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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 통신

비싸게 팔거나, 싸게 만들거나 결코 쉽지 않은 ‘당연한‘ 돈 버는 법

김지웅 | 170호 (2015년 2월 Issue 1)

편집자주

DBR은 세계 톱 경영대학원의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하는 ‘MBA 통신코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명문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는 젊고 유능한 DBR 통신원들이 따끈따끈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통신원들은 세계적 석학이나 유명 기업인들의 명강연, 현지 산업계와 학교 소식을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컬럼비아경영대학원(Columbia Business School) 1916년에 설립돼 지금까지 41000여 명의 동문을 배출했다. 워런 버핏, 헨리 크라비스 등이 컬럼비아 MBA 출신이다. 세계경제의 심장이라 일컫는 뉴욕에 자리잡고 있는 만큼 금융, 컨설팅, 미디어, 패션, 헬스케어, 부동산 등의 다양한 분야에 걸친 강력한 네트워킹을 갖고 있다.

 

MBA 첫 학기. 경영전략 수립(Strategy Formulation)이란 과목의 첫 시간에 앞서 담당 교수 제리 킴(Jerry Kim)에게 단체 메일이 왔다.

 

“숙제: 수업 전까지 벤앤제리(Ben & Jerry)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서 먹어보고 올 것.”

 

수업 시간, 교수의 첫 질문은벤앤제리에서 가장 좋아하는 맛이 무엇인가였다. 미국 MBA스쿨의 특징인콜드콜의 두려움에 살짝 긴장했던 학생들은 이내 긴장을 풀고 여기저기서 손을 들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맛을 신나게 발표했고 교수는 진지하게 칠판에 받아 적었다. Chubby Hubby, Lazy Sunday, Americone Dream, Chocolate Fudge Brown, Chunky Monkey 등등 이국적인 아이스크림 이름이 칠판 하나를 가득 채웠다. 학생들은 궁금해했다. 아이스크림과 경영전략이 무슨 관계일까.

 

밴앤제리는 미국에서 인기 있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다. 이 회사는 1977년 미국 북동부의 버몬트 주에서 벤 코헨(Ben Cohen)과 제리 그린필드(Jerry Greenfield)가 만들었다. 미국 소비자들은 깊고 풍부한 맛과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아이스크림에 반했다. 1980년대 벤앤제리는 미국 북동부를 넘어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그런데 1990년대에 들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하겐다즈(Hagen-Dazs)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와의 경쟁이 심해지고 웰빙 트렌드가 시작됐다. 1995년엔 처음으로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창업자들은 자신들의 경영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걸 인정하고 새로운 CEO를 영입했다.

 

승승장구하던 기업에 영업손실이란 사상 초유의 사건이 가져온 쇼크는 컸다. 지금까지 성공에 가리워졌던 수많은 문제점들이 하나둘씩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지금까지 새로운 제품 개발은 오로지 창업자의 미각에 따른 결정이었다는 것도 직원들이 알게 됐다. 또 제품의 라인업이 2년새 두 배나 늘어나 구매, 재고관리, 유통 등의 복잡성이 지나치게 증가했고 이로 인해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 새로 짓고 있는 공장이 지나치게 많은 생산용량을 갖고 있다는 점도 발견됐다. 게다가 시장은 이제 웰빙 트렌드에 따라 프로즌 요구르트처럼 저칼로리 제품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상황이었다. 경제환경도 불확실해지면서 중저가 브랜드들이 약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수십 년간 성장을 해오며 성공가도를 달리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벤앤제리는 첫 손실을 기록한 1995년 이후 해결책을 모색했지만 외부 환경이 비우호적으로 변하고 시장 내부 경쟁이 심해지면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창업자들은 떠났고 회사는 2000년 유니레버(Unilever)에 인수됐다.

 

킴 교수는 밴앤제리가 자신들의 경쟁력이 무엇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니 경쟁력을 지속할 수도 없었다. 시장환경이 우호적일 때 자신이 거둔 성공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하지 않으면 외부 환경의 변화가 성공의 열매를 쉽게 앗아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때 성공적인 기업들이 밴앤제리처럼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스러져 가는 사례를 우리는 흔히 목격한다. 이런 기업은 어떤 공통점을 갖고 있을까.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계속 돈을 버는 기업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 컬럼비아경영대학원의 전략 수업에서는밸류스틱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했다.

 

밸류스틱(Value Stick)

밸류스틱은 컬럼비아대 구스 스튜어트(Gus Stuart) 교수와 뉴욕주립대 애덤 브랜든버거(Adam Brandenburger) 교수가 만들어낸 경영전략 틀이다.

 

시장에서 기업은 항상 두 가지 제한에 직면한다. 하나는 고객들의 지불의향가(WTP·Willingness-to-pay)이다. 또 하나는 공급자(원재료를 공급하는 또 다른 기업 또는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동자)의 공급의향가격(WTS·Willingness-to-supply)이다. 이 두 지점의 간격만큼이 기업이 창출하는 가치라고 할 수 있다. (그림1) 하지만 그림에서도 보듯이 이 차이에 해당하는 가치를 기업이 독차지할 수는 없다. 공급자와 소비자도 자신들의 몫을 챙길 것이다. 공급자는 비용(cost), 즉 자신들이 기업에 공급하는 가격에서 WTS를 뺀 만큼의 차이를 가져갈 것이다. 소비자는 WTP에서 자신들이 실제로 지불하는 판매가격(price)을 뺀 만큼의 가치를 챙긴다.

 

기업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가치창출(value creation)이 아니다. 얼마만큼의 가치를 차지(calue capture)하느냐는 것이다. 문제는 독점 기업이 아닌 이상 밸류스틱은 항상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즉 다른 기업의 밸류스틱에 비해 우월한 밸류스틱을 갖고 있어야만 해당 기업이 차지할 수 있는 가치의 몫이 많아진다.

 

 

두 경쟁기업이 동일한 WTP, WTS를 갖고 있으면서 원가구조까지 같다면 결국 가격은 어떻게 될까? 한쪽 기업이 가격을 책정하면 상대 기업은 더 낮은 가격을 책정함으로써 고객을 끌어오려 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결국 치열한 가격경쟁(price war)으로 치닫고 결과적으로 가격은 비용(Cost)과 동일한 수준까지 내려올 것이다. 결국은 창출된 가치 중 기업이 차지할 수 있는 몫은 사라지고 이익 역시 발생하지 않는다.

 

지불의향가격의 차이

밸류스틱이 의미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기업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WTP가 경쟁자보다 더 높은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림 2>를 보자. 미국에서 도요타자동차는 미쓰비시보다 브랜드 가치가 더 높다. 따라서 도요타는 동급의 차량이더라도 미쓰비시보다 더 높은 가격을 매길 수 있다. 고객은 단순 가격이 아닌 WTP와 가격의 차이(즉 고객 자신이 얻는 가치)를 비교하기 때문이다. 설령 미쓰비시가 마진이 남지 않는 수준까지 파격적인 가격할인을 하더라도 도요타가 고객에게 주는 가치만큼을 줄 수 없다. 즉 도요타는 가격경쟁에 휘말리지 않고 자신의 몫인 이익을 챙길 수 있다.

 

 

 

 

 

 

 

 

 

공급의향가격의 차이

또 다른 생존전략은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그림 3>은 미국 채용시장에서 구글과 텍사스인스트루먼트의 WTS를 비교한 것이다. 각 기업의 근무환경이나 기업문화 등은 채용시장에서 구직자의 WTS에 영향을 준다. 구글같이 최고의 인재들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주는 기업에는 너도나도 취직을 하겠다고 하기 때문에 WTS가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구글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우수한 인재를 타 기업에서 모셔가려면 더 많은 연봉을 줘야 한다. WTS가 더 높기 때문이다.

 

위의 두 가지 방법을 정리하면 <그림 4>와 같다. 제품을 살 고객의 WTP를 높이거나 공급자의 WTS를 낮추는 것이 기업의 생존 전략이다. 전자는 흔히 경영학에서 말하는 차별화 전략이고, 후자는 코스트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일관성 있는 전략이 중요하다

사실 너무나도 상식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돈을 벌고 싶으면 비싸게 팔거나 비용을 낮추면 된다는 건 이렇게 어려운 설명조차 필요 없을 정도의 상식이지 않은가. 필자는 킴 교수의 첫 수업에서 이런 뻔한 이야기를 밸류스틱이라는 멋진 이름으로 포장해 설명한다는 것에 적잖이 실망했다. 하지만 한 학기 수업을 다 듣고 한 후 생각이 달라졌다.

 

전략이란 단어만큼 경영 일선에서 많이 사용되는 단어는 없을 것이다. 신사업전략, 신성장전략, 마케팅전략, 인사전략, 심지어는 전략회의, 전략사업 등 전략이란 단어의 사용처는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또한 전략이란 단어만큼 오용되는 단어도 없을 것이다. 여러 가지 정의가 존재하겠지만 제리 킴 교수는 이렇게 정의한다. “전략이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에 맞게끔 무엇에 집중할지, 또 어떻게 집중할지에 대해 유기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다(Strategy is an integrated set of choices about what a firm wants to accomplish where it will focus and how it will focus).”

 

이를 밸류스틱과 연결해 보자. 돈을 많이 버는 기업은 지속적으로, 또한 일관되게 자신의 모든 요소를 높은 WTP를 만드는 데 집중하거나 낮은 비용구조를 갖춰나가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길을 택하든 간에 기업의 모든 요소 하나하나를 목표에 맞게끔 집요하리만큼 일관성을 부여하느냐가 중요하다. , 기업의단 하나(The One Thing)’를 정하는 것이다. 만약 어떤 기업이 높은 WTP도 만들어내고 낮은 비용도 달성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역사적으로 성공한 기업들을 보면 이는 환상임을 알 수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쫓는다면 둘 다 놓치게 될 것이라는 게 밸류스틱의 함축적 교훈이다.

 

따라서 기업은 최고의 브랜드를 만드는 길을 갈 것인지, 또는 가장 낮은 가격(비용)을 추구할지를 정해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High WTP’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은 애플이다. 상위 15%의 고객을 대상으로 고가의 제품을 판매하고 대부분의 이익은 디바이스 판매에서 나온다. 그런데 만약 애플이 욕심을 내서 비용을 더 낮춰서코스트 리더십까지 갖추고자 한다면 기존 전략과의 일관성을 잃고 말 것이다. 애플에겐 공급자가 환경기준을 충족시키는지, 근로기준을 위배하지는 않는지가 납품가보다 더 중요하다. 만약 낮은 납품가만을 목적으로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가 애플에 납품하는 기업이 환경이나 근로 기준을 위배한 행위가 적발될 경우 애플의 브랜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월마트는 반대의 경우다.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 같은 고급 유기농 슈퍼마켓의 공세가 무서워서 비용절감에 역행하는 방식으로 경쟁하기 시작한다면 (예를 들면 매장을 좀 더 고급스럽게 리모델링하는 등) 월마트의 유명한 약속인매일 최저가(Everyday Low Price)’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실제로 월마트는 특정 매장을 좀 더 고급스럽게 단장하고 유기농 식품을 추가로 배치하는 등의 실험을 해봤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다시 예전의 투박한 인테리어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각 기업은 자신이 어떤 전략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자신의 몫으로 가져올 것인지를 정한 후 모든 요소에 일관성을 부여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이나(새로운 경쟁자는 대부분 차별화 전략을 구사한다), 기존 경쟁자들 간의 치열한 눈치싸움(가격경쟁)을 겪게 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길을 잃어버린다. , 자신의 정체를 잊고 가격과 비용 모든 면에서 탁월한 기업이 되고자 하면서 결국 그 어떤 면에서도 최고가 되지 못한다. 전략의 일관성을 잃는 순간 브랜드경쟁력과 비용경쟁력 어느 쪽도 지키지 못하고 돈을 벌지 못하는 기업으로 전락한다.

 

밸류스틱은 사실 너무 간단한 분석 툴이다. 실제 경영 현장에서 밸류스틱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가격, 원가, 브랜드 인지도 및 선호도, 연봉, 납품가 등을 수치화하고 경쟁자와 비교해야 한다. 이를 통해 밸류스틱의 네 점(WTP, WTS, 가격, 비용)을 찍으면 자신의 위치와 상대의 전략을 비교적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비즈니스의 핵심을 볼 수 있고 자신에 대한 평가를 객관적으로 시작할 수 있다. 지표들과 전략적 목표가 일치하는가? 창출되는 가치 중 우리 회사가 차지하게 되는 몫이 ‘WTP-P’ ‘Cost-WTS’ 두 구간 중 어디에서 더 많이 만들어지는가? 회사의 의사결정들이 전략적 방향에 맞게끔 이뤄지고 있는가?

 

돈을 버는 방법은 간단하다. 비싸게 팔거나, 싸게 만들어서 파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전략적 방향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그에 걸맞게 자신의 모든 요소 요소를 낭비 없이 연결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많은 경우 기업은 자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또 경쟁에 지나치게 민감하다. 경쟁자가 하면 덩달아 하고, 경쟁자가 하지 않으면 우리도 그만두는 기업문화가 만연하다. 목표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는 어느 쪽인가? 우리 회사의 여러 요소들은 회사의 목표와 방향에 적합하게 배치되고 정렬돼 있는가? 간단하지만 본질적이고 어려운 질문들이다. 돈을 지속적으로 탁월하게 버는 것은 바로 이 까다로운 질문들에 대한 명확한 해답과 이해, 그리고 끊임없이 내일에 맞게 오늘을 정렬시키는 꾸준함 위에서만 가능할 것이라는 것이 전략 강의에서 필자가 깨달은 바다.

 

킴 교수에 따르면 밴앤제리 역시 경쟁에서 길을 잃었다. 자신의 경쟁력이 무엇인지 잊었다. 자신이 높은 WTP전략을 구사하는 기업인지, 가격경쟁력이 있는 기업인지를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니 경쟁력을 지속할 수도 없었다. 성공가도를 달리던 기업이 갑자기 찾아온 환경의 변화에 우왕좌왕하는 건 자신을 냉철하게 분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략의 일관성을 잃게 되고 시장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결국 더 이상 돈을 벌지 못하는 기업으로 전락할 것이다. 이것이 밴앤제리 사례의 교훈이었다.

 

 

참고문헌

David J. Collis, “Ben&Jerry’s Homemade Ice Cream Inc.: A Period of Transition”, HBR 9-796-109, REV: May 19, 2005

 

Steven Meier, Bruce Kogut, and Felix Oberholzer-Gee, “Strategy Formulation and Competitive Advantage”, Columbia Business School Caseworks, ID#080407, July 8, 2010

 

 

김지웅 Columbia Business School, MBA Candidate, Class of 2016 jekim16@gsb.columbia.edu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문화방송에서 약 7년간 전략, 세일즈 등 콘텐츠 관련 비즈니스의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2014년부터 컬럼비아 MBA에 재학 중이다.

  • 김지웅 | -(전)한국 MBC에서 전략, 광고, 콘텐츠 유통, 신사업 담당
    -(현)미국 주요 테크기업 A사 시니어 프로덕트 매니저
    jeewoong.kim.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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