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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슈

사회는 워킹맘 돌보며 경쟁력 높이고 여성은 관계지향의 리더십 쌓아가고…

강혜련 | 172호 (2015년 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심각한 저출산, 막중한 육아 부담, 경력단절 여성의 증가 등 현재 대한민국이 직면해 있는 여성 문제는 향후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만큼 중요한 이슈다. 특히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인구 감소로 인해 생산, 소비, 투자가 위축돼 내수시장 위축이 불가피해 진다. 산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직장 여성을 위한 육아 지원책은 여성들만을 위해시혜적으로 베풀어야 하는 정책이 아니라 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여성 고용률이 높은 선진국일수록 대부분 출산율도 높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조직에서 커리어를 쌓아가는 여성들 역시 관리자 지위에 올라가기 위해 업무능력에만 초점을 두지 말고 관계지향적 리더십을 쌓아나가야 한다.

 

21세기가 시작된 지 벌써 10년도 지났지만 우리 사회, 특히 주류 남성들의 의식은 아직도 20세기 중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남녀 간 의식 격차는 좀체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로 인해 직장에 다니는 여성들은 점차 냉정해지고 이기적이며 자기중심적이 되도록 내몰리는 상황이다. 많은 여성들이 결혼이나 출산에 관심을 갖지 않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이념적 갈등, 청년실업과 정년연장을 두고 벌어지는 세대 간 갈등의 골이 깊다. 여기에 여성들의 좌절을 해소하는 제도들의 문화적 안착을여성의 제 몫 챙기기로 비하하는 일부 남성들의 여성 혐오감까지 더해지고 있다. 감성과 상상력, 창의력의 발산을 요구하는 21세기 창조사회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모습이다. 양성평등 문제를 거론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여성 이슈를 제대로 풀어내는 일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것임을 말하는 것이다.

 

여성 고용률이 높은 국가일수록 출산율도 높다

지난 20년간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49∼50%선에서 맴돌며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같은 기간 남성의 평균 경제활동참가율은 약 74%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일부 남유럽 국가들을 제외하면 평균 고용률은 대부분 70%선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이 이 기준을 맞추려면 현재 턱없이 낮은 여성 고용률을 높여야 한다. 남성 고용률은 이미 포화 상태에 달해 더 이상 끌어올리려고 해도 올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여성들 스스로도 일하기를 원한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취학 자녀(6세 미만)를 둔 여성 10명 중 9명이 직업이 있는 편이 좋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왜 지난 20년간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제자리걸음을 했을까? 설문 조사 결과, 여성들은육아 부담을 취업 방해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답했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25∼29세 연령층에선 71.8%로 선진국 수준이지만 30대 후반 연령대가 되면 55.5%로 급격히 떨어지는 이유도 육아 부담 때문으로 추정할 수 있다. 출산 이후 육아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들어서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육아에 대한 부담감이 출산율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OECD 주요 국가(2012년 기준)의 여성 고용률과 출산율을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는 두 지표 모두 낮은 국가군에 속해 있다. (그림 1) 흥미로운 점은 여성 고용률이 높은 국가는 대부분 출산율도 높다는 사실이다.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네덜란드 등의 여성 고용률은 한국보다 많게는 20%포인트 이상 높았다. 이들 국가의 출산율은 2명 안팎으로 한국 평균(1.3)은 물론 OECD 평균(1.71)보다도 높다. <그림 1>에서도 잘 드러나듯이 한국은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등과 함께 출산율과 고용률 모두 최하위 집단에 속해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 국가는 모두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웨덴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여성 고용률과 출산율에서 상당한 비례관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선진국들은 영·유아 자녀 양육지원, 육아휴직, 유연한 근무시간제 등 일·가정 양립 관련 제도가 잘 마련돼 있는 것은 물론 실질적으로도 이러한 제도를 사용하는 것이 가능한 기업문화가 정착돼 있다. 더욱이 육아나 가사가 여성에게만 집중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까지 형성돼 있어 고용률과 함께 출산율도 높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직장 여성에 대한 육아지원을 여성에 대한 혜택으로 보고 제도적 강화가 오히려 기업으로 하여금 여성 근로자를 기피하게 만들 것이라는 시대착오적 인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말 일하는 여성들의 경력유지를 위한 지원책으로 육아휴직 사용 촉진 및 보육지원 방안을 내놓자 기업을 대변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는노동시장 내 여성 인력에 대한 기업 부담을 가중시켜 여성 고용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논평을 냈다. 이처럼 우리 기업들은 아직도 여성 인력이나 일·가정 양립 관련 제도를 기업경쟁력과 상관없는 정책이자 여성에게 베푸는 시혜쯤으로 여기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아직도 글로벌 초일류 반열에 이르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 기업들의 경영 철학이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를 깨닫지 못하고 기업문화로 승화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출산은 산업을 위축시키는 핵심 요인

세계적 경제 예측 전문가인 해리 덴트는 최근 그의 저서 <2018 인구 절벽이 온다(The Demographic Cliff)>에서 한국 정부 및 사회가 저출산 문제를 심각하게 보지 않는 것을 우려하며 통화 정책이나 재정 부양책만으로는 다가올 경기하강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저출산 문제로 인한 인구 감소가 생산, 소비, 투자를 동시에 위축시켜 한국의 경제전망을 어둡게 할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저출산이 투자를 감소시키는 이유는 유년인구 감소로 교육, 주택 등 투자수요가 줄고, 청년층이 줄면서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는 다시 수요 부족으로 이어져 부동산 시장까지 동반 침체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게 해리 덴트의 주장이다.

 

 

실제 우리는 낮은 출산율로 인해 전통 산업이 피해를 입는 상황을 어렵지 않게 목도할 수 있다. 동네 소아과 병원들이 소아청소년과로 간판을 바꿔 달기 시작한 건 이미 오래됐고, 산부인과는 개원보다 폐업이 많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여러 진료과 중 산부인과는 특성상 주로 사람의 손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야라서 그동안 고용창출에 상당한 기여를 해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개원 대비 폐업률이 152%(2014년 기준)에 달한 산부인과 폐업 문제는 매우 우려되는 사안이다. 유아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산업들 역시 휘청거리고 있다. 출생아 수가 줄어드니 지난해 분유와 기저귀 매출은 업계 전반적으로 매출이 20∼30% 줄어들었고, 유아복 업체 가운데에는 파산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물론 경제가 발전하고 외부 환경이 바뀌면 산업은 얼마든지 부침을 거듭할 수 있다. 문제는 대체 산업이 성숙하고 있지 못하는 시점에서 전통 산업이 위기를 맞음에 따라 내수시장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저조한 출산율은 내수시장을 더욱 위축시키고 제조업을 포함해 산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한국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하고 결혼 자체를 기피하려 하는지, 주류 사회가 진정성을 갖고 고민하는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기업의 미래 생존이 달린 일인데도 불구하고 여성의 육아 부담을모성 보호 차원에서 비용을 들여 해결해야 할 일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고용친화적 보육정책을 마련해 일과 육아의 병행이 가능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여성들의출산 파업에 제동을 거는 첫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저출산 문제를 바라보는 기업들의 인식 전환이다. 고용친화적 보육정책이 단지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며 모성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내키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추진해야 하는 정책은 더더욱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저출산 문제는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을 위해, 또 미래 기업들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이슈라는 점을 기업 경영자들이 먼저 깨달아야 한다.

 

실속 없는 여초(女超) 국가

대학진학률은 여성>남성, 취업률은 남성>여성?

산업사회와 정보화 사회를 거쳐 이제 만물이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 스스로 연결·작동되는만물인터넷(Internet of Everything)’ 시대가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을 만큼 세상은 천지개벽 중이다. 하지만 대부분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에서 남성은 여전히슈퍼 갑이고 여성은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갑과 을의 성()대결 구도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남녀평등양성평등·가정 양립이라는제도적차원의 평등으로 구현되고 있기는 하지만 정작 가정과 직장에서의문화적안착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전 세계 최하위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OECD 회원국 중 여성 고용률은 가장 낮고 남녀 임금 격차는 가장 큰 나라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 총인구는 50424000명이다. 이 중 여성 인구는 25204000명으로 전체의 딱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2015년에는 드디어 여성 인구가 남성 인구를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림 2) 바야흐로 한국이 여초(女超) 국가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실속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우선 2013년 기준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은 74.5%로 남학생(67.4%)보다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남성보다 훨씬 낮다. <그림 3>에서 볼 수 있듯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평균 50.2%로 남성(73.2%)보다 무려 23%포인트 낮다. 대졸 이상 남녀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들여다보면 그 격차(여성 64.6%, 남성 89.4%) 24.8%포인트로 더욱 커진다. ··고까지 포함해 교육 정도별 경제활동참가율을 남녀 간 비교해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최고 학력 수준(대졸)에서 경제활동참가율의 남녀 격차가 가장 크다. 이는 우리나라가 전문직 등 고학력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아직도 여성이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요, 남성우월주의 사회의 단면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실례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여성 월평균 임금은 2033000(5인 이상 사업체, 2013년 기준)으로 남성 월평균 임금의 68.1%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남녀 임금격차가 가장 큰 나라군()에 속한다.

 

우리나라 여성들이 결혼을 기피하고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여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이 남학생을 추월하고 있는 마당에 정작 취업이나 경력개발에선 남성들에게 뒤처지고 있으니 여성들이 자기를 지키려고 결혼을 미루거나 아이를 낳지 않는 극단적 선택을 무기로 꺼내 든 것이다.

 

“지금 세상은 변하고 있다.

욕심을 감추고 소극적으로 처신하는 여성보다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열정과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내보이는 여성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적극적으로 기회를 추구하는 여성이

커리어 개발에 성공할 수 있다?

직장 내 여성의 경력개발과 생존전략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들이 있다. 오랫동안 여성들은함부로 야망을 드러내서는 안 되며, △남녀평등을 강하게 주장하면 미운털이 박히니 피하고, △가정생활이나 개인적 감정은 드러내지 않아야 프로답다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셰릴 샌드버그는 그의 저서 <린인(Lean In)>에서지금 세상은 변하고 있다. 욕심을 감추고 소극적으로 처신하는 여성보다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열정과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내보이는 여성에게 기회가 주어진다고 밝혔다. 기업이 과거와 달리 많이 변해서 예전보다 많은 기회의 창이 열려있는 데도 여성들이 달려들지 않아 이 기회를 놓친다면 너무 안타깝다는 말이다.

 

그럼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떨까. 샌드버그가 제안한 대로 기회가 엿보이면 달려들어 남성들과 경쟁해 쟁취하는 것이 가능할까? 필자의 생각은 아직은 좀 더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샌드버그가 상대한 주류 남성들과 우리 사회의 주류 남성들 사이에는 아직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여성 인력 활용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는 하다. 하지만 여성이 노동시장에 진출해 핵심적 지위와 역할을 추구할 경우 남성 인력을 대체하게 된다는제로섬(zero-sum)’적 사고가 아직 남아 있다는 사실 역시 부인할 수 없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아직까지 우리 기업 문화에서는 일만 열심히 잘하고 전형적인 여성성을 보이지 않는 여성이 혼자 생존할 수 있는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최근 모 국회의원이 성폭행 피해 여군 하사에 대해하사 아가씨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은 사건만 보더라도 기업이건 군대건 남성 주도적 조직에서 여성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무조건여자. 여자가 전통적 관점에서 수용될 수 있는 여성성, 즉 협조성과 순응성, 서비스 정신, 혹은 아름다운 외모 등을 갖추지 않고 일만 억척스럽게 한다든가 공격적인 말투로 투쟁만 일삼는 한 그 여자의 조직 내 평판은 최악으로 떨어져 어떤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 게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민간 기업이든 공공부문이든, 필자가 지난 20년 넘게 관찰하고 연구한 바에 의하면 여성의 유능성은 남성의 유능성과 11로 매칭되지 않는다. 남성의 경우 업무능력 하나만 확실하면 그 외 부수적인 약점은 대체로 용서되는 분위기다. 반면 여성에게 업무 능력은 필요조건일 뿐 충분하지는 않다. 충분조건은 그 여자의 여성성이 주류 남성의 수용지대(comfort zone)를 통과하는지, 다시 말해충분히 여자답고 여성스러운지여부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아무리 유능해도 공격적이고 위협적 스타일의 여자는노 생큐(No, thank you)’.

 

사실 이런 현상을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지만 우리나라 여성 관리자들을 만나 얘기해보면 이런 관점에 대해 부정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오히려 자신의 좌절 요인을 좀 더 일찍 알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이들 여성은 죽도록 일만 해 온 경우가 많다. 그런데 왜 자기는 소외되고 엉뚱한 여성, 즉 본인 눈에는 덜 유능하게 보이지만 남자들은 편안하게 생각하는 그런 여성들이 자기 자리를 꿰차고 대신 올라갔는지, 당시에는 그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랬기에 이들의 좌절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여성이 조직에서 겪는 이러한 좌절은 어떻게 극복해나갈 수 있을까.

 

 

성공적인 여성 관리자가 되려면

관계지향적 리더십에 집중하라

우리 사회의 성역할 고정관념은 유별스러울 정도로 완고하다. 여기서 성역할 고정관념은 우리 사회가 남성과 여성에게 각각 처방전을 내주고 그것대로 행동할 것을 암묵적으로 요구하는 것이다. 만일 처방전대로 하지 않을 경우 인격적 모독 같은 제재와 징벌이 가해진다. 예를 들어 조직 내 고위관리직은 추진력과 결단력 등 남성적 특성이 요구되므로 남성이 수행해야 한다는 암묵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런데 이를 어기고 열등한 지위에 있는 여성이 관리자의 역할 수행, 즉 영향력을 발휘하고자 할 때는 특히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에 신경을 써야 실패하지 않는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흔히 여성에게 기대되지 않는 관리자 역할을 여자들이 제대로 수행하려면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닌 타인을 도우려는 자세로, 관계지향적스타일로 행동해야 수용이 된다. 관계지향적 행동이란 타인의 의견에 동조하거나 타인을 돕는 일에 열정적 의지를 나타내고 친절함이나 따뜻함을 표현하는 언어적·비언어적 행동들을 포함한다. 만일 어떤 여성이 관리직에 올랐는데 자신의 관심사나 직분에만 몰두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관계지향적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면 이 여성에 대한 비호감이 높아져 배척당하기 쉽다. 얼마 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예술기관 여성 CEO 사건을 떠올리면 이해가 될 것이다.

 

 

 

어떤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에는 이상적 대안과 실용적 대안이 있다. 여성들이 조직에서 고위 경영층까지 올라가기 위한 리더십 개발 전략은 실용적 대안을 추구하는 편이 현명하다. 이상적 대안 찾기에 집중해 조직문화 자체를 바꾸려고 하다가는 장렬히 전사해 아예 조직에서 사라지기 쉽다. 이보다는 실용적 관점에서, 즉 업무능력을 인정받는 것은 물론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스타일에서 남들에게 호감을 주려고 노력함으로써 자신의 커리어 개발과 함께 조직 내 평판을 관리해 나가는 접근법이 훨씬 효과적이다. 성급하게 너무 자신의 경쟁력만 내세우다가는 남성들의 견제에 걸려 낙마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여성적 가치의 리더십은 CEO나 기관장 수준에서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리더가 되고자 하는 의지와 함께 인내심이 매우 중요하다. 크고 작은 갈등으로 중도에 좌절해 탈락해서는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조차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자녀양육 등 일·가정 양립에 갈등이 발생할 경우 경력을 우회해엄마의 길(mommy track)’을 잠시 가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다. 조직에서 여성이 리더십을 키워나가는 과정은 마라톤을 뛰는 것과 같다. 언제 스퍼트를 해야 하고, 언제 쉬어가야 할지를 잘 판단해야 완주에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조직에서 여성이 리더십을 키워나가는 과정은

마라톤을 뛰는 것과 같다. 언제 스퍼트를

해야 하고, 언제 쉬어가야 할지를 잘 판단해야

완주에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직원들의생산성을 높이고 싶다면

직원들의자녀에 대해 관심 기울여라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베인&컴퍼니는지속가능한 가치창조 기업(sustainable value creator)’최소한 10년 정도 지속적으로 연평균 5∼6% 성장하는 기업으로 정의했다. 지금처럼 급변하는 환경에서 이런 기업이 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그만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가치창조 기업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다양성에 기초한 인재풀 구성이다. 실제로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조직 내 성() 다양성을 중요한 전략 과제로 삼고 있다. GE, IBM, P&G 같은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오랜 기간 지속적인 성장을 구가해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이들 기업이 하나같이 성 다양성에 기초한 열린 인재풀 구성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성 다양성 인력 정책을 단순히 수적으로 여성 인력 비율을 맞추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조직 내 여성들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수준 정도는 돼야 진정으로 성 다양성 인력 정책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직원들이 가족이나 자녀문제로 걱정거리를 끌어안고 있으면 일에 집중할 수 없다. 당연히 생산성에도 영향을 끼친다. 이런 점에서직원들의 자녀가 성공하는 것을 인력 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는 IBM의 사례는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 기업의 경영철학이 이 정도 수준은 돼야 100, 200년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지 않겠는가.

 

안타깝게도 우리 기업들의 현주소는 성 다양성이나 열린 인재풀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어 보인다. 국내 상장기업들의 신입사원 채용 시 여성 비율은 대개 전체의 30% 정도다. 과거에 비해 최소한 입직 단계에서는 여성에게 어느 정도 문이 열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팀장, ·부장 등 업무를 지휘·감독하는 관리직에서의 여성 비율은 전체의 7%선에 머물러 있다. 심지어 여성 관리자가 한 명도 없는 상장기업이 절반이다. 임원 수준으로 가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져서 국내 상장기업의 여성임원 비율은 2%가 채 되지 않는다. 대부분 기업에선 여성 임원이 단 한 명도 없다.

 

30%에 달하는 여성 신입사원이 지속적으로 경력을 유지했다면 여성 관리자 비율은 최소한 두 자리 숫자는 됐을 것이다. 그러나 신규 채용된 여성들이결혼출산육아의 단계를 거치면서 많은 여성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직장을 떠났을 것이다. 우리 기업들의 근무환경이 여성들에게 일과 가정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구조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지난해 말에 정부가 육아와 가사 등으로 여성이 중도에 직장을 포기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육아휴직 사용 촉진을 위한 각종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기업 측을 대변하는 한국경총이노동 시장 내 여성 인력에 대한 기업부담을 가중시켜 여성 고용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취지의 논평을 냈다. 물론 기업의 본질이 이윤 추구지만 직원들의 일·가정 양립 지원을 투자가 아닌 비용 개념으로만 보는 한 우리나라에 IBM과 같은 기업은 나오기 힘들 것 같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앞서가는 기업은 세상의 변화를 선도한다. 기업 내부의 인적구성 다양성이 커질수록 기업경쟁력은 높아진다. 오늘날 여성은 노동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많은 여성들이 고등교육을 받아 직업이 요구하는 기술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 산업에서 최종 소비자의 절반이 여성이기 때문에 조직 내 여성 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기업은 혁신적 아이디어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여성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기업의 인재풀을 넓혀 같은 비용으로 최고 수준의 인재를 쓸 수 있는 방법이다. 동시에 고객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고객만족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새롭고 다양한 시각을 경영에 접목해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21세기 한국의 여성 이슈,

사회적 대타협 통해 해결하라

현재 한국의 출산율은 전 세계적으로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바닥까지 떨어진 저출산의 원인으로는 교육비·양육비 부담, 소득·고용 부담 등 주로 경제적 요인들이 거론된다. 서두에서 살펴봤듯이 여성 고용률이 높은 국가는 대부분 출산율도 높다. 결국 여성의 경제활동을 통해 가계 소득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에선 워킹맘은 출산, 육아 등 일·가정 양립이 어려워 직장을 떠나고 있고, 전업맘들은 육아 문제가 해결이 안 돼서 경제활동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역설적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육아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여성들에게만 지우고 있다. 육아휴직 사용자(공무원 및 사립학교 교직원 제외) 중 여성은 67323명인 데 반해 남성은 2293(전체 남성 중 3.3%)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와 기업이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남녀가 똑같이 대학에서 공부하고 똑같이 직장 생활하는데 출산이야 여성들이 피할 수 없다 하더라도 육아까지 모두 여성에게 짐을 지우니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다. 결국 여성의 경제활동참여를 지속적으로 높이는 동시에 워킹맘의 일·가정 양립을 위한 경제사회적, 문화적 변화를 가속화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우리 정부, 나아가 사회는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연근무제의 적극적 도입을 통해 남녀 모두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사회적 문화를 하루빨리 조성해야 한다.

 

사회문화적 변화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집단 중 하나가 바로 전업주부다. 현재 우리 사회는 워킹맘과 전업맘의 대결구도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단적인 예로, 얼마 전 어린이집 교사의 아동 폭행 사건에 대한 대책 차원에서 정부가 현행 보육정책을 수요자 중심으로 개선하겠다고 하자앵그리 전업맘들의 반발이 아주 거셌던 사례를 꼽을 수 있다. 상당수 전업주부들이 자신과 워킹맘을 비교하면서똑같이 대학을 나왔는데 누구는 커리어우먼이 돼 육아와 가사노동으로부터 해방돼 있고 나는 집에서 갖은 고생을 하며 아이와 씨름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루저(looser·실패자)’로 여기는 데서 파생한 현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전업맘들에게 보람 있는 역할을 맡김(empowering)으로써 서로 적대적이 돼 버린 전업맘과 워킹맘의 관계를 협력적 파트너십으로 바꿔나가려는 노력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현재 여성가족부가 추진하는보육 품앗이개념의 공동육아 인프라 구축은 보육정책에 대한 새로운 시도로 매우 바람직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일하는 여성에게 부과되고 있는 여러 고통들, 특히 육아 문제는 여성 개인이 혼자 짊어져야 할 짐이 아니다. 한두 가지 정부 정책이나 기업제도로 해결하기도 어렵다. 아프리카 속담에아이 하나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워킹맘 문제도 온 나라가 마음을 열고 머리를 맞대 풀어야 할 국가적 사안이다. 더 늦기 전에 우리의 미래가 달린 이슈임을 다같이 공감하는 것이 해결의 시작일 것이다.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 hrk@ewha.ac.kr

필자는 미국 아이오와주립대에서 산업·조직심리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을 지냈으며 현재 노사정 일가정양립을 위한 일자리위원회 위원장, 한국인사조직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래인재 육성전략, 여성 리더십개발 등이다. 저서로 <여성과 조직 리더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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