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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턱, 막힐 때 마다 고공점프한 IBM처럼... 한국 기업 ‘솔루션 프로바이더’가 돼라

김원종 | 148호 (2014년 3월 Issue 1)

 

 

한국 기업의 현주소

 

많은 사람들이 한국 기업의 위기와 변화 방향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삼성, 현대 등 일부 기업에 대한 높은 경제의존도, 일본 기업의 회복과 중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따른 새로운 샌드위치 구조 직면, 제조업의 수익성 악화 등 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다. (그림 1)

 

 

 

이런 문제들의 해결 방향에 대해서는 산업 구조의 변화, ‘창조 경제를 위한 정부와 기업의 새로운 역할 등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인들을 만나보면 변화가 필요하다는 화두는 갖고 있지만 청사진과 변화 방안에 대한 구체성이 부족함을 볼 수 있다.

 

늘 해오던 평범한 고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거보다 더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많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내에서의팔로어에서리더그룹으로 위상이 변했기 때문이다. 리더는 팔로어보다 시장과 경영환경상의 불확실성에 더 많이 노출된다. 또 신흥국 경제위기, 현지 업체들의 경쟁력 향상 등으로 해외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성장 속도와 경쟁 우위가 위협받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의 수익 하락과 중국 레노버의 모토롤라 인수 같은 사례를 보면 이런 위협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장 리더는 불확실성 속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다. 창의성과 용기, 논리성과 냉정함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성격의 의사결정이 수반되는 일이다. 특히 높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품질과 생산성, 빠른 시장진입(time-to-market) 능력을 무기로 선진 업체를 쫓아 시장을 확대해왔던 한국의 제조업체는 새로운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과거 스마트폰 시장으로의 변화를 주도하지 못했던 노키아, 카메라와 디지털 기술의 융합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던 코닥처럼 어느 한순간에 기업의 명맥이 사라질 수도 있는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과거 하드웨어 회사로서 맞았던 생존 위기를 극복하고 고객이 원하는 솔루션 제공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든 대표적 사례가 IBM이다. IBM의 혁신 사례를 통해 한국 기업이 시장 창출과 수익성 확보를 위한 대안의 하나로서 솔루션 업체로 변화하기 위한 방법을 알아보자.

 

솔루션이란 무엇인가

 

한국 기업들이 왜솔루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미래 성장의 청사진 중의 하나로서 솔루션 업체로의 변화를 도모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 이전에 솔루션의 정의부터 알아보자. 이미 2000년대 초 중반에 많은 한국 기업들이 GE, 지멘스 등 글로벌 선도 제조업체들의 사례를 연구하면서 솔루션 기업으로의 변화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고 일부는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많은 기업들에서는 솔루션에 대한 개념과 정의가 명확하게 내려져 있지 않다.

 

 

 

일반적으로 기업 관점에서 솔루션은고객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모든 오퍼링(제공 가치)’으로 정의된다. (그림 2) ‘가치란 재무적 가치 외에도 전략적, 사회적 가치까지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오퍼링이란 유·무형 등 형태에 관계없이 나뿐만 아니라 남의 힘을 빌려 제공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즉 고객의 전략적·재무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직간접으로 제공할 수 있는 유·무형의 모든 오퍼링이 솔루션이다.

 

특히 하드웨어 중심의 사고에 고착돼 있는 한국 기업들의 경우에는 제품, 서비스 같은 유형(有形)의 오퍼링에 국한해 노하우, 기술 같은 무형(無形)의 오퍼링까지는 적극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자사뿐만 아니라 사업 파트너를 통한 가치 전달에는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

 

솔루션 오퍼링은 산업의 특성에 따라서 달리 정의될 수 있다. 통신산업에서는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로 구분하기도 하고 건설산업에서는 EPC(엔지니어링-구매-건설) O&M(운영과 유지보수)을 포함해 정의하기도 한다. IBM의 경우 과거 하드웨어에서 서비스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솔루션 사업으로 변모해오면서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를 솔루션 영역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하드웨어 중심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한국 제조업에 초점을 맞추고 IBM의 사례와 같이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를 솔루션으로 정의한다.

 

왜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해야 하는가?

 

 

기업의 성장은 고객의 확대(신규 고객 확보, 지역 확장 등), 사업 영역(Value Chain)의 확장, 오퍼링의 확장, 사업 모델의 변화 등을 통해 이뤄진다. 이런 성장의 옵션 선정에 있어 <그림 3>과 같이 세 가지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1) 기존 사업으로 신규 고객을 노린다.

 

(2) 신규 사업으로 신규 고객을 노린다.

 

(3)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신규 사업을 하고 나서 차차 신규 고객까지 노린다.

 

 

 

기업의 상황에 따라 가장 적합한 성장 경로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한국 기업의 위협 상황을 고려해보면 (1) 기존 사업 영역을 통해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것은 신흥시장의 성장 둔화, 하드웨어에서 현지 업체의 역량 강화에 따른 경쟁 심화로 인해 지속가능한 확실한 경쟁 우위가 있지 않으면 수익성 관점에서의 위협이 커질 수 있다. (2) 신규 고객 대상으로 신규 사업을 하는 경우는 대규모 투자와 함께 리스크에 대한 감수가 불가피하다. (3)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경우는 물론 역량 확보와 투자가 필요하지만 (1), (2)에 비해 성장의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솔루션 사업으로의 확장은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오퍼링을 확대하면서 성장을 추구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신규 고객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성장 옵션으로 고려가 가능하다. , 사업 확장을 하는 경우, 기존 플레이어와의 역량 차이, 신규 사업 영역의 매력도, 고객의 통합적 솔루션에 대한 공급 요구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기업, 즉 비즈니스 솔루션 기업으로 사업을 지속적으로 변화시켜 나가고 있는 IBM을 살펴보자.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성장을 위한 사업 전환에 고전을 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 유사한 어려움을 극복한 IBM의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을 듯하다.

 

IBM이 솔루션 기업으로의 혁신 과정

 

 

 

IBM 1935년 천공 기술을 기반으로 한 회계 처리 시스템과 1965년 기업용 상용 컴퓨터인 메인프레임, 1981년 퍼스널 컴퓨터 상용화 등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며 하드웨어 시장에서 활동했다. 1980년대에는 미국의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입지를 다졌다.

 

수십 년간 지속돼 온 메인프레임 중심의 컴퓨팅 시장은 PC 중심의 시장으로 대폭 전환됐다. IBM 또한 PC의 창시자로서 PC 시장을 선도하고 있었지만 PC의 범용화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출현의 여파로 메인프레임의 시장 축소와 PC 시장에서의 급격한 잠식이 지속됐다. 1993년 초에는 9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생산설비의 40%를 축소하는 위기에 직면했다. 당시 <뉴욕타임스>에서는 “IBM 시대의 종말 - 한때 세계 최고의 하이테크 회사였던 IBM은 시장의 변화에 느리고 비효율적으로 대응해 시장의 팔로어 역할로 결국 축소됐다는 논평을 냈으니 당시 여파가 얼마나 시장에 큰 충격이었는지 짐작할 만하다.

 

1993년 루 거스너(Lou Gerstner) 회장 취임 이후 IBM은 단기적으로 강도 높은 사업 구조조정과 함께 장기적으로 시장과 고객을 중심으로 사업 전략, 운영 모델, 기업 문화를 모두 바꾸는 이른바 시장 주도형 변혁(Market Driven Transformation)을 단행했다.

 

1) 우선 사업 전략 측면에서의 변화를 보자. 거스너는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IBM의 차별화된 가치는 통합적인(end-to-end) 솔루션 제공을 통한 고객의 문제해결 능력임을 깨닫고 통합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로 변화를 주도했다. 이를 위해 핵심 고객의 재정의를 통해 고객과 시장 관점에서 향후 유망한 솔루션 영역을 발굴, 육성하고, 기업 고객이 요구하는 IT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아웃소싱과 유지관리 등의 서비스를 통합했다. 또 산업별 솔루션 중심의 영업, 마케팅 기능의 강화, 전략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강화했으며 유망 산업인 네트워크 컴퓨팅 선도를 위한 역량 확보에 집중했다. 마지막으로 EBO(Emerging Business Opportunity) 프로그램을 통해 주력 사업, 승부 사업,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를 정하고 지속적으로 포트폴리오 혁신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2) 운영 모델 측면에서는 통합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장벽이 됐던 개별 제품별, 기능별 형태의 분산된 의사결정 구조와 프로세스를 통합하는 데 중점을 뒀다. ‘하나의 IBM’을 만들기 위한 고객 중심의 영업 혁신과 조직 내부의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한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를 단행했다.

 

3) 영업 혁신 측면에서는 제품 중심으로 해왔던 영업에서 통합 솔루션 중심의 영업으로 변화하기 위해고객 중심을 최우선으로 뒀다. 또 솔루션 영업 역량 확보를 위해 외부 전문 인력을 확보했고 영업 기술 교육을 강화했다. 서로 다른 사업 간에서도 통합된 관점을 갖게 하기 위한 목표 부여와 효율적인 성과관리를 위한 내부 시장 정보의 통합 등도 이뤄졌다.

 

4) 기업 문화 측면에서는 고객에게 통합된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을 조직원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실행력에 기반한 팀워크, 성과 중심의 문화와 보상 체계, 시장 중심의 인적 역량 육성, 수평적 조직과 문화 확립 등이다.

 

5) 내부 커뮤니케이션과 변화관리 리더십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거스너 회장은 현재의 위기 상황에 대해 직원들과 정보를 공유하려 애썼다. 그는 솔루션 기업으로의 명확한 전략 방향을 제시했고 변화 과정에 대한 지속적 업데이트를 통해 글로벌 조직원 모두가 변화의 필요성과 방향에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긴장감을 조직 내부에 지속적으로 불어 넣어 전사 차원의 변혁이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1990년대 이런 변화를 거친 후, 2000년대 이후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전략을 통해 지속적인 혁신을 도모했다. 첫째, 고부가가치 사업 영역으로의 포트폴리오 변화를 추구했다.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의 사업 고도화를 중점 추진 전략으로 실행했다. 특히 저수익 하드웨어 사업인 PC 부문을 레노버에 매각하고 PwC 비즈니스 컨설팅 부문을 인수했다. 이로써 고객에 대한 통찰력을 기반으로 고객에게 변화 방향을 제시하고 운영상의 이슈 해결과 가치 창출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 또한 솔루션 차별화 역량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소프트웨어 사업에 대한 인수합병을 단행했다.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 구조 탈피와 고부가 사업 영역으로의 포트폴리오 변화가 가속화됐다.

 

둘째, 글로벌 통합 기업(GIE-Globally Integrated Enterprise) 모델을 통해 시장 중심의 의사결정을 중시하는 구조로 바꿔나갔다. 글로벌 지역별·사업별 공통 운영 프로세스, 시스템, 의사결정 통합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높였다.

 

셋째, 2009년에는 스마터 플래닛(Smarter Planet)이라는 전 산업 부문을 아우르는 전략 어젠다를 제시했다. 새로운 솔루션 분야를 정의하고 필요한 솔루션 역량 확보를 위해 지속적인 기업 인수합병을 수행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터 플래닛 이니셔티브하에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 소셜, 스마터 커머스 등 주요 전략 이니셔티브를 정의하고 가치 창출 조직(Value Creation)을 신설해 새로운 솔루션 개발과 시장 창출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2014년에는 인지 컴퓨팅 기술인 슈퍼컴퓨터왓슨에 대한 상용 서비스를 시작해 별도의 사업 조직으로 구성하고 사업과 개방형 기술 생태계 구축으로 연구소의 기술을 고객의 문제 해결에 활용할 수 있도록 본격적인 사업화를 개시하는 시도를 추진 중에 있다.

 

이렇게 십수 년에 걸친 지속적 혁신을 통해 IBM은 시장의 창출, 서비스, 소프트웨어 중심의 사업 구조 변화, 수익성 제고, 주주 가치 증대의 성과를 이룩했다. 뿐만 아니라 아웃소싱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사업을 통해 고객과의 기존 계약에서 반복적으로 창출되는 매출이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하게 돼 시장 변화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실현하게 됐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성과는 고객과 시장 중심의 혁신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창출하는혁신역량이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외부의 협력을 통해 유무형의 가치를 만들어 전달할 수 있는 역량. 이것이 바로 IBM 100년 기업으로서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잡았다는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의미는 결국 고객을 집단이 아닌 개인으로 심도 있게 이해하는 것이다.

 

IBM의 혁신 사례는 하드웨어 제조 중심의 한국 기업들에 아래와 같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미니박스 참조.)

 

● 고객과 시장 중심의 혁신 내재화를 통한 새로운 시장과 수익 창출

 

● 오퍼링 확대를 통한 하드웨어 일변도의 사업 구조 다변화

 

● 안정적 수익 구조 실현을 통한 지속 가능성 확보

 

● 고객과 시장 지향적인 운영 모델과 기업 문화 정착

 

 

 

한국 기업의 솔루션 기업으로의 변화에 대한 제언

 

1. 비전과 전략: 솔루션 사업의 목표와 영역을 분명히 하라

 

한국의 기업 고객들을 만나보면 무조건적으로 통합 솔루션 기업이 돼야 한다는 고객과 왜 솔루션 기업이 돼야 하는지를 문의하는 고객으로 양분된다. 전자의 경우는 통합 솔루션 기업이 높은 수익성을 보이고 있는 경우가 많아우리도 무조건 따라가야 되겠다는 경우가 많고, 후자의 경우는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어려움 또는 두려움이 큰 경우가 많다.

 

기업의 상황에 맞는 솔루션 사업의 목표와 영역은 고객의 요구, 경쟁 상황, 역량과 예상되는 재무적 성과 등을 면밀하게 고려한 판단이 필요하다. 통합 솔루션 제공을 통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전달하고 우리 회사의 수익성을 확실히 보장할 수 있는지, 아니면 일부는 외부와의 협력을 통해 조달해 수익성을 올릴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

 

또 제품을 더 많이 팔기 위한 솔루션인지,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등 새로운 오퍼링을 중심으로 한 솔루션인지, 아니면 한발 더 나아가 가치사슬(Value Chain) 확장을 통해 고객의 사업 영역을 대신 운영할 수 있는 아웃소싱 형태인지에 대해 시장과 고객의 요구, 자사의 역량과 수익성에 대한 판단을 기반으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자칫 잘못하면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다가 경쟁력이 낮은 오퍼링을 공급하고 수익이 나빠지는 우를 범하기 쉽다. 반대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지 못하면 생존이 담보되지 않는 산업환경에서 하드웨어 공급에만 집착하다가 점진적으로 시장에서 고사할 수 있다.

 

2. 솔루션 오퍼링: 오퍼링 개발과 사업 모델 수립 검토를 병행하라

 

하드웨어 제조에 치중한 한국 기업들은 경쟁력 있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가 없는데 솔루션 사업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한다. 고객의 문제점을 알아도 당장 내가 해결할 무기가 없으니 오퍼링 요소 확보와 개발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과제다.

 

더욱 큰 문제는 솔루션을 통한 수익 창출 모델도 없는 상황에서 하드웨어 탈피를 위해 우선적으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에 투자를 하는 경우다.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이면 외부에서 역량을 조달해도 된다. 하지만 불명확한 솔루션 수익 모델하에서의 오퍼링 요소 확보를 위한 투자는 기회 손실을 포함한 재무적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은 외부 역량 조달보다 내재화가 익숙한 한국 기업들의 편견, 조직 내부 간 장벽으로 인해 시장-기술-재무 간 통합적 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평가할 수 있는 역량의 부족이다. 물론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면밀한 사업 모델 정립과 검토에도 불구하고 위험요소 감수 의지 부족으로 솔루션 제공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우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부 역량의 활용에 대해 전향적으로 변해야 한다. 또 외부 업체와의 파트너십을 위한 상호교환 가치를 규명할 수 있어야 한다. 내부 부서 간 협력적인 의사결정 구조 확립, 위험요소를 계산해서 감내 가능한 투자 범위를 규명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3. IT 융합기술을 적극 활용해 기존 업계 질서를 뛰어넘어라

 

 

 

스마트폰의 일상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기술의 진화, 디지털 콘텐츠의 폭발적 증대로 금융, 통신, 유통, 전자, 자동차 산업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일상생활과 IT의 접목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향후 본격적인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Machine to Machine·M2M) 시대가 도래하면 일상생활뿐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도 IT를 통해 생산성과 효율성 증대, 더 나아가 생산과 운영 방식까지도 크게 탈바꿈할 것이다. 기계의 이상 유무 진단과 예측, 사물 간 통신을 통한 연결 운영 자동화, 과거 데이터 패턴 분석을 통한 의사결정 지원 등이 그 예다. 자동차 회사들이 전자제품박람회(CES)에 출현하고 GE, 지멘스 등 전통 산업 설비 솔루션 업체들이 설비 운영과 분석 등 소프트웨어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는 일이 이제는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IT 활용의 중요성은 IBM 64개국 1700명 이상의 글로벌 CEO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IBM 글로벌 CEO 스터디에서도 잘 나타난다. 2012년부터 작년까지 글로벌 CEO들은 향후 3∼5년 내 기업의 비즈니스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칠 외부 요인으로 IT를 뽑았다. 기존의 IT는 전략의 실행 도구였으나 이제는 도구가 아닌 전략 그 자체로 부각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솔루션 사업의 후발 주자인 한국 기업들에 IT 융합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거나 기존 선도 솔루션 기업을 효과적으로 추월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기존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를 결합해스마트 하드웨어를 만들 수도 있고, 이들 하드웨어를 엮어 운영할 수 있는 서비스 사업 모델도 창출이 가능하다. 즉 선도 솔루션 업체가 오랜 기간 구축해놓은 서비스 분야의 인적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아도 IT를 기반으로 효과적인 서비스 운영이 용이해진다. 한국의 발달된 IT/통신 인프라와 기술, IT에 대한 국가와 기업 차원의 지원과 높은 관심, 인적 역량은 한국 기업들이 IT 기반의 솔루션 사업의 테스트베드로서 활용해야 할 강점이다.

 

IT 융합과 관련해 한국 기업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예로 테슬라자동차(Tesla Motors)가 있다. 테슬라는 딜러십 중심의 미국 자동차 판매 시장에서 효과적인 시장 진입을 위해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딜러십 프랜차이즈 방식의 판매 모델에서 탈피했다. 온라인 채널을 통해 고객에게 직접 판매하고 정찰 가격을 매겼다. 외부 자동차 쇼룸은 고객 경험을 위한 홍보 공간으로만 활용하고 모든 구매 과정은 온라인으로 일원화했다. 가격 투명성을 확보해 딜러십 모델에서 발생하는 재고관리, 가격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를 해결했다.

 

4. 협력 생태계 구축: 모든 것을 내재화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협력업체를 존중하라

 

한국 기업들은 제품부터 부품에 이르기까지 수직 계열화를 기반으로 성장해왔고 협력 업체라 하더라도 이를 공급사(벤더)로 인식하는 성향이 강하다. 이로 인해 솔루션 사업도 대부분의 역량을 내재화하려 하거나 협력 업체를 자사의 역량을 보완하기 위한 대등한 관계로 보기보다는 종속적 관계로 보는 편견이 크다. 고객에게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있어 모든 역량을 내재화해 직접 공급하는 것은 경쟁력 저하, 확장성 확보 한계로 재무적 성과에도 한계가 있다. 또한 협력 업체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일방적인 관계 정립으로는 사업 개발과 협력이 지속가능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고객의 문제 해결에 있어 모든 기능을 내재화해 오퍼링을 제공하기보다는 자사의 제품과 오퍼링 요소와 최상의 조합이 되는 협력 업체의 역량(오퍼링, 영업, 기술, 고객 관계 등)을 결합해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자사의 경쟁력 우위 요소 규명, 자사의 열위를 보완할 수 있는 협력 업체 발굴 육성, 최상의 오퍼링을 조합할 수 있는 역량, 고객-자사-협력업체 간에 무엇을 주고받을 것인지에 대한 사업 모델과 타당성 확보가 필요하다. 또한 체계적인 협력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경영진의 리더십과 기업 문화 차원에서 개방적이고 유연한 사고가 전제돼야 한다.

 

5. 경영 관리 구조의 변화: 제품에서 고객과 솔루션 관점으로, 개별 부서 중심에서 통합적 의사결정 구조로 변화하라

 

솔루션 사업으로 혁신하기 위해서는 고객과 솔루션 관점에서 전략과 재무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또 실적 집계와 관리, 평가 보상, 의사결정 구조가 수반돼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직 내 장벽에 부딪혀 변혁에 실패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체로 한국 기업들의 의사결정 구조는 각 기능별, 사업별 조직의 C-레벨 임원(CEO, CFO, CMO, CHRO, CIO, CSCO, CDO ) 간에 협력적 의사결정이 부족하다는 약점이 있다. 고객 문제의 이해, 솔루션 오퍼링의 개발과 실행, 사업성 평가, 마케팅 방안 등 부서 간 협업에 기반한 솔루션 사업이 속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C-레벨 임원들 간의 적시적인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임원 간 역할 정립이 수반돼야 한다.

 

6. 인적 역량: 융합적 인재를 확보하고 육성하라

 

솔루션 제공을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영업, 마케팅, 서비스 등 다양한 부서 간 고객 문제 해결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한 끊임없는 토론과 조율이 중요하다. 이러한 환경에 적합한 융합적 인재 확보를 위해 많은 한국 기업들이 채용과 교육에 노력을 기울이고 투자를 하고 있지만 막상 현업으로 돌아간 뒤에는 지속적인 육성과 관리의 부족, 개별 부서 중심의 현업 업무 구조로 인해 교육의 효과가 발휘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융합형 인재들이 실재 역량을 지속 확보하고 조직 내에서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통합형 업무 영역과 조직 구성이 병행돼야 한다. 솔루션 개발과 사업 확대를 위한 통합형 조직 또는 가상(Virtual) 조직 운영을 통해 개별 부서의 사일로(Silo)를 탈피하고, 융합형 역량이 발현돼 성과로 창출되도록 최고경영자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융합형 인재의 육성, 관리를 위해서는 융합적 특성과 전문성이 조화될 수 있는 명확한 커리어 트랙이 수립돼야 한다. 또한 업무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한 부서 간 이동을 독려하는 기업 문화와 함께 앞에서 언급한 부서 간 협력 업무에의 참여를 확대해 나가는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김원종 한국IBM 산업가치창조본부 부사장 wonjong@kr.ibm.com

필자는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90 IBM에 입사했다. 20년 이상 IT 서비스 관련 다양한 프로젝트와 업무를 수행해왔다. IBM의 아시아태평양, 성장시장지역본부 임원, 글로벌 테크놀로지 서비스(GTS) 대표를 역임했고 현재 산업가치창조본부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 김원종 김원종 | -(현) 산업가치창조본부 부사장
    -(전) IBM 아시아태평양, 성장시장지역본부 임원 및 글로벌 테크놀로지 서비스(GTS)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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