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도미닉 바튼 맥킨지앤드컴퍼니 글로벌 회장

“거대한 파도 5가지 메가 트렌드에 올라 타라”

김선우 | 138호 (2013년 10월 Issue 1)

 

한국 사정에 정통한 세계 최고 컨설턴트의 한마디 한마디에 청중들은 귀를 기울였다. ‘동아비즈니스포럼 2013’의 둘째 날 기조연설을 맡은 맥킨지앤드컴퍼니 도미닉 바튼 글로벌 회장은 경영전략 이론보다는 컨설턴트답게 최근의 글로변 변화 트렌드를 소개하고 27년 동안의 컨설팅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경험담과 현실적인 조언들을 쏟아냈다. 바튼 회장은 1986년 이후 28년 째 맥킨지의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1997∼2004년 맥킨지 한국 사무소에서 근무하며 대표까지 지냈고 이후 아시아태평양 회장을 거쳐 2009년부터 글로벌 회장을 맡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직속 국제 자문단 위원장을 지낸 바 있으며 캐나다 수상의 공공서비스 부문 자문역을 맡고 있는 등 국내외에서 다양한 자문을 해주고 있다. <위험한 시장> 등의 공저가 있으며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 학사 학위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바튼 회장의 기조연설과 이후 이어진 바튼 회장과 박상용 연세대 교수와의 토론 내용을 요약했다.

 

<기조 강연>

맥킨지에서 생각하고 있는, 앞으로 세계를 바꿔놓을 변화에 대해 얘기하려고 한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 300년 동안 볼 수 없었던 유례없던 변화다. 이 변화들이 기업들에 주는 시사점,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짚어보고자 한다.

 

우선, 다섯 가지 메가 트렌드(Mega-Trends)에 대해 말하겠다. 이러한 메가 트랜드는 거대한 파도와 같아서 막을 수 없고 피할 수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첫 번째는 Rebalancing이다. Rebalancing은 서양에서 동양으로 중심축이 이동하는 것과 앞으로 10∼15년 동안 22억 명의 중산층이 양산되는 추세들이 몰고 올 변화를 의미한다.(그림1)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신흥강국들이 새로운 축으로 등장할 것이다.

 

두 번째는 인구 고령화 현상이다. 향후 20년간 한국, 일본뿐 아니라 중국의 고령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 고령화는 생산성, 노동방식, GDP 성장률, 의료비용 등에 걸쳐 변화를 가져온다. 세 번째는 기술(techonology)의 변화다. 기술의 변화는 라이프스타일 뿐 아니라 기업의 운영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나는 매일 하루에 두 명 정도의 CEO를 만나 대화를 나눈다. 지난 4년 동안 약 2500명의 CEO를 만난 것 같다. 그때마다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CEO들이 가장 우려하고 고민하는 부분은 기술이다. 리테일, 금융, 광산업 등 어떤 산업을 막론하고 가장 우려하고 고민하는 부분은 기술인 것이다.

 

네 번째는 바로 자원의 희소성 문제다. 신흥 중산층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 사치품 등 내구재 및 식량 자원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자원에 대한 압박감이 커지고 있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정부다. 서방 민주주의 정부들이 국가를 운영하는 방식에 변화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퍼레이션 방식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200년 동안 사용해 온 방식이기 때문이다. 각국의 정부들은 엄청난 변화에 따라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신규 중산층의 소비를 충족시키려면 프록터앤갬블(P&G) 크기의 소비재 회사가 75개 더 필요하다. 중산층 증가는 기업들에 큰 기회다. 그 점을 고려하면 전략 수립 시 가장 중요한 부분이 국가별로 전략 수립하는 습관을 버리고 도시별 맞춤형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가 아닌 도시에 큰 시사점이 있다. 특히 중국은 나라보다는 도시별로 접근해야 한다.

 

기저귀 판매기업인 P&G나 유니레버를 생각해보자. 그런 소비재 회사라면 가장 집중해야 하는 곳이 나이지리아다. 나이지리아는 아동 의류라든가 아기 용품에 대한 수요가 가장 많이 늘어날 시장이기 때문이다. 유럽 시장 전체 수요를 합쳐도 나이지리아에 미치지 못한다. 나이지리아 하면 보통 검은 대륙, 부패, 혼란 등 부정적 이미지가 대다수지만 이런 이미지가 곧 변해야 할 것이다.

 

상투메프린시페(Sao Tome and Principe)라는 아프리카의 서부 해안에 작은 나라가 하나 있다. 내가 브라질에서 일할 때 한 클라이언트가 서아프리카가 남부 브라질보다 북부 브라질에 지리적으로 훨씬 가깝다는 말을 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중요한 항구가 바로 상투메라는 것이다. 아마도 99.9%의 경영진은 상투메가 어딘지 모를 것이다.

 

수조 달러의 시장 기회가 새로운 중산층에 의해 생산될 것이다. 한국 기업에도 기회가 있다. 한국은 인프라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이런 국가들이 인프라 투자 확대로 이어지면 기회가 충분히 있다. 아프리카 도시들의 재정 관련 의사결정이라든가, 정치적 의사결정도 중요하지만 확실한 것은 인프라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이다. 중산층 소비자가 22억 명이 된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전 산업을 통틀어 기회가 있다.

 

자원의 희소성 중에서는 수()자원에 대해 얘기하겠다. 물은 전 세계적으로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는다. 세계은행과 함께 자세히 조사한 결과 2030년이 되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곳이 40% 라고 한다. 심각한 문제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중국과 베트남이다. 중국에서 발원한 메콩강이 베트남으로 흐르는데 중국에서 댐을 건설해서 메콩강의 수량이 줄어들고 있다. 에티오피아와 이집트에서도 수자원 분쟁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나일강 때문이다. 나일강은 에티오피아의 고원에서 발원하지만 이집트는 나일강이 자신들의 것이라고 믿고 있다.

 

고령화 얘기로 넘어가겠다. 전 세계 인구 중에 65세 이상은 앞으로 30년 동안 2배나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80세 이상의 인구는 1960년대만 해도 적은 부분을 차지했는데 앞으로 4억 명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고령층이 소비와 지출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대부분 국가 정부에서 고령인구에 대해서 고민한다. 특히 건강상의 문제를 우려할 것이고, 의료 보험 문제가 있다. 또 예전에는 은퇴 나이가 60세였는데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에서 처음 정해졌다. 이 은퇴 나이는 인간의 평균 수명이 62세였을 때 책정된 것인데 지금은 평균 수명이 증가해 80세가 됐다. 이 점을 감안하면 헬스케어 비용이 증가할 것이다. 여기서 파생되는 다른 문제는 노동 숙련도와 관련된 것이다. 앞으로 비숙련 노동의 공급은 엄청나게 늘겠지만 반면 숙련 노동자에 대한 수요는 공급보다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인재를 어떻게 데려올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이번에는 기술의 변화에 대해 얘기하겠다. 디지털 시대가 왔는데 22억 인구가 중산층에 있기 때문에 인구 구성의 변화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GDP 1, 2차 산업혁명에 비해 엄청나게 큰 규모로 증가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들을 금방 끝날 트렌드로 생각해서는 안 되고 지속적인 변화로 인지해야 한다. 예를 들면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사실 1969년 인간을 달에 보낼 때 이용한 기술의 총량을 지금 손에 쥐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데이터 측면도 중요하다. 우리는 현재 2일마다 0∼2003년에 생산한 총정보와 같은 양의 정보를 만들어 내고 있다. 물론 이 많은 정보가 다 유용한 것은 아니지만 그중 5%는 매우 유용하다. 따라서 앞으로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업이 경쟁우위를 획득할 것이다.

 

맥킨지에서 와해성 기술(disruptive technology), 100개를 샘플로 분석을 해봤는데 그 과정에서 구글이나 MIT의 도움을 받아 100개 중 12개의 가장 와해적인 기술을 꼽아봤다.(그림2) 첫째는 모바일 인터넷이다. 중국의 경우 가장 큰 시장은 E-commerce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작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흥미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한다. 미국은 대다수가 중국과 직접 거래를 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에 중국에서 이런 기회(E-commerce)가 있으며 한국에서도 E커머스 기회를 포착해야 하고 인터넷과 모바일 덕분에 전 세계 22억 중산층 시장에 접근할 기회가 생기고 있다.

 

다음은 자동화다. 자동차도 자동화가 많은 분야다. 예컨대 요즘 광업 지대를 가보면 운전자가 없는 트럭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미항공우주국(NASA)이 우주선을 조종하듯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 원격으로 광산을 개발할 수도 있다. 브라질은 앞으로 굉장히 큰 농업 파워하우스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농민들이 직접 벨기에보다 규모가 큰 농장에서 농사를 짓는다. 농장이 너무 크기 때문에 드론(drone)을 사용하고 있었고 드론에 카메라가 달려 있어 곡물 생산, 관개 상태를 체크하는 최첨단 기술을 본 적이 있다. 이처럼 현재 산업과 기술을 통합하고 그것들을 다른 곳에 적용해서 더 큰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CFO가 공식 직책이 된 때는 1961년이었다. 처음 CFO라는 자리를 만든 회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던 엠펙이라는 기업이었다. 처음으로 CFO라는 임원이 경영진에 추가가 된 거다. 지금이라면 CFO가 없다면 미쳤냐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제는 CFO에 버금갈 정도로 Chief Digital Officer(CDO)가 필요하다는 거다. 모든 회사가 CDO를 만들 시점이 됐다고 생각한다. CDO CIO CTO와는 달리 데이터 관리를 하는 직책이다. 캐터필러나 롤스로이스와 같은 기업들을 보면 정비가 필요할 때를 기계가 알아서 알려줄 정도로 데이터 관리가 잘 된다.

 

세계의 전체적인 경제 속도가 급속히 빨라지기 때문에 기업의 평균 수명도 변하고 있다. 1935년에는 S&P500 기업이라면 평균 수명이 90년이었다. 2011년 현재 이들 기업의 수명은 18년밖에 되지 않는다.(그림3) 기업 수명이 적어지는 건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다. 변화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죽는 셈이다. 맥킨지에서 주장하고 있는 것은 지금의 업무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거다.

 

지금까지의 포인트를 정리해서 다섯 가지 시사점을 얘기하겠다. 첫 번째로 디지털화 과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월마트 CEO인 마이크 듀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3가지 꼽아달라고 했더니 디지털화를 언급했다. 미국 기업들이 직면하는 문제 중 하나는 많은 소비자들이 온라인 구매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심지어 오프라인으로 구매를 하는 고객들도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상품을 구경하고 확인한다고 한다. 그만큼 디지털화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월마트는 이런 디지털화에 대비해 자원을 배분하고 잘 대응했기에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유통기업뿐 아니라 철강 기업이나 광산 기업, 석유회사라도 범람하는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고 분석해서 생산성을 향상시킬지 주목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화 가속화는 어떤 기업이든지 우선순위에 두고 다뤄야 한다.

  

3M은 식상한 예이기는 하지만 5년 동안 30%의 예산을 새로운 비즈니스에 투자한다. 이런 변화는 기존에 있는 산업 분야 몇 가지를 공격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어렵다. 하지만 요즘과 같이 변화무쌍한 시대에 성공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처럼 혁신의 저변을 넓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반면 코닥은 똑똑한 직원들이 있었지만 미래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당장 눈앞의 이익을 버리지 못했다. 혁신의 저변을 확대하는 것은 이처럼 어려운 일이다.

 

세 번째는 자원의 재분배다. 20년에 걸쳐서 기업들이 어떻게 활동하는지 여러 산업에 걸쳐 연구해봤더니 자원 분배를 현명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한 기업들의 성과가 훨씬 더 좋았다. 대부분의 기업에 있어서 예산은 지난해 대비 5% 정도 증가한다. 이렇게 단계적으로 증가하는데 5%와 같이 일정량의 정해진 퍼센트를 배분하는 것은 단기간에는 실적이 좋아질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 시각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20%, 30% 등 공격적인 자원 재분배를 시도하면 더욱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맥킨지 사례를 들면, 우리는 전 세계에 여기저기에 지사를 두고 있는데 전 세계에 있는 105개 오피스 중 한 곳도우리는 예산을 덜 줘도 된다고 하는 곳은 없다. 항상 더 많이 요구한다. 여러 가지 모멘텀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모두 감안해서 현명하게 재분배해야 한다. 분석 결과, 가족기업이나 펀드가 장기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은 공격적으로 재분배를 하는 반면 상장된 기업의 경우는 보수적으로 재분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톰슨로이터의 경우 톰슨가()가 운영하고 있는데 신문 등 여러 가지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신문 사업을 일으킨 회장에게 로이터통신을 사들이면서 신문 사업을 그만두자고 제안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회장은비즈니스에 있어서는 감정이 개입돼서는 안 된다. 좀 더 냉철해야 한다. 안 되면 버려라라고 했다고 한다.

 

네 번째는 민첩함(agility)이다. 기업뿐 아니라 모든 기관은 전 세계가 너무 빠르게 변화하므로 어떻게 조직을 대응, 적응시킬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다.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자면 맥킨지에서 공장을 어디다 지어야 하는지 자문한 적 있다. 물류와 관련 비용, 환율을 계산해 보았더니 계속 변하더라. 예컨대 오늘은 루마니아가 가장 적절한 곳이 될 것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내일은 체코가 가장 적합한 지역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환율이 계속해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이미 세운 공장을 옮길 수 없기 때문에 자동차를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듈이 애초에 10개였다면 이를 20개로 확대하는 것이 좋다. 상황에 따라 움직일 공간을 만들어 소싱(sourcing)에 융통성을 더 키우는 것이다. 다양한 변수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민첩한 서플라이 체인을 만드는 것은 매우 복잡하지만 필요하다. 과거에는 모두가 lean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것도 옛날 얘기다. 민첩함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 서플라이 체인이 비교우위의 가장 큰 원동력 중의 하나다.

 

 

마지막은 인재와 관련된 내용이다. 인재는 기업의 경쟁력에 가장 중요한 자원이다. 인재들을 많이 확보한 기업이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인재의 채용, 교육, 양성, 경험, 그리고 글로벌 역량들이 기업의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기존의 서양 기업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보다 급부상하는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배울 것이 많다. 예컨대 컴퓨터 기업 레노보의 경우 최고경영진 14명 중 7명이 중국인이 아니며 전 세계 브라질, 중국, 인도, 미국 등 6군데에 본사가 있다. 6주마다 한 번씩 실제로 만나서 회의를 한다. 22억 명이라는 신흥 중산층을 공략하기 위해 이런 공격적인 모습으로 글로벌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변화는 구체적으로 모든 기업들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 새로운 환경에서는 변화에 대응하는 한국 기업들에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다.

 

 

<토론 세션>

박상용 연세대 교수: 잘 아는 분과 대화를 하게 돼서 반갑다. 시간관계상 슬라이드를 보여주지 못했던 리더의 자질에 대해 말해달라.

 

바튼 회장: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가운데 리더의 역할은 무엇인가, 또 어떻게 변화하는 것일까. 기업의 CEO도 그렇지만 일반적인 조직의 리더 역할을 생각하면 백마 위에 탄 잭 웰치처럼 명령하고 지시하고 권한을 갖는 군사적인 리더의 모습이 자리잡은 것 같다. 만약 군의 소장이 중장이 되고 싶다면 자신을 버리고 희생 정신을 가져야 하고 판단력이 좋아야 한다. 이는 일반적인 자질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목적의식이 무엇인지에 집중하면 좋다. 일을 할 때 주주수익률을 불려주기보단 CEO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클라이언트 중에 리더를 배출하는 걸로 유명한 CEO가 있었다. 그에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리더의 자질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변했냐고 물었다. 그는 훌륭한 10명의 리더와 일했는데 금융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그렇게 훌륭했던 리더들 중 2명이 무너졌다고 한다.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한 거다. 그래서 어떻게 리더의 자질을 파악하느냐고 물었더니 경영진을 이틀 밤만 자고 가라고 집에 초대해 가족과 시간을 함께 보내면 개개인의 면모를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박 교수: 도시화와 디지털화가 진행된다고 했는데 두 가지 현상에 대해 앞으로 사람들의 연결성이 점점 증가할거라 예상된다. 수십억 명이 시골에서 도시로 이동하면서 인터넷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이렇게 도시로 이동하는 사람들을 ‘rising billion’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연결성이 급변하면 도시공간과 사이버 공간을 합쳐서 굉장히 많은 혁신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이 된다. 한국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바튼 회장: 많은 사람들이 실제 역량의 10%밖에 활용하지 않는다. 열정이 있고 무엇 잘하는지 알아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전체 기회의 10%만 활용한다. 그래서 SNS를 통해 분출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우리는 역량이 훨씬 더 강화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Bottom of the Pyramid에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는 사람들이 출신 학교 의존도가 낮아질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좋은 기회가 제공될 거라 생각한다. 교육 정도에 상관없이 어디에든 접근할 기회가 많아졌고 협력할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인도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는데 빈곤층에서도 인터넷으로 활용해 연결되고 사업을 하고 있다. 그래서 리쿠르트할 때 새로 실험하고 있는 게 있다. 게임 같은 건데 이 게임에서 잘하면 인터뷰를 한다. 15세인 한 학생을 발견했는데 너무나도 똑똑했다. 절대 발견할 수 없었던 인재다. 그는 게임만 하고 있었지 맥킨지라는 회사 몰랐다고 한다. 이런 인재를 발굴해서 너무 좋았다. 중소기업도 앞으로 이런 식으로 더 좋은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박 교수: 도시화와 디지털화와 관련해 한국은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본다. 어떻게 하면 한국도 추가적 수익을 실현할 수 있을까? 고용 측면에 있어서 세계에서 가장 큰 제조회사들도 직원 수를 줄이고 있는 추세다. 한국은 젊은 세대들의 취업이나 고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바튼 회장: 굉장히 큰 딜레마라고 생각한다. 대기업들은 점점 더 일자리 수를 줄이고 있고 해고도 증가하고 있고 기술의 역할이 강해지면, 예컨대 자동화가 늘어날수록 이런 현상, 일자리가 불필요한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다. 터키의 예를 들면, 중소기업들을 봤을 때 실로 놀라운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미국도 터키 중소기업의 실적을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다. 터키의 성공 비결은 직원들의 사고다. 터키 학생들은 창업 정신을 배운다. 사업의 크기와 상관없이 터키 학생들은 창업가 정신이 투철하다. 반면 한국은 옳고 그름에 대한 이분법 사고와 대기업 선호, 서열 구조가 아주 강한 나라 중 하나다. 여기서 한국과 터키의 차이가 발생한다. 한국에서는 교수나 엘리트 직업을 선호하고 터키는 창업을 좋아한다.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는 직업에 차이가 있는 거다. 두 번째 문제는 중소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의 해외 진출 기회를 더 열어줘야 한다. 특히 크라우드 펀딩을 주목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확산되고 있는데 예컨대 내가 밀워키에 있는 사업가라고 치자. 나에게 좋은 사업 계획이 있으면 그 사업 계획을 인터넷에 올려 모금을 할 수 있다. 벤처캐피털을 통해 기금을 조성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렇듯 기술의 발달을 통해 학교에서 공부시키지 않고 사람들이 기금을 조성하고 시장 진출의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한국의 교육시스템은 오랫동안 너무 구식으로 진행돼 왔다. 학교에서 공부를 가장 잘하는 학생들은 의대를 간다. 연세대 경영학과 학생들 중에도 음악, 문화, 미술에 재능이 있는데 아마 고등학생 때 공부를 잘해서 지금 회계를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 많을 것이다. 교육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우리 학생들을, 우리 인재들을 육성하는 데 문제점이 있는가 싶다. 인재 낭비라는 생각도 든다.

 

박 교수: 일반적으로 한국 기업들의 두드러진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

 

바튼 회장: 한국 기업은 디지털에 있어서는 천부적 재능 있다. 한국 기업들의 눈높이가 높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기업하는 사람들은 어렵고 치열한 곳에서 경쟁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기업들을 보면 한국에서 소비자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한국 재벌기업의 50년간 역사를 되돌아보면 당시 리더 특성과 오늘날 리더의 특성을 알 수 있다. 지금과 비교해보면 자원 재분배를 잘하던 리더들이 세계적 사업에서 더 성공적이었고 더 야심이 높았다. 약점은 민첩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워낙 서열사회이기 때문에 수평보다는 수직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한국 기업은 수직 통합적인 프로세스에서 가장 강점을 보이는 반면 자세히 보면 부서 간 소통이 잘 안 되는 회사가 많다. 수직적 통합구조 때문에 그렇다. 그리고 경영진 절반이 외국인으로 이뤄져 있는 중국 기업들에서 한국 기업들이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박 교수: 청중 질문을 받아보겠다.

 

청중: 패션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데 동남아 마켓에 대한 전략을 세우려고 한다. 근본적으로 이 지역이 갖고 있는 공통점을 찾고자 하는데 아세안 국가들이 어려운 이유는 한 국가 내 종교가 많아 배경이나 역사가 다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 국가나 지역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민족을 대상으로 한다는 게 어려운 것이다. 어떻게 grouping을 잘할 수 있을지 묻고 싶다.

 

바튼 회장: 국가적 차원으로 묶기엔 애매하다. 도시 단위가 최소단위일 것 같은데 도시 단위면 클러스터 만들기가 더 쉬워진다. 아세안에 5억 인구가 있는 걸로 아는데 주요 도시가 40개 정도 있다. 거기서 다시 인종으로 나누면 된다. 타깃 그룹이 뭔지 모르겠는데 예를 들어 무슬림 중산층 여성이라고 나눠보자. 이런 사람들이 모이는 포럼이 있을 것이다. 말레이시아에 무슬림 여성 콘퍼런스가 있을 수도 있고. 태국에서 누구와 컨택을 할건가. 캄보디아 라오스에서는 어디와 컨택을 할건가. 집중해야 할 도시는 어디인가를 잘 생각해보라. 사실 비지니스 규모가 작을수록 포커스를 할 필요가 있다. 네트워크가 있다면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청중: 금년 맥킨지 한국 보고서 잘 봤다. 한국 경제가 봉착한 구조적 문제가 잘 지적돼 있다. 더 좋은 것을 지향하다 생긴 역효과라고 생각한다. 사교육비 지출이 중산층을 압박하고 있고 공교육에서 모두를 충족하기엔 문제가 많다.

 

바튼 회장: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집념이 대단하다. 추진력이나 집념을 떠올렸을 때 한국 사람들이 가장 먼저 생각이 난다. 하지만 이것 때문에 사회적 압력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자살률도 높고. 나는 한국을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람들이 느끼는 경직성이라든가 사회적인 압박을 볼 때마다 놀란다. 사람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정해진 길을 벗어난다 하더라도 지원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많은 부모들이 엄청난 규모의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다. 유치원 때부터 시작하는 교육제도를 보면 교육제도의 개혁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조금 더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거다. 정해진 대학, 정해진 고등학교에 가야 한다는 압박을 거두고 몬테소리같이 하고 싶은 일을 지원해주는 곳이 필요하다. 믿지 않겠지만 점수를 아예 제외한 교육 시스템도 있다. 이제는 경직된 제도를 없애야 한다.

박 교수: 교육비 관련 사회문제가 엄청 많다. 이건 기성세대의 부모님 세대가 잘못 판단해서 그렇다. 명문대학 간판 가치에 대한 믿음 때문에 그러는데 과거에는 명문대학 나오면 안락한 생활을 했다. 지금은 그런 세대는 끝났다. 금년 맥킨지 보고서를 봐도 좋은 대학 나오면 조금 더 좋은 직장 가서 잘하지만 명문대학 나올 때까지 부모가 투자한 걸 보면 마이너스라는 거다. 점점 더 그렇게 될 거다. 명문대학에 대한 집착을 과감하게 버리고 찾아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너무 푸시할 필요 없다. 전 세계 유명 대학, 유명 교수들이 하는 강의 전부다 들을 수 있다. 곧 무료 온라인 교육을 통해서 얼마든지 교육받을 수 있다. 너무 파괴적인 경쟁을 해서 젊은 학생들의 삶이 파괴되는 것을 기성세대들이 이해하고 줄이면 이런 사회문제가 줄어들 거라고 생각한다.

 

청중: 한국의 IT 대기업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불확실한 경영환경과 모호함 속에서도 강력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하드웨어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는데 앞으로도 제조업 분야(특히 하드웨어)에서 기존 역량을 강화할지, 혹은 실리콘밸리의 플랫폼 강자들인 구글,

아마존 같은 기업에 대응하기 위해 늦더라도 소프트웨어 분야의 역량 강화해야 할지 고견을 듣고 싶다.

 

바튼 회장: 진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기득권층의 회사들이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직면한 문제도 이것과 같다. 특히 헬스케어 분야의 기회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한국의 전자 업체가 진출해야 할 분야는 헬스케어 분야라고 생각한다. 하드웨어인지 소프트웨어인지를 구분하기보다 리스크 측면에서 산업의 수직적인 구조를 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청중: 다양한 산업을 자문했는데 현재 최고경영진에게 가장 큰 이슈는 리더십이다. 맥킨지와 같은 기업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직원들을 동기부여를 하나?

 

바튼 회장: <포천> 500대 기업의 경영진을 보면 회의할 때 항상 리더십과 인재 양성에 대한 논의를 한다. 이것이 성과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리더십의 목적의식에 대해서는 고민이 없다. 왜 리더로서 이 역할을 담당하는지, 리더가 어떤 목적을 갖고 있고, 또 팀원들이 어떻게 협조할 수 있을지 그런 목적에 동의해야 리더를 만들 수 있다. 또한 불확실성이 증가하기 때문에 리더들이 실패를 경험했을 때, 극복을 어떻게 돕는지도 중요하다. 놀라운 것은 어떤 집단, 어떤 특정 연령층이 다른 집단보다 성공을 더 많이 거뒀을 때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찾아보면 성공을 더 많이 한 사람들은 실패 경험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들의 특징은 리스크를 감수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패 경험이 많았던 것이고 낙담하지 않고 다시 도전한 것이다. 이런 리질리언스(resilience), 즉 극복력이 강해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 테드 켈리라는 리버티 뮤츄얼 CEO한테 배운 것인데 여러분이내가 CEO로 부임한 첫날에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하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회사가 법정 소송에 직면했을 때 갓 부임한 CEO는 법정소송에만 집중을 할 것이다. 그런데 경험이 있는 CEO라면 회사가 직면한 5가지 문제를 정의하고 우선순위를 정해서 접근할 것이다. 그런 것은 경영대학에서도 가르치지 않는 스킬이다. 이처럼 문제를 분산해서 해결하는 역량이 중요하다.

 

청중: 오늘날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많은 경험을 했을 텐데 자신이 갖고 있는 경쟁자와 차별화되는 능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바튼 회장: 위험감수에 대해 얘기를 하자면,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나는 업무를 할 때 이미 죽은 목숨이기 때문에 두려울 것이 없다는 마음으로 일한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일하다 보면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러기에 단순히 편협적인 한 가지 목적 때문에 일하지 않았던 것이 나의 성공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청중: 투자회사에 일하고 있다.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 트랙레코드가 없는 친구들을 채용을 해야 한다. 무엇을 보고 뽑아야 하나?

 

바튼 회장: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보면 많은 직원들이 실제로 대학을 안 나온 경우들이 있다. 대학을 다니다 중퇴한 경우가 굉장히 많다. 창업가들을 보면서 느낀 건 목적이 같은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거다. 직원들이 아무리 뛰어나도 목표를 공유하지 않으면 맞지 않을 것이다. 또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얘기할 수 있는 조직적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학력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박 교수: 한국 경제의 최대 약점이 소수의 대기업이 산업을 주도한다는 거다. 삼성, 현대·기아자동차 다 굉장히 잘하고 있는 기업들이긴 하지만 매출이라든가, 시가총액이라든가, R&D라든가, 이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나 크다는 것이 문제다. 과거 노키아를 봤을 때 핀란드의 경제에 축복이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아이폰 등장 이후로 지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거의 재앙 수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삼성은 폰 부문에만 집중하고 있고 실제로 삼성전자의 수입 절반 이상이 휴대폰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사업 다변화가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는 창업을 지원하고자 한다. 사업지원을 위해서는 파이낸싱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에는 망원경적인 넓은 관점을 가지고 있는 리더들이 없다. 그리고 비즈니스를 마라톤 관점에서 보는 기업들도 없다. 한국의 CEO들은 임기가 2년 정도로 굉장히 짧다. 그렇기 때문에 경영진의 목적은 굉장히 편협할 수밖에 없고 단기 성과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 주관하는 금융기관에 대한 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바튼 회장: 삼성이나 현대·기아차 같은 기업이 문제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있다. 이 기업들은 항상 걱정을 하고 있는 리더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강박관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금융 산업은 우려된다. 문제는 회장, 경영진 임기가 3년밖에 안 되는데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까. 임기가 길어야 기업을 이끌어가고 성과를 개선할 수 있다. 임기가 짧고 또한 정부가 경영진을 규제하는 것은 이제 바꾸어야 한다. 좀 더 장기적 관점을 갖고 경영진이 넓고 두루두루 장기적으로 업무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물론 수익 창출은 중요하고 금융 산업에 수익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이런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

 

정리 =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