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Cracking the Hidden Market

펭귄 몸속의 부동액·연꽃잎의 세정 기능 자연의 기능에서 시장을 창출하다

김종현 | 173호 (2015년 3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혁신

 

미국 GE의 연구진은 연잎 표면의 결정구조에서 영감을 얻어 물방울을 튕겨내는 금속 소재를 개발했다. 이 소재를 비행기 엔진과 날개에 적용하면 겨울에 엔진에 고인 물이 얼어붙어 비행기에 치명적인 손상을 초래하는 사고를 막을 수 있다. 또 중장비의 가스 터빈 안에 고인 물이 오염돼 가동이 중단되는 경우가 줄어들기 때문에 그만큼 중장비의 가동효율이 높아진다. 과학자들은 그저 아름답다고만 생각하고 지나친 연꽃에서 이렇듯 놀라운 자연현상을 발견해냈다.

 

 

편집자주

김종현 성균관대 경영학과 초빙교수가 숨은 신사업을 발굴하는 전략을 소개합니다. 생각을 1%만 바꾸면 죽은 시장은 물론 사양산업에서도 숨은 기회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폐교를 와이너리로 바꿔 50배 성장한 와인코리아, 맥카페로 1년 만에 뛰어난 성장을 보인 맥도날드, 생활맞춤전략으로 12억 명의 무슬림의 마음을 뒤흔든 LG전자의 메카폰 등 풍부한 국내외 비즈니스 성공 사례를 다룹니다. 성장의 돌파구가 될 신사업을 찾는 분들께 유용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자연의 섭리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는다는 것은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현상들의 원리를 응용해 새로운 제품, 나아가 새로운 사업영역을 찾는 것을 말한다. 자연계의 탐구 대상은 생명체인 동식물이며 이러한 대상에서 성분 추출, 원리 모사, 직접 대체 등의 방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자연의 섭리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기 위해서는 자연현상이나 생물이 갖고 있는 우수성을 찾아내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그 현상을 발생시키는 원리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인류가 자연에서 생성된 천연물질을 사람의 힘으로 제조하거나 새로운 현상을 만들어내는 것은 어려울지 모르지만 이미 존재하는 물질이나 원리를 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찾아내는, 즉 자연의 원리에서 가치를 찾는 방법은 새로운 업()의 발견과 그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성분 추출, 원리 모사, 직접 대체의 원리를 잘 적용한 사례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성분 추출

 

먼저 성분 추출은 생명체가 갖고 있는 어떤 특정 성분을 발견하고 추출해 이를 새로운 부가가치를 지닌 제품으로 개발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선진 제약기업이 외래 토착식물을 이용해 엄청난 성공을 거둔 사례 중 중국의 토착 식물인스타아니스(Star Anise)’라는 것이 있다. 이 나무에는팔각이라는 열매가 열리는데 중국요리의 향신료로 주로 사용된다. 이 열매는 한때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신종플루 치료제인타미플루(Tamiflu)’의 주원료로 사용됐다. 다국적 제약업체인 로슈(Roche)는 팔각 열매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이 약을 독점 생산하고 있다.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는 데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해준 사과도 당뇨병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1835년 프랑스 화학자였던 피터슨(Petersen)은 사과나무 껍질에 있는플로리진(Phlorizin)’이라는 성분이 인체의 포도당 배출을 촉진해 혈당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글로벌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러한 플로리진 성분의 약리작용을 응용해 소변으로 포도당이 배출되면서 자연스럽게 혈당을 낮춰주는다파글리플로진(Dapagliflozin)’이라는 신약을 개발했다.

 

이처럼 현재 세계적으로 약효를 인정받고 있는 항암제나 백혈병 치료제, 심장병 약제들도 풀과 열대우림 식물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천연 신약들이다. 이렇게 인류에 의해 발굴된 생명자원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약 350만 종에 달하는 생명자원의 1%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향후 창출 가능한 경제적 부가가치가 엄청날 것으로 추정된다.

 

사람 피부에 닿으면 붉게 부어오르는 옻나무액 역시 뛰어난 방부, 방충성을 지니고 있어 선조들이 대대로 가구 도료로 애용했던 천연재료다. 옻나무액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여러 가지 효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내열성과 절연성이 뛰어나 전자파 차단 및 항공기 등의 기능성 도료 소재로 사용된다. 또 위암과 폐암 억제에 효과적인 항암물질이 옻나무액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그동안 강한 독성으로 인해 도료 외에는 별다른 쓰임새가 없던 옻에서 신물질을 발견해 새로운 가치를 찾은 것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영하의 날씨 속에서 생활하는 극지방 동물을 통해서도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다. 극지방의 추위는 엄청나다. 남극에서는 겨울철에 무려 영하 70도까지 떨어진다. 북극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서도 북극곰, 바다사자, 펭귄 등 극지방의 동물들은 사람처럼 두꺼운 털옷을 입거나 난방기구를 사용하지 않지만 얼어 죽지 않는다. 왜 그럴까? 저마다의 생존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북극곰은 웬만한 바람에도 살갗을 감춰줄 촘촘한 털을 갖고 있고, 바다사자는 추운 물속에서도 체온을 보호해줄 두터운 피부지방을 갖고 있다.

 

펭귄은 자동차엔진이 얼어붙지 말라고 사용하는 부동액처럼 몸 안에 천연 부동액을 갖고 있어 추위를 거뜬히 견딜 수 있다. 체액이 얼지 않게 하는저온자극유도단백질을 만들어 혈액의 어는점을 낮춰주기 때문이다. 이 물질이 극한의 추위에서도 몸이 얼지 않게 도와준다. 이러한 생체물질을 활용하면 극저온 지방에서도 기계 장비를 가동시켜주는 극저온 부동액이나 우주나 심해 등 극한상황에서도 인간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체내 대사 물질을 개발할 수 있다.

 

 

원리 모사

 

다음으로 원리 모사는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기저 원리를 찾아내고 그러한 원리를 제품에 적용함으로써 기존 기술로는 극복하기 어려웠던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옷이나 신발, 가방 등에 흔히 사용되는 벨크로 테이프, 일명 찍찍이는 한 발명가의 유별난 호기심에서 비롯됐다. 스위스의 조지 드 메스트랄(George De Mestral)이라는 발명가는 어느 날 우연히 산행을 하던 중 옷과 애견의 털에 들러붙은 엉겅퀴 씨앗이 잘 안 떨어지는 것을 보고도대체 이것이 어떻게 생겼길래 이렇게 안 떨어지는 거지?”라는 사소한 의문을 갖게 됐다. 확대경으로 엉겅퀴 씨앗을 유심히 살펴보던 그는 갈고리와 고리 모양의 독특한 구조를 발견했다.

 

엉겅퀴나 도깨비풀 같은 식물들은 보다 멀리 안전하게 자신들의 종자를 퍼뜨리기 위해 마치 농촌에서 쓰는 쇠스랑과 같은 모양의 갈고리를 씨앗에 달아 동물의 몸에 달라붙게 만들었던 것이다. 여기서 힌트를 얻어 그는 갈고리와 고리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서로 붙이면 쉽게 붙였다 뗐다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시제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벨벳(Velvet)과 갈고리(Crochet)라는 단어를 합성해 벨크로(Velcro)로 이름 붙였다. 벨크로는 세계 최초의 인공심장 수술과 나사의 우주복에 사용된 이래, 줄과 단추로 일일이 묶고 채우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 때문에 세기의 발명품으로 남아 오늘날까지 다양한 제품에 활용되고 있다.

 

일본 최초의 고속열차인 신칸센을 개발한 기술자들은 시험 운행 도중 중대한 문제에 봉착했다. 열차가 시속 210㎞의 고속으로 운행되다 보니 소음이 매우 크게 발생했던 것이다. 특히 엔지니어들은 열차가 터널을 통과할 때마다 기압의 변화로 인한 큰 소음 때문에 정상적인 운행이 어려울 정도였다. 신칸센의 엔지니어들은 소음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지만 소음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바로 물총새에게서 찾았다. 물총새는 물위를 조용히 선회하다 물속에 있는 먹잇감을 발견하면 매우 빠른 속도로 다이빙을 하는데 놀랍게도 이때 물을 거의 한 방울도 튀기지 않았다. 엔지니어들이 관찰에 관찰을 거듭한 결과, 물총새의 부리모양이 물속에 입수할 때 저항을 거의 없애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결국 엔지니어들은 물총새의 부리 모양을 본떠 신칸센의 전면 디자인을 수정해 소음을 대폭 줄였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공기저항까지 줄일 수 있었고 결국 신칸센의 속도는 더 빨라졌고, 에너지 소모량은 더 줄일 수 있었다.

 

연꽃잎에 빗방울이 떨어지면 흩어지지 않고 방울방울 뭉쳐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연꽃잎의 표면이 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는 아주 작은 미세한 돌기들로 산봉우리처럼 배열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로 인해 연꽃잎에 물방울이 떨어지면 흡수되거나 퍼지지 않고 맺히는 이른바연꽃잎 효과가 나타난다. 연꽃잎은 이렇게 물방울이 맺히게 하는 것 외에도 먼지가 들러붙는 것을 막을 수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이물질이 쓸려나가게 하는 자기세정 능력도 갖고 있다.

 

최근 태양열이나 태양광과 같은 대체 에너지 개발이 붐을 이루면서 연꽃의 자기세정 기능이 주목을 받고 있다. 태양빛을 이용한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태양광을 받아들이느냐는 것인데 전지판 표면에 들러붙은 먼지들이 발전효율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이러한 연꽃기능을 활용해 일일이 청소하지 않더라도 연중 내내 깨끗하게 태양전지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패널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GE의 연구진도 연잎 표면의 결정구조에서 영감을 얻어 물방울을 튕겨내는 금속 소재를 개발했다. 그동안 많은 연구진이 초발수성 소재를 개발해왔지만 대부분 플라스틱에 적용하는 데 그쳤을 뿐 금속에는 적용하지 못했다. 금속으로 만든 초발수성 소재는 플라스틱보다 강도와 내구성이 강해 플라스틱을 사용할 수 없는 비행기나 기차, 자동차, 중장비 등을 만드는 데 주로 쓰인다. 특히 이 새로운 소재를 비행기 엔진과 날개에 적용하면 겨울에 엔진에 고인 물이 얼어붙어 비행기에 치명적인 손상을 초래하는 사고를 막을 수 있다. 또 중장비의 가스 터빈 안에 고인 물이 오염돼 가동이 중단되는 경우가 줄어들기 때문에 그만큼 중장비의 가동효율이 높아지게 된다. 과학자들은 그저 아름답다고만 생각하고 지나친 연꽃에서 이렇듯 놀라운 자연현상을 발견해낸 것이다.

 

 

16세기 초만 해도 이탈리아의 베니스에는 비만 오면 홍수가 났다. 당시 해부학자이면서 수학자이자 발명가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는 강의 범람을 막기 위한 묘책을 심장의 판막구조에서 찾아냈다. 심방에서 내려온 혈액이 심실에서 온몸으로 분출될 때 심방으로 역류하지 않는 것은 심장판막이 중간에서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다빈치는 이 원리를 강물에 적용했다. 강 중간에 판막과 같은 댐을 설치하면 물이 역류해서 범람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다빈치의 기막힌 아이디어 하나가 인류를 홍수의 고통으로부터 구해냈다.

 

 

 

 

 

직접 대체

 

마지막으로 직접 대체는 생명체 자체를 물리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유기성 폐기물 처리에 곤충을 활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파리목에 속하는동애등에는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서식하는 곤충으로 가축 분뇨, 옥외 화장실, 음식물 쓰레기 등 유기성 폐기물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곤충은 동물을 물거나 유해한 병균을 옮기지 않아 사람에게는 무해하다. 동애등에의 유충은 유기성 폐기물을 먹이로 하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폐자원을 분해시키는 데 이용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 10㎏에 동애등에 유충을 5000마리 정도 투입하면 3∼5일 만에 음식물 쓰레기의의 80% 이상이 분해돼 부피와 무게가 현저하게 줄어든다. 아울러 분해된 쓰레기는 유기성 비료로도 활용 가능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렇게 환경을 오염시키는 물질을 생물을 이용해 처리하는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동애등에를 이용하면 하루 13000 t의 음식물 쓰레기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환경정화 생물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와 생물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한 기술 등이 개발된다면 유해성 쓰레기도 줄이고, 부산물도 이용할 수 있어 다방면에 걸쳐 동애등에의 활용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자연계의 모습을 관찰하는 것만으로 새로운 사업을 창출한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구더기는 재래식 화장실처럼 더러운 곳에서 살아 혐오스러운 곤충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구더기가 중요한 치료용 곤충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실 구더기가 의학용으로 사용돼온 역사는 나폴레옹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장에서 부상당한 병사들의 상처를 구더기로 치료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제1차 세계대전과 미국의 남북전쟁 기간에도 구더기가 부상자들의 상처를 치료하는 데 이용됐다. 치료약이 부족했던 당시 병사들의 외상 치료에 구더기가 효자 노릇을 한 것이다. 그러나 1900년대 페니실린이 개발되면서 상처 치료용으로 구더기의 활용가치는 급감했다.

 

그런데 최근 항생제에 대해 내성을 가진 슈퍼 박테리아가 출현하면서 항생제의 대체요법으로 일부 의사들이 다시 외상 치료에 구더기를 활용하고 있다. 구더기는 환부에서 썩거나 죽은 세포들만을 먹고 입에서 항생물질을 분비해 생체 조직을 공격하는 박테리아를 죽이는 한편 그 잔해물을 흡수해 환부의 회복을 촉진시킨다. 따라서 환부에는 살아 있는 세포만 남고, 그 위에 구더기가 배출한 항생물질로 상처가 치료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괴사가 진행 중인 상처를 항생제로 치료할 경우 완치될 때까지 수개월이 걸리지만 구더기를 이용하면 열흘 정도만 치료받으면 회복이 가능하다.

 

현재 상처 한 군데 치료 분량의 구더기 가격이 수백 달러를 넘어선 상태로 의료 분야의 새로운 고부가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래서 구더기뿐만 아니라 거머리 등 새로운 의료용 곤충을 찾으려는 시도가 다국적 제약회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퇴치해야 할 해충으로만 여겨졌던 구더기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획기적인 치료제로서 주목받게 된 것은 작고 보잘 것 없는 곤충이 갖고 있는 특별한 능력을 그냥 보고 지나치지 않았던 사람들의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직접 대체는 생명체 자체를

물리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유기성 폐기물 처리에

곤충을 활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자연을 관찰하라

이렇듯 자연에 잠재돼 있는 가치를 찾기 위해서는 먼저 주변에서 어떠한 자연현상과 천연물질을 찾아볼 수 있는지를 세심히 살펴야 한다. 세상의 모든 동식물과 자연환경을 한 사람이 모두 꿰뚫어 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지리적 환경과 생활영역, 개인의 경험 등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옻나무의 경우 옛 선조들이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옻추출액을 사용한 사실을 밝혀내고 그 존재와 새로운 효능을 인지해 적용이 가능한 영역을 발견한 것이다. 이처럼 특정 자연현상과 천연물질의 존재를 알고 있다면 일단 그것을 활용한 새로운 사업의 가능성은 충분히 확보해 놓은 셈이다.

 

그 다음은 자연현상이나 천연물질의 원리를 규명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해당 영역의 전문가라면 더 유리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기존의 연구 결과를 충분히 활용하고 실험과 관찰을 통해서 현상의 원리를 찾아야 한다. 성분 추출의 경우에는 실험을 통해 감춰져 있는 성분을 뽑아내는 작업을 반복해야 하고 원리 모사의 경우에는 끊임없는 관찰을 통해 숨어 있는 원리를 발견해야 한다.

 

 

이렇게 원리를 발견한 후에는 그 원리를 적용할 수 있는 기존 사업의 영역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찾아내야 한다. 황토의 미세한 구멍으로 공기가 통하는 원리를 응용해 황토방 된장이나 청국장을 만드는 것 등은 적용 가능한 영역을 일상생활에서 쉽게 찾아낸 좋은 예다. 다른 예로 소금쟁이가 수면 위를 미끄러지듯이 이동하는 원리를 이해한다면 물의 저항을 적게 받는 배를 건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적용이 가능한 영역을 탐색한 후에는 원리를 바로 응용해 상용화하기보다는 일정 기간 동안 반드시 사전 테스트를 실시해야 한다. 자연의 원리를 응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원인으로 인해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약이 그러한 대표적인 영역에 해당된다. 동식물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약을 만들었을 때 예상치 못한 결과가 발생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큰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신약을 개발하는 데 평균 10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앞서 얘기한 절차와는 반대로 문제해결이 필요한 부분을 먼저 인식하고 해결책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되는 자연현상의 원리를 이용하거나 천연물질을 구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미국의 과학자들이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무로부터 에탄올을 추출해내는 방법을 고민하다 왕성한 식욕과 셀룰로오스 분해 능력을 가진 흰개미의 소화액에서 영감을 얻어 해결책을 찾은 것이 좋은 예다. 항상 의문을 갖고 고민하는 자에게 자연은 큰 선물을 선사하기 마련이다.

 

자연의 섭리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열린 눈과 마음을 갖는 것이다. 자연현상은 언제나 변함없이 그곳에 존재하지만 그것을 모든 사람이 인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도 열린 눈과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다만 파악한 자연현상의 원리를 규명하고, 이를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전문지식과 기술이 필요한데 이는 본인의 노력과 전문가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다. 무한한 기회의 보고인 자연은 지금도 포기하지 않고 탐구하는 사람들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

 

김종현성균관대 경영학과 초빙교수 synclare@woorifg.com

필자는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 경영정보학(MIS) 석사학위를, 성균관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경제연구소를 거쳐 현재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서 연구위원으로 재직하면서 산업융합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성균관대 경영학과 초빙 교수로 학교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새로운 업의 발견> <히든마켓>을 저술했다.

  • 김종현 김종현 | - (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
    -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와 행정자치위원회 전문위원
    - 이화여대.홍익대.동국대 강사
    - 미국 캔자스대와 캘리포니아 주립대 객원교수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