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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실업 또봇

상대가 강하면 피해가는 것도 전략 싸우지 않고 점령한 1위 고지

유재욱 | 143호 (2013년 12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문경(건국대 경제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또 나왔네. 또 사줘야 되네. 그래서 또봇인가?”

 

취학 전 어린 아들을 가진 모든 부모들의 비명이 대한민국에 울려 퍼지고 있다. 두세 살 때까지 뽀로로에 푹 빠져 있던 남녀 아이들은 3∼4세가 되면 각자 자신의 취향과 성별에 따라 새로운 캐릭터와 장난감을 찾아 나선다. 이 연령대 남자 아이들에게 현재 대세는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신하는 콘셉트의또봇이다. 심지어 또봇 만화영화에 등장하는 자동차는 기아차의 실존 모델들이다. 애니메이션을 본 아이들의 마음을 가라앉힌 뒤 길거리를 나서도 아이들 눈에는 또봇이 사방을 굴러다니고 있는 셈이다. 그런 뒤에 마트에서또봇 장난감을 본 아이들이 순순히 물러날 리가 없다. 대형마트 완구 매대 근처에서 벌어지는뗑깡부모의 당황한 표정의 근원은 바로 이 또봇에 있다.

 

말 그대로대성공이다. 조금 성급한 감이 있지만 일부에서는 국내 완구업계 역사상 최고 성공사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통의 국내 완구업체 영실업의또봇의 성공요인을 분석해봤다.

 

1. ‘또봇으로 국내 완구계의 숙원, ‘남아 완구시장 성공작을 만들어내기까지

 

1) ‘파워레인저가 아니라또봇’?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남자아이들이 열광하는 변신로봇 장난감은 오직파워레인저였다. 수십 년의 역사를 가진 실사영화 콘텐츠와 다양한 로봇이 합체하며거대한 로봇으로 변신한다는 설정.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장난감을 통해 구현되는 과정은 취학 전 남자어린이들의로망이 될 수밖에 없었다. 매년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파워레인저의 전 시리즈 완구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잡지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졌고 인터넷 판매업자들은 아예 가격을 올려 받기도 했다.

 

 

그러나 바로 지난해, 완구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 1) 홈플러스 완구판매 순위에서 ‘3단합체 또봇트라이탄이 매출액 기준으로 1위에 오른 것이다. 1위는 또봇 시리즈, 2위는 파워레인저 시리즈, 다시 3위는 또봇, 4위는 파워레인저순으로 나타났다. 매출 10위 안에 무려 7개의 또봇 시리즈가 포함됐다. 명실상부한 남아 완구시장의투톱이자선도자로 자리매김했다. 놀라운 성장세는 올해에 더욱 두드러졌다. ( 2) 2013 1월부터 11월까지 매출 1위는 또봇C, 2위는 또봇W 쉴드온, 3위는 또봇R 등이었다. 1위부터 5위까지는 모두 또봇 시리즈이고 8·9위 역시 또봇 시리즈 제품들이다. 이 같은 또봇의대히트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사이트에 나타난 또봇 제작·판매사 영실업의 매출성장세와 EBIT(세전 영업이익)의 상승세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그림 1)

 

영실업 또봇의 이 같은 성공 배경에는 지난 15년간의 좌절과 노력이 그대로 배어 있다. 사실 영실업은 오랜 세월 전 세계 시장은 물론 한국에서도 남아 완구시장왕좌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파워레인저의 유통사였다. 현지화된 제품 구성과 광고를 기획했고 파워레인저 애니메이션의 영상배급에도 참여했다. 마케팅 파트너의 역할까지 맡았다. 10여 년간의 경험은모든 연령대와 성별을 커버하는 종합완구회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 영실업에완구회사란 어떠해야 하고 남아 완구시장1 의 특성은 무엇인가에 대한 이해도를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됐다. 파워레인저 시리즈를 만드는 일본 반다이사는 10여 년간 영실업에 유통과 마케팅, 현지화를 위탁했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결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영실업 역시 이를 예측했다. 어느 정도 현지시장에 적응하고 나면 직접 배급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게 반다이사의 오래된 전략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실업이 2000년대 초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자체 캐릭터와 브랜드, 완구시장에서는 반드시 완구 출시와 동반돼야 하는 애니메이션이나 특수촬영물2 등의 제작을 준비했던 이유다. 1990년대 중후반 출시한 변신합체 로봇카신이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음에도 영실업은 2000년대 초부터 다양한 로봇 애니메이션 제작위원회에 참여해왔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왔다. 거듭된 실패를 겪었고, 애니메이션이나 특촬물을 만들어놓고도 전혀 반응을 얻지 못하거나 애초에 제작되지도 못하는 사태도 자주 겪었다. 당연히 완구는 제대로 판매해보지 못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했다. 이때의 거듭된 실패는 이후에 큰 약이 됐다.

 

2) 제작위원회 방식에서수익모델 우선방식으로

 

반다이사와의 결별이 공식화되기 시작하던 시점인 2007년 말부터 영실업은 그간의 실패이유를 집중 분석했다. 그리고 답을 얻었다. 이전까지의 모든 취학 전 남아용 애니메이션이나 실사영화(특촬물)의 기획은 일본의제작위원회방식을 따르고 있었다. 제작비를 모으기가 쉽기 때문이었다. 방송국, 대형 자본, 투자자와 완구회사들을 중심으로 제작위원회가 구성되고 위원회에서 애니메이션이나 특촬물을 만들 제작사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이미 1960년대부터 이 같은 방식의 성공모델을 반복해왔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전 연령대에 완구시장이 만들어져 있는 일본에서는 이러한 제작위원회 모델이 효과적이었지만수요를 만들어내야 하는한국에서는 잘 통하지 않았다. 특히 완구회사, 애니메이션 제작사들 자체도 일본에 비해 매우 영세한 상황에서는 시장상황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타깃팅을 하기보다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무난한 콘셉트의 애니메이션 제작과 완구 출시만 이뤄질 수 있었다.3  참여자가 많기 때문에 수익구조를 다변화해야 했다. 또한 일본과 달리 완구회사의 규모가 작고 파워가 약하다 보니 제작사에 이런저런 요구를 하기에는 더더욱 힘든 상황이 계속 펼쳐졌다.

 

사례를 들어 설명해보면 2000년대 중반 100억 원의 자금이 모여 어린이용 실사영화가 하나 만들어졌다. 제작위원회가 펀딩을 끝내고 나자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완구회사와 협력하지 않고 모든 역량을 오직 방송물 제작에 쏟았다. 전체적인 완구시장과 연결한 수익구조, 캐릭터 사업 수익구조에 신경을 쓸 수 있도록 하는 유인이 없었다. 당연히 화려한 색감과 스토리에만 집중했고 정작 완구를 팔아야 하는 완구업체를 위한로봇 변신장면등에 소홀했다. 실사영화의 방송이 완구판매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여기서 악순환이 시작된다. 완구 판매가 저조하면 아이들이 계속해서 완구를 가지고 놀면서 친구들과 애니메이션이나 실사영화의 다음 편을 기다리게 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지 않는다. 결국 당장의 방송물 제작에만 집중한 결과, 후속 완구판매는 물론 지속적인 방송제작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제작위원회 방식이 완구회사의 힘이 약한 한국에 적용될 때에는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완구 제작사와 협의하지 않고 만화영화를 제작하는 경우가 빈번해지면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장면도 남발됐다. 즉 만화영화에서나 실사영화 컴퓨터그래픽에서는 멋있는 변신합체 장면이 나오지만 완구제작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해당 장면을 만들었기 때문에 아이들이 직접 완구를 사서 손으로 완구를 조작해 변신시킬 때에는 방송에서 본 것과 다른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아이들의 실망감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또 제작위원회 방식에서는 완구업체가 실제 제품을 만들기도 전에 향후 방송될 로봇의 캐릭터를 결정하는 경우도 많았다. 6개월에 걸쳐 실제 완구회사에서 해당 캐릭터를 만들어낼 때에는 방송된 지 한참이 지난 후여서 판매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결국 한국에서 뽀로로 등 3∼4세 미만 아동을 위한 캐릭터와 완구가 아닌 4∼5세 이상 아동을 위한변신로봇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영실업은 2008년부터 한국에서 최초로수익모델 정립과 로봇 완구 기획부터 한 뒤에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방식을 도입한다. 먼저 수익모델을 만들고 거기에 맞춰서 콘텐츠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제작방식에 일대 변화가 일었다. 우선 로봇 완구들을 애니메이션 제작에 앞서 설계했다. 캐릭터를 부여했고 디자인하고 시제품을 만들었다. 여아용 완구에서 어느 정도 수익을 내면서 유동자금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투자가 가능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로봇 중에서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레트로봇이 마치 배우를 캐스팅하듯 로봇을 캐스팅해 방송물 제작에 들어가도록 했다. 완구회사가 주도권을 쥐되 철저한 협업으로 애니메이션 제작사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캐릭터 노출 빈도를 조절하고 완구 성격을 함께 부여하면서 제품의 가치를 올리는 방법을 사용했다. 처음에외주제작사개념으로 시작됐던 레트로봇과의 협력은인센티브 구조등 다양한 측면에서 공동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방식을 만들면서 완벽한협업체제로 변했다. 다만 향후 해외 진출을 위해 저작권 등 법률적인 권리는 영실업이 갖는 방식을 택했다. 지상파 방송사가 처음부터제작위원회의 일원으로 들어오는 방식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양한 케이블 채널 방송사를 찾아가 완구 제작 상황과 애니메이션 기획 방향, 진행상태를 설명하고 설득해 방영될 수 있는 시간대를 얻었다. 마침 지상파에서는키즈 타임이라 불리던 만화영화 등의 방영시간대가 사라지고 있었고 케이블채널·IPTV 등의키즈 채널은 활성화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광고주이기도 한 영실업이 또봇 애니메이션 방영을 요청하는 문제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3) 파워레인저와 경쟁하지 않는 경쟁전략

 

사실 또봇이 매우 새롭고 참신한 소재를 다룬 애니메이션이거나 새로운 콘셉트의 완구는 아니다. 우선 스토리 측면에서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신하는 건 굉장히 전통적인 소재다. 동물, 공룡, 일반 자동차, 구급차 라인 등 몇 가지 테마가 정해져 있고 그 테마가 시대에 따라 유행을 하듯이 돌고 도는 구조다. 심지어 트랜스포머도 1970년대부터 존재하던 캐릭터다.

 

또봇에는파워레인저와의 경쟁에서 승리한 국산 로봇이라는 수식이 붙고 있지만 사실 영실업은파워레인저와 경쟁하지 않는 전략을 썼다. 파워레인저 시리즈와 또봇 시리즈는 방송되는 콘텐츠와 판매되는 완구의 성격, 타깃 연령층 자체가 다르다.한찬희 영실업 대표는스토리 소재, 주 연령대, 시청 시간, 채널 등 모든 부문에서 파워레인저를 피했다고 말했다. 실제 파워레인저의 주 소비층은 6∼7세 이상 어린이들이고 또봇의 주 시청층이자 완구사용층은 3∼4세 이상 7∼8세 미만 아동들이다. 아이들의 성장속도에 따라 일부 중복이 발생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연령대가 겹치지 않도록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가격대도 낮췄고, 연령대도 낮췄다. 한국 부모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폭력성도 줄였다. 로봇 액션물인데 액션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아이들이 직접 전투에 참가해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스토리, 파일럿으로 로봇에 탑승하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한 대표는처음부터이 시장이 비어 있으니 들어가보자라고 생각한 게 아니라 처음에는 파워레인저와 비슷한 연령대를 노리되 콘텐츠만 차별화하는 형태로 가려 했다그러나 막상 시장에 애니메이션과 완구가 나오고 나서 상당히 낮은 연령대에서 또봇을 좋아한다는 점을 알게 돼 전략을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연령대가 낮아지니 당연히 좀 더소프트하고 폭력성이 적은 스토리 전개를 해야 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초기 전략 수정 역시제작위원회방식을 탈피해 영실업이 주도권을 쥐는 방식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폭력성이 약하면서도 스토리에 한국적 공감요소를 많이 넣다 보니 부모들도 잠시 앉아 함께 보는 애니메이션이 됐다. 이는 다시 완구 판매에도 도움을 주는 결과를 낳았다.

 

또봇의 또 다른 성공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실존하는 기아차의 캐릭터화는트랜스포머와의 차별화를 위해 기획됐다. 처음 기아차를 찾아갔을 때 기아차에서는트랜스포머의 아류가 되지 않을까 염려했다. 영실업은 트랜스포머는 외계에서 갑자기 지구로 들어온 생명체가 아주팬시(fancy)’한 자동차로 변하고 로봇이 되지만 또봇은 기아차처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차가변신하는 속성을 부여받기 때문에 현실과의 개연성도 높고 반드시 차별화가 가능하다고 설득했다. 다만 다양한 법률적인 문제를 고려해 기아차의 모델 디자인을 쓰되 기아차 로고나 기아차를 연상할 수 있는 장치는 제거했다. 기아차 역시 이를 승낙했고 자동차 모델 사용료는 현물(완구)로 받아 저소득층 아동이나 공장에 방문하는 어린이들에게 나눠주며 기부에 활용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나 방송사와는 또 다른 차원에서윈윈구조를 만든 셈이다.

 

4) 중소제조업체를 모아 하나의 회사처럼 협력했다

 

영실업이 또봇을 기획하고 완구를 만들어 파는 과정에서 봉착했던 가장 큰 어려움은 의외로대량 생산이라는 제조의 기본적인 부분이었다. 현재 국내 경공업은 그 기반이 거의 사라진 상태다. 우리나라에선 남아용 플라스틱 완구 히트작이 나와도 감당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한마디로 잘 팔리는 제품이 나와도 해당 물량을 제대로 만들 수 있는 공장이 없었다. 또봇으로대박을 터뜨린 이후에도 영실업이 국내에서 생산량의 60%를 채우는 걸 보고 다른 완구업체들이 놀란 것도 무리가 아니다. 영실업은기획과 디자인, 물류·유통만 담당하는, 즉 자체 제조공장이 없는 회사다. 이런 경우 중국이나 동남아에 있는 업체들을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대안이다. 하지만 영실업은 성공의 초창기일수록 제조과정을 언제든 살펴보면서 협력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보고 국내에 있는 제조업체들과 협력하기로 결정했다.

 

대부분의 완구는 크게플리스틱 사출후가공패키징최종 조립의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각 단계를 담당하는 업체 네 군데를 선정해 육성시키는 전략을 택했다. 이때 영실업이 갖고 있던 ERP(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이 큰 도움이 됐다.4  각 업체들에서 이뤄지는 공정을 영실업의 ERP 시스템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했고 IT 기반이 약한 영세 제조업체들을 위해 휴대폰 문자 등 다양한 기기를 활용해 주문발주 및 재고관리가 실시간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했다.

 

한찬희 대표는어음이 아닌 즉각적인 결제수단을 통해 대금을 지급하되 완제품이 입고됐을 때 모든 공정에서 구매된 원재료 값을 역으로 계산해 지불을 한다이렇게 되면 네 개의 업체 입장에서는 빨리 돈을 받기 위해서라도 생산공정을 단축시키려는 노력을 한다고 설명했다. 즉 네 개의 단계별 제조업체가 자신이 맡은 단계를 끝냈을 때 대금을 지급받는 게 아니라 완제품이 영실업의 물류센터에 입고됐을 때 모든 비용을 즉시 받기 때문에갑의 횡포없이 각자 유인에 의한공정 효율화’ ‘생산공정 단축이라는 결과를 얻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생산관리 시스템이 구축되자 영실업을 포함한 5개의 업체가 함께 만들어내는 전체적인 생산과정이 마치 한 회사에서 이뤄지는 것처럼 유기적으로 진행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생산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동시에 영실업은 자신의 본분인기획과 디자인에도 몰입했다. 영실업은 현재 한국 완구회사 중에서 디자인 연구소 인력이 가장 많다. 제품하자 접수와 AS 등을 담당하고 있는 계열사신영실업을 제외하고 영실업에 총 85명의 직원이 고용돼 있는데 이 중 50명이 완구 디자이너다. 영실업의 시제품 자체 품평회는 누군가 시연해보이고 파워포인트로 개념 설명을 하는 과정이 없다. 직접 실물을 놓고 전 직원이 돌아가면서 완구를 만져보고, 조작해보고, 집어던지고, 일부러 부러뜨려본다. 아이들은 사용설명서를 보지 않는다.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직접 만지면서 얼마나 직관적으로 잘 조작되는지, 내구성에 문제가 없는지 전 직원이 점검하는 것이다.

 

한찬희 대표는 “AS 의뢰가 들어온 또봇을 보면 정말 어린아이들이 기기묘묘한 방법으로 제품을 다루고 망가트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그 모든 상황을 가정한 시제품 품평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디자이너들에게다시 어려질 순 없으니 빨리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라고 농담 섞인 주문을 한다인력구조상 젊은 디자이너들이 많은데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은화려하고 멋있는 완구 디자인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 이를 빨리 탈피하도록 하는 것 역시 경영진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5) 문제점과 전망

 

영실업의 또봇은 분명 국내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한 남아 완구의 최초 사례이고 완구회사에서 애니메이션까지 제작한풀 밸류체인(full value chain)’ 완성의 첫 사례다. ‘10년을 넘기는 장기적 성공의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애니메이션에 등장하지 않은 최초 모델들이 꾸준히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고 제품 하나의 라이프사이클이 2년을 넘기고 있다. 이는 앞서 성공한 파워레인저 시리즈 등이 장기적 성공으로 접어들 때 나타났던 현상들이다.

 

현재 대박행진을 하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이에 따른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 우선 역사상 유례없이 많이 팔리다 보니 AS 역시 폭주했다. 급하게 콜센터 인원 수와 수리 인원 등을 늘렸지만 한때 AS 접수 후 한 달 이후에나 고쳐진 제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고객들의 불만도 높아졌다. 국내 로봇완구 역사상 처음 벌어진 일이다 보니 생긴 현상이었다. 한번 신뢰를 잃으면 향후 지속성장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영실업도 이 부분을 인지하고 2주 안에 모든 AS 과정이 끝날 수 있도록 올해 안에 시스템을 정비할 방침이다. AS 등을 담당하는 계열사 신영실업 내품질경영센터인원도 대폭 늘리고 검품부터 판매 이후 AS나 하자 접수 등의 모든 품질정보가 CEO에게 직접 전달되도록 하고 있다.

 

내구성 강화도 과제다. 파워레인저 시리즈의 변신로봇과 달리 또봇은 변신합체 메커니즘이 복잡하다. 각각의 완벽한 자동차가 완벽한 하나의 로봇으로 변신해야 하고, 또 그렇게 변신한 각각의 로봇이 모여 하나의 거대 로봇이 되는 3단계 구조다. 파워레인저 시리즈의 변신합체 로봇도 일면 비슷해 보이지만 거대 로봇으로 합체하는 과정에서 일부 부품들을 떼어내 따로 보관하는 구조다. 각각의 로봇이 합체하는 2단계 합체 형태이지자동차로 개별 변신하는 로봇이 또다시 합체까지 해야 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구조가 좀 더 단순하다. 구조가 복잡할수록 조작하다 망가질 가능성도 커진다. 또봇은 더군다나 타깃 연령층이 더 어리다 보니 아무래도 파손이 더 쉽게 일어난다. 영실업은 현재 휴대폰에서 사용하는 특수한 소재까지 활용하면서 내구성 강화를 위한 방안을 개발해 가는 중이다.

 

영실업이 봉착한 또 다른 문제는해외 진출이다. 현재까지는 또봇 생산물량의 60%를 국내에서 감당하고 있지만 여기에서 판매량이 더 늘어나면 해외 생산물량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협소한 국내 시장에서의 성장잠재력은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기에 해외 진출 전략 역시 짜야 한다.

 

해외 생산과 해외 진출을 하려면 두 가지 문제를 풀어야 한다. 첫째, 생산품질 관리다. 흔한 편견과 달리 동남아 공장의 경공업 즉, 완구 생산 설비와 제조기술 자체는 한국보다 우수하면 우수했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영실업 본사에서 실시간으로 현장에서 품질을 점검하기가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다. 영실업 역시 이 부분에서 발생할 수 있는품질 이슈해결을 위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또 한국적인 정서를 배경에 깔고 한국 기아차를 변신로봇의 기본 모델로 삼은 것이 한국 시장에서는 큰 효과를 발휘했지만 해외 시장에서도 힘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2. 성공요인

 

국내 시장 환경에 부합하는 완구 제조 및 판매 방식으로 완구시장에서 레고의 키마 블록과 반다이사의 파워레인저를 제치고 판매 1(2013 9월 홈플러스 매출 기준)를 기록한 영실업의 또봇은 이종산업 간의 효과적인 결합이 이뤄낸 대표적인 기업성공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다양한 내·외부 이해관계자들 간의 복잡한 경쟁과 협력관계가 얽혀 있는 기업생태계에서 특정 기업의 성공요인들을 간략하게 기술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영실업 또봇의 경우 학문적이며 실무적인 차원에서 강조돼 온 다양한 경쟁전략들의 적용을 통해 비교적 명확하게 성공요인들을 파악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업들에 매우 유익한 시사점들을 줄 수 있다. 최근 국내 완구시장에서 차별적인 경쟁방식으로 눈에 띄는 성장을 달성한 또봇의 주요 성공요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니치마켓집중화 전략

 

우선 영실업 또봇의 성공은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강력한 주요 경쟁사들과의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는 니치마켓의 선정과 공략방식에 기인한다. 반다이와 다카라토미를 포함한 수입완구 업체들이 9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던 국내 완구시장에서 영실업이 취했던 경쟁전략은 경쟁사 제품들과의 전면전 선포가 아닌경쟁하지 않는 전략이었다. 후발기업으로서 뒤늦게 사업 부문에 진입할 때 기업은 전면경쟁을 유발하는 공격 전략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강력한 선도기업들이 존재하는 사업 부문에 진입할 때 규모, 자금, 브랜드 인지도, 경험적 측면 모두에서 열세에 있는 후발 중소업체가 이 같은 전면전을 시도한다면 실패로 귀결되기 쉽다. 따라서 여아 완구시장에 주력하고 있던 영실업이 파워레인저, 폴리와 같은 강력한 선발기업들의 경쟁제품들이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남아 완구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선택했던 전략은 선발기업들의 제품과 서비스가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던 니치마켓 소비자들의 니즈 충족에 집중하는집중화 전략(focused strategy)’이었다.

 

남아 완구시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종합 완구 브랜드로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는 영실업에는 절대로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시장이었다. 더불어 시장규모와 수익성 측면에서 많은 장점과 기회요인들을 제공해 주기 때문에 빠른 진입이 요구되는 시장이었다. 이 같은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후발기업인 영실업은 제품소재, 연령대, 시청시간, 채널 등을 포함하는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 요소들에서 주요 경쟁사들의 제품 및 서비스와 차별화하는 경쟁방법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파워레인저의 주요 타깃 시장은 만 6∼7세 이상의 남아 완구시장이며 폴리의 주요 타깃시장은 3∼4세 정도의 유아시장이다. 반면 또봇은 바로 이들의 중간 연령대이면서 또봇의 주 소비층인 4∼6세 남아를 타깃시장으로 선정해 성공적인 진입과 성장을 도모할 수 있었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타깃시장의 선정에 있어 또봇의 경우 사업기획의 초기단계에서부터 세분화된 연령대별 타깃 고객들에 대한 집중화된 공략을 계획했다기보다는 경쟁사 제품 및 서비스들과의 차별성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의 반응에 따른 니치마켓을 파악하게 되고, 이후에 이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차별화를 강화했다는 점이다. 남아 완구시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크게 유치원 입학 전 연령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리스쿨 시장과 입학 이후 연령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키즈 액션 시장으로 구분될 수 있다. 또봇의 경우 사실 제품개발 초기에는 파워레인저와 유사한 키즈 액션 시장을 주요 시장으로 고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품 출시 초기의 소비자 구매패턴을 조사한 결과 또봇의 실제 구매고객들의 연령이 파워레인저의 주요 고객연령대보다 낮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다시 이들 주요 고객의 특성과 니즈를 반영한 차별화를 강화했던 것이다.

 

2) 집중화된 비용우위·차별화 전략으로 경쟁우위 확보

 

또봇 사례에서 성공요인으로 반드시 살펴봐야 하는 또 다른 부분은 바로집중화된 비용우위/차별화 전략(focused integrated cost leadership/differentiation strategy)’의 성공적인 실행이다. 경영전략의 대가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교수는 대표적인 사업부 수준의 경쟁전략인본원적 전략(generic strategy)’에서 기업 경쟁우위의 원천으로비용우위(cost leadership)’차별화(differentiation)’를 소개했다. 그리고 기업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두 가지 경쟁우위 창출 방식 중 하나에 집중해야 하며, 그렇지 않고 두 가지 모두에 자원을 분산투자할 경우 실행의 복잡성과 상충성으로 인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중간고착 상태(struck in the middle)’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하지만 혁신적인 기술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초경쟁(hyper-competition)’ 시대에서 실제적으로 기업들이 비용우위 또는 차별화우위 하나만으로 경쟁사들보다 높은 수준의 탁월한 성과를 달성하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마이클 트레이시(Michael Tracy)제품리더십(product leadership)’ ‘운영효율성(operational efficiency)’ ‘고객밀착(customer intimacy)’을 포함하는 세 가지 가치제안들을 제시하고 기업이 경쟁사들에 비해 높은 수준의 경쟁우위와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가치제안이 아닌 모든 가치제안에서 높은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경쟁 환경 변화에 따라 또봇은 제품적인 차별화뿐만 아니라 비용적인 우위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했다. 이 방법은 2008년의 세계적인 경기불황으로 대다수의 호텔체인들이 고품격의 서비스 유지와 비용 절감의 양자택일 갈등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젊은 여성 고객층들을 주요 타깃으로 선정하고 차별화와 비용우위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다 잡았던 힐튼호텔의 사례와 유사하다.당시 힐튼호텔은 기존의 고령층 여행고객들을 대신해 사회활동 증가로 호텔 사용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던 젊은 여성고객들을 주요 타깃고객으로 선정하고 이들의 니즈를 반영한 미적 디자인에 초점을 맞춘 리모델링을 실행하는 등 차별적인 서비스를 강화했다. 반면 객실 신문배달 서비스 등 타깃고객들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서비스들을 축소하고 운영방식을 개선해 고품격의 서비스를 강화하면서도 합리적인 수준으로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유사한 관점에서 또봇의 경우 4∼6세 남아라는 세분 타깃시장 고객에 집중하며 타깃고객의 연령층이 높은 제품들과 결이 다른 부드럽고 귀여운 차별적 제품 개발에 집중했다. 더불어 외부자원의 효과적인 사용 등을 통한 비용우위에 기초해 가격경쟁력을 달성했다. 또봇의 제작사인 영실업은 중소기업으로서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제한적인 자원의 효과적인 활용을 위해 모든 기능을 내부화(internalization)하기보다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기획, 디자인, 물류·유통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반면 생산기능은 외부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아웃소싱하고 있는데 ERP 시스템의 활용을 통한 외부자원 활용과 결제방식 등을 활용한 감독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협력사들의 전문성 향상과 제품품질 및 생산효율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3) 시장환경에 부합하는 사업모델 개발과 적용

 

시장 환경에 부합하는 사업모델 개발과 적용 역시 중요한 성공요인이다. 사실 완구회사와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의 규모가 영세한 국내 시장에서 범용캐릭터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일본과 같이 성숙된 시장과 비교할 때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또한 관련 산업의 발달 및 인프라 구축 정도와 같은 환경차이로 인해 선진시장의 사업모델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 이 같은 어려움은 한층 더 가중될 수 있다. 영실업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 시장 환경에 부합하는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성공적으로 적용했다.

 

또봇을 기획한 영실업은 국내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들의 실패요인들을 분석하며 원소스 멀티유즈에 대한 집착을 유발하기 쉬운 제작위원회 사업방식이 국내 시장에는 적합하지 못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수익모델을 먼저 기획하고 이에 맞춰 콘텐츠를 생산하는 대체 사업모델을 개발해 국내 시장에 적용했다. 바로 완구회사가 사업의 주도권을 갖는수익모델 우선방식인 것이다. 시장 여건에 보다 더 잘 부합되는 이 같은 사업모델은 메이저 수익구조에 대한 집중과 효과적인 캐릭터 이미지 관리를 용이하게 해 높은 성과 창출에 도움을 줬다. 또한 제작위원회 방식에서와 달리 완구회사가 주도권을 가지고 전체적인 사업운영을 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 타깃시장 조정에 따른 전략변화를 수월하게 만들었다.

 

4) 글로벌 기업의 전략변화에 대한 효과적 대비와 반응

 

영실업은 또 로컬기업으로서 글로벌기업의 현지 시장 공격 전략에 대한 효과적인 대비를 했고 적절히 반응한 것으로 분석된다. 영실업은 파워레인저의 제작사인 반다이의 국내 유통을 담당했었다. 이후로 패키지, 광고제작, 영상배급 등에 참여하며 국내 파트너사로서의 입지를 강화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협력관계 강화와 함께 파트너의 전략적 변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미래의 경쟁에 대한 준비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전략적 제휴(strategic alliance)에 기초한 협업관계는 영구히 지속되기 어렵다. 많은 경우 한쪽 파트너가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협력관계가 쉽게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 진입 초기 반다이사는 국내 시장에 대한 이해도와 접근성이 부족했다. 따라서 이를 보완해 줄 수 있는 든든한 현지 파트너가 필요했다. 하지만 시장에 대한 정보가 축적되고 자사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점진적으로 향상됨에 따라 유통을 직접 실행하는 등 좀 더 공격적인 전략으로의 변화를 도모했다. 이는 다국적기업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단계적 진입방법 진화의 사례로서 현지 파트너사인 영실업은 이 같은 반다이사의 전략변화를 사전적으로 감지하고 충실하게 대비해 왔다.

 

구체적으로 영실업은 반다이사와의 협력관계 종료에 대비해 독자적인 제품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를 강화해 왔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남아 완구시장의 성공적인 진출을 위한 직·간접적인 경험축적을 위해 파트너사와의 협력 범위와 정도를 강화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될 수 있는 기업 환경 속에서 다국적기업의 현지 파트너로서 활동하고 있는 국내 기업에 협력의 달콤한 유혹에 안주하지 말고 경쟁 환경 및 협력사 전략변화로 인해 유발될 수 있는 미래 변화를 예측하며 준비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전달해 주는 대목이다.

 

3. 향후 과제

 

현재 영실업은 AS 지연, 제품 내구성 및 생산기반 확충 문제 등으로 인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문제점들의 개선을 위해 조직 및 인력을 보완하고 해외 진출을 도모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향후 또봇이 국내 시장에 한정되지 않고 파워레인저, 레고와 같은 국제적이고 장기적인 성장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요구된다.

 

첫째, 지속적인 환경변화에 대처하는 유연성의 확보다. 많은 기업들은 현재의 자사 역량을 활용하는 사업모델과 성공방식에 집착하기 쉽다. 그리고 이 같은 집착이 심화될 경우 코닥과 노키아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핵심역량(core competence)’핵심경직성(core rigidity)’으로 변화돼 기업성장의 중대한 저해요인이 될 수 있다. 또봇의 자원활용 방식, 협력관계 구축, 수익모델 우선 방식은 분명 현재의 성공을 설명해 주는 주요 키워드들이다. 하지만 기업 환경의 빠른 변화와 경쟁사들의 경쟁전략 변화는 이들의 역할과 영향을 변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변화되는 환경요소들을 모니터링하고 이에 신속하게 적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글로벌기업으로서 효과적인 진입전략 수립과 실행이 요구된다. 현재 영실업은 생산기반 확충 및 소비자 확대를 위한 해외시장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해외시장 진출은 빠른 소비 확대가 이뤄지고 있는 또봇의 안정적인 공급물량 확보라는 단기적인 목적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소비자 시장을 확대함으로써 레이먼드 버논(Raymond Vernon)이 주장했던 것처럼 보다 장기적으로 제품생명주기를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즉 국내 시장에서 성숙기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또봇의 생산 및 판매 기반을 해외로 확대해 새로운 소비자들을 확보함으로써 제품의 생명주기를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시장에서의 성공은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과는 차원이 다른 복잡성과 차별성이 요구된다. 먼저 외국계 기업으로서 현지 시장 유통채널에 대한 접근성 부족 및 소비시장 정보에 대한 열세 등으로 인한 외국인 비용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지 기업들이 모방하기 힘든 기술적 우위와 사업모델 개발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더불어 해외 사업 수행을 위한 본국 관리 인력 및 현지 인력 양성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로컬기업으로서 한국 시장에서 다국적기업들에 대응하기 위해 실행했던 방어 전략들과는 내용적·차원적으로 다른 공격 전략들을 수립해야 하며 이들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자원과 역량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

 

유재욱 건국대 경영대 교수 jwyoo@konkuk.ac.kr

유재욱 교수는 워싱턴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수석연구원을 거쳐 건국대 경영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세계 3대 인명사전인마르퀴스 후즈후(Who’s Who in the World)’, 영국 케임브리지 국제인명센터 ‘21세기 탁월한 지식인 2000’, 미국인명연구소 ‘21세기 탁월한 지성에 모두 등재됐다. 저서로는 <현대사회와 지속가능경영>이 있고등 경영학 분야 국내외 저널에 30여 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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