지식습득을 위한 통합작업에 장애요소가 되지 않고 오히려 창의력과 전달지식의 깊이와 범위를 확대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실증연구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또 통합의 강도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통합의 결과가 좋지 않은 것이 아니며, 인수 기업으로부터 지식을 습득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것도 아니란 연구도 많다. 흥미로운 것은 인수 기업과의 원활한 의사소통 방식을 찾아내기 위해 반드시 조직을 수평적 위계조직으로 디자인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해당 기업의 문화적 거리와 특성에 맞게 수직적 위계조직으로도 얼마든지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오히려 인수-피인수 기업 간 꾸준한 팀 작업이나 Interunit Communication을 늘여나가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결국 M&A 핵심은 환경적 요소가 아니라 어느 누구와도 결합하고, 또 소통해서 배울 수 있는 통합 역량인 것이다.

 

북유럽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는 국내 기업들이 PMI 역량을 키우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시사점을 제공한다. 국내 기업들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했으며 이제 합종연횡하지 않고는 살아남기 힘든 구조에 와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무조건 기업 간 결합을 생각하기보다 지식의 흡수, 통합, 소통능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결론

 

지금까지 국내 대기업의 주요 사례를 통해 통합전략 과정에서 주로 발생하는 문제점을 살펴보고, 외국 사례 및 기존 실증연구들과 비교해봤다. 이를 통해 국내 기업이 PMI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의 근본 원인을 크게 다섯 가지로 구분했다. 이 요소들은 이미 해외 문헌연구에서도 자주 지목된 PMI의 실패 원인이다. 국내 주요 사례와 비교해 보더라도 국내와 외국의 사례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문화적, 인력자원의 통합실패를 집중적으로 다뤄 온 해외 연구에 비해 국내 주요 사례의 경우 통합 실패의 원인이 비교적 다양하다는 점과 유사한 시행착오들이 반복적으로 발견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은 향후 PMI를 하는 데 있어 앞서 언급한 다섯 가지를 개선하고 우리에게 특히 강점이 있는 리더십 경영을 강화해야 한다. 또 활발한 소통을 통해 조직 간, 부서 간 장벽을 없애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국적을 불문한 피인수 기업과 소통에 더욱 노력한다면 앞으로 내수시장을 극복하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좀 더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필자는 미국 뉴욕대(NYU)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LSE)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각각 받았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유치, 해외직접투자실무 및 IR, 정책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국내외 학술저널 등에 기술벤처, 해외진출전략, 전략적 제휴, PMI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 류주한 류주한 |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 유치, 해외 직접투자 실무 및 IR, 정책 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했으며 국내외 학술 저널 등에 기술 벤처, 해외 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비시장 전략, PMI, 그린 공급망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jhryoo@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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