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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of Analysis

내일 비올 확률 50%… 그 뜻은? 숫자가 정보다, 확률을 이해하라

김진호 | 164호 (2014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혁신, 자기계발

불확실한 일을 측정하기 위해 활용되는 개념이 확률이다. 확률 개념은 확률을 이용하는 상황이나 관점에 따라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구분된다.

 

1) 선험적 확률

경험하지 않고도 이론적으로 미리 알 수 있는 확률. 동전을 던질 때 앞면이 나올 확률은 굳이 실험하거나 계산하지 않아도 2분의 1이다.

2) 경험적 확률

오랜 기간에 걸쳐 동일한 상황이나 조건하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 비율을 계산한 결과. 어느 공장에 1년 동안 화재가 발생할 확률, 20대 여성운전자가 자동차 사고를 낼 확률 등이 여기에 속한다.

3) 주관적 확률

개인이 어떤 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믿는 정도. 동일한 사건이라도 개인별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영국의 소설가이자 문명비평가인 허버트 웰스(Herbert G. Wells)는 언젠가는 숫자를 올바로 이해하는 능력이 쓰기나 읽기처럼 유능한 시민이 되는 데 꼭 필요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언젠가가 바로 오늘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는 숫자를 만들어내느라 하루 종일 분주히 일한다. 생산된 수많은 숫자 속에 묻혀 그것들을 올바르게 이해하려고 애를 쓴다. 바야흐로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숫자를 위한, 숫자에 의한 행위들로 가득 차 있다고 할 수 있다. 흔히 현대를 정보화시대라고 하지만 대부분 정보는 결국 숫자로 요약되므로 현대는 숫자정보사회 혹은 숫자화사회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따라서 웰스가 말한 대로 숫자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은 읽고 쓰는 능력 못지않게 현대사회에 효과적으로 적응하며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이미 기본적이며 필수적인 자질이 됐다.

 

현대인에게 제공되는 수많은 숫자 정보 중에서 확률은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일기예보, 특정 질병에 걸릴 확률, 각종 사고(번개, 자동차, 다리 붕괴 등)를 당할 확률 등은 우리가 매일 대하는 정보들이다. 실제로 사람들이 꽤 오래전부터 확률을 인식하면서 생활했다는 사실을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아마도’ ‘혹시나’ ‘행운등의 단어에는 어떤 식으로나마 확률에 대한 개념이 들어 있으며, ‘십중팔구’ ‘구사일생’ ‘만에 하나’설마가 사람 잡는다등은 좀 더 구체적인 확률에 대한 이해를 표현하고 있다. 범위를 사회 전체로 넓혀보더라도 특정 산업, 예를 들면 보험이나 복권, 카지노 사업 등은 철저한 확률 계산에 바탕을 두고 번성하고 있다. 개인적 측면에서도 확률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매우 중요하다. 프랑스 수학자 라플라스가 말했듯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들은 대부분 확률적 선택의 문제일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명한 선택을 하려면 확률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수다. 그런데 확률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는 매우 낮은 편이다. 아마도 중학교 때부터 교과서에 나오는 문제들, 예를 들어 항아리 속에서 검은 공, 빨간 공을 꺼내는 문제를 풀다가 확률에 싫증을 느낀 경험 때문일 것이다. 확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확률과 관련해 잘못된 판단을 흔하게 내릴 수 있다. 앞으로 2회에 걸쳐 사람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생활 속 확률들을 다양한 사례와 함께 다루려고 한다.

 

확률의 개념

확률이란, 불확실한 것을 재는 것이다. 확률은 0에서 1까지의 값을 갖는데(그래서 %로도 많이 표시된다) 그 값이 커질수록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확률이 0이라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예컨대 사람이 헤엄을 쳐서 지구를 한 바퀴 돌 확률은 0이다. 반대로 확률이 1이라면 반드시 일어난다는 의미다. 어떤 사람이 죽을 확률은 1이다. 그러나확률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확률을 명확히 정의하기 위한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정의는 아직 내려지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확률 개념은 확률을 이용하는 상황이나 관점에 따라 선험적 확률, 경험적 확률, 그리고 주관적 확률이라는 세 가지로 나뉜다. 이 개념들을 하나씩 집중적으로 알아보자.

 

선험적 확률

먼저 동전을 던질 때 앞면이 나올 확률은 얼마일까? 계산을 하지 않아도 2분의 1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들을 낳을 확률도 마찬가지로 2분의 1이다. 정육면체인 주사위를 던질 때 3이라는 숫자가 나올 확률은 계산해보지 않아도 6분의 1이다. 이처럼 경험하기 전에 미리 알 수 있는 확률을 선험적(先驗的) 확률 개념(혹은 고전적 확률 개념)이라고 한다. 선험적 확률을 적용할 때는 경험하지 않고도 이론적으로 미리 알 수 있는 확률과 실제로 일어나는 확률을 비교하는 과정이 핵심이다. 만약 실제 일어나고 있는 확률이 이론적으로 알 수 있는 확률과 다르다면 뭔가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차이가 나는 원인을 분석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실제 사례를 들어보자.1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의학 학술지인 미국 의학협회지(Journal of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JAMA)에 논문을 게재하려면 연구 능력이 뛰어난 의사나 최소한 관련 분야의 박사 학위 소지자로서 매우 우수한 논문을 써서 엄격한 심사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겨우 초등학교 3학년인 아홉 살 소녀가 논문을 게재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그 소녀, 에밀리(Emily Rosa)의 얘기를 해보자.2

 

어느 날 에밀리는 엄마와 같이 그 당시 한창 인기를 끌었던 기()치료(therapeutic touch, 편의상 기치료라고 번역)에 대한 비디오를 보고 있었다. 비디오에서는 기치료를 환자의 에너지장()을 잘 다스리면 병이 치료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자가 가만히 누워 있는 상태에서 기치료사가 환자의 몸 10cm 정도 위에서 양손을 모아 머리에서 다리 쪽으로 움직이면서 기를 감지하고 병을 일으키는 나쁜 기운을 제거하면 치료가 된다는 것이었다. 기치료는 세계적으로 100여 개 간호대학에서 가르치고 있으며, 북미에서만 최소한 80개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정식으로 치료에 사용하고 있었고, 여러 간호기관에서도 기치료 사용을 권장하고 있었다. 에밀리는 기치료 효과를 실험을 통해 테스트하고 싶었고 간호사인 엄마는 방법상 조언으로 격려해줬다. 기치료가 정말 효과가 있는지 검증하려면 정교하고 복잡한 임상실험이 필요하므로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하지만 에밀리는 좀 더 근본적이고 간단한 의문에 초점을 맞췄다. 즉 기치료사들이 주장하는 대로 기치료가 효과가 있다면 그들은 최소한 에너지장, 즉 기()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그들이 기()조차 느끼지 못한다면 치료효과가 있다는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 에밀리는 기치료사들이 과연 기()를 느끼는지 실험하기로 했다. 에밀리는 광고 등을 보고 콜로라도 북동부에서 시술하는 기치료사들과 접촉했고, 초등학교 3학년 과학경시대회에 출품할 실험이라고 설명하며 접촉 상대 중 21명이 실험에 참여하도록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실험은 아래의 그림과 같이 진행됐다.

 

기치료사와 실험자(에밀리)가 책상에 마주 앉았다. 그 사이를 높고 불투명한 가리개(screen)로 막았다. 가리개 밑은 터져 있어서 손을 넣을 수 있도록 했다. 그 위는 수건으로 덮었다. 기치료사는 가리개 밑으로 두 손을 넣어 책상 위에 손바닥을 위로 하고 손을 내려놓았다(양손 간격은 25∼30cm). 에밀리는 자신의 오른손을 기치료사의 한 손 위에 8∼10cm 정도 떨어뜨려 뒀다. 기치료사의 어느 손 위에 에밀리가 오른손을 올려놓을지는 실험을 할 때마다 동전던지기로 결정했다. 기치료사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에밀리 손의 에너지장, 즉 기를 느껴서 자신의 어느 손 위에 에밀리의 손이 있는지 판단했다. 21명에게 총 280회 실험을 해서 기치료사들의 판단 결과를 기록했다. 이 실험에서 기치료사들이 에밀리 손의 위치를 정확히 맞힌 비율은 44%에 불과했다. 이 비율은 기치료를 할 자격이 없는 보통 사람들이 우연히 맞힐 수 있는 50%의 확률보다도 낮다. 에밀리는 기치료의 효과에 대한 주장에는 근거가 없으며 기치료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에밀리는 이 실험결과를 과학경시대회에 발표해 우수상(blue ribon)을 받았다. 이 연구는 2명의 공저자(엄마 포함)가 함께 논문으로 작성했으며 2년 뒤 에밀리가 11살 때기치료에 대한 심층 연구(A Close Look at Therapeutic Touch)’라는 제목으로 JAMA에 게재됐다. 논문 심사자들이 실험의 간단함과 결과의 유용성을 인정한 결과였다. 에밀리는 최연소로 유명 과학학술지에 연구를 게재한 사람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선험적인 확률과 관련해 거액을 번 사람도 있다. 지금으로부터 141년 전인 1873, 영국에서 몬테카를로에 온 한 사나이가 유명한 카지노(Beaux-Arts Casino)에 갔다. 거기서 사흘 동안 룰렛을 한 그는 무려 1000만 달러를 땄다. 그 돈을 챙겨서 집으로 돌아온 그는 그 뒤로 카지노에 발을 끊고 풍족한 여생을 보냈다. 이 전설적인 이야기의 주인공은 조셉 재거(Joseph Jagger). 재거는 영국 요크셔(Yorkshire)의 방적공장 기계기술자였다. 그는 방적기계가 시간이 지나면서 마모나 손상에 의해 평형(balance)을 잃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그는 카지노의 룰렛 기계에도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의심했다. 카지노의 룰렛에는 1에서 36까지의 숫자와 0이 있다.3 고객이 특정 숫자에 돈을 걸어서 맞히면 건 돈의 36배를 준다. 만약 0이 나오면 고객이 건 돈을 카지노가 모두 가져간다. 선험적 확률에 의하면 각 숫자가 나올 확률은 37분의 1이다. 하지만 재거는 룰렛 기계가 마모나 손상 때문에 평형을 잃었다면 확률이 37분의 1에서 자연적으로 벗어날 것으로 생각했다. 룰렛의 평형이 깨지면 특정 숫자가 무작위로 나타날 때보다 많이 나오게 되고 이를 이용하면 돈을 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몬테카를로로 갔다. 재거가 찾아간 몬테카를로의 한 유명한 카지노에는 룰렛이 6대 있었다. 그는 조수 6명을 고용해 각 룰렛에서 나온 숫자를 몰래 기록하게 했다. 조수들은 카지노가 열려 있는 12시간 동안 각 룰렛에서 나온 숫자를 모두 기록했다.4 조수들이 수집한 자료를 분석하는 것은 간단했다. 룰렛에서 각 숫자가 나온 비율이 이론적인 확률인 37분의 1에 근접하는지 확인하면 됐다. 룰렛 6대 중 5대는 이상이 없었지만 룰렛 한 대에서 중대한 오차가 나타났다. 숫자 9(7, 8, 9, 17, 18, 19, 22, 28, 29)가 다른 숫자보다 더 많이 나왔다. 그 룰렛은 어떤 이유에선지 모르지만 평형이 깨진 것이다. 다음 날 재거는 문제의 그 룰렛으로 가서 그 9개 숫자에만 돈을 걸었다. 첫날에 그는 엄청난 돈을 땄다. 그의 계속된 행운을 의심한 카지노 측에서 그날 밤 룰렛의 위치를 바꿨다. 다음 날 재거는 딴 돈을 잃었다. 딴 돈을 거의 다 잃었을 때 재거는 룰렛이 바뀐 사실을 알게 됐다. 원래의 룰렛을 찾아낸 그는 다시 엄청난 돈을 벌었다. 카지노에서는 룰렛 제작업체의 전문가를 불러 룰렛 판을 이동식으로 개조해 룰렛 판만 옮길 수 있도록 했다. 다음 날 다시 돈을 잃기 시작하자 재거는 더 이상 룰렛을 하지 않고 손을 털었다. 그때 재거의 수중에 남은 돈은 무려 200만 프랑! 그는 사흘 동안 이 돈을 땄는데 141년이 지난 지금의 달러 화폐가치로는 약 1000만 달러에 달한다. 그 뒤로 카지노를 전혀 찾지 않은 그는 풍족한 여생을 보내고 1892년에 사망했다. 재거가 돈을 딸 수 있었던 것은 그 룰렛에 생긴 조그만 흠집 때문에 아홉 개 숫자에 이론적 확률 이상으로 공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후 몬테카를로의 카지노에서는 룰렛 기술자들이 매일 룰렛의 흠집과 평형을 점검해서 모든 수에 똑같은 확률로 공이 떨어지는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경험적 확률이란, 오랜 기간에 걸쳐 동일한 상황이나 조건하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 상대적 비율로 확률을 해석하는 것을 말한다. 상대빈도 개념으로서의 확률이라고도 한다.

 

경험적 확률

두 번째 경험적 확률 개념은 현실적으로 선험적 확률 개념을 적용하기 곤란할 때 사용한다. 예를 들어 윷을 던질 때 윗면이 나올 확률은 동전 던지기와는 달리 사전에 얼마인지 알 수 없다. 마찬가지로 어느 공장에 앞으로 1년 동안 화재가 발생할 확률, 어떤 지역의 소비자가 현대자동차를 구입할 확률, 20대 여성운전자가 자동차 사고를 낼 확률 등은 논리적 사고를 통해서 확률을 계산할 수 없다. 이럴 때는 경험적 확률 개념을 적용한다. 경험적 확률이란, 오랜 기간에 걸쳐 동일한 상황이나 조건하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 상대적 비율로 확률을 해석하는 것을 말한다(상대빈도 개념으로서의 확률이라고도 한다). 조사한 자료(혹은 실험)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경험적 확률은 그 신뢰성이 높아진다. 일기에 관한 속담 중에햇무리나 달무리는 비 올 징조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하늘을 보고 구름이나 바람, 빛을 관찰해 날씨를 예측해왔다. 이 속담은 오랜 경험 속에서 얻어진 것으로 햇무리나 달무리가 지면 비가 올 확률이 높다는 관측치를 담고 있다. 기상학적으로도 햇무리와 달무리는 햇빛이나 달빛이 얼음결정으로 된 엷은 구름에 의해 반사되는 현상으로, 저기압이 다가오는 것을 예고한다고 한다. 실제로 햇무리나 달무리가 졌을 때 70%는 비가 온다.

 

우리나라에서 강우예보를 확률(%)로 표시하기 시작한 것은 1987 6월부터다. ‘내일 비가 올 확률이 50%라고 발표되는 식인데, 이것이 바로 경험적 확률의 대표적 사례다. 비가 올 확률이 50%라면 그 의미는 무엇일까? 내일의 기상조건과 유사했던 과거의 많은 사례를 조사했더니 그런 날 중 절반(50%)은 비가 왔다는 의미다. 대부분 국가의 기상청에서는 대기의 움직임(풍향, 풍속, 기온, 구름의 위치와 종류, 기압 등)에 대해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슈퍼컴퓨터를 통해 비가 올 확률을 계산한다.

 

경험적 확률에 대한 흥미로운 사례를 하나 더 소개한다. 모든 숫자의 첫 자리는 1에서 9까지의 숫자 중 하나로 시작된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1로 시작하는 숫자나 2로 시작하는 숫자, 아니면 9로 시작하는 숫자 등이 모두 모든 숫자 중에 9분의 1, 11%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1로 시작하는 숫자가 훨씬 많고 9로 시작하는 숫자는 가장 적다. 이를 벤포드 법칙(Benford’s law) 혹은 첫 자리 법칙(first-digit law)이라고 한다. 이 법칙은 1881년 미국의 천문학자 뉴컴(Simon Newcomb)이 처음 발견했는데 그는 로그 변환표에서 1로 시작하는 페이지가 다른 수로 시작하는 페이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더 닳은 사실에 주목했다. 이는 사람들이 1로 시작하는 수의 로그값을 더 많이 찾아봤다는 것을 의미한다.

 

1938 GE의 물리학자인 벤포드(Frank Benford) 박사는 뉴컴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데이터에서 동일한 패턴을 발견했다. 그는 강(river)의 면적, 야구 통계, 잡지 기사 속의 숫자, 어느 잡지에 실린 342명의 주소들처럼 아주 상이한 자료 원천으로부터 2229개의 수를 선택해서 분석했는데 그 결과는 사람들의 직감을 크게 벗어난 것이었다. 즉 모든 경우에 있어 첫 자리가 1로 시작하는 수가 30%(일반적으로 예상하는 약 11%보다 거의 3배 크다), 2로 시작하는 수가 17%, 3 12.5%, 4 9.7%, 5 9.7%, 6 6.7%, 7 5.8%, 8 5.1%, 9로 시작하는 수가 4.5%를 차지했다. 이 같은 첫 자리 숫자의 비율은 전기요금 청구서, 번지수, 주식가격, 인구수, 사망률, 강의 길이, 수학이나 물리에서의 상수 등 다양한 자료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실제로 이 법칙은 아주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1972년 경제학자 할 배리언(Hal Varian)은 공적 지원을 얻기 위한 제안서에 제시된 사회-경제 자료가 조작된 것인지를 탐지하는 데 벤포드 법칙이 이용될 수 있음을 보였다. 사람들이 자료를 조작할 때는 숫자들이 고르게 나오도록 일부러 애쓰기 때문에 제출된 숫자의 첫 자리 수 비율과 벤포드 법칙의 비율을 비교하면 간단하게 조작 여부를 알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많은 수학·통계학자들은 이 법칙이 데이터의 조작 탐지와 횡령, 탈세자 탐지 등과 같은 데 사용될 수 있는 놀랍도록 강력한 도구라고 확신한다. 현재 미국의 여러 주 세무서에서는 벤포드 법칙에 바탕을 둔 탐지 시스템을 운용 중인데, 예를 들어 니그리니(Mark Nigrini) 박사는 뉴욕 브루클린에서 몇몇 조작 사건에 벤포드 법칙을 이용한 시스템을 적용해 유명해졌다. 그가 고안한 시스템의 기본 아이디어는 간단한다. 만약 개인소득세 신고와 같은 데이터의 수치들이 벤포드 법칙에 의한 빈도나 비율과 비슷하다면 이 숫자는 정직한 수치다. 아주 많이 벗어난다면 세무감사를 할 필요가 있는 불량 수치다. 이 시스템을 이용해 그는 상당히 정확하게 불법 탈세나 중요한 회계상 변화를 탐지해낼 수 있었다. 더욱이 미국에서는 형사재판에서 숫자 조작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숫자 조작 여부를 벤포드 법칙으로 분석한 결과가 법원에서 증거로 채택되고 있을 정도다.

 

주관적 확률

세 번째 확률 개념은 주관적 확률 개념이다. 몇 년 전 우리의 인공위성인 나로호가 3차에 성공하기 전까지 1, 2차 발사 때 실패해서 국민을 안타깝게 했었다. 우리나라의 인공위성 발사가 성공할 확률은 대체 얼마일까? 어떤 사건이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면 경험적 확률을 구할 수 없다. 즉 나로호를 무사히 발사해본 자료가 없으므로 신뢰성 있는 경험적 확률을 기대할 수 없다. 이럴 때는 주관적 확률 개념, 즉 한 개인이 어떤 사건이 일어날 것으로 믿는 정도가 곧 그 사건의 확률이 된다. 물론 사람마다 개인의 주관적 경험, 태도, 가치관, 성격 등이 다르므로 동일한 사건이라도 개인별로 그 확률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 개념에 의해 정의된 확률은 대상이 넓고 그 크기가 다양하므로 확률을 해석할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그 결정으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에 주관적 확률을 적용하게 되므로 주관적 확률의 객관성 및 정확성이 의사결정의 성공 여부를 좌우할 수 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들은 대부분 확률적 선택의 문제인데, 이 선택이 대부분 주관적 확률 계산에 바탕을 둔다. 그러므로 확률을 제대로 이해하고 적용하는 것은 올바른 선택과 의사결정에 필수적이다.

 

주관적 확률로 대결을 벌인 유명한 사례를 들어보자. 프랑스에 잔 칼망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잔은 1875년에 태어났고 78세 되던 해에 한 변호사에게, 요즘말로 하면 역모기지 제안을 했다. 그녀가 가진 것은 집 한 채뿐인데 생활비가 없어서 어려우니 매달 생활비를 보조해준다면 자신이 죽은 뒤 집을 가져갈 수 있게 하겠다는 제안이었다. 당시 47세였던 변호사는 잔이 78세 노인이니까 한 10년 정도 생활비를 대주면 잔의 집이 자기 것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제안을 받아들여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그 후 무려 30년 동안이나 생활비를 대줬는데도 잔은 여전히 건강했고 오히려 변호사가 77세에 먼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변호사의 아들은 그동안 지출한 생활비가 아까워서 계약을 승계했다. 하지만 잔은 그 뒤에도 14년이나 더 살았고 1997년에 122세로 사망했다. 이는 최장수 기네스 기록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들은 대부분 확률적 선택의 문제인데, 이 선택이 대부분 주관적 확률 계산에 바탕을 둔다. 그러므로 확률을 제대로 이해하고 적용하는 것은 올바른 선택과 의사결정에 필수적이다.

 

주관적 확률의 한판 대결은 노벨상 수상자에게도 있었다. 1995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에합리적 기대이론을 주창한 미국 시카고 대학의 루카스 교수가 선정됐다. 이 소식이 알려졌을 때, 루카스 교수 본인보다도 전() 부인 리타가 더 좋아했다. 왜냐하면 노벨상 상금 100만 달러 중 절반인 50만 달러를 그녀가 차지하게 됐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1988년 합의 이혼했다. 이유는 루카스 교수가 시카고 대학의 젊은 여교수와 바람이 난 데 있었다. 미국 사람들은 이혼할 때 재산을 꼼꼼히 살피고 철저하게 나눠 가지는데 두 사람도 이혼할 당시 재산 나누기에 신경을 많이 썼다. 이때 리타는루카스 교수가 노벨상을 수상한다면 전 부인인 리타가 상금의 50%를 차지할 권리를 갖는다라는 조항을 이혼계약서에 삽입하는 대신 다른 재산을 많이 양보했다. 리타는 루카스 교수가 노벨상을 수상할 가능성, 즉 주관적 확률을 높이 판단해 이 조항을 넣은 대신 다른 것들을 양보한 것이다. 루카스 교수는 자신의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서인지 아니면 빨리 이혼하고 싶어서인지는 몰라도 이 조항에 반대하지 않았다. 별 따기보다도 어렵다는 노벨상 수상 가능성에 대해 당대의 석학과 그 부인이 주관적 확률로 한판 대결을 벌인 것이다.그 후 7년이 지난 1995, 드디어 루카스 교수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리타의합리적 기대에 바탕을 둔 주관적 확률이 루카스 교수의 그것보다 더 정확했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남편은합리적 기대이론으로 노벨상을 받았고 부인은합리적 기대이론을 주관적 확률 계산에 적용해 상금의 반을 차지하게 됐으니 역시 그 남편에 그 아내였다. 실제로 이야기는 해피엔딩이다. 루카스 교수가 신사답게약속대로 상금을 전 부인과 나눴기때문이다. 주관적 확률 계산에서 지기는 했으나합리적 기대이론의 대가답게 이혼계약의합리적 기대도 지킨 것이다.

 

현대인에게 주어지는 수많은 숫자 정보 중에 확률은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확률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는 매우 낮은 편이다. 다음 글에서는 사람들이 확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생활 속에서 자주 발생하는 확률과 관련된 잘못된 판단들을 사례와 함께 소개하겠다.

 

김진호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 MBA 주임교수 jhkim6@assist.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을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대(Wharton School)에서 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통계학 부전공). 사회와 기업의 다양한 문제를 계량 분석적으로 접근하는 연구를 주로 했다. 개인의 분석능력을 키워주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여러 기업에서 운영하기도 했다. 최근 저서에 <말로만 말고 숫자를 대 봐(엠지엠티북스)> 등이 있으며, 최근 역서에는 <빅데이터@워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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