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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ive Minds

톱 골퍼도 주눅들게 하는 ‘타이거 우즈 역효과’ 놀라운 끈기와 집요함이 원천

이병주 | 147호 (2014년 2월 Issue 2)

 

 

편집자주

창조와 혁신이 화두인 시대입니다. 예술가, 문학가, 학자, 엔지니어, 운동선수 등 창작가들의 노하우는 기업 경영자에게 보석 같은 지혜를 제공합니다. 이병주 생생경영연구소장이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본 창조의 노하우를 소개합니다.

 

2008 615일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명문클럽인 토리 파인즈 골프장에서 108 US 오픈 골프대회 마지막 4라운드가 펼쳐졌다. 미디에이트(Rocco Mediate)가 먼저 283, 1언더파(기준 타수보다 1타 미만)를 치고 선두로 경기를 끝냈다. 공동 2위를 기록하고 있는 타이거 우즈(Tiger Woods)와 웨스트우드(Lee Westwood) 482m 18번 홀에서 티 샷(tee shot)을 준비했다. 선두와 동률이 되기 위해서는 기준 타수가 5타인 파5 홀에서 1타 적은 버디를 기록해야만 했다. 웨스트우드가 친 공이 모래 웅덩이인 벙커에 빠졌다. 공교롭게도 우즈가 친 회심의 일타 역시 또 다른 벙커 속으로 들어갔다. 클럽하우스에서 TV로 두 선수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있는 미디에이트는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방송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미디에이트의 초조해하는 모습을 잡았다. 우즈가 먼저 벙커 샷을 했다. 공을 치자마자 실수를 예감한 우즈는 골프채를 집어 던졌다. 모래 벙커에서 최대한 홀 가까이 붙이려고 우즈는 공을 강하게 타격했다. 힘을 너무 가했는지 공은 잔디가 고르게 다져진 페어웨이를 넘어 잡초가 무성한 러프로 들어갔다. 버디를 하려면 90m가 넘게 남은 상황에서 러프로부터 단 두 타로 홀에 공을 집어넣어야 한다. 웨스트우드는 안전한 벙커 샷으로 페어웨이에 공을 올려놓았지만 거리가 너무 멀었다.

 

모두가 미디에이트의 우승을 예감했다. 중계를 맡은 NBC 아나운서는 미디에이트와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번 대회에서 발전된 기량을 보인 비결과 우즈와 경쟁하는 기분에 대해 물었고 미디에이트 역시 안심과 감격이 뒤섞인 표정으로 웃으며 인터뷰에 응했다. 그러나 승부사인 우즈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캐디인 윌리엄스(Steve Williams)와 의논한 끝에 골프채를 집어 들고 여러 번 연습 스윙을 한 후 신중하게 공을 쳤다. 공은 홀 주변의 잔디밭인 그린 위에 떨어졌다. 홀까지의 거리는 4.5m였다. 관중들은 놀라 환호성을 질렀다. 미디에이트는 다시 얼굴이 사색이 됐다. 웨스트우드는 홀에서 6m 거리에 공을 올려놓았지만 버디를 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그의 퍼팅은 짧았고 그의 경기도 끝났다. 우즈의 차례가 왔다. 우즈는 그린을 꼼꼼히 살폈고 홀을 향해 퍼팅을 했다. 잔디 상태가 고르지 않아 울퉁불퉁한 곳을 돌돌 굴러간 공은 홀에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우즈는 하늘을 향해 어퍼컷을 날렸고 관중들은 환호했다. 승부는 다음날 18홀을 도는 연장전으로 미뤄졌다.

 

월요일 연장전에서도 두 선수는 엎치락뒤치락하며 골프팬들에게 재미있는 경기를 선사했다. 18번 홀에서 한 타 뒤진 우즈는 이번에도 버디를 잡아냈다. 이제 승부는 한 홀에서 승부를 결정하는 서든데스 방식으로 들어갔다. 4 7번 홀로 이동했다. 이번에는 미디에이트가 전날 우즈가 빠졌던 상황에 처했다. 우즈의 공은 두 타 만에 그린 위에 올라갔지만 미디에이트가 친 공은 벙커에 빠졌고 3타 만에 홀까지 4.5m 거리의 그린 위에 올려놓았다. 전날 우즈와 똑같은 거리에서 한 번의 퍼팅으로 공을 집어넣어야 했다. 그러나 미디에이트는 압박감을 이기지 못했다. 그는 5타로 보기를 기록했고 우즈는 안전하게 파로 경기를 끝냈다. 이 대회는 골프 애호가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가 됐다. 골프 메이저대회 홈페이지는 이 경기를 120년 가까운 대회 역사상 역대 3위의 명승부로 기록하고 있으며 미국의 스포츠전문채널인 ESPN은 이 시합을 2000년 이후 메이저대회를 통틀어 최고의 명승부로 꼽았다.

 

더욱이 이 대회에서 우즈의 컨디션은 정상이 아니었다. 4일간의 정규 라운드 중 3일을 기준 타수보다 2타 많은 더블 보기로 플레이를 시작했다. 무릎 수술 후 두 달 동안 재활을 하느라 연습을 하지 못했고 나중에 밝혀졌지만 발에는 피로 누적으로 잔금이 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회 내내 우즈는 절뚝거리며 걸어 다녔다. 경기를 함께한 동료선수는우즈는 한 발로 우리 모두를 물리쳤다라고 말하며 감탄했다. 다른 동료는우즈는 필요할 때마다 최고의 샷과 퍼팅을 했다라며 치켜세웠다. 이처럼 우즈는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가졌고, 위기와 압박의 순간에 플레이가 더 살아난다.

 

골프를 대중화시킨 우즈

 

우즈는 어린 시절부터 사람들에게 알려진 스타였다. 1975 1230일 군인 아버지와 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우즈는 골프 신동이었다. 스포츠광인 아버지에게 골프를 배운 우즈는 두 살에 TV에 나와 유명 코미디언과 퍼팅 대결을 선보였다. 다섯 살 때는 <골프 다이제스트>에 소개됐으며 ABC 방송의세상에 이런 일이(That’s Incredible)’에 골프 신동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여덟 살 때 아마추어 대회에서 최연소로 우승했으며 이후 여러 주니어 대회에서 승리를 따냈다. 청소년 시기에는 주니어 세계대회를 연속으로 우승하며 언론에 수시로 오르내렸다. 특히 아마추어 대회 중 가장 큰 규모와 전통을 지닌 US 아마추어 챔피언십을 3년 연속 석권한 것은 어떤 선수도 해내지 못한 업적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김연아를 보며 피겨스케이팅을 즐기게 된 것처럼 미국인들은 우즈로 인해 골프에 관심을 갖게 됐고 우즈로 인해 골프에 빠져들었다. 우즈는 스탠퍼드대에서 2년 동안 활동한 후 1996년 가을에 프로로 전향했다. 데뷔 전부터 인기스타였던 우즈는 나이키와 4000만 달러의 후원계약을 체결했고 골프용품업체 타이틀리스트와도 계약을 맺었다. 참가할 수 있는 대회가 몇 개 남지 않은 상태에서 프로 데뷔를 했지만 바로 그해에 두 개의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PGA(미 프로골프협회) 투어 신인왕에 뽑혔고 곧바로 세계랭킹 33위로 도약했다. 이듬해에는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대회에서 최연소 우승자가 됐고 데뷔 10개월 만에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가장 빠른 1위 기록이다. 2000년에는 그의 기량이 최고조에 올라 각종 기록을 양산했다. PGA 투어에서 52년 만에 처음으로 6개 대회를 연속으로 우승했고 US 오픈을 시작으로 이듬해 마스터스 대회까지 4개 메이저대회를 연속으로 우승하는 신기록을 작성했다. 2013년까지 우즈는 PGA 투어에서 79승을 거둬 3승 차이로 역대 2위에 올랐고 메이저대회 14승으로 18승을 기록한 니클라우스(Jack Nicklaus)에 이어 역시 2위를 기록 중이다. 통산 상금은 1900만 달러를 넘어섰으며 현재 670주 동안 세계랭킹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많은 골프 전문가들은 그를 역사상 최고의 골프선수로 꼽는다.

 

어려서부터 언론에 보도된 까닭도 있지만 우즈의 경기가 인기 있는 이유는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는 2008 US 오픈처럼 극적인 시합을 많이 펼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역전하는 경기가 많다. 글의 서두에서 소개했던 4라운드 18홀의 플레이같이 상식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은 플레이를 펼친다. 또 긴장감 넘치는 상황에서 뛰어난 샷을 구사하며 승리를 낚아챈다. PGA 투어에서 연장전 성적이 통산 151패로 압도적이다. 우즈는 골프에 보는 즐거움을 선사했다고 평가받는다. 이전에는 골프는 부유층이 즐기는 지루한 경기였지만 우즈가 나타난 이후 일반 대중이 골프 중계를 TV로 즐기게 됐다. 명승부를 펼친 2008 US 오픈 연장전은 월요일에 방송됐음에도 7.6%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의 월드시리즈 시청률이 8% 전후인 것을 생각하면 우즈는 골프를 메이저리그 수준으로 대중화시킨 셈이다. 그래서 우즈가 활동한 이후 골프팬이 늘어났고 중계권료나 대회 우승상금이 폭발적으로 올라갔다.

 

상대를 질리게 하는 우즈

 

우즈는 체육관에서는 끈기 있는 연습 벌레였고 필드에서는 우승에 대한 집념이 넘치는 승부사였다. 그는 누구보다 근소한 차이로 이기는 승부가 많았으며 팬들에게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줬다. 어떤 이는 우즈가 신사적인 골프를 지나치게 경쟁적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심지어 노스웨스턴대의 브라운(Jennifer Brown) 교수는 우즈가 다른 선수들의 사기를 꺾는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입증했다. 그녀는 우즈가 참가한 경기에서 상대 선수들의 성적이 하락한 것을 밝혀냈다. 우즈가 참가한 경기와 빠진 경기를 비교해봤더니우즈 역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 상대 선수들의 성적을 떨어뜨렸다. 재미있는 것은 우즈와 우승을 다투는 위치에 있는 상위 랭커들의 성적 하락이 더 뚜렷했다는 점이다. 상금 순위와 최근 성적이 좋아 예선을 면제받고 곧바로 본선에 참가한 선수들과 예선전을 치르고 대회 본선에 올라온 하위 선수들을 나누어 우즈의 영향을 조사했다. 하위 선수들은 우즈의 참가와 무관하게 비슷한 성적을 냈는데 상위 선수들이 우즈가 참가한 대회에서 평균적으로 1타를 더 많이 쳤다. 특히 우즈가 잘나가던 2000년 같은 시기에는 이 영향이 극대화됐다. 우승을 많이 하던 기간에 상위 선수들의 평균 타수는 우즈가 참가하는 대회에서 1.8타가 올라갔고 2004년과 같은 슬럼프 기간에는 0.6타 정도 오르는 데 그쳤다. 브라운 교수는 우즈가 참가하는 대회에서 혹시 상대 선수들이 우승을 위해 더 위험한 플레이를 구사해서 성적이 하락하는지 분석했다. 위험한 전략을 택하면 실패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홀마다 성적이 들쭉날쭉해진다. 이를 위해 상대 선수들의 홀당 기록 분포도에 대해 조사했더니 우즈의 참가 유무와 관계없이 이들의 분산은 일정했다. 즉 우즈를 이기려고 특별히 위험한 플레이를 택했기 때문에 성적이 하락한 것은 아니란 얘기다. 답은 하나다. 시합을 하기도 전에 우즈에게 기가 죽어 애초에 우승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우즈가 참가하지 않거나 우승에서 멀어지면 상대 선수들의 우승 의욕이 높아져 성적이 올라가게 된다.

 

브라운은 우즈의 영향 말고 다른 요인들은 모두 제거했다. 대회의 규모, 코스의 난이도, 날씨 등의 영향을 모두 빼고 순전히 우즈의 영향만 분석했다. 우즈가 모든 상대 선수들에게 평균 1타씩 올리게 만든다는 사실은 놀라운 발견이었다. 한 사람이 다른 모든 선수를 이토록 질리게 할 만큼 우즈는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났는가?

 

끈기의 힘

 

미국의 사회연구가인 머레이(Charles Murray) <인간의 성취(Human Accomplishment)>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놨다. 머레이가 우즈를 직접 분석하지는 않았지만 잭 니클라우스 같은 위대한 선수의 성취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연구했다. 그는 PGA 투어의 방대한 자료를 가지고 선수들의 재능과 성취에 대해 조사했다. 1970년부터 1989년 사이에 활동을 시작해서 2001년 이전에 은퇴하기까지 1승 이상 거둔 선수들은 170명이다. 1승 이상 거둔 선수들이므로 실력이 검증된 엘리트들이다. 이들이 참가한 모든 시합 자료에서 기량에 대한 통계를 찾아 분석했다. (그림 1)

 

 

드라이브 거리, 벙커나 러프에 빠뜨리지 않고 페어웨이에 공을 올려놓는 비율, 그린에 공을 올릴 확률, 라운드당 평균 퍼팅 수 등을 조사했다. 쉽게 말해 골프 재능에 관한 통계다. 골프에서 필요한 힘과 정확도를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수치다. 이 데이터를 그래프로 그려 보니 정확히 정규분포를 보였다. 정규분포는 평균에 몰려 있는 그래프로 양쪽 극단 값이 나타날 확률은 매우 미미하다. 즉 엘리트 선수들의 재능은 대부분 우수한 특정 수준에 몰려 있고 몇몇이 조금 더 뛰어나거나 조금 덜 우수한 사람들이 있었다. 이런 실력대로 성적을 냈다면 이들의 우승 횟수도 정규분포처럼 어떤 평균값에 몰려 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들의 우승 횟수는 로트카(Lotka) 커브로 알려진 극단적인 쌍곡선 모양을 그렸다. 엘리트 선수들 중 가장 많은 비율인 26% 1승을 거두는 데 그쳤다. 12% 2, 16% 3승을 기록했다. 엘리트 그룹의 절반이 넘는 선수들이 3승 이하에 그쳤다. 그런가 하면 50승 이상 극단적으로 많은 우승을 거둔 선수들이 3명 있었다. 맨 오른쪽이 72회 우승의 잭 니클라우스, 그 다음이 62회의 아놀드 파머(Arnold Palmer), 세 번째가 51회의 빌리 캐스퍼(Billy Casper). 아주 소수의 사람들이 대부분의 우승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림 2) 머레이는 골프뿐만 아니라 다른 운동, 심지어 과학이나 예술 분야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남을 밝혀냈다. 재능에서 약간 뛰어난 사람들이 수십 배의 성취를 이루고 있다. 위대한 재능은 존재하지 않지만 위대한 성취는 존재한다. 머레이는 그 차이가 끈기와 정신력에서 왔다고 주장했다. 이외에 다른 설명은 할 수 없다. 위대한 선수들의 신체적인 기량은 뛰어난 선수들과 비슷하거나 약간 우세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남들과 특히 다른 건 대단한 끈기와 정신력밖에 없다.

 

최근 긍정심리학 분야에서 덕워스(Angela Lee Duckworth)가 끈기와 의지가 성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그녀는 머레이가 추가 연구로 증명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분석했다. 고등학교 입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하고 교사와 학부모로부터 수집한 학생에 대한 의견을 종합해 욕구와 충동을 참고 스스로 행동을 제어하는 의지력을 학생마다 계량화했다. 이후 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와 상급학교 진학 정도를 살펴봤다.

 

그랬더니 학업성취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들 중 의지력이 고등학교 입학 후 성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더욱이 공부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알려진 IQ와 함께 측정했을 때도 의지력이 IQ보다 학업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컸다. 즉 머리 좋은 학생보다 노력하는 학생이 공부를 더 잘했다. 물론 머리도 학업성취도에 긍정적 영향을 줬지만 의지력이 두 배 이상 더 영향을 줬다. IQ와 의지력이 고등학교 최종 성적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니 의지력 그래프의 기울기가 두 배 이상 가팔랐다. (그림 3) 의지력이 낮으면 머리 나쁜 경우보다 공부를 더 못했고, 의지력이 높으면 머리 좋은 경우보다 공부를 더 잘했다는 말이다. 머레이가 밝히려고 했던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재능은 성취에 약간의 영향을 주지만 의지력이나 끈기가 성취에 더 큰 영향력을 준다.

 

덕워스는 다양한 집단에서 끈기와 의지력이 성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미국의 명문 대학과 육군사관학교에서도 끈기와 의지가 입학시험 점수나 다른 인성검사 항목보다 졸업 성적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밝혔다. 덕워스의 이야기를 더 들어볼 필요가 있다.

 

“재능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에요. 문제는 재능과 끈기가 반비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비오는 날 뉴욕에서 택시 잡기가 어려운 이유는 손님이 많아 택시운전사들이 하루 목표 수입을 쉽게 채워서 집에 일찍 들어가기 때문이에요. 재능 있는 사람은 쉽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어요. 많은 사람들은 거기서 멈추기 때문에 끈기가 개발이 안 되죠. 재능이 부족한 사람은 목표 달성에 시간이 걸리므로 끈기가 생기게 되고요. 그래서 재능이 오히려 무언가에 대한 열정과 끈기, 불굴의 의지를 개발할 기회를 앗아갈 수도 있습니다. 안타까워요. 재능과 끈기가 모두 높으면 큰 성공을 할 수 있는데 말이죠.”

 

우즈가 바로 천부적인 재능과 끈기를 함께 지닌 사람이다. 그러나 그의 위대한 성취는 위대한 끈기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위대함을 만드는 열쇠, 끈기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에 재능은 기술이나 디자인 등의 역량이다. 이 역량이 제대로 꽃피우려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벽을 추구하는 불굴의 의지와 끈기가 있어야 한다.

 

날개 없는 선풍기로 유명한 영국의 다이슨은 진부하고 평범한 제품을 빼어나고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탈바꿈시키는 회사다. 다이슨의 주력 제품은 후진국에서나 만드는 청소기, 선풍기, 온풍기 등이지만 평범한 제품보다 열 배 이상 비싼 값에 팔리며 명품 가전으로 대접받고 있다. 다이슨을 소비자들에게 알린 제품이 진공청소기다. 진공청소기는 대기업에서 제품 디자이너로 일하다 회사를 설립한 제임스 다이슨(James Dyson)이 집안일을 하다가 고안했다. 새로 이사한 집을 고치는데 청소기가 말썽이었다. 사용할수록 성능이 떨어지는 이유는 먼지가 먼지봉투의 작은 구멍을 막기 때문이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모든 청소기는 대부분 이런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때 다이슨은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를 만들자고 결심했다. 당시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다른 경영진과의 불화로 쫓겨난 상황이라 집 뒤에 있는 낡은 창고를 개발실로 꾸몄다. 무려 3년간의 작업 끝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세계 최초로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 개발에 성공했다. 이름도 없는 중소기업에서 만든 세계 최초의 제품이었지만 다이슨의 진공청소기는 처음 나왔을 때부터 뛰어난 디자인과 편리함을 지니고 있었다. 다이슨은 먼지봉투를 없애기 위해 사이클론 방식의 기술을 고안했다. 강력한 흡입력으로 먼지를 빨아들여 회전시키고, 먼지를 크기에 따라 분류하는 방식이다. 만약 다이슨이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만을 개발하려고 했다면 개발기간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을 것이다. 다이슨은 이 기술을 완성한 이후에도 더 편리한 디자인을 적용시키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시제품을 만들었다. 나중에는 사람들에게 청소한 상태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제품을 투명한 형태로 디자인했다. 당시만해도 사람들이 먼지를 역겨워하며 보기 싫어할 거라는 생각이 청소기에 관한 통념이었다. 그러나 다이슨은 청소기를 세련되게 디자인하면 먼지를 담고 있는 모습이 더러워 보이지 않고 오히려 먼지를 이렇게 잘 없앤다는 생각이 들어 깨끗함을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식으로 3년간 무려 5127번의 시제품을 만든 후에야 첫 제품을 세상에 내놨다. 영국에서는 후버 같은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서 판매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첫 판매는 일본에서 이뤄졌다. 일본의 한 수입업체가 제품의 디자인과 실용성을 알아본 것이다. 다른 청소기에 비해 두 배나 비쌌지만 일본 상류층을 중심으로 판매가 늘어나고 미국 시장에도 진출해 성공했다. 이후 영국에서도 비싼 가격에 팔리게 됐다. 다이슨이 첫 제품을 완벽하게 만들지 않았다면 일본시장에 진출하지 못했을 것이다. 제품이 독창적이면서도 완벽했기에 영국의 청소기회사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본 소비자들에게 명품 이미지로 다가설 수 있었다.

 

기업이 위대한 제품을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끝에 가서 타협하기 때문이다.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지만이 정도면 되겠지하는 생각으로 제품을 내놓는다. 위대한 기업은 뭔가대단한기업이 아니다. 피곤하고 지쳤지만 끝까지 완벽을 다하는 막판 스퍼트가 위대한 기업과 평범한 기업의 차이를 결정한다. 애플이 처음 아이폰을 출시했을 때 스티브 잡스도 다이슨처럼 작은 부분까지 완벽을 다하려고 했기 때문에 시장을 뒤흔들 수 있었다. 물론 미련과 끈기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미련은 들어간 시간과 돈이 아까워 소비자와 전혀 다른 곳에서 사업을 붙잡고 있는 것이고 끈기는 소비자와 함께 가면서 소비자에게 끌려가지 않고 소비자를 넘어설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포기하지 않는 끈기가 결국 위대함을 만든다.

 

포기하는 자는 이길 수 없다!

 

윌리엄스는 1999년부터 2011년까지 우즈의 전성기를 캐디로서 함께 보냈다. 그가 기억하는 최고의 샷은 2002년 마지막 메이저대회에서 나온 것이다.

 

2002 PGA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우즈는 13, 14번 홀에서 보기를 범하면서 최종 우승자인 빔(Rich Beem)에게 5타 뒤져 있었다. 그러나 우즈는 15번 홀부터 3연속 버디를 하며 마지막 홀에서 3타 차로 선두를 쫓았다. 강풍이 불어오는 가운데 친 티 샷이 홀컵에서 184m 떨어진 벙커 속으로 들어갔다. 더욱이 공을 칠 자세조차 잡기 힘든 곳에 떨어졌다. 게다가 우즈는 2타 차로 3위에게도 쫓기고 있었다. 1위를 따라 잡기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소나무 방책에 걸려 2개 이상의 스트로크를 놓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안전하게 페어웨이로 공을 올리는 선택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우즈는 비거리가 긴 3번 아이언을 선택해서 벙커의 공을 세게 타격했다. 공은 소나무 방책을 겨우 넘어 홀에서 4.5m 떨어진 그린 위에서 멈췄다. 우즈는 마지막 홀을 버디로 마무리했다. 우승자인 빔은 보기를 범했고 우즈는 한 타 차이로 준우승을 거머쥐었다.

 

윌리엄스는 이 샷이 우즈의 최고 샷인 동시에 그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우즈가 아마추어 골퍼로 한창 잘나가던 시절, 아프리카 출신의 무명 골퍼와 대결을 벌인 적이 있다. 손쉽게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 선수가 초반 9개 홀을 지나면서 승승장구했다. 이런 무명 선수에게 아마추어 골프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자신이 진다는 게 화가 났다. 제 화를 못 이겨 우즈는 무너졌다. 경기가 끝난 후 아버지는 성적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경기를 포기한 것에는 불같이 화를 냈다. 경기 중에 포기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가르침이 모여 끈기가 됐다. 우즈는 커다란 위험이 있더라도 마지막까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이날 벙커 샷을 본 경기 파트너들은 자신의 차례까지 잊은 채 관중과 함께 박수를 쳤다. 동료선수들이 이런 우즈에게 주눅이 들고 기가 죽을 수밖에 없다. 앞서 소개한우즈 역효과를 다룬 브라운 교수의 논문 제목은 이렇다.

 

‘포기하는 자는 이기지 못 한다(Quitters Never Win).’

 

이병주 생생경영연구소장 capomaru@gmail.com

이병주 소장은 연세대 경영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LG경제연구원에 재직하면서 창의성, 변화관리, 리더십 등을 연구했다. 저서로 <애플 콤플렉스> <> <3불 전략>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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