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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브랜딩

진짜+독특=진정성 실체 있는 브랜딩에 일관성을 더하라

황부영 | 136호 (2013년 9월 Issue 1)

 

 

진정성(Authenticity)의 의미

 

21세기 들어 진정성(Authenticity)은 브랜딩과 마케팅, 그리고 기업경영에 있어 누구나 언급하는 하나의 화두로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필립 코틀러가마케팅 3.0시대의 도래를 예언한 맥락도 진정성이 강조되는 시대적 흐름과 불가분의 관련이 있다. 진정성이라는 말을 책 제목에 그대로 쓰면서 진정성 마케팅이라는 말을 만들어 낸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파인과 길모어 교수는 2007년 발간된 그들의 책 에서 진정성 마케팅의 유형을 다섯 가지로 구체적으로 정리해 제시함으로써 진정성 마케팅의 유행을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책에서 파인과 길모어 교수는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보면 곧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할 수 있다. 소비자가 진짜와 가짜를 쉽게 구별할 수 있다는 이 말에 전 세계적으로 진정성이 부각되는 핵심 원인이 담겨 있다. 21세기 들어 소비자들이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 쉬워졌다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브랜딩에도 적용된다. 광고 등 멋지게 꾸민 소비자 커뮤니케이션만으로는 브랜딩이 완성될 수 없게 됐다. 진정성이라는 말은 그리스어 ‘authentikos’에서 유래한다. 이 말은진짜라는 뜻이다. 가짜가 판치는 곳에서 진짜는원본이나독창성을 뜻한다. ‘독창적인 원본을 만들어 내는 사람은 곧 작가(author)가 되는 것이고, 이런 독창적인 사람은 권위를 갖게(authoritative) 마련이다. 진짜가 주는 권위가 바로 진정성이다. 가짜를 멀리 하고 진짜를 선호하는 것이야말로 진정성이라는 단어의 원래 뜻이 잘 반영된 양태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소비자집단의 등장과 진정성의 부각

 

가짜보다 진짜를 더 좋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이런 경향이 어제오늘 일이 아닐 텐데도 21세기 들어 진정성이 갑자기 부각된 원인은 무엇일까? 21세기 들어서 사람들이 갑자기 착해지거나 소비자들이 단체로 현명해진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원인은 21세기에 본격화한 두 가지 현상의 작용 및 그 작용으로 등장한 새로운 소비자 집단에 있다.

 

21세기 들어 본격화한 현상 중 첫 번째는 정보기술의 발달이 가져온정보주권의 재편성이다. 온라인 환경의 급속한 발전 - 특히 활자 형태의 정보보다 훨씬 각인 효과가 큰 이미지나 동영상을 쉽게 올리고 내려 받을 수 있으며 동시에 공유와 전파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의 활성화 - 으로 오랜 시간 정보의 수용자에 그쳤던 소비자가 이제는 정보를 생산하고 전파하는 주체가 된 것이다. 정보주권의 재편성에 따라 이전의 정보생산자인 기업이나 국가가 정보를 그들의 입맛에 맞게 통제하는 것이 이제는 불가능하다. 기업에 불리한 정보가 숨겨지기는커녕 오히려 확산되고 공유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기업의 악행은 숨겨지지 않는다. 겉으로는 좋은 얘기를 내세우지만 진정성이 없는가짜기업을 소비자는 이제 쉽게 가려낼 수 있다. 얼마 전 곤욕을 치른 모 기업 또한 녹음파일이 공유되지 않았다면 타격이 이렇게 심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두 번째는인구구성의 재편성현상이다. 인구의 노령화가 본격화했다는 의미다. 인구의 노령화는 그저 노인이 많아졌다는 뜻이 아니다. 40세 이상의 중장년층이 인구 구성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장년층이 인구 구성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긴 것은 인류 최초의 상황으로, 21세기에 들어서 나타났다. 사람들은 공식적인 경제활동을 끝내고도 오랜 시간을 더 살아야만 한다. 하루하루 정신없이 지내던 20세기 사람들과 달리 추가의 긴 시간을 갖게 되면서 21세기 사람들은 생각이 많아졌다. 여기에 하나의 집단 무의식이 작용한다. 작은 것에도 나름의 의미를 담고 싶어 하는 생각이다. 사람들은 소비 행위에서도 의미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이 도덕적으로 착해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되도록 의미 있는 소비를 선호하게 됐다는 말이다.

 

기술적 진보(정보 주권의 재편성)를 바탕으로 한 소비자 의식의 변화(인구 구성의 재편성) 21세기 들어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소비자 집단을 등장시켰다. ‘사회적으로 개입하는, 혹은 책임지려는 소비자 ‘Socially Engaged Consumer’의 등장이다. 사회적으로 관여하려는 소비자의 비중이 계속 커지고 특히 소비자의 발언권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진짜와 가짜를 쉽게 구별할 수 있는 정보를 가지고 있고 이왕이면 의미 있는 소비를 하려는 이런 소비자들에게진정성은 매우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된다. 진정성이 21세기 들어 급격히 부각되기 시작한 원인은 바로 이들에게 있다. 이들이야말로브랜드를 보면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하려고 하고 가짜라면 그 소식을 널리 전파할 수 있는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일반적 브랜딩과 브랜딩의 두 요소

 

얼마 전까지 브랜딩은제품에 무슨 이름을 붙일까하는 네이밍과어떤 디자인을 활용할까하는 디자인 작업을 일컫던 말이었다. 브랜드가상표보다 더 큰 의미를 갖게 되면서 브랜딩은우리 브랜드의 가치나 의미가 소비자에게 잘 전달되고 왜곡 없는 이미지로 받아들여지는 과정’, 즉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일컫는 또 다른 표현이 됐다. 브랜딩은우리 브랜드 하면 소비자 머릿속에 특정하고도 강력한 생각, 연상, 단어, 문장 등을 남게 하는 것이다. 강하게 떠오르는 생각, 연상, 어떤 단어나 문장 때문에 소비자 스스로 구매하게 만드는 것이 브랜딩이다. 진정성이 부각되기 이전까지 브랜딩은무엇을 떠올리게 만들까소비자들이 우리 의도대로 인식하고 있는가의 두 가지 요소가 거의 전부였다.

 

브랜딩의 출발은소비자가 우리 브랜드에 대해 이러이러한 생각이나 연상을 떠올리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목표 인식을 정립하는 것이다. 이렇게 목표로 정한 인식을 브랜드 아이덴티티라고 한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What I am’이 아니라 ‘What I want to be seen’이다. 목표 인식, 즉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잘 전달돼서 소비자가 브랜드에 대해 떠올리는 결과적인 인식을 브랜드 이미지라고 한다. 브랜드 이미지는 ‘What they perceive’가 된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멋있게 정하고 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세련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얼마 전까지의 일반적인 브랜딩이었다. 따라서 일반적인 브랜딩을 구성하는 두 가지 요소는 아이덴티티와 이미지다. 진정성이 이렇게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기 전까지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은 목표 인식인 아이덴티티를어떤 커뮤니케이션 방법으로 전달하면 소비자가 이미지로 잘 받아들일 것인가였다. 트렌드나 시대감성에 어울리며 멋있는 아이덴티티를 잘 뽑아내고 그것을 세련된 광고로 전하겠다는 접근이 일반적인 브랜딩이었다. 브랜딩에 관심 있는 기업이라면 멋있는 목표 인식을 설정하고 상당한 비용을 들인 광고로 목표 인식을 이미지로 전환시키려고 노력해왔다. 물론 이런 노력은 일정 정도 보답을 받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브랜딩 혹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세련된 광고 전략으로 치부될 경우도 종종 있었다. 외부 커뮤니케이션 중심의 브랜딩이 일반적인 브랜딩의 대세였다는 의미다. 적어도진정성이 부각되기 전까지는 그랬다.

브랜드 트라이앵글 - 진심이 담긴 브랜딩(Authentic Branding) 3요소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매력적으로 포장한 광고를 보고 소비자가 그 제품을 구매했다고 가정해보자. 소비자는 그 브랜드가 주장하는 목표 인식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그 간접 경험을 토대로 구매한 것이다. 그런데 만일 그 제품이 광고에서 주장하던 아이덴티티와 크게 다른 성능을 보인다면 소비자는 어떤 반응을 나타낼까? ‘속았다.’ 이 한마디 아닐까? ‘내구성을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멋있게 광고하는 브랜드의 제품을 샀는데 오히려 쉽게 망가지더라는 직접적인 경험을 한 소비자가 느끼는 배신감은 단순히 개인적인 감정으로 머물지 않는다. 정보주권의 재편성 현상에 따라 소셜미디어를 타고 다른 소비자에게 널리 전파된다. 어떤 기업이인간 중심을 자신들의 핵심가치, 즉 브랜드 아이덴티티라고 얘기하는, 설득력 있는 기업브랜드 광고를 집행했다고 치자. 소비자가 그 기업의 제품을 구입했다. 제품 성능은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인간 중심을 그토록 외치던 그 기업이 종업원과 협력업체를 가혹할 정도로 비인간적으로 다루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소비자는 어떻게 반응할까? 일부는제품은 좋잖아하면서 계속 그 기업의 제품을 사겠지만 또 다른 일부 소비자는이왕이면 앞으로는 다른 기업의 제품을 사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사회적으로 참여하는 소비자라면 더 크게 분노를 표출하고 또 공유하려고 할 것이다.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한 명의 직접 경험이 다수 소비자에게 간접 경험으로 전달되고 공유되는정보 주권의 재편성시대다. 이런 상황에 목표 인식(브랜드 아이덴티티)을 광고로 잘 풀어서 전달하는 일반적인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은 결코 브랜딩의 완성형이 아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직접 경험이다. 이미지가 아니라 실체다. 진심이 담긴 브랜딩은 소비자의 간접 경험(대표적으로 광고)뿐 아니라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직접 경험(제품, 판매 현장, 종업원과의 접촉 등)에서도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경험하게 만든다. 진정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은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모든 접점에서 직/간접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직접 경험을 일으키는 요소인 브랜드 실체(Brand Reality)에 목표 인식(Brand Identity)을 철저히 반영하는 것에서 진정성 있는 브랜딩이 시작된다. 간접 경험과 배치되지 않는 직접 경험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진정성 있는 브랜딩에는 일반적인 브랜딩의 두 요소인 아이덴티티와 이미지에 브랜드의 직접 경험에 해당하는실체(reality)’가 더해져야 한다.

 

브랜드의 직접 경험에 따른 성공과 실패

 

Circuit City Best Buy는 모두전자제품을 쉽고 즐겁게 사는 곳(Making it easy for customers to shop, buy and enjoy electronic products)’을 똑같이 약속했지만 명암이 엇갈렸다. 둘은 광고도 서로 비슷했다. ‘전자제품을 쉽고 즐겁게 사는 곳을 내세우며 똑같은 간접경험을 소비자에게 제공했다. 전자제품 판매장의 제품 구성은 크게 차이가 없을 것이다. 판매되는 제품의 성능은 제조기업의 책임이지 판매처의 문제는 아니다. 광고가 같고 제품도 같은데 왜 Circuit City는 실패하고 Best Buy는 성공했을까? 여기서 우리는 간단하지만 강렬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성패의 핵심은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브랜드 실체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느냐였다. Circuit City는 유통업의 특성상 비용 절감에 신경을 썼다. 브랜드의 약속을 못 지킬 정도로 지나치게 신경을 많이 쓴 것이 문제였다. 그들은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해 미숙련 서비스 인력을 활용했다. 숙련도가 떨어지는 직원들의 고객 대응은 항상 조금씩 늦었고 결국 Circuit City의 매장은전자제품을 쉽고 즐겁게 사는 곳이 되지 못했다. 브랜드의 간접경험과 완전히 배치되는 직접경험을 제공한 셈이다. Best Buy는 달랐다. 그들은 심지어 Geek Squad를 만들어 전진 배치했다. Geek은 기계에 정통한 괴짜를 뜻하는 속어다. 젊은이들의 표현대로 한다면 Geek기계 덕후쯤에 해당할 것이다. 이들은 원래 기계에 미친 사람들이다. 기계에 있어서만큼은 지식수준이 상당하며 새로 나온 기계에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이들과 얘기를 나누며 전자제품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해 보자. 말 그대로쉽고 즐겁게살 수 있지 않을까? Best Buy는 이런 사람들을 아예 정규 직원으로 채용하고 배치했다. 거기에 전자제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Experience Zone’을 설치했다. 소비자가 새로운 기계들을 직접 경험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전자제품을 쉽고 즐겁게 사는 곳이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광고를 통해서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실체에 명확히 반영하는 직접 경험 중심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과감하게 실행했다. 이것이 Best Buy가 크게 성공한 이유다.

 

진정성 브랜딩(Authentic Branding)의 성공을 위한 Tip

 

진심이 담긴 브랜딩은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간접 경험(대표적으로 광고 등)만을 통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전달하려는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브랜드에 대한 직접 경험(제품, 판매 현장, 종업원과의 접촉 등)에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느낄 수 있도록 하려는 노력이다. 멋진 슬로건으로 무장한, 황홀한 광고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것은 진정성 있는 브랜딩이 아니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접하는 모든 접점에서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느껴지는 소비자 경험(Branded Consumer Experience)’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진심이 담긴 브랜딩이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목표 인식이면서 동시에 소비자에게 하는 브랜드의 약속이다. 그 약속을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지키는 것이 진심이 담긴 브랜딩이다. 진정성 있는 브랜딩을 위해 몇 가지 명심할 것이 있다.

 

1. 애초에 Reality와의 연계성이 있는 Identity를 설정해야 한다.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브랜드 실체에 철저히 반영돼 직접 경험으로 느껴지게 하는 것이 진정성 있는 브랜딩의 핵심이다. 진심 어린 브랜딩을 위해서는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실체에의 반영이전에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설정할 때부터 염두에 둬야 할 점이다. 어차피 브랜드 아이덴티티는이렇게 보이고 싶다는 바람이 담긴 목표 인식이다. 당연히 브랜드의 현재 모습보다는 멋있게 설정되기 마련이다. 이것은 크게 문제 될 일이 아니다. 문제는 멋있게 보이고 싶다는 욕심이 지나쳐 브랜드의 실제 모습(역사, 강점과 약점, 독특한 특징 등)과 연계성 없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설정하는 데 있다. 사기와 협잡으로 평생을 살아 온 사람이 전달하고픈 목표 인식을정의로움으로 설정한다면 과연 설득력이 있을까? 진정성의 어원인 ‘authentikos’진짜라는 의미다. 현재의 모습이나 그동안의 역사와는 전혀 연계성이 없어 보이는 얘기를 목표 인식으로 설정하고 전달한다면 그 브랜드는 결코 진짜배기로 보일 수 없을 것이다.

 진정성 있는 브랜딩은 크든 작든 브랜드의 실체와 연계성이 있도록 아이덴티티를 설정하는 최소한의 솔직함에서 출발한다. 물론 설정한 아이덴티티가 제품 등의 실체에 확실히 반영되도록 하는 노력은 반드시 수반돼야 할 필수 사항이다.

 

2. 모든 임직원이 럭비팀이 돼야 한다.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느껴지는 소비자 경험(Branded Consumer Experience)’이 소비자가 브랜드와 만나는 모든 접점에서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성 있는 브랜딩,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다. 아이덴티티가 반영된 가장 직접적인 브랜드 실체는 물론 제품이다. 제품의 품질이나 성능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배신해서는 브랜딩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다. 문제는 소비자가 브랜드를 경험하는 원천이 제품 말고도 굉장히 많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소비자 경험은 브랜드를 다루는 부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조직이나 사람, 그리고 장소에서 일어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콜센터, 창구, AS센터 등이 대표적이다. 때로는 집 앞에서 사는 사람과 우연히 부딪친 경험이 그 사람이 속한 기업의 브랜드를 평가하는 자료로 쓰인다. 브랜드는 관련된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겪는 경험 전반에 대해 갖는 인식의 문제다. 따라서 브랜드와 관련이 없다고 여겨지는 부서에 근무하는 임직원의 역할이 진정성 있는 브랜딩에선 매우 중요해진다. 말하자면 모든 임직원이 럭비를 해야 하는 셈이다. 럭비는전진땅 따먹기가 본질인 구기 종목 중에서 독특한 특징을 지니는 종목이다. 전진해야 이기는 경기인데도 손으로 던지는 전진 패스가 없는 유일한 종목이다. 전진해야 이기는데 전진 패스가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단 한 번의 패스도 없이 한 명이 상대방을 다 따돌리고 전진하면 된다. 당연히 이 방법은 매우 어렵다. 아무리 빠르게 뛰어도 상대편 열다섯 명을 혼자 제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럭비 경기에서 한 팀이 전진하려면 공을 들고 뛰는 선수와 다른 선수들이 동일선상에서 함께 뛰어야 한다. 그래야 공을 서로 주고받으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모두가 함께 뛰는 것이다. 럭비공을 브랜드라고 해보자. 그 공을 들고 뛰는 사람은 사장일 수도 있고 브랜드 매니저일 수도 있다. 그들이 공을 들고 뛸 때 브랜드와 직접 관련이 없다고 생각되는 재무, 인사, 연구개발 등 모든 부서도 함께 뛰어야 한다. 모든 부서가 공이 가는 방향인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맞춰 함께 뛰어야 한다는 의미다. 진정성 있는 브랜딩을 위해서는 모든 임직원이 브랜드라는 공을 가지고 싸우는 럭비를 한다고 인식해야 한다. 모두 한 방향으로 맞춰 뛰어야 한다.

3. 워비곤(Wobegon) 호수 효과를 경계해야 한다.

 

워비곤(Wobegon) 호수는 미국 라디오 쇼에 나왔던 가상의 마을이다. ‘근심(Woe)’사라진(Be Gone)’ 호수라는 말이다. 라디오 쇼에서 워비곤 호수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평균 이상으로 묘사된다.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평균 이상으로 키가 크고 잘 생기고 예쁘다. 여기서 문제는 그렇게 판단할 수 있게 하는평균이 대체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를 빗대 워비곤 호수 효과라는 말은 사람이기 때문에 가지는 자연스러운 인식의 왜곡을 뜻하는 용어로 널리 쓰인다. 수년 전, 미국의 한 기관이 고등학생 83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를 보면 미국 고등학생의 60%가 자신의 사회성이 상위 10%에 든다고 답했고 25%에 이르는 학생들은 상위 1%에 든다고 대답했다. 놀라운 것은 응답자 중 아무도 자신이평균 이하라고 답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워비곤 호수 효과의 좋은 예다. 사실 우리 모두는 스스로를 실제보다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재능이나 실력을 과대평가하기도 한다. ‘, 혹은 내가 속한 조직은 아무리 못해도 최소한 평균 이상은 된다고 믿는 경향이 강하다. 진정성 있는 브랜딩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워비곤 호수 효과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 정도면 잘하는 것이다는 생각이나최소한 우리는 평균 이상은 한다는 인식에서 부단히 벗어나려고 애써야 된다. 워비곤 호수 효과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습관이 조직 전체에 배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브랜드 경험을 더 향상시킬 수 있을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진정성 있는 브랜딩을 위해서는 잘되고 있는 부분에 관심을 기울이지 말고 성공적이지 못한 브랜드 경험이 무엇인지 눈을 부릅뜨고 찾아내야 한다.

 

4. 진정성은 일관성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진정성’이라는 단어가 주는 착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진정성은진짜면서독특한것을 의미하는 것이지착하고 도덕적인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이 무조건 착해지는 것은 진정성 마케팅이 아니다. 진정성 있는 브랜딩은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일관성을 잃지 않고 소비자 경험에 반영되는 것이지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무조건 도덕적이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가날라리의 즐거움이나일탈과 해방이라면 도덕적인 엄숙한 메시지가 아니기 때문에 진정성 있는 브랜딩이 아니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날라리의 즐거움’ ‘일탈과 해방이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제품이나 서비스, 임직원에게서 일관되게 묻어나오지 않을 때 이것이 바로 진정성이 결여된 브랜딩이다. 진정성 있는 브랜딩에서 중요한 것은 브랜드의 약속과 약속 이행이 연결된다는 경험의 반복, 즉 일관성에 의한 확실성과 예측가능성(Reliability)이다. 시류에 따라 변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브랜드 약속의 꾸준한 이행이 가장 중요하다. Virgin Atlantic이야말로날라리의 즐거움을 목표 인식으로 설정한 대표적인 브랜드다. 좀 점잖게 표현하면 ‘Young&Fun’ 정도가 될 것이다. Virgin은 자신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제품과 서비스에 충실히 반영한 직접 경험을 설계하고 간접 경험을 일으키는 광고 등에도 일관성 있게 적용했다. 비행기 승무원의 유니폼을 가장 섹시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만들었다. 기내의 조명은 마치 클럽에 온 느낌이 들도록 조정했다. 비행시간이 즐거워야 하므로 기내 오락이나 게임은 정말 ‘Fun’ 한 경험을 할 수 있게 준비했다. 광고는 매우 야하다. 항공사 광고인지, 란제리 광고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다. Virgin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도덕적이기 때문에 그들의 브랜딩이 진정성이 있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날라리의 즐거움이라는 목표 인식(즉 브랜드 아이덴티티이자 브랜드의 약속)을 확실히 하고 예측 가능한 소비자 경험으로 끊임없이 제공했기 때문에 Virgin의 브랜딩에는 진정성이 담겨 있는 것이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 있다면 그들을 돕기 전에 당신부터 산소마스크를 확실히 착용하십시오. 만일 두 아이와 함께 있다면 어느 아이를 더 사랑하는지 지금 결정하십시오.” Southwest항공사 기내 안전방송의 일부다. 살벌하다고 느낄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Southwest항공이라는 브랜드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브랜드 약속에 충실한 안내 방송이라고 느낄 것이다. Southwest항공의 전략은 한마디로 ‘No frills approach’. frill은 꼭 있지 않아도 되는데 멋을 위해 더한 것, 옷으로 따지면 없어도 되는 장식과 같은 것이다. 그들은 항공 운항이라는 본질에만 극도로 충실하기 위해 필요 없는 거품을 제거한솔직한 효율성을 내세우는 저가 항공사다. ‘솔직한 효율성이 그들의 지향점이며 브랜드 약속이다. Southwest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동의하는 소비자라면 짐짓 살벌해 보이는 그들의 안내 방송조차솔직한 효율성의 일관된 표현으로 즐겁게 받아들이게 된다. Southwest의 기내 안전 방송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일관성 있게 꾸준히 반영하고 경험하도록 한 브랜드 진정성이 소비자에게 전폭적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황부영 브랜다임앤파트너즈 대표 컨설턴트 brandhwang@gmail.com

필자는 고려대 심리학과와 고려대 언론대학원을 졸업했다. 제일기획에 입사해 10여 년간 마케팅과 브랜딩을 담당했다. 현재 브랜다임앤파트너즈의 대표 컨설턴트로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커뮤니케이션 전략컨설팅을 13년째 수행하고 있다. KT&G, 옥션, 하나로텔레콤, 힐스테이트, 삼성화재, 롯데카드, 대우증권 등의 사기업과 국가보훈처, 국정홍보원 등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브랜드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17대 대선 캠페인 플래닝을 담당했다. 환경부, 농수산식품부, LH공사, 서울시 등에 커뮤니케이션 및 브랜드 자문을 하고 있으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전문위원 및 한신대 외래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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