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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Says

터치의 힘: 신체접촉 많은 팀이 강하다

허행량 | 147호 (2014년 2월 Issue 2)

 

 

 

편집자주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은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끄는 핵심 요소 중 하나입니다. 최근 뇌신경, 인지과학 등 다른 학문 분야의 가세로 커뮤니케이션은 점점 더 과학적인 단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과학이 밝혀낸 커뮤니케이션 관련 최신 이론을 통해 개인과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소개합니다.

 

 ‘미다스의 터치는 인간관계의 성패를 좌우하는 비밀 병기다. 터치는 호감을 비롯한 인간의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인간은 터치를 통해 존경과 경멸, 사랑과 증오, 두려움과 호감 등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또한 상대방이 자신에 대해 어떤 감정이 있느냐를 타진할 수 있고 그 감정을 더욱 깊게 할 수도 있다. 터치의 막강한 영향력 때문에 과학자들은 터치가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두고 활발한 연구를 하고 있다.

 

터치의 파워는 광범위하고 또한 강력하다. 터치는 돈도 더 벌게 하고, 원하는 것을 얻게 해주고, 마음을 조종할 수 있도록 하고, 치료제 효능도 보이는 등 만능 재주꾼이다. 터치를 가장 활발하게 연구해온 분야는 스포츠, 건강, 세일즈, 이성 교제다. 과학자들은 스포츠 팀의 승률, 상품판매, 치료와 건강, 대인관계와 같은 다양한 상황에서 터치를 통해 원하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기려면 터치하라

스포츠에서 터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연구는 NBA를 대상으로 한 연구다. 2010년 버클리대의 켈트너(Keltner) 교수팀은 2008∼2009 시즌 NBA 농구팀의 신체접촉을 분석했다. 야구는 신체접촉이 거의 없는 반면 농구는 신체접촉이 과도할 정도로 많다는 데 착안했다. 흔히 경기에서 이긴 팀 선수들끼리는 서로 흥이 나 터치하지만 지면 서로를 피하는 모습을 보곤 한다. 이처럼 승패가 터치를 좌우하는 건 상식이다. 켈트너 교수팀의 연구로 그 반대의 경우, 즉 터치가 승패를 좌우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연구팀은 NBA 농구팀의 신체접촉 가운데 하이파이브(high fives), 로파이브(low fives), 풀허그(full hugs), 하이텐(high tens), 가슴치기(chest punches), 주먹 마주치기(fist bumps) 12가지 터치를 분석했다. 그 결과 시즌 초 경기에서 동료끼리 자주 터치한 팀이 개인뿐만 아니라 팀 성적도 좋았다. 다른 모든 변수를 통제한다 해도 같은 팀 동료끼리 자주 터치하면 할수록 팀의 승률이 높았다. (그림 1)

 

스포츠에 대한 또 다른 연구는 남성과 여성, 홈과 원정경기, 경기에서 지고 있을 때와 이기고 있을 때로 구분해 터치의 빈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동료 사이에선 남성보다 여성이 자주 터치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흥미로운 것은 홈경기에서는 여성이, 원정 경기에서는 남성이 더 자주 터치했고, 지고 있을 때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자주 터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와 비슷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사례는 거의 없지만 필자가 이끄는 연구팀이 실시한 조사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국가대표 축구팀 경기를 대상으로 예비조사를 벌인 결과 감독마다 터치 빈도나 강도가 달랐다. 축구에서 코치진과 출전 선수 간의 터치는 골 세리머니를 할 경우와 선수 교체 장면에서만 볼 수 있다. 텔레비전 중계를 통해 드러난 국가대표팀의 터치를 분석한 결과 홍명보 감독은 감독을 포함한 코치진이 교체 선수와 악수하거나 어깨를 두드리는 등 적극적인 터치를 했지만 이전 축구 대표팀 감독들은 터치가 소극적이고 터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교육열에서는 세계 최고라 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부모나 교사는 공부를 잘하는 자녀나 학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칭찬하는 것이 흔한 일이다. 이에 착안해 교육현장에서도 터치 파워는 막강할 것인가라는 가설을 세워 검증한 연구팀이 있다.

 

1987년 스튜어드(Steward) 교수팀은 교사가 학생을 터치할 경우 학생들은 교사를 친밀하고, 재미있고, 이해심이 많고, 유능하다고 평가하는 반면, 터치하지 않는 경우 이 같은 평가가 사라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터치가 성적변화에 미치는 효과는 더욱 극적이다. 실험에서 교사가 터치한 학생은 정규분포(표준편차 1 가정)에서 0.29 표준편차만큼 상향 이동했지만 터치하지 않은 학생은 0.29표준편차 만큼 하향이동, 즉 성적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분포에서 교사가 터치한 학생과 하지 않은 학생 간 성적의 표준편차가 0.58가량 격차가 난 것이다. 실험 이전에 학생들의 성적분포는 차이가 없었다. (그림 2)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차나 커피를 함께 마시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런 상황에서 찬 음료와 따뜻한 음료 가운데 상대방이 어느 음료를 마시도록 하는 것이 자신에 대한 호감도를 높일 수 있을까. 2008년 콜로라도대 윌리엄스(Williams) 교수팀은 바로 이 같은 상황을 실험했다. 이 연구에서 사람들은 따뜻한 음료가 든 컵을 터치만 해도 상대방에 대해 호감을 더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찬 음료가 든 컵은 그 반대였다. 따라서 상대가 자신에 대해 호감을 느끼도록 하려면 따뜻한 음료를 든 컵을 건네는 게 좋다. 그뿐만이 아니라 선물을 구매할 때도 따뜻한 음료 잔을 터치한 사람은 자신보다는 친구의 선물을 우선 구매하는 이타적 성향을 보인 반면, 찬 음료 잔을 터치한 사람은 친구보다는 자신을 위한 선물을 구매하는 이기적 성향을 보였다. (그림 3)

 

 

 

터치 = 만병통치약

터치와 건강의 관계에 대해서는엄마 손은 약손으로 요약된다. 과학자들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터치의 치유 효과에 대한 수많은 연구결과를 쏟아내고 있다. 터치가 건강에 미치는 효과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검증되고 있다. 엄마의 터치가 신생아의 몸무게를 늘리거나 간호사나 간호인의 환자에 대한 터치는 환자의 만족도와 면역력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터치 효과를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 주는 것은 마사지다. 운동선수는 물론 일반인도 탐닉하고 동남아에서는 필수관광상품의 하나로 꼽히는 마사지는 터치 효과를 잘 요약하고 있다. 2005년 필드(Field) 교수팀의 연구에서 마사지는 부정적 효과 없이 긍정적 효과만을 가져오는 것으로 밝혀졌다. 마사지는 인간이 쾌감을 느끼도록 하는 도파민 · 세로토닌 · 뉴로펩타이드 분비를 늘리고 면역력도 증강하는 효과가 있다. 마사지가 홍삼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다음으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분비를 감소시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우울증을 경감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진통 효과는 물론 혈압과 심장박동을 줄이는 효과를 보여줬다. 한마디로 터치는 만능치료제인 셈이다. 이 때문에 터치 요법이 암환자나 노인에게 효능이 있다고 주장하는 연구도 있다. (그림 4)

 

터치 효과에 대해 연구가 가장 활발한 분야는 이성 관계다. 2010년 발표된 게 (Gueguen) 교수의 연구는 여성이 우연을 가장해 남성을 가볍게 터치할 경우 남성이 여성의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는 것을 밝혀냈다. 즉 여성의 작업에 남성이 두 배 이상 넘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터치할 경우 전화번호를 요청하거나 춤추자는 여성의 유혹에 훨씬 많은 남성이 넘어갔다. 더욱이 터치하지 않은 여성보다 터치한 여성을 응시하는 빈도가 높고 지속시간도 긴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5)

 

양전자 단층촬영(PET)을 통해 터치가 남성의 쾌감시스템을 자극, 아편 성분인 오피오이드(opioid)를 분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실험은 여성이 남성을 터치하는 것만 분석했지만 그 결과는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많은 실험은 남성보다는 여성이 터치를 이성을 유혹하는 필살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터치주도자, 권력자와 여성

터치는 종류가 다양하지만 터치를 누가 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여성,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이 터치를 주도한다. 이 때문에 터치를 지위와 유대감(solidarity)의 징표로 보기도 한다 

 

1973년 사회적 지위와 터치의 관계를 분석하는 관찰연구가 시도됐다. 이 연구에서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보다 자주 터치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구체적으로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보다 높은 사람, 나이가 적은 사람보다 많은 사람, 남성보다 여성이 더 자주 터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또 다른 연구에서는 이와 상반되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 미국의 주의회 회의장에서 비디오로 녹화한 의원 간의 터치를 분석한 결과 초선이나 젊은 의원이 다선이나 지위가 높은 의원을 터치하려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는 기존 연구와 다소 다른 의외의 결과지만 표를 얻기 위해 악수나 포옹과 같은 스킨십을 중시하는 정치인의 경우 지위가 낮은 초선 의원이 다선 의원의 호감을 사기 위해 터치를 활용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사회적 지위와 터치 파워 간의 상호작용을 보여준 사례는 프란체스코 교황이다. 프란체스코 교황이 전임 교황과 달리 아주 짧은 시간에 세계적 스타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설교내용이 좋아서, 미남이라서, 돈이 많아서, 홍보를 잘해서가 아니다. 좋은 설교, 잘 생긴 외모, 막대한 돈은 이전에도 있었다. 교황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것은 전임교황이 보여주지 못했던 에이즈 환자나 희소병 환자와의 터치였다. 인간 대부분이 꺼리는 소외된 환자를 사회적 지위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는 교황이 어루만지고 키스하는 사진은 당사자의 눈물뿐만 아니라 세상 사람 모두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보통사람이었다면 그다지 감동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교황 같은 권력자가 터치하는 것을 보고 감동이 배가되는 것이다. (그림 6)

 

사회적 지위와 성에 따른 터치 효과를 다룬 연구도 수없이 많다. 터치는 친밀도를 높이는 강력한 기법이지만 잘못 활용할 경우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이 높은 사람을, 남성이 여성을, 나이 어린 사람이 많은 사람을 터치하는 것은 이 때문에 오해를 살 여지가 많다. 또한 이성 관계나 문화가 다를 경우 터치는 아동추행이나 성추행 시비를 낳을 수 있다. 같은 터치라도 성추행이 되느냐, 스킨십이 되느냐는 터치를 당하는 사람이 터치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가 된다. 터치는 이처럼 리스크를 동반하기 때문에 기교와 능숙함이 필요한 정교한 커뮤니케이션 기법이다.

 

 

참고문헌

Kraus, Huang, & Keltner. (2010). Tactile communication, cooperation, and performance- an ethological study of the NBA. Emotion, 10-5, 745-749.

Steward & Lupfer. (1987). Touching is teaching: the effect of touch on students’ perceptions and performance. Journal of Applied Social Psychology, 17-9, 800-809.

Williams & Bargh. (2008). Experiencing physical warmth promotes interpersonal warmth. Science, 322, 606-607.

Gueguen. (2010). The effect of a woman’s incidental tactile contact on men’s later behavior. Social behavior and personality, 38-2, 257-266.

 

 

 

허행량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hsignal@gmail.com

필자는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했고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매체경제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SSCI급 저널에 손가락 비율과 얼굴 넓이-높이 비율과 관련된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다. <매일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일했으며 저서로 <스타마케팅> <한국의 엘리트와 미디어> <당신의 본능은 안녕하십니까?> 등이 있다.

 

  • 허행량 허행량 | - (현)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매일경제신문> 기자
    - <스타마케팅>, <한국의 엘리트와 미디어>, <당신의 본능은 안녕하십니가?>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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