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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시대 콘텐츠 전략

수정테이프 광고에 왜, 사냥꾼과 곰이 등장할까?

이동은 | 150호 (2014년 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전략

시대가 달라졌다. 예전에 통하던 콘텐츠 크리에이션 공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모든 사람이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약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만큼 기업의 전략도 달라져야 할 때다.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라

- 소비자가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기업과 소통할 수 있는 데이터를 모으고 관리하라.

2. 인터랙티비티를 단계화하라

- 인터랙티비티의 질과 양을 결정할 때는

마리-로러 라이언의 다섯 층위를 참고할 만하다.

3. 게임성을 도입하라

- 오늘날 소비의 주축은 게임이 일상화된 세대다.

4. 멀티플랫폼과 트랜드미디어 스토리텔링을 활용하라

- 다양한 플랫폼에서 변형된 스토리들이 퍼즐처럼 맞춰지며 시너지를 내게 하라.

 

A Hunter Shoots a Bear

한 사냥꾼이 양치질을 하고 있다. 그 사냥꾼 뒤로 곰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양치질을 하고 있던 사냥꾼이 곰의 등장을 알아차리고 허둥지둥 총을 찾는다. 그리고 엉거주춤 엉성한 포즈로 곰을 향해 총구를 겨눈다.

 

사냥꾼은 곰을 향해 총을 쐈을까? 아니면 곰에게 습격당했을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질 즈음 영상이 멈춘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화면에 뜬다.

 

Shoot the bear”

 

Don’t shoot the bear”

 

이 영상은 Tripp-EX라는 수정 테이프 광고의 시작 부분이다. 수정 테이프라는 제품과 곰을 쏘거나 쏘지 않는 일은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인다. 이 기업은 왜 광고에 곰을 등장시켰을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두 메시지 중 하나를 선택해서 클릭해보는 것뿐이다. 그래, 쏘지 않으면 곰이 선공을 날릴지도 모른다. “Shoot the bear” 클릭!

 

메시지를 클릭한 순간, 유튜브(youtube) 새 창이 뜨면서(사실 실제로 유튜브 url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유튜브 디자인을 그대로 본뜬 조작된 화면일 뿐이다) 사냥꾼이 곰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영상이 다시 보인다. 쏴라, !를 외치는 순간 사냥꾼은 영상을 보고 있는 나를 쳐다보며 “I don’t wanna shoot this bear!”라고 외친다. 그리고는 갑자기 영상 밖으로 손을 내밀어 영상 바로 옆에 광고처럼 붙어 있던 수정 테이프 Tripp-EX를 집어 들고는 제목으로 달려 있던 ‘A Hunter Shoots a Bear’에서 ‘Shoots’를 지워버린다. 그리고 그 자리에 다른 동사를 타이핑해보라고 제안한다. 영상을 보는 이가 아무 액션을 취하지 않으면 화면에서 사라졌던 사냥꾼이 다시 돌아와 얼른 빈 칸을 채워보라며 재촉한다. 사냥꾼의 재촉에 어쩔 수 없이 단어 하나를 선택해 타이핑해본다. 총을 쏘지 않으면 싸워야지!

 

Fight.”

 

엔터를 치자 영상이 다시 시작된다. 피켓 걸이 나와 시합을 알리고 종이 울리자 사냥꾼과 곰의 11 대결이 시작된다. 사냥꾼이 곰을 향해 달려들지만 곰은 단박에 사냥꾼을 제압한다. 그것도 잠깐, Fight가 다시 지워지고 사냥꾼은 다른 단어를 써넣으라고 부추긴다.

 

광고하는 제품이 수정 테이프이다 보니 빈칸에는 얼마든지 다른 단어들을 써넣을 수 있다. 다른 단어를 채워 넣을 때마다 제각기 다른 에피소드가 연출된다.

 

그림1 Tripp-EX의 인터랙티브 광고 'A Hunter Shoots a Bear'

 

 

 

 

 

 

 

 

 

앞서 언급했듯 이 영상은 틀린 글자를 지우고 다시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정 테이프 광고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이 영상이 기존 TV매체를 중심으로 하는 광고와 180도 다른 특징을 가졌다는 점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이 광고는 웹을 기반으로 한다. 기본적으로 소비자 참여를 유도하는 스토리텔링 형식을 취한다. 소비자가 참여하지 않는다면 스토리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 여러 단어를 채워 넣는 행위 자체가 재미있기 때문에 이 광고는 한번 보고 마는 것이 아니라 보고 또 보는 반복적 시청을 유도한다.

 

이처럼 데이터베이스(Database), 인터랙티비티(Interactivity), 게임성, 멀티플랫폼과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특징을 엿볼 수 있는 이런 스토리텔링이야말로 오늘날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형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본 원고에서는 기존 브랜드 스토리텔링과 차별화된,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브랜드 스토리텔링 전략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브랜드는 왜 스토리를 품었을까?

사실을 내게 말하면 나는 배울 것이다. 진실을 말하면 나는 믿을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스토리를 말해주면 그것은 내 마음속에서 영원히 살아가게 될 것이다.

 

Tell me a fact and I’ll learn. Tell me a truth and I’ll believe. But tell me a story and it will live in my heart forever.

 

인디언 속담이다. 이 속담은 스토리가 사실이나 진실보다 더 설득력 있고 긴 생명력을 갖고 있음을 말해준다. 스토리는 쓸모없는 것을 쓸모 있게, 주목하지 못했던 것을 주목하게끔 만드는 마법의 힘을 지니고 있다.

 

스토리는 그것이 목적이냐, 아니면 수단으로 활용되느냐에 따라 두 가지 방향성을 갖는다. 목적으로서의 스토리는 일반적으로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서 활용되는 콘텐츠의 핵심을 말한다. 반면 수단으로서의 스토리는 특별한 목적을 위해 도구로 활용되는 대상을 일컫는다. 스토리는 상품을 구매하게 한다거나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혹은 이념이나 핵심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활용된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스토리를 통해 웃고, 울고, 감동하는 등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스토리를 활용해 재미를 추구하고 이면으로는 특정 목적을 수행하려는 전략은 매우 효과적이다.

 

단편 애니메이션미트릭스(The Meatrix)’가 대표적인 사례다. 공장식 축산의 실상이라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날 것 그대로 전달하면서도 의도한 효과를 얻는 과정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오늘날 대중은 바쁘고 피곤한 일상을 견디고 있기 때문에 심각한 이슈를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미트릭스는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패러디와 애니메이션이라는 도구를 활용해 스토리텔링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가볍고 재미있으면서도 감동적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이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게 하고 여론을 일으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정보(information)가 사건과 사물의 순수 실체를 전달하는 선에서 그치는 데 비해 스토리는 사건이나 사물과 함께 체험한 사람의 흔적과 경험을 전달하기 때문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더 효과적이다. 특히 전달되는 메시지가 매력적이라면 대중은 이 메시지를 확장시키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있는 그대로를 제2, 3의 인물에게 전달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미지를 추가하거나 삭제, 변형시켜서 또 다른 창작물로 제작해 전파한다. 오늘날 대중화한 다양한 디지털 기술들이 이런 활동을 뒷받침한다. 이런 과정 을 통해 창작된 콘텐츠들은 종전보다 더 강한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

 

마케팅과 스토리텔링은 모두변화를 지향한다

브랜드를 알리고 홍보하는 데 스토리텔링 기법이 선호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마케팅과 스토리의 본질이변화에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은 태생적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여 상품을 구매하고 사용하며 신뢰하게 만드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스토리도 마찬가지다. 스토리의 최소 필요조건은 바로 사건(event)이며 사건이란 변화를 의미한다. 서사학자인 마이클 툴란(Michael J. Toolan)사건 또는 상태의 변화(change of state)야말로 서사의 열쇠이자 근본이라고 말했다. 등장인물의 삶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갈 때 스토리는 가치(Value)를 갖게 된다.

 

최근 종영된 드라마별에서 온 그대를 예로 들어보자. 400년 동안 지구에 살면서 인간의 삶에 냉소적인 입장을 보였던 외계인 도민준은 천송이라는 운명의 여인을 만나면서 상태의 변화를 겪는다. 그 변화는 도민준의 몸과 마음, 자신의 별로 돌아가고자 하는 욕망에 영향을 미친다. 시청자는 도민준의 변화를 흥미진진해 한다. 과연 도민준은 천송이와의 사랑을 이어갈 수 있을까? 초능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지구별에 남을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고향별로 돌아갈 것인가? 변하는 사람은 도민준만이 아니다. 천송이도 변한다. 톱스타였던 천송이는 도민준을 만나면서 내리막길을 걷는다. 마녀사냥을 당하고, 조연으로 밀려나고, 도도함 대신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도민준과 천송이가 변하지 않을 때 시청자는 이야기에 흥미를 잃고 채널을 돌린다. 혹은 등장인물에게 지속되던 변화가 끝날 때 드라마는 종결된다.

 

브랜드 마케팅에서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하는 것은 비슷한 논리다. 디자인 기업 UX-FLO의 책임이사인 그레이 홀랜드(Gray Holland)는 경험의 사이클(Experience cycle)을 통해 소비자가 제품 혹은 서비스를 알게 되는 과정부터 사용하고 신뢰하게 되는 과정을 구조화했다. 소비자는 제품을 발견(find) → 인지(know) → 학습(learn) → 취향(like) → 구매(purchase) → 사용(use) → 신뢰(trust)하는 과정을 거쳐 재발견(re-find)하는 단계를 경험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다. 소비자는 이 순환적 과정을 경험하면서 제품에 대한 태도 혹은 정서적 변화를 경험한다. 다시 말해 소비자와 제품의 관계는 수시로 변한다. 제품을 향한 감정적 유대관계는 생성되거나 소멸된다. 이 사이클에서 변화가 동반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의 경험을 획득할 수 없고 브랜드는 소비자와의 접점을 성공적으로 이어나가지 못하며 외면당한다.

 

달라진 환경, 달라진 소비자에 맞는 새로운 스토리텔링

지금까지의 브랜드 스토리텔링은 브랜드와 스토리텔링의 접점인변화를 축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전개해왔다. 가장 활발하게 활용된 스토리텔링 기법은 문제 중심의 스토리텔링(problem-based storytelling)이다. 문제를 발생하게 하고 중심인물이 그 문제와 싸워나가면서 변화를 추구하고 종국에는 초반에 설정된 문제를 해결하는 식의 기법이 바로 그것이다. 비교광고의 대표주자라고 일컬어지는 맥도널드의 광고로 간략히 예를 들어보자. 금발의 소년이 맥도널드 봉지를 들고 공원에 앉아 있다. 소년 주위로 아이들이 몰려들어 눈 깜짝할 사이에 감자튀김과 햄버거를 먹어치운다. 황망한 소년. 다음 날, 다시 맥도널드 햄버거를 사서 공원 벤치에 앉는다. 우르르 몰려드는 아이들, 소년은 봉지까지 다 빼앗긴다. 다음 날, 소년이 가방을 벤치에 놓느라 시선을 돌리는 사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다른 아이가 맥도널드 봉지를 채간다. 이런 상황에서 소년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마지막 신에서 소년은 여유롭게 감자튀김을 먹고 있다. 아이들이 소년 주위를 지나가지만 아무도 감자튀김을 건드리지 않는다. ? 소년의 맥도널드 감자튀김이 버거킹 봉지에 쌓여 있기 때문이다. 50초짜리 광고는 문제 중심의 스토리텔링 기법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소년은 감자튀김을 먹지 못하는 문제에 직면해 있고 여러 번 이 문제를 해결해보려 하지만 잘되지 않는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기는 하는데 경쟁사 제품을 깎아내리는 방식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마주친 브랜드 스토리텔링의 대부분은 이런 유형의 기법을 적용한다.

 

그런데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웹과 모바일 등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고 그에 따라 미디어가 다양해지면서 소비자가 변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는 더 이상 주어진 정보를 수동적으로 향유하는 수신자가 아니다. 정보를 탐색하고 직접 체험해서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고 자신의 경험과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주체로 거듭난 것이다.

 

미래학자인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새로운 시대의 이 같은 인간형을사이버스페이스의 가상 세계 안에서 자기 몫의 인생을 즐기고 흥미롭고 신나는 체험에 관심이 많은 세대로 명명한다. 그들은 온라인 세계와 오프라인 세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는 능력자로, 가짜든 진짜든 눈앞에 펼쳐지는 새로운 현실에 자신의 인격을 재빨리 적응시킬 수 있는 존재다. 유연하고 파편화된 정체성으로 가상 세계를 배회하는산책자(flaneur)’이며 디지털 장비로 무장한 채 자유로운 유목 생활을 하는디지털 유목민(digital nomad)’이다.

 

 표1  그레이 홀랜드 '경험의 사이클'

 

 

디지털 시대의 소비자들이 원하는, 혹은 경험하고 싶어 하는 새로운 이야기란 무엇일까? 첫째, 안정된 하나의 스토리가 아니라 예기치 못한 수많은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탐색할 수 있기를 바란다. 둘째, 자신이 직접 조력자 또는 주인공으로 참여해 사건에 개입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이야기를 원한다. 셋째, 태어날 때부터 게임이라는 뉴미디어 형식에 노출된 세대이므로 게임처럼 즉각적인 피드백과 보상, 재미를 보장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마지막으로 하나의 미디어 혹은 하나의 플랫폼이 아니라 다수의 미디어와 플랫폼을 오가며 이야기 조각들을 맞춰 하나의 거대 서사를 완성할 수 있는 독창적인 스토리 구조를 기대한다.

 

디지털 시대의 소비자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창조하기 위한 전략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다음의 4가지를 고민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통하는 브랜드 스토리텔링 전략

1.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라

디지털 미디어의 도입은 21세기를 데이터베이스 패러다임의 시대로 바꿔 놓았다. 디지털 시대에 등장한 이 패러다임은 모더니즘 시대의 순서 짓기와는 대립되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적합한 문화적 형식이다. 뉴미디어의 대표적 이론가인 레프 마노비치(Lev Manovich)는 데이터베이스 이전 세계 문화표현의 핵심적인 형식인 서사가 컴퓨터 시대를 맞아 바뀌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디지털 시대에는 모든 문서와 이미지, 영상물까지도 데이터 형식으로 전환한다. 데이터들을 그것의 집합체인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고 보관한다. 데이터베이스에는 순서와 방향성이 존재하지 않는 독립적인 데이터들이 가득하다. 이 독립적인 데이터들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유재화다.

 

따라서 작가라고 하는 전문가들뿐 아니라 그동안 소비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던 일반인들 역시 이 데이터베이스에서 데이터를 선별, 선택, 축적해 새로운 창작물로 재가공, 재생산할 수 있게 됐다. 창작의 주체가 다양해지면서 창작의 대중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새로운 문화의 한 축으로 등장한 디시갤러리의 수많은 콘텐츠나 아이돌 그룹 또는 드라마의 온라인 팬픽 등이 바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기반을 둔 실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데이터 생성자들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이야기 외에 더 많은 정보를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방식으로 탐색한다. 그들은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등장인물들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혹은 간략히 다뤄진 사건들을 스토리텔링해서 빈칸을 채운다. 이를 통해 그들은 생산자가 제공하는 하나의 스토리가 아니라 미리 예상하지 못했던 수많은 이야기를 창작할 수 있다.

 

이 같은 창작 환경을 두고, 일본 서브컬처 비평의 선구자인 아즈마 히로키()는 모더니즘 시대를 지배하던 큰 이야기가 쇠퇴하고 작은 이야기가 유통, 소비, 허용되는 시대라고 말한다. 큰 이야기는 모두가 용인하는 가치관이나 이데올로기를 지향한다. 사회가 공유하고 긍정하는 질서나 규범, 전통이나 생활양식 등을 테마로 삼아 이야기에 반영하는, 고전적인 스토리텔링 기술에 의해 만들어진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는 치밀한 설정과 중후한 세계관을 가진 장대한 서사를 탄생하게 한다. 주인공은 도덕적으로 선한 인물이다. 셰익스피어 작품들처럼 고전이나 명작이라고 일컬어지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큰 이야기의 법칙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포스트모던 시대를 거치며 거시적 수준의 이야기보다 미시적 수준에서의 이야기들, 컬트나 음모론처럼 부정적인 축에 존재했던 이야기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음지에서 양산되던 소재들이 어떤 압력도 없이 자유롭게 표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른바 오타쿠를 비롯한 다양한 소비자의 기호에 부합할 수 있도록 맞춤화한(customized) 이야기들이 기괴한 엉뚱함과 결합해 양산되는 것이다. 아즈마 히로키는 이런 이야기들이 다른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관용성을 가지고 쓰여지는 한, 그것은 데이터베이스 소비의 토대인작은 이야기로 다뤄져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만 도덕적, 이데올로기적 가치관의 개입을 최소화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생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의 맨 앞에 소개했던 ‘A Hunter Shoots a Bear’의 사례로 돌아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그것을 콘텐츠화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사냥꾼이 수정 테이프로 문장에서 Shoots를 지웠다. 사용자가 Shoots 대신 Love를 넣는다. 어느 새 반지를 준비한 사냥꾼이 곰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프로포즈 자세를 취한다. 그 다음 곰이 기다렸다는 듯이 사냥꾼을 포옹하려고 달려드는 영상이 나온다. 이번에는 Love 대신 Sing이다. 사냥꾼이 열창한다. 사냥꾼 뒤편에 자기 몸만 한 하프를 들고 노래에 맞춰 곰이 연주를 한다. Dance는 어떨까. 흥겨운 음악에 맞춰 사냥꾼과 곰이 함께 춤을 춘다. Have를 타이핑하면 곰이 성큼성큼 걸어 나와 절대 자신을 소유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젓고 손사래를 친다. 기존의 모더니즘적 잣대로는 이 같은 내용의 스토리가 불가능하다. 저급한 이야기라며 거부당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해 다뤄지는작은 이야기’들은 개연성이 없는, 치밀한 구성을 찾아보기 힘든 이런 이야기를 오히려 환영한다.

 

수정 테이프를 광고하는 이 영상은 단 하나의 스토리만으로 이뤄져 있지 않다. Shoots를 대신하는 수십 개의 영어 단어들을 적을 때마다 다른 영상이 뜨면서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보는 재미를 준다. 이런 일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수 있는 환경이라야 가능하다. 이 광고 영상의 개발자는 우선 사용자가 타이핑할 만한 예측 가능한 단어들을 몇 십 가지로 그루핑해서 리스트로 만들고 각 그룹에 통용될 만한 적합한 후반부 이야기를 만들어 영상물을 제작했을 것이다. 이후 각 단어와 제작된 에피소드를 매칭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프로그래밍 작업을 진행했을 것이다. 그 결과 사용자가 타이핑하는 순간, 데이터베이스에 집합돼 있던 수많은 데이터들 중 하나가 선택되고 그 단어의 앞뒤로 이어져 있는 복수의 영상 데이터가 가동되면서 최종적으로 하나의곰과 사냥꾼의 이야기가 완성되는 것이다. 무수히 많은 데이터를 모으고 연결하며 가동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면 어떤 스토리를 짜고 활용하는지에 따라 소비자가 겪을 수 있는 경험의 폭과 질을 달리할 수 있다. 예기치 못했던 숨겨진 이야기를 접한 소비자는 이 스토리에 빨려들 수밖에 없고 스토리 뒤에 숨겨진 기업의 의도와 목적을 거부감 없이 수용하게 된다.

 

2. 인터랙티비티를 단계화하라

인터랙티비티(Interactivity)는 향유자가 콘텐츠에 참여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야기의 전개 및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요소를 말한다. 이는 개발자(작가)가 완결된 스토리를 제공하고 사용자(독자)는 그것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던 일방향적 스토리텔링의 구조를 완전히 바꿔놓은 대표적 공신이다. 개발자가 기본적인 내러티브와 바운더리를 제공하면 사용자는 주어진 이야기를 따르거나 제한된 범위 안에서 변종의 이야기를 생성할 수 있다. 설계된 범주를 넘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스토리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다수 사용자들에 의한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실 디지털 기술이 등장한 후 인터랙티비티는 모든 콘텐츠에서 필수적으로 고려돼야 할 요소가 됐다. 관건은 인터랙티비티의 질과 양이다.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어느 정도의 인터랙티비티가 도입되는 것이 적합한지 예측하고 이를 기획 및 제작할 수 있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적정 수준의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아직 실험적 단계이기 때문이다. 참고할 수 있는 한 가지 가이드라인이 있다면 그것은 확장형 서사학자인 마리-로러 라이언(Marie-Laure Ryan)이 제시한 인터랙티비티의 다섯 층위다. 이 층위의 개념과 대표 사례들을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의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위한 인터랙티비티의 양상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광고는 기존 TV광고와는 180도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이 광고는 웹을 기반으로 한다.

 소비자 참여를 유도하는 스토리텔링이 기본이다.

소비자가 참여하지 않으면 스토리는 중단된다.

 

라이언은 뉴미디어의 가장 두드러진 성질 중 하나인 인터랙티비티를 스토리에 미치는 영향 정도에 따라 다섯 단계의 층위로 나눈다. 첫 번째 층위는 주변적 인터랙티비티(Peripheral interactivity)로 상호작용적 인터페이스를 통해 제시되는 영상 이미지의 대상을 작동시킬 수는 있지만 스토리 그 자체나 스토리가 보여주는 순서에는 영향을 주지 못하는, 가장 소극적인 형태의 개입이다. 두 번째는 내러티브 층위에만 영향을 미치는 유형(Interactivity Affecting Narrative Disclosure)으로 스토리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미리 결정돼 있지만 사용자가 개입하는 양상에 따라 실제 제시되는 스토리가 달라지는 유형을 말한다. 이 유형은 특히 앞서 언급한 데이터베이스를 적극 활용하며 사용자가 더 많은 자료를 검색해 스토리를 완성할 수 있도록 적극 돕는 형태다. 앞서 살펴본 ‘A Hunter Shoots a Bear’가 이 유형에 속하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세 번째는 미리 제시된 이야기에 변수를 생성하는 유형(Interactivity Creating Variations in a Predefined Story)이다. 이 단계에서 사용자는 스토리 세계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시스템은 사용자에게 이야기 속을 자유롭게 탐색, 조정할 수 있는 권한 및 행동의 자유를 부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움직일 수 있는 세계는 개발자들이 제공한 영역을 벗어날 수 없다. 아바타를 만들고 움직이면서 직접 서사를 체험하게 하는 디지털 게임의 어드벤처나 미스테리 장르의 게임 등이 여기에 속한다.

 

네 번째는 실시간 이야기 생성형(Real-Time Story Generation)으로 미리 정해진 스토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와 시스템만 존재하고 그것을 정교하게 연결하는 것을 모두 사용자의 몫으로 남겨두는 유형이다. 생활형 가상세계인심즈(Sims)’나 인터랙티브 드라마 프로젝트인파사드(façade)’가 대표적인 예다. ‘파사드는 웹 기반의 인터랙티브 드라마로 사용자가 문장을 직접 써서 이야기를 생성해나가는 구조를 갖고 있다. 영상이 시작되면 사용자는 그레이스와 트립 부부가 살고 있는 아파트를 방문한다. 그들과 나는 대학 동창으로 오랜만에 재회하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반가운 마음으로 아파트를 찾았지만 부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사용자는 그들의 결혼 생활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사건에 엮이게 된다. 이때 사용자가 어떤 문장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느냐에 따라 부부의 결혼은 파국을 맞을 수도, 두 사람이 화해를 할 수도 있다. 모든 것은 사용자의 실시간 인터랙션에 의해 결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시간 이야기 생성형은 최소한의 고정적 스토리를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몇 번을 플레이하든 부부는 싸우고, 마지막에는 사용자에게 집에서 나가달라고 요청한다. 그들이 어떤 관계로 이야기를 전개했든 상관없이 말이다. 이 네 번째 층위의 인터랙션은 최근 ARG(Alternative Reality Game)라는 형식을 도입한 브랜드 스토리텔링으로 다양하게 활용되는 추세다. 이에 대해서는 네 번째 전략인 멀티 플랫폼과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도입에서 더욱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기업홍보에 게임성을 활용하라는 주문은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어린아이들 장난처럼 유치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2014년을 살아가는 소비의 주축은 게임세대라는 점을 잊으면 안된다.

 

마지막 다섯 번째 층위는 메타-상호적 유형(meta-interactivity)이다. 메타-상호적 유형의 인터랙티비티는 스토리텔링 내부에서 제공하는 조건을 뛰어넘어 개발 시스템 자체에 개입하는 유형으로 개념적으로는 유효하지만 실제 브랜드 스토리텔링에 적용하기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3. 게임성을 도입하라

2012 11, 코카콜라는 영화 ‘007 스카이폴과 함께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진행했다. 미국 한 지하철역에 코카콜라제로(coca cola zero) 자판기를 설치하고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007 스카이폴영화 관람권을 주는 이벤트를 열었다. 다만 이 티켓은 자판기를 이용한 모든 소비자가 아니라 특정 미션을 수행하는 데 성공한 소비자에게만 제공된다.

 

미션은 다음과 같다. 70초 안에 자판기에서 지시하는 다음 장소, 예컨대 6번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데 성공해야 한다. 이 미션은 말처럼 쉽지 않다. 달려가는 도전자에게 낯선 여자가 말을 걸고 다른 사람이나 강아지가 진로를 방해하고 에스컬레이터에는 역주행하는 사람들까지 등장한다. 짓궂은 방해에도 불구하고 목적지에 도달하면 도전자는 007 주제가를 큰 소리로 불러야 한다. 이 모든 미션을 완료하면 도전자는 영화 관람권이라는 보상을 받는다. 실제로 이 자판기가 설치된 장소는 한 곳에 불과했지만 도전자들의 플레이를 담은 동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되자마자 조회수가 1000만 건을 돌파하며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의 성공사례로 기록됐다.

 

제품이나 기업을 홍보하는 데 게임성을 활용하라는 주문은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고급스럽고 우아한 브랜드로 알려지기를 원하는 기업에는 어린아이들이나 하는 장난처럼 유치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2014년 현재를 살아가는 소비의 주축은 게임 세대(Game generation)이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게임 세대는 1960년대 컴퓨터가 등장하고 1972년 비디오 게임의 기원인(Pong)’이 출시된 이래 게임과 더불어 성장기를 보낸 세대를 말한다. 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게임을 문화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접한 세대다. 이 세대는 명확한 규칙과 시스템을 선호하고 시간 제약과 공간 탐험을 중심으로 하는 퀘스트 형식의 스토리텔링에 익숙하다. 뿐만 아니라 퀘스트 수행에 성공했을 때는 즉각적인 피드백과 보상을 원한다.

 

최근 텔레비전 방송 프로그램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면 게임성이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무한도전이나 ‘12같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정해진 스토리가 없다. 게임의 규칙과 미션, 그 결과에 따른 보상만이 존재할 뿐이다. 수많은 오디션이나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어떤가. 심지어 프로 가수들이 출연하는 음악 방송조차 경쟁이라는 게임성을 도입해 순위를 정한다. 올드미디어인 텔레비전이 뉴미디어인 게임의 특성들을 자발적으로 차용해 개선 및 개조한 재매개의 사례로 볼 수 있다. 방송뿐 만이 아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음료를 10잔 마시면 한 잔 더 준다는 식의 포인트 제도 역시 기본적으로 게임 메커니즘을 토대로 한다. , 오늘날 브랜드를 마케팅하는 스토리텔링에서 게임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뒤처졌다는 평가를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코카콜라의 ‘007 스카이폴프로모션은 게임의 성질들을 모두 만족시키면서 브랜드를 스토리텔링했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한 사례다.

 

4. 멀티플랫폼과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을 활용하라

마지막 전략으로 멀티플랫폼과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활용을 들 수 있다. 이 모델은 기업 리더들이 신상품을 개발하거나 시장 조사, 주요 의사결정을 수행할 때 고객을 활용하는 시뮬레이션의 발전된 형태라고 말할 수 있다. 디지털 시대의 브랜드 스토리텔링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지점이라고도 볼 수 있다.

 

디지털 시대에는 다양한 플랫폼이 공존한다. 하나의 콘텐츠가 하나의 플랫폼에서 작동하던 시대는 끝났다. 광고만 해도 텔레비전, 영화관, , 모바일까지 다양한 플랫폼에서 구동된다. 그렇다고 플랫폼만 바뀐 상태로 동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다. 플랫폼의 특성과 기능, 해당 플랫폼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전후 맥락까지 고려해 콘텐츠의 내용과 형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기본적인 시스템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면 멀티플랫폼을 활용하면서 동시에 거의 유사한 스토리가 아니라 관계는 있지만 상이한, 혹은 시각이 다른 스토리를 담은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이다.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은 기본적으로 OSMU(One Source Multi Use)와는 다르다. OSMU는 하나의 이야기가 성공했을 때 다른 미디어 형식으로 리-텔링(re-telling)되는 것을 의미한다면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은 미디어들이 부분이 되고 그것들이 퍼즐처럼 서로 맞춰졌을 때 비로소 거대한 하나의 스토리체를 완성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기본 조건은 멀티플랫폼이나 매체 간 반복을 피하고 부분의 합이 전체가 될 수 있도록 이야기 구조를 짜는 것이다.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기법을 브랜드 스토리텔링에 도입한 구체적인 사례가 바로 ARG(Alternative Reality Game). 대체현실게임이라고도 명명되는 ARG에서는 제품 등의 출시에 맞춰 문화콘텐츠가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기획 및 개발되는 경우가 많다. ARG는 가상의 사건이 현실에서 일어났다는 가정하에 네티즌들이 해결해가는 형식을 띤다. 현실 세계의 다양한 미디어를 플랫폼으로 하고 참여자와 인터랙티브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가는 게임이며 이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플레이 중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제품의 브랜드나 정보, 서비스를 인지하게 된다.

 

최초의 ARG 2011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A.I.(Artificial Intelligence)’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개발된 ‘The Beast’. 기본적인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영화보다 50년이 지난 미래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2142년 어느 날, 에반 찬(Evan Chan)이라는 인물이 살해당한다. 이 살해 사건에 대한 열쇠를 가진 인물로 제니 살라(Jannie Salla)가 유일하게 지목된다. 몇몇 온라인 뉴스와 인쇄물을 통해 이 내용이 알려지고 전 세계 300만 명 이상의 참여자들이 살인자를 찾기 위한 탐정 놀이에 뛰어든다. ‘The Beast’ 개발진은 단서를 가진 유일한 인물인 제니가 근무하는 대학(Bangalore World University)을 만들고 전화번호와 e메일 등을 생성해 가상의 인물이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참여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이 정보를 공유하고, 수백 개의 웹사이트와 e메일, 팩스, 보이스메일, 심지어 허위광고까지 동원해 퍼즐을 풀어갔다. ‘집단 탐정 스토리가 만들어진 셈이다.

 

아우디의 해치백 스타일 2006년형 A3 모델을 홍보하기 위해 기획 및 제작된 ARG도 있다. ARG는 아우디가 신차를 발표하려던 시기에 BMW에서 비슷한 가격대에 3시리즈 모델을 출시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면서 기획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미국인들은 해치백 스타일의 자동차가 저렴하면서 경제적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아우디는 신차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시장조사 결과 A3 모델의 잠재고객들은 독립적이며 개혁적이고 인텔리전트 성향을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그들은 스타일리시하며 테크놀로지에 밝고 전통적인 미디어에서 벗어나 웹에 치중하는 편이었다. 또한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다빈치코드메탈기어솔리드’ ‘본 아이덴티티같은 콘텐츠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우디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전통적인 스토리텔링이 아닌 ARG를 활용해 브랜드 캠페인을 론칭하기로 결정한다. 이를 위해 신모델 출시를 준비하다가 오토쇼에 전시될 적색 A3를 도난당했다는 소문을 낸다. 실제 예술품이나 고가의 물품이 도난당했을 때 전문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주는 ‘The Last Resort Retrieval’을 컨택하고 사립탐정인 니샤와 이안을 고용했다는 정보를 웹사이트를 통해 알린다. 이후 도난을 추적할 수 있는 다양한 단서를 제공하고 참여자들이 미스테리를 풀어가는 새로운 경험을 진행한다. 캠페인이 진행된 3개월 동안 총 9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퍼즐 풀기에 참여했으며 결과적으로 아우디 A3는 놀라운 판매 성과를 올렸다.

 

이 밖에도 ARG를 활용한 다양한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사례들은 다수 찾아볼 수 있다. 2007년 베이징올림픽을 위해 기획된 ‘The Lost Rings’ LG전자의낸시랭 실종사건’, FPS게임 ‘2WAR’노르망디의 이방인이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기존 스토리텔링 기법에 비해 사례가 적고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만큼 새로운 시대에 맞는 브랜드 마케팅을 고민하는 경영자들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이동은 계원예대 애니메이션과 교수 delee@kaywon.ac.kr

필자는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전공하고디지털 게임 플레이의 신화성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마리이야기와 세계 최대의 가상세계세컨드라이프의 프로듀서를 맡았다. 파라다이스 복지재단 장애인식 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영상동화 시나리오 작업을 했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 심사위원을 맡은 바 있다. ‘장르 게임의 문법 연구’ ‘공감각의 문화 혁명, 3D 입체영화 스토리텔링 전략 연구‘메타적 상상력과 캐릭터 중심 스토리텔링 연구등을 진행했다. 저서로 <불멸의 르네상스를 찾아서> <이어령의 교과서 넘나들기 1-디지털 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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