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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ice from the Field: 한전 지능형 운송사업

제주 실증단지에 충전 인프라 구축, 전기차 비즈니스 생태계 만든다

이방실 | 165호 (2014년 1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전략

한국전력의 전기차 관련 에너지 신산업 추진 계획

제주도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내지능형 운송실증사업 과정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2017년까지 전국에 약 5000기의 충전기를 설치한다는 목표. 자동차 종류별로 급속 충전 방식이 다른 데서 오는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트리플 급속 충전기 시스템을 보급한다는 계획. 이 밖에 대표적인 에너지 신산업으로 주목받는 V2G(Vehicle to Grid, 전기차에 저장해 놓은 전기를 한전에 되파는 것) 시스템 상용화를 위해 연구 개발에 집중할 계획.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정권(한양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자동차(EV)에 대한 관심이 높다. 닛산이 2010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리프를 내놓은 이후 테슬라모델S’, BMW ‘i3’, GM ‘스파크 EV’는 물론 르노삼성 ‘SM3 ZE’, 기아차쏘울 EV’ ‘레이 EV’ 등 최근 1∼2년 사이에 전기차 신()모델들이 속속 시장에 선보였다. 전기차는 단순히 자동차 산업뿐 아니라 에너지, 정보통신기술(ICT), 전력인프라 등 연관 산업이 많아 국가 경제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이 크다. 국내외 완성차 메이커들이 회사의 명운을 걸고 양산형 전기차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유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전 세계 전기차 누적 판매대수는 60만 대를 웃돈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국내 전기차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지난 4년간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가 주축이 돼 전기차 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쳤지만 지난 9월 기준 국내에 보급된 전기차 누적대수는 2534대에 불과하다. 이는 전 세계 전기차 판매대수의 1%에도 못 미치는 미미한 수준이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가장 큰 걸림돌로 충전 인프라 부족이 꼽힌다. 지난 9월 기준 전기차 충전기는 전국에 2670(완속 2493, 급속 177)로 전기차 보급대수와 단순 비교를 하더라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와 관련, 국내 에너지 기업의 맏형 격인 한국전력이 문제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한전은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제주도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지능형 운송분야에 참여해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오는 2017년까지 전국에 약 5000기의 전기차 충전기를 확충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제주도를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한 테스트베드로 활용

한전이 스마트그리드 실증 사업에 참가한 이유는 제주도가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을 위한 다양한 테스트를 실행하기에 최적의 입지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선 제주도는 육지 전력 계통과 분리된 독립 전력망을 갖추고 있다. 특별자치도인 만큼 전기차 보급 및 충전 인프라 확충을 위해 필요할 법령 개정도 쉽고 관광도시 특성상 국제적인 홍보에도 효과적이라고 봤다. ‘친환경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이 어느 지자체보다 높을 것이라는 판단 역시 한전이 제주도 스마트그리드 실증 사업에 참여하게 된 이유다.

 

이에 따라 한전은 대기업, 중소기업, 대학 등 총 21개 사업자와 컨소시엄을 이뤄 스마트그리드 실증 사업 내지능형 운송분야 실증단지 구축 사업에 뛰어들었다. 제주도를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한 테스트베드로 삼아 향후 국내는 물론 해외로까지 수출할 수 있는 지능형 운송 서비스 모델을 개발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실증 사업 노하우 활용해 전국 단위 충전 인프라 확충 계획

한전은 컨소시엄 참가 기업들과 함께 전기차 충전기 및 상용 서비스 기술 개발을 주도했다. 충전 소요시간이 대여섯 시간에 달하는 완속 충전기는 물론 불과 30분 정도면 충전이 끝나는 급속 충전기를 비롯해 비접촉식 충전기, 이동형 충전기 등 총 7가지 다양한 유형의 충전기를 개발했다. 이후 한전은주차장형주유소형공동주택형관광연계형 등 각 유형별로 18개 충전소 부지를 선정해 총 52기의 충전기를 제주도 내에 설치했다. 예를 들어 관광연계형의 경우 제주공항, 제주롯데호텔, 성산일출봉 등 여행자 동선에 따라 거점 충전소 부지를 설정해 충전기를 설치하는 식이었다. 이후 업무용, 출퇴근용, 가사용, 렌트카용 등 용도별로 전기차를 배정해 실제 운행 궤적을 분석해 가며 평균 운행 거리와 충전 횟수, 평균 충전량, 충전 시간대 등 다양한 실증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했다.

 

결제 과금 및 정산 시스템 개발에도 힘썼다. 적정한 충전 서비스 요금 수준 및 선호 요금제를 도출하기 위해 충전기 이용 패턴에 따라 충전 요금에 변화를 주는 시뮬레이션과 설문조사를 통해 요금 반응에 대한 실증 사업도 추진했다.

 

한전은 이렇게 지능형 운송 실증단지 구축 경험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국 단위 충전 인프라 구축 사업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마련한다는 목표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서울 및 제주 등 주요도시에 약 5000기의 충전 인프라를 확충해 전기차 구매자 가구별로 가정용 충전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공공기관등에 완속 충전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장거리 여행 또는 출장 등의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보충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주요 간선도로변과 전기차 주행 가능 거리를 감안해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급속 충전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사실상 표준이 정립된 완속 충전기와 달리 급속 충전기의 경우 전기차 종류별로 각기 다른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데 따른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향후 설치할 급속 충전기는차데모(CHAdeMO)1  △교류(AC)32  △직류(DC)콤보3 등 세 가지 방식 모두가 합쳐져 있는 트리플 급속 충전기 시스템을 구축, 보급할 계획이다.

 

V2G 비즈니스 모델로 미래 먹거리 창출

동시에 한전은 V2G(Vehicle to Grid)와 같은 부가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V2G는 양방향 전력거래의 일종으로, 쉽게 말해 전기차에 저장해 놓은 전기를 한전에 되파는 것이다. 한전은 제주도 스마트그리드 실증 사업을 수행하면서 양방향 충·방전 기능을 구현한 직류충전기는 물론 V2G를 위한 차량용 인터페이스 프로토콜 및 양방향 제어 알고리즘을 개발한 바 있다. 한전은 향후 광주광역시, 제주도 내 각 1개소를 선정해 V2G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면서 V2G 서비스 상용화를 위한 기술 개발 및 표준화에 집중한다는 목표다. 전기차에 충전된 전기를 전력망에 재공급하면서 요금을 계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충전 시간대별로 요금에 차등을 주는 가격 체계 등 전기차 전용 충전 요금제도 다양하게 개발할 계획이다.

 

한전이 전기차 충전기 인프라 확충이나 V2G 같은 에너지 신산업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이 접목된 융·복합 기술인 스마트그리드 사업이야말로 한전의 미래를 이끌 신성장 동력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한전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에너지 절감 사업 모델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기차 운전자가 전기요금이 싼 심야 시간대에 배터리를 가득 충전해 놓고 출근 후 배터리에 남아 있는 전력을 피크 시간대에 되팔면 발전소 가동률을 줄이고 전력 수요 관리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전기차 사용자는 전력을 사용하면서 판매하는생산형 소비자가 되고, 한전은 전기차를 예비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한전 측 설명이다.

 

아직 V2G를 통한 전기 거래가 제도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있으며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지만 이런 걸림돌이 해소되면 전기차 운전자들은 밤과 낮의 요금 차이로 수익을 얻으면서 전력 수급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한전은 전기차에 충전된 전기를 전력망에 재공급하고 요금을 치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함으로써 전력시장 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이방실기자 smile@donga.com

  • 이방실 이방실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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