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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스타일과 글로벌 세그먼트

한인재 | 120호 (2013년 1월 Issue 1)

 

‘강남스타일’의 성공이 한국 문화 산업계, 나아가 경영계에 세운 이정표는 무엇일까. 빌보드 차트 2, 유투브 최다 조회 수 등의 수치도 있지만 필자는 강남스타일이글로벌 세그먼트(global segment, 글로벌 고객군)’에 소구한 한국 최초의 대중음악이라는 점을 꼽고 싶다. ‘국제가수싸이는 말춤 하나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인 미국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를 열광시켰다. 글로벌 세그먼트는 여러 나라에 걸쳐 유사한 소비 성향을 보이는 동질적인 소비자군을 의미한다.

 

국제경영 분야의 학자들은 일반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진국, 개발도상국(중진국), 저개발국(빈곤국)의 피라미드 형태로 구분한다. 기업의 해외 진출 방법을 다루는 국제화 이론도 이러한 관점을 수용한다.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은 경제발전단계나 문화적 배경이 유사한 인접 국가로 먼저 진출해 경험을 쌓은 후 점차 지리적·경제적·문화적 거리가 먼 나라로 확대해 나가야 하며, 또 간접수출, 직접수출, 해외 물류 거점 확보, 해외 생산 거점 확보의 단계를 거쳐 차근차근 해외에 진출해야 한다는단계적 진출 모델(Stage Model)’이 널리 받아들여져 왔다.

 

이와는 달리 전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보는 글로벌 세그먼트 개념은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명품업체 또는 강력한 브랜드를 갖춘 일부 다국적기업에만 어울리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이런 기업들은 지역 또는 국가별 욕구의 차이를 반영하는 현지화 전략을 잘 쓰지 않는다. 제품은 물론, 마케팅, 프로모션에서도 철저하게 표준화 전략을 고수한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과 교통의 발달, 이에 따른 국제적 교류 및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는 글로벌 세그먼트의 범위와 크기를 확대시키고 있다. 이는 기업이 보다 쉽게 해외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본 글로벌(born global)’을 표방하는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소프트웨어 등 IT 기업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제는 온라인 및 모바일 공간에서 소비될 수 있는 음악, 영상, 게임, 지식 등 문화콘텐츠 산업에서도 본 글로벌 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본 글로벌 전략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거대 다국적기업들은 인수합병(M&A) 또는 직접 법인 설립(green-field)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필요한 역량 또는 자원을 자신의 것으로내부화(internalize)’함으로써 비용을 낮추거나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신생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이 시도하기에는 불가능에 가깝다. 벤저민 오비애트(Benjamin Oviatt), 패트리샤 맥두걸(Patricia McDougall) 등 이 분야를 연구한 경영학자들은일부 내부화(internalization of some transactions)’를 첫째 성공 조건으로 제시했다. 신생 벤처기업들은 해외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자원을 전략적 제휴, 합작법인, 라이선싱, 네트워크와 같은 하이브리드 조직 형태로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해외 시장에서 필요한 보완적 자산을 하이브리드 형태로 확보할 수 있는 경우에 본 글로벌 전략이 유효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남과 다른 고유한 기술 또는 아이디어는 자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때 특허 등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으면 제휴 파트너로의 유출 위험(dissemination risk) 등 가치 전유(value appropriation)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글로벌 플랫폼 생태계에 참여한 기업들 중 지적재산권을 보유한 기업의 성과가 더 높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편 신생기업, 중소기업일수록 핵심 기술과 콘텐츠에 있어 핵심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게 마련이다. 이는 창업자와 그 주위의 소수 핵심인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만한 지식과 글로벌 마인드를 개인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 글로벌 기업들은 기업 설립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경영하기 때문에 자국 시장에서의 오랜 성공으로 굳어진 타성(inertia)으로 인해 해외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기존 기업들의 문제를 겪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본 글로벌 21세기의 야심찬 창업자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개념이다. 대담한 비전과 참신한 콘텐츠, 냉철한 전략으로 세계 시장에서 성공하는 더 많은 본 글로벌 기업들의 등장을 기대한다.

 

 

한인재 경영교육팀장 epicij@donga.com

필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AT커니 등 컨설팅 회사에서 금융·보험·정보통신·헬스케어 업체의 신사업 및 해외진출, 마케팅 전략, CRM, 위기관리 컨설팅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 한인재 한인재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 AT 커니 코리아 컨설턴트/프로젝트 매니저
    - 에이빔 컨설팅 컨설턴트/매니저 - 삼성생명 경영혁신팀 과장
    db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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