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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tegic Thinking

전략은 행동이며, 구성원 모두의 과업이다

허문구 | 167호 (2014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전략

기업의 경쟁우위는 특정 자원이나 개별적인 활동으로 획득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관련된 활동들의 전체 시스템에서 창출된다. 조직구성원 모두가 회사의 전략 방향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이를 일상 업무 수행에서 행동으로 전환해야 한다. 전략은 한순간의 주요 의사결정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최고경영자의 전유물은 더더욱 아니다.  

 

“전략과 실행 중 무엇이 더 중요합니까?” 경영자들에게 가끔 하는 질문이다. 그때마다 경영자들은 한결같이당연히 실행이죠!” “말만 번지르르한 전략보다는 실행이 훨씬 중요합니다등과 같은 대답을 기계적으로 내놓는다. 다시무엇이 전략이고 무엇이 실행입니까?”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전략이고 실행은 어디부터 어디까지입니까?”라고 물으면 뻔한 이야기를 왜 묻느냐는 듯이 바라보지만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략과 실행을 구분하는 논리에는 전략은 장기적 목표나 비전과 같은 계획이며, 실행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행동이 수반되지 않는 계획은 전략이 아니다. 좋은 전략이란 당연히 구체적인 행동을 포함하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업체가 된다라는 비전은 전략이 아니다.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하는 일련의 행동 계획들과 조직 내 모든 부문의 모든 구성원들이 이를 일상의 행동으로 실행하는 것이 전략이다.

 

전략이란 고객에게 경쟁자와 다른 독특한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독특한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경쟁자와 다른 차별적인 활동의 집합을 선택해야 한다. 저가 항공사가 고객에게()가격이란 차별적인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수요가 많은 단거리 노선에 집중하고, 일등석이나 기내식 같은 고비용 서비스를 포기하거나 유료화하며, 보잉 737 같은 연료 효율이 높은 항공기를 운항하고, 수하물 연결 서비스를 제한하며, 지상 대기시간을 최소화해 항공기의 가동률을 높이는 것 등과 같은 여러 상호 연계된 활동들의 집합이 필요하다. 즉 경쟁사와 다른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활동이 필요하며, 그것도 한두 가지 활동이 아니라상호 관련된 활동들 간의 집합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활동들의 집합이야말로 특정 기업의 전략적 포지션을 잘 나타내준다.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소매업체는? 흔히 월마트나 까르푸를 떠올리지만 정답은 스웨덴의 가구업체 이케아다. 이케아는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가구산업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도 연평균 15%에 달하는 높은 영업이익을 유지하고 있다. 이케아의 사례를 통해 왜 기업의 활동이 전략에서 중요하며, 활동들 간의 집합이 경쟁우위의 원천으로 어떻게 작용하는지 살펴보자.

 

이케아의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은 지갑이 얇은 고객을 대상으로 좋은 디자인과 사용하기 편리한 가구 및 생활용품을 저가로 공급하는 것이다. 이케아는 자사의 가치 제안을 일련의 독특한(경쟁자와 다른) 활동의 결합을 통해 실현하고 있다. 제품 디자인, 원재료의 구매에서부터 제조, 마케팅 및 판매에 이르기까지 비즈니스의 모든 단계마다 기존 가구 소매업체와는 다른 활동들을 선택해왔다.

 

제품설계를 예로 들어보자. 가구 소매업체들은 일반적으로 제품을 직접 디자인하지 않고 완제품을 판매한다. 반면 이케아는 자신의 제품을 직접 디자인한다. 제품은 모듈 방식으로 고객이 직접 조립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이를 통해 자사가 취급하는 모든 제품의 스타일과 원가를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이케아의 디자이너들은기존 제품라인을 이용해 생산할 수 있는 25달러짜리 커피 테이블과 같은 구체적인 목표와 제약하에서 제품을 디자인한다.

 

 

 

 

또 다른 예로 제품의 다양성을 살펴보자. 제품다양성에 있어서도 다른 가구업체들과 지향점이 다르다. 전통적 가구 소매업체들은 다양한 스타일과 재료, 폭넓은 가격대의 제품을 판매한다. 고객들에게 선택의 폭과 커스터마이제이션(customization)을 제공하는 대신 제품 가격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반면 이케아는 특정 스타일(주로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이라고 불리는 것)을 고집하며 각 제품라인별로 특정 원재료를 사용한 소수의 표준화된 제품만을 생산한다. 이에 따라 공급업자에게 원재료나 제품 일부분의 대량 발주가 가능해져 제품 조달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이케아는 이처럼 경쟁 업체들과는 다른 활동을 선택하고 수행한다. 전략이란경쟁자와 다른 활동을 수행하는 것(performing different activities from rivals)’이라는 원리를 잘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활동들 간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서 가구산업에서 독보적인 경쟁우위를 창출, 유지하고 있다. <그림 1>은 이케아의 활동체계도(activity system map). 활동체계도는 기업의 전략적 포지션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활동들의 집합 및 활동들 간의 관련성을 나타내주는 분석 도구다.

 

부침이 심한 가구산업에서 지속적 성공을 누리는 밑바탕에는 바로 이케아만의 긴밀하게 상호 연계된 독특한 활동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림 1>에서 이케아의 독특한 경쟁지위는 (1) 저가격 (2) 이케아 스타일이라 불리는 간결하면서도 실용적인 디자인 (3) 즉시 사용(구매와 동시에 조립을 통해 즉시 사용)이라는 세 가지 상호 관련된 요소가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세 요소는 고유의 차별적인 활동들에 의해 뒷받침되고 강화된다.

 

먼저 저가격을 보자. 플라스틱과 같은 값싼 원료를 사용하고, 저비용으로 생산이 가능할 수 있도록 내부에서 모든 제품을 디자인하며, 소수의 표준화된 제품을 대량 생산한다. 또 교외 지역의 대형 매장을 통해 매장 비용을 절감하고, 고객이 직접 매장을 둘러보고 원하는 상품을 골라서 반제품을 조립하고 배송까지 직접 하도록 함으로써 가구의 조립, 전시, 판매, 고객서비스 및 배송에 들어가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들이 상호 긴밀하게 연계됨으로써 다른 경쟁자들의 모방을 방지하고 저가격 포지션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둘째, 이케아 스타일이라고 불리는 이케아의 심플하면서도 실용적인 디자인과 관련된 활동에 대해 살펴보자. 이케아의 디자인 철학과 방침을 잘 이해하고 있는 내부의 디자이너들이 모든 제품을 직접 디자인하며, 이에 따라 값싼 원재료를 사용할 수 있게 돼 저가격이 가능해지며, 이케아의 디자인 철학을 이해하는 공급업체들과 장기 계약을 통해 필요한 제품을 낮은 가격에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셋째, 소위즉각적 욕구 충족(instant gratifi-cation)’이라 불리는, 고객의 제품선택-직접 운반-자가 조립-즉시 사용을 가능케 하는 활동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이는 모든 제품을 내부에서 직접 디자인하며 모듈 방식의 디자인 원칙과 플랫 포장(flat packaging), 고객에 의한 직접 조립 및 운반 활동이 상호 긴밀하게 연계됨으로써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전략에 대한 전략학자들의 생각

마이클 포터, 리처드 루멜트, 신시아 몽고메리. 경영전략 분야의 저명 학자들이다. 학문적인 성취와 함께 기업 정책이나 자문, 경영 컨설팅 등의 분야에서도 능력을 공인받고 있다. 최고 수준에서 이론과 실제를 두루 겸비한 드문 학자들이다. 이 세 사람은 주된 연구 분야나 전략에 대한 관점이 각기 다르다. 그러나 이들의 전략에 대한 생각에서 공통점을 찾으라면 나는활동활동 간 연계성을 중요시하는 것을 들고 싶다. 모두 전략과 실행의 이분법은 오류이며 전략에서 행동이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하고 있다.

 

마이클 포터(Michael E. Porter)는 경영전략을 하나의 학문 분야로 정립하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학자다. 그는 특히 활동이라는 측면에서 전략을 명확하게 정의했는데전략이란 경쟁자와 다른 활동을 수행하거나 유사한 활동을 다른 방식으로 수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략이란 활동들을 결합하는 것이며 특정 자원이나 역량이 아니라 전체 활동시스템이 경쟁우위의 원천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업들의 활동시스템을 분석하기 위한 방법으로써 본문에서도 제시한 활동체계도(activity system map)를 제안했다.

 

다각화 분야에서 큰 업적을 쌓은 리처드 루멜트(Richard Rumelt)는 근래에 들어서는 정부기관, 다국적기업 등 여러 분야에 걸쳐 활발한 자문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최근 저서인에서 모호한 열망이나 비전, 목표가 전략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여러 사례를 통해 명확히 밝히고 있다. 그리고 좋은 전략의 핵심요소로서 (1) 명확한 진단(diagnosis) (2) 추진정책(guiding policy) (3) 일련의 일관된 행동(a set of coherent actions)을 제시했다. 루멜트 역시 전략을 하나의 일관된 목적을 가진 행동의 집합이라고 파악하며 여러 활동들의 연계가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신시아 몽고메리(Cynthia Montgomery)는 기업전략과 자원기반이론(re-source-based theory) 분야에서 많은 연구 업적을 남겼다. 최근에는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최고경영자 과정을 맡아서 경영자를 대상으로 한 전략 강의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녀는 전략을 목적(purpose)에 기반한 가치창출시스템으로 본다. 즉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되는 존재 이유를 의미하는 분명한 목적과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고 수행하기 위한 독특한 활동들을 전략의 요체로 파악하고 있다. 기업의 목적 달성을 가능케 하는 가치창출시스템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방법으로써 전략바퀴(strategy wheel)를 제시한다. 전략바퀴는 각 분야의 상호 관련된 독특한 활동들을 나타내준다. 그녀도 전략과 실행의 구분이 잘못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으며 전략에서 활동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의미로전략은 생활이자 여정이라고 은유한다.

 

한편 작은 원으로 표시된 활동들도 상호 긴밀한 관련을 가지며 차별적인 포지션을 구축하고 강화한다. 조립할 제품들을 납작한 형태로 포장하고 매장에 전시 가능하도록 하는 플랫 팩(flat pack)을 예로 들어 보자. 플랫 포장이 가능하도록 제품을 만들고 매장에 전시함으로써 모든 제품을 대형 매장에 보관하고 전시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이는 매장 공간 활용의 효율을 높여 저가격에 기여하고 고객의 제품 운반과 조립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한다.

 

<그림 1>에서 이케아의 주요 포지션과 관련 활동들이 긴밀하게 선으로 연결돼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활동들 간의 연계성과 적합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뜻한다. 바로 이러한 활동들 간의 긴밀한 연계성이 좋은 전략의 핵심요소다. 이처럼 좋은 전략을 통해서 기업은 독특한 포지션을 달성하고 경쟁자의 모방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전략은 경쟁자와 다른 활동을 선택하고 이러한 활동들을 상호 긴밀하게 연계해 활동들 사이의 적합성을 높임으로써 고객에게 경쟁자와 다른 독특한(차별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루멜트(Rumelt) 교수가 좋은 전략의 핵심요소로서 일련의 일관된 행동(a set of coherent actions)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기업의 경쟁우위는 특정 자원이나 개별적인 활동으로 획득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관련된 활동들의 전체 시스템에서 창출된다. 그러므로 전략을 최고경영자의 과업이라고는 보는 시각은 굉장히 편협한 생각이다. 조직구성원 모두가 회사의 전략 방향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이를 일상 업무 수행에서 행동으로 전환해야 한다. 전략은 한순간의 주요 의사결정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최고경영자의 전유물은 더더욱 아니다. 전략은 매일의 조직 내 일상 활동을 포함하는 것이며 조직구성원 모두의 과업이다.

 

참고자료

Michael E. Porter, What is Strategy?, Harvard Business Review, 1996, Nov-Dec, 61-78.

 

Cynthia A. Montgomery, The Strategist, Harper Business, 2012.

 

Richard P. Rumelt, Good Strategy, Bad Strategy, Crown Business, 2011

 

허문구경북대 경영학부 교수 moongoo@knu.ac.kr

필자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전략 및 조직이론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포스코경영연구소 센터장과 포스코 자문위원을 거쳤으며 한국전략경영학회 회장을 지냈다. 경북대 우수강의상과 매경우수논문상, 한국인사조직학회 최우수논문상 등을 수상했다. ‘전략이란 용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그만큼 몰이해와 오해가 심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 허문구 | - (현)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
    - 포스코 경영연구소 센터장 역임
    - 포스코 자문위원 역임
    - 한국전략경영학회장 역임
    moongoo@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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