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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다베니 다트머스대 교수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란 없다 불확실성을 창출해 ‘혼돈의 주역’이 돼라”

이방실 | 138호 (2013년 10월 Issue 1)

 

 

 

 

“역동적이고 불확실한 환경 변화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스스로 폭풍의 눈이 돼라. 파괴를 주도해 경쟁 우위로 활용하면 불확실성을 통제하고 산업의 지배자가 될 수 있다.”

 

‘초경쟁(Hypercompetition)’ 개념의 주창자인 리처드 다베니 다트머스대 교수는 11일 서울 쉐라톤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동아비즈니스포럼 2013’의 오후 A세션 기조 강연자로 나서불확실한 미래에 어떻게 대응하고 적응할까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있다면 스스로 어떻게 하면 불확실성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베니 교수는 1994 <하이퍼컴피티션: 초경쟁 시대 경쟁우위를 선점하는 7가지 전략 (Hypercompetition: Managing the Dynamics of Strategic Maneuvering)>을 출간하며 현대 경쟁 사회의 패러다임이 달라지고 있는 양상과 이에 따라 진화해야 할 기업들의 대응 전략을 날카롭게 분석, 학계와 업계 모두에 충격을 줬다. 특히 ‘5-Forces’ 모델 등 경영 전략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 이론의 한계를 지적하며 역동적인 환경에 맞는 전략 패러다임의 수정을 촉구했다. 다베니 교수의 포럼 기조 강연 및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원장과의 토론 내용을 정리한다.

 

<기조 강연>

초경쟁이란 기업의 경쟁우위가 지속되는 시간이 점점 더 짧아지는 상황을 뜻한다. 치열한 경쟁, 급격하고 잦은 기술 변화, 세계화 등 다양한 요인이 기존의 경쟁우위를 파괴하고 새로운 경쟁우위를 만들어 내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초경쟁은 또한 경쟁을 더 심화시킬수록 상대방의 경쟁 우위를 무력화시키거나 파괴할 수 있는 새로운 환경 유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전통적인 전략 이론에서 말하는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는 말 그대로 상당 기간 지속되다가 경쟁자로부터 느린 반격을 받게 되고, 이에 따라 기존 경쟁 우위가 서서히 줄어든다. 하지만 초경쟁 상황에선 기술이 급격하게 변하고, 제품 수명은 점점 짧아지고, 혁신은 점점 더 빠르게 일어나며, 인터넷 등 여러 요인들로 인해 경쟁우위 지속시간이 굉장히 짧아진다. 이는 차별화된 제품이나 지식/노하우 등 기존 전략 이론에서 대표적으로 꼽는 전통적인 경쟁우위들이 빠르게 사라져 버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입 장벽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쉽게 부서질 수 있고 더 이상 풍부한 재원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해 주지도 않는다. 한마디로 초경쟁 상황에선 제품 포지셔닝, 지식, 진입장벽, 재원 등 전통적인 경쟁 우위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전통적인 경쟁 우위가 사라진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우위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인가다.(그림1)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란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 유통업체 시어스를 예로 들어보겠다. 시어스는 의류, 신발, 가구, 가전, 공구, 전기제품 등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제품 라인을 판매하는 유통업체다. 19세기 말에 설립된 시어스는 거의 90년간 미국 유통업계를 선도했던 기업이다. 브랜드, 신뢰도, 서비스 수준, 시장 규모 등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우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경쟁 우위들은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우선 고가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에 직면했다. 백화점 업계의 경쟁 격화로 메이시가 페데레이티드에 인수(현재의 메이시스)되는 등 각 도시 주요 백화점들 간 통폐합이 활발하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메이시스 같은 하이엔드 백화점 업체들은 특히 의류, 패션 쪽에서 강점을 더하며 시어스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시어스는 저가 시장에서도 경쟁 위협에 직면했다. 월마트, K마트 같은 할인마트에서 그동안 시어스가 판매해 왔던 주방용품, 소형 가전제품 등 가정용품을 훨씬 싼 값에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시어스가 강점을 가졌던 남성 고객 대상 분야에서 역시 경쟁이 생겨났다. 홈디포, 로우스 같은 주택 개량/개선용품 전문 대형 체인이 만들어지면서 굉장히 다양한 제품을 저가로 출시했다. 이 밖에도 가구, 정원관리 용품 등 특정 카테고리 킬러들이 속속 등장하며 훨씬 다양한 제품을 시어스보다 낮은 가격에 팔았다. 여성 대상 시장 역시 경쟁이 격화됐다. 시어스는 원래 카탈로그 판매로 크게 성공한 업체였는데 전문 카탈로그 판매 업체들이 등장하며 시어스의 여성 고객들을 빼앗아 갔다. 이처럼 고가, 저가, 남성, 여성 시장 각 분야에서 다양한 유통 대안들이 등장하면서 시어스는 전방위적 공격을 받게 됐고 거의 한 세기 동안 지속됐던 시어스의 경쟁 우위는 급격하게 사라져갔다.

 

어떤 기업이든 다양한 대체 제품들이 등장하면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 특정 산업에서 선도기업이라 하더라도 그런 일은 자주 일어난다. 3M, 보잉, 포드, IBM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원제: Build to last)>에 등장하는 18개 비전기업들의 주가를 1990년부터 2004년까지 15년간 추적해 본 결과, 그중 약 3분의 1 7개 기업은 계속해서 주가가 올랐지만 절반가량인 8개 기업은 상승세를 지속하지 못하고 떨어졌다. <초우량 기업의 조건(원제: In search of excellence>에 언급된 기업들 60개의 성과를 보더라도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지난 25년간의 성과를 살펴볼 때 여전히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은 전체의 약 3분의 1에 불과하다. 글로벌 선도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가 이럴진대, 최고로 분류되지 않은 나머지 일반적인 99.9% 기업들의 경우 어떤 결과를 얻게 될지는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미국 럭셔리 자동차 캐딜락은 수십 년간 최고 품질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이러한 명성은 독일 자동차 메르세데스에 넘어갔고, 메르세데스는 렉서스에 또다시 명품 자동차의 타이틀을 넘겨줘야 했다. 캐딜락에서 메르세데스로 넘어간 건 15∼20년 정도 걸렸지만 메르세데스에서 도요타로 넘어간 건 7년 정도 걸렸다. 브랜드라는 경쟁우위의 지속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다.

 

결론은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쟁우위를 지속하려고 노력할수록 현 상태에 안주하려는 노력으로밖에 비춰질 수 없으며 이는 결국 경쟁에서 남들보다 뒤처짐으로써 스스로의 역량을 갉아먹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정태적 분석틀은 동태적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

전통적인 전략 모델 중 하나인 SWOT(Strength, Weakness, Opportunities, Threats) 분석은 여전히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SWOT 분석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강점을 경쟁우위로 삼아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기회 영역은 종종 경쟁자들이 약한 곳일 경우가 많다. 따라서 SWOT 분석은 자신의 강점을 경쟁자의 약점에 적용하는 전략이라고 바꿔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춘추시대의 전략가이자 <손자병법>의 저자인 손무(孫武)라면 이 같은 방법, 즉 적의 강점이 아니라 약점을 공략하는 방법으론 궁극적인 승리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테니스를 예로 들어 보자. A B 두 선수 모두 동일한 강점과 똑같은 약점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자. 둘 다 포핸드는 강하지만 백핸드 기술은 부족하다고 치자. 또한, A SWOT 분석이라는 전략적 툴을 잘 알고 B는 이에 대해 모른다고 가정하자. 만약 A가 자신의 강점인 포핸드를 사용해 상대방의 약점인 백핸드를 공격하면 경쟁자의 실수를 유발해 그 게임에서 이길 수 있다고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단 한 번의 게임에서만 유효한 전략이다.

 

문제는 현실에 속한 기업들은 단 하나의 게임이 아니라 수많은 게임을 치르며 경쟁한다는 점이다. 제품의 종류도 다양하고 경쟁하는 지역도 다르다. 이렇게 동시 다발적으로 다양한 게임이 진행되는 현실 상황을 고려한다면 단 하나의 게임만을 고려해 만들어진 모델인 SWOT 분석을 그대로 적용한다는 건 적절치 않다.

 

예를 들어 300번의 게임을 할 때마다 A B를 향해 매번 SWOT 분석에 따른 전략(포핸드)을 취한다고 가정하자. 300번의 게임이 끝날 때까지 B가 살아남을 수 있다면 B는 과거 자신의 약점이었던 백핸드를 강점으로 바꿔놓을 수 있을 것이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이뤄진 300번의 학습을 통해서 말이다. 이건 SWOT 분석 같은 전략 없이 단순히 상대방의 공격에 응대하는 것만으로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B의 강점은 1(포핸드)에서 2(포핸드, 백핸드)로 늘어나게 된다. 반면 A의 강점은 여전히 1개에 머물러 있다. 물론 A는 그동안 상당한 시장점유율을 획득해 시장 선도자로서의 지위를 획득했겠지만 말이다.

 

이젠 300번의 게임이 끝난 후 이어서 100번의 게임을 또다시 한다고 가정하자. 만약 B A의 약점인 백핸드를 공략하는 전략을 구사한다면 B도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순 있겠지만 100번의 게임이 끝날 때 즈음엔 A 역시 자신의 약점이었던 백핸드 역량을 개발해 장점으로 바꿔놓게 될 것이다. 이는 결국 A B 두 회사의 역량이 또다시 동일(둘 다 포핸드와 백핸드가 강함)해진다는 뜻이다. 이는 결론적으로 SWOT 분석에 따른 전략적 선택으로는 B A를 이길 수 없다는 뜻이다. B에게 필요한 건 첫 번째 게임은 물론 100번의 게임이 끝난 후에도 A를 이길 수 있는 대안이다. 그게 뭘까? 한 가지 방법은 공을 왼쪽으로도 치고 오른쪽으로도 보내고, 백핸드와 포핸드를 자유자재로 조합해 상대방이 갈피를 못 잡고 뛰어다니게 만드는 것이다.

 

 

게임의 승자가 되고 싶다면 게임의 룰을 바꿔라

테니스 경기의 사례를 통해 본 핵심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다. B가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에 오를 수 있었던 건 자신의 강점에 기대서가 아니라 약점을 보완해 나갔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강점을 이용하라는 전통적인 경영 전략 이론에 대치되는 결론이다. 이는 현실의 경쟁 환경이 정태적이 아니라 동태적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메시지는 환경이 동태적으로 변할수록 기업 스스로 창조해내는 불확실성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는 점이다. 위에 예로 든 테니스 사례에서 말했듯이 B A를 이길 수 있는 전략은 어느 방향에서 공이 날아올지 A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게 해 지치게 만드는 것이다. 한 발짝 더 나아가 경쟁자를 아예 시장에서 퇴출시킬 수 있는 궁극적 승리를 위한 전략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강점조차 더 이상 게임을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것이다. 테니스로 치면 상대방의 서브에 아예 리시브조차 못하도록 만들라는 말이다. 게임을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데 자신의 강점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이를 위해선 손무가 말했듯이 게임의 룰을 바꿔야 한다. 예를 들어 상대방의 코트에 물을 뿌린 후 얼려버리는 것이다. 잔디밭 위에서 게임을 하던 경쟁자가 빙판 코트 위에서 경기를 펼치도록 환경 자체를 바꿔버려야 한다. 핵심은 경쟁자로 하여금 자신의 강점을 활용할 기회조차 가질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환경이 더욱 더 동태적으로 변하고 불확실성이 증대될수록 SWOT 분석처럼 전통적인 경영전략에서 주장했던 이론들은 점점 더 쓸모가 없어지고 있다. 초경쟁 시대에 불확실성은 축소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키워나가야 할 대상이다. 궁극적인 게임의 승자는 단순히 시장점유율이 높은 기업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앞장서서 불확실성을 만들어 나가는 기업이다. 핵심 역량을 활용하라는 전통 전략 이론의 가르침은 실수다. 진정한 승리는 약점을 보완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명확한 장기 전략을 설정하려는 시도는 조직에 해가 된다. 기업에 필요한 건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나의 행동을 예측하지 못하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상대 기업의 경쟁 우위를 무력화시켜야만 살 수 있다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가 제시한 5-Forces 모델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자. 이 모델의 주장은 장벽을 높여 새로운 경쟁자의 진입을 막고, 장벽 안에 있는 기존 사업자들 간에는 가격 경쟁을 피하면서, 각기 가진 강점을 사용해 상대의 약점을 공략해 결국 모든 사업자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세련된경쟁 구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또한, 완전 경쟁 상태에 도달하지 않도록 독과점적 지위를 획득해 공급자에 대해서는 저가 정책을 취해 비용을 줄이고 소비자에게는 높은 가격을 취해 최대한 마진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 경쟁사에는 친절(nice)하게 대하되 고객과 공급자에게는 고약할 정도로 못되게(nasty) 굴라는 뜻이다. 실제로 많은 미국 기업들이 이런 전략을 따라 성장했다.

 

하지만 글로벌화의 진척으로 이런 모델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 기업들이 시장에 들어왔다. 이들의 전략은 고객과 공급자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경쟁자에게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이었다. , 제품 가격을 낮춰 경쟁 강도를 높였으며 제조업체와 협력해 서로윈윈하는 전략을 취했다. 이러한 초경쟁 기업의 등장으로 인해 기업들의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는 사라졌다. 이건 애당초 5-Forces 모델이 예측했던 것과 전혀 상반된 결과다. 이는 경쟁을 회피하라는 전통적인 경영 전략의 가르침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경쟁은 크게 네 단계로 나눠 볼 수 있다. 즉 경쟁이 전혀 없는독점단계, 중간 정도의 경쟁이 존재해 경쟁 회피 전략으로 지속 가능한 수익을 낼 수 있는과점상태, 고강도 경쟁이 발생하는초경쟁상태, 그리고 극단적인 경쟁이 이뤄지는완전 경쟁상태다. 과점 단계에선 SWOT 분석이나 5-Forces 모델처럼 경쟁을 회피하는 전략이 해법이 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도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초경쟁 상태로 돌입하게 되면 지속적 경쟁 우위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일시적인 경쟁 우위를 계속해서 확보해 나가며 경쟁을 심화시키고 상대 기업의 경쟁 우위를 무너뜨리는 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그림2)

 

초경쟁은 절벽 위에서 균형을 잃고 떨어지는 순간 악어 밥이 될 위험 속에 줄다리기를 하는 것과 같다.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순간완전 경쟁상태로 돌입, 어떤 기업도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기업들은 아무도 비정상적인 이익을 올리지 못할 때까지 가격 경쟁을 하기 때문에 소비자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 절대 우위를 갖는 독점,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갖는 과점 상태와 달리 초경쟁 상황에서 경쟁우위는 일시적이며 계속해서 변한다. 그 결과 고객들은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누린다. 혁신이 일어나고 품질 향상이 이뤄지며 가격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물론 초경쟁 상황이라는 절벽 위에서 균형을 잡기란 매우 힘들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경쟁우위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천길 만길 낭떠러지로 떨어져 완전경쟁이라는 악어의 제물이 돼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일시적인 경쟁 우위를 지속적으로 창조하라

초경쟁 상황에서 해법은 경쟁을 피하는 게 아니라 더욱 더 심화시키는 것이다. 경쟁자에게 강력하게 대응해 이들을 밀쳐내고 이겨 내야 한다. 실제로 기업의 성과는 경쟁 심화를 통해 더욱 개선됐다. 미국의 주요 산업들을 기준으로 경쟁 강도(제품 가격, R&D 투자, 광고 집행)와 장기적인 주가 변화를 살펴보면 1950년대와 1970년대에는 마이클 포터의 이론대로 산업의 경쟁 강도가 커질수록 주가가 떨어졌다. 하지만 1980년대와 1990년대엔 반대로 경쟁이 심화될수록 주가가 상승했다. 초경쟁 시대의 도래로 인해 가능한 경쟁 압력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기존 전략 이론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실증적 증거다.(그림3)

 

 

상식적으로 생각하더라도 가격 경쟁을 벌인다고 모든 경쟁자들이 다 패망에 이르지는 않는다. 경쟁을 통해 수요가 촉진됨으로써 결과적으로 큰 성장을 이룰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화의 진척으로 인해 신시장 개척에 따른 성장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이는 가격 경쟁이 기업 성장을 위한 또 다른 기회의 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초경쟁 시대를 맞아 중요한 것은 단발적이고 일시적인 경쟁우위 확보 전략이다. 보험사를 예로 들어보자. 보험사의 경우 과거엔 재원만 풍부하면 됐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얼마나 강력한 에이전트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지 여부가 차별화 포인트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업체나 가지고 있는 경쟁우위가 돼 버렸다. 결국 이들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며 비용 절감에 나섰다. 이후로는 다이렉트 보험, 인터넷 판매 등 더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어 냄으로써 새로운 경쟁우위 수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보험산업의 사례에서 잘 드러나듯 중요한 건 그 누구보다 먼저 변화의 주도권을 잡고 남들보다 한발 앞서 치고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경쟁 우위의 수명 주기가 짧아진 만큼 여러 개의 단발적이고 일시적인 경쟁 우위가 어떤 순서대로 벌어질지에 대한 시나리오를 잡고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 현재의 경쟁 우위를 실행(doing)하는 동시에 다음 단계의 경쟁우위 실행을 준비(setting-up)해야 하며, 그 다음 단계의 경쟁우위에 대해 계획(planning)하고 먼 미래의 경쟁우위가 무엇이 될지에 대한 그림을 그려야(envisioning) 한다.(그림4) 이렇게 일시적인 경쟁우위를 동시다발적으로 미리 계획하고 준비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질레트의 예를 들어보자. ‘센서’ ‘마하3’ ‘퓨전’ ‘프로글라이드등 많은 브랜드가 있다. 질레트는 대규모 R&D를 통해 다중날을 개발함으로써 제품 성능 개선에 매진해 왔다. 면도날이 많아질수록 밀착도가 높아져 빠르고 효과적으로 면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2중날 제품인센서의 후속 제품으로 세계 최초의 3중날 제품인마하3’를 내놓았다. 다중날 경쟁에서 질레트에 밀린 경쟁사 쉬크는 이후 막대한 투자를 통해 4중날 제품을 내놓았지만 질레트는 곧바로 5중날 제품인퓨전을 내놓았다. 3중날 제품을 시장에 처음 내놓을 때부터 경쟁사들이 4중날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 질레트가 일찌감치 5중날 제품 개발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이후 다른 업체들이 모두 다중날 경쟁에만 돌입하고 있을 때 질레트는 방향을 바꿔 면도날 개수의 증가에 따른 성능(밀착력) 강화가 아니라안전성을 강조하는프로글라이드로 경쟁사들의 허를 찔렀다. 센서에서 마하3, 퓨전, 프로글라이드 등 차세대 단계로 넘어갈 때마다 제조나 공정기술 측면에서 엄청나게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질레트는 경쟁자가 가진 강점을 낡은 것으로 만들어 버리고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 선도적 지위를 유지해 오고 있다. 이는 과거의 경쟁우위에 집착하지 않고 계속해서 일시적인 경쟁 우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만연해 있는 초경쟁 시대에는 공격이 최선의 방어다. 자신의 강점을 활용해 상대방의 약점을 공격하라는 전통적인 전략 패러다임은 버려야 한다. 가능한 경쟁 압력을 줄이려는 노력을 해서는 안 된다. 경쟁사들이 치고 나오기 전에 내가 먼저 치고 나가야 한다. 스스로가 폭풍의 눈이 돼야 한다. 불확실성을 주도적으로 만들어라. 내가 만든 혼돈이라면 불확실성도 통제할 수 있다. 당신이 창조한 혼란 속에 다른 기업들을 가둘 수 있다면 초경쟁 시대에도 얼마든지 살아남을 수 있다.

 

<토론 세션>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장: 전통적인 전략 이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마이클 포터 교수 이론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포터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인가?

 

다베니 교수: 마이클 포터가 5-Forces 모델을 처음 제시했을 당시엔 그의 주장이 옳았다. 앞서 말했듯이 1950∼1970년대 주가와 경쟁 강도를 비교한다 하더라도 실증적으로 증명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산업 경쟁 단계가 과점에서 초경쟁 상황으로 바뀐 현 시점에서 그의 이론은 갈수록 유효성이 떨어지고 있다. 물론 경쟁의 진척도는 산업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기 때문에 지금도 초경쟁 상황이 아닌 과점 상태에 머물러 있는 산업이 존재한다. 국가별 특성에 따라 정부의 규제로 독과점 상태가 보장될 수도 있다. 이런 영역에선 여전히 포터의 이론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산업 영역에서조차 과점 상태와는 전혀 다른 경쟁의 양상이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고 경쟁 강도를 낮추려고 노력하는 방법 대신 소비자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는 걸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 원장: 애플 아이폰 사례를 보면 역동적인 산업에서도 얼마든지 5-Forces 모델이 유효하다고 볼 수 있지 않나한 예로 애플은 폭스콘과 같은 공급업체에 대해 높은 교섭력을 무기로 자사의 비용을 최소화했다고 본다.

 

다베니 교수: 동의하지 않는다. 애플의 역사는 기존 산업에 존재하던 진입장벽을 파괴해 나가며 이뤄졌기 때문이다. 아이팟은 MP3플레이어, 아이폰은 휴대폰, 아이패드는 노트북 업체들이 구축해 놓았던 장벽을 파괴하며 시장을 창출했다. 다시 말해 애플에는 마이클 포터 이론에서 말하는 장벽 자체가 없었다고 봐야 한다. 이런 점에서 애플은 초경쟁을 어느 기업보다도 강력하게 실행하는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는 계속해서 업그레이드된 버전의 제품을 내놓는데 전반적으로 봤을 때 가격과 품질 모두 개선하는 방향을 취하고 있다. 이 점 역시 마이클 포터의 이론과 다른 점이다. 본원적 전략에선 차별화와 원가 경쟁력 간에 트레이드 오프가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가격을 낮추려면 품질을 포기해야 한다는 식으로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너무 단순한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전략은 이런 트레이드 오프를 깰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역동적인 환경에서 유효성을 가질 수 있다.

 

문 원장: 당신이 생각하는 전략의 정의는?

 

다베니 교수: 기본적으로 경쟁우위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 원천은 산업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이다. 제품의 포지션일수도 있고, 진입장벽일 수도 있으며, 풍부한 재원이 될 수도 있고, 남보다 민첩하게 움직이면서 경쟁자보다 앞서나가는 것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시대와 장소, 상황을 초월해 통용될 수 있는 전략은 없다는 것이다.

 

하나의 동영상을 만들기 위해선 수많은 장면들이 필요하다. 전략은 이런 수많은 장면들이 축적돼 이뤄지는 동영상을 다루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략에 관한 논의의 문제는 정적인 특정 장면에만 초점을 뒀다. 마이클 포터의 전략 이론 역시 특정 순간의 스냅샷에만 초점을 뒀다는 게 문제다. 전략은 시간이 지나면서 유효성이 떨어지고 변해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계속해서 창조적으로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전략적 판단과 혁신을 계속해 나가야 하며 주기적으로 사업 모델을 재창조해야 한다.

 

문 원장: 일시적인 경쟁 우위를 계속해서 만들어야 한다고 하지만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다베니 교수: 스티브 잡스가 훌륭했던 이유는 하나의 사진에만 집중한 게 아니라 전체적인 동영상을 머릿속에 그려 놓고 혁신을 이끌어냈다는 데 있다. 애플은 PC라는 특정 산업 분야에 머물러 있지 않고 MP3플레이어, 스마트폰, 태블릿 등 새로운 영역을 끊임없이 찾아다니며 시장을 뒤흔들었다.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에 이르는 혁신적 제품 개발은 애플의 탁월한 진화 능력을 보여준다.

 

모두 알다시피 애플은 원래 컴퓨터 회사였다. 컴퓨터 업체로서 애플은 처음부터 매스 마켓을 공략하기보다는 프리미엄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니치 전략을 택했다. 하지만 시장 성숙에 따라 PC가 일상재화되면서 애플의 수익은 악화됐고, 이에 따라 애플은 PC 산업을 버리고 과감하게 다른 시장으로 진출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애플은 처음부터 시장의 지배자가 되는 게 아니라 파괴자가 되는 걸 전략적 목표로 삼았다는 점이다. , 시장 파괴를 통해 수익을 거두고 그 시장이 성숙 단계에 이르면 또다시 새로운 시장으로 이동해 또 다른 파괴 전략 구사하기를 반복했다.

 

반면 삼성은 어느 정도 성숙된 시장에서 경쟁하는 데 능한 기업이다. , 애플이 새로운 시장을 창조해 수익을 거둬간다면 삼성은 그렇게 형성된 시장에 빠르게 진입해 시장을 장악하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애플은 시장 내 다른 기업들과 협력해 수익을 내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또다시 새로운 시장으로 이동해야 할 것이다. 스마트폰의 일상재화가 심해질수록 결국엔 삼성 같은 추격자들에게 시장을 넘겨야 하기 때문이다.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파괴하는 또 다른 시장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이건 삼성 역시 마찬가지다. 궁극적으로 휴대폰 시장이 지금보다 더 성숙해 일상재화돼 간다면 삼성 역시 다른 기업에 시장을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초경쟁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덩치가 큰 스모 선수들 사이에서 민첩한 유도 선수가 돼야 한다.

 

정리 =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 이방실 이방실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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