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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by Map

X레이 척 보면 암 아는 명의처럼, ‘경영 X레이’로 대박포인트 찾아라

송규봉 | 152호 (2014년 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전략, 마케팅

 GIS 분석에 가장 많은 영감을 주는 분야가 바로 현대 영상의학이다. X-ray, CT, MRI를 이용해 죽음의 패턴을 찾고 소생의 나침반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이 분야 세계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인 이경수 삼성병원 교수는 그래서의사들의 의사로 불린다. 수년간 매일 X-ray CT를 교차분석하며 얻은 그의 통찰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기업에도 쉽게 눈에 띄지 않는이나이 있다. 빅데이터와 지리정보라는 경영의영상의학도구로 꼼꼼하게 진단하고 처방해야 해법이 나온다.

 

편집자주

DBR은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거나 혁신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는 ‘Management by Map’ 코너를 연재합니다. 지도 위의 거리든, 매장 내의 진열대든, 선수들이 뛰는 그라운드든 공간을 시각화하면 보이지 않던 새로운 정보가 보입니다. 지도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지혜와 통찰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영상의학이 보내온 메시지

대통령은 무엇을 하는 직업입니까? 미국 대통령이었던 클린턴에게 기자가 물었다. “이 자리는 국민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자리입니다.” 멋진 답변이다. 클린턴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인 저도 동기부여가 필요합니다.”

 

누군가를 동기부여하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어쩌면 동기부여는 남이 넣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것인지 모른다.

 

GIS(지리정보시스템) 분석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도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을 위해 GIS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다시 묻게 된다. 새로운 영감도 필요하다. 오래 전부터 산업, 학문, 예술 분야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연 인물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왔다. 그들은 증명되지 않은 분야를 스스로 창조해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그들이 먼저 간 길을 따르는 사람이 많아지면 새로운 지도가 된다.

 

GIS 분석가로서 가장 많은 영감을 얻게 되는 분야가 현대 영상의학이다. X-ray, CT, MRI를 이용해 죽음의 패턴을 찾고 소생의 나침반을 제시한다. 영상의학 전문가들은 몸을 열어보지 않고도 몸 속의 정보를 시각화하고 그 속에 숨겨진 생명현상을 분석한다. 정보 분야에서 위성영상, 항공영상, 적외선탐지, 지형분석을 수행하는 GIS 분석팀과 비슷하다.

 

기업에도 질병이 있다. 과학적인 진단과 최적의 처방이 절실하다. GIS 분석가로서 영상의학이 암치료에서 차지하는 확연한 기여도에 주목하고 있다. GIS가 경영 분야에 확연한 기여를 하기 위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그래서 세계 최고의 영상의학자인 이경수 교수의 사례를 연구하게 됐다. 그가 26년에 걸쳐 영상의학에서 이룬 공헌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고자 했다. 경영 분야에 새로운 동기부여의 기회가 되기를 바라며 의학에서의 영상판독과 비즈니스에서 벌어진 GIS 판독의 실제 사례를 소개한다. 영상의학에서의 병에 대한 판단과정과 치료법 도출 방식, GIS를 통한 비즈니스 문제 파악과 해법도출의 과정을 비교해볼 수 있도록 했다.

 

경쟁자마저 감동하다

국내 종합병원 1위는 어디일까? 서울아산병원은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종합병원 부문에서 8년 연속 1위에 선정됐다.1  삼성서울병원은 브랜드스탁이 조사·평가한 ‘2014 대한민국 브랜드스타에서 11년 연속으로 종합병원 부문 브랜드가치 1위에 선정됐다.2  병상과 의료진의 규모에서 1위를 자랑하는 서울아산병원은 삼성서울병원과 맞수로 비교되는 것조차 불쾌하다는 입장인 반면 삼성서울병원은 외형이 아닌 의료 품질과 서비스로는 국내 최고라고 자부한다.

 

종합병원을 평가하는 기준이 진료과목별 의학기술로 세분화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간 이식, 심혈관, 위암, 자궁경부암에서 앞서가고 삼성서울병원은 폐암, 인공심장 이식, 신장 이식에서 뛰어난 결과를 보이며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3  1994년 삼성서울병원이 개원한 이래 20년 동안 두 종합병원이 보여준 선의의 경쟁은 대학병원 중심의 국내 의료시장을 재편하며 새로운 경쟁지형을 만들었다.

 

그래서 의외였다. 2014년 아산의학상이 삼성병원 의사에게 수여됐기 때문이다. 아산의학상은 매년 아산병원에서 시상식을 열어왔다. 시상자로 나선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이번 수상자 이경수 교수님은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이신데요, 저는 아산병원이 삼성병원 소속 의사를 아산의학상 수상자로 선정한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이런 점이 바로 아산의학상의 객관성과 공정성, 상의 크기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라고 강조했다.

 

2014년 아산의학상 시상식 기념사진

제공: 아산사회복지재단

 

7회 아산의학상 수상자 이경수 교수

제공: 삼성서울병원 공식블로그

 

이경수 교수의 논문을 표지에 실은 <레디올로지>

제공: 삼성서울병원 공식블로그

 

 

폐암치료의 나침반

아산의학상을 받은 삼성병원의 이경수 교수는 누구인가? 2012년 통계청 발표를 보면 대한민국 사망원인 1위는 암이다. 암 사망 원인 1위는 폐암이다. 폐암 사망률이 이토록 높은 이유는 자각증상이 없어 조기진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빨리 진단하면 할수록 생존율이 올라간다. 아무리 의술이 좋아졌어도 폐암을 너무 늦게 발견하면 손써볼 여지가 없다. 폐암 조기진단의 1인자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잠시, 이경수 교수의 하루를 뒤쫓아가 보자. 2009 EBS에서 방영된명의-이경수 편을 압축해 소개한다.

 

오전 720, 삼성서울병원. 흉부외과와 영상의학과의 콘퍼런스가 시작된다. 임상의사들은 영상소견을 통해 치료효과와 예후(豫後, 병의 증세)를 확인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오전 회진과 수술에 임한다. 영상의학 판독결과는 치료에 없어서는 안 될 나침반을 제공한다. 흉부외과 심영목 교수는요새는 굉장히 작은 혹을 신경 써요. 왜냐하면 그것이 폐암인 경우에는 아예 조기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것을 찾아내서 치료를 해주면 병이 완쾌될 확률이 굉장히 높다고 보시면 돼요. 근데 그런 걸 찾아내는 곳이 바로 영상의학과예요. 그건 외과 의사든지, 또 호흡기내과 의사, 다른 의사들이 찾아낼 수가 없어요.”

 

“호흡기내과 의사가 환자한테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는 이야기를 가끔 듣거든요. 그런데 사실은 제가 살리는 게 아니라 영상의학과에서 이 환자분의 병변(病變, 병에 의한 생체의 변화)을 초기에 찾아줬기 때문에 생명의 은인은 제가 아니고 영상의학과 선생님들이시죠.” 호흡기내과 권오정 교수는 말한다. 과거에 영상의학과는진단방사선과로 불리며 임상의사의 진료를 뒤편에서 지원해주는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정확한 진단과 영상판독이 치료 성공률을 좌우하면서의사들의 의사라는 별칭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의사들의 의사

현대의 명의는 정보에 뛰어나야 한다. 영상소견을 읽고 판독하고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훌륭한 시술 의사가 될 수 없다. 폐암 분야에서 조직검사나 수술을 하지 않고 영상판독만으로 폐암의 예후예측이 가능해졌다. 이경수 교수는 폐암 예후예측의 세계적 선도자다. 세계적 권위의 영상의학 학술지 <레디올로지(Radiology)>의 표제논문에 두 차례 선정되면서 전 세계 의료계의 찬사를 받게 됐다. 폐암은 병기(1∼5)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진다. 이경수 교수는 폐암의 병기를 결정할 때 기존에 사용되지 않았던 MRI 전신 자기공명영상 도입을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환자들의 고통은 물론 방사선 노출이라는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고민한 결과였다. 과거에는 X-ray, CT, PET-CT, Brain MRI순으로 아주 긴 병기결정 과정을 거쳤는데 단기간 내에 병기결정을 할 수 있는 전신 MRI 진단법을 개발한 것이다.4  이경수 교수는 국내외 흉부영상진단에서 독보적이다. 2013년까지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 등재 학술지에만 314편의 논문을 게재했다.5

 

아산의학상 심사를 맡은 의료기관평가인증원 김건상 이사장의 말을 들어보자. “이경수 교수는 해마다 우수한 논문을 발표함으로써 우리의 수준 높은 의학을 세계에 알리고 있고 세계 각국 학술대회에서 늘 초청을 받는 인기 있는 연사입니다.” 임상의사들은 수시로 이경수 교수를 찾아와 영상판독 결과를 놓고 효율적인 치료를 강구해낸다. 그들 사이에서 이경수 교수로부터 치료의 지도와 나침반을 얻는다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다.

 

지도 1외식 프랜차이즈 C 브랜드 폐점포의 입지·상권분석

 

오르지 않는 매출

“당연히번이지!” 외식 프랜차이즈 C 브랜드 CEO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점포개발팀장이 <지도 1>의 입점 후보지 2곳에 대한 최종결정을 묻자 이같이 결론 내렸다. C 브랜드에서 출점을 결정하려면 점포개발팀은 24가지 항목을 점검해야 한다. 입지요인, 상권요인, 유동요인 3가지로 크게 나눈 후 상세한 체크리스트를 모두 채워 예상 매출액까지 기입한다. 상권분석의 기본단위는 250m를 기준으로 진행된다.

 

C 브랜드의 CEO<지도 1>에 표시된번 위치에 직영점을 열기로 했다. 2012년 말 최종결정을 내리기 직전 1주일 동안 CEO는 두 점포 사이를 수십 번 오가며 자세히 살폈다. ①에서까지는 200m 떨어졌다. 상권 체크리스트에 정해놓은 것처럼 250m 반경 안쪽을 샅샅이 뒤졌다. 중소기업청이 제공하는 GIS 상권정보도 빠뜨리지 않고 분석했다. 그랬기에 직영점은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C 브랜드가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분명했다. 첫째, 2층이기 때문이다. C 브랜드가 속한 외식업종에 2층은 쉽지 않았다. 2층에서 여러 번 고전했다. 둘째, 대로변 전면길이가 너무 좁다. 점포의 전면길이는 사람의 얼굴에 해당한다. 얼굴이 반쪽이라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가시성이에 비해 절반이다. <지도 1>에서의 실제 점포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 도로 쪽 가로 길이는 7m로 매우 좁고, 안쪽 세로 길이는 30m로 특이할 정도로 길쭉했다. 매장 안 테이블과 동선 디자인도 쉽지 않았다. 셋째, ①은 바로 앞에 1592세대 아파트 단지가 있다. 주중에는 직장인을, 주말에는 주거민을 번갈아 유치할 수 있으리라 전망했다.

 

2달 후에번 자리에 경쟁 브랜드가 입점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끝내번 점포의 매출은 오르지 않았다. 우연한 기회에번 경쟁점의 매출을 전해 들었다. ①번의 두 배였다. ①번 점포를 살려보려고 할인행사, 점심시간 길거리 홍보, 주말 전단지 배포, 꼭대기층부터 계단을 타고 내려가며 사무실마다 홍보물을 돌리는빌딩타기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런데번 경쟁점은 그런 마케팅 활동도 따로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개장 첫 달부터 두 배가량 높은 매출액을 기록해서 1년 동안 유지했다.

 

점포를 위한 X-ray 진단

①번과번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 C 브랜드는 그 차이를 분석해달라고 요청해 왔다. C 브랜드는 해당 업종에서 20년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전문 브랜드다. GIS 분석팀은 몇 가지 데이터를 살펴보고 현장에 나갔다. ①번과번 모두 왕복 10차선 대로변에서 한 블록 더 들어간 이면도로에 위치했다. 대로변에는 20층이 넘는 대형 오피스들이 도열했다.

 

①에서번 사이의 대로변에 서서 사람과 차량의 흐름을 살펴봤다. <지도 1>에서이 위치한 대로는 왕복 10차선으로 이 지역상권을 규정하는 대동맥이다. 지상으로는 버스중앙차선과 정류장이 위치했고 지하에는 전철이 지나가는데번 위치에 지하철 출구와 횡단보도가 만난다. ⑦에 가까운 지하철 출입구의 유동객은 다른 출구에 비해 가장 풍부하다. 유동객만 놓고 보면보다가 훨씬 낫다.

 

⑥번은 특별히 주목을 끌었다. 10차선 대로의 좌측 끝에서 우측 끝까지 약 800m 구간에서 유일하게 좌회전이 가능한 곳이다. ⑤번 지역 안쪽 아파트 단지에 사는 3800세대에게 주어진 유일한 좌회전 신호다. 24시간 영업을 결정한번 점포는 ③, ④, ⑤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과 직장인 중 <지도 1> 좌측에서 우측으로 이동하며 진입하려는 모든 운전자에게 반드시 통과해야만 할 관문이다.

 

이경수 교수가 참석한 암병원 영상판독 콘퍼런스

제공: 삼성서울병원 공식블로그

 

GIS 모니터에 인구·주택 데이터를 올려놓고 세대 수, 연령, 가구 데이터를 살펴봤다. C 브랜드는 1인 가구에 민감하다. 동일 브랜드의 타 점포 분석에서 1인 가구 밀집지역이나 오피스텔·고시원이 들어 있는 빌딩에서 좋은 매출기록이 나온 바 있다. ④번 블록의 세대 수는보다 훨씬 적지만 1인 가구는 상대적으로 많다. 버스 승하차 이용객 데이터도 분석했다. ①번과번 앞에 모두 마을버스 정류장이 있으나번 앞에서 가장 많은 이용객이 타고 내렸다.

 

점심 장사가 아주 중요한 C 브랜드의 입장에서 <지도 1> 지역은 오피스·주거 혼합지역으로 분류된 바 있다. <지도 1>에 포함된 블록마다 사용되는 법인카드와 개인카드의 비율을 점검했더니 ①, ②가 포함된 블록은 법인 대 개인 비율이 5050으로 나왔다. 서울시 전체 블록의 평균 비율은 2575이다. 법인고객을 유치하고 확보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는 의미다. 주중 점심시간에번 점포에 직접 가봤다. 안쪽으로 길게 뻗은 매장구조는 벽면을 따라 길게 1자로 4인용 테이블을 연달아 배치해 단체손님이 오면 그때그때 자유롭게 테이블을 서로 붙여 손쉽게 대응하고 있었다. 안쪽 테이블은 동시에 28, 중간 별도의 공간에 12명 단체손님이 앉을 수 있고 나머지는 4인석으로 채워졌다.

 

<지도 1>를 들고 C 브랜드 CEO와 미팅을 진행했다. “저희라도 지금의 출점 체크리스트를 들고 현장에 나가면중에서번을 골랐을 것입니다. 현재 체크리스트로는 이번 출점의 취약점을 해소하기가 어렵겠습니다.” 기존 점검목록에서는 점포로 연결되는 대로의 좌회전 신호, 지하철과 횡단보도의 유동객, 500m 떨어진 안쪽 지역의 배후주거, 마을버스 승하자 이용객, 법인 대 개인카드 사용비율, 점심 단체손님 수용구조를 놓칠 수밖에 없었다. 보고를 듣고 CEO번의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패턴을 찾아라

몸을 열지 않고 온몸 구석구석을 들여다볼 수 있는 영상의학. 사진 한 장 속에 숨어 있는 생명의 위협요소를 찾아낸다. 호흡기 내과 전문의 권오정 교수는엑스레이와 CT를 쭉 보는데 남들은 1시간 들여다 봐도 안 보이는 게 이경수 교수가 30초 보고 나서여기 뭐 있네하고 발견하는 거 보면 굉장히 재질이 있는 의사인 것 같습니다.”

 

요즘 영상의학은 유방암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질환에서 CT를 활용해 진단과 치료경과까지 살펴보기 때문에 영상의학은 현대의학에서 없어서는 안 될 분야가 되고 있다. 영상의학은 심장, 복부, 뇌신경, 근골격 분야별로 전문화의 길로 가고 있다. 이경수 교수는 폐암진단 분야에서 뛰어난 진단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경수 교수는 하루 평균 20여 개 CT 영상과 100여 장의 흉부 X-ray 영상을 판독한다. 검은 색과 흰 색의 그림자로 구성된 영상 속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이상 징후를 찾아낸다. X-ray에서는 1.5㎝ 크기에서 폐암이 발견되지만 CT에서는 3㎜ 크기까지도 추적이 가능하다. 거기다 해상도가 뛰어나 CT는 병기판정에도 필수적이다. CT X-ray와 컴퓨터를 결합한 것이다. 인체의 모든 부위를 얇은 단면으로 볼 수 있다.

 

어떻게 이경수 교수는 폐암 영상판독의 대가가 됐을까? 26년을 채운다고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인가? 흉부 X-ray를 찍으면 폐의 23% 정도가 보이지 않는다. 등뼈, 갈비뼈, 횡경막, 심장에 의해 가려지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를 뛰어넘으려면 X-ray CT 영상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패턴을 찾아내는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 1980년대 말 이경수 교수는 CT 판독이 가장 어려운 흉부영상에 큰 매력을 느껴 별도의 개인 연구를 치열하게 수행했다.

 

3년간 아침마다 한쪽에는 X레이를, 한쪽에는 동일 환자의 CT를 놓고 정상이냐, 비정상이냐를 한 시간씩 판독했습니다. 매일을요. 그것을 딱 3년 하고 나니까 X레이를 봐도 CT처럼 보이는 내공이 쌓이더라고요. 그땐 정말 폐에 미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러다 보니 한번은 정상이라고 진단받은 환자의 폐 사진에서 암을 조기 판독해 환자를 살린 적도 있습니다. 폐에 몰입한 결과가 남이 못 보는 것까지도 발견하는 것으로 나타나더라고요.”6 ::C::

 

대가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실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0년에는 잘못 판독한 환자가 급성 폐암으로 발전한 경우도 있다. 아직도 그날의 영상사진을 소장하고 있다. 여러 가지 연구를 통해서 진단율을 90% 이상 정확하게 하려고 많은 노력을 쏟아온 이유다. “‘영상의학과 의사로서 내가 놓치면 끝이다.’ 아주 중요한 사명감을 가지고 하루하루, 검사 하나하나에 열과 성을 다해 영상 판독에 임해야 된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지도 2외식 프랜차이즈 S 브랜드 우수점 분포

 

우수점의 패턴분석

1등급만의 DNA가 따로 있을까? 외식산업에 속하는 S 브랜드 매장들 중에서 수도권에서 가장 장사가 잘되는 1등급 매장 120개를 뽑아 별도로 분석했다. 매장의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내부변수와 외부변수를 구분했다. 내부변수에는 매니저의 경력, 근속연수, 개점일 수, 전면길이, 주차장처럼 매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요인을 말한다. 외부변수는 매장을 둘러싸고 있는 배후인구, 직장인, 유동객, 상권특성이 주로 반영됐다.

 

내부변수는 통제가 가능하다. 매니저를 바꿀 수도, 실내 인테리어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 메뉴를 개선하고 조명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외부변수는 통제가 거의 불가능하다. 배후인구의 규모, 연령구성, 가구특성을 원하는 대로 변경할 수는 없다. S 브랜드의 분석모형은 매장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변수를 최대한 과학적으로 해명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동일한 내부역량이라도 외부조건에 따라서 경영성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1등급 매장의 DNA를 추출하기 위해 1) POS 데이터와 매장정보 2) 통계청 인구·가구·주택 GIS 데이터 3) 신용카드 결제정보 4) GIS 인문사회 정보가 동원됐다. S 브랜드 전체 매장 중에서 매출이 가장 우수한 매장의 매출액과 면적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우선 수도권을 13100개의 기초 구역으로 분할했다. 도로, 철도, 하천, 능선과 같은 지형지물을 반영했다. 6

 

 

 

우선, 주거 인구와 직장인 두 가지 기준을 가지고 기초구역을 < 1>처럼 4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크게 도심과 교외로 나눴다. 도심은 다시 주거밀집형, 주거복합형, 오피스형으로 나누고 교외형은 한 가지 종류로 한정했다. 매장의 면적크기를 기준으로 대형점과 소형점으로 나누면 모두 8가지 세부분류가 가능하다.

 

1수도권 우수점 상권유형별 분포

 

전체 우수점은 넓은 주차장을 확보한 대형점 60%, 기존 빌딩 안에 입점한 소형점 40%로 구성되었다. 대형점은 주거밀집지에서 26.7%, 소형점은 주거복합형에서 19.2%를 기록했다. 주거인구를 분석할 때는 공간범위를 넓혀 기초구역의 반경 1㎞까지 검토했는데 특히 30∼40대 주거인구가 가장 중요했다. 해당 기초구역 안에 총 종사자, 산업별 규모, 외식 관련 카드사용 금액, 법인·개인카드 사용 비율, 연령대별 구성비, 가구 구성(1인 가구·2세대 등)에 따라 매출액이 움직였다.

 

경쟁도 중요했다. S 브랜드 1등급 매장이 둥지를 틀고 있는 기초구역들은 3등급 배후지의 주거인구와 종사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경쟁 식당 수는 3등급지가 평균 2배 더 많았고 외식 지출액을 합산한 총액은 1등급 배후지보다 절반 아래였다. 3등급지의 경우, 배후 인구는 2배 더 많았지만 상권의 매출 규모는 1등급 배후지의 절반 수준이고 경쟁은 2배 높았다. S 브랜드는 이런 지역을 피해나가기로 했다.

 

빅데이터 분석의 세 방향

IBM CEO 지니 로메티(Ginni Rometty)는 직접 손가락 세 개를 흔들며 강조했다. 2014 2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기조연설에서빅데이터는 21세기형 자연자원이라고 했다. 빅데이터에서 가치를 뽑아 올리려면 세 가지 분석 방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① 진단적 분석(Descriptive Analysis)

② 예측적 분석(Predictive Analysis) ③ 처방적 분석(Prescriptive Analysis)을 구분해 최대한 이해하기 쉽도록 자세히 소개했다.

 

진단적 분석은 현황을 파악해 이해를 극대화시킨다. < 2> IBM이 자산관리 분야에 세 가지 분석기법을 적용한 프로세스를 보여준다. 데이터 마이닝을 통해 과거·현재의 트렌드를 추출한다. 진단적 분석은 주로(Why)’에 대해 답한다. 예측적 분석은 반복된 패턴을 모형으로 분석해서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상하고 추정한다. 의사결정을 위한 정보의 고도화에 주목한다. 처방적 분석은 주로어떻게(How)’에 관해 답한다. 구체적 실행방안이 중요하다.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연구단지에 신규 인력 수천 명을 투입할 때 공간 재배치에 적용했던 분석기법이다.7  처방적 분석은 의사결정의 최적화를 겨냥한다.

 

2 IBM의 자산관리분야에 대한 3가지 분석방법 적용사례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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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에서 의사의 처방전을 요구하는 때가 있다. 의사처방전을 영어로 ‘prescription’이라 한다. 처방적 분석(Prescriptive Analysis)에서 사용하는 단어와 의미가 일치한다. 제대로 된 진단 없이는 제대로 된 처방도 없다. 빅데이터에 관한 논의는 이제 데이터의 규모, 속도, 다양성에서 분석과 활용으로 이동하고 있다. 데이터를 그냥 쌓아두거나 흘려보듯이 살펴서는 가치를 만들어낼 수 없다. 현황을 진단하고 반복되는 패턴을 발견해서 미래를 대비하는 처방전처럼 사용돼야 한다.

 

영상의학에서 배워야 할 것

<실전 흉부 CT>라는 전문서적은흉부X선과 함께 배우는 영상진단 아틀라스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아틀라스(Atlas)는 지도책의 다른 표현이다. 영상진단을 지도판독에 비유했다. 몸 속 지도가 있어야 처방의 나침반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흉부영상의학회가 출간한 <흉부 영상진단 CT>의 발간사를 읽었다. “1970년대 후반 의대생 시절에 뇌 CT 영상이 처음 나왔다. 그 당시 강의시간에 신경외과 교수님이이 세상의 모든 상을 CT를 개발한 하운스필드(Hounsfield) 박사에게 주고 싶다던 말씀이 아직도 생생하다.” 박찬섭 당시 학회장의 감회가 담겼다.

 

경영학이 영상의학에서 배울 것은 없을까? 사람의 건강을 진단하고, 예후를 예측하고, 적절한 처방을 내리기 위해 인류가 쌓아온 온갖 지식이 모두 동원되고 있다. 기업을 진단하고 개선하기 위한 경영도구를 만드는 과정에도 세상의 모든 지식이 검토되고 있다. “인간과 사회를 연구한다는 점에서 경영학은 철학과 다를 게 없습니다.(…) 이 세상에 경영학의 대상이 아닌 것은 없습니다.” 경영학자 윤석철 교수의 통찰이다.

 

 

 

피터 드러커가경영 X-ray’ 개념을 제시한 것은 1964년의 일이다. 어느 기업이, 어느 정도로, 어느 분야를, 어느 기간 내에 경영혁신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진단방법이었다. 기업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제품과 서비스의 생명주기를 평가하고 미래의 목표와의 불일치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드러커는경영 X-ray’를 사용해 의사결정 도구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경영 X-ray’를 통해 내일의 사업, 신제품,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자원이 필요한지 준비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8

 

외식 프랜차이즈에서 부진 점포의 비율을 낮추고 성공 점포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직관과 경험에만 의존할 수 없다. 영상사진을 놓고 정상과 비정상을 교차분석한 것처럼 우수점과 부진점의 특성을 교차분석한 결과, 우수점 배후상권의 패턴을 찾아냈다. X-ray CT는 흰색과 검정색 사이의 색채 스펙트럼 속에서 특이 패턴을 찾아낸다. 우수점과 부진점의 특징도 주거인, 직장인, 유동인, 소비특성이라는 몇 가지 요인들을 가지고 88% 수준의 설명력이 확보됐다.

 

GIS 분석 미팅에서 이경수 교수의 동영상 자료를 함께 시청했다. 경영자를 위한 지도와 나침반을 제시하는 것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다학제 협진으로 최고 의학팀을 구축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이경수 교수가 참여하고 있는 암병원 폐식도암센터는 호흡기내과, 핵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병리학과, 영상의학과, 흉부외과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매일매일 협진한다. 누구와 어떻게 협력해야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는지 아는 사람이 진정한 전문가다.

  

 

송규봉 GIS United 대표 mapinsite@gisutd.com

송규봉 대표는 ㈜GIS United 대표를 맡고 있으며 연세대 생활환경과학대학원 겸임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GIS를 전공했으며 와튼경영대학원과 하버드대에서 GIS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저서로는 <미국 인터넷산업의 지도> <비즈니스 GIS> <지도, 세상을 읽는 생각의 프레임> 등이 있다.

  • 송규봉 송규봉 | - (주)GIS United 대표
    - 연세대 생활환경대학원 겸임교수
    - 와튼경영대학원, 하버드대 GIS연구원
    mapinsite@gisut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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