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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서비스’, 제조업의 필수요소

배순훈 | 10호 (2008년 6월 Issue 1)
리눅스 업체인 레드 해트(red hat)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업체가 아니라 설치된 프로그램의 교육, 유지, 보수를 도와주는 컨설팅 회사다. 소스 코드를 개방한 리룩스 체제에서는 시스템을 판매할 수 없다. 대신 리눅스로 작성한 프로그램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최근 오라클도 ERP(전사적 자원관리) 본체를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한다. 하지만 고객 회사가 이를 적합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즉 ERP 시스템 자체의 생산 원가는 높지 않지만 고객사마다 특수한 여건을 감안한 맞춤 서비스는 생산 원가가 많이 들고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제조업에서도 대량으로 생산하는 제품의 가격은 계속 떨어지는 반면, 고객 맞춤 서비스의 경우 품질을 향상시킬수록 가격을 높일 수 있다. 제조업 생산 기지가 중국 등 개발도상국으로 옮겨가면서 노동 분담 형태가 변하고 있다. 선진국은 상품의 설계, 핵심 부품 개발, 구매, 물류, 상품 판매, 고객 서비스 등에 집중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 판매도 대도시를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여러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던 한국 제조업은 지속적인 임금 상승으로 경쟁력이 떨어졌다가 외환위기 후 임금 조정이 일어나면서 다시 경쟁력을 회복했다. 중국은 올해 베이징 올림픽을 기점으로 중국 브랜드 마케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획기적인 구조조정을 통한 서비스 혁신을 바탕으로 생존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한 과제로는 첫째, 인력 양성을 꼽을 수 있다. 지난 30년간 교육 평준화로 개인의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활동이 억제됐다. 향후 개인들의 창의성 발휘를 강조하면 극심한 양극화가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외부 여건은 소수의 창의적 인재를 필요로 한다. 양극화가 발생하더라도 영재 교육에 국가적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인가?
 
둘째, 고위험 고수익 시장의 형성이다. 어차피 두 고래 사이에 낀 새우가 우리 처지이다. 중국의 경기 진폭은 우리 경제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크다. 하루아침에 수천만 명의 고소득자를 만들기도 하지만 하루아침에 수천만 명의 실업자를 양산하기도 한다. 롤러코스터를 탄 어린아이도 정신을 바짝 차리면 살아남을 수 있다. 아직도 동북아 경제 허브가 우리 지향점이라면 우리 전략은 이미 결정됐다. 바로 세계 표준을 따라 시장 경쟁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규제 철폐는 물론 국내 기업들의 국제 경쟁을 도와줄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셋째, 소비자의 엄격한 판정이 기업을 살린다. 원산지 증명은 원래 선진국이 자국의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조치였다. 하지만 정부가 보호하던 제조업은 모두 해외로 이전했다. 소비자의 보호가 기술혁신을 오히려 지연시킨 것이다. 시장이 큰 선진국들은 내수 시장을 보호할 수 있었지만 규모가 작은 우리는 처음부터 처절한 경쟁을 피할 수 없엇기에 우리 제조업 분야는 이런 경쟁을 뚫고 세계적 경쟁력을 수립할 수 있었다. 다음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농수산업 차례다.
 
우리는 국내 시장이 작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세계 시장은 크고 다양하다. 따라서 공산품, 농산품 모두 서비스 콘텐츠의 비중을 높여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우리의 역할이 자유시장 경쟁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점을 모두가 분명하게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

필자는 1969년 미국 MIT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미국 보그워너사의 선임기사로 재직했다. 대우자동차부품, 대우전자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냈다. 1989년 대한민국 과학기술상, 1994년 능률협회 최고경영자상을 받았다. <기본으로 돌아가자> 등의 저서가 있다.
  • 배순훈 | - (현)KAIST부총장·경영대학장
    - 정보통신부 장관
    - 대우자동차부품, 대우전자 대표이사
    - 미국 보그워너사의 선임기사로 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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