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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 종합

원초적 본능 촉각 그 엄청난 힘이 마케팅 자산이다

고영건 | 137호 (2013년 9월 Issue 2)

 

 

20세기가 시청각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촉각(터치)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이 말의 의미는 21세기에는 촉감(Touch)을 지배하는 사람이 인간의 마음을 지배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의 맥을 짚어내기 위해서는 촉각에 대한 심리학적 지식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현재의 세상을 이해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물론, 지금의 소비자들을 상대하는 기업가들에게도 필수적이다. 기본적으로 촉각은 생물학적인 지각 과정을 포함하는 것이지만 이 글에서는 주로 터치의 심리학적 의미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1. 촉각은 감각의 어머니

 

샌프란시스코에는 촉각의 진수를 체험해 볼 수 있는촉각의 집(touch dome)’이 있다. 이 특이한 체험과학 박물관에서는 사람이 어둠 속에서 걷고 오르고 기고 미끄러질 수 있도록 3차원의 미로를 구성해 놓았다. 이 집을 방문한 사람은 순수한 촉각만의 짧은 여행을 통해 촉각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촉각은 피부의 변형에 의해 발생된 감각을 말한다. 우리가 사물을 만지거나 사물에 접촉할 때 피부는 약간 변형되는데 그 과정에서 촉감이 발생한다.

 

사람들이 촉각에 대해서 간과하는 대표적인 것 중 하나는 바로 촉각의 신체기관인 피부가 인체에서 가장 큰 기관이라는 점일 것이다. <그림 1>은 해부학자 후안 발베르데 드 아무스코(Juan Valverde de Amusco)가 그린인체의 해부(Anatomia del corpo humano)’라는 작품이다. 이 그림은 피부와 촉각의 중요성에 관해 재인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촉각은 진화상으로 가장 먼저 발달한 감각으로감각의 어머니라 부른다. 사실상 촉각은 모든 동물들에게 있어 가장 먼저 발달하는 감각계에 해당된다. 예를 들면, 수정된 후 2개월이 채 안 된 시점이라서 태아의 크기가 2.5㎝에 불과할 때도 피부는 이미 상당한 발달적 진전을 보인다.

 

아마도 촉각의 중요성을 실감나게 이해하는 데는 촉각 기능을 잃어버린 환자의 행동방식을 살펴보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1982년에 다른 감각은 정상인데 피부감각만을 상실한 환자가 학계에 보고된 적이 있다. 그는 36세의 농장 관리인으로서다트던지기챔피언 기록 보유자였다. 그가 다리와 발 부위에서 처음으로 이상 감각을 느낀 것은 독감과 유사한 병을 앓고 난 직후부터였다. 처음 증상이 나타나고 2주가 지난 시점부터는 저린 느낌이 손과 팔까지로 확장됐다. 이러한 증상이 계속 진행될수록 점차 손목과 무릎까지 마비가 일어나 나중에 가서는 사실상 걷기도 어려워졌다.

 

섬세함이 요구되는 손작업 영역에서는 점차 기능 수준이 감퇴됐다. 그래서 한때 챔피언이었던 그의 다트 실력도 점차 약화되더니 나중에는 다트 경기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지경이 됐다. 나중에 가서는 혼자서 옷의 단추를 잠그는 것도 어려워졌고 또 펜으로 글을 쓰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소변을 볼 때도 소변이 나오는 것 자체를 지각할 수 없었다. 발기는 가능했지만 사정은 불가능했다.

 

1981년에 다양한 의학적 검사를 시행했을 때 그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는 양호했으며 청력, 시력, 운동능력과 말하는 능력은 정상이었다. 단지 눈에 띄는 의학적 소견은 감각신경 마비뿐이었다. 그는 촉감 능력을 상실했던 것이다.

 

이처럼 감각신경이 파괴될 경우 걸음걸이 같은 기본 동작에서부터 글쓰기 같은 정교한 동작에 이르는, 사실상 모든 활동이 타격을 받게 된다. 걸을 때 우리는 발바닥에 느껴지는 감각을 통해 관절의 위치 등을 자동적으로 조절해야 하는데 이러한 자동감각기능이 마비되면 걸음걸이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또 감각신경에 이상이 생기면 각 손가락에 적당한 힘을 배분할 수 없기 때문에 글씨를 쓰거나 다트를 던지는 것과 같은 정교한 신체활동이 불가능해진다.

 

신체 한 부위에서의 촉각 정보는 신체의 다른 부위 움직임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따라서 촉각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마비된 채 세상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터치의 비즈니스 응용사례 1 - 촉각 활용의 모범사례, 뉴발란스와 리복

 

감각신경 마비 환자 사례가 보여주듯이 우리는 걸을 때 발바닥 부위의 촉각 정보, 즉 발뒤꿈치, 발 외측, 엄지발가락, 새끼발가락 등 지면과의 마찰 부분에서 전달되는 압력 정보와 근육의 움직임을 종합적으로 활용한다. 이러한 생리학적 원리를 반영해 개발된 대표적인 제품 중 하나가 바로 뉴발란스(New Balance) 990 시리즈다.

 

뉴발란스는 스티브 잡스, 오바마, 클린턴 등의 신발로 불리며 유명 인사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세계적인 브랜드다. 1982년 첫 출시된 뉴발란스 990은 최초의 모션 컨트롤 러닝화에 해당된다. 모션 컨트롤은 달릴 때 발의 움직임에 지지대 역할을 해줘 내전 현상(pronation)을 억제해 주는 것을 말한다. 내전현상이란 발이 안쪽으로 휘어지는 발목꺾임 현상을 말한다. 대부분 전량 해외생산하고 있는 다른 신발제조 회사들과는 달리 뉴발란스 990은 회사의 상징적 작품이기 때문에 미국 내 공장에서 전량 생산한다.

 

발바닥 부위의 촉각 정보와 다리 근육 움직임이 유기적인 연관성을 갖는 생리학적 원리를 뉴발란스와는 정반대되는 방향으로 활용한 기능성 제품이 있다. 바로 리복(Reebok)의 이지톤(Easytone)이다. 이지톤은 운동화 밑창에 부착된 두개의 밸런스 패드가 마치 짐볼 위에서 걷는 것 같은 효과를 낸다. 사람은 걸을 때 특정한 리듬과 패턴을 나타낸다. 사람이 걷기 시작하면 그에 따라 각종 근육군들이 함께 움직여 일정한 동작을 반복한다. 리복의 이지톤은 이러한 리듬과 패턴에 영향을 주도록 설계됐다. 리복의 이지톤을 처음 신으면 신체가 신발을 변경함으로써 발생된 초기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운동량이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2. 터치의 지각심리학

 

1)사람의 뇌에는 작은 인간이 산다

 

우리 뇌의 대뇌피질 각 부분은 저마다 고유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이를 대뇌 기능 편재화(lateralization)라고 부른다. 캐나다의 신경외과의 펜필드(Wilder G. Penfield)는 종양 제거를 위해 두개골 개방수술을 받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뇌의 체감각피질 여러 부위에 전기자극을 가했다. 뇌절제 수술을 받은 환자는 수술 후 일부 기능을 상실할 수밖에 없는데, 수술로 인한 기능 상실 부위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가능한 한 중요한 기능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형태로 뇌 수술을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이때 국소마취를 받은 환자들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신체의 어느 부위에서 따끔거리는 감각이 느껴지는지를 말하도록 요청받았다. 그 결과 대뇌피질의 각 부위가 담당하고 있는 기능을 중심으로 뇌 지도를 작성한 후 이를 다시 인간의 모양으로 재조합하면 <그림 2>와 같은 모습이 된다. 펜필드의 실험은 우리의 두뇌 속에 호문쿨루스(homunculus)라는 난장이가 살고 있음을 보여준다. 호문쿨루스는 라틴어로 작은 인간이라는 뜻이다. <그림 3>은 뇌의 각 부위와 실제 신체 부위 간 대응 위치를 보여준다. 엉덩이와 다리처럼 실제 신체에서 큰 부위는 입술과 같은 작은 부위보다 훨씬 더 작은 뇌 피질 공간이 할당돼 있다. 이렇게 피질 공간에 할당된 양은 신체가 외부 자극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정도와 일치한다. , 피질 공간에서 더 큰 부분을 차지할수록 자극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펜필드의 실험은 우리의 신체에서 뇌와의 신경조직망이 가장 발달한 기관이 손과 입술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손과 입술은 촉각의 중추 기관이라 부를 만하다.

 

2)남녀의 촉각 민감도에는 차이가 있다

 

지각심리학에서는 신체기관의 민감도를 평가하기 위해 이점역(two points threshold)이라는 기법을 활용한다. 이점역 기법에서는 신체 여러 부위의 민감도를 측정하기 위해 컴퍼스의 양 끝이 12㎜ 떨어지도록 조정한 후 양 끝을 신체에 갖다 댄 다음에 두 지점에서의 접촉감을 지각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만약 수검자가 한 개의 점만을 느낀다면 두 점을 느낄 때까지 간격을 넓혀나간다. 그 후 최종적으로 두 지점의 접촉감을 보고했을 때 컴퍼스 양 끝의 거리를 잰다.

<그림 4>는 이점역을 평가할 때 사용하는 컴퍼스를 보여주고 <그림 5>는 이러한 방법으로 측정된 이점역이 신체의 여러 부위에서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보여준다. 예를 들면, 팔의 이점역은 엄지의 이점역보다 10배 이상 더 크다. 일반적으로 이점역평가를 통해 높은 촉각 정밀도를 가진 것으로 판명된 신체 부위는 펜필드의 뇌 지도에서도 더 큰 영역으로 표시된다.

 

지각심리학자인 바인스타인(Sidney Weinstein)은 촉각역치에 관한 성차를 연구하기 위해 머리털 굵기의 나일론 줄을 남녀의 20여 개 신체 부위에 접촉시켰다. <그림 6>은 남성과 여성의 신체 민감도를 보여준다. 자극에 대해 반응하는 평균역치가 더 낮을수록(그림에서 그래프의 막대 길이가 짧을수록) 해당 신체부위는 더 민감한 것으로 평가된다. 바인스타인의 실험은 다음의 세 가지 사실을 보여준다. 첫째, 신체 부위들은 민감도에서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면, 남성과 여성 모두 발 부위보다는 얼굴 부위가 더 민감하다. 차가운 물속에 들어갈 때 발을 먼저 담그면 더 쉬운 이유는 발에는 차가움을 느끼는 감각 수용기가 적게 분포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발보다는 코끝이 차가움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둘째, 여성의 몇몇 신체 부위는 남성보다 더 민감하다. 셋째, 여성과 남성은 특정 민감도 패턴에서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여성의 경우 복부와 등 부위는 얼굴 부위만큼이나 민감하다. 하지만 남성의 경우 여성에 비해 복부와 등 부위는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다.

 

촉각의 지각적 특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면 중 하나는 금방 익숙해진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흔히 감각순응(sensory adaptation)이라 불린다. 촉각 수용기는 시간이 지나면 자극에 적응하고 반응을 멈춘다. 그렇지 않으면 끊임없는 자극 때문에 온전하게 생활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감각순응은 촉각뿐만 아니라 사실 모든 감각에서 일어나는 공통된 현상이다. 이것은 촉감의 유효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아무리 좋은 촉감이라도 그것이 반복적으로 지속되면 역설적이게도 아무런 감각도 느낄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좋은 촉감은 최고의 감각이 변함없이 지속적으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감각들이 패턴을 이루면서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경험을 제공해 줄 때 최상의 느낌이 유지될 수 있다.

 

터치의 비즈니스 응용사례 2 - 남성의 둔감한 촉각을 활용한 할리데이비슨

 

남성은 여성보다 촉각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진다. 바로 이러한 성차로 인해서 역설적으로 남성은 여성과 동일한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 촉각 강도가 더 크고 거친 자극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때로는 민감한 여성들이 견디기 힘들어하는 촉각 자극에서 남성들은 즐거움을 얻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할리데이비슨(Harley Davidson)이다.

 

할리데이비슨은 한때 미국에서 시장점유율이 70%를 웃돌았다. 하지만 1960년대 들어 일본의 혼다가 경량급 오토바이를 들고 시장에 뛰어들면서 위기가 닥쳤다. 그 결과 1965년에는 시장점유율이 무려 5%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할리데이비슨은 대형 고급 모터사이클에 주력하는 것으로 마케팅 전략을 수정했고 그 결과 1993년에는 주문이 6개월 이상 밀릴 정도로 대성공을 거뒀다. 특히 2005년에는 시가총액이 제너럴모터스(GM)를 앞지르기도 했다.

 

 

할리데이비슨의 성공비결로는 다음의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강인한 인상을 주는 디자인, 마치포테이토-포테이토처럼 들리는 독특한 배기음, 그리고 살아 있는 말을 타는 느낌을 주는 진동이다. 그중에서도 할리데이비슨을 할리데이비슨으로 만들어주는 핵심적인 요소가 바로 특유의진동이다. 시동을 걸고 엔진이 움직이는 모습을 살펴보면 엔진이 차대에서 2∼3㎝ 간격으로 크게 진동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엔진이 마치 차대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런 현상은 차대에 엔진을 직접 고정시키지 않고 그 사이에 고무 부싱(rubber bushing)을 넣어 진동과 충격을 흡수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할리데이비슨 특유의 엔진진동은 살아 있는 철마 같은 인상을 줌으로써 남성들에게 잠들어 있던 야생성에 대한 본성을 일깨워준다. 특히 할리데이비슨이라는 철마를 타고 도로를 달리면서 체험하게 되는, 몸으로 바람을 가를 때 전달되는 촉감은 숨 막힐 듯한 짜릿함을 선사해 준다.

 

3. 터치의 심리·사회적 중요성

 

 

1)생물학적 욕구만큼 중요한 터치에 대한 심리적 욕구

 

오랫동안 사람들은 영양분을 공급받는 것과 같은 생물학적 욕구가 애착과 같은 심리적인 욕구보다 더 중요하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1950년 위스콘신대의 심리학자 해리 할로(Harry Harlow)와 그의 부인인 마거릿 할로(Margeret Harlow)는 새끼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사람들의 그러한 믿음에 반론을 제기했다.

 

할로 부부는 두 대리모를 가지고 원숭이를 양육하는 실험을 진행했다.(그림 7) 한 대리모는 나무 머리에 철사로 만든 몸통을 가지고 있으며 우유를 공급하는 젖병이 달려 있었다. 또 다른 대리모는 우유병이 달려 있지 않지만 고무로 싸여 있으며 부드러운 헝겊으로 덮여 있었다. 할로 부부는 이런 모형을 각각 두 개씩 만든 뒤 두 개의 우리에 한 쌍씩 나누어 넣었다. 그리고 이 두 우리에 각각 4마리의 새끼 원숭이들을 넣었다.

 

첫 번째 우리에서는 헝겊으로 된 어미 원숭이에게 가면 우유가 나오고 철사로 만든 어미 원숭이한테서는 우유가 나오지 않게 했다. 두 번째 우리에서는 이것과 정반대로 했다. 부드러운 천으로 된 어미 원숭이한테서는 우유가 나오지 않고 철사로 된 어미 원숭이한테서만 우유가 나오도록 한 것이다.

 

실험 결과, 새끼 원숭이들은 부드러운 천으로 된 어미 원숭이를 더 좋아했다. 흥미로운 점은 두 번째 우리의 새끼 원숭이들은 거의 하루 종일 헝겊으로 된 어미 원숭이에게만 매달려 놀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다가 배가 고파지면 잠깐 동안 철사로 만든 어미 원숭이에게 가서 우유만 먹고는 다시 헝겊으로 된 어미 원숭이 품에 안겼다는 것이다.

 

뒤이어 할로는 새끼 원숭이들을 대상으로 공포 반응도 조사했다. 새끼가 있는 우리 안에 무섭게 생긴 모형물을 갑자기 집어넣어 공포 상황을 만든 뒤 새끼 원숭이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실험했다. 그 결과 새끼 원숭이들은 한결같이 철사 원숭이는 쳐다보지도 않고 곧바로 천으로 된 어미 원숭이에게 달려가 바짝 몸을 붙이고 비비면서 마음의 안정을 얻으려고 했다.

 

할로는 다음 실험에서 아예 헝겊으로 된 어미 원숭이를 우리에서 없애 버렸다. 그런 다음 새끼 원숭이들에게 공포 자극을 주었다. 놀랍게도 새끼 원숭이들은 철사 어미 원숭이는 쳐다보지도 않고 곧바로 구석으로 달려가서는 몸을 바짝 움츠린 상태에서 손가락을 빠는셀프 터치행동을 나타냈다. 이 실험은 불안한 상황에서 원숭이는 터치할 대상이 없어지면 자기 자신을 터치하는 셀프 터치 행동을 나타낸다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아이들이 손가락을 빤다든가, 혼자 팔짱을 낀다든가, 혹은 머리카락을 계속 만지작거리거나 손으로 턱을 괴는 행동을 보이는 것 등은 부지불식간에 셀프 터치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얻으려 시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2)아이에게터치는 본능이다

 

스누피(Snoopy)로 유명한 만화 피너츠(Peanuts)에서는 라이너스(Linus)라는 소심한 남자아이가 등장한다. 그 아이는 항상 수건을 몸에 붙이고 다니고 수건이 없어지면 패닉상태에 빠지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림 8) 정신분석학자 위니콧(Donald W. Winnicot)은 라이너스의 수건과 같은 기능을 하는 물건을 과도기대상물(transitional object)이라고 불렀다. 과도기대상물은 아동의 신체가 아닌 물건으로서 아동이 심리적 위안을 목적으로 선택하는 물건을 말한다.

 

아동은 부모에 대한 애착과 부모로부터의 독립 사이의 간이역을 지나가는 여행자라고 할 수 있다. 심리학자 폴 블룸(Paul Bloom) 3∼6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복제장치를 이용해서 과도기대상물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다. 이 연구에서는 아이가 잠을 잘 때 늘 옆에 두고 하루에 적어도 3분의 1 동안은 같이 지내는 물건을 과도기대상물로 정의했다.

 

이 실험에 참여한 부모들은 아이를 데려오면서 과도기대상물도 함께 가지고 왔다. 이 연구에서는 비교대상으로 과도기대상물이 없는 아이들도 모집했다. 그리고 이들 부모에게는 장난감처럼 아이들이 좋아하는 물건을 가져다 달라고 요청했다.

 

실험은 비교적 간단했다. 아이들이 실험실에 들어오면 복제장치를 보여주고 시범으로 준비된 물건을 복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 다음 아이에게 아이가 가져온 물건을 복제해 주겠다고 제안한다. 아이가 동의를 하면 물건을 복제기계에 넣은 다음에 아이에게 복제한 후에 새로 복제돼 나온 것과 원래의 물건 중 어떤 것을 가져가겠냐고 묻는다. 과도기대상물이 아니라 단순히 좋아하는 물건을 가져온 아이들은 복제된 새 장난감을 선택했다. 하지만 과도기대상물을 가져온 아이들은 다르게 반응했다. 일부 아이들은 처음부터 복제기계에 과도기대상물을 넣는 것 자체를 반대했다. 그리고 복제를 승낙한 아이들도 대부분은 복제된 새로운 장난감이 아니라 자신이 가져온 장난감을 다시 가져가겠다고 대답했다.

 

세계 최초로 터치 연구소를 설립한 티파니 필드(Tiffany Field) 박사는 터치의 심리적 중요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를 제시한다. 그녀는 터치와 조산아의 발육 간 관계를 연구하기 위해 예정일보다 9주 일찍 태어난 아이들을 대상으로 마사지 치료 효과를 조사했다. 그 결과 신체접촉 없이 키운 아이들은 아무리 잘 먹이고 잘 보살펴도 심리적·신체적 발달상에서 지체를 나타낸다. 반면에 하루에 3, 15분씩 안마를 받았던 조산아들은 인큐베이터에 그냥 방치해둔 아기들에 비해 체중이 증가하는 속도가 무려 47%나 더 빨랐다. 특히 안마를 받은 아기들은 신경계도 빠르게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아기들은 신체접촉 없이 키운 아이들에 비해 더 활동적이었고 사람의 얼굴이나 움직임에 더욱 잘 반응했으며 평균 6일 정도 빨리 퇴원했다. 게다가 8개월 뒤에 추적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안마를 받은 아기들은 그렇지 않은 아기들에 비해 정신적 능력과 운동 능력 테스트에서 더 우수한 성적을 나타냈다. 잉글랜드의 케임브리지에 있는 한 병원에서는 조산아를 부드러운 양털 담요 위에 눕혀놓기만 해도 다른 아기에 비해 하루 평균 15g씩 체중이 더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3)‘터치는 어른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터치는 성인의 신체적 건강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필라델피아의 한 연구소에서는 심장마비를 일으킨 적이 있는 환자들의 생존확률을 연구했다. 다양한 변수와 그것의 영향력을 조사한 결과 생존확률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변수는 애완동물을 사육하는지 여부였다. 즉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더 오랫동안 생존했다는 것이다.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뭔가 다른 일을 하면서도 무심코 애완동물을 반복해서 쓰다듬어 주는 행위가 일종의 치료 효과를 나타냈다는 얘기다. 기혼인지, 독신인지 여부는 생존확률에 의미 있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처럼 다른 사람을 만져주는 것은 남의 손길을 받는 것과 유사한 형태의 치료 효과를 보여준다. 신체 접촉을 제공해주는 치료자 자신도 터치 대상과 함께 치료받는 것이다. 터치는 인간의 사회적 행동에도 의미 있는 영향을 준다. 심리학에서 텍타일 효과(tactile effect)라고 부르는 현상이 있다. 신체 접촉이 사회생활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다.

 

텍타일 효과의 한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한 대학 도서관에서 사서가 사람들에게 책을 대출해주고 있다. 이 사서는 무의식적 접촉의 효과에 관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데 근무 시간의 절반은 평소대로 일하고 나머지 절반 동안에는 가능한 한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하면서 신체 접촉을 했다. 예컨대, 사서가 학생에게 도서카드를 돌려주면서 학생의 손을 가볍게 스치는 것이다. 그 후 실험자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해당 학생에게 도서관 이용에 관한 소감을 묻는다. 실험자의 질문 중에는 사서가 웃었는지, 그리고 사서가 그의 몸을 건드렸는지에 관한 것이 포함돼 있다. 학생은 사서가 자신의 몸을 건드리지는 않았지만 웃었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서는 웃지 않았다. 이 실험을 오래 지속할 경우 금방 특정 패턴이 나타난다. 사서가 슬쩍 몸을 만진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도서관 이용 경험에 대해 훨씬 더 긍정적으로 응답한다는 것이다.

 

텍타일 효과의 또 다른 예로는 신체적인 접촉을 하는 경우 다른 사람에 대한 인상을 더 좋게 평가하는 것을 들 수 있다. 한 실험에서 웨이트리스가 손님들의 손이나 어깨를 눈치 채지 않도록 가볍게 만지는 행동을 한다. 웨이트리스가 신체 접촉을 한 손님들은 음식이나 식당에 대해 더 좋은 평가를 하지는 않더라도 일관되게 웨이트리스에게 더 많은 팁을 줬다.

 

결론적으로 신체 접촉은 언어나 감정적 접촉에 비해 10배 이상 더 강한 힘을 발휘한다. 이런 점에서 촉각만큼 사람을 강렬하게 자극하는 감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터치의 비즈니스 응용사례 3 - 터치의 심리학을 활용한 히트 상품, 테디베어

 

최초의 테디베어(Teddy Bear) 1903년에 탄생했다. 독일의 마르가르테 슈타이프(Margarete Steiff)가 봉제로 곰 인형을 만든 것이 시초다. 당시에 사람들은 이 곰 인형을 보면서 신기해했고 미국의 한 무역회사에서 이 곰 인형들을 수입해 미국 사람들에게 소개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유포되기 시작했다.

 

테디베어의 테디(Teddy)는 미국의 대통령인 테오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그러한 애칭은 루스벨트 대통령이 곰 사냥을 나갔다가 어린 곰을 풀어준 에피소드에서 유래한 것이다. 오늘날 테디베어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곰 인형의 대명사가 됐다. (그림 9)

 

곰 인형은 유년기 아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다시피 해온 장난감이라고 할 수 있다. 부드러운 천과 털로 제작된 곰 인형은 아이들의 잠자리 친구이자 삶의 동반자다. 우리나라에서도 곰 인형은곰돌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테디베어가 서양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된 결정적인 계기 중 하나는 2차 세계대전이다. 이때 모든 소비재 공장은 군수품 공장으로 전환됐다. 전시 상황에서 특별한 기계 설비 없이 생산 가능한 몇 안 되는 물건 중 하나가 바로 테디베어였다. 당시에 손바느질로 만든 봉제 인형인 테디베어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전쟁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성인들까지도 치유해주는 심리적 장난감 역할을 해줬다. 이처럼 테디베어가 세계적인 장난감으로 자리 잡게 된 데는 제품의 기능적 특성이 일종의 과도기 대상물 역할을 수행하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 같은 테디베어의 기능에 착안해 한 보험회사는걱정인형이라는 보조 장치를 마케팅에 활용하기도 했다.

4. 촉각과 착각

 

시각에서 착시가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촉각에서도 착각현상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고무손 착각(rubber hand illusion) 실험이다.

 

한 실험에서 연구 참여자는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테이블 위에 양팔을 어깨너비로 벌려 나란히 올려놓는다. 손바닥이 테이블 면을 향하도록 손을 편안하게 올려놓은 상태에서 손가락 끝이 테이블 면에 닿게 한다. 그리고 왼팔의 바로 오른쪽에 커다란 칸막이를 놓아 왼팔이 연구 참여자에게는 보이지 않도록 한 뒤 칸막이의 바로 오른쪽에 마치 연구 참여자의 왼손처럼 보이도록 만든 가짜 고무손을 올려놓는다. 고무손이 더 실제처럼 느껴지도록 넓은 천을 왼팔과 고무 팔 위에 덮어서 자신의 오른손과 고무손만 연구 참여자의 눈에 보이도록 한다. (그림 10)

 

다음에 실험자는 두 개의 붓을 들고 연구 참여자의 시야에서 가려진 진짜 왼손의 집게손가락과 고무손의 집게손가락을 동시에 긁는다. 2분 동안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그러면 이상한 일이 발생한다. 연구 참여자가 눈앞의 고무손을 마치 자기 손인 것처럼 착각하는 것이다. 이 실험에 참가한 연구 참여자들은 그 고무손이 진짜 자기 손처럼 느껴졌고 이러한 느낌을 기괴하다고 표현했다. 이번에는 실내의 조명을 꺼서 어둡게 한 상태에서 야광 자를 주고서 연구 참여자에게 그 자로 진짜 왼손(감춰져 있는)이 있는 위치를 가리켜보라고 한다. 그러면 연구 참여자는 십중팔구 자신의 진짜 손과 고무손 사이의 어느 한 지점을 가리킨다.

 

연구 참여자는 고무손이 마치 실제 자신의 손인 것처럼 느끼는 착각 경험을 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몸도 그러한 지각 내용이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여 반응한 셈이다. 이러한 점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주는 절차가 있다. 연구 참여자가 실험자에게 고무손이 마치 자신의 손처럼 느껴진다고 말하는 순간, 고무손의 집게손가락을 갑자기 꺾어버리거나 고무손 등에 기습적으로 주사바늘을 꽂는 것이다. 그러면 연구 참여자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거나 자율신경계가 진짜 위험에 처한 것처럼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땀이 나는 등의 신체반응을 나타낸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사람이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는 손은 두 개까지인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신체가 일단 새로운 고무손을 받아들이고 나면 자신의 진짜 손에 대해서는 완전히 남의 손을 보는 듯한 행동을 나타낸다. 예를 들면, 보이지 않는 왼손의 촉각에 대한 반응이 늦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더구나 주인에게 잊혀진 가여운 손은 오른손에 비해 체온마저 30도 수준으로 뚝 떨어져 버린다.

 

촉각과 관련해서 일어나는 착각의 또 다른 예로는 미각에서의 착각 현상을 들 수 있다. 사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맛에 미치는 촉감의 영향력은 대단히 크다. 맛과 촉감의 관계는 음식물의 질감에 따라 그 음식물이 맛있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렇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퍼석퍼석한 사과를 좋아하거나 덩어리진 우유를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맛과 촉감의 관계를 보여주는 간단한 실험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면봉에 진한 설탕물을 적신다. 처음에는 혀의 왼쪽 측면의 약간 위쪽에서 시작해 혀의 측면을 따라 면봉으로 혀에 설탕물을 묻혀 나간다. 이때 혀끝을 향해 면봉을 미끄러지듯이 움직이면서 혀가 어떻게 단맛을 느끼는지 살펴본다. 면봉이 혀끝에 닿으면 이번에는 혀 오른쪽 측면을 따라 면봉을 움직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왼쪽 측면에서보다는 오른쪽 측면과 혀끝에서 단맛을 더 강하게 느낀다.

 

이번에는 물로 입안을 헹군 뒤 다시 한번 면봉을 설탕물에 적신다. 이번에는 혀의 오른쪽 측면에서부터 시작한다. 약간 위쪽에서 시작해 혀끝으로, 그리고 다시 왼쪽 측면으로 면봉을 움직인다. 재미있는 것은 조금 전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왼쪽 측면에서 단맛을 더 강하게 느끼게 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미각에서의 착각 경험은 혀의 촉각 경험이 미각 경험 자체를 변형시키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동일한 설탕물이 혀의 부위에 따라 당도가 다르게 지각된 것은 미뢰(taste bud)가 실험을 하는 도중에 이사를 했기 때문이 아니라 미각이 촉각에 의해서 강하게 영향받기 때문이다. 사실 혀의 오른쪽 측면과 왼쪽 측면에는 맛을 느끼는 미뢰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혀끝에는 미뢰가 고도로 밀집돼 있는데 설탕물을 묻힌 면봉이 혀끝의 미뢰를 자극함으로써 단맛이 나는 위치에 대한 자각이 단맛의 수용체가 위치한 자리가 아니라 면봉이 건드린 혀의 위치를 따라 이동하게 된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딱딱한 사탕을 입안에 넣고 굴리게 되면 단맛이 사탕의 이동경로를 따라가며 느껴지는 것이다.

 

이처럼 촉각이 미각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사물을 일관성 있게 지각하고자 하는 전략이 적용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미뢰는 혀 안에 산발적으로 분포돼 있기 때문에 우리 신체가 일관성의 전략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한 조각의 음식물에 대해서조차 전체적인 맛을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

 

터치의 비즈니스 응용사례 4 - 혀 촉각의 착각을 이용해서 성공한 맥주 기네스

 

심리학자 레너드 리(Leonard Lee)와 동료들은 맥주에 대한 블라인드 테스팅을 진행했다. 연구자들은 동네 술집을 방문해서 맥주에 발사믹식초를 섞은 MIT 맥주를 마시게 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그냥 맥주보다 MIT 맥주를 더 좋아했다. 하지만 식초를 섞은 맥주라는 정보를 미리 듣고 맛을 보는 경우에는 다른 맥주보다 맛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결과는 일반 사람들이 맥주의 맛을 정확하게 평가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네스(Guinness)는 현재 세계 최고의 맥주 브랜드 중 하나다. 기네스는 지난 250년간 전 세계인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으며 세계 최대 규모의 맥주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매일 세계 전역에서 사람들이 마시는 기네스 맥주는 1000만 잔이 넘는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기네스 맥주의 상징이 바로크리미 헤드(creamy head·고운 거품)’라는 점이다. 크리미 헤드는 맛이 아니라 부드러운 느낌을 강조하는 표현에 해당된다. 기네스 맥주 캔 안에는 기네스 고유의 크리미 헤드를 만들어 주는 플라스틱 장치가 들어 있다. 맥주 캔 안에 들어 있는 하얀색 플라스틱 볼을 위젯(widget)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캔과 병이 오픈될 때 위젯 안에 갇혀 있던 작은 양의 맥주와 질소가 맥주를 향해 뿜어져 나오면서 기네스만의 독특한 고운 거품을 만들어 준다. 이 위젯은 기네스 캔의 맥주가 아일랜드의 술집에서 따라 마시는 기네스 맥주와 똑같은 맛과 질감을 갖도록 해줄뿐더러 처음에부드럽다는 믿음을 심어줌으로써 이후에도맥주 맛 자체가 부드럽다는 혀 촉감의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전형적인촉각의 착각을 이용한 성공 사례다.

 

5. ‘터치 비즈니스의 미래

 

터치 비즈니스의 미래에 관해서는 세 가지 측면에서 논의를 진행해 볼 수 있다. 바로 로봇햅틱기술, 고령화 사회에서의 터치산업, 그리고 최고의 촉각경험으로서의 오르가즘 이다.

 

우리는 어떤 물체에 직접 손을 대보지 않고도 대상의 질감에 대해 잘 느낄 수 있다. 숟가락으로 수프를 저어보면 수프가 먹기 좋게 걸쭉해 졌는지 여부를 알 수 있다. 또 펜을 쥐고 글씨를 써보면 종이의 질이 매끄러운지, 거친지, 그리고 가벼운지에 관해 알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할 때 자신의 몸이 젖지 않은 상태에서도 외부의 접촉 대상이 젖어 있는지 여부를 느낄 수 있다. 탐침이나 기타 도구를 이용해 사물과 접촉하는 것을 대리접촉(proxy touch)이라고 한다. 이러한 대리접촉에서는 도구의 끝에서 수집되는 대상의 물리적인 특징에 대한 정보가 도구를 통해 우리 피부로 전달돼 그 표면의 특징을 지각할 수 있게 된다. 대리접촉을 통해 우리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사물을 자세하게 지각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리접촉에 관한 연구에서는 주로 길이 12.5, 그리고 굵기 0.16㎝의 플라스틱 펜을 사용한다. 연구 참여자들에게 패인 홈의 폭과 간격이 서로 다른 여러 개의 플라스틱 격자를 플라스틱 펜으로 긁도록 한다. 그 후 각 격자의 거칠기를 등급화한 후 숫자로 표현하도록 요청하면 연구 참여자들은 탐침만을 써서 다양한 종류의 질감을 구분해낸다. 이때 연구 참여자들이 매긴 등급은 검지를 써서 매긴 등급과 사실상 일치했다.

 

1)로봇햅틱기술

 

대리접촉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첨단기술 중 하나가 바로 로봇햅틱기술이다. 이 기술은 로봇이 느끼는 감촉을 사람도 똑같이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로봇이 물건을 집었을 때의 무게감, 로봇손가락에 전달되는 접촉감과 질감 등에 대한 정보를 로봇을 조종하는 사람도 똑같이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을 말한다. 로봇을 이용해 사과를 따거나 사람을 수술하는 등의 정교한 움직임을 조작하려면 촉감 정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글의 초반에서 언급한촉감을 잃어버린 농부가 보여준 생활상의 어려움은 이러한 점을 상기시켜준다.

 

이러한 로봇햅틱기술은 그다지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의 생활환경을 크게 바꿔줄 수 있다. 예를 들면, 전투에서 부상당한 병사는 후방 병원에 있는 외과의사가 조종하는 수술용 로봇을 통해 현장에서 신속하게 치료받을 수 있다. 또 과수원에서는 노부부가 집에서 로봇을 원격 조종해 사과를 따서 포장까지 마칠 수 있다. 비록 로봇이 스스로의 지능으로 움직이는 것은 먼 미래의 일일지라도 사람이 원격 조종하는 로봇의 시대는 그다지 멀지 않는 시점에 충분히 현실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2)고령사회에서의 터치산업

 

고령화 사회에서의 터치산업도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다. 피부감각도 다른 감각과 마찬가지로 피부의 촉감을 담당하는 수용체의 숫자가 줄어들고 신경전달속도도 감소하면서 노화를 겪는다. 신경전달속도가 감소한다는 것은 신경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으로 신호전달이 느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늘에 손이 찔렸을 때 통증을 느끼기까지의 시간이 길어진다는 의미다. 이러한 신경자극전달속도는 40세에 가장 빠르고 그 이후부터는 점차 느려진다. 또 촉감을 담당하는 수용체의 숫자가 감소하면 촉각에 대한 정확도가 떨어지게 된다. 사람 몸에서 촉각이 가장 예민한 부위인 손가락 끝을 바늘로 찔렀을 때 정상적으로는 두 바늘이 2㎜만 떨어져 있어도 별개로 인식하지만 65세 이후부터는 그 간격이 70% 이상 늘어나야 인식하는 것이 가능해 진다. 특히 팔다리 끝부분, 그리고 그중에서도 발의 촉각 능력이 더 크게 감소된다. 발의 경우 젊었을 때보다 약 90% 정도 기능상의 감소를 나타낸다. 이런 이유로 노인은 신발에 들어간 돌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발에 상처가 잘 난다. 그리고 온도에 대한 감각도 떨어져서 뜨거운 물에 화상도 잘 입는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노인은 거의 아기와 같은 수준으로 터치에 대한 욕구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욕구를 채우면서 살아가는 노인은 극히 드물다. 노인들에게 마사지를 해주면 심신의 기능이 크게 개선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양로원에서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들에게 라벤다 향이 섞인 마사지 오일을 사용해 하루에 다섯 번 정도 아로마 마사지를 시술하면 인지기능이 향상된다.

 

재미있는 점은 사람이 화장을 하면 피부마사지를 받는 것과 유사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인에게 화장을 해주면 정서적으로 활력이 넘치고 행동도 적극적으로 변한다. 한 연구에서 63세에서 93세까지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팀은 여대생이 매주 한 번씩 방문하여 대화를 나누고 한 팀은 같은 시간 동안 화장을 해줬다. 그러자 화장을 한 노인들이 사회적인 적극성을 보이는 동시에 자존감도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고령화 혹은 고령 사회에서 사회적인 수요가 증가하게 될 산업이 무엇일지에 관해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바로터치 비즈니스라는 것이다. 이러한 터치 비즈니스에는 다양한 사업이 포함될 수 있다. 감각 연구자인 애커먼(Diane Ackerman) 박사에 따르면, 직업적인 터치 전문가들로는 의사, 미용사, 마사지사, 춤지도사, 메이크업 전문가, 이발사, 척추교정 지압 전문가, 네일 아티스트 등이 있다.

 

3)최고의 촉각경험오르가즘의 변형

 

최고의 촉각경험에 관해 살펴보도록 하자. 서두에서 21세기에는 촉감을 지배하는 사람이 인간의 마음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한 것은 최고의 촉각 경험으로서의 오르가즘을 염두에 둔 표현이었다. 보통 오르가즘은 성관계(sex)를 통해 경험하게 되는 엑스터시를 말한다.

 

오르가즘 상태에 있는 여성의 뇌를 촬영한 fMRI(자기공명영상) 자료에 따르면 오르가즘 상태에 있는 여성은 두뇌의 80% 부위가 활발하게 반응했다. (그림 11) 처음에 성적쾌감은 생식기 감각 피질 부위에서 활성화되기 시작해서 절정기 때는 사실상 뇌 전체 부위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요한 것은 우리는 파트너와의 섹스 등 직접적인 성적 자극이 없어도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참여한 여성들 중 약 40% 이상이 헬스클럽에서 운동 중 10회 이상 성적쾌감이나 오르가즘을 느낀 적이 있다고 보고했다.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오르가즘을 느끼기 위해 일부러 헬스클럽을 찾는 여성들도 있었다는 점이다. 이것과 유사한 예로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또는 <스토리 오브 엑스> 같은 책을 읽으면서 심리적 흥분감을 경험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스탕달(Stendhal) 신드롬이라는 말이 있다. 뛰어난 작품을 보았을 때 순간적으로 느끼는 황홀경 증상을 말한다. 이것은 프랑스의 작가 스탕달이 1817년 산타크로체성당에서 레니(Guido Reni)의 작품을 감상한 후 황홀경을 경험했다는 사실을 자신의 일기에 기록한 데서 유래한 표현이다.

 

21세기에는 스탕달 신드롬과 같은 감성적이고 지적인 오르가즘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수가 더욱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우리가 감성적이고 지적인 형태의 오르가즘을 경험할 수 있는 활동은 무수히 많다. 사람들이 오르가즘을 경험하는 모습을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기술한다면 그것은 뇌 속에서 엔도르핀이 활성화되는 상태에 해당된다. 따라서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오르가즘을 유발하는 최고의 비법 중 하나는 바로 엔도르핀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엔도르핀의 효과를 잘 보여주는 예로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는 현상을 들 수 있다. 조깅을 할 때처럼 오랫동안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굉장히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마치 약에 취한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는 체험을 하게 된다. 이때에는 마치 몸이 날아가는 것처럼 가벼워진다고 해서 러너스 하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것이 바로 엔도르핀의 전형적인 효과에 해당된다.

 

엔도르핀을 매개로 한 감성적이고 지적인 오르가즘을 주는 활동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명품 컬렉션 활동이다. 이런 점에서 세계적인 명차 롤스로이스 보닛 위에 솟은 엠블럼이스피릿 오브 엑스터시(Spirit of Ecstasy)’로 불리는 점은 상징적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게 될 방향과 관련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론적으로 21세기는 터치 비즈니스의 시대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시대에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핵심적인 동인 중 하나는 바로 최고의 촉각경험인엑스터시가 될 것이다.

 

고영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elip@korea.ac.kr

필자는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삼성병원 정신과 임상심리 레지던트를 지냈고 한국임상심리학회 임상심리전문가와 한국건강심리학회 건강심리전문가 자격을 따기도 했다.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에서 박사 후 과정을 했으며 현재 고려대 심리학과 부교수이자 동 대학 학생상담센터장을 맡고 있다.

 

  • 고영건 고영건 |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필자는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삼성병원 정신과 임상심리 레지던트를 지냈고 한국임상심리학회 임상심리 전문가와 한국건강심리학회 건강심리 전문가 자격을 취득했다.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쳤다. 한국임상심리학회장을 지냈다.
    elip@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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