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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R Monitor

기업노력과 여론의 괴리 CSR 커뮤니케이션 통로를 찾아라

정한울 | 139호 (2013년 10월 Issue 1)

 

 

편집자주

본 글은 사회적기업연구소와 동아시아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 제2013-01호를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대한민국 CSR 10,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2000년대 초부터 국제사회를 중심으로 CSR을 표준화, 규범화하려는 시도가 활성화되고 이러한 노력이 국내 언론을 통해 소개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로 CSR 10대 활동원칙을 주장한 유엔의 지구협약(Global Compact), 국제표준화기구의 사회적 책임 세계표준(ISO 26000), 기업의 지속가능보고서 표준(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등을 들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캐롤(Carroll) 등 전통적인 CSR 이론가들의 이론들과 해외 기업들의 CSR 사례들이 언론에 집중 소개되면서 CSR이 사회적인 관심사가 됐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변화된 국제적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CSR을 기업경영 전략의 하나로 여기고 본격적인 대응을 시작했다.

 

한국 사회에서는 CSR의 긍정적 측면만 부각하는 경향이 강했고 이 같은 기류가 CSR 논의 확산에 긍정적 기여를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CSR 논의가 도입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 한국 CSR이 제대로 방향을 잡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과 딜레마적 상황에 대해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2013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의 RADAR 2013의 한국 조사결과를 보면 한국 CSR이 기업과 사회 모두에 상생의 비전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CSR 논의가 도입된 이래 10년이 지난 지금, CSR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인식을 보면 CSR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제대로 효과를 보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얘기다. 이 글에서는 RADAR 2013의 한국 조사결과를 토대로 (1) 대기업 불신 심화 (2) CSR 규제 여론의 강화 (3) 소비자의 CSR 소비행동의 약화 (4) CSR 커뮤니케이션의 위축이라는 네 가지 차원에서 한국 CSR이 직면한 딜레마를 정리하고자 한다.

 

 

딜레마1: 사회공헌 3조 원 시대, 커지는 대기업 불신

전경련 <사회공헌백서>에 따르면 2002 202개 사의 사회공헌지출 총액은 1870억 원에 불과했지만 10년이 지난 2011년에는 222개 사의 사회공헌지출 총액이 31240억 원에 달했다. 명실상부한 사회공헌 3조 원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림1) 기업당 사회공헌 지출액을 기준으로 보면 2002∼2005 1개 기업당 평균 50억 원대 지출을 했지만 CSR 논의가 본격화되는 2006년 전후로 89억 원 수준으로 급증했고 2008년도에는 100억 원을 넘어섰다. 이 같은 증가 추세는 계속 이어져 2011년 집계 결과에서는 1407000만 원 수준까지 상승했다. 이러한 수치는 일본 기업들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2011년 기준 세전이익 대비 사회공헌 비중은 3.2%로 일본 대기업(364) 2.73%보다 높은 수준이며 매출액 대비 사회공헌 비중을 봐도 2011년 한국의 222개 사 평균이 0.26%로 일본의 428개 사 0.24%보다 높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전경련 사회공헌백서 2012)

 

 

1)“대기업 신뢰한다” 2012 44% → 2013 38%

한국 대기업들의 CSR 관련 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이러한 노력이 기업의 평판과 이미지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림 2>의 기관신뢰도 평가를 보면 2012년과 2013년 모두 국제기구, 학술기관, NGO들에 대한 신뢰도는 높았고 대기업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았던 한국 정부와 한국 언론/대중매체에 대한 신뢰도는 상승했다. 반면 한국 대기업은 2013년 조사에서 조사대상 기관 중 유일하게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2013년 조사결과를 보면, 새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전년 대비 6%포인트 상승한 48%, 국내 진출한 해외 기업이 45%, 언론/대중매체의 경우 41%였다. 그러나 국내 대기업에 대해서는 전년 대비 6%포인트 하락한 38%에 그쳤다.

 

 

2)CSR 평판의 하향평준화

업종별 CSR 평판조사 결과를 봐도 2012년 이후하향평준화경향이 확인된다. 2012년 이전까지 첨단 IT 산업, 통신산업, 전력과 자동차산업 등 한국 경제의 중추를 담당하는 업종의 대기업들이 한국 기업의 CSR 평판을 주도하고 석유/정유, 화학, 광업과 같은 환경유해 업종과 주류, 담배 등 건강유해업종, 은행/금융 같은 업종들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등 뚜렷한 평판의 차이를 보여줬다. 그러나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사회공헌 활동 및 윤리경영을 강조하며 적지 않은 CSR 비용을 지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3년 조사에서 그동안 선두주자 역할을 했던 IT 통신 분야, 전력과 자동차 산업 분야 기업들에 대한 평판도가 크게 하락하고 CSR에 대한 부정적 평판을 받던 업종들도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전반적으로 하향평준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림 3)

 

 

2)진정성 위기: “기업의 CSR 활동은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다” 80%

기업의 CSR 활동 강화에도 불구하고 CSR 평판이 하향 평준화되고 대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주된 원인은 사람들이 기업의 경제적 이윤 추구와 사회적 책임을 서로 상충하는 가치로 이해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중이 CSR의 동기를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CSR에 대한 태도와 구매의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귀인이론(attribution theory)의 주장처럼 CSR 활동에 대한 기업들의 진정성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하는가가 중요하다. 이번 조사보다 한 해 앞서 진행됐던 2012년 조사에서는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이유는 진정으로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다라는 주장에 39%가 매우 동의, 41%가 대체로 동의했다. 전체 응답자의 80%가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활동의 진정성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그림 4) 한국 국민들의 경우 아직 기업의 CSR 활동과 기업 이미지 개선과 이윤 추구이라는 경제적 활동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을 위선적인 태도로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업의 CSR 활동에 대한 광범위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기업에 대한 신뢰가 감소하는 역설이 확인되고 있다.

 

이윤 창출을 자신의 기본 임무로 하는 기업에 경제적 가치(평판과 이미지 개선)와 사회적 가치의 추구가 서로 상충하는 개념으로 이해되는 한 이러한 진정성 위기는 불가피하다. 최근 경제적 가치추구와 사회적 가치추구가 공유 가능한 가치라는 포터와 크래이머의 ‘CSV(creating shared values)’ 개념에 대한 공감이 커지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딜레마2: CSR 강제 강화 여론 급증

1)“정부가 CSR 촉진하는 법 제정해야 한다 2008 44% → 2013 84%

지속가능한 CSR이 되려면 기업의 CSR 활동이 외적인 강제가 아닌 자발성(voluntarism)에 기초한 스스로의 인식전환에 기반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 국민들 사이에서 CSR을 정부의 법적 규제를 통해서라도 진행해야 한다는 규제여론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제품의 가격이 오르거나 일자리가 줄더라도 대기업들이 전통적으로 해온 경제적인 역할을 뛰어넘어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도록 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찬반이 팽팽히 맞섰다. 2002∼2005년에는 찬성여론이 47∼51%, 반대여론도 44∼51%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2006년도에는 정부의 CSR 강제법안에 대한 찬성여론이 63%까지 올랐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경제적 위기감이 커지면서 CSR 정부강제에 대한 지지가 44%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2010년 들어와 CSR을 기업의 자발적 책임으로 인식하기보다 정부규제를 통해서라도 확산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83%로 치솟았다. 2013년 조사에서는 84%까지 상승했다. 이 같은 한국에서의 CSR 강제 제도화 여론의 강도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39%), 영국(54%) 같은 영미형 국가, 독일(39%), 프랑스(48%) 등의 유럽 선진국은 물론 중국(71%), 인도네시아(69%), 인도(58%) 등 주변 아시아 국가들의 규제여론을 훌쩍 뛰어넘는다. ( 1) 이러한 규제여론의 급상승은 CSR의 조속한 확산에 대한 강한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이자 최근 강화되고 있는 대기업의 CSR에 대한 불신이 함께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또한 이 시기에 한국에서 경제위기가 어느 정도 극복됐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보편복지 및 경제민주화 논쟁이 선거 쟁점으로 떠오르는 환경이었음도 고려해야 한다.

 

딜레마3: 소비자의 양면성, 인식과 실천의 괴리

1)사회책임윤리와 윤리적 소비인식의 성숙

2000년대 이후 한국 사회에 CSR 논의가 본격적으로 부상한 이래 국민들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공유하고 분담하겠다는 소비자의 사회적 책임 윤리의식도 성숙하고 있다. “나는 다음 세대를 위해 환경을 보전하려면 우리가 소비를 덜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주장에 84%가 동의하고나는 사회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제품에 대해서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인식도 77%에 달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사회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제품을 사라고 권유한다는 윤리적 소비행동에 대해서도 66%가 공감을 표했으며나는 내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는 소비자 사회책임에 대한 자성 여론도 58%에 달했다. (그림 5)

 

 

또한 기업의 CSR 활동에 대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효능감(efficacy)과 기업의 CSR 활동을 평가 근거로 한 소비자 구매의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효능감은 대중의 해당 이슈에 대한 관심과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심리적 자신감을 의미한다. CSR에 대한 기대감과 자신감의 상승은 한 사회의 CSR 실천의 수준을 높이는 필수조건 중 하나다. “소비자로서, 나는 기업이 책임감 있게 행동하도록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에 72%가 동의함으로써 높은 CSR 효능감을 보여줬다. “나는 윤리적이고 책임감 있는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만 구매한다는 윤리적 소비의향에 대해서도 67%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이러한 의도를 실현할 수 있을 정도로 “CSR을 고려해 출시된 제품이나 서비스의 공급도 충분하다는 인식도 57%가 동의함으로써 CSR을 고려한 제품/서비스가 CSR 소비행동을 상당 부분 뒷받침하고 있다는 인식이 다수를 차지했다.

 

2)윤리적 소비행동(ethical behaviorism)의 위축

윤리적 소비자 인식과 내적인 효능감은 커지고 있지만 이러한 효능감으로 윤리적 소비행동(ethical behaviorism)은 오히려 위축되고 있는 현상도 관찰된다. 윤리적 소비행동이 CSR의 확산과 정착에 중요한 이유는 윤리적 소비행동이 기업의 자신의 경제활동에서 CSR의 원칙을 준수하게 하는 인센티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의 사회적책임에 소홀할 경우 기업에 책임을 묻고 CSR 활동에 나서도록 하는 시민규율(civic regulation)의 힘이기 때문이다.

 

윤리적 소비행동의 대표적인 사례는 CSR을 잘하는 기업에 대한 평가의 전파 및 해당 기업 제품/서비스의 구매/불매 등의 직접적인 소비선택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림 6>을 보면 CSR을 잘못하는 기업에 대해 불매하거나 비판적 구전활동을 진행해본 경험이 있다는 여론이 2008 CSR 확산기에는 지속적으로 상승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8%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대로 CSR을 잘하는 기업 제품을 실제로 구매하거나 추천해본 경험 역시 2009년 조사에서 45% 수준까지 높아졌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37%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러한 윤리적 소비행동의 위축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규제여론과 이어질 경우타율적 CSR 실천 ·국민들의 진정성에 대한 불신 · CSR 투자 위축 · 강제여론 강화라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딜레마4: CSR 커뮤니케이션 통로가 없다

1)개별기업 CSR 활동, “보거나 들어본 적 없다” 65%

또 다른 딜레마는 사회적으로 CSR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지지만 정작 각 기업들의 실제 사회적 책임활동에 대한 정보 접촉 빈도는 줄고 있다는 점이다. 2006년 조사에서특정 기업이 사회발전과 환경보호, 사회환원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지난 한 해 동안 얼마나 들어보거나 읽어보셨습니까?”라는 질문에 2006년 조사에서 61%(매우 많음 5% + 몇 번 있음 56%) CSR 활동 정보를 접촉했다고 답했지만 2010년 조사에서는 정보접촉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41%(매우 많음 6%+몇 번 있음 35%)로 급감했다. 2013년 조사에서도 이러한 추세가 유지돼 기업의 CSR 활동 정보를 접해본 경험이 많이 있다는 응답이 6%, 몇 번 있다는 응답이 29% 35% 수준까지 떨어졌다. 별로 없다는 응답은 55%, 전혀 없다는 응답도 10% 65%가 부정적인 응답을 했다.

 

 

2)커뮤니케이션 매체도 문제, CSR보고서 효과 미미

현재 대부분의 기업들이 ISO26000, GRI 지속가능보고서, 유엔 글로벌컴팩트 등이 제시하는 국제표준 가이드라인에 맞춰 자신의 CSR 활동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으며 이러한 보고서 작성과 홈페이지를 통한 CSR 활동 소개가 주요 기업의 CSR 담당부서의 주 업무로 볼 수 있다. 소비자들과의 CSR 커뮤니케이션의 주된 통로가 CSR 보고서나 CSR 관련 홈페이지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그림7>에서 기업의 CSR 활동에 대한 소식을 접해 본 적이 있다고 답한 176명 중 대다수가 기업의 CSR 활동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매체로 언론의 뉴스 보도(85%), 기업 광고(62%), 인터넷 매체(55%)를 꼽았다. 기업이 중시하고 있는 기업의 CSR 발간물이나 보고서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는 응답은 35%로 지인(친구, 가족)을 통해 구전되는 수준(32%)에 불과했다(중복 응답).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는 응답자(97)들이 주로 의존하는 인터넷 매체는 역시 인터넷 언론 기사였다(중복응답). 인터넷 기사에 의존한다는 응답이 CSR 정보취득 매체로 인터넷을 꼽은 응답자의 80%로 압도적이다. 반면 SNS에 의존한다는 응답은 22%, 해당 기업의 홈페이지를 활용한다는 응답자는 18%에 불과했다. 결국 커뮤니케이션의 관점에서 보면 기업들의 CSR 커뮤니케이션이 주로 온라인, 오프라인 언론 매체와 광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시급히 개선해야 할 지점으로 보인다. (그림 8)

 

 

한국 CSR 방향전환이 필요하다

이상으로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의 한국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국 국민들의 CSR 인식에서 나타나는 딜레마적 상황을 살펴봤다.

 

우선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사회적 책임활동을 강화하고 관련 지출을 늘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에 대한 불신이 심화되고 있다. 이번 조사결과는 무엇보다 기업들 스스로 지난 10여 년간의 CSR에 대한 만능론적 접근이나 무용론적인 이분법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CSR의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시사해준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경제적 이윤추구를 위선적 행위로 인식하는 한 기업이 아무리 CSR에 막대한 자원을 쏟아붓더라도 CSR이 오히려 기업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는, 의도하지 않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점이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대립적인 관계로 이해하는 기존의 CSR 관점에서 벗어나 양자가 양립 가능한 가치라는 사회적 인식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러한 인식전환이 있어야 정부의 법적 규제를 통해 강제해야 한다는 규제론 대신 기업의 자발적 책임을 활성화시키고 이러한 자발적 책임활동이 강화되면서 기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신뢰가 회복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국민들 역시 높아지는 사회책임윤리에 걸맞은 성숙하고 능동적인 윤리적 소비행동이 활성화되고 정부의 규제에 의존하기보다 사회 내부에서의 인센티브와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

 

지나치게 국제표준 논의에 얽매일 일도 아니다. 글로벌콤팩트, ISO 26000, GRI 국제 표준 등이 초기 CSR 논의 활성화에 기여를 했지만 일정 단계가 지나면서 다양하고 실정에 맞는 CSR 활동을 억제하는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 실제로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기업의 CSR 관련 정보에 대한 사람들의 접촉 빈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진정성에 대한 불신도 한몫했겠지만 창의적인 방식으로 실정에 맞게 이뤄져야 할 CSR 커뮤니케이션을 획일화한 부작용에 대해서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편 정부는 기업의 CSR 활동에 대한 직접적인 강제와 규제보다 경제적 인센티브 제공, 교육, 홍보, 네트워크의 장 마련 등을 다각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자발적으로 CSR이 이뤄질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힘써야 한다. 사회와 국가의 발전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CSR에 관한 정부-기업 간의 긴밀한 협력이 이뤄질 때 국민들도 CSR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윤리적 소비 등 직접적인 행동을 보이게 된다. 이것이 현재 나타나고 있는 CSR의 딜레마를 극복하는 단초가 될 것이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EAI) 사무국장 hwjeong@eai.or.kr

필자는 고려대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민간 연구소 중 글로벌 톱 15위 안에 매년 랭크되고 있는 동아시아연구원(EAI)의 외교안보센터 부소장을 거쳐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으로 오랜 기간 재직했다. 현재는 연구원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여론의 동향을 정확하게 조사·진단하고 정치, 경제, 사회적 어젠다를 개발함으로써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한 다수의 논문이 있다. 2012년 여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연말 대선에서 50대가 보여줄 결집현상을 미리 예측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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