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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이 이끄는 조직

배려의 마음이 主가 된 타타의 ‘나노’ 처럼 착한 목적 실천이 정답이다

정동일 | 169호 (2015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전략, HR

 

인도 타타그룹의나노라는 자동차는 전 CEO 라탄 타타가 온 가족이 낡은 스쿠터 한 대에 매달려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착안해 개발됐다. 이후 나노는 인도에서국민차로 부상하며 타타그룹에 큰 매출을 안겨줬다. 이는 타타그룹이 가진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기여한다는 목적에 부합하는 대표적 사례로 알려져 있다. 기업이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목적이 이끄는 문화를 가꿔나갈 때 조직 구성원과 소비자, 관련된 이해관계자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기업은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타타그룹(Tata Group), 구글(Google), 테슬라(Teslar), 자포스(Zappos), 사우스웨스트(Southwest), 탐스슈즈(Toms Shoes), 아이디오(IDEO), 파타고니아(Patagonia), 칸아카데미(Khan Academy),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업종도 다양한 이 기업들이 가진 한 가지 공통점은 단순히 돈을 많이 벌겠다는, 즉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profit maximizer)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윤과 동시에 지역사회와 사회구성원들에게 긍정적 영향(positive impact)을 끼치는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목적이 이끄는 기업(purpose maximizer 혹은 purpose-driven company)’이라는 사실이다. 지금 세계는 목적이 이끄는 조직에 열광하고 있다.

 

 

DBR 114호에 필자가 기고한동기 3.0시대, 목적의식이 조직원을 뛰게 한다에서도 강압과 지시를 바탕으로 부하들을 이끄는 동기 1.0시대에서 보상으로 이끄는 동기 2.0시대에 이어 목적의식으로 이끄는 동기 3.0시대가 열렸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목적의식이야말로 부하들의 자발적인 추종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이상적이고 바람직한 수단이며 전 세계 최고의 조직들이 조직 구성원들에게 목적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곁들였다. 목적의식을 공유하게 되면 조직 구성원들은 부하(subordinate)에서 추종자(follower), 업무가 생계유지를 위한 일(job)에서 소명(calling)으로, 직원(employee)이 주인(owner)으로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목적이 이끄는 조직에 대한 관심이 왜 높아지고 있으며,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위한 경영을 하는지 알아보고, 목적이 이끄는 조직으로 발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제시하려고 한다.

 

 

 

 

 

 

 

왜 많은 소비자들이 이토록

목적이 끄는 조직에 열광할까?

먼저 소비자 입장에서 목적의식이 중요해진 이유는 그들이 기업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엔론(Enron)과 타이코인터내셔널(Tyco International)처럼 잘나가던 기업의 리더들이 저지른 끔찍한 비리와 부정행위, 조직 구성원들에 대한 배신은 소비자를 큰 혼란에 빠뜨렸다. 우리는내가 매일 사용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그런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벌었구나라는 충격과 동시에어쩌면 나도 그들의 범죄행위에 간접적인 도움을 준 공범이자 피해자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소비자가 대기업에 가진 일종의 피해의식과 죄책감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분노로 변하기 시작했다. 골드만삭스와 메릴린치, 시티그룹 등그래도 이런 회사는 믿을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던 금융사들이 조금이라도 더 큰 이익을 취하기 위해 온갖 불법적인 행위를 마다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우리는 큰 충격에 빠졌다. 많은 기업이 회복하기 힘든 불신의 늪에 빠졌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이윤만 추구하는 파렴치한 기업 대신 철학과 목적의식을 가지고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려 노력하는 기업을 찾기 시작했다.

 

 

이윤만 추구하는 기업들에 대한 불신과 더불어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에 대한 우려 및 부의 불균형도 소비자들이 목적이 이끄는 기업에 관심을 갖게 된 중요한 이유다. 삶이 윤택해지면서 소비자들은 필요 이상의 소비를 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자연환경이 파괴되고 있다. 자신의 소비가 지구 온난화를 초래하고 이로 인해 수많은 자연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에 소비자들은 일종의 죄책감을 느낀다. 그리고 이런 죄책감은 자연 친화적인 방식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의식 있는 기업을 선호하는의식 있는 소비자들을 만들어 낸다. 의식 있는 소비자는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면서 자신이 매일 하는 소비 행위가 경제적 약자를 돕고 이들에게 좀 더 나은 삶의 환경을 제공할 수 있기를 원한다. 이런 소비자들의 염원을 반영하듯 고객들에게우리 회사의 옷을 사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필요한 만큼 옷을 사서 떨어질 때까지 입으라고 이야기하는 파타고니아나여러분이 신발 한 켤레를 구입하면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신발 한 켤레를 기증하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탐스슈즈 같은 기업이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은 목적이 이끄는 기업에 열광하게 됐다.

 

 

경영자들이 목적이 이끄는 조직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조직 구성원들이 점점 직장과 자신의 일을 단순히 생계유지를 위한 활동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이와 동시에 중요한 가치를 창출하는 기회로 여기게 됐다는 데 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기업이 단순히 이윤만 추구하지 않고 지역사회와 사회 구성원들에게 의미 있는 공헌을 한다고 느낀다면 이들의 업무 몰입도나 조직에 대한 충성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기업 성과에도 직접적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중 하나인 딜로이트(Deloitte)가 기업에 근무하는 1053명의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2014년 설문조사(Deloitte Core Beliefs & Culture Survey)에 따르면 강한 목적의식이 있는 기업의 직원들은 그렇지 않은 기업의 직원들보다 자기 회사의 성장과 미래의 성공에 더 큰 믿음과 확신을 갖고 있다. 1 구체적으로 살펴보면올해 우리 회사는 성장할 것이다라는 질문에 강한 목적의식이 있는 기업 직원들의 82%가 동의한 반면 그렇지 않은 기업 직원들은 48%만 동의했다. ‘우리 회사는 미래에도 선도기업으로 변화에 잘 적응할 것이다라는 질문에도 이에 동의한다는 답이 83% 42%로 큰 차이를 보였고경쟁사보다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낼 것이다라는 질문에도 목적의식이 강한 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79%가 동의를 한 반면 그렇지 못한 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47%만 동의하는 등 큰 차이를 보였다.

 

 

필자 생각에 딜로이트 설문의 중요한 결과 중 하나는 목적의식이 강한 기업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근무하는 직원들에 비해 자신의 일에 훨씬 더 몰입한다고 답변(73% 23%)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목적의식이 직원들의 몰입도를 결정하는 유일한 요소는 아니다. 하지만 수많은 연구에서 몰입도(employee engagement)가 개인과 조직의 성과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는 사실이 지속적으로 입증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직원의 몰입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목적의식이 기업 경영에서 왜 점점 중요해지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2

 

 

이렇게 목적의식이 강한 기업문화가 조직 구성원들의 업무 및 조직에 대한 몰입도를 높인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딜로이트 설문 결과에서 기억해야 할 결과가 있다. ‘기업이 강한 목적의식을 바탕으로 의미 있는 영향(meaningful impact)을 끼치기 위해 노력하는가라는 질문에 직원의 68%와 임원의 66%그렇지 않다고 답했다는 점이다. 목적의식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기업들이 목적의식을 통해 지역사회와 사회구성원들에게 의미 있는 가치와 공헌을 충분히 하고 있지는 않다는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한 것이다. 요즘땅콩 회항사건 등으로 한국의 많은 대기업이 소비자의 불신을 받고 기업 이미지가 바닥까지 추락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실추된 이미지를 개선하고 한국에서도 대기업을 포함한기득권층이 존경받는 존재가 되는 과정에서 목적이 이끄는 조직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인도의 타타그룹처럼 말이다.

 

 

 

 

목적이 이끄는 조직의 상징으로 떠오른

인도의 타타그룹

인도 타타그룹은 IT, 제철, 자동차, 화학, 호텔 등 다양한 산업에서 2013년 말 103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릴 정도로 규모가 큰 그룹이다. 1868년 잠셋지 타타(Jamsetji Tata)가 창업한 후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전했다. 이렇게 인도에서 가장 큰 기업이 됐지만 갑의 횡포를 통해 협력업체 또는 소비자들을 착취하거나 소수의 오너들이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직원을 괴롭히는 장면을 떠올리면 큰 오산이다. 타타그룹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목적의식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 공헌하겠다는 철학이 창업자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모든 활동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배구조부터 제품개발 및 혁신까지 타타그룹이라는 조직 전체에 퍼져 있다. 일례로 지배구조를 보면 타타그룹의 66%에 달하는 지분이 타타 패밀리가 출자해서 만든 신탁회사에 속해 있을 만큼 공적 성격을 띠고 있다. 이 신탁회사가 그룹의 대주주로서 기업의 여러 활동을 감독하면서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회사가 아니라 사회적 공헌을 토대로 성장하는 회사가 되도록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적 기업을 지향하는 타타그룹의 경영철학을 반영하듯 그룹 웹사이트에 가보면 가장 먼저 나오는 장면이 그룹에서 실천하는 다양한 사회적 공헌활동이다.3  그리고 회사를 소개하는 메뉴(About us)를 클릭하면 다른 회사처럼 제품과 사업 소개 혹은 재무 정보가 아니라 회사의 목적의식과 가치를 표현하는 ‘Values and Purpose’가 먼저 나온다. 이를 클릭하면타타그룹은 우리가 활동하는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At the Tata group, we are committed to improving the quality of life of the communities we serve)”라는 문구가 뜬다. 이 기업이 지향하는 목적의식을 분명히 나타내는 것이다.

 

 

이윤만 추구하는 기업들과의 근본적인 차이는 목적의식을 실천하기 위해 진정성을 가지고 지난 수십 년 동안 지속적이며 다양한 활동을 실제로 전개해왔다는 점에 있다. 타타그룹은 낙후된 지역에 깨끗한 물을 제공하고, 문맹률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교육활동과 기술교육을 지원하며,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광범위한 사회적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를 위해 매해 2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어떤 제품을 개발할 것인가에서도 타타그룹의 경영 철학이 그대로 드러난다. 예를 들어 지구상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에 팔리고 있는 차인나노(Nano)’는 비 오는 날 퇴근길에 온 가족이 낡은 스쿠터 한 대에 올라타 아슬아슬하게 가는 모습을 목격한 당시 CEO 라탄 타타(Ratan Tata)의 지시로 개발이 시작된 제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0만 원대의 자동차를 개발하는 혁신 과정도 목적의식과 사회적 공헌이라는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후 타타의 나노를 볼 때마다 차가운 금속으로 만들어진 자동차에서 어딘지 따뜻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가난하지만 성실하게 일하는 가장이라면 낡은 스쿠너가 아닌 편안한 자동차에 가족을 안전하게 태우고 싶을 것이라는 CEO의 생각을 알고 그 생각을 실행하는 회사의 직원이 된다면 야근을 하더라도 조금 덜 피곤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작은 노력이라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그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때 우리는 동기부여를 받고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이 같은 내적 동기부여(intrinsic motivation)는 보너스나 인센티브 같은 그 어떤 외적 동기부여(extrinsic motivation)로 살 수 없는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혁신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어설픈 인센티브보다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고

일에 대한 의미와 목적의식을 고양시키자.

 

 

직원들의 눈빛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직원들이 업무를 일(job)이라고 느끼면 혁신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자신이 하는 업무를 소명(calling)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혁신을 위해 리더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그래서 IDEO의 창업자이자 <유쾌한 크리에이티브>의 저자 톰 켈리와 데이비드 켈리는모든 혁신은 휴머니즘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4  단순히 제품의 질을 개선하려고 하거나 신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표보다 이를 통해 고객의 (특히 소외계층의) 삶을 개선하려 한다는 목적의식이 있을 때 조직 구성원은 혁신 활동에 훨씬 몰입할 수 있다.

 

 

타타그룹의 목적의식을 통한 사회적 공헌의 중심에는 그룹의 전임 CEO였던 라탄 타타가 있다. 그는 2013 MIT 경영대학에서 발간하는에 기고한 글에서오늘날 세계에는 이윤보다 한 차원 높은 목적의식을 가진 기업이 매우 필요하다(The world urgently needs business that have a higher purpose than porfits)”라고 말하며 많은 리더들에게 목적의식을 바탕으로 기업을 운영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5 그는이윤 극대화는 기업의 궁극적인 존재 이유나 목적이 아니라 단순한 결과다. 행복이 목적의식, 의미 있는 일, 그리고 깊은 인간관계로부터 얻어지는 부산물인 것처럼 이윤이 기업 활동의 궁극적인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행복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이 자기도취에 빠져서 결국 불행해지듯 기업이 단순히 돈을 벌겠다는 목표를 넘어서 목적의식을 가지고 활동하지 않으면 수많은 부작용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목적의식은 기업 전략도, 사회적 책임도, 기업의 미션도 아닌 영적이고 윤리적인 소명이며 그 기업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하며 기업 운영에서 목적의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다.

 

 

 

gamechangers500.com에서 제시하는 목적이 이끄는 조직의 기준

 

1) Why you are in Business (Meet the mission) 기업의 미션이 이윤(profit)을 극대화하기보다 혜택(benefit)을 극대화하는 데 맞춰져 있는가? 이를 측정하고 평가하기 위한 기준(metrics)이 명확히 정의돼 있는가?

2) How you run your business (Exceptional work environment)조직 구성원들이 즐겁고 영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가?

3) How you run your business (Empowered employees) 조직 구성원들이 자율적이고 지속적인 배움을 통해 잠재력을 실현하며 긍정적인 가치와 열정을 바탕으로 일을 할 수 있는가?

4) How you run your business (Everyone wins) 기업을 소유한 소수만 혜택을 보는 것이 아니라 고객, 협력사, 투자자, 지역사회 등 모든 이들이 혜택을 보고 있는가?

5) How you run your business (Earth friendly office) 업무를 보는 공간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용품들이 자연친화적인 방법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는가?

6) How you run your business (Eco design) 제품을 개발하고 제조하는 과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가?

7) How you run your business (Replenish the planet) 기업 활동을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이를 위한 활동을 전개하는 데 필요한 기반으로 사용하는가?

8) What your business offers (Depth of impact) 기업에서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혁신을 통해 사람과 환경을 발전시키고 있는가?

9) What your business offers (Scale of impact) 기업에서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기업들 간 협력과 파트너십을 촉진시켜 긍정적인 영향을 증폭시키고 있는가?

 

 

 

 

 

 

목적이 이끄는 기업의 또 다른 예

타타그룹처럼 단순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 수준이 아니라 기업의 전반적인 활동에서 사회적 공헌과 목적의식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조직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은 이윤보다 한 차원 높은 목적의식을 바탕으로 기업 활동을 전개해서 소비자에게 더 큰 신뢰와 호응을 얻는다. 이런 점에서 목적이 이끄는 조직은 어쩌면 미래의 바람직한 기업경영의 한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한국 기업들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다른 기업들의 활동을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자.

 

 

● 홀푸드마켓: 가급적 해당 지역에서 수확한 농수산물을 매장에서 판매해서 지역사회와 수익을 공유하려고 함. 동시에 Community Giving Days라는 것을 만들어서 그날 발생하는 순매출의 5%를 지역의 자선단체들에 기부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음.

● 자포스: 기업 미션인행복을 배달한다(Deliver happiness)’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실제로 고객 행복도를 높이기 위해 ‘80% 고객들에게 무료 당일배송과 같은 혜택을 제공하고 있음.

IDEO: IDEO.org 같은 웹사이트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지역사회에 회사 인재들을 무료로 임대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문제 해결에 참여하고 있음.

 

목적이 이끄는 조직에는 홀푸드마켓이나 자포스처럼 잘 알려진 기업도 있지만 규모가 작고 다소 생소한 기업들도 많다. GameChangers 500이라는 리스트를 만든 앤드루 휴잇(Andrew hewitt) gamechangers500.com이라는 웹사이트에 가면 다음과 같은 조직들의 주요 활동을 찾아볼 수 있다.

 

 

Seventh Generation: 다양한 가정 및 개인 위생용품을 개발 및 판매하는 회사로 제조와 판매 과정에서 인류의 건강과 자연환경의 개선을 목표로 함.

Places for people: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공급해 사회의 소외받은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안락함을 제공함.

Green Mountain Energy: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공해가 발생하지 않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소비자에게 제공함.

 

이 밖에도 무수히 많은 기업들이 이윤의 극대화보다는 목적의식을 바탕으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gamechangers500.com에 가면 알 수 있다. 앤드루 휴잇은 <포천> 500대 기업(Fortune 500 companies)을 선정하는 기준인 매출과 비교하며우리는 매출이 아니라 긍정적 영향(positive impact)에 따라 GC500을 선정한다고 강조한다.

 

 

목적이 이끄는 조직이 되기 위한 기준은?

목적이 이끄는 조직이라는 개념은 생긴지 그다지 오래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명확한 기준이 정해져 있지는 않다. 이와 관련해 gamechangers500.com에서 사용한 지표를 참고할 만하다.6  (‘gamechangers500.com에서 제시하는 목적이 이끄는 조직의 기준참조.)

 

 

gamechangers500.com에서 제시하는 기준이 목적의식을 바탕으로 이윤 그 이상의 것을 추구하는 기업이 갖춰야 할 모든 기준을 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어떻게 목적이 이끄는 기업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기업들에 좋은 출발점을 제시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이런 기준을 가지고 목적이 이끄는 조직으로 성장하기를 원한다면 마지막으로 다음 몇 가지 원칙을 기억해야 한다.

 

 

1)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리더들이 철학과 목적에 확신을 가져야 한다. 타타그룹이나 테슬라, 파타고니아, 탐스슈즈와 같은 기업들이 목적이 이끄는 대표적인 조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창업자나 CEO의 경영철학 덕분이었다. 목적의식은 일종의 기업문화이자 조직이 지향하는 가치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문화가 그렇듯 목적의식도 창업자나 CEO의 개인적인 철학과 가치를 반영한다. 따라서 목적이 이끄는 조직으로 성장하고 싶다면 조직을 이끄는 최고경영자가 이윤 그 이상의 가치를 위한 경영을 하고 싶다는 열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2) 특별한 것에 초점을 맞추거나 기준에 부합하는 활동을 모두 할 필요는 없다. 목적이 이끄는 조직이 되기 위해 다른 기업과 큰 차이가 있어야 한다거나 특별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타타그룹이 지역사회에 초점을 맞추고 세븐스제너레이션(Seventh Generation)이나 테슬라가 자연환경에 초점을 맞췄던 것처럼 목적이 이끄는 조직으로 성공한 기업의 대부분은 자신들이 가치 있다고 믿는 것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설정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실천하려고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혁신적인 이슈를 추구할 필요는 없다. 앞서 소개한 GameChangers 500의 기준 9가지만 보더라도 목적이 이끄는 조직이 되기 위한 기준은 지극히 평범하다.

 

 

3) 목적의식에 바탕을 둔 기업 내부 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목적의식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기 위해서는 CEO나 조직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의지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목적이 이끄는 조직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이를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 시스템과 지배구조를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대로 타타그룹에는 지분을 66%나 가지고 있는 신탁회사가 있었고 전임 CEO였던 라탄 타타의 지속적인 참여가 있었던 덕분에 타타그룹이 지속적으로 지역사회를 위한 일과 기업 경영을 병행할 수 있었다. IBM Corporate Citizen’s Core Program을 통해 리더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인재를 선발해 나이지리아, 탄자니아, 가나, 필리핀 등 도움이 필요한 나라로 파견한다. 그리고 그 나라에서 이미 다양한 사회적 공헌 활동을 하고 있는 NGO를 지원하는 경험을 하도록 한다. 인슐린 제조 1등 기업인 덴마크의 노보노르디스크사는 신입사원이 입사하면 반드시 당뇨병 환자와 하루를 같이 보내도록 한다. 자신이 하는 일의 목적의식과 가치를 깨닫게 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처럼 목적이 이끄는 조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4) 목적의식과 관련된 활동을 평가하는 지표를 만들어 그 결과를 조직 구성원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투명하고 일관되게 공유하라. 목적이 이끄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것은 일종의 사회적 약속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결과를 평가하는 지표가 설정돼 있지 않다면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이 높다. 평가지표를 미리 만들고 그 과정을 객관적으로 진행하며 이를 이해관계자들과 공유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요즘은 많은 언론사에서 고객만족, 조직 구성원 몰입도, 친환경, 안전, 사회적 공헌 등 다양한 분야를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므로 이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5) ‘목적이 이끄는 조직을 만드는 것은 모두의 책임이라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라. 앞서 이야기한 대로 목적이 이끄는 조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리더들의 의지와 확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이를 조직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지 않는다면 목적이 이끄는 조직이란 용어는 하나의 슬로건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목적의식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들에게 지속적인 동기부여와 자극을 줄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구성원 하나하나가 모두 자신이 하는 일에 좀 더 큰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IBM과 노보노르디스크사가 좋은 사례다.

 

 

 

 

 

 

 

기업은 단순히 이윤만 추구하는 존재가 아니다

20세기 자본주의의 근간이 된 철학을 제공한 학자로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deman)이 꼽힌다. 그는기업에는 오직 하나의 책임이 있다. 게임의 룰을 지키는 한도에서 자원을 활용해 이익을 증가시키는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자유시장 경제를 옹호했다. 물론 기업의 본질은 이윤 추구다. 하지만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게임의 룰을 악용하고 환경을 파괴하며 소비자를 기만하는 기업은 더 이상 생존하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 그래서 21세기 자본주의는의식 있고(conscious) 긍정적인(positive) 방식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되기를 요구한다.

 

 

재무적 성과가 뛰어나다고 해서 어느 기업이나 월드클래스 조직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재무적 성과는 월드클래스 조직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일 수는 있어도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무적으로 성공한 한국의 많은 기업에 대해 졸부 느낌이 난다는 생각을 아직도 지울 수가 없다. 2014년 내내 한국 사회를 들썩이게 했던 대기업과 대기업 오너들의 횡포, 불법적인 관행이 지속된다면 한국 기업의 미래는 없다. 우리는 공유와 진정성, 수평적 가치가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목적의식은 소비자에게 특정 제품과 서비스의 구매를 통해 스스로의 욕구를 충족시킬 뿐 아니라 사회와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일에 동참하는 기쁨을 준다. 자신의 구매행위가 소비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의식 있는 소비자라는 자부심을 갖게 한다. 혹시 목적의식을 일부유별난 소비자들의 유별난 행동이라고 치부한다면 그 대가를 혹독히 치르게 될 것이다. 현명한 기업들은 목적의식을 바탕으로 고객과 지속가능한 소통을 하고 이를 통해 지속적인 관계를 만들어가는 노력을 하고 있다.

 

 

보너스나 인센티브로는

조직 구성원의 열정과 주인의식을 살 수 없다

목적의식은 조직 구성원들이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단순히 생계유지를 위해서가 아닌 의미와 가치 있는 일에 바친다는 사고의 전환을 할 수 있게 한다. 직장인의 20%만이 자신이 하는 일을사랑한다고 한다.7 당신의 조직은 어떤가? 이 비율을 50% 이상 끌어올려 조직 구성원들의 눈빛이 빛나길 원하지 않는가? 그들이 조직에 자부심을 갖고,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포기하지 않으며, 열정적으로 일하기를 원한다면 목적이 이끄는 기업을 만들어 보자. 회장님이나 CEO 혼자 떠들어대는매출 1조 달성같은 비전으로는 살아 숨쉬는 조직을 만들 수 없다. 조직 구성원을 열광하게 하는 것은 내가 하는 일에 어떤 의미가 있고 고객과 사회구성원의 삶을 얼마나 긍정적으로 개선할 수 있느냐 하는 목적의식이다. 목적의식만이 조직 구성원들에게내가 왜 매일 아침 기쁜 마음으로 출근해야 하는지내가 왜 힘들고 어렵지만 최선을 다해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답을 줄 수 있다. 목적의식을 공유할 때 조직 구성원들은 비로소 편안함과 자기 이익을 넘어 옳은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포기하지 않는 열정을 갖게 될 것이다. 목적의식을 공유할 때 조직 구성원들은 비로소에서우리를 찾게 될 것이다. 기업을 이끌어가는 리더들이여, 조직 구성원들의 열정과 주인의식은 보너스나 인센티브로는 살 수 없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자. 2015년에는 조직 구성원들에게무엇을 해야 하는가(what to do)’보다는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why should we do)’를 이야기하는 리더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 목적의식을 바탕으로 더 큰 가치를 창출하며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존중받는 한국 기업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무려 150년 전에 독일의 철학자 니체(Friedrich Nietzche)가 우리에게 한 이야기로 이 글을 맺고자 한다.

 

 

“인생을 왜 살아야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어떤 어려움도 견뎌낼 수 있다.

(He who has a why to live for can bear almost any how.)”

 

 

 

 

정동일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djung@yonsei.ac.kr

필자는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빙엄턴 뉴욕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교수를 거쳐 2008년부터 연세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04년 미국경영학회 서부지부로부터올해의 유망한 학자상을 받았다. 2010년 리더십 분야의 최고 학술지인의올해의 최고 논문상을 수상했으며 매일경제 선정 한국의 경영대가 30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주 연구 분야는 리더십과 조직행동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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