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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 소장

스마트폰은 곧 끝... 삼성은 바이오社 될 것 아시아가 새 금융위기 근원지 될 수도

조진서 | 128호 (2013년 5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박진선(한양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Dynamic Korea’라는 구호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인은 역동적이고 변화에 빨리 적응하지만 그대신 미래를 길게 보고 차분히 대비하는 데에는 선진국 수준을 따라잡지 못했다. 대통령이 바뀌면 국가정책이 180도 달라지고, 교육감이 바뀌면 대학 입시제도가 뒤집어지며, 시장이 바뀌면 있던 도시 규제가 없어지고 없어졌던 규제가 다시 생긴다. 대부분의 기업들 역시 올해와 내년, 길게는 5년 앞 정도만 바라보면서 경영계획을 세운다. 장기적인 계획은 최고경영자 개인의 통찰력과 의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데에는 총수의 미래지향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경영자들의 개인적인 미래 예측 능력이 앞으로도 계속 효과적이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대기업들이 보유한 경제연구소들은 5, 10년 앞을 내다보는 리포트를 내기도 하지만 자체 연구가 아닌 해외 연구소와 학자들의 연구를 분석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에서 흔치 않은 미래학자인 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 소장은 더 늦기 전에 기업들이 미래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인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진국을 따라 하는 벤치마킹만으로 생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최 소장은 휴스턴대(University of Houston)에서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미래학(Future Studies) 석사 학위를 받았고1  <생각이 미래다(2012)> <10년 전쟁(2011)> 부의 미래지도(2009)> 등의 책을 썼다. 저술과 강연, 연구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그를 서울 강남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기업이 미래 예측은 왜 해야 하나.

미래에 가볼 수 없기 때문이다. 미래에 일어날 일들은 내가 오늘 하는 행동들의 결과물이다. 미래에 대해 판단하고 오늘을 기획하는 것이다. 상품기획에서부터 경영 의사결정까지 마찬가지다. 최고의 결정이 되려면 미래의 결과물들이 어떻게 될지 머릿속에 시뮬레이션을 해야 한다.

 

미래 예측의 절차는 크게 시나리오 작성과 시뮬레이션으로 나눌 수 있다. 시나리오 작성은 미래의 배경을 예상하는 것이다. 미래가 올 때는 징후(emerging issue)가 있다. 이런 징후들을 필터링하고 구조화해 미래 예측 시나리오를 만든다. 그리고 나서 그 배경에서 자신의 의사결정이 어떻게 작용할지, 어떤 위기와 기회요소가 있을지 예측해 내야 한다. 이 과정을 시뮬레이션이라 부른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군대에서 하는 워게임(war game)이다. 워게임에서는 미래에 전개될 전장 상황, 조건을 놓고(시나리오) 자신의 의사결정에 따른 결과, 즉 승률, 사상자, 피해상황을 알아본다(시뮬레이션). 이런 도구를 비즈니스에 도입할 수 있다. 내가 현재 생각하고 있는 전략의 결과들을 예측하고 전쟁을 하지 않고도 시뮬레이션을 반복하면서 최선의 아웃풋을 낼 수 있는 전략을 선택한다.

 

사실 개인들도 다 이런 식으로 미래 예측과 시뮬레이션을 한다. 아침에 아내하고 싸움을 하고 나왔다 하자. 저녁에 집에 들어갈 때 어떤 전선이 펼쳐질지 머릿속에서 시나리오를 만든다. 아내를 달래야 하는지, 호통을 치고 기선을 잡아야 하는지, 아니면 아예 술 먹고 들어가야 하는지, 자기 나름대로 전략을 짜고 시뮬레이션을 한다. 핵심은 그 시나리오를 구축하는 능력에 있다. 시나리오가 얼마나 정교하게 잘 구축돼 있느냐에 따라 시뮬레이션의 결과물이 달라진다. 시나리오를 잘 만드는 사람이 미래학자다.

 

미래학은 어떻게 경영에 접목돼 왔나.

현대 미래학은 1950∼1960년대 태동했다. 미래학의 1세대는 짐 데이토(Jim Dator, 하와이대) <3의 물결>로 유명한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를 꼽을 수 있다. 나의 은사인 피터 비숍(Peter Bishop, 휴스턴대) 2세대 미래학자다. 나는 그 밑이니 굳이 말하자면 3세대가 된다.

 

미래학이 기업 사회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건 피터 슈워츠(Peter Schwartz) 박사가 석유업체인 셸(Shell)에서 시나리오 기법(scenario planning)을 개발하면서부터다. 그는 미래학에서 미래 예측방법론으로 만든 시나리오 기법을 경영에 접목시켰다. 이후 GBN(Global Business Network, 2001년 컨설팅사인 모니터그룹에 인수됨)이라는 회사를 만들었기 때문에 그의 기법은 회사의 이름을 따서 GBN 시나리오 기법이라 불린다.

 

슈워츠는 셸에서 예측 파트를 담당하고 있었다. 석유회사는 유전 개발을 할 때 굉장히 많은 금액을 투자해야 한다. 성공할 경우 큰 수익을 보지만 실패하면 잃는 것도 많다. 슈워츠는 오일쇼크, 독일 통일, 소련 붕괴 같은 사건들을 예측해서 투자를 해야 할 시기와 발을 빼는 시기를 예측했다. 이전까지 세계 석유산업은일곱 자매(Seven Sisters)’라고 불리던 7개 메이저 석유회사가 장악하고 있었고 셸은 그중 7등이었다. 하지만 슈워츠가 시나리오 경영을 도입하면서 급성장해 2008년도에는 포천 500대 기업 1위에 올랐다.

 

현재 셸, GE, 지멘스, IBM 같은 내로라하는 글로벌 대기업들은 자체적인 미래 예측 팀을 갖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미래 예측 분야에서 어디까지 왔는가.

한국의 대기업들도 경제경영연구소, R&D연구소는 갖고 있다. 하지만 미래연구소는 없다. 사실 미래학이 처음 한국에 들어온 것은 1960년대로 나름대로 역사가 깊다. 하지만 군사정부하에서 경제개발계획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미래학은 크게 힘을 못썼다. 한국 기업들은 선진 기업들을 벤치마킹하면서 따라가기만 하면 됐으니 따로 미래를 예측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경제연구소나 기술연구소에만 투자하고 미래학에는 투자하지 않았고 사람도 키우지 않았다.

 

그런데 1990년대 후반이 되면서 한국 기업들도 글로벌 선도그룹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벤치마킹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1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1등을 따라갈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다. 벤치마킹을 하다가 1등이 되면 스스로 미래를 예측해야 한다. 선진국, 글로벌 기업들에는 미래연구소가 눈의 역할을 한다. 우리에겐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GE, 지멘스 같은 곳에서 나오는 미래예측보고서는 한국 정부에서 예측하는 것보다 훨씬 훌륭하다.

 

현재 한국의 민간연구소나 정부에서 하는 예측은 미래 예측이라기보다는 소비 트렌드, 문화 트렌드 같은 트렌드 예측 수준이다. 트렌드 예측도 아주 가까운, 단기적인 변화를 예측하는 데에는 효과가 있지만 지금처럼 세계가 굉장히 빠르게 변하고 또 큰 틀이 변화할 때는 트렌드보다 더 큰 그림을 봐야 한다.

 

또 안타깝지만 한국의 수준은 기존에 나와 있는 예측 정보들을 모아 짜깁기하는 수준이다.미래학계는 유럽과 미국의 미래학자들이 주류를 이르고 있는데 요새는 한국 경제가 부상하면서 서구 학자들도 한국을 다루기도 한다. 한국의 연구소들도 그런 연구 결과들을 가져다 사용한다. 하지만 서구 학자들이 하는 한국의 미래 연구는 분량이 많지 않을뿐더러 기본적으로 서양의 관점에서 한국을 바라본다는 한계가 있다. 한국 기업들에 필요한 것은 한국의 입장에서 세계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예측할 수 있는 한국형 미래예측 기법이다.

 

문제는 한국에서 미래 예측 분야에 전문적으로 훈련된 인력, 방법론을 구사할 인력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미래 예측에는 정성, 정량기법,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모델링 등 40여 가지 방법론이 쓰인다. 정성적인 방법론 같은 경우에는 철학적 방법론에서 사회학적 방법론까지 사용하고 정량적 방법론에서는 통계와 미적분 방정식까지 나온다. 이것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인력이 한국에는 없다.

  

 

 

미래학자는 미래연구가와 어떻게 다른가.

미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을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단계가 미래 관심가인데 말 그대로 미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기업 CEO가 여기 속한다. 미래의 먹거리를 고민해야 하니까 자연스럽게 미래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두 번째 단계는 미래연구가인데 이 사람들은 관심을 갖는 정도를 넘어 나름대로 공을 들여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다. 미래연구가가 되려면 앞서 말한 미래 예측 방법론들을 기본적으로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미래에 관해서 연구해야 한다. 미래는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오늘 연구했다고 해서 내일 연구를 멈추면 변화하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마지막 단계인 미래학자는 풀타임으로 미래를 연구하고 세상을 모니터링하는 사람이다. 미래학자는 자기 나름대로 미래학과 미래 예측에 대한 철학이 있다. 미래학자들이 공통적인 가진 별명이읽는 기계. 세상을 봐야 하니까 정보를 많이 흡수해야 한다. 나 같은 경우도 매일 50여 가지의 미디어를 모니터링한다. 존 네이스빗(John Naisbitt) 같은 미래학자는 매일 6시간 동안 각종 신문을 읽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한국에 미래 관심가는 많아졌음을 알 수 있다. 기업이나 국가나 지금 발등에 떨어진 상황이니 미래 예측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하지만 제대로 된 미래 연구가나 미래학자는 없는 상황이다. 미래연구가 인재풀을 갖추기 위해서는 은퇴하는 베이비부머 세대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지금까지 일해온 경험과 학문적 배경을 바탕으로 갖추고 그 위에 미래학 방법론 지식을 갖추면 은퇴 후에도 약 30년간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다.

 

미래를 예측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 그에 따라 의사결정의 속도도 빨라져야 한다. 방향도 중요하지만 그 변화의 속도를 잘 봐야 한다.

 

웅진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부동산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부동산 버블의 붕괴가 분명히 있긴 있을 것이라고는 누구나 생각했다. 웅진도 생각은 했는데 다만 그것이 좀 늦게 올 것이라 봤다. 아직은 건설업에도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고 건설회사를 물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붕괴가 빨리 왔다. 건설업에 뛰어들기로 한 결정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기보다는 속도에 대한 감이 잘못됐다.

 

보통 사람은 내게 불리한 것은 늦게 올 것 같고 내게 유리하게 보이는 것은 빨리 올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경영자들은 위기는 내 생각보다 빨리 오고 기회는 내 생각보다 늦게 온다고 가정해야 한다. 속도감이 없으면 위기에 대해서는 너무 느리게 대응하고 기회에는 너무 빠르게 대응한다. 최악의 경우에는 웅진처럼 그 두 가지 실수를 한 번에 한다. 웅진은 건설과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진출하면서 회사가 공중분해됐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해서는 기회가 오는 속도를 너무 빠르게 생각했고 건설업의 위기에 대해서는 너무 느리게 생각했다. 전형적인 속도 판단의 실수다.만약 웅진에 미래예측부서가 있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거다.

 

, 미래 변화의 시작은 내 생각보다 빠르고 변화의 완성은 내 생각보다 느리다는 것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예를 들어 사람 없이 도로를 달리는 무인자동차의 시작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구글이 계속 연구 중에 있으며 5년 내에 제품을 출시하기로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50년 후면 모두가 무인자동차를 타겠네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 기술이 완성되는 것은 50년보다 훨씬 뒤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람의 사고방식을 닮은 인공지능 컴퓨터도 시작은 생각보다 빠르다. 하지만 정말 사람처럼 완벽하게 생각할 정도로 완성되는 날은 생각보다 늦게 올 것이다. 경영자는 이러한 속도감만 잘 가지고 있어도 미래에 대한 좋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굳이 본인이 미래 학자가 될 필요는 없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일류 기업이 된 데에는 이건희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위기 의식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그리고 이 회장의 위기 예측은 실제로

잘 맞는다. 그는 어떤 점이 특별한 것인가.

뉴턴이 만유인력을 발견한 후 지구가 만유인력의 법칙대로 가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뉴턴은 단지 원래 있던 현상을 발견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미래 예측 방법론이나 프로세스는 본래 인간이 경험이나 교육에 의해서 습득하고 있는 사고방식이다. 미래 분석 툴이란 이러한 인간의 사고를 추적하고 행동을 관찰해서 뽑아낸 것이다.

 

좋은 경영자가 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MBA를 가고, 경영학을 공부하고, 박사 학위를 따는 것이 한 가지 길이다. 또 하나는 현장에서 30, 40년간 크고 작은 실수들과 실패들을 경험하며 경영기법을 몸으로 배우는 길이다. 미래 예측 전문가가 되는 것도 마찬가지로 두 가지 길이 있다. 이건희 회장은 후자에 해당한다. 그는 방대한 독서를 하면서 지식을 쌓고, 세계를 돌아다니고, 경영 일선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미래학자처럼 시나리오를 즉각 구성하는 능력은 없더라도 삼성과 관련해서는, 또 본인이 관심 있는 산업과 관련해서는 리스크를 특별히 잘 잡아내는 능력이 있다. 이는 동물적인 감각이라기보다는 경험에서 나온 능력이다.

 

훌륭한 경영자는 각자 특징이 있다. 이 회장이 위기 예측에 능했다면 애플의 스티브 잡스 같은 경우는 위기가 아닌 기회의 포착에 능한 사람이다. 새로운 패러다임, 사람들이 사는 모습의 변화, 기술의 발전변화 추이를 잘 예측했고 이를 이용해 성공했다.

 

그렇다면 삼성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건희 회장이 생전에 삼성을 미래형 산업으로 다 전환시킬 것이라 본다. 그 작업은 자식들에게 넘기지 않고 자기 대에서 다 끝낼 것이다. 스마트폰 사업은 2020년 이후로는 할 수 없다. 그때는 삼성의 주력산업이 바이오 생명산업, 바이오 쪽에서도 특히 하드웨어 쪽이 될 것이다. 무인자동차도 삼성이 택할 수 있는 좋은 돌파구다. 여기서 길게 얘기할 수는 없지만 삼성은 아마도 회사를 3개로 분할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변화하지 않으면 삼성도 노키아 꼴이 날 수 있다. 기업이 무너지는 건 어렵지 않다. 천하의 노키아도 5년 동안 헤매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소니도 10년 전만해도 최고였지만 지금은 본사 건물을 파는 처지다. 삼성도, 이건희 회장도 이런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에 매출 202조 원 정도를 올렸는데 이는 삼성그룹 전체 매출의 거의 60%에 달한다. 게다가 삼성전자 순이익의 65%가 스마트폰에서 나온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스마트폰 하나가 무너지면 삼성은 간다. 이건희 회장도 그걸 알고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샴페인을 터트릴 때도 보통 사람은 못 보는 위기를 본다.

 

미래학자들뿐 아니라 공상과학(SF)소설가들도

경영자에게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줄 수 있는가.

그렇다. 사실 미래학의 태동을 SF소설로 보기도 한다. SF소설은 다른 소설과 다르게 기본적으로 설득 가능한 미래 기술에 대한 정보를 깔고 그 위에 작가 본인의 상상력을 발휘한다. 이전까지의 미래를 말하는 사람들이예언수준이었다면 SF소설가들은예측을 하기 시작한 거다.

 

미래학자들이 예측을 할 때, 특히 100년 이후 같은 먼 미래를 예측하는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는 SF가 도움이 된다. 가까운 미래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설득력을 가질 수 있도록 시나리오를 구조화해서 보여줄 수 있고 비교적 정확한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먼 미래는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에 SF소설가들처럼 정성적인 접근이 도움이 된다.

 

지금은 거꾸로 SF영화를 만들 때 미래학자들의 자문을 많이 받기도 한다. 스티븐 스필버그가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만들 때 수많은 미래학자들이 도움을 줬다.

 

2020년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많은 사람들이 2020년이 되면 중국이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고 본다. 그것도 하나의 시나리오지만 우리는 중국이 미국을 능가하려면 2040년 이후가 돼야 한다고 예측한다. 2020년에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는다는 예측은 기본적으로 트렌드 투사(Trend Projection)에서 나온 것이다. 과거의 몇 년 동안의 패턴을 가지고 그게 그대로 미래에도 계속될 거라는 전제로 가는 거다. 중국이 과거 몇 년간 9%대의 성장을 했고 지금도 7% 정도는 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그렇게 갈 거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중국 안에서도 이미 4, 5년 안에 성장률이 4%대로 반토막 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반면 미국은 금융위기 때문에 몇 년간 휘청거렸지만 성장률이 다시 1, 2%대로 올라갈 수 있다. 그렇게 따져보면 2040년이 돼야 경제규모 면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설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또 다른 금융위기의 가능성도 높다. 지난 10년 동안은 미국과 유럽이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사고를 쳤다면 2015년 이후부터는 한국, 중국, 일본이 아시아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될 것이다. 중국과 한국은 개인 부채가 많고 일본은 국가 부채가 많다. 이미 방향은 정해져 있다. ‘언제 터질 것이냐의 문제다. 부채를 갚지 못하는 사람은 자기가 언제쯤 부도날지를 알고 있다. 국가 경제도 마찬가지다. 또한 한국은 2020년 이후가 되면 현재의 일본이 갖고 있는 것과 같은 경제적 리스크를 갖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한 준비는 지금부터 해야 한다. 세상이 변하고 난 뒤에는 준비해봐야 소용이 없다. 미래 예측은 변화하기 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2020년경에 위기가 온다는 것이 아니다. 위기는 이미 시작됐다. 2020년이 되면 그 예측들이 상식이 된다는 의미다. 그때가 되면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고 그때 가서 예측을 하는 건 의미가 없다. 위기는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고 기회는 선제적으로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020년 이후의 위기는 현실이 된다.

 

2020년 이후를 대비해 산업구조 변화와 동아시아 지역 각국의 전략의 변화, 미래 인구구조와 시장 변화에 대해 지금부터 예측하고 준비해야 한다. 당장 내년의 일은 지금 하는 대로 하면 된다. 그러나 기업이라는 것은 창업자가 죽어도 계속 가야 한다. 먼 미래도 대비해야 한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2020년 이후에도 기업이 지속 가능하다.

 

굳이 2020년까지 가지 않아도 현재 한국은 남북관계라는

대형 리스크를 안고 있다. 미래학자로서 북한 사태는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는가.

게임이론으로 분석해 보면 현재 남북이 모두 원하는 것은 서로가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 범위에서 최고의 긴장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김정은은 이 긴장을 통해서 대내적으로는 자신의 실력을 과시해야 하고, 외부적으로는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서 정권을 인정받아야 한다. 이게 잘되면이 젊은 지도자가 굉장히 담력도 있고, 아버지와 할아버지만큼 능력이 있다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 사실 나이는 큰 상관이 없다. 리비아 독재자인 카다피는 정권을 잡았을 때 지금의 김정은보다 어렸다. 김정은도 나이보다는 실력을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우리나라 나름대로 북한에 밀리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입장이 이러니 최대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서로 간에 자존심을 세울 수 있게 긴장감이 올라가는 선에서 마무리가 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김정은은 칼을 빼 들었으니 뭔가를 베야 할 것이다. 미사일을 쏘든지, 핵 실험을 하든지, 국지전을 하든지, 국지전은 확산될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선뜻 꺼내 들기에는 고민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 중 하나가 대규모 사이버 테러다. 또 이것은 북한 대내적으로첨단시대를 사는 영도자라는 선전이 될 수 있다.

 

미국도 극단으로 치닫길 원하지 않고 퇴로를 만들어 주려고 한다. 다만 퇴로를 열어주려면 일단 명분이 있어야 한다. 칼을 뽑았는데 아무것도 베지 않고 돌아가면 곤란해진다. 그러니 4월 안에 무언가 행동을 취하고 나서 그 다음에 대화를 할 것이다. 전면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 모두들 전쟁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수만 조심하면 그렇게까지는 치닫지 않을 상황이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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