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Competitive Strategy in Practice

융합과 벤치마킹, 삼성전자는 K-전략으로 톱이 되었다

문휘창 | 125호 (2013년 3월 Issue 2)

 

 

지난 DBR 112호에서는 한국 경제발전의 비결인 K-전략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했고 그 후에 K-전략의 ABCD에 대해서 각 요소별로 좀 더 깊게 살펴봤다. K-전략은 원래 한국의 경제발전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모델이지만 국가뿐만 아니라 기업, 개인 등 다양한 분석 단위에 적용할 수 있으며, 또한 경제발전 외 기업경영, 개인경쟁력 등의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다. DBR 113호의 ‘‘K-Strategy의 종합모델싸이, 미국을 흔들다편에서는 K-전략을 활용해 개인 차원에서 싸이의 경쟁력을 분석해 봤다. 이번에는 K-전략을 기업 차원에 적용해 삼성전자의 성공비결을 분석해 보겠다.

 

‘무적의 삼성전자를 위한 포브스(Forbes)의 제언

애플과의 법정공방으로 떠들썩한 시기를 보낸 삼성전자의 행보가 더욱 바빠졌다. 특히 2013 1월 미국의 라스베이거스(Las Vegas)에서 열렸던 ‘2013년 국제 소비자 가전 전시회(2013 International CES(Computer Electronics Show))’에서 삼성전자는 휘어지는 디스플레이까지 직접 선보이면서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선두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포브스(Forbes)> 2013 18일자 ‘Is Samsung Invincible?’이라는 기사에서 삼성전자는 새로운 제품군을 개발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다만 경쟁자들이 개발한 제품을 보다 얇고, 가볍게 만들고, 좀 더 앞선 기술을 활용해 제품을 출시할 뿐이라고 폄하했다. 삼성전자의 향후 지속적인 성장을 막을 수 있는 세 가지 요소로상상력의 부재’ ‘무모한 야망’ ‘독자기술의 부재를 꼽았다.

이에 대한 <포브스>의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아마존(Amazon)은 전자책(e-book), 애플은 태플릿 PC라는 새로운 제품군을 만들어냈지만 삼성전자는 이와 같은 혁신적인 제품을 보여주고 있지 않다. 둘째, 현재 삼성전자가 미래를 위해서 그린에너지 등에 무모할 정도로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지만 앞으로 중국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것을 생각해보면 그 미래를 짐작하기 힘들다. 마지막으로, 시대가 지난 것처럼 보이는 옛 가전 분야의 선두인 필립스(Philips) GE가 실제로는 의료장비 부문이나 부품과 제트엔진 등에서는 공고한 자리를 차지할 만큼의 독자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아직 그렇지 않다.

 

 

이러한 세 가지 측면을 고려해 <포브스>는 삼성전자에 좀 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고, 중국과 겹치지 않는 분야에 투자해야 하며, 이와 더불어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전략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전략을 취하면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계속 군림할 수 있을까? 일본의 소니는 워크맨(Walkman), MD(minidisc) Player 및 세계 최초의 애완 로봇인 아이보(Aibo) 등과 같은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냈다. 이를 통해 창출한 이윤을 다른 전자기업들이 감히 투자할 엄두조차 못 내던 영화와 음악 같은 산업에 과감히 투자하며 뛰어들었다. 그리고세계 최초라고 불리는 수많은 기술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보유해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전자업체였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상황은 급격히 달라졌다. () 스티브 잡스(Steve Jobs)로부터아이팟(iPod)’ 사업을 함께하자는 요청을 받았던 2001년만 해도 소니의 시가총액은 10조 엔에 달했지만 현재는 1조 엔 규모로 내려앉았다. 소니의 TV사업 부문은 2004년부터 8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과 삼성전자에 밀려 세계 5위 권에도 들지 못하는 초라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소니처럼 무조건 혁신을 하고, 투자를 하며,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제대로 된 답을 얻기 위해서는 삼성전자의 성공비결을 다른 각도에서 좀 더 심도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다지 혁신적이지 않고, 투자의 규모도 적었으며, 특히 핵심기술이 부족했던 삼성전자가 성공한 비결에 대해 K-전략을 활용해 살펴보도록 하자.

 

민첩성(Agility): 속도와 정확성은 상호보완적이다

DBR 114한국 발전의 비밀, K-strategy. ‘빨리빨리를 확장해민첩경영…’에서 살펴봤던 것처럼 삼성전자의 성공비결 중 하나는스피드.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빠른 의사결정 과정이 중요하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 2012 89일자 기사에서 밝힌 것처럼 이건희 회장은여러 상황을 가정하고 각각에 맞는 대비책을 세워라’ ‘제때 빨리 먼저 하는 스피드가 중요하다라는 식으로 시대에 따른 경영화두를 제시해 위기의식을 강조하면서 스피드를 역설했다.

이와 같이 상부의 결정사항을 신속히 아래로 전달하는 방식을 상명하달(上命下達), Top-down 방식이라고 한다. ‘Samsung’s crisis culture: a driver and a drawback’이란 2012 92일 기사에서 삼성전자의 Top-down 방식이 과거 ‘faster follower’ 시대에는 잘 맞았지만 ‘innovator’ 시기에는 잘 맞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삼성전자의 Top-down 방식의 결점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두 가지 점에서 잘못됐다. 첫째, 삼성전자의 Top-down 방식은 세부적인 사항까지 지시하는 일본식 방식이라기보다는 방향성만을 제시하고 세부사항은 각 부서별로 각자의 상황에 알맞게 알아서 처리할 수 있는 융통성 있는 변형된삼성식 방법이다.

예를 들면, 이건희 회장이 2005디자인 경영을 화두로 올리자 하부조직에서는 밀라노, 뉴욕, 런던, 파리 등 주요 도시에 디자인센터를 곧바로 설립해 본격적으로 디자인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다. 2006신시장 경영창조 경영을 내세웠을 때 삼성전자는 유럽에서 기존에 비해 더 자주, 1년에 두 차례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시장을 확대했다. 이에 자극받은 소니 역시 신제품을 1년에 두 차례씩 내놓기 시작했다. 또한 고장 난 물건을 수리하기 위해서 물건을 들고 직접 서비스센터를 찾아가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유럽에서 직원이 직접 찾아가 수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다른 회사보다 빨리 수리해주고 소비자의 호응을 얻어 시장에서의 위치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둘째, 는 속도와 혁신을 대체관계로 보고 있는데 속도와 혁신은 대체관계라기보다는 보완관계로 봐야 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도 삼성전자의 제품은 정확성을 기반으로 한 품질 면에서 이류로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이 품질을 중요시하자 삼성전자는 전사적으로 정확성을 높여 품질을 개선하는 작업을 수행했고 2000년대 중반에 바로 시장에서 품질로 인정을 받았다. 또한 애플이 주도한 스마트폰 시장에는 늦게 진출했으나 빠른 속도로 좋은 품질의 스마트폰을 출시해 세계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특히, 유럽과 미국에서 애플과 법정공방을 벌여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됐을 때 삼성전자는 당황하지 않고 문제를 정확히 파악, 곧바로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해 피해를 최소화했다.

이류 기업들은 제품을 어느 정도 빨리 생산하기는 하지만 의사결정 과정과 생산공정이 정확하지 못해 품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일류 기업들은 정확성이 높아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지만 의사결정 과정이 느리고 제품의 출시도 느린 면이 있다. 삼성전자는 이들 두 측면의 장점인 속도와 정확성을 겸비해 세계시장의 선두주가가 됐다.혹자는 우리 사회가 너무 빨리빨리 간다고 우려하면서 천천히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잘못된 주장이다. 우리는빨리빨리문화를 버릴 것이 아니라정확성이 수반되는 빨리빨리로 탈바꿈해야 한다.

 

 

벤치마킹(Benchmarking): 모방은 창조(새로운 글로벌 스탠더드)의 어머니!

<뉴욕타임스> 2012 92일자 기사 ‘After Verdict, Assessing the Samsung Strategy in South Korea’모방과교묘한 업그레이드로는 더 이상 성공할 수 없다. 만약 삼성전자가 경쟁자를 물리치고 싶다면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선도자로서 스스로 혁신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기사를 잘 읽다 보면 과거 일본의 소니, 샤프, 파나소닉과 같은 회사가 신기술을 개발했지만 삼성전자는 이 기업들과 비슷한 방식을 추구하되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 더 빨리, 더 낮은 가격에 제품을 출시해 결과적으로 일본기업들을 따라잡았다라는 모순된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즉 이 글에 의하면 혁신 없이 모방만으로도 다른 면에서 조금 더 경쟁력을 갖춘다면 경쟁상대를 이길 수 있다는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미국에서 삼성전자가 애플을 베꼈다는 배심원 판결이 나왔을 때 많은 여론들은 삼성전자가 카피캣(Copycat)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돼 앞으로 제품 판매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카피캣이라는 이미지와 상관없이 세계시장에서의 선두를 지켰다. 소비자는누가 누구를 베꼈는지보다는제품의 품질이 비슷할 때 어떤 제품이 더 싼지(원가전략)’ 또는가격이 비슷할 때 어떠한 제품이 더 차별화됐는지(차별화전략)’를 중요시한다. 1

애플의 혁신적인 제품이었던맥킨토시(Mackintosh)’는 애플의 카피캣 마이크로소프트에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겼다. 애플이 다시 시장에서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기존에 존재하던 MP3플레이어 제품을 모방해 단지 세련되게 디자인한 아이팟과 이미 상용되고 있던 인터넷, 카메라, 핸드폰, 컴퓨터를 작은 기계 하나에 합쳐 놓은 아이폰 덕분이었다. 마찬가지로 삼성전자가 계속적으로 여러 제품에서 성공했던 이유는 각 분야의 일류기업, 예를 들면 미국과 일본기업들의 반도체 기술을, 소니의 TV, 모토로라와 노키아의 휴대전화를, 그리고 애플의 스마트폰을 모방했기 때문이다. , 성공의 비밀은 무조건적인 혁신이 아닌 모방에서 출발한다.

흔히들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한다. 일부에서는 이 격언이 모방을 미화한다고 폄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를 경영학적으로 해석하면 매우 중요한 의미를 도출할 수 있다. 초기의 후발주자 기업은 일반적으로 기존 시장의 선두주자 기업을 모방해 경쟁력을 높인다. 계속적인 모방에 의해 후발 기업은 서서히 선두기업과 비슷한 제품을 만들 능력을 갖게 되는데, 이때 기존 선두기업은 이 분야의 선두주자여서 후발 기업으로서는 선두기업과 전면 경쟁하는 것은 매우 부담스럽다. 따라서 후발 기업은 선두기업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 원가전략 또는 차별화전략 중 하나를 선택해 포지셔닝을 취하게 되는데, 바로 이것이 새로운 글로벌 스탠더드다.

, 새로운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하더라도 처음에는 기존 것을 모방하면서 자신만의 알파를 추가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기존 선두기업들을 꾸준히 모방했고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른 후 기존의 기업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포지셔닝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애플 간의 법정다툼이 후발주자인 삼성전자가 선두주자인 애플을 모방하다가 다른 위치로 포지셔닝하기 직전에 발생했다고 보면 이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융합(Convergence): 변화된 경쟁 패턴에 잘 적응한 삼성전자

삼성그룹의 설립자 이병철 회장은삼성상회를 열고 한반도와 중국의 만주, 베이징을 방문, 시장조사를 했다. 이를 통해 필요하다고 파악된 건어물과 농산물을 유통해 삼성의 발판을 닦았다. 개발 초기 단계였던 한국 시장은 제품의 질적 수요보다는 양적 수요 중심으로 발전했다. 따라서 삼성과 같은 초기 단계의 대기업은 시장에서 사업의 관련성보다는 다양한 여러 제품을 대량 생산하면서 수입원을 최대한 늘리는 방식, 즉 비관련 다각화를 선택했다.

그러나 경제와 산업이 점차 발전하면서 양적 수요보다는 질적 수요가 더 중요해졌고 기업은 주요 기술을 활용한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제조하게 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다양한 제품을 만들기보다는 자신의 핵심기술을 대표할 수 있는 몇 개의 상품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 일반적으로 말하는 비관련 다각화에서 관련 다각화로 점차 전환한 것이다. 삼성그룹은 필요한 제품을 제조하는 회사를 계속적으로 지원하면서도 비관련된 자동차 사업, 항공기 사업을 (자의건 타의건 간에) 포기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삼성의 경쟁력을 중요한 소수 몇 개의 산업에 집중해 주요 기술을 개발하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뛰어난 단독기술을 가진 세계 유수의 많은 회사들도 변화하는 환경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면 경쟁력을 잃는다. DBR 88에코시스템전쟁시대: 경쟁전략도 진화한다에서 밝힌 바와 같이 노키아, 소니 등과 같은 기업들은 변화된 경쟁의 패턴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경쟁력을 상실했다. 사실 요즘과 같은 시대에는 플랫폼 전략이 일반화돼서 모든 부문에서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없다. , 월등한 단독기술보다는 꽤 괜찮은 수준의 여러 기술을 종합하는 것이 더 경쟁력 있다는 의미이다.

기술에는 과학기술과 산업기술이라는 두 분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DBR 70 ‘‘후발자 우위전략이 빛을 발할 때…’에서 기반기술, 원천기술, 파생기술 및 융합기술에 대해서 간단하게 다뤘는데 여기서 기반기술과 원천기술은 과학기술이고 파생기술과 융합기술은 산업기술이다. 일본은 과학기술과 같은 기술력에 집중해 뛰어난 기술력을 확보했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제품화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기술의 응용과 혼합인 파생기술과 융합기술이 필요하다. 보통 사람들은 전자를 혁신으로 보지만 후자도 혁신의 일종이다. 삼성전자는 후자에 더 가깝다. , 삼성전자는 선두기업들의 과학기술 시너지 효과를 최대화해 제품을 양산하는 데 뛰어났던 것이다.따라서 앞의 <포브스>에서 삼성전자가 혁신이 부족하다고 평가한 것은 옳다고 볼 수 없다.

예를 들어 발광다이오드(LED)에 관해 일본기업들이 집중적으로 연구하던 시절 삼성전자는 이 LED를 액정 디스플레이의 백라이트로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 이를 재빨리 상품화해 세계적인 성공을 거뒀다. 만약 삼성전자가 LED 또는 액정 디스플레이 중 하나에만 집중했다면 이 두 가지 기술을 혼합해 시너지를 창출한 제품을 생산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는 혼합과 시너지 창출을 활용한 융합의 전형적인 예다.

 

전념 (Dedication): 결승점을 알고 전략적으로 뛰는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직원들은 매우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예를 들면 2011년 말에 삼성전자 내에서애플을 이기는 전략이라는 암묵적인 모토를 걸고 직원들이 매우 열심히 일을 했다고 <버지(The Verge)>는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삼성전자에서는 많은 종업원들이 학술적인 활동에 참여하기도 하고, MBA 프로그램을 통해 경영 기술을 익히기도 한다. 특히 삼성전자는 시대에 따라서 일본기업, 핀란드기업, 미국기업 등으로 목표를 바꾸어 가며 시장에서 더 나은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선진국 기업들에 대해서 철저히 공부한다.

일본인들도 매우 성실하게 일하지만 그들은 최고의 품질을 만드는 것 자체에 더 큰 목적을 둔다. 따라서 기업은 장인정신을 살려 불량률이 거의 없는 매우 정확한 제품을 생산한다. () 이병철 회장이 삼성그룹의 발전을 위해 도쿄에서 사업구상을 하다가 우연히 들른 3대째 이발소를 가업으로 하는 곳에서 일본의 장인정신에 크게 감동을 받았다는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그러나 장인정신은 성실성은 고려했지만 시간이라는 중요한 사항은 그다지 고려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과거 일본기업들은 장인정신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1년에 출시하는 TV 모델 수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다른 시장에 진출했을 때는 그 나라의 특성을 제품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기본모델을 중심으로 각 시장의 차이점을 인지한 뒤 불필요한 기능을 빼고 새로운 기술을 추가해 각 시장의 특성에 정확히 대응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데 목적을 뒀다. , 기본모델을 바탕으로 개발도상국 시장을 위한 단순한 제품을 내놓기도 하고 선진국 시장을 위해 여러 중요한 기능을 추가한 고급 제품을 내놓기도 한다. 품질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가격 대비 소비자의 기대치에 맞췄기 때문에 그다지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제품의 품질에는 기본 품질과 고급 품질이 있는데 기본 품질은 일반 소비자들이 느끼는 수준의 기능이나 성능을 의미한다. 반면 고급 품질은 일반 소비자들이 인지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을 의미한다. 한국 기업과 비교할 때 일본 기업은 상대적으로 장인정신과 뛰어난 기술력으로 고급 품질을 목표로 해 소비자 위주의 제품보다는 생산자 중심의 제품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고객이 수용할 수 있는 가격 대비 품질의 수준을 파악해 이를 제대로 반영한 제품을 만들어 낸다. 마치 일본은 결승점 없이 자기만족을 위해 무조건 뛰는 일류 마라톤 선수이고 삼성전자는 결승점을 정확히 알고 전략을 세워서 뛰는 우수한 마라톤 선수와 같다. 시장경쟁에서 소비자의 새로운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느냐가 승부를 결정짓기 때문에 후자가 더 효율적일 것이다.

 

K-전략의 시사점

지금까지 K-전략의 ABCD인 민첩성(Agility), 벤치마킹(Benchmarking), 융합(Convergence) 및 전념(Dedication)을 활용해 삼성전자가 성공한 비결에 대해서 분석해 봤다. 각 요소에서 해외 주요 언론이 삼성전자의 단점 또는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요소들이 오히려 삼성전자가 성공을 이루는 데 있어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 민첩성에 있어서삼성식의 지배구조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대의 변화를 빨리 파악하고 정확한 상품화에 도움이 됐다. 또한 상품화에서 발생된 문제 역시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면서 경쟁력을 향상시켰다. 벤치마킹할 때에도 먼저 선두기업들을 적극적으로 모방한 후에 이들과의 차별점을 부각시켜 새로운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들었다. 융합에 있어서 삼성전자는 다양한 방면에서 사업을 했지만 차츰 산업기술을 발전시키면서 자신의 핵심 분야를 위주로 관련 다각화를 진행했다. 이로 인해 최대의 시너지를 창출해 경쟁자들을 물리쳤다. 마지막으로 전념에서는 다른 기업들보다 더 열심히 배우면서 일을 했다. 회사 내부의 목적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수요까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만족시키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차별화 전략을 취해 온 것이다.

이러한 K-전략의 네 가지 요소를 최대한 활용해 삼성전자의 제품은 세계최고 품질의 일본제품이나 미국제품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이끌어 냈다. 이는 브랜드 파워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반도체를 비롯한 TV, 가전제품, 휴대폰 및 스마트폰을 아우르는 전반적인 전자제품 분야에서의 명성은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를 점차 높였고 급기야 몇몇 제품은 일본제품이나 미국제품보다 더 비싸게 팔리는 놀라운 결과까지 만들어 냈다.

물론 삼성전자를 선진기업과 세부적으로 비교해보면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 여러 부분에서 이들보다 정확성이 떨어지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이르는 제품들도 많지 않다.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 있어서도 아직도 부족하며 앞으로 더 큰 성공을 거두어 초일류 기업이 되기 위해 어떤 부문에, 어떠한 방식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한 목적도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많은 부족한 면을 가지고도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으니 앞으로 이러한 부족한 점들을 잘 보완한다면 그 어느 기업보다도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보다 더 큰 도약을 위한 과정 역시 K-전략의 ABCD를 활용해 잘 연구하면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앞으로 삼성전자의 건승을 기대해 본다.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cmoon@snu.ac.kr

필자는 미국 워싱턴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워싱턴대, 퍼시픽대,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헬싱키 경제경영대, 일본 게이오대 등에서 강의했다. 주 연구 분야는 국제경쟁력, 경영전략, 해외직접투자, 문화경쟁력 등이다. 현재 국제학술지편집위원장도 맡고 있다. 다수의 국내외 기업, 외국정부(말레이시아, 두바이, 아제르바이잔, 중국 광둥성) 및 국제기구(APEC, UNCTAD, IBRD)의 자문을 담당했다.

 

 

  • 문휘창 문휘창 | - (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 (현) 국제학술지 편집위원장
    - (전)미국 워싱턴대, 퍼시픽대,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헬싱키 경제경영대, 일본 게이오대 등 강의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