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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게오르그 켈 UNGC 사무총장,키이스 다시 ECOA 사무총장

“일회적 기부로 고객감동? 그건 난센스다!”

고승연 | 146호 (2014년 2월 Issue 1)

 

 

편집자주

※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최윤영(Assumption University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캐논과 올림푸스.

한때 니콘과 더불어 전 세계 카메라 시장을 삼분하던 기업들이다. 캐논은 지속적인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반면 올림푸스는 정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비슷한 듯한 두 카메라 제조업체의 성패를 가른 건 과연 무엇일까. 학자들마다 조금씩 견해가 다르긴 하지만 대체적으로기업윤리사회적 책임의식이 관건이었다는 점에서는 동의하고 있다. 2년 전 분식회계 사건이 발생하며 내부를 개혁하려던 외국인 CEO마저 떠나게 만든 올림푸스와 비슷한 시기공공선을 위해 모두 함께 살아가고 일한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던 캐논의 운명은 그렇게 달라졌다. 이윤, 기업의 성장과 크게 관련 없어 보이던윤리사회적 책임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의 대기업들 역시 최근윤리문제에 대해 다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유수 대기업들의 오너·총수들이 줄줄이 옥고를 치르면서오너 리스크’ ‘경영 윤리에 대한 논쟁이 다시 촉발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다. 최근 글로벌 여론조사 기관과 한국사회적기업연구소, 동아시아연구원이 공동 진행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미 수년 전부터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 지출액은 3조 원을 넘어섰지만 소비자들의 기업에 대한 신뢰는 급전직하 중이다. (DBR 139기업노력과 여론의 괴리, CSR 커뮤니케이션 통로를 찾아라참조.)

 

작년 말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Global CSR Conference’(이하 GCC)에 국내외 경영인과 학계의 관심이 쏠렸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는 국제기구 유엔글로벌콤팩트(UNGC)의 게오르그 켈(Georg Kell) 사무총장과 준법·윤리경영의 전도사인 키이스 다시(Keith Darcy) 윤리준법경영인학회(이하 ECOA) 사무총장 등이 참여해윤리경영사회적 책임이라는 기업성장의두 바퀴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나눴다. DBR이 두 사무총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최근 한국 사회에 다시 대두된윤리경영사회적 책임’, 나아가 경영전략의 가장 뜨거운 화두가 된 CSV(공유가치 창출)에 대해 물었다.

 

CSR과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키이스 다시:혁명이다 세계가 완전히 투명하게 변해가고 있다. 특히 비즈니스, 공공기관 등 기존의 그 어떤 권위에도 냉소적인 젊은 세대의 마음을 잡기 위해 기업들은 다시 장기적으로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 중이다. 비즈니스에 대한 믿음이 산산조각난 이들에게사회적 책임을 통해 다시금 신뢰를 쌓아가려는 것이다. 젊은 세대는 현재 변화의 동인이다. 그들은 세상에 냉소하면서 때로는 맞서고 또 더 낫게 만들고 싶어 한다. 그들은 스스로가혁명적인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와 놀라운 디지털 기술들이 그들이 행동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고 있다. 세상이 혁명적으로 바뀌고 있고, 더 이상 비밀도, 숨을 곳도 없는 상황이 됐다. 따라서 이제 비즈니스를 실행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사업의 전략과 결정에 반영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 세상이 이제의미를 좇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긍정적인 일을 하는 회사에서 일함으로 의미를 찾고자 할 것이고 이는 곧 당신의 회사가 옳은 일을 함으로써 차별화할 수 있다는 말이다.

 

게오르그 켈: CSR에 대해 기업들이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더 중요하게는 기업의 핵심적인 전략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유엔글로벌콤팩트에 가입하는 기업들은 매달 100개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비즈니스의 10% 정도 수준이다. 급격히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적인 부분이 많다. 단지 가입 기업 수가 늘고 있다는 게 핵심이 아니라 CSR을 전략의 주요 부문으로 여기는 기업들의 장기적 재무성과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CSR의 근간이 되는 윤리 문제는 아직도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이다. 즉 기업 임직원들의 개인적·구조적 부패나 부정을 방지하는 전략을 구성하는 데에, 또 기업 내 인권문제 등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기업들이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글로벌콤팩트 가입 기업 중에서도 4000개 기업 정도는 윤리 문제 등에서 실패를 겪었다. 유엔글로벌콤팩트는 그들에게 지속적으로 비재무적인 이슈들, 환경문제나 지배구조 등에 대한 대처방안과 전략이 기본적인 전략과 사업에 녹아들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러한 비재무적인 부문의 해법을 어떻게 찾아내느냐에 따라 사업의 재무적 성과가 달라지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서울 광진구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린 ‘Global CSR Conference(GCC) 2013’에 참가한 키이스 다시(Keith Darcy) ECOA(윤리·준법경영인학회) 사무총장(왼쪽)과 게오르그 켈(Georg Kell) UNGC(유엔글로벌콤팩트) 사무총장이 대담을 나누고 있다. 다시 총장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트레이드은행, 뉴욕 내셔널은행, 마린미들랜드은행 등 유스 금융회사에서 기업윤리, 기업지배구조, 조직리더십 담당자로 40년간 근무했다. 켈 총장은 세계 최대의 자발적 기업 시민 이니셔티브이자 유엔 산하 기구인 유엔글로벌콤팩트를 이끌고 있다. 독일 베를린의 프라운호퍼에서 생산 기술 및 혁신 분야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시작해 아시아 및 아프리카의 다양한 국가에서 금융 전문가로 활동했다.

 

 

CSR이나 윤리경영 같은 비재무적 요소를 전략의 핵심 부문으로 만들어 장기적으로이윤창출이나 ‘지속성장’이라는 성과를 낸 사례를 알려 달라.

 

다시: 좋은 사례가 정말 많다. 스타벅스는 더 이상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간단히만 언급하면 2015년까지 공급되는 모든 커피를 공정하고 윤리적인 거래를 통해 확보하겠다는 선언과 커피 농장과 공동체의 투자가 늘어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하겠다는 정책 등을 표방했다. 이게 벌써 12년 전인 2001년의 일이다. 그뿐이 아니다. 환경을 위해 에너지 소비를 25% 줄이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들의 성과는 어땠나. 2010년에 이미 1만 개에 육박하는 점포가 생겨났고 매출은 12000억 달러를 넘겼다. 미셰린타이어는 또 어떤가.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에너지 소비를 21% 줄였고 물 소비도 그만큼 감소시켰다. 이산화탄소 배출도 똑같이 21% 감축했다. 판매액은 3.6% 증가해 무려 2147400만 유로가 됐다. 순익은 157100만 유로를 찍었다.

 

그 밖의 모든 재무적 지표들이 놀라운 성과를 보여준다. 다농 등의 회사도 마찬가지다. 한국 기업은 어떨까.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CSR 성공 기업 유한킴벌리를 보자. 2013년 유한킴벌리 사회책임경영 보고서에 따르면 연평균 성장률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37%에 달했고 주요 수출국인 중국과 동아시아에서 두자릿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CSR과 윤리경영이 기업의 글로벌 진출에 도움이 되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포스코 역시 한국 기업 중 CSR의 전략적 도입이 장기적 성장에 도움을 주고 있는 좋은 사례다.

 

궁극적으로 성과가 난다고 해도 여전히 단기적으로는 윤리강화 활동이나 CSR비용측면에서 접근하는 기업들이 많은데.

 

: 처음에 비용은 분명히 든다. CSR을 단지기부활동으로 오해하지 않고 진정한 기업의 전략으로 사고한다면 사업운영 방식, 인센티브 구조와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직원들의 인식도 변화시켜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투자를 하면 이익이 1년 뒤에 돌아오는 게 아니다. 2년 만에 발생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분명 도움이 된다. 아니, 그래야 생존할 수 있다.

 

다시 총장이 말했듯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공공기관과 비즈니스 그 어느 분야도 잘 신뢰하지 않는다. 그들의 신뢰 없이 앞으로 성장이 가능하겠는가. 앞서 예를 든 기업들을 보라. 예전부터 CSR을 전략의 주요 부문으로 삼아 지금 큰 성과를 내고 있지 않은가.

 

다시: 켈 총장의 의견에 동의한다. 그리고 브랜드 전략 차원에서도 CSR이나 윤리경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브랜드 이미지를 관리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브랜드 약속(brand promise)’의 시대다. 소비자, 주주 등 기업에 얽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언제나 동일한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약속이자 변치 않겠다는 믿음이다.

 

여기에서경험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사회단체에서 만든 음식을 산다든지, 재난 시에 적십자에 기부를 한다든지, 기부금 100만 달러를 낸다든지 하는 것들은살아 있는 경험이 아니다. 고객입장에서, 소비자 입장에서 그렇다. 흔히 말하는 Y세대는 이것을 난센스(Non-sense)라고 생각한다. 자신들의 삶 속에 직접 살아 있는 경험으로 들어오는 그런 사회공헌활동과 체감할 수 있는 윤리경영만이 현재와 미래의 소비자들에게 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브랜드는 기업에 그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아주 민감하고 눈치가 빠르다. 5분 만에 362억 달러가 주식시장에서 빠지는 걸 본 적도 있다. 세금 탈루나 회계부정 등 문제가 발생하면 5분도 안 걸린다. 장기적으로 브랜드 약속은 허망하게 사라지는 것이다.

 

예전에는 브랜드 분석할 때 SWOT 분석 툴을 많이 썼지만 지금은 유용하지도 않다. 장기적 성공의 본질은 기업 전략의 핵심으로 통합된 CSR CSR의 근간이 되는 기업 윤리에 있다는 얘기다. 스타벅스가 역시나 좋은 사례다. 모든 이들이 투명하게 기업의 활동을 들여다보며 함께나은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계기와 장을 만들어준다. 젊은 세대들은 열광할 수밖에 없다. 브랜드 약속이 있는 회사라는 말이다.

 

최근 한국 기업들의 경우 CSR에 많은 돈을 쓰지만 기업에 대한 신뢰도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다시: 많은 기업들이 CSR돈을 얼마나 들였나의 측면에서 바라본다는 게 문제다. 즉 기부활동이나 사회공헌활동에 들어간 비용이 기업의 CSR을 대변하는 지표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UNGC ECOA 같은 조직에서 제시하는 CSR세 가지 기준(Triple Bottom Line)’을 잘 따르고 있는지를 체크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 세 가지 기준이란 경제, 환경, 사회 부문에 대한 조사와 공헌도를 의미하는 데 돈을 얼마나 썼는지로 절대 평가받을 수 없는 부분이다.

 

: 사회공헌활동 비용, 자선과 기부에 들어가는 액수가 늘어나는 것 자체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그게 곧 CSR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문제가 생긴다. 거듭 말하지만 CSR은 기업 실행전략의 핵심으로 들어와야 된다. 한국의 기업들도 점점 글로벌화하고 있다. 글로벌화한다는 것은 어느 지역으로나 뻗어간다는(going local everywhere) 뜻이다. 당연히 환경적으로도, 기업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윤리적이고 사회공헌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좋은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장기적인 재무적 성공은 환경적으로 좋은 구조를 갖추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또한 좋은 지배구조를 갖고 있을 때 보장된다는 것이다. 이 셋 중 하나라도 윤리적으로나 사회기여 측면에서 실패한다면 단기적 관점에서는 성공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지속성장이 이뤄질 수 없다.

 

CSR에 적극적이었던 한국 대기업 총수가 감옥에 가거나 수사를 받고 있다. 한국에서 CSR에 대한 냉소가 퍼지고 그저 이미지 쇄신 내지 홍보활동으로 비춰지는 이유다. 어떻게 돌파해야 할까.

 

: CSR과 기업윤리가 떨어질 수 없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 CSR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독려하는 게 UNGC의 역할이지만 GC 10번째 원칙은 바로 부정부패 방지다. 나는 한국의 지금 모습이 발전의 과정이라고 본다. 오히려 희망적인 부분을 엿볼 수 있다. 한국은 지난 30년간 어마어마하고 빠른 발전을 해왔다. 대단한 변화가 있었다.

 

그런데 이런 일이 한국에서만 벌어졌던 일일까? 나 역시 독일 출신이고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시작한 사람이다. 내가 아프리카에서 사업을 벌일 때 윤리의식도 약했고 CSR은 개념조차 없었다. 그땐 다들 그랬다. 이렇게 문제점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는 건 시장과 사회가 건강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회사가 신성한 존재인가? 아니다. 문제 많은 조직이다. 심지어 신성한 로마 가톨릭 교회도 그토록 부정부패가 만연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윤 추구 조직이 안 그러기가 쉽나. 전 세계 인구 1000명 중 1명은 살인자라고 한다. 사람들이 모여 조직을 만들고 운영하는 데 아무런 문제없이 조직이 굴러간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문제가 생기면 다시 시작하면 된다. 회사들은 이런 위기를 통해 발전한다. 위기가 가장 큰 스승이다.

 

다시: 윤리 분야 자체가 기업에 도입된 게 고작 22년이다. 이제 이와 관련된 많은 기관이 생기고 직업이 생기고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알 수 있었지만 굳이 책임자들이 알려고 하지 않았던고의적 무지가 더 이상 기업윤리 문제의 방패막이가 되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 원래 돈이 있는 곳에는 부패가 생기고 윤리적 문제가 발생한다. 중요한 건 재발을 막을 수 있도록 끝없이 노력하는 것이다. GE의 사례를 보면 그들은 크로톤빌에서 기술훈련, 경영훈련도 시키지만 중요한 가치를 습득하도록 하는 것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가치에 대한 공유가 핵심이다. 이런 노력들을 기울여야만 CSR과 기업윤리문제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CSR을 넘어서 CSV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둘은 어떤 관계에 있는 것인가.

 

: 마이클 포터 교수가 공유가치라는 개념을 처음 내놓았을 때 난 무척 기뻤다. 미국에서는 전통적으로주주가치 대 자유시장등에 대한 논의가 많았다. 내가사회적 변화등이라는 화두를 내놓을 때엔 유럽에서는우파의 음모라고 비난받았고 미국에서는좌파적 음모라는 얘기를 들었다. 지난 10여 년간 포터 교수가 얘기했던 CSV는 비즈니스가 수익을 최대화하면서 동시에 왜 사회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전략이 될 수 있는지를 설명해줬다. 오늘날 큰 변화를 잘 짚어낸 것이다. 장기적인 비즈니스 목표와 사회적인 목표가 겹쳐지게 됐고, 더 나아가 사회가 실패하면 비즈니스도 성공하지 못하게 된 현실을 적절하게 인식한 결과다.

 

UNGC UN이라는 기구의 설립목적에 맞게 더 크게 본다. ‘평화를 위한 비즈니스는 역으로 생각하면평화가 주는 비즈니스 기회를 의미한다. 또 기업들이 좋은 인재를 전 세계 어디에서든 데려와 쓸 수 있도록 교육의 기회를 빈곤국에 확대시키는 것 역시 UN의 과제이자 기업에 도움이 되는 일들이다. 여성 권리강화와 환경 역시 기업에 기회를 주고 지속가능성의 토대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CSV CSR을 기업 실행 전략의 핵심으로 집어 넣어주는 역할을 하게 되고 오히려 CSR의 거시적 측면은 공공 부문에서 독려하고 기업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게 된다. CSR의 미시적 목표는 CSV를 통해 달성하고 거시적 목표는 더 큰 CSR의 범주에서 함께 만들어간다는 얘기다. CSR CSV는 크게 보면 다를 게 없는 개념이고 단계적 개념도 아니다.

 

CSV가 유행처럼 번지다보니 기업들은 아예 자신들을 CSV 기업이라고 내세우면서 오히려 CSR 활동을 안 하는 핑계로 만들기도 한다. 이를 ‘CSV 세탁이라고 하던데 어떻게 보나.

 

다시:명성이나 평판(reputation)’은 돈 주고 살 수 없다. 짧은 시간에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매일매일 평생을 해야 하는 지속적인 프로세스다. 신뢰를 얻어내 이 신뢰를 브랜드와 연관시키면서 브랜드 평판을 만들어내야 한다. 아까도 말했듯이 요즘 냉소적이고 모든 걸 알아볼 수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 ‘CSV 세탁이 절대 통할 리 없다. 그런 시기에 CSR 비용을 줄이기 위해 CSV로 포장을 한다는 건 바보 같은 일이다.

 

: 만약 그런 유혹을 느끼는 한국 기업들이 있다면 말려야겠다. 좀 다른 측면에서 한국 기업들에 조언을 해주고 싶다. 한국 비즈니스인들은 길을 잃고 덫에 갇혀 있는 것 같다. CSV를 한국 문화 특유의더 빠르게 빠르게식으로 접근하려고 하면 안 된다. CSR이든, CSV든 핵심에는신뢰가 들어 있다. 이건 결코 단기간에 쌓이지 않는 문제다. 좋은 윤리관, 제대로 된 CSR에 대한 투자이익(ROI)은 최소 5년 이상 걸린다. 장기투자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정답이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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