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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V: 진짜 목표인가, 세탁용인가

김태영 | 131호 (2013년 6월 Issue 2)

 

 

지난 5월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와 마크 클레이머 FSG 대표 주최로 APS(Affiliated Professional Services) Networks와 글로벌 CSV(Creating Shared Value) 리더십 서밋 포럼이 열렸다.

 

25개 컨설팅 회사들이 참여한 APS Networks 토론에서 확인한 하나의 사실은 최근 글로벌 현상의 하나로 Green Washing(친환경 세탁)에 이어 CSV Washing(공유가치창출 세탁)이 유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일부 기업은 친환경적이지 않은 제품과 생산과정을 숨긴 채 친환경이라는 이름으로 위장한 일부 제품과 생산 과정을 대대적으로 마케팅하고 포장하는 Green Washing을 해왔다. 이제공유가치창출과는 다소 거리가 먼 기업들이 저마다 공유가치 기업이라고 주장하는 CSV Washing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2011년 마이클 포터 교수가 동아비지니스포럼에서 강연하면서 공유가치론이 본격적으로 알려졌고 대중매체를 통해 다양한 논의가 소개되기도 했다. 종종 무분별하게 개념이 사용되다 보니 우리 사회에서 최근 몇 년 동안 CSV 공유가치전략이 많은 기업들과 대중들에게 제대로 알려지기도 전에 개념상 혼돈이 심하고 심지어는 이미 사장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공유가치전략은 기업의 전문적인 자원을 이용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의 이익도 충족시킬 수 있는, 한마디로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고자 하는 전략이다. 공유가치전략에서 핵심내용 중의 하나는기업의 이윤이다. 기업의 이윤은 기업이 특정한 사회적 문제를지속적으로’, 그리고큰 스케일로해결할 수 있는 기본적인 원동력이다.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CSV를 기업의 단기적인 사회적 책임 활동(CSR)과 구분 짓는 핵심이다. 기업이 적정한 이윤을 내지 못하면 사회적 책임 활동과 관련된 비용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현상이 자주 목격된다. 하지만 공유가치전략은 기업의 이윤 활동이 사회 문제 해결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접근한다.또한 기업의 규모확대능력(scalability)은 기업의 가치사슬(value chain)과 클러스터(cluster)에 속해 있거나 관련 있는 많은 경제적 행위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업은 이윤을 통해 보다 큰 규모로 낙후된 시장의 산업화를 시도하고 이를 긍정적으로 활용해 사회적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공유가치전략을 얼핏 보면 이해하기 쉽지만 각론으로 들어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실현하고자 할 때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CSV Washing도 공유가치 개념을 적용하는 데서 오는 어려움이 반영된 것이다. 각 기업의 책임이기보다는 논의단계 초기에서 나타나는 미성숙함에 원인이 있다는 얘기다. 이에APS Networks에서 진행된 토론을 비롯해 최근에 진행된 공유가치전략에 대한 몇 가지 논의를 공유하고자 한다.

 

 

1.CSV의 사회적 가치를 이해하자

 

기업의 경제적 활동은 사회적 가치 창출의 과정이며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기업은 경제적 이윤을 얻기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소비자는 그런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함으로써 자신의 문제를 해결한다. 배가 고프면 식당을 찾고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해 컴퓨터를 사며 해외로 여행을 가기 위해 비행기를 이용한다. 이렇게 사회적 가치는 기업의 이윤창출이라는 메커니즘을 통해 창출된다. 따라서 경제적 가치가 창출됐다는 것은 그만큼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이뤄졌으며 사회적 가치 역시 창출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바로 전통적인 자본주의 기업경영에 근거한 기업전략의 접근방법이다. 전통적인 경영전략 개념과 비슷하게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동시에(simultaneously)’ 창출되지만 공유가치전략을 차별화하는 핵심은 사회적 가치의 창출과정을통해서(through)’ 경제적 가치가 창출된다는 것이다. (그림 1) 즉 전통적인 방법과 공유가치전략의 근본적인 차이는 공유가치전략은 전통적인 기업경영전략과 달리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방법과 공유가치전략 사이에서 혼돈을 일으키는 개념이 바로사회적 가치. <그림 1>에서 보듯 전통적으로 기업에서 말하는 사회적 가치 창출이란 소비자 가치 창출을 의미하지만 공유가치전략에서 말하는 사회적 가치는 의미가 다르다. 공유가치에서 말하는 사회적 가치(social value)란 소비자가 누리는 가치 이외에 사회적 문제 해결을 통해새롭게 증대한 사회적 가치를 의미한다.이러한 사회적 가치는 전통적인 방법론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개념이다. 공유가치전략은 전통적인 소비자 가치의 증대는 말할 것도 없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오는 사회적 가치의 증대를 통해 새로운 소비자 가치를 창출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실현하고자 한다. (경제적 이익은 사회적 문제에 재투자돼 문제 해결에규모와 속도를 덧붙인다.) 더 나아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통한 공유가치전략은 전통적인 방법보다 기업의 경영전략에 더 유용한 접근방법이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경영 방법에서는 품질 기준에 맞는 원유를 공급하는 축산농가를 찾아 시장에서 존재하는 가장 낮은 비용으로 원유를 조달하고 상품(우유)을 만들어 판매할 것이다. 따라서 품질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대다수의 빈곤한 축산농가에는 별반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한 기업이 빈곤한 축산농가에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일자리 혹은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양질의 원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했다면 이런 비즈니스 모델은 매우 영세한 축산농가에게 없던 일자리를 창출했기 때문에 사회적 가치가 증대했다고 말할 수 있다. 또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기업이 안정적인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면 이를 바로 CSV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말할 수 있다.혹자는 이 같은 사례를 지나치게 이상적이라고 비판할 수 있겠지만 놀랍게도 이는 실제 사례다. 이번 CSV 리더십 서밋 포럼에서 leadership council로 참여한 기업 네슬레가 바로 이 모델의 실천자다. 활기찬 토론과 답변으로 환호를 이끌어낸 네슬레 회장이 바로 이런 CSV 모델을 실천한 CEO라고 할 수 있다.

 

2.CSV Washing을 경계하자!

 

전통적인 경영 전략 개념에서는 기업의 경제행위는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소비자) 가치가 동시에 창출된다. 기업이자신의 기업행위가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빠져드는 이유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서 이제 많은 기업들이 자신들의 기업이 공유가치 기업이라고 말하는 소위 CSV Washing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앞서 설명했듯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소비자) 가치 모두를 창출한다고 공유가치전략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기업에서 일상적으로 진행되는 원가절감 행위, 예를 들어전기 사용량 줄이기캠페인 등을 통해 환경오염 방지와 비용 절감의 효과를 거두는 기업을 공유가치 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원가절감 행위를 통해 줄어든 전기량이 얼마나 기업의 핵심역량 향상과 경쟁력 제고에 도움을 줬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핵심역량과 경쟁력 제고와는 별반 상관없는 부분에서 행해지는 일상적인 원가절감 행위를 모두 공유가치전략이라고 한다면 공유가치전략이라는 개념은 별반 유용성을 지니지 못할 것이다. , 전기 사용량을 줄이고자 노력하는 모든 기업이 공유가치 기업이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는 얘기다. 공유가치 기업이 되고자 한다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업의 핵심역량에 근거해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공유가치전략은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의 부단한 노력으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어떤 전략을 구사하든 핵심역량의 부단한 개선 혹은 업그레이드 없이는 높은 수익을 창출하기 힘들다. 공유가치전략도 이 점에서 예외일 수 없다. 일례로 GE Eco-imagination이라는 기치 아래 자신의 본업인 발전기 사업에서 석탄원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혁신을 이뤘다. CO2 감소와 더불어 에너지 효율성을 대폭 개선하면서 높은 경제적 이익을 확보한 전형적인 공유가치전략 성공 사례다.

 

3.CSV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의 토양에서 자란다

 

기업이 사회에서 담당하는 역할을 인지하고 법을 준수하면서 기업의 다양한 사회적 혹은 제도적 환경을 개선하려는 행동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업의 자발적인 의지의 발로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공유가치 창출도 이러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굳건한 토양에서 더욱 크게 성장할 수 있다. 사회적 책임을 무시하는 기업, 사회적 문제를 도외시하는 기업이 공유가치전략을 잘 수행하기는 힘들다. 이런 점에서 공유가치전략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CSR)과 상호보완적이다. CSR CSV를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는 것은 기업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CSV CSR의 굳건한 토양에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전제로 전략을 짜야 한다는 말이다.

 

CSR CSV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법론에서 분명 차이가 있다. 공유가치전략은 기업의이윤을 확보하면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이윤을 획득하지 않고서는 규모를 키울 수 없으며 지속 가능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만약 이윤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비용을 지출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우에 우리는 이러한 기업 행동을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라고 부른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적 책임 활동에서 핵심역량에 근거한 공유가치전략으로 발상을 전환하면 사회공헌비용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투자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최근 GE가 실행 중인 에너지 효율성 제고를 위한 20조 원 이상의 연구투자비는 일상적인 사회공헌비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가 규모가 크다.

 

그렇다면 한 기업이 부단한 혁신을 통해 사회적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이익을 중장기적으로 담보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 어떤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가? 매우 어려운 결정이겠지만 공유가치전략의 입장에서 보면 그 프로젝트를 보다 나은 기술혁신 혹은 경영혁신을 통해 경제적 이익이 담보되는 시기까지 잠시 보류하거나 다른 대안적인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것이 좋다. (때로는 공유가치전략 사업을 위한 여건이 성숙될 때까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보다 중점을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런 측면에서도 CSR CSV에 기본적인 토양을 제공한다.)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훼손시키는 방향에서 진행되는 기업 활동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공유가치전략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함께 담보할 공유가치전략의 로직(logic)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경쟁사에서 새로운 기술 혁신을 통해 공유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 간에 공유가치 실현을 위한 경쟁 역시 공유가치전략에서 매우 중요하다.)

4.사회적 문제에 대한 전략적 선택이 중요하다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연결하는 공유가치전략의 로직(logic)은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전략적 고찰과 선택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어떤 사회적 문제를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에 대한 최종 결정은 기업의 경영전략과 핵심역량에 의해 결정된다.1 닫기 기존의 경영전략과 맞지 않는 공유가치전략의 수립은 기업에는 매우 큰 위험 부담일 수밖에 없다. 2006년 덴마크의 세계적인 산업효소 제조회사인 노보자임(Novozymes)은 지속가능전략팀(sustainability strategy)을 만들어 기존에 실시했던 지속성장의 내용을 수동적인 위험관리 차원에서 보다 능동적인 비즈니스 발굴 기회로 전환하고자 했다. 이에 연구 및 마케팅 등의 부서에서 온 다양한 경력을 가진 전문가들은 소위 BOP(Bottom of Pyramid) 프로젝트를 통해 제3세계 빈곤층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장기적으로는 매출을 올리는 사업기회 발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 프로젝트는 당시 노보자임 내부에서 큰 저항에 직면했다. 자체 비즈니스 범위에서 많이 벗어나서 사업상 불확실성이 높고 비용도 많이 들고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힘든 유토피아적인 프로젝트로 간주됐기 때문이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내부 지원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제대로 실행되지 못했다. 노보자임은 기존 사업과 동떨어진 BOP 프로젝트보다는 상품들의 제품주기에 따른 환경적 영향평가를 실시하는 LCA(Life Cycle Assessment)를 채택해 생산과정과 상품판매의 중요한 도구로 활용하는 방법을 선택했다.2

 

5.CSV, 도깨비방망이가 아니다

 

공유가치전략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자신의 전문성에 근거한 사회문제 해결 방안이라는 점이다. 공유가치전략은 전문성의 영역과 관련이 있는 사회적 문제는 상대적으로 다루기 용이하지만 별반 관련이 없는 사회적 문제는 다루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특정 기업의 핵심역량과 별반 관련이 없는 다른 사회적 문제는 그 문제와 관련이 있는 다른 기업에서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인도 및 아프리카에서의 물 부족 문제는 코카콜라 같은 기업에는 매우 중요한 사회적 문제지만 애플 같은 IT 기업에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또한 사회적 문제는 나라마다 그 내용이 다르며 문제의 심각성 역시 매우 다르기 때문에 사회적/역사적 맥락 속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돼야 한다.환경문제처럼 글로벌한 문제도 있지만 교육 문제처럼 보다 구체적으로 지역의 이해관계자와 더불어 지역성(locality)에 근거한 문제로 다뤄져야 하는 경우도 있다. 나아가 어떤 사회적 문제는 어느 기업도 다루기 힘든 경우가 있다. 공유가치전략이 특정 사회에서 만연하는 인신매매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주진 않는다는 얘기다. 공유가치전략이 모든 사회문제를 해결해주는도깨비방망이라는 환상을 버려야 하는 이유다. 기업은 자신의 전문성을 벗어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너무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하며 무엇을 할지(what to do)보다는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할지(what not to do)에 대해 전략적인 고려를 해야 한다. 따라서 사회의 인프라를 건설하는 정부, 외로운 독거노인들을 돕는 비영리단체, 그리고 아이들의 교육에 투자하는 자선단체 등은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조직이며 공유가치전략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잠재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다.

 

6.CSV는 사회적 목적(social purpose)을 담보한다

 

공유가치전략을 수행하려는 기업이라면 특정 시장에서 기업이 어떤 사회적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먼저 답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그 고통을 제거하는 과정이 경제적 이익으로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답을 찾아야 한다. 이 두 가지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공유가치전략이라고 말하기 힘들다.3

 

예를 들어 보건, 영양, 문화, 식수, 환경 등과 관련된 특정 상품을 인도 및 아프리카 지역에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면 관련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만큼 사회적 가치가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사회적 필요(societal needs)에 부응하는 상품 혹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중요한 공유가치전략의 일부분이다. , 아직 시장이 존재하지 않거나 개발되지 않은 시장의 경우 공유가치전략은 새로운 시장을 여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미 모든 인프라가 잘 갖춰져 구매력이 좋은 양질의 고객층이 형성된 곳에 새로운 가능을 가진 제품(예를 들어 새로운 의약품 혹은 스마트폰)을 특별한 공급채널을 통해 판매하는 것을 공유가치전략이라 할 수 있을까? 대답은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이다. 이유는 소비자 가치를 창출한 것은 맞지만 공유가치전략이 추구하는 사회적 문제 해결을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과 그로 인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유가치전략은사회적 문제가 있는 곳에 기업의 이윤이 존재한다고 역설하기 때문에 사회적 문제 없는 공유가치전략은 성립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말라리아 퇴치 기능을 가진 에어컨을 아프리카 지역에 판매한 기업은 어떨까? 말라리아의 사회적 심각성을 생각한다면 이 제품의 공공성이 돋보인다. 하지만 이 에어컨을 일부 소득이 높은 사람들만 살 수 있다면 어떠한가? 소득이 높은 계층은 다른 계층에 비해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는다면 사회적 가치는 높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 에어컨을 생산한 기업의 사회적 목적은 무엇이며 기업의 경영전략과 어느 정도 부합하는가도 따져봐야 한다. 특히, 말라리아 퇴치기능이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핵심역량에 큰 영향을 미치는가도 살펴봐야 한다. 그 기능을 대중적인 상품에 탑재할 가능성은 없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사항들을 고려해보면 일단 이 에어컨이 일시적으로 높은 경제적 이윤을 보장했다고 하더라도 공유가치 모델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차별화 전략의 일환으로 진행된 모든 제품의 차이가 공유가치전략을 수행하는 기업이라고 정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공유가치는 기업이 어떤 사회적 목적을 장기적으로 추구하고 있는지의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사회적 문제는 제품 하나로 해결되지 않고 장기적으로 접근할 경우에만 성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 기업이 건강 및 보건에 주력하는 사회적 목적을 가진 기업이라면 다양한 제품군에서 본래 의도한 사회적, 그리고 전략적 의도가 관철돼야 할 것이다. 네슬레는 영양, , 그리고 농촌지역 개발 (nutrition, water and rural development)이라는 전략적 슬로건 아래 전통적인 사업모델을 거부하고 낙후된 축산농가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교육했다. 이를 통해 양질의 원유를 확보하면서 경제적 이윤을 달성했다. 이처럼 장기적 비전을 가진 사회적 목적이야말로 공유가치전략 기업을 가르는 시금석이라 할 수 있다.

 

7.CSV Business Strategy이다

 

“지금 당장 먹고 살 것도 없는데 어떻게 공유가치창출에 신경에 쓸 수 있는가.” “공유가치는 좀 여유로워진 다음에 하면 안 되는가?” “생존에 내몰려 다른 이해관계자들을 돌볼 경향이 없는데 어떻게 하는가?”

 

많은 기업들이 CSV에 대해 이 같은 질문 혹은 반응을 하곤 한다. 물론 기업이 처한 현실은 매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공유가치전략은 비즈니스 전략이라는 사실이다.

 

모든 기업이 경영전략에서 성공할 수 없듯 모든 기업이 공유가치창출에 성공할 수 없다. 대부분의 경우 성공적인 공유가치창출에는 고통스러운 혁신과정이 필수적이다. 기업을 둘러싼 사회에 해를 끼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비윤리적인 경영 방식 혹은 기존의 관례를 답습하는 전통적인 경영 방식과는 결별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유가치전략은 어려움에 처한 기업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더욱 어려워지도록 하는 전략이 아니다. 오히려 어려움에 처한 기업에 새로운 시장 창출의 기회를 제공하고 새로운 혁신의 바람을 불러일으켜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려는 경영전략이다.

 

문제는 사회적 문제를 떠올리면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그에 따르는 비용만을 생각하는 낡은 사고방식이다. 공유가치전략은 일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서 사회에서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겪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기업의 전문적인 자원을 이용해 해결하려는 인간주의적 접근방식이며사회적 문제가 있는 곳에 경제적 이익이 있다는 기업가적 사고방식이다.

 

어느 기업도 어느 한순간에 마술처럼 공유가치 기업으로 바뀌지 않는다. 공유가치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은 보다 큰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연결하는 공유가치전략의 논리를 발견하려는 여행으로 간주해야 한다. 시행착오가 있고 실패가 있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기업은 시장, 고객, 제품에 대해 배운 학습효과를 통해 경쟁우위를 높이며 보다 나은 경제적 이익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기업이 공유가치를 장기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를 비롯한 관련 이해관계자(stakeholders)와의 공생과 파트너십에 근거한 혁신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 방안은 공학적인 기술, 경영 혁신 및 디자인과 예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포괄한다. 대표적 공해산업으로 알려진 카펫 제조산업에서 1990년 중반 이후 공해물질을 줄이기 위한 인터페이스(Interface)의 오랜 시간에 걸친 기술혁신 노력은 최근 결실을 맺어 어려운 경제적 위기 속에서도 기업의 경쟁우위에 기여하고 있으며 빠른 기업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글을 마무리하기 전에 기업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하는 역할과 관련해 다음의 세 가지 상황을 생각해보자.

 

1.캐나다 정부는 최근 다양한 잠재력이 높은 사회적 기업가들에게 각종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2.한 비영리단체는 식수가 부족한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기업에서 지원금을 받아 전달하고 식수 개선에 함께 힘쓰고 있다.

 

3.자선단체는 낙후한 지역의 청소년들에게 매년 장학금을 지원하고 교육을 실시해 직장을 잡도록 도와주고 있으며 일부 기업에서는 매년 인력을 보내 일부 프로그램에서 강연을 한다.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예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기업이 하는 서로 다른 역할을 묘사하고 있다. 공유가치전략 입장에서는 사회적 가치 증대를 통한 경제적 이익의 실현이라는 공유가치전략의 논리가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예에서 예시된 기업의 역할은 절대적으로 중요하지만 공유가치기업의 전략이라고 말할 수 없다. 정부에서 지원받은 모든 사회적 기업가가 공유가치기업이 되지 않으며 기업이 지원하는 비영리단체의 활동이 공유가치전략 그 자체가 될 수 없다. 또한 자선단체에서 수행하는 교육프로그램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공유가치전략의 핵심 부분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기업이 사회적 문제를 장기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사회적 목적에 자신의 전문적인 자원을 이용해 공유가치전략을 수립할 때 정부, 비영리단체, 자선단체 등은 비로소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당신들이 하는 것은 공유가치전략이 아닙니다!”

 

CSV(Creating Shared Value) 리더십 서밋 포럼에서 하루 종일 자리를 지키며 참가자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던 네슬레 회장은 다른 참가자들의 토론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 모든 기업의 일상적인 기업활동이 공유가치전략으로 탈바꿈되는 CSV Washing이 유행하는 요즘, 다음의 질문을 한번 제기해보고자 한다. 현재 당신의 기업은 공유가치전략을 수행 중에 있습니까? 한국에서 진정으로 세계에 내놓을 만한 CSV 기업의 출현을 기대해본다.

 

 

김태영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SKK GSB 교수 mnkim@skku.edu

필자는 현재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 경영학 매니지먼트 교수로 경영전략, 조직설계, 네트워크 분야의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사회학 조직이론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등 저명 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홍콩과기대(HKUST) 경영학과 경영전략 담당 교수로 근무한 바 있다.

 

  • 김태영 김태영 | -(현)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 교수
    -(전) 홍콩과기대(HKUST) 경영학과 경영전략 담당 교수
    mnkim@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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