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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과 투자의 만남 행운일까 불행일까

홍진환,정동일,엄찬영,안도현,류주한,곽승욱 | 172호 (2015년 3월 Issue 1)

세계적 경영 학술지에 실린 연구성과 가운데 실무에 도움을 주는 새로운 지식을 소개합니다

 

Behavioral Economics

감정과 투자의 만남 행운일까 불행일까

Based on “Investing in Emotional Assets” by , D. Elroy, and C. Spaenjers (2014, Financial Analysts Journal)

 

무엇을 왜 연구했나?

1908년 모네가 그린 유화작품대운하(Le Grand Canal)’ 2015년 소더비 경매소에서 390억 원이 넘는 가격에 한 수집가의 손에 넘어갔다. 전 소장자는 이 작품을 2005 142억 원에 구입했으니 10년 동안 거의 3배에 가까운 이윤을 챙긴 셈이다. 3배에 달하는 이익도 놀랍지만 그림 한 작품을 390억 원을 주고 사는 행위는 더 불가사의하다. 물론 인상주의 대표화가인 모네의 그림이 헐값에 팔리지도 않겠지만 경제적 가치나 자산의 공정한 평가에 무게를 둔다면 다소 의아한 가격이 아닐 수 없다. 유화물감, , 캔버스, 작업실 임대료, 인건비, 화가의 평판, 작품의 희소성에서 오는 부가가치를 고려하더라도 작은 그림 한 폭의 경제적 평가가치가 390억 원에 이르기는 쉽지 않다. 모네의 작품 같은 미술품이나 골동품, 귀중품, 그 밖의 수집품에 숨어 있는 가치는 무엇일까?

 

무엇을 발견했나?

수집품에 대한 투자는 수집하려는 물건에 대한 열정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수집품 투자를열정투자라 부르고 수집가들을애호가라 부르는 것도 여기에 기인한다. 더불어 적절한 재력이 필요하다. 모네의 작품 거래에서 봤듯 고가의 수집품은 일반인들이 감당할 수 없는 가격에 매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소수의 부호들에게나 어울리는 투자종목이다. 재력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재산의 10% 정도를 미술품, 귀금속, 고급 와인, 우표, ()화폐·동전, 명품 바이올린, 골동품 차 및 고급 차 등에 투자한다고 알려져 있다(Barclays, 2012).

 

유명 펀드매니저인 스티븐 고흔이 피카소의(Le Reve)’ 1550억 원에 샀다든가, 채권투자의 귀재인 빌 그로스가 소장한 우표가 400%의 수익을 올렸다는 소식은 이제 생소한 가십거리가 아니다. 수집품 시장의 양적 성장은 전문화돼 가는 수집품 산업의 발전에 힘입어 확대일로에 있고 대형 금융회사들도 수집품에 대한 맞춤형 데이터, 시장분석, 투자 조언 등의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 수집품 투자에 집중하는 사모펀드의 성장도 눈여겨볼 만하다.

 

1900년부터 2012까지 113년간 영국의 주요 수집품의 수익률과 장·단기 국채, 금의 수익률을 비교해 보자. 미술품, 우표, 바이올린의 평균 연 수익률은 각각 6.4%, 6.9%, 6.5%였다. 반면에 같은 기간 장기 국채, 단기 국채, 금의 수익률은 5.5%, 4.9%, 5.1%였다. 채권이나 금 같은 안정자산에 비하면 꽤 매력적인 이윤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영국 주식시장의 평균 연 수익률 9.4%에 비하면 상당히 빈약한 실적이다. 특히 수집품들이 가진 독특한 위험요소를 고려하면 주식과의 상대적 경쟁력은 더욱 초라해 보인다. 수집품은 그 희귀성과 독특함, 높은 가격으로 인해 유동성이 낮아 거래비용이 매우 높다. 주식이나 국채는 매매에 걸리는 시간이 빠르면 수초에도 가능하지만 수집품은 수일, 몇 개월, 또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따라서 신속히 매도하고자 할 땐 상당한 할인을 감수해야만 한다. 분실과 보관을 위한 보험 및 보관비용도 엄청나다. 또한 애호가들의 선호가 변하면 소유한 수집품의 유행과 가치도 널뛰기를 한다. 1980년대 후반 일본에서의 미술품 유행과 쇠퇴가 좋은 예다. 유행이 지속될 때는 수익이 생기지만 유행이 멈추거나 바뀌면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감정은 가치를 창조하기도 하고 파괴하기도 한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수집품 투자로 성공을 하려는 사람은 투자를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거래 시 조바심과 소유욕에 사로잡혀도 안 된다. 감정이 많이 개입될수록 올바른 가치평가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감정의 개입에 대한 가장 바람직한 대처는 분산투자로 감정을 간접적으로나마 통제하는 것이다. 주식에 비해 평균적으로 높은 위험과 낮은 수익에도 불구하고 수집품 시장의 열기가 식지 않는 것은 금전적 이익 외에 심리적 수익과도 연관이 깊다. 심리적 수익은 수집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증권시장에서도 이미 뿌리 깊은 역사가 있다. 분산투자의 필수불가결성은 이미 수십 년에 걸쳐 투자자들에게 알려져 왔다. 누구나 그 유용성과 당위성을 잘 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분산투자를 등한시한다. 자신이 일하는 기업, 국내 기업, 자신의 거주지와 가까운 기업, 부모에게 물려받은 주식의 발행기업, 자신의 기업 철학에 부응하는 기업 등에 재산의 대부분을 투입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투자대상에 대한 애정(감정)이 우리를 냉철한 경제적 인간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곽승욱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필자는 연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를, 테네시대(The University of Tennessee, Knoxville)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재직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Strategy

엄격한 규범이 창의성을 높인다?

Creativity from constraint? How the political correctness norm influences creativity in mixed-sex work groups” by Jack A. Goncalo, Jennifer A. Chatman, Michelle M. Duguid and Jessica A. Kennedy in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2015, 60(1), pp.1-30.

 

 

무엇을 왜 연구했나?

기업이 창의적인 집단으로 변모하려면 구성원이 좀 더 다양해져야 하며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고 비판으로부터 보호될 수 있어야 한다. 또 구성원 개개인이 아이디어를 신념을 가지고 추진할 수 있는 기업문화가 조성돼야 한다. 경직된 기업문화 속에서 창조적인 집단을 기대할 수 없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고, 부서 내 성별이 균형을 찾아가고, 일부 사업장에서는 여초현상을 목격할 수 있는 요즘, 우리는 내심 이러한 창조적인 기업집단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의 기대와는 다르게 기업 내 여성인력 증가로 인한 성별 다양성 등이 반드시 더 나은 창조적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코넬대와 버클리대의 Goncalo 교수 외 3인은최근호에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면서 직장 내 새로운 시각과 아이디어가 풍부해져가고 있으나 남성 직원이 대부분을 이루던 과거에 비해 크게 창조적인 조직으로 탈바꿈했다고 할 수 없으며 결국 부서 내 성별 다양성이 반드시 창의성을 증가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성별 구성이 다양해지면서 남녀 간 소통방식, 업무에 대한 기대치 등이 크게 달라 창조적 조직과는 거리가 먼 상호 불확실성과 불신만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남자 직원은 성차별주의자로 낙인찍힐 것을, 여자 직원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거절당할 것을 더욱 우려해 기업 활동에 적극적인 참여나 의사 개진보다는 순응적 자세를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을 발견했나?

Goncalo 교수 등 연구자들은 남녀로 구성된 264명의 대학생들(이 중 53%가 여학생)을 대상으로 조직 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브레인스토밍 과정을 경험하게 했다. 그리고 행동과 표현을 제한한 경우 실험집단이 의견과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데 얼마나 더 창의력, 불확실성, 표현방식 등에 개선점을 나타냈는지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실험결과, 표현과 언어의 제약 또는 순화를 규정화할 경우 더 많은 아이디어와 의견이 창출되고 이성 간 소통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여성 간 태도 인식 차이에서 오는 상호 불확실성과 불신을 엄격한 규범으로 통제할 경우 더 창의적인 집단으로 변모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행동과 표현 등을 규범으로 엄격히 제한함으로써1 창의적 집단을 비로소 창조할 수 있다는 다소 역설적이나 매우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펴고 있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이번 연구는 창의적인 조직이 요구하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의사결정과 아이디어를 제한 없이 개진할 수 있는 자유로운 근무환경은 동성으로 구성된 집단에서만 효과가 입증될 뿐 지금처럼 남녀구성원이 같이 근무해야 하는 업무환경에서는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실지로 남녀 직원의 근본적인 인식과 업무처리 방식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창의적인 근무환경을 가장한 무제한적 자율성 보장은 이성 간의 불확실성과 불신만을 가중시킬 뿐이다. 확대 적용해보면 직장 내 근무 환경이 더욱 다양해져갈수록 엄격한 규범적 틀로서 직원들의 말과 행동을 제한할 때, 이른바 사회적 제약을 가할 때 다양한 경제 주체 간 정보공유와 행위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다. 비로소 더 창의적인 집단이 탄생하는 것이다. 조직의 창의성은 자율과 무제한에 앞서 사회적 규범준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연구는 실험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앞으로 여성의 사회 진출은 더욱 늘어날 것이며, 조직의 위계는 더욱 수평적이며, 개인의 직무영역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창조적이고 기민한 조직설계와 기업문화가 무엇보다 요구될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근무환경의 패러다임 변화를 무제한적 개인의 권한과 권리의 확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엄격한 규율과 규범이 준수돼 구성원이 서로 신뢰하며 소통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비로소 창조적 조직이 탄생하는 것이다.

류주한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유치, 해외직접투자실무 및 IR, 정책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국내외 학술저널 등에 기술벤처, 해외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PMI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Sociology

실리콘 밸리 입주만이 능사 아니다

Making the Most of Where You Are: Geography, Networks, and Innovation in Organizations”, by Russell J. Funk, in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2014, 57(1), pp. 193-222. (2014)

 

 

무엇을 왜 연구했나?

샌프란시스코의 실리콘밸리와 보스턴 외곽의 루트 128은 대표적인 혁신 요람지로 꼽힌다. 이 지역의 기업들이 하이테크 기술의 흐름을 주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두 말할 것도 없이 기업들이 뛰어난 혁신 역량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흥미로운 이유가 있다. 소위 외부성(externality)이라는 것인데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보완적 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지리적으로 밀집해 있으면 면대면으로 정보를 교류할 기회가 늘어나고 기술적인 자문도 비교적 쉽게 주고받을 수 있다. 얼굴을 보고 몸을 부대끼면서 미묘한 정보와 심층적인 지식을 획득할 수도 있다. 필요에 따라 인력이나 시설을 공유하고 교환할 수 있으며 경쟁자들의 동향과 기술 흐름을 쉽게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개별 기업들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역량 이상으로 혁신성과를 낼 수 있다. 결론적으로 혁신적인 기업들과 인접해 있을수록 혁신의 성과는 증가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실리콘밸리와 루트 128로 기업들이 몰려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지역에 입주할 수 없는 기업들은 어떻게 될까? 기술혁신을 아예 포기하는 것이 좋을까? 지리적 측면의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이 논문은 기업 내 연구개발 인력의 네트워크 구조에 주목해 방법을 제시한다. 다시 말해, 연구개발 인력들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가 하는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무엇을 발견했나?

기술혁신이 일어나려면 둘 이상의 지식이 결합돼야 한다. 이런 면에서 기술의 다양성은 기술혁신의 핵심적인 필요조건 중 하나다. 기술개발 커뮤니티 내에 다양한 지식이 존재할수록 서로 다른, 때로는 보완적 가치를 지닌 지식들이 만날 가능성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나 루트 128같이 혁신적 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곳에서는 다양한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풍부하다.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수많은 지식이 널려 있다. 조직 외부로 조금만 눈을 돌려 탐색해 보면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결합될 수 있는 다양한 지식을 획득할 수 있다. 반면에 혁신적인 기업들과 동떨어진 곳에 위치한 기업들은 기업 외부에서 다양한 지식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전문가협회, 학술지 등을 통해 결합 가능한 지식을 탐색하더라도 물리적 거리 때문에 실질적인 공동연구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기업들은 뛰어난 혁신성과를 낸다. 이런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기업 내부에 근무하는 연구개발 인력들 간의 네트워크가 지식의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구조화돼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업의 연구개발 인력들이 몇 개의 하위집단으로 나눠져 있다. 둘째, 각 집단 내부에서는 공동연구가 매우 활발히 이뤄진다. 셋째, 아주 흔한 것은 아니지만 집단들 간에도 공동연구가 어느 정도는 이뤄진다. 이런 구조에서는 집단별로 지식의 전문성이 심화되고 집단 간에는 지식의 다양성이나 이질성이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유지된다. 따라서 가끔씩 이뤄지는 집단 간 공동연구를 통해 이질적 지식들을 결합할 수 있는 기회가 꽤 풍부하다. 연구진은 나노테크놀로지 관련 454개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14년간의 특허출원 기록을 조사해 이러한 주장을 실증적으로 확인했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연구방법은 복잡하지만 연구가 주는 교훈은 간단하다. 실리콘밸리에 입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실리콘밸리나 루트 128에 입주하지 못했다고 해서 혁신적이 기업이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외부에서 혁신의 원천을 찾을 수 없다면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우수한 연구개발 인력을 영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직 내 지식 자산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조직설계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연구개발팀 단위들 간의 장벽을 너무 높게 해서도, 너무 낮게 해서도 안 된다. 장벽이 너무 높으면 지식의 이질성은 높아지나 지식의 결합이 이뤄지지 않는다. 반대로 장벽이 너무 낮으면 이질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조직 내에서 혁신의 원천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적절한 수준의 장벽이 도움이 된다.

정동일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dijung@sookmyung.ac.kr

필자는 서울대 사회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코넬대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림대 사회학과를 거쳐 숙명여대 경영학부에 재직하고 있다. 기업 간 네트워크, 제도주의 조직이론, 조직학습, 경제사회학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는 플랫폼 기반 조직생태계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Finance & Accounting

상장기업 수, 왜 줄어들까?

Based on “Corporate Investment and Stock Market Listing: A Puzzle?” by John Asker, Joan Farre-Mensa, and Alexander Ljungqvist (The Review of Financial Studies 28 (2015), pp. 342-390)

 

 

무엇을 왜 연구했나?

상장(上場)기업이란 발행한 주식이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되는 기업을 말한다. 기업은 상장을 통해 투자에 필요한 자본조달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상장기업은 비상장기업에 비해 기업 가치를 증대시키기가 쉽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비상장기업들은 상장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상장기업은 상장이 취소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이다. 그 결과 상장기업 숫자는 적어도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유추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과 달리 1997년 이래 미국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의 숫자는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이 연구는 상장기업의 투자결정이어떤이유로 왜곡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했다.

 

주주들은 회사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투자가 최선이라고 여기며 자신들의 경영권을 위임 받은 CEO가 이에 상응하는 의사결정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흥미로운 가능성은 CEO의 의사결정은 현재의 주가(株價)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스톡옵션을 통해 취득한 자기 주식을 팔려는 CEO는 현재 주가를 인위적으로 높이려고 할 것이다. 주가는 현재의 투자를 통해 발생하게 될 미래의 현금흐름에 비례한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투자행위에 정보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 수익을 이용해서 미래에 발생할 수익을 예측하고 이를 통해 주가를 추정한다. 따라서 CEO가 필요한 투자 행위를 의도적으로 생략해서 투자비용을 아끼고 이를 통해 현재 수익을 부풀려서 보고하면 주가는 한시적으로 상승한다. 다시 말해 상장기업의 CEO가 현재 주가에 집착하는 일종의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로 해당 기업은 필요한 투자를 생략하는 과소투자(underinvestment)를 겪게 되며 그 결과 주주의 이익은 감소한다. 따라서 상장은 반드시 주주들에게 도움이 되는 의사결정이 아닐 수 있다.

 

무엇을 발견했나?

현재 주가에 대한 CEO의 집착과 과소투자와의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이 연구는 상장기업과 비상장기업의 투자행위를 비교 분석했다. 이런 연구방법은 비상장기업 CEO의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은 현재 주가에 영향을 덜 받을 것이라는 가정에 근거를 둔다. 일반적으로 비상장기업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지 않거나 소수의 주주들로 구성된 집중적 기업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이런 기업지배구조의 특성상 상장기업과 비교해 비상장기업의 CEO는 대리인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현저히 적을 것이다. 따라서 상장기업과 비상장기업의 투자 행위 사이에 나타나는 차이는 상장으로 야기된 투자 행위의 왜곡에 의한 결과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연구는 2001∼2011년에 걸쳐 상장기업 2595곳과 비상장기업 1476곳의 투자 행위를 비교 분석해서 다음의 사실을 발견했다. 첫째, 기업의 규모, 산업별 특성, 투자기회의 차이를 통제한 뒤 이 연구는 비상장기업이 상장기업보다 투자를 훨씬 많이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상장이 자본조달 비용을 낮춰 투자를 활성화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통념과 정반대되는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다. 더불어 비상장회사의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은 상장회사의 그것보다 거의 4배 이상 더욱 민감하게 투자환경 변화에 반응했다. 이 같은 사실에 대해 저자들은 비상장기업의 투자 의사결정은 합리적인 데 반해 상장기업 CEO는 현재 주가에 지나치게 집착해서 비합리적인 투자결정을 한다고 해석했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기업의 상장은 득()과 실()을 동시에 가져오는 전략적 행위다. 상장을 통해 기업은 자본조달 비용을 절감해서 투자를 확대하고, 위험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높아진 기업 평판을 이용해 우수 인력을 쉽게 채용할 수 있다. 동시에 상장은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되레 투자의 감소를 가져올 수도 있다. 따라서 이 연구는 상장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요구한다.

 

한국거래소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한국의 신규 상장(Initial Public Offerings·IPO)은 전년 대비 27% 정도 증가했다. 해외 주요 시장에서 나타나는 신규 상장 추이와 비교해 증가세가 매우 두드러진다. 이런 가파른 증가세는 신규 상장을 장려하기 위해 거래소 진입장벽을 낮춘 현 정부의 경제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는창조경제의 주안점은 투자 확대를 통해 내수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규 상장을 적극 유도해서 투자활성화를 이루려는 정부의 정책적 의도는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는 신규 상장을 인위적으로 증가시키는 정책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더욱이 느슨해진 상장 요건으로 부적격한 기업들이 대거 상장해서 추후 시장이 교란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엄찬영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 cyeom73@hanyang.ac.kr

필자는 한양대 경제학과를 졸업 후 University of Oregon에서 재무금융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1년부터 한양대 경영대학에 재직 중이며 주된 연구 분야는 자산가격 결정의 실증적 연구, 주식발행, 시장미시구조다.

 

Psychology

자부심 유발하는 메시지, 추상적이고 원거리일 때 효과적

How the Consideration of Positive Emotions Influences Persuasion: The Different Effect of Pride versus Joy by Noam Karsh & Tal Eyal (2015). Journal of Behavioral Decision Making, 28, 27-35.

 

무엇을 왜 연구했나?

설득 메시지에 감정을 싣는 경우가 많다. 주로 권유에는 긍정 감정을 이용하고, 억제할 때는 부정 감정을 이용하곤 한다. 그런데 감정을 단지 긍정과 부정 등극성으로 구분하는 접근은 오히려 설득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감정경험은 동기와 인지의 복합적인 산물이다. 개별적인 감정마다 고유한 기능이 있다. 같은 긍정 감정이라도 기쁨은 구체적인 사건과 관련된 감정이다. 가까운 미래나 구체적인 대상에 관련된 감정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구체적인 사건이나 대상에 관련된 심리를낮은 해석 수준의 정보처리라고 한다. 반면 자부심은 추상적인 사건과 관련된 감정이다. 먼 미래나 추상적인 대상에 대한 감정이다. 추상적인 사건이나 대상에 관련된 심리를 높은 해석 수준의 정보처리라고 한다. 따라서 설득하려 할 때 메시지의 해석수준(구체적 VS. 추상적)과 설득대상이 경험하는 감정의 기능이 일치하지 않으면 메시지의 설득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무엇을 발견했나?

이스라엘 하이파대와 네겝대의 공동 연구진은 자부심과 기쁨의 해석 수준이 설득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기 위해 2차례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1에서는 참가자들을 우선 해석 수준에 따라 2개 집단으로 나눠 집단1에는 낮은 해석 수준(: 가까운 시일에 예정된 행사 소식)과 높은 해석 수준(: 먼 훗날에 예정된 행사 소식)의 심리상태에 있도록 했다. 이후 기쁨과 자부심 등의 감정에 따라 각 집단을 추가로 나눴다. 따라서 4개 집단의 심리 상태는 다음과 같이 구분된다: 집단1A=낮은 해석 수준+기쁨, 집단1B=높은 해석 수준 + 기쁨, 집단2A=낮은 해석 수준+자부심, 집단2B=높은 해석 수준 + 자부심. 이후 행사에 대한 태도를 측정했다. 연구2에는 감정 유발 방식을 바꿨다. 연구1에서는 행사 소식을 통해 감정을 유발했다. 반면 연구2에서는 행사소식과 무관한 방식으로 감정을 유발했다. 또한 해석 수준을 유발하는 방식도 달리했다. 낮은 해석 수준의 이야기에서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었고 높은 해석 수준의 이야기에서는 추상적인 사례를 제시했다. 연구 결과, 높은 해석 수준의 참가자들은 자부심을 경험할 때 이야기에 대한 태도가 바뀌는 경향이 컸다. 반면, 해석 수준이 낮은 이야기에 접했을 때는 자부심과 기쁨에 따른 태도 변화의 차이가 없었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상품과 서비스 판매 혹은 건강행동 유발, 정치참여 등 설득의 필요성은 많다. 그러나 설득은 쉽지 않다. 사람의 태도를 바꾸려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일관성의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자신의 태도를 쉽게 바꾸지 않는다. 기존에는 설득의 요소로 설득하려는 주체의 신뢰성이나 메시지의 논리 정연함, 설득에 대한 근거 제시 등을 주로 고려했다. 최근에는 다양한 감정이 설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같은 부정 감정이라도 공포와 분노의 설득효과가 상이하다. 마찬가지로 같은 긍정 감정이라도 기쁨과 자부심의 설득효과도 다르다.자부심을 유발하는 메시지는 구체적인 대상보다는 추상적인 대상일 때 설득효과가 크다. 내일이나 다음 주에 일어날 일보다는 일년 후 등 원거리에 일어날 이에 대한 것일 때 설득력을 발휘한다.

 

안도현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dohyun@SocialBrain.kr

필자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Colorado State University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석사, University of Alabama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이다. SSCI급 학술지에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Marketing

동양인, 전체 좋으면굿서양인, 한 부분 나빠도배드

Based on “Differences in Customers’ Online Service Satisfaction Across Cultures: The Role of Thinking Style,” by Lei Song, Srinivasan Swaminathan & Rolph E. Anderson (2015) Journal of Marketing Channels, 22(1), 52-61.

 

 

무엇을 왜 연구했나?

마케팅의 중요한 목표인 고객 만족은 개인적 기대나 문화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마케팅 무대가 글로벌화되면서 소비자의 문화적 차이, 특히 동양과 서양 소비자의 차이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진행됐다. 그동안 서양 소비자들은 하나하나의 개체 중심으로 생각하는데 동양의 소비자들은 전체적인 맥락 중심으로 본다거나 동양의 소비자들은 불만을 드러내놓고 얘기하지 않는다는 등의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러한 결과는 주로 오프라인 서비스에 대한 평가였는데 온라인 서비스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날까?

 

드렉셀대 연구팀은 온라인 쇼핑 서비스에 대한 동양과 서양 소비자들의 만족도 차이를 연구했다. 특히 개체 중심의 분석적(analytic) 사고를 주로 하는 서양 소비자와 맥락(context) 중심의 종합적(holistic) 사고를 주로 하는 동양 소비자들의 비교를 위해 만족스러운 부분과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함께 나타나는 상황(Mixed Quality Service)에 초점을 맞춰 연구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팀은 미국의 유럽계 미국인 대학생과 중국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2회의 실험을 통해 온라인 쇼핑의 서비스 만족도를 비교 분석했다. 인터넷 쇼핑 상황을 가정하고 정보 제공과 주문, 배송, 결제 등의 각 서비스 요인별로 만족스러울 경우와 문제가 생겼을 경우를 달리해 반응을 조사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1) 서비스 품질 요인의 모든 항목이 모두 높거나 낮은 경우 동양과 서양 소비자의 만족도 차이는 크지 않았다. 그런데 서비스 품질 요인의 좋고 나쁜 항목이 함께 나타날 때 (예를 들어, 고객 응대는 잘하지만 배송이 지연되는 경우) 동양 소비자들에 비해 서양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유의미하게 낮게 나타났다.

 

2) 사고방식별로 비교해 보면 서양 소비자들은 분석적 사고를, 동양 소비자들은 종합적 사고를 하는 비율이 높았다. 그리고 1)의 상황에서 분석적 사고를 하는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낮게 나타났다.

 

3) 그 이유를 알기 위해 두 번째 실험에서는 같은 상황에서 감정이 만족도를 매개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분석적 사고 중심의 서양 소비자들이 종합적 사고 중심의 동양 소비자들에 비해 행복하다는 비율이 적고 화난다고 표현하는 정도는 높았다.

 

, 종합적 사고를 하는 동양 소비자들은 불만 요인이 있어도 전체적인 만족도를 고려해 불만이 누그러진 반면 분석적 사고를 하는 서양 소비자들은 개별적인 서비스 실패 요인에 대한 불만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온라인 쇼핑도 급속한 글로벌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온라인 소비자들의 문화적 차이에 대한 고려도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문화적 차이란 옳고 그른 문제가 아니라 단지 서로 다름이다. 마케터들은 고객의 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와 적응이 필수적이다.

 

종합적 사고 중심의 동양인들은 전체적으로 좋으면 하나의 잘못은 너그럽게 넘어갈 수 있지만 분석적 사고 중심의 서양 소비자들은 좋은 부분이 있더라도 잘못된 부분은 용납하지 않는다. 즉 서양 소비자들에게는 서비스의 한 요소라도 실패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동양 소비자들에게는 전체적인 만족도를 높이는 쪽이 나을 수 있다.중국 시장에서 적시 배송 등 서비스 품질을 강조했던 아마존이 서비스보다 가격 할인을 강조하는 알리바바에 밀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로 볼 수 있겠다.

 

다만 젊은 세대의 문화가 부모 세대의 문화와 다른 것처럼 문화는 계속 변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중국과 미국의 대학생들이 동양과 서양 소비자 모두를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과도한 일반화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다.

 

홍진환 수원대 경영학과 교수 jinhongs@naver.com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보스턴대에서 박사 수료, 중앙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듀폰, 엠드림, 옵티멈경영연구원에서 근무했으며 저서 <코에볼루션> 등이 있다.

 

 

  • 홍진환 | - 수원대 경영학과 교수
    - <코에볼루션> 저자
    jinhong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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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일 | -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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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주한 류주한 |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 유치, 해외 직접투자 실무 및 IR, 정책 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했으며 국내외 학술 저널 등에 기술 벤처, 해외 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비시장 전략, PMI, 그린 공급망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jhryoo@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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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승욱 곽승욱 |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근무한 후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swkwag@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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