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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Expansion

한국의 막힌 현실... 창업 때부터 글로벌 목표를!

황순배 | 129호 (2013년 5월 Issue 2)

 

 

사업 확장(Business expansion)은 기업의 확장, 글로벌 진출, ·복합 생태계 조성 등이 이뤄지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 창조경제 선순환 프레임워크의 결과물이 발생하게 된다. 예컨대 사업화된 아이디어가 지속적으로 성장해 내수시장의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거나 해외로 진출한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사업 확장의 정의인사업화된 아이디어를 기반 삼아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중견 또는 대기업까지 성장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내기 위해서는 국가별로글로벌 마인드 및 지원 체계 조성’ ‘대형화(Scale-up) 자본 인프라 구축’ ‘산업 융·복합 생태계 조성을 살펴볼 수 있다.

 

①글로벌 마인드 및 지원 체계 조성: 벤처·중소기업주도

②대형화(Scale-up) 자본 인프라 구축: 정부 주도

③산업 융·복합 생태계 조성: 대기업 주도

 

벤처기업이 사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삼고 도전할 수 있으려면글로벌 마인드 및 지원 체계 조성이 필요하다. ‘Scale-up 자본 인프라 구축은 벤처·중소기업이 중견 및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하다. 아울러 대기업과 정부, 학계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산업 클러스터와 벤처·중소기업이 창출한 가치를 확산시킬 수 있는산업 융·복합 생태계 조성이 필수적이다.

 

한국은 동아일보 DBR 베인앤컴퍼니의 사업 확장 분야 조사에서 14위에 올랐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국내 5대 그룹의 유가증권시장 내 시가총액 비중은 54.8%로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1996 18.1%이던 5대 그룹 시가총액 비중은 2000 40.1%, 2005 43.5%, 2010 48.8%로 계속 증가했다. 이는 벤처·중소기업이 내수 중심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매우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또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218조 원(4월 말 현재) 수준으로 전체 한국 경제의 약 20%를 차지할 만큼 한국은 단일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반면 벤처기업의 성장은 더디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가 매년 선정하는세계 2000대 기업(Global 2000 Leading Companies)’에는 68개의 한국기업이 올라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았지만 이 중 벤처에서 성장한 곳은 NHN 한 곳뿐이다. 이에 반해 미국은 543개로 세계에서 가장 많았으며 아마존, 구글, 그루폰 등 벤처기업에서 출발한 기업 비중도 9∼10%에 달했다.

 

 

 

하이테크 산업의 수출 비중 높지만

경제적 세계화 수준 낮아

동아일보 DBR 베인앤컴퍼니는 사업 확장 개선 레버에 대해 국가별 현실을 잘 설명해주는 동시에 국가별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9대 핵심지표를 선정했다. 사업 확장 영역의 핵심 이슈를 진단하기 위해 두 가지 접근방법을 활용했다. 첫째로 9개 핵심지표를 종합순위 10’ 국가 평균 순위와 비교 분석해 세부 영역별로 진단했다. 둘째로 창업 생애주기 corridor에서 주요 부족한 포인트를 분석해 종합적으로 한국의 핵심 이슈를 도출했다.

 

한국의 글로벌 마인드 함양 및 지원 체계 조성은 18위였다. 한국은 열악한 경제적 세계화 수준(32)과 영어사용능력(29)으로 성공적으로 해외에 진출한 벤처기업이 드물고 주로 내수시장 위주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다만 하이테크 산업 수출 비중은 세계 최상위권(2)이었다.

 

Scale-up 자본 인프라 구축은 11위로 나타났다. 기업공개(IPO) 건수는 8위로 톱 10 국가들과 유사하나 대기업 계열사의 상장이 대부분이다. 특히 외국계 자본은 한국 시장에서 자금회수가 어렵다는 이유로 벤처기업 투자를 기피했다. 외국인 직접투자액도 28위로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산업 융·복합 생태계 조성을 위한 기업·학계의 산학 협동 수준도 20위로 낮게 나타났다.

 

 

창업 생애주기 corridor로 볼 때 사업 확장 영역은 대부분의 단계에서 심각한 손실이 일어나고 있었다. 자금을 추가로 모으고 중간 회수를 할 수 있는 인수합병(M&A) 시장이 특히 열악했다. 초기 벤처기업에만 자금 지원이 집중되고 이후 성장에 필요한 자금 지원 정책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중소기업이 해외진출을 할 때 필요한 현지 네트워크 구축과 정보 지원도 열악했다. 벤처캐피털은 자금 회수가 어려운 벤처기업 대신 단기 회수가 가능한 영화, 게임 등의 콘텐츠를 선호했다. 해외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벤처기업을 발굴하기 어렵고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상장시키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노력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은 유망한 벤처·중소기업에 M&A 등 정당한 투자를 하기보다 내수시장에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해당 기업을 하청업체로 전락시키거나 불공정하게 인력을 빼내가곤 했다. 또 해외 진출 시 벤처기업의 상품·서비스 유통 및 마케팅을 지원하는 등의 동반성장 노력도 부족해 보인다. 벤처기업 자체적인 역량도 낮게 평가됐다. 사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삼고 사업을 전개하는 역량이 부족했다.

 

 

 

 

 

해외 인재에게 귀국 즉시 연구실과

연구보조비 지원하는 이스라엘 정부

선진국의 사례들은 핵심 이슈에 대한 한국의 개선 방향을 가늠할 수 있게 도와준다. 선진국들은 글로벌 마인드 함양 및 지원 체계 조성에서 앞선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독일 베를린의 경우도시의 세계화가 벤처기업들이 창업하고 성장하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었다. 독일의 유명 벤처기업 전문 인큐베이터팀 유럽의 파트너 Lukasz Gadowski 씨는거리 곳곳은 관광객이나 작품 구상을 위해 온 예술가들로 북적거린다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자연스럽게 글로벌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나 뮌헨 같은 독일 서부 도시들은 이미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베를린은 좀 더 역동적이어서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다양한 국적과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한곳에 몰려들면 사업의 성공 기회를 잡기에도 유리하다. 스타트업들이 보유한 아이디어가 세계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 바로 시험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팀 유럽의 인큐베이팅을 거친딜리버리 히어로(Delivery Hero)’ ‘히트폭스(Hitfox)’ 등의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베를린을 테스트베드로 삼으면서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 있는 사업모델을 만들어냈다. 딜리버리 히어로의 아이템은 배달음식을 손쉽게 주문할 수 있게 한 것으로 국내에도요기요라는 이름으로 진출한 바 있다. 히트폭스는 사무실 내에서 영어를 사용해 글로벌 감각을 갖추는 한편 독일 외 다른 국가에서 온 직원들도 자연스럽게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회사 운영에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도 베를린의 매력 요소다. 히트폭스의 Jan Beckers CEO베를린은 뮌헨보다 임대비가 싸기 때문에 회사 운영비의 약 30%를 줄일 수 있다보유자금이 적은 벤처기업들에 매우 유리한 입지조건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영국의테크시티(Tech City)’도 베를린처럼 글로벌한 문화와 낮은 입주비용이라는 벤처기업들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곳이다. 테크시티는 IT기업과 몇몇 벤처들이 비용이 적게 드는 곳을 찾아 런던 동부지역으로 모여들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정부는 이곳을 육성하기 위해테크시티 투자기구를 세웠고 외국계 기업들이 사무실을 내거나 투자자들이 모여들 수 있도록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시스코, 인텔, 구글, 아마존, 퀄컴 등 글로벌 하이테크 기업들이 이곳에 입주하면서 점차 지금과 같은 벤처기업 집적지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사업 확장 지수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국가들은 정부의 지원 방식도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국처럼 내수시장이 작은 편인 이스라엘은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지원방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해외시장 개척 비용의 30% 이내, 30만 달러 이내 금액을 지원하는중소기업 해외시장 개척 지원기금(Fund for Promoting Overseas Marketing)’을 운영한다. 벤처기업들은 이를 통해 기업들이 해외 시장조사, 해외 전시회 참가, 홍보비용 등 마케팅 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

 

또 이스라엘 정부는 부족한 R&D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I-Core(Israel Centers of Research Excellence)’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해외에 거주하는 우수한 자국 인재들에게 귀국 즉시 연구실 출범 관련 60만 달러를, 이후 연간 12만 달러씩 5년간 연구보조비를 지원한다. 이 과정에서 개발된 특허권은 연구자 소속 단체가 갖지만 로열티의 40%는 연구자가 가질 만큼 인센티브도 충분하다.

 

스웨덴은 중소기업이 자사의 발명품을 세계시장에 소개할 때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는이노베이션 익스프레스(Innovation Express)’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은 스웨덴 내 중소기업의 글로벌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다만 해외 벤처기업가들은 정부가 지원하는 범위와 역할이 명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독일의 벤처기업 인큐베이터 Epic Companies Mato Peric CEO정부가 돈을 뿌리면 창업 의지가 없는 이들에게 헛돈이 가는 경우가 많고 정작 창업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못한다국가가 창업을 장려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좋지만 창업 주체는 일반 기업과 기업가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국가는 창업 환경 조성과 법적 규제 개선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국내 기업들이 외국에 진출하거나 거래할 때 수월해지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사업 확장이 수월해지려면 대기업의 역할도 중요하다. 사업 확장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국가에서는 대기업들도 당당히 사업 확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미국 대기업들은 계열사인 벤처캐피털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루폰, 페이스북, 링크트인, 징가(Zynga) 등이 성공적으로 상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덕분이다. 미국은 정당한 투자를 통해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가치를 인정하는 환경이다. M&A처럼 활성화된 중간시장이 존재한다. 활성화된 중간시장이 있다는 것은 벤처캐피털이 초기 벤처에도 활발하게 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 창출로 이어진다. 예컨대 페이스북은 지난해 10억 달러에 인스타그램을, 마이크로소프트는 2011 85억 달러에 스카이프를 인수했다. IBM은 빅데이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비비시모와 네테자(Netezza)를 사들였다.

 

독일의 대기업들도 계열사인 벤처캐피털을 통해 벤처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고 있다. 지멘스 벤처캐피털은 신생 기업을 대상으로 초기 단계에 투자하고 기존 기업은 성장계획에 따라 사업 성장 단계에 필요한 추가 자본을 투자한다.

 

이스라엘은 M&A 시장이 활성화돼 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이스라엘 관련 기업의 M&A 사례는 총 170, 총 계약 금액은 180억 달러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모아진 금액은 초기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로 이어졌다.

 

산업 클러스터 조성도 사업 확장에 도움을 주고 있다. 스웨덴의 키스타(Kista) 과학 도시는 에릭슨 등 대기업이 정부, 학계와 함께 만든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클러스터다. 이곳에서는 대학 연구소·벤처·대기업 R&D 부서 등이 협업해 벤처·대학 연구소의 R&D부터 상용화까지 단계별로 지원한다.

 

 

벤처기업도 사업초기부터 글로벌 진출 계획 세워야

한국은 대기업 의존도가 매우 높은 경제 구조다. 정부는 지금까지 대기업을 위한 지원을 우선순위로 뒀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벤처기업이 성공하기 쉽지 않을뿐만 아니라 초기 사업화에 성공한 벤처·중소기업도 일정한 단계에 이르면 한계에 부딪혀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이에 따라 사업 성장을 위한 개선방향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벤처기업은 우선 사업 초기부터 사업 확대를 위한 글로벌 진출 계획의 수립을 염두에 둬야 한다. 민간 차원에서는 영어 구사 역량의 강화도 요구된다. 또 정부는 국내 산업 확대를 위해 해외직접투자(FDI) 활성화를 위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M&A, IPO 등의 시장 인프라 강화도 필요하다. 대기업은 벤처·중기에 대한 투자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 동시에 산학 협동 강화 및 산업 클러스터 조성도 필요하다. 벤처·중기가 창출한 가치를 확산할 수 있는 산업 플랫폼과 생태계를 육성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 및 대기업은 벤처·중기 대상 해외 네트워크, 정보, 판매 채널 지원 및 인프라 구축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황순배 베인앤컴퍼니 컨설턴트 soonbae.hwang@bain.com

황순배 컨설턴트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NHN에서 신규 사업 모델 수립, 고객 전략 수립, 조직 전략 수립, 성과관리 등 업무를 담당했고 미국 소셜게임 스타트업 StudioEX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를 지냈다. 현재 베인앤컴퍼니 서울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지성국 베인앤컴퍼니 컨설턴트 sungkuk.ji@bain.com

지성국 컨설턴트는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듀크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한국IBM에서 성장 전략 수립, 기술 영업 등을 담당했고 현재 베인앤컴퍼니 서울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중공업 및 산업재 분야의 성장 전략과 비용 절감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박창규 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kyu@donga.com

박창규 기자는 고려대 한국사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 산업부에서 삼성전자 등 전자 분야와 SK텔레콤 등 IT 분야를 담당했다. 현재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등 재계와 전경련,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를 취재하고 있다. 벤처기업의 생태계 구축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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