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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Creation

창업은 최고의 교육... 인재가 뛰어들게 하라

한재영 | 129호 (2013년 5월 Issue 2)

 

 

 

사업화(Business creation)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실제 사업으로 구현되는 단계다. 사업화는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얼마나 많이 사업으로 연결되는가로 정의될 수 있다. 아이디어가 쉽고 빠르게 실제 사업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이런 결과가 자주 발생할 수 있도록 주변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동아일보 DBR 베인앤컴퍼니가 사업화에 필요한 환경을 만드는 정부의 경쟁력을 측정해봤더니 한국은 19위에 머물렀다. 사업화를 이끄는 방법은 벤처창업 오픈마인드 확산(벤처 및 중소기업 주도), 창업 인프라 업그레이드(정부 주도), 창조/미래 산업의 전략적 육성(대기업 주도) 등이다. 이런 방법이 실현되면 결과적으로 창조경제를 통한 사업화가 가능해진다.

 

Business creation이 많이 발생하려면 먼저 사회적으로 벤처창업 오픈마인드가 확산돼야 한다. 그래야 많은 우수한 인재들이 창업에 쉽게 도전할 수 있다. 창업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와 기업들은 창업에 필요한 네트워크와 절차 등을 지원해서 창업 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 그래서 창업을 하려는 인재들이 사업 아이디어에만 집중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줘야 한다. 정부와 대기업, 학계가 공동으로 정보통신기술(ICT), 디지털 콘텐츠, 엔터테인먼트 등 창조/미래 산업에 대한 전략적인 육성에도 나서야 한다. 창업 마인드와 창업 인프라 개선, 창조/미래 산업의 전략적 육성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없고 결과적으로 창조경제의 동력은 잃게 된다. 핀란드와 이스라엘 등 창조경제 강소국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쉽게 사업으로 바뀔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창업기업이 성장하면 이후 재투자 등의 선순환 구조를 통해 창업 국가 모델을 만들었다.

 

 

ICT 인프라는 세계적 수준이지만

사업모델 창출 역량은 부족

동아일보 DBR 베인앤컴퍼니는 국가별 Business creation 평가를 위해서 이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고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창업에 대한 개인적 인식과 사회적 인식 등 9대 핵심 지표를 선정했다. 이는 각 지표에 대한 OECD 35개 국(중국 포함)에서 한국의 객관적인 위상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Business creation의 핵심 이슈 진단을 위해서 두 가지 접근방법을 활용했다. 첫째, 9개의 핵심지표에서 항목별로 한국과 종합순위 Top 10 국가의 평균 순위와 비교했다. 둘째, 창업에서 한국의 약점도 분석했다. 한국은 벤처창업 오프마인드 확산에서 20위에 그쳤다. 창업에 대한 전반적 사회 인식(11) Top 10 국가와 유사했으나 실제 개인이 직접 창업하려는 마인드(26)는 매우 부족했다. 창업 인프라 업그레이드는 17위였다. 한국은 창업 절차의 편의성에서 Top 10 국가 수준이었으나 벤처캐피털 투자 규모(17)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창조 미래 산업의 전략적 육성은 10위를 차지했다. ICT 이용성 환경은 세계 최상위권(1)이었으나 ICT 기반으로 사업모델(business model)을 창출하는 역량은 부족했다.(14) 또 문화와 패션 등 창의성이 필요한 제품(Creative goods)의 수출 비중은 Top 10 국가뿐만 아니라 절대적으로도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28)

 

 

 

창업을 좋은 교육기회로 간주하는 미국

창업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때는 주로 창업 초창기 사업계획 수립 단계와 사업과정에서 필요한 영업 및 마케팅 단계다. 구체적인 약점(pain point)은 정부와 창조경제의 참여 주체, 벤처캐피털(VC), 벤처기업 등의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정부는 초창기 1회성 소규모로 자본을 지원하는 것을 빼면 벤처기업의 성공비율을 높이는 인큐베이팅 기능에서 미비하다. 벤처기업이 성장할 때 단계별로 적절한 프로그램을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자금과 펀드가 여러 부처에 분산돼서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벤처캐피털은 M&A, IPO 등 중간 자금 회수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서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초기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기피한다. 이미 투자한 벤처기업에도 적절하게 추가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벤처기업은 융자를 빼면 초창기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다. 또 성공한 창업인 등 전문가의 상담도 받기 어렵다. 성공전략 등 경영 역량이 부족하고 낮은 임금과 부족한 중소기업 기피 풍토 등으로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어렵다.

 

미국은창업주가 되는 것을 좋은 교육의 기회로 간주한다. 미국 명문대 졸업생들은 벤처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런 추세는 증가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Technology Venture Program 이수자는 연간 2000여 명으로 이들은 모두 실리콘밸리의 창업 생태계에 필요한 우수 인력이다. 이 프로그램의 30% 이상에선 현지 실리콘밸리 기업 전문가들이 직접 노하우를 전수한다.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 관련 학부 졸업생 중 41%가 신생 벤처 기업에 취직하고 있다. 스탠퍼드대가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인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다. 스탠퍼드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스타트업서포팅그룹(BASES)은 매주 수요일 창업세미나인 ETL(Entrepreneurial Thought Leaders)을 주최한다. 성공한 벤처 창업주를 초청해서 사업 노하우를 듣고 인맥을 쌓는다. 성공한 창업가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 자리는 스탠퍼드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창업가의 강연에는 대체로 누구나 참석할 수 있고 절반 정도는 스탠퍼드대 학생으로 채워진다. 나머지 절반은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종사자다. 강의 내용은 유튜브에 공개된다.

  

 

 

 

 

미국에서는 민간 부문과 정부의 역할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민간 부문은 ICT 관련 벤처 창업을 위해 필요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에게 많은 보상을 해주고 있다. 중급 프로그래머의 평균 급여는 한국보다 3배 정도 높다. 자연스럽게 우수 인재가 유입된다(선호 직업: 5). 정부는 혁신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인 ‘Strategy for American Innovation’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혁신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연구개발과 인재, 기술, 자금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또 기업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경쟁시장을 조성한다. 미국 기업의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시장경쟁으로는 성장이 부진한 산업 분야에는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청정에너지와 바이오기술, 나노기술, 선진제조업, 항공우주산업, 스마트 헬스케어, 교육 기술 등이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된다. 특허청의 심사적체를 해소하고 혁신 제품/서비스를 시장에 더 빠르게 도입하기 위해서 특허처리 소요기간을 기존 35개월에서 20개월로 단축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등을 활용해서 일반인에게 사업자금을 유치하는 클라우드 펀딩(crowdfunding)을 실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창업 초창기부터 민간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창업기업의 매칭펀드 투자자로 나서는

이스라엘 정부

이스라엘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실제 사업으로 연결되기 위한 가장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정부는 제품개선을 위한 R&D보다 창업기업의 R&D에 더 많이 지원한다. 기존 제품을 개선할 때는 정부의 지원금이 R&D 지출 총액의 30% 이하까지 지원되지만 창업기업은 66%까지 받을 수 있다. 벤처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 소수 민간 벤처전문가를 영입해서 전권을 부여하고 실효성 있는 지원으로 연계시키고 있다. 정부는 벤처기업이 성장하는 단계별 지원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Technological Incubators는 창업 초기 기업들의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총 소요예산의 85% 이하에서 지원한다. Tnufa 프로그램은 창업 이전에 기술 분야의 기업가 마인드와 혁신성을 지원한다. 사업별로 5만 달러 미만에서 승인된 비용의 85%까지 지원한다. Noffar 프로그램은 산업계 기술 이전을 목적으로 학계의 바이오와 나노기술의 응용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승인 예산의 90%까지 지원하며 기술료 납부 의무도 없다. Heznek은 신규 투자와 신규 창업기업 설립을 독려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정부는 창업기업에 투자자와 함께 매칭펀드 형태로 투자하고 투자자는 정부 소유의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받는다. 정부 투자는 2년 이내에서 창업기업 운영 비용의 50%까지 지원한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에코시스템은 미국 등 해외 투자자와 긴밀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텔아비브에 있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IDC엘리베이터는 창업인에게 4개월짜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강의를 들으며 사업 아이템을 구체적으로 만들고 마지막 1개월 동안 미국 뉴욕에서 시간을 보낸다. 이스라엘의 새 창업인들을 미국의 투자자들에게 소개시키고 미국의 기업인들과 교류를 한다. 창업인들은 이 과정을 거치면서 사업을 구체적으로 만들고 검증받기도 한다.

 

외국인에게도 열린 핀란드의 스타트업 프로그램

핀란드는 Startup Sauna 등 다양한 인큐베이팅과 신속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벤처기업의 자금뿐만 아니라 육성도 지원하고 있다. 핀란드는 헬싱키공과대와 헬싱키예술디자인대, 헬싱키경제대 등 3개 대학을 통합해 혁신 교육 기관인 알토대(Aalto University)를 만들었다. 대학의 합병으로 과학기술과 디자인, 비즈니스 분야의 인적 교류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게 됐다. 또 기업가정신센터를 중심으로 잘 짜인 육성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이는 3단계 창업 육성 시스템이다. 1단계는 디자인 팩토리(Design Factory)로 다양한 네트워킹을 통해 창업 아이디어 생성을 이끈다. 2단계는 벤처거라지(Venture Garage)로 매월 약 750유로의 금전적 지원과 멘토 프로그램을 통해 본격적인 창업 교육과 네트워킹 활동을 지원한다. 3단계는 이노폴리(Innopoli) 창업 인규베이터 단지에 입주하는 것이다. 알토대 기업가정신 센터 책임자인 Tapio Siik 씨는 “1년 평균 300개 정도 팀의 아이템을 검토한 뒤 30∼40개를 선정해 지적재산권 등록을 돕고, 또 이 중 10개 기업 정도는 실제 창업으로 연결되도록 한다선정 기준은 철저히 사업 가능성 위주라고 소개했다. 핀란드 기술혁신 재단은 Innopoli에 입주한 벤처기업의 기술평가를 통해 창업 자금의 50%까지 지원하고 있다.

 

민간 차원에서 ‘Startup Sauna’ 10년 전에 시작돼 최근 가장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start-up 육성 프로그램이다. 스타트업 사우나의 특징은 누구에게든 열려 있고, 누구든지 만나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핀란드 대학생은 물론이고 에스토니아인, 러시아인 등 창업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들은 서로 아이디어를 교류한 뒤 마음이 맞는 사람과 다양하게 팀을 이룬다. 스타트업 사우나 홍보담당 Natalie Gaudet 씨는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만나는 과정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이라며이들이 핀란드에서 창업을 하든, 모국으로 돌아가든 핀란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이득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창업인들은 창업 멘토와 자연스럽게 교류를 나누게 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첫 해만 36개의 벤처기업이 설립됐다. 이 가운데 Ovelin은 기타교육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회사로 34개 국 이상에서 아이패드 음악 카테고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Nokia Technopolis Innovation mill은 노키아에서 개발한 R&D 결과물 중 상용화하지 못한 기술을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게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Nokia TEKES, 테크노폴리스 등 3개 단체의 협약으로 만들어졌다. 노키아는 아이디어와 지적재산권을 제공하고 TEKES는 펀드를 조성한다. 테크노폴리스는 프로그램 운영을 책임진다. 핀란드에서는 최근 5년 동안 노키아에 근무했던 세계적 수준의 엔지니어들이 퇴사한 뒤 창업하고 성공을 거두면서 국민들도 창업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 과거 핀란드 국민에게 창업에 대한 인식은 매우 보수적이었다. 하지만 노키아가 몰락하고 노키아에서 나온 인재들이 창업으로 성공스토리를 만들면서 사람들에게 도전을 자극하기 시작했다.그 결과 스타트업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큰 역할을 하는 경제의 중심축으로 떠올랐다.

 

창업기업에 대한 성장 단계별 지원 방법 마련해야

미국과 이스라엘, 핀란드 등 해외 사례가 한국 사회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한국 사회는 전반적으로 창업에 대한 열린 생각이 부족하다. 또 정부 주도의 벤처기업 지원 정책과 제도가 개별 정부 부처별로 분산돼 효과적으로 벤처기업을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벤처기업이 성장할 때 단계별로 지원하는 인큐베이팅 기능도 취약하다. 따라서 창업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창업과 창업 경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창업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벤처기업이 성장할 때마다 단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재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 부처의 창업지원 프로그램도 통합적으로 운영해서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창업 경험자들이 후배 창업인에게 조언할 수 있는 기회도 확대해야 한다. 창조/미래 산업의 전략적 육성을 위해서는 기술과 콘텐츠, 디지털 미디어 등 미래 산업과 패션, 문화 등 창조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한재영 베인앤컴퍼니 이사 jaeyoung.han@bain.com

한재영 베인앤컴퍼니 이사는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한 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MBA)를 받았다. 대기업 전사 전략과 신사업 전략, 성과 극대화, 대기업과 사모펀드의 기업 실사, M&A 프로젝트 등을 수행했다.

 

김용석 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nex@donga.com

김용석 기자는 한국외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 언론대학원에서 디지털미디어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아일보 산업부에서 재계와 경제단체, 전자 분야의 주요 기업을 취재하는 재계팀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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