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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M&A 전략 7계명

오너가 길게 보고 계획적 딜을 하되 시너지 큰 기대 말고 독자적 판단하라

유원식 | 183호 (2015년 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한국형 M&A 전략 7계명

① 오너가 주도해라

② 길게 봐라

③ 계획적(Programmatic) 딜을 해라

④ 시너지 효과에 지나치게 기대하지 마라

⑤ 믿고 맡길 세 명을 확보해라

⑥ 신사업 진출을 위한 해외 기업 인수는 신중하게 하라

⑦ 남들 따라서 M&A 하지 마라

 

섣불리 인수합병(M&A)을 시도했다승자의 저주에 빠진 기업들이 많다. 일순간에 기업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M&A의 달콤한 유혹 뒤에는 거대 기업마저도 한순간에 몰락의 길로 내모는 치명적인 독이 숨어 있다. 특히 M&A의 역사가 오래 된 서구 기업과 달리 국내 기업들은 M&A의 필요성을 인지하면서도 정작 이에 관한 제반 지식이 깊지 않아 일을 그르칠 때가 많다. 국내의 기업 문화와 지배구조가 서구와 다르기 때문에 해외 사례와 전략이 무조건 국내 상황에 적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국내 문화 및 제반 상황을 고려한 전략과 실행 계획이 필요하다. 성공적인 한국형 M&A를 위한 일곱 개 과제를 제언한다.

 

오너가 주도하라

 

M&A 입찰을 두고 경쟁하는 두 기업이 있다. A 기업은 최고경영자(CEO)와 임직원들이 투자은행(IB) 관계자 및 자문단과 함께 피인수기업의 가치를 산정하고 입찰가격의 상한선을 정한다. B 기업에는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있다. “무조건 사라라는 오너의 지시다. 이렇게 되면 입찰 가격의 상한선은 없다. 둘 중 어떤 기업이 승리할지는 묻지 않아도 뻔하다.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하겠지만 최근 일어난 많은 M&A에서 필자가 빈번하게 목격한 일이다. 오너가 나서서 높은 가격이라도 밀어붙여 사라는 의미가 절대 아니다. 무조건 사는식의 M&A가 과도하게 높은 입찰가격으로 이어져승자의 저주에 빠질 위험도 있다. 하지만 괜찮은 매물이 나오면 수많은 대기업과 PE들이 몰려드는 한국 M&A시장에서 오너가 나서서 강력하게 드라이브하지 않으면 애초부터 실패할 확률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즉 오너 본인이 죽기 살기로 이 거래를 밀어붙여야겠다는 확신이 없거나 실무진이 오너로부터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얻지 못했다면 애초부터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는 것이 낫다. 전문경영인이 불확실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인수 작업을 주도한다는 것은 한국 경영 현실에서 아직까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오너가사라는 지시를 내리기까지 해당 기업에 대해 얼마나 철저하게 분석했는지, 또 기업가정신에 의거해 해당 기업 인수에 대한 확신을 얼마나 강하게 가졌느냐 하는 문제다. 이에 대한 좋은 예가 CJ그룹의 대한통운 인수다.

 

2011 8월 말, 대한통운 인수를 위한 본입찰 제안서 접수가 마감되는 날이었다. 매각 주간사인 노무라증권에는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 CJ그룹, 롯데그룹 관계자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들은 바로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은 채 오후 5시인 마감시간까지 최대한 기다리며 상대방의 의중을 파악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마감 5분여를 남겨놓고 롯데그룹이 입찰 포기를 발표하자마자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과 CJ그룹이 인수 제안서를 제출했다. 당시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은 승리를 확신했다. 사실 기업 규모로 보면 포스코-삼성은 CJ를 압도했다. “삼성이 있는 포스코 컨소시엄이 상당히 높은 가격을 써냈다는 말도 많았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하루 뒤 노무라증권이 발표한 인수자는 CJ그룹이었다.

 

 

채권단이 대한통운 매각 공고를 냈을 때 증권업계에서는 대한통운의 적정 인수가격을 주당 15만 원대로 평가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는다 해도 주당 17만 원 정도로 보는 사람이 많았다. 입찰 제안서에서 포스코 컨소시엄이 제시한 가격은 주당 19만 원대였다. 포스코로서는 파격적인 금액이었다. 그런데 CJ그룹은 무려 21만 원대를 썼다.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이런 이야기가 나돈다. CJ그룹 직원들은 봉인된 여러 개의 봉투를 들고 노무라증권에 들어갔다. 봉투 앞면에는 각각 ‘A’ ‘B’ ‘C’라는 영문 이니셜만 쓰여 있었고 내용물은 최고경영진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몰랐다. 마감 직전 직원들은 CJ 본사로부터 “C를 제출하시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훗날 알려진 바에 따르면 C봉투에 가장 높은 가격이 담겨 있었고, 어떤 서류를 제출할지를 최종 결정한 이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었다.

 

CJ그룹과 포스코의 주당 인수가격 차이는 약 2만 원이었다. 얼핏 보면 2만 원은 큰 차이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다. 오너가 없는 전문경영인이 운영하는 포스코는 삼성이라는 든든한 우군을 끌어들였음에도 불구하고 2만 원 때문에 대한통운이라는 알짜 매물을 놓쳤다. 즉 오너는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보인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해당 기업을 갖겠다는 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언제라도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는 전문경영인으로서는 이런 과감한 결단을 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올해 6월 국내 벌크선(곡물·석탄 운송선) 부문 1위 해운사인 팬오션 인수를 최종 확정한 하림의 김홍국 회장은 이번 인수를 놓고 주위에서닭고기 업체가 해운사를 왜 사들이려고 하느냐는 질문을 수없이 들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세계 해운업이 극심한 불황에 빠져 있는 것이 오히려 기회라고 주장한다. 장기적으로는 해운업 경기가 반등할 가능성이 크고, 현재 업황이 나빠 팬오션 인수가격이 비싸지 않은 만큼 이것이 바로 인수 적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김 회장은 세계 경제가 아직 금융위기의 파고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2011년 미국 닭고기 가공업체 알렌푸드를 사들인 뒤 1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켜 짭짤한 이익을 남긴 경험이 있다.

 

M&A에 있어서 오너의 확신과 리더십은 인수전에서의 성공뿐 아니라 인수 후 통합 및 피인수 기업의 성장 과정에 있어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오너의 확신 및 열정이 있어야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 임직원 모두 단기 성과보다는 중장기적 성과와 시너지를 목표로 일할 수 있다. 오너의 리더십은 특히 M&A에서 가장 중요한 피인수 기업 직원들의 사기 진작 및 두 기업의 조직문화 통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길게 봐라

 

미국과 유럽 등 서구 기업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기업의 가장 큰 차이는 주주 중심 경영 여부이다. 주주 중심 경영을 하는 서구 기업은 단기 성과와 배당을 중요시하는 반면 오너 체제인 아시아 기업은 장기 성과 및 외형 확대에 많은 비중을 둔다. 한국형 M&A의 경우 장기 성과가 중요하기 때문에 더욱 성과를 길게 보고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 방식은 모두 각각 장단점이 뚜렷하기 때문에 어떤 형태가 더 우위인지 구분하는 일은 쉽지 않다. 다만 M&A 관점에서 보면 피인수 기업의 단기 성과에 연연하기보다는 긴 호흡을 가지고 인내하고 기다려야 본질의 가치를 평가하는 일이 용이하다는 점을 말해두고 싶다. 특히 경기 사이클이 뚜렷한 산업은 해당 산업의 침체기(downturn)가 예상된다 해도 그 시기가 지나면 장기적으로는 활황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을 고려해 해당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가 훌륭하다고 판단되면 현재 해당 산업의 상황과 관계없이 인수를 추진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두산인프라코어의 밥캣 인수를 들 수 있다. 두산은 2007년 무려 49억 달러( 57330억 원)라는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밥캣을 인수했다. 그간 한국 기업이 미국 기업을 인수한 적이 거의 없었던데다 두산이 인수자금의 대부분을 차입매수(LBO)로 조달했기에 우려의 시선이 컸다. 아니나 다를까 인수 1년 만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2008∼2010 3년 동안 밥캣의 누적적자는 2조 원을 넘어섰다. 잘못된 M&A가 아니냐는 그룹 안팎의 비난이 세졌다. 하지만 이후 미국 경기가 조금씩 풀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밥캣은 2010 3분기부터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이후 실적도 순항하고 있다. 현재 밥캣의 매출은 두산인프라코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SK그룹의 하이닉스 반도체 인수도 빼놓을 수 없다. 2000년대 초중반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 상황이 나쁠 때 하이닉스는 한때 상장폐지 위기에까지 몰렸다. 이후에도 흑자보다 적자를 낼 때가 더 많았다. 하지만 2011 SK그룹에 인수된 후 하이닉스는 완전히 다른 회사로 변신했다. 당시 정유, 통신이 중심인 SK그룹이 적자 상태의 반도체 회사를 인수한다는 것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SK하이닉스로 재탄생한 이 회사는 2014년 무려 5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SK그룹 내에서 대표적인 효자 계열사가 됐다. 인수 후 SK가 대규모 시설자금을 쏟아붓고 연구개발 투자도 대폭 늘린 덕이 컸다. 즉 오너의 과감한 인수 결단과 투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반도체의 업황 사이클이 좋았던 것도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 일본, 대만 등의 업체를 중심으로 업계에서 치열한 치킨게임이 벌어지면서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업체 간 합병(Consolidation)이 이어졌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2개만 남은 상태로 시장이 달라진 것도 한몫을 했다.

 

다만 이런 장기 성과를 향유하려면우리 회사가 A 기업을 인수한 후에 최악의 상황이 닥쳐도 과연 이를 감내할 수 있느냐에 대한 철저한 사전 분석이 필요하다. 특히 외부 충격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항상 만들어놓고 이에 대한 대비를 마친 후 인수전에 뛰어들어야 한다.

 

계획적 딜을 해라

 

맥킨지가 1999년부터 2012년까지 이뤄진 세계 M&A 1000(은행업종 제외)을 분석한 결과, M&A 유형을 크게 계획적(Programmatic), 전술적(Tactical), 선택적(Selective), 대형(Large), 유기적(Organic) 등으로 나눌 수 있었다. (그림 1) 계획적 M&A는 중형 M&A를 빈번하게 하며 M&A 후 시가총액이 상당히 많이(10∼25% 정도) 증가하는 거래를 말한다. 전술적 M&A는 많은 M&A를 하지만 대부분 소형 거래여서 M&A 후 시가총액이 그다지 많이 증가하지 않는(5∼15% 정도) 거래를 뜻한다. 선택적 M&A는 아주 드물게 M&A가 일어나는 경우를 말하며, 대형 M&A는 단 1건의 거래로 시가총액 30% 이상의 변화가 일어나 기업의 체질 자체가 달라지는 거래를 의미한다.

 

 

5가지 유형의 M&A는 주주가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CPAT, 딜로직, TPSI M&A로 인한 초과 TRS(Total Returns to Shareholders, 주가 상승이나 배당 수익 등으로 주주가 벌어들인 총수익)를 분석한 결과, 계획적 M&A 2.2, 전술적 M&A 2.0, 선택적 M&A 0.5, 대형 M&A -0.9였다. 계획적 M&A를 한 기업들의 기업가치 상승이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는 의미다. 어떤 유형의 M&A가 더 높은 기업 가치 상승을 가져오느냐 하는 것은 업종마다 조금씩 다르다. 계획적 M&A로 인한 초과 TRS 변화가 가장 큰 업종은 통신(4.5), 소재(4.5), 임의 소비재(4.2) 등이었다. 하이테크(-1.2), 보험(0.1), 제조 및 산업(0.7) 등은 M&A 효과가 크지 않았다.

( 1) 반면 중후장대 기업이 많은 제조 및 산업 분야에서는 선택적(Selective) M&A로 인한 초과 TRS 4.8였다. 의약업계 또한 선택적(Selective) M&A로 인한 초과 TRS 6.4에 달했다.

 

 

이 결과는 국내 기업에도 의미 있는 시사점을 준다. 즉 해당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인수할 만한 매력적인 기업이 많은 업종이라면 M&A를 통해 시가총액과 기업의 덩치를 불리고 이를 바탕으로 더 많은 투자를 단행해 해당 업종을 장악하는 계획적 M&A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또 계획적 M&A가 좋다고 해서 우리 기업이 속한 업종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무작정 이를 좇아서는 안 된다는 뜻도 된다.

 

시너지 효과에 지나치게 기대하지 마라

 

M&A를 거론할 때 항상 등장하는 단어가 시너지(synergy). 인수기업들은 많은 경우 시너지를 기대하며 피인수 기업의 독립적인 가치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회사를 인수를 하기도 한다. 특히 국내 M&A에 있어서 인수 전후로시너지를 기대한다라는 전략이 유독 많이 발표되기도 한다. 그런데 실제 두 기업이 합쳐져서 시너지를 내는 일은 쉽지 않다. 그 시너지가 확보되기 위해서는 두 기업의 화학적인 결합이 중요한데 국내 기업에서는 임직원들이 M&A를 기업가치 증진의 일상적인 수단이 아닌 감정적인 문제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아 화학적으로 섞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시너지가 발생하는 인력 구조조정이나 공급업체 통폐합 등 비효율의 제거가 노조, 중소기업 및 관련 사회단체 반발, 정부 규정 등의 이슈로 제대로 실행되기가 쉽지 않은 영향도 크다. 따라서 애초에 인수 가격을 설정할 때도 시너지에 대한 지나친 기대보다는 현실 가능한 이익 실현을 고려해 가격을 정해야 한다.

 

대형 합병이 많았던 국내 은행 업계의 M&A는 기대만큼의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 규모가 중요한 은행산업에서 M&A를 통해 몸집을 키움으로써 경쟁력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은행들은 인접한 다른 은행 점포를 폐쇄하고 수천 명의 직원을 내보내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해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도 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편 가르기, 파벌 싸움, IT 시스템의 충돌 등 합병 과정에서 수많은 문제들이 발생하며 기대했던 만큼의 시너지가 당장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합병으로 인한 유·무형의 추가 비용이 지불되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많은 인수 기업들은 피인수 기업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종종 기존 경영진을 유임시킨다. 유임된 임원들이 조직과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동요하는 직원들을 진정시킬 수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례에서 이들이 과도한 보상 및 보너스를 요구하고, 어차피 나갈 건데 좋은 게 좋다라는 처신으로 M&A의 본질을 흐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문제에서는 좀 더 치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서로 다른 기업이 만나 시너지를 창출하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 또 성공한 M&A도 피인수 기업의 펀더멘털이 튼튼하고 해당 기업 자체가 잘 성장해서 효과를 봤을 뿐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이 잘 어우러져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믿고 맡길 세 명을 확보해라

 

하림의 김홍국 회장은 성공적인 M&A의 전제 조건으로비쩍 마른 소이론을 주창한다. 골격과 기본은 튼튼한데 잘 먹지 못해 마른 소는 잘 먹이고 운동을 시키면 3∼4개월만 돌봐도 금방 큰 소로 변하지만 앳된 송아지를 큰 소로 키우려면 최소 3년 이상이 족히 걸린다는 것이다. 일종의저평가 우량 기업을 판별하는 그만의 기준이 바로골격은 있지만 살집 없이 마른 소라는 뜻이다. 그런데 김 회장의 말을 뒤집어보면 비쩍 마른 소를 잘 고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먹이고 돌보는 것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의미가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비쩍 마른 피인수 기업을 우량 기업으로 탈바꿈 시킬 수 있을까. 믿고 맡길 사람 세 명만 확보하면 끝이다. 해당 기업이 나아갈 방향성을 설계하고 투자를 주도할 최고경영자(CEO), 빈틈없이 재무 문제를 관장할 최고재무책임자(CFO), 사람 관리를 도맡을 최고인사책임자(CHRO)가 그 세 명이다.

 

너무도 당연해 보이지만 실제 이를 제대로 실행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 인수 기업은 피인수 기업을 탈바꿈시킬 생각에 새로운 사람이나 외부 출신 인사에 대해 욕심을 부리게 되기 때문이다. 인수 기업 오너는 피인수 기업의 조직도를 보고이 많은 박스를 어떻게 채울까고민한다. 하지만 골격과 기본이 튼튼한 기업은 훌륭한 세 명으로 충분하다. 오히려 많은 인력을 투입해 들쑤시는 작업은 기업가치를 훼손시킬 가능성이 높다. 인수기업과의 화학적 결합을 위해서는 CEO뿐만 아니라 CFO, CHRO까지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 세 명의 역할과 업무는 다 다르지만 필요한 자질은 똑같다. 즉 자신의 영역에 대한 전문성, 인수 기업의 조직문화 및 기업철학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 조직에 대한 충성심과 임무 완수에 대한 강한 의지(commitment). 오너가 M&A의 시작을 주도하고 이 세 명이 인수 기업의 방향성과 시스템을 정비하면 나머지는 저절로 풀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사업 진출을 위한 해외 기업 인수는 신중하게 하라

 

많은 기업들이 성장을 위해서 M&A를 추진한다. 특히 신사업을 추진할 때는 기회의 문(window of opportunity)이 빨리 닫히기 때문에 단계적 진출보다는 기업 인수를 통해 신사업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 자국 내에 인수할 만한 기업이 없을 때는 해외 기업을 인수하려는 욕구가 강해진다. 하지만 이는 대단히 어려운 과정을 수반한다.

 

필자를 포함한 맥킨지 컨설턴트들이 고객에게 자주 하는 말이한 번에 하나씩만 바꿔라(one at a time)’는 것이다. 신사업을 한다는 것은 대단히 큰 변화다. 해외 기업을 인수한다는 것도 그에 못지않은 큰 변화다.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추진하는 것은 대단히 많은 경험과 실력을 요구한다. 2010년 전후 신재생 에너지 붐이 일었을 때 일부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 기업을 인수해 풍력발전 등의 산업에 진출을 꾀했다 실패한 사례가 이를 말해준다. 따라서 해외 인수합병(M&A)에 생소한 기업이 신사업 진출을 위해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대단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해외 기업이 인수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으며 인수 가격은 어떤 정도가 적정한지 등 M&A의 원칙에 맞춰 더욱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남들 따라서 M&A 하지 마라

 

많은 기업들이 유망하다고 알려진 매물에 관심을 갖고 서로 인수하려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이때유망하다는 단어의 의미는 일반적인 관점에서 인수 대상 기업이 속한 산업의 매력도가 높고, 해당 기업의 펀더멘털이 괜찮다는 뜻이다. 하지만 인수전에서 여러 기업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와중에 적정한 가치평가(valuation)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과도하게 높은 인수가격(overprice)이 매겨지는 일도 흔하다. 성공적인 M&A의 전제 조건은 자사의 특수한 니즈에 맞는 매물을 찾는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남들이 욕심내는 기업이라고 해서 무작정 뛰어들었다가는 손해를 입기 십상이다.

 

M&A는 일반적으로 빠른 성장을 위해 이용된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거나 기존 사업의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M&A를 이용하는 기업이 많다. 하지만 꼭 빠른 성장이 아니라도 M&A는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매우 중요한 경영수단이 된다. 예를 들어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사업의 특정한 빈 곳을 메워주기 위해서(fill the gap) 이용될 수도 있다. 이는 결국 기업가치 상승 및 중장기적인 성장으로 이어진다. 필요한 기술 및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해당 기술과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을 인수하거나 기존 사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하고자 전후방산업의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M&A를 통해 성장한 것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기술 확보를 위한 목적으로 많은 M&A를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제철 및 금융 산업의 기업을 인수해 관련 업계에 진출한 사례도 있다. 이때 현대자동차그룹에 인수된 기업들은 현재 독립적인 성장을 향유하고 있다.

 

 

국내 기업은 아직 M&A 목적이나 효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과거의 몇몇 M&A에서 일부 기업들은 경쟁이라는 분위기에 휩쓸려 높은 가격을 써냈다가 낭패를 겪기도 했다. 단지 남들이 좋다고 해서 그 기업을 사기 위해 눈을 돌리기보다는 내가 M&A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나 자신부터 돌아봐야 한다. 성공적인 M&A에 필요한 단계를 검토하고(그림 2), M&A에 나서기 전에 기업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점검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그림 3)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아야 내게 맞는 기업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그것도 좋은 가격에 말이다.

 

 

 

유원식 맥킨지 파트너 wonsik_yoo@mckinsey.com

유원식 파트너는 서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공공정책학 석사를 취득했다. 맥킨지 합류 이전에는 SBS에서 기자로 활동했고 월드뱅크에서 컨설턴트로 일하기도 했다. 맥킨지에서는 국내 및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 재벌기업을 대상으로 M&A에 대한 조언을 해오고 있다. 성장전략, 신사업 진출, 포트폴리오 전략에 대한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현재 맥킨지 내 기업 전략과 재무 분야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리더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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