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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글로벌마켓 ASEAN

6억명의 아세안 시장이 꿈틀댄다 그루밍 족 사로잡을 A.S.E.A.N. WAY 기억하라

최원호 | 148호 (2014년 3월 Issue 1)

 

 

인구 6억 명의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EAN·아세안)은 현재 중국을 대체할 차세대 글로벌 생산기지이자 거대 소비시장으로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섬유, 신발 등 노동집약적 산업에서는 이미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보다도 가격 경쟁력이 높다. 중산층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소비력도 점점 커지고 있다. 연 소득 5000달러 이상인 중산층 인구가 6000여만 명에 달하며 이른바 ‘Y 세대(15∼29)’ 인구는 16000만 명에 달한다. 2015년 아세안경제공동체(AEC)가 출범하게 되면 동남아시아 시장은국경을 초월한 거대 소비시장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견된다.

 

현재 베트남에는 3200여 개, 인도네시아에는 1700여 개 등 아세안을 통틀어 총 9100여 개 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연간 교역 규모도 1300억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동남아시아 현지에서 느껴지는 대한민국은 일본, 중국, 미국 등은 물론, 호주, 인도 같은 이웃나라에 비해서도 그리 크게 보이지 않는다. 아직도 대다수 우리 국민과 기업들은 아세안을노동집약적 생산기지’ ‘발리와 푸껫 같은 원초적 자연미가 넘치는 쉼터정도로 인식하는 수준에 그쳐 있다. 이에 필자는 동남아 시장에서의 경험과 사례, 현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아세안 진출기업이 명심해야 할 ‘A.S.E.A.N. WAY’를 제시하고자 한다.

 

1. A - Accompany

 

아세안 국가의 성장단계/발전전략을 고려해 특화된 투자 및 진출 전략을 펼쳐라

 

1967년 역내 갈등 해소와 사회·경제 분야 협력을 위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등 5개국으로 창설된 아세안은 이후 5개국이 추가 가입, 10개국으로 확대·발전돼 내년 AEC 출범을 앞두고 있다. 아세안은 회원국 간 경제규모, 소득수준, 대외개방도 등 여러 측면에서 차이가 크게 난다. ( 1) 이에 따라 각 국가별 성장단계 및 개발격차 등을 고려한 차별화된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 태국 등 선발 신흥국은단순 조립 및 우회 수출기지에서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잠재력이 큰 거대 내수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다. 따라서 이 지역으로 진출할 때에는 주축 소비층인 Y세대의 변화하는소비트렌드에 집중한 시장 접근이 필요하다.예를 들어, 선발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인도네시아의 경우 신세대 남성들의 소비 패턴 변화에 주목해볼 만하다. 요즘 인도네시아 중산층 남성들 사이에선 임금이 오르면서 소득이 증가하자 저축보다 삶을 즐기려는 경향이 확산돼 가고 있다. 이른바 자신의 외모를 적극적으로 꾸미는그루밍(grooming)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전통 정장인 바틱(Batik)과 신발 정도에 머물렀던 신사용 제품이 향수, 클렌징, 헤어왁스 등 이전의 보수적인 무슬림 문화에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화장품 업체라면 남성용 제품군을 다양화하는 등 여성 고객들에게만 집중하던 제품 포트폴리오 전략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반면 경제개방을 시작한 미얀마와 라오스 등 후발 신흥국은 통신, 전력, 상하수도 등 국가 기간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급속도로 진행 중이다. 이 지역에 진출할 때에는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공적개발원조)1  지원을 통한투자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현재 23000억 원 수준에 달하는 우리나라 ODA 자금의 약 40%는 아시아 지역에서 집행되고 있다. ( 2, 3) 특히 최대 수원국인 베트남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필리핀 등 4개국은 ODA 중점협력대상국이다.

 

ODA 규모가 늘어나고 ASEAN 권역에 대한 지원이 증가함에 따라 이와 연계한 우리 기업의 ASEAN 시장 진출 및 수주 프로젝트의 수익성 제고를 위한 효과적인 사업수행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 내에서도 저개발국으로 꼽히는 CLMV(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권역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교통, 통신, 에너지, 수처리 등 생활 인프라 구축과 숙련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훈련 및 ICT 기술인력 육성, 한국 개발경험 전수 같은 지식공유사업 등에 ODA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이들 분야는 우리 정부와 기업이 일정 수준 이상 비교 우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관련 기업의 진출 가능성 또한 높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국내 굴지의 토목 설계 및 감리회사인 K사는 국내외에서의 풍부한 설계경험을 토대로 베트남 푸리 신도시 개발, 하노이 2번 순환도로, 필리핀 메트로 마닐라 우회고속도, 교량, 캄보디아 씨엠립 폐수처리 시설, 베트남 동수아이 상수도의 설계, 감리 등 ODA 사업을 수주했다. K사는 특히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 국내 기관에서 발주하는 ODA 공사는 물론 다자개발은행(MDB)2 , 일본국제협력기구(JICA) 등 해외 지원국 ODA 사업도 수주해 시공하고 있다. K사는 2007년부터 ODA 사업 초기 국내 기관 발주사업의 수행을 통해 사업 실적과 현장경험을 쌓으면서 입찰참가 요령, 현지 네트워크 구축 등의 노하우를 축적한 이후 2012년부터 WB, ADB 등의 MDB JICA 등의 발주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상당량의 수주계약을 따냈다. 특히 해외 발주사업의 경우 시공역량이 세계적으로 검증된 건설사와 동반해 참여함으로써 수주확률을 높이는 한편 사업수익률도 제고하는 진화된 ODA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2011년도 기준 우리나라의 대()ASEAN ODA 절대 규모는 32500달러로 일본(34억 달러) 10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더욱이 자국의 ODA 지원사업을 자국기업이 수주하지 못하도록 하는 OECD의 비구속성(Untied) 사업 기준(, 우리나라 정부가 캄보디아에 사회 기간망 확충을 위한 ODA 사업 예산을 지원해 줄 때 우리나라 기업이 해당 프로젝트를 수주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에 따라 우리 기업이 ODA를 실제 사업 기회로 활용하는 데는 많은 제약이 있다. 그러나 ODA 운용 경험이 오래 된 미국 등 선진국들은 ODA 프로젝트 계획 단계에서부터 배타적인 자국 기술을 반드시 써야만 프로젝트가 진척될 수 있도록 설계함으로써 실제 자국 기업들이 해당 프로젝트를 수주하도록 만드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 아예미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해외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자국의 ODA 사업에 미국 기업들이 다수 참여하고 수주하도록 지원하는 것을 설립 목적으로 한 기관(무역개발청, USTDA)까지 있을 정도다. 미국은 이를 통해 표면적으로는 비구속성 사업 기준에 따르는 ODA 사업이 실질적으로는 구속력(Tied)을 발휘해 자국 기업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아세안 국가들의 개발 격차에 부합하고 한국이 비교 우위에 있는 ODA 사업을 개발해 실제 프로젝트 수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체계 확립이 필요하다.

 

ODA 사업을 통한 기회 포착과 함께 주목해야 할 사업 기회는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BoP(Bottom of Pyramid)’ 비즈니스다. BoP 비즈니스는 신흥시장을 대상으로 수익 추구(실익)와 빈곤 삭감(명분) 모두를 추구할 수 있는 양수겸장의 새로운 사업 모델이다. 이웃나라 일본은 개도국의 낮은 문맹률 개선, 취학률 제고, 기아 문제 해결 등의 기본적인 생활환경 개선과 함께 일본 기업이 비교우위를 지니고 있는 환경, 에너지, 산업 설비 제공 등을 목표로 하는 10 BoP 비즈니스 분야를 정해 집중 진출하고 있다. ( 4) 또한 지리적 근접성과 비즈니스로 발전성 등을 감안해 BOP 인구의 70%가 집중돼 있는 아시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일본의 활발한 움직임과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BoP 시장에 대한 전략적 대처는 고사하고 개념조차 생소한 상황이다. BoP 비즈니스는 단기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사업이 아니므로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 BoP 시장의 특성 및 경쟁현황 등에 대한 분석을 강화해 현지 밀착성 제품기획과 개발을 추진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현지 언어는 물론 현지의 문화, 풍습에 익숙한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BoP 계층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그들의 니즈에 맞게 적합하게 변형시킬 수 있는 기술 등을 하루 속히 개발하고 진출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2. S - Segmentation, Targeting, Positioning

 

한류 열풍을 이용한 시장 세분화(Segmentation), 표적화(Targeting) 통해 충성도 높은 소비자군을 확보(Positioning)하라

 

아세안 시장에서 한류는 이제 단순한즐김의 도구가 아닌 그들의 경제적 삶을 변화시키는비즈니스한류로 더욱 진화 발전해 가고 있다. 상담현장에서 접하는 아세안 바이어의 ‘Made in Korea’ 상품에 대한 신뢰와 선호도는 우리의 기대와 상상을 뛰어넘는다. 한 예로 작년 11,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프리미엄 아세안(Premium ASEAN) 수출상담회에 참가한 베트남 최대 소매유통업체인 사이공 꼽(Saigon Coop)의 유통소비재 구매담당자는베트남은 1인당 화장품 지출액이 연간 4달러 정도로 20달러 수준인 태국에 비해 규모도 작고 상대적으로 중저가 제품이 주력을 이루고 있다면서도한국 스타들이 사용하는 한국산 고급 화장품에 대해선 비싼 제품이라고 해도 수요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베트남 여성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네일아트 제품을 예로 들어보자. 베트남 여성들은 화려한 원색의 매니큐어로 손톱을 가꾸는 걸 무척 좋아한다. 그날그날의 분위기에 맞춰 색깔을 바꾸고 여러 가지 스타일링 방식으로 화려하게 손톱을 장식한다. 지금까지는 이 시장을 중국산 저가 매니큐어 제품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베트남에서 저가 네일 제품이 손톱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안전 이슈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믿을 수 있는 품질의 한국 혹은 미국 제품을 찾는 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의 경우 안전성에 상대적 가치를 둔 중산층 여성들을 집중 타깃으로 삼아 시장 공략에 나설 필요가 있다. 특히 베트남 현지의 고급 헤어숍이나 피부관리실, 스파 등과 협력해 제품을 공급하거나 고품질의 네일 관리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등 다각도의 방법을 통해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다.

 

값을 조금 더 내더라도 좀 더 안전한 양질의 제품을 사용하고자 하는 욕구는 비단 베트남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라 아세안 시장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변화다. 과거엔 소득 수준이 낮아 어쩔 수 없이 중국산 제품을 썼다면 이제는 가격 대비 높은 품질의 제품, 특히한류스타들이 사용하는 제품을 사용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아세아인의 동경과 구매의 대상의 된 한류를 비싸게 유지하고 파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새롭게 자리를 잡아가야 할 때다. 물론 한류에 열광하는 아세안의 보편적 정서에도 응답하는 범용전략을 확대해야겠지만 중상류층이 누리고 싶어 하는 고품격 수요에 맞는 맞춤형 제품개발과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3. E - Environment

 

메콩강 유역의밧 경제권에 주목하라

 

중국 티베트 고원에서부터 시작해 미얀마와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을 관통하는 메콩강. ‘모든 강의 어머니란 뜻을 가진 메콩강은 21세기 마지막 남은 실크로드로 불린다. 인도차이나 반도를 관통하며 장장 4909㎞를 흘러가는 메콩강은 세계에서 12번째로 긴 강으로 유역 면적만 795000㎢에 달하며 그곳에 사는 사람만 32000만 명에 이른다.

 

중국을 제외하고 메콩강 유역에 위치한 동남아시아 5개국은(Bhat, 태국 화폐) 경제권으로도 불린다. 이들의 경제 규모는 지난 10년간 3배 넘게 증가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강대국들은 일찌감치 이 지역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세력 불리기에 힘쓰고 있다. 향후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뒤를 이을 신흥 경제권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도 메콩강을 주변으로 한 비즈니스 기회 발굴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특히 수력발전의 높은 잠재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형적 이점으로 인해 잠재 생산량이 크고 다른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 생산에 비해 개발비용이 적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라오스의 경우 현재 메콩강을 따라 10개의 수력발전소를 운영 중이며 2030년까지 총 72개의 발전소를 건설할 예정이다. 2010년 라오스 최대의 수력발전소인 남테운 2호 발전소가 인근 태국에 1000㎿ 전력 수출을 시작하면서 연간 8000만 달러의 수입을 거뒀을 정도다. 라오스 정부는 2020년까지 생산용량을 12500㎿로 늘려 생산 전기의 80∼90%는 인근 태국 및 베트남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전력이 라오스의 수출 2위 품목이 된다. 메콩강에 갇힌 나라 라오스가 그 수자원 덕택에 메콩강 권역의배터리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현재 라오스의 수력발전 사업에 참여 중인 한국 기업은 포스코건설(남닉 수력발전)과 수자원공사 등이다. 또한, 서부발전과 SK건설이 라오스 남부 메콩강 지류인 세피안-세남노이 강 유역에 댐을 건설, 생산 전력의 90%를 태국에 수출하고 나머지 10%는 라오스 내수용으로 판매하는 대규모 민간투자사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대기업 중심의 발전소 건설과 함께 낙후된 라오스 송배전 설비 교체 및 연계 사업은 많은 중소, 전문기업의 참여가 가능한 분야다. 더욱이 ADB를 중심으로 2020년까지 모두 40억 달러를 투자하는 대규모 전력망 연계 사업(아세안 파워 그리드)이 추진되고 있어 시공경험이 있는 한국 전문 중소기업들에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력발전 및 송배전설비에 더해 또 하나의 유망산업은 관개 개선, 하천정비 등 메콩강 종합관리사업이다. 연례행사인 홍수피해 최소화와 주민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2014년까지 총 4000만 달러의 재원이 투입될 예정으로 이미 한국의 중견 건설기업과 엔지니어링 업체들도 참여해 있다.

 

4. A - Adaptation

 

‘한국형’ 현지기업이 되라

 

2012년 총 43억 달러의 투자액으로 우리나라 해외 진출의 20%를 차지하며 미국, 중국을 넘어 최대 투자진출권역이 된 아세안에서는 현재 9100여 개의 한국 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최근 들어 국내 기업들의 현지 투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미국을 제치고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의 2대 투자처로 급격히 부상하고 있다. 계열사까지 함께 진출한 삼성그룹을 비롯해 2013년 한 해 동안에만 300여 개 기업이 진출, 현재 총 3200여 개의 한국 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베트남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아세안 시장으로 몰리는 투자러시는 향후 더욱 확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진출 업종도 봉제의류, 신발 등 임금 절감형 업종에서 전기전자, 금속 등 전문제조업은 물론, ICT, PC방 등 소상공인, 서비스업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지화는 현지 진출 기업의 경쟁력 제고라는 단순한 경제적 상식 차원을 넘어 지속가능 경영을 위해 반드시 추구해야 하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현지화의 수준도 단순히 공장을 짓고 현지 인력을 고용하는 수준을 넘어 현지 문화와 일체를 이루고 정서적 공감까지 이뤄질 수 있는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해 나갈 필요가 있다. 물론 현지화라는 미명하에 낙후된 방식까지 무조건 따라서는 안 된다. 현지 방식을 그대로 수용하다 발생할 수 있는 경영상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검증된 한국형 경영기법을 도입하고 적재적소에 인재를 투입하는한국식 아세안 경영을 선보여야 할 때다. 이와 관련, 코라오그룹 사례가 한국식 아세안 경영의 대표 모범 사례라 할 수 있다.

 

코라오그룹은 1997년 국산 중고차 판매로 라오스에 진출한 후 현대·기아차 전속 판매, 오토바이 생산·판매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쳐 왔다. 라오스 국민들 입장에서 외국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현지 대학생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은 회사 1순위에 꼽히는라오스 국민기업이다. 초기 코라오는 중고차를 단순히 수입해 판매하지 않고 부품 형태로 분해 수입한 후 라오스 현지의 중고차 개조 공장에서 다시 조립해 신차처럼 탈바꿈시켜 판매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품질은 일본 차 수준인데도 가격은 중국 차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자체 브랜드를 내걸고 제작, 판매한 오토바이 사업도 비슷했다. , 핵심 부품은 한국에서 수입하고 조립은 라오스 직원이 현지에서 맡아 완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을 택했다. 한국의 우수한 기술력으로 높은 품질은 유지하되 저렴한 인건비가 강점인 라오스의 특성을 십분 활용한 것. 이처럼스마트한 현지화를 통해 코라오는 라오스 자동차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코라오는 조직 관리 측면에서도 적절한 현지화 전략을 취했다. 우수한 현지 인력을 매니저로 채용한 후 이들을 대상으로 핵심인력 교육을 실시했고, 이들의 대폭 권한을 확대(empowerment)해 일반 현지 근로자들을 관리하도록 했다. 최종 결정은 한국인 매니저가 하지만 일반 근로자의 임금 인상 및 업무 분담에 대한 1차 책정 권한을 라오스 현지 매니저에게 줌으로써 현지 근로자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

 

동시에 코라오는 이익의 상당 부분을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국민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고자 노력했다. 사회주의 국가인 라오스의 특성 때문이다. 오랫동안 폐쇄적인 체제에 갇혀 있는 라오스 국민들에겐 외국 기업의 이윤 추구 활동이 자칫 국부 유출로 인식될 위험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오세영 회장은 적극적인 사회 환원 사업을 통해 그런 위험을 제거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성장을 꾀하고자 했다. 대표적 예가 현지 육영사업이다. 교육만이 라오스의 국가빈곤을 탈출하게 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오세영 회장의 지론이 반영돼 1997년 회사 설립과 함께 적극적인 장학 사업에 나섰다. 유아 교육부터 초···대학생에 이르기까지 다각도로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심지어 지방에도 야간학교를 개설해 수천 명의 학생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후원하는 것은 물론, 장애인 후원, 문화활동 지원, 마약 퇴치, 수해지역 복구 등 국가가 필요한 곳에는 우선적으로 기부금을 내고 있다. 이렇게 노력한 결과 현재 코라오그룹은 라오스 현지 기업보다 더 라오스다운한국형 라오스 국민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5. N - Negative Factors Finding & Attending

 

비즈니스 장애물에 대해 조직적, 체계적으로 대응하라

 

아세안은 분명 매력이 넘치는 신시장이지만 여전히 많은 것이 미흡한 시장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미얀마를 살펴보자. 미얀마는 2011년 취임한 떼인 세인 대통령이 과감한 개혁·개방정책을 펼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더욱이 2012 11월 외국인투자법 개정으로 법인세 면제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리고 토지 임대 기간을 기본 50년에 20년 이상 연장할 수 있도록 했으며 과실송금도 허용했다. 6500만 명의 시장, 지정학적으로 유리한 입지 등으로 미얀마를 향한한국 기업과 글로벌 기업들의 진출은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현지에 진출한 대부분의 기업은 미얀마의 기업 환경에 대해 사업하기 쉽지 않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미얀마의 월 임금 수준은 약 100달러로 베트남의 절반, 태국의 3분의 1, 중국의 5분의 1에 불과하지만 낮은 인건비 장점을 상당 부분 날려버리는 악재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필수 전력이 1 5시간밖에 공급이 안 돼 잔여시간엔 자가 발전으로 전력을 공급해야 하는데 디젤료가 전기료의 3배 정도 비싸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다.게다가 산업단지 공단으로의 자재 조달 및 배송비용도 추가로 소요된다. 겉으로는 사업 환경이 개선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미흡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사정은 사실 아세안 지역 내에서 그나마 발전해 있다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조차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문제는 아세안의 낙후된 비즈니스 인프라가 단기간 내 해소되기를 기대하기란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기회의 땅을 모른 체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기회는 과감하게 포착하되 문제에 부딪혔을 때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사안에 따라 단편적으로 불만을 제기하거나 개별 기업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으로는 큰 효과를 보기 힘들다. 자국 투자기업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처럼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도 아세안 핵심 거점 지역에 이와 같은 연합체를 구성,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와 동시에 각국의 문화를 인정하고 현지 근로자들을 소중한 경영 파트너로 존중하려는 노력도 더해야 한다. 특히 전시성, 단발성 CSR 활동이 아니라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공동의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상생 협력경영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2011년 베트남인의 외국 기업에 대한 평가에서 한국은 5점 만점에 3.27점으로, 일본(3.89)과 싱가포르(3.64)보다 낮게 나타났으며 아직도 일부 기업은 수직적 통제와 비인간적 처우가 존재한다는 평가가 있다고 한다. 베트남은 개방적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함에 따라 외국 기업의 CSR 활동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증대하고 있으며 베트남 정부는 공공사업 파트너 선정 시 해외 기업의 CSR 활동을 평가해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상황이다. CSR이 단순한 기업 홍보의 수단이 아니라 현지에 안착하기 위해 필수적인 경영요소인 셈이다. 예를 들어 두산중공업의 베트남 현지법인인 두산비나는 베트남 꽝이이성 안빈 섬에 해수담수화 설비를 기증했다. 지하수가 전혀 나오지 않아 빗물과 외부 식수에 의존해 살고 있는 안빈 섬 주민 500여 명을 위한 조치였다. 이 밖에도 두산비나는 국내 대학 병원과 연계한 현지 의료 봉사, 지역 어린이 언청이 환자 국내 초청 무료 수술 등 다양한 CSR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두산비나가 2010몽중2’ 화력발전소(14000억 원 규모), 2013빈탄4’ 석탄화력발전소(16000억 원 규모) 등 정부 발주 대규모 사업을 계속해서 따낼 수 있는 배경에는 이처럼 지속적인 CSR 활동이 한몫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최원호 한국무역협회 마케팅협력실장 whchoi@kita.net

필자는 서강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포틀랜드 주립대에서 국제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무역협회에서 마케팅전략실장, 신흥시장실장 등을 역임했다. 이베이, 중국 알리바바, 인도의 트레이드인디아와 한국 기업 간 온·오프라인 융합마케팅사업을 주도했다. 월마트, 중국 뱅가드그룹, 인도네시아 그라미디어그룹, 베트남의 사이공 꼽 등 글로벌 빅 바이어를 활용한 프리미엄 마케팅 지원사업을 진행 중이다.

 

 

  • 최원호 | - (현) 한국무역협회에서 마케팅전략실장, 신흥시장실장
    - (전) 이베이, 중국 알리바바, 인도의 트레이드인디아와 한국 기업 간 온.오프라인 융합마케팅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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